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와 맞닿은 대미산
새벽에 내린 비로 인해 꽃과 나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오늘의 봄 산행은 출발부터 기분이 산뜻하다.
산행 코스가 충주호수를 끼고 있는 대미산이고, 산세도 완만하여 가벼운 마음이 든다. 그다지 험한 행로가 아니어서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봄빛의 향연만큼이나 산행이 부드럽다.
대미산은 충주 동남쪽에 자리한 산으로 충주호와 맞닿아 있는 산이다. 지역의 관광 명소인 충주호의 풍광은 봄이나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이 일품이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높고 낮은 산의 모습도 특이하다.
산세 완만해 등산 초보자들에 안성맞춤호수 둘러싼 높고 낮은 산·소나무 절경 일품
충주는 중부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중원으로 주변이 온통 산으로 뒤덮여 분지의 형상을 띤 지역이다. 동부는 태백산지, 북서부 차령산지, 남동부 소백산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다양한 고도의 이름난 산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의 유명한 산으로는 월악산(1097m), 포암산(961m), 신선봉(968m) 대미산(678m) 등인데, 제천의 월악산이 있어 충주호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을 통틀어 월악(月岳)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등산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묏봉이 이 있으니 바로 악어봉이다. 악어봉은 대미산 자락에서 충주호를 내려다보면, 호수에 맞닿고 있는 산의 모습들이 마치 악어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형상을 닮고 있어 `악어봉`이라 부르는데, 작은 악어봉(448m)과 큰 악어봉(559m)으로 나눠진다. 일반 등산인들이 이용하는 코스는 대체적으로 충주호에 자리잡은 월악도토리묵집의 도로 옆길이 대미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이용한다.
작은 악어봉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이고, 그곳까지만 치면 왕복으로 1시간 남짓하면 등산할 수 있어 충주호를 구경나온 사람들도 가볍게 자주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이곳 대미산과 주변의 악어봉은 지역 산꾼들과 사진작가들에게 조금씩 알려져 오다가 방송에 소개된 이후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정상 등산로가 아니고 비탈면이 다소 많아 초행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아 다소 불편한 점도 있어
충주 대미산 등산 코스는 작은 악어봉을 거쳐 악어봉 정상에 올랐다가 대미산을 보고는 하산하는 길에 몽선암을 경유하여 내사2동 마을회관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 길이다. 산행거리는 약 15km 정도로 5시간이 소요되고, 큰 악어봉에만 올랐다가 출발점인 도토리묵집으로 하산하게 되면 3시간 남짓 걸리게 된다.
참고로 같은 이름인 대미산은 경북 문경에도 있는데, 하늘재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다가 첫 번째 만나는 봉우리가 포암산(961m)이다. 주변의 월악산, 신선봉, 조령산, 주흘산과 함께 조령 5악으로 불리어지고, 대미산(1115m) 정상을 지나 북쪽으로 가다보면 산길이 90도 각도로 꺾인 곳이 바로 문수봉에 오르는 갈림길로 문수봉(1162m)은 월악의 최고봉이다. 산을 타고 내려오다가 다시 북쪽으로 향하다보면 충주의 대미산을 만나게 된다.
오늘 일행이 선택한 충주 대미산으로 오르는 길엔 능선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가 거친 것이 조금 흠이긴 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신경을 써서 등산로 팻말과 이정표 안내라도 했으면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인데 그렇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던 중 중턱에서 자리한 소나무의 멋진 자태에 잠시간 무거웠던 마음들이 쉬 사라진다.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선구자` 노래가 떠오른다.
◆대미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의 멋진 소나무 풍경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혜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혼자서 나직이 노래를 부르고 나니 저 밑에 보이는 호수가 마치 강물이 되고, 그 강가 옆에서 선구자들이 말달리는 환상까지 겹친다. 이는 한 마디로 멋스럽게 자란 소나무의 모습이 빼어나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잠시 혼자서 소나무 자태의 묘미에 취해있는 사이에 함께 온 지인들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는 소나무의 색깔에서 계절은 내색하지 않지만 여지없이 찾아오는구나 하고 느꼈다.
소나무 절경을 보며 힘을 얻고는 다시 산행 길을 재촉하여 대미산 정상에서 올랐다.
큰 악어봉에서는 산과 맞닿은 충주호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충주호수에 뛰어드려는 형상의 악어들을 조망하기엔 다시없는 장소다. 오늘은 호수주변으로 엷은 안개가 피어나 희미한 광경에 아쉬움도 묻어나지만, 그 반면에 안개로 인해 신비감에 쌓여있는 것도 매력이다.
정상에서 충주호를 내려다보고 악어형상의 형상들을 보고 다시한번 감탄을 내뱉고, 시선을 돌려보니 건너편 월악산의 또 하나의 자랑인 여인상이 시야에 들어와서 한참동안 눈여겨보았다. 한편으로 충주호의 물이 많이 줄어들었고, 산자락 사이로 도로와 다리가 훤히 보이면서 인간의 편리성 때문에 자연이 훼손되는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산행팀 가운데 일부는 오던 길을 되돌아 하산하고, 나머지는 순로 코스를 따라 산행을 계속했다. 대미산에서 하산하는 산자락에 작은 암자인 몽선암이 있다.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절터를 일러줬다고 해 이름을 몽선암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몽선암이란 절의 이름이 가슴으로 다가오며 아늑한 분위기로 젖어들게 하는 묘함이 있다.
특이한 점은 석불 두 점이 있는데, 대웅전에 자리한 석불은 풍상에 마모된 부분이 많다. 또한 바깥 화단에 있는 석불은 맷돌 비슷한 것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상인데,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을 무겁게 견뎌왔음은 고행을 몸소 이루려는 수행의 자세를 인간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촉촉한 봄비가 내린 후 봄의 색깔이 오후에 들어 더욱 진하게 배어나는 자연을 만끽한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악어봉에서 내려다 본 충주호의 악어다. 그곳 정상에서 악어 형상을 하고 있는 충주호변의 야트막한 산들을 내려다보면서 모처럼 가져보는 마음의 여유다.
산세와 호수가 만들어내는 자연미의 악어 형상은 마치 살아 꿈틀거리며 호수로 뛰어드는 듯한 착각마저 준다. 이렇게 자연이 빚어낸 풍광은 인위적인 어떤 작품보다 월등함이니 산행하면서 배우는 공부다.
자연의 무한함이 인간의 유한함을 깨우치게 하는 산행은 그래서 필자에게 매번 주말을 기다리게 하며 맘 설레임으로 다가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