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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벼슬 쓴 용처럼, 능선따라 빼어난 산세 뽐내다

손경찬 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3-05-10 00:08 게재일 2013-05-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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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갑사~동학사 트레킹<br>봄 벚꽃·여름 계곡·가을 단풍·겨울 설경 사계절 인기<br>계룡산 팔경·20여개 봉우리 경치 탄성 자아내
▲ 계룡산의 풍경이 빼어난 산자락을 오르내리다보면 `계룡산8경`이 떠오른다. 산등성이 저 너머엔 신선이 사는 듯한 신비감에 싸인 채 트레킹은 계속된다.
▲ 계룡산의 풍경이 빼어난 산자락을 오르내리다보면 `계룡산8경`이 떠오른다. 산등성이 저 너머엔 신선이 사는 듯한 신비감에 싸인 채 트레킹은 계속된다.

주말에 잠시 텔레비전을 보니 온통 봄의 화신으로 풍성하다.

국내외 정치나 경제사정 등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나 눈을 돌려 밝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첫째가 봄의 여신과 함께 찾아온 천지는 한창 꽃들의 합창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등산은 충남 공주의 동학사와 갑사를 잇는 계룡산 답사 트레킹이다. 차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관광버스는 이미 충남 공주시에 진입하여 갑사 쪽을 향하고 있었다.

▲ 5층탑과 7층탑이 오누이처럼 나란히 서 있어 오뉘탑이라고도 불리어지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청량사지 쌍탑이라고도 한다.
▲ 5층탑과 7층탑이 오누이처럼 나란히 서 있어 오뉘탑이라고도 불리어지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청량사지 쌍탑이라고도 한다.

갑사와 동학사는 계룡산에 위치한 유명 사찰로 불교도를 비롯해 일반인들이나 등산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이쪽 등산 코스는 크게 갑사에서 출발하여 동학사로 도착지를 정하거나, 그 반대로 동학사에서 출발하여 갑사로 가는 코스가 있다. 또한 갑사에서 용문폭포, 신흥암을 지나서 다시 갑사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동학사에서 출발하여 남매탑, 삼불봉을 보고 동학사로 향하는 여러 가지 코스가 있는데, 우리 일행은 갑사에서 출발하여 용문폭포를 거쳐 신흥암, 금잔디고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가는 코스를 정하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계룡산은 명산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어 새삼 소개가 필요 없지만 이곳을 찾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보면, 사계절 등산이 가능한 곳이다. 전국의 어느 산도 사계절 등산의 묘미를 느끼지만 계룡산은 등산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사계절 즐겨 찾는 코스의 하나다. 산의 전체 능선의 모양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계룡산이라고 불리어진다.

봄에는 동학사 진입로변의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는 데, 해마다 4월 중순경 이곳에서는 벚꽃축제가 개최된다. 여름에는 동학사의 계곡의 신록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며, 가을에는 갑사와 용문폭포에 이르는 주변의 단풍은 자연의 선물로 풍광의 극치를 이룬다. 또한 겨울은 삼불봉 주변에서 바라보는 설경 풍경이 경치 중에서도 백미라 한다.

계룡산의 여덟 곳 빼어난 비경을 `계룡산8경`이라 하는데, 제1경은 천황봉의 일출, 제2경은 삼불봉의 설화(雪花), 제3경은 연천봉의 낙조(照), 제4경은 관음봉의 한운(閑雲), 제5경은 동학사 계곡의 숲, 제6경은 갑사 계곡의 단풍, 제7경은 은선폭포, 제8경은 오누이탑의 명월(明月)이라 한다.

1경인 천황봉은 출입 통제가 되어 일출을 못 보지만, 오늘 우리 일행이 가지 않는 곳인 연천봉에서 만나게 되는 낙조, 관음봉 위를 한가로이 떠도는 구름, 한운은 비경은 찾는 이에게 잠시 속세를 벗어난 듯한 착각마저 준다고 하니 언제가 다시 찾아와 선경(仙境)을 맛보리라.

일행은 갑사 주차장에 내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갑사에 도착하였다. 갑사는 계룡산 서북쪽 기슭에 노송과 느티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명산의 대찰이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연등이 달려 있는 경내를 둘러보고서 본격 등산길에 나섰다.

이정표를 보니 용문폭포가 700m 앞이다. 계곡을 따라 잠시 걸으니 작은 오르막길과 내림막 길이 있고, 그 위쪽에 용문폭포가 나타났다.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이 지점에서 폭포를 이루니 청정수를 쏟아 붓는다. 이 폭포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흘러내린다고 하여 옛날부터 가뭄이 심할 때에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 계룡산 비로봉 아래 위치한 동학사.
▲ 계룡산 비로봉 아래 위치한 동학사.

폭포를 보면서 다시 길을 나서 얼마간 걸어가니 신흥암이다. 산사 뒷 켠에는 산목련이 예쁘게 피어나 우리를 반기고 있다. 산 주변이 석산, 석봉,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나라 산은 설령 명산이 아니더라도 어디에라도 정상이나 그 부근에서는 암반과 그 바위를 뚫고 뿌리내려 자나난 소나무의 멋스런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돌 틈에 뿌리박고 자라나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그 악착같은 생명력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금잔디고개를 넘어 얼마간 가니 삼불봉이다. 이곳의 겨울 설경은 계룡산8경 가운데 2경으로 친다. 지금은 꽃들이 한창 피어나는 봄이라 비록 설경은 구경하지 못하지만 겨울 색에서 완전한 봄 색으로 갈아입고 있는 산을 보면서 계룡산의 봄을 만끽해본다.

만물이 소생하고 떠난 사람이 돌아온다는 대단한 승경을 자랑하는 이곳 계룡산은 20여개의 봉우리마다 명승이고, 주릉이 정말 닭의 벼슬처럼 불끈불끈 솟아나 있다. 봄의 계룡산이 만들어내고 있는 천지조화의 아름다움과 수려함은 정말 자연의 멋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삼불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남매탑으로 향했다. 5층탑과 바로 그 뒤의 7층탑이 오누이처럼 나란히 서 있어 오뉘탑이라고도 불리어지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청량사지 쌍탑이라고도 한다. 도착하여 일행들은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환담을 나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종주해온 산 뒷자락의 풍광을 이야기하면서 남매탑에 얽힌 전설을 주고받는다.

`신라의 고승(상원스님)은 계룡산에서 수도하던 중 사람의 뼈가 목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호랑이를 구해준다. 며칠 뒤 호랑이는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상주에 사는 처녀를 물어다 준다. 스님은 이 처녀를 잘 보살펴 주었는데, 처녀는 이에 감화를 받고 스님에게 연정을 느낀다. 그러나 수도에 정진하는 스님은 처녀의 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님은 고심 끝에 남매의 연을 맺자는 제안을 했고, 처녀는 받아들인다. 그 후 둘은 지금 남매탑 자리에 청량암을 짓고 수도에 정진하다 함께 서방정토로 떠난다. 둘이 입적한 뒤에 제자들이 세운 부도가 지금의 남매탑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남매탑에 얽힌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면서 주변을 살피며 다시 기슭을 따라 걸었다. 여기서 동학사까지는 1.7km 거리다. 오늘 코스는 완전히 산에 등정하는 전문 산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서 산행에 나선 일행들이 자연의 멋진 풍광들을 마음에 담고 여유를 갖는 일종의 사색 여행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편안해지는 것 같다.

통상적으로 등산이라 함은 하이킹, 트레킹, 클라이밍과 백 패킹으로 구별된다. `하이킹`은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 걷기 위주로 한다. `크라이밍`은 암벽, 빙벽, 설벽 등산이 포함된 등산으로 전문산악인들이 주로 하는데, 한 겨울 경상도 청송에서 개최되는 빙벽타기가 그 좋은 사례다. 백 패킹은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야영을 동반하는 등산을 말한다.

그러니 오늘과 같이 우리 일행이 함께하는 트레킹은 어려움이 다소 따르는 걷기로 등산이라고는 하나, 정상 등정보다는 산의 주변 걷기라 할 것이다. 갑사에서 동학사에 이르는 계룡산의 풍경 고운 길을 걸으면서 좋은 시간을 갖는 여행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드디어 종착지인 동학사에 도착했다. 동학사는 비로봉 아래 깊은 계곡, 아늑한 터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인데, 마곡사의 말사로서 비구니들의 전문강원이다. 특히 이곳이 봄철 벚꽃 축제로 각광을 받는 산사다.

▲ 글·사진<br /><br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시기적으로 벚꽃은 지고 있지만 동학사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도로는 4월 초중순경엔 벚꽃들이 만개하여 전국의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경내를 둘러보니 사월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이 달려 석가탄신일 기념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광객, 등산객과 우리처럼 가볍게 트레킹에 나선 단체들이 많고,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계룡산 정봉을 오른 건 아니지만, 주변 풍경을 가슴에 담는 오늘 트레킹은 건전한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움을 갖게 한다. 시간과 계절은 다르지만 `계룡산 팔경`들을 마음에 그리며 산길을 지나오다보면 산등성이 저 너머엔 신선이 살고 있지 않을까 착각마저 들었다. 이것은 자연이 오늘 우리 일행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혼자 생각에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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