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서 보내온 편지(7) <br>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은 변하지만<br>부모님·가족에 대한 그리움 변치않아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우리 땅의 오른팔, 독도를 지키고자 잠시 집을 떠난 아들 승택입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큰절을 올리며 현관문을 나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독도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을 한 번씩 보낸 셈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주변의 많은 것이 변하고 저 또한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변치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집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름 그대로 외로운 섬 獨島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간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과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영롱한 별들이 박힌 밤하늘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동해를 사이좋게 건너가는 수백 마리의 괭이갈매기 떼와 저희와 함께 독도를 지키는 삽살개, 독도에 와서 새로 사귄 이 친구들을 부모님께 소개해 드리지 못하는 점도 애석합니다. 이런 아름답고 소중한 곳을 지킬 수 있도록 저를 믿고 보내주셔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식구들은 대부분 자원해 온 만큼 독도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대단합니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이 강하고 특기도 다양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365일 24시간 차디찬 바닷바람과 싸우며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저 또한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도록, 독도를 수호하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요즈음은 관광객이 많아 울릉도에서 여객선이 자주 독도에 들어와 탐방객들을 볼 때 육지 생각, 고향 생각이 날 때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아들로 독도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부모님,
고등학생 시절에 늦은 시각까지 돌아다니고, 대학에 다닐 때는 집에서 나와 홀로 생활도 해봤기에 저 스스로 이미 다 컸고 독립할 수 있겠다고 자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것이 객기였음을 느낍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부모님께 수화기를 드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집으로부터 팔 백리 이상 떨어진 이곳에서조차 아직도 부모님의 사랑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늘 깨닫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항상 저의 든든한 힘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부모님의 든든한 아들이 되어 돌아가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 충성!
아들 승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