터키 포스코아산 STS 냉연공장을 가다
동유럽의 중심부 터키 이스탄불 시내를 빠져나와 2시간여 달려 도착한 코자엘리주 이즈미트시 아산(Assan)산업단지. 이스탄불 시내와 약 90km 떨어진 이 산업단지에는 포스코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전자 저울업체 카스 등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산업단지 입구에서 10여분 정도 달리자 푸른색의 포스코아산스테인리스(STS)냉연공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공장 사무동 앞에는 태극기와 터키 국기, 포스코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포스코 유럽 진출 첫 생산법인, 교두보 역할 막중연산 20만t규모 상업생산 본격화땐 현지업계 `1위`
터키, 잠재력 무한한 신흥시장… 미래전망 밝아
△유럽 진출한 포스코 첫 생산법인
공장 안으로 진입하자 권종원 법인장(상무)이 포스코출입기자단 일행을 반갑게 맞으며 2층 접견실로 안내했다.
포스코아산STS냉연공장은 지난해 9월28일 착공했으며 연산 20만t 규모의 STS냉연강판을 생산하며 오는 8~9월께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STS생산라인은 설비를 마치고 시험가동중에 있다. 하지만 공장내외부의 설비는 아직 마무리가 안된 상태다. 이곳에는 포스코에서 파견된 국내 기술진 10명과 현지 기능인 386명이 현재 근무중이다.
권 법인장의 안내로 공장안으로 들어서자 STS냉연공장의 생산라인은 끝이 안보였다. 이 공장의 총 길이는 720m. STS설비라인에서는 벌써 STS냉연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공장의 부지면적은 총 16만9천㎡(5만1천212평)규모로 터키 정부가 전기, 용수, 천연가스, 도로 등 산업인프라를 모두 조성했다. 또 10km 거리에 데린제(Derince) 항구가 있어 소재인 스테인리스 열연강판을 포항제철소에서 공급받기에 더없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산STS냉연공장 설비분야는 김동섭(60)기술고문(수퍼바이저)이 맡고 있다. 포항이 고향인 그는 지난 2009년 포항제철소 STS냉연공장에서 정년퇴직한 뒤 이곳으로 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터키시장 40%이상 점유, 단번에 1위로
총 3억5천만달러가 투입된 이 STS공장은 터키에 진출한 한국기업 투자금액 중 가장 많다. 이 공장은 포스코 60%, 터키 국영기업(Kibar Holding)이 30%, 대우인터내셔널이 10%의 지분구조로 돼 있다. 지난 2011년 법인설립에 이어 그해 9월 착공했다. 당시 착공식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직접 참석해 터키 니하트 에르균 산업부 장관, 자페르 차을라얀 경제부 장관 등을 만나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었다.
이 공장은 유럽에 진출한 포스코의 첫 생산법인으로 동유럽의 교두보 역할을 맡게된다. 터키는 STS냉연공장의 소재인 열연코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 아산STS냉연공장이 본격 가동하게 되면 터키 STS시장의 40%이상을 차지해 단번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포스코가 유독 터키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최근 경공업 중심에서 중공업으로 급격하게 산업고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 또 르노, 피아트, 포드, 닛산, 혼다,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거 진출해 있고, 이탈리아와 독일에 이어 유럽 3대 가전 강국으로 고급 스테인리스강에 대한 수요가 많아 시장전망이 밝은 것도 그 이유다. 특히 오는 2015년까지 인접국가를 포함해 STS공급량은 40만t에 불과해 수요대비 100만t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전망은 밝은 편이다.
△세계 18위 경제대국의 매력
터키는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지난 10년 동안 고속성장을 지속해 현재 세계 18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0년 8.9%, 2011년 8.5%로 G20국중 2위다. 지난해는 글로벌경제 침체로 2.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터키의 또다른 투자매력은 인구 7천563만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서는 독일 다음으로 많고, 평균연령은 30.1세로 젊은 노동층이 많은 점이다. 또 동로마-오스만 제국의 1천500년전 수도, 유럽-중동-아프리카를 잇는 문화, 지리적 요충지인점도 빼놓을 수 없다.
터키는 인접국가까지 포함하면 인구는 10억, 국내총생산(GDP)도 10조달러의 성장잠재력이 무한한 신흥시장이다. 그러나 터키에는 이를 뒷받침할 메이저 철강사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아산STS냉연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포스코는 동유럽 최대 철강사로 부상하게 된다.
△터키가 놀란 포스코의 추진력
터키 현지인들은 포스코를 `불가사이`한 기업으로 보고있다. 터키 Kibar Holding사와 합작으로 2011년 9월 착공 후 30개월만인 4월 첫 시험가동에 성공하자 정부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랐다. 터키 정부 관계자들은 당초 약속했던 기간에 가동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 하지만 포스코는 그들과 한 약속을 이행했고, 또 남은 일정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
니하트 터키 산업부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터키는 조그마한 식품 공업단지 하나 건설하는데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그러나 포스코는 2년전 약속한 그 날짜에 정확히 이행해 한국회사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권종원 법인장은 “터키인들은 한국사람을 형제처럼 생각하고,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높다”며 “터키정부에서도 포스코에 걸고 있는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