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 구절산 철마봉
점점 봄빛이 완연해지는 4월의 봄 등산은 나른해지기 시작하는 사람의 몸에 활력소를 불어넣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주에는 바다를 끼고 자연의 묘미마저 느낄 수 있는 명봉들을 소개한다. 바로 경상도 남쪽 육지의 끝자락에 자리한 고성 구절산 철마봉이다. 구절산은 고성 땅 동쪽인 동해면에 소재하고 있는데, 바다에 우뚝솟은 주머니꼴을 담고 있는 곳이다.완만한 능선타고 오르면 남해 다도해 풍경 한눈에
발길 사로잡는 홍매화·동백꽃, 폭포서 땀방울 씻어
바다와 산이 어울려 주변경관이 뛰어난 이곳은 산악인들에게 환영받고 있는 산이다.
일단 고성을 찾아가는 길은 경북 동해안과 대구지역 쪽에서는 창원이나 마산을 거쳐 충무로 가는 14번국도 길목에 위치한 고성을 찾는 일이다. 그 다음 고성읍에서 다시 동쪽으로 향해 지방도를 이용하면 동해면이 나타나는데, 구절산에 오르는 시작 지점은 곡산이다.
구절산은 해발 559m의 아담한 산으로 산행에 크게 부담이 없고, 대체적으로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르면 어느덧 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오는 정상에 서게 된다. 그곳에서는 남해의 다도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등산 초보자라도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일정에 나와 있는 등산코스는 곡산을 출발하여 구절산봉수대를 거쳐 구절산에 오르고, 대한바위와 철마령(산장고개)을 넘어 철마산에서 남쪽바다의 정취를 살핀 다음, 응암산과 시루봉을 거쳐 종점인 우두포에 있는 부성횟집에 집결하는 비교적 간단한 행로다. 종주거리는 12.7km이고,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오늘은 쉬엄쉬엄 행보해도 좋을 것 같다.
주산인 구절산에 관해 상세히 소개해보면, 구절산은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섬 봉우리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닭의 목처럼 쑥 들어간 당항만이 있고, 남으로는 당동만, 동쪽으로는 창원시 마산의 진동 앞바다가 있으니 동, 남, 북향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그 중심지에 구절산과 응암산이 우뚝 솟아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곡산에서부터 등정을 시작하여 산자락에 오르다가 폭포암 경내에 위치하고 있는 흔들바위를 만났다.
이 흔들바위는 한 사람이 흔들 때나 열 사람이 흔들 때나 똑같은 반응으로 흔들린다.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서 바위흔들기를 시도하고서는 신기한 듯이 함께 온 동반자들에게 알려준다. 흔들바위를 지나서 절벽같은 암반에 양각된 야가여래 불상을 잠시 보고서는 발걸음을 옮기는데, 좌우 산자락에는 홍매화가 지고 있고 그 너머에서 동백꽃이 소박하게 피어나 있는 모습이 곱다. 산 허리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니 구절폭포가 나온다.
이 폭포는 일명 용두폭포 또는 사두암폭포로 불리어지고 높이 10m 정도의 작은 봉 정상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볼만하다.
지금은 가뭄철이라 물줄기가 그리 넉넉하지 못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이 오면 폭포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물방울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씻어낼 시원함을 맛볼 것이다.
폭포 부근에는 자그만 자연굴이 형성돼 있다. 그 오른쪽편이 백호굴이라는 석굴이고, 절벽 왼쪽에는 보덕굴이다. 보덕굴은 사람이 들어가서 100여 명이 한 자리에 앉을 수 있고 곁에는 약수가 솟아나고 있어 등산객들이 들러서 시원하게 맛보는 약수터로도 소문이 나 있어 인기가 있는 장소다.
고성 지역사람들로 보이는 등산객이 잠시 쉬면서, 폭포 부근에 서산대사가 거처 했다는 사두사라는 절터에 현재도 작은 암자 하나가 있다고 가르쳐주건만 그쪽을 향해 확인만 하고 우리 일행은 길을 재촉했다. 봉수대에 이르르자 조금 전에 들은 `곡산 봉수대가 임진왜란 때 크게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침 등산로 길목마다 고성군청의 산불감시원이 지키면서 산불조심해라고 일일이 안내를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 준다. 아직도 일부지역에 가뭄이 있다 보니 산불감시원의 보살핌이 귀중한 산림자원을 지킨다는 생각이 든다.
구절산 가는 암능 너덜 지대에 도달하니 저 멀리 거제와 진해 방향 사이로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시원한 풍경을 보면서 잠시 오르니 일대가 온통 바위층과 키 낮은 소나무들이 뒤엉킨 듯한 기이한 암반이 있는데, 구절산 정봉이 가까운 거리다. 드디어 구절산 정봉에 섰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 서보니 눈 아래 펼쳐지는 다도해의 절경들이 볼 수 있어 등산의 맛과 멋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아무리 코스가 쉽다지만 한 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오르다보면 잠시 쉬고픈 생각이 드는데, 그것도 정봉에서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사월의 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하는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일행들은 바위로 세워진 `구절산 559m`를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고서는 정상에서 남쪽해안의 비경들을 카메라와 눈에 담느라 분주하다.
다시 바위능선 길을 따라 조금 가다가 소나무 숲 내리막길을 지나 장기고개를 넘으니 철마령이고, 이 고개를 넘으면 바로 철마산이다.
철마산정상(396.1m)이라고 쓰인 삼각점을 확인하고서는 정상에서 산과 바다의 정취를 살폈다. 구절산의 정봉에서 보는 풍경과 느낌이 비슷하다. 일행은 다시 갈 길을 재촉하여 응암산으로 향하는데, 군데군데에 코스 안내표지판과 산불조심 깃발이 있어 쉬운 코스에 마음마저 가볍게 해준다. 응봉산 정상에는 정상표지로 말뚝형 쇠봉 팻말이 하나 있었는데 특이했다.
응봉산에서 잠시 머물다가 오늘의 마지막 정봉인 시루봉으로 향했다. 시루봉에 올라보니 앞서 오른 구절산, 철마산, 응암산 정상에서 살펴본 풍경들, 시원하게 트인 바다나 멀리 또는 가까이 보이는 정경들이 아기자기하다.
시루봉 정봉에도 응암산에서 봤던 쇠봉 표지가 꽂혀있었다. 오늘 마지막 등정코스인 시루봉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봄이 타는 계절의 향연을 만끽했다. 시루봉에서 조착지인 우두포까지는 2.7km이다. 일행은 힘이 아직 남아있는 듯 빠른 걸음길로 우두포로 향했다.
우두포는 마을 서편에 있는 작은 반도가 마치 소머리(牛頭) 형상을 하고 있어 붙인 이름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어촌이다. 마을 옆 바다를 끼고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는데, 이 해안 길은 어느 기관이 조사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잘 정비된 그 길을 타고 귀가하는 마음이 흐뭇하기만 하다.
등산의 묘미는 풍경을 보고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등산인의 마음속에 있다. 자연의 풍광은 산야 자체도 좋지만 산과 바다가 함께 맞닿은 어울림이 운치를 더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많으므로 `자연을 가꾸고 지키는 게 인간의 의무`임을 깨우치는 일이 매번 등산을 통해 얻는 교훈이다.
봄볕 좋은 하루, 완만하게 산세를 이루며 산과 바다가 어울린 고성 동해면 일대의 네 개 정봉을 탐닉하고서 하늘인 듯 바다인 듯, 묘미를 맛본 이번 등산은 그 뿌뜻함이 가슴에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