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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 봄바람에 실려온 성춘향·이몽룡의 사랑이야기

등록일 2013-03-29 00:16 게재일 2013-03-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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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춘향골 천황산
▲ 만행산으로 더 알려진 천황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봄이 시작되는 3월의 등산은 나름대로 멋이 있다. 계절은 봄이지만 산상의 날씨는 이와 달라서 겨울과 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한난의 변덕을 반복한다. 이를 즈음에 산에 오르면 두 계절을 동시에 맛보는 기분이 든다. 전북 남원은 춘향에 관한 전설이 많이 얽혀 있는 곳이 많아 흔히 춘향골이라 부른다. 이렇게 이름나 있는 춘향골인 남원은 남쪽지역 일부가 남한의 명산 지리산 산등성이와도 맞닿아 있고 가볼만한 높고 낮은 산들이 꽤 많은 곳이다.정상 올라서면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 한눈에`

4월되면 철쭉 군락지 `인기`… 춘향祭도 관람 `일석이조`

남원의 명산으로는 남한의 두 번째 고봉인 지리산(1천911m)이 늠름한 기상을 보이며 으뜸산으로 치는 것은 당연하고, 1천m가 넘는 산만하여도 만복대(1천433m), 바래봉(1천165m), 덕두산(1천150m)가 있다.

이번 산행에서 오른 남원시 보절면에 소재한 천황산은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등산인에게는 널리 알려진 산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명산이다.

전주~남원간 도로상에서 오수 부근에서 남원 보절면 방향으로 유난히 뾰족 솟은 산이 바로 천황산이다. 일명 만행산으로도 불리어지고 있는데, 요즘에 들어 일반인들에게는 천황산보다는 만행산으로 더 알려지고 있다. `만행`은 만가지 고행 속에서 진리를 얻었다는 뜻이다.

만행산의 높이는 909.6m로 남원의 동북부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보절면과 산동면에 걸쳐져 경계상에 우뚝 솟아있다.

▲ 고찰 귀정사.

정상에 오르는 등산코스는 대략 세가지 방법인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보절면 소재지에서 용동마을로 가서 상사바위를 거쳐 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귀정사를 거쳐 대상리로 하산하는데 총 거리는 11.3km이고 종주시간은 대략 5시간이 소요된다.

산동면 소재지에서 가는 방법도 있는데 연대암을 거쳐 도중에 있는 고찰 귀정사를 구경하고 난후에 산 정상인 천황봉의 풍경을 보고서 다산을 경유하여 산동면 소재지로 하산하는 코스인데, 종주거리는 13,9km이고 시간은 대략 6시간 반이 소요된다.

이번 산행에서 일행은 두 가지 등산코스와는 다르게 제3코스인 보절면 소재지에서 출발하여 용동을 거쳐 용동폭포를 보고 아흔아홉계곡을 밟아보고서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서 철쭉 숲과 상사바위(820m)를 지나 정상에 올랐다. 하산하는 길은 천황봉재로 내려와서 귀정사를 둘러보고 신기교를 통해 산동면 소재지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였는데, 종주코스의 길이는 12.8km이고 6시간이 소요되었다.

매번 주말을 이용하여 함께 등산을 해 보아도 같은 산이라도 등산 코스에 따라 보이는 풍경과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다르다. 지난번에 다녀온 바다가 있는 풍경도 물론 멋이 있지만, 산들로 구성되고 즐비한 봉오리를 보는 감흥 또한 새롭다. 산세가 가파르거나 완만한 등성이를 타고 오르면 마치 인생살이의 구비가 있는 듯하다.

산의 등성이마다 짧은 구간이지만 난코스들이 있어 초행길에 나선 등산애호가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번의 남원 천황산 코스는 잘 닦아놓은 등산로가 초행길이지만 어려움 없이 단숨에 정상까지 오르게 한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아흔아홉골에 이어 터 자리잡고 있는 용동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기대했지만 갈수시를 만나 폭포의 기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이거나 우기가 지나고서 물줄기가 시원한 폭포를 보면 한 폭의 수채화를 담는 듯한 경치는 운치가 깨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이곳은 봄철의 철쭉 군락지로도 이름나 있다. 철쭉이라 하면 군락을 이루어 있는 곳은 어느 산이든 마찬가지일 테지만 아직 완연한 봄이 아니어서 망울을 한창 만들어가고 있는 군락지의 철쭉가지를 보고 있으면 이제 곧 4월이면 절정기에 올라 꽃망울을 터트리고 상춘객을 맞이하는 만행산 철쭉철이 되면 아마 춘심을 억제하기 힘 드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 등산 안내표지판 앞에선 필자.

제철을 만난 철쭉철은 아니지만 철쭉 군락지의 여기저기서 움이 트는 소리를 들으면서 걷다보니 천황산 서쪽편인 상사바위에 머문다. 보현사 뒤쪽으로 우뚝 서 있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인 상사바위인데, 이 바위는 만행산 등산 중 경관으로 손꼽히는지라 필수적인 등산코스로 필수적이다.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과 정령치·고남산·백운산·덕유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팔공산, 서쪽으로는 보절면의 들녘, 남쪽으로는 교룡산·풍악산·문덕봉·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펼쳐진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남쪽 산자락을 내려오니 귀정사가 눈에 들어온다. 본시 귀정사의 이름은 만행사였다. 전해져 내려오는 옛 이야기에 따르면, 백제 때 한 고승의 설법에 취해 왕이 3일 동안 이 사찰에 머물렀다고 하여 귀정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는 비구니사찰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남원의 천황산(만행산) 등반에서는 지역이 춘향의 고장 남원이라서 그런지 산에 오르거나 내려오면서 성춘향과 이몽룡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아 화제에 올렸는데, 이쪽을 등산하고 나서 남원 시내에 들려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 담긴 광한루를 볼 수 있어 안성맞춤의 코스인데, 누구든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다.

올해에는 4월 26일~30일까지 춘향제가 열리는데 벌써 83회째를 맞이한다고 한다.

이 시기에 맞춰 등산을 하게 되면 만행산의 철쭉 절경과 함께 상사바위에 피어난 봄의 정취를 물씬 맛보고 또한 춘향제까지 곁들어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도령과 춘향의 애틋하고도 고결한 사랑이야기 춘향전은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가슴속에 감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춘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번 등산에서도 직접 광한루를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젊은 남녀의 사랑을 보는 듯하여 이번 만행산 등산이 로맨틱하게 묻어났다. 봄빛이 성큼 다가온다.

손경찬/수필가 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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