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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소대 고영석 일경

등록일 2013-03-25 00:23 게재일 2013-03-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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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서 보내온 편지 ⑶  <br>성난듯 너울대다 쥐죽은듯 고요해지는 바다<br>자연의 섭리 목도하며 세상을 배워갑니다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독도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입니다. 군대에 입대하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어느새 일경으로 진급도 하고, 늘 머릿속에 상상만 하던 그`독도`에 와서 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항상 어리고 문제만 일으키던 제가 군대에 와서 좀 더 어른스러워져 가고 또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이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이곳에서도 들립니다. 환절기인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부모님, 아들 걱정은 하지 마십시요. 바다 한가운데 섬이라서 춥고, 외롭고 힘들긴 하지만 항상 밝고 활기찬 저희 소대원들과 어울리며 나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키고 있습니다. 독도도 이제 어느 정도 정이 들기 시작했고요. 독도에 있으니 독도 소식 좀 전하겠습니다. 독도에 처음 발을 디딜 당시 참으로 설레였습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 독도는 바다 한가운데 작은 외로운 돌 섬이었는데, 지난 3월 6일에 입도해서 독도를 직접 보니 생각이상의 큰 섬입니다. 특히 독도는 늘 함께하는 괭이갈매기들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독도에 내려서 본 첫 광경은 밝은 햇빛, 아무나 쉽게 입도를 허용치 않는 파도, 괭이갈매기 등 정말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사방의 파도는 장난이 아닙니다. 순식간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너울거리고 파도 높이도 건물을 잡아 삼킬 듯한 자세입니다. 이때문에 독도 입도는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독도에 입도 한 후 첫 번째 울릉도에서 관광을 싣고 들어온 여객선이 독도에 접안 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특히 이른 봄 독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접안이 어렵다 합니다. 그래도 24시간 파도가 성나 있는 건 아닙니다. 쥐죽은 듯이 고요할 때도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이곳에 와서 눈앞에서 목도하며 세상을 배우는 중입니다.

독도에서 괭이갈매기는 우리들의 친구입니다. 그놈들은 수시로 저희들 머리위에 실례하기 일쑤며 가깝게 다가와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문명에 노출됐지만 예전의 아마존에는 동물과 토착민들이 어울려 살았다는데, 아마도 지금의 독도가 그 모습인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을 꼭 독도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독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 번쯤 와 볼 가치가 있고 우리나라가 꼭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그런 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요즘 시간날 때마다 제 미래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군대를 제 나이 또래들보다 조금 일찍 온 탓에 남들보다 사회에 빨리 나가야 해 취업을 비롯 준비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되고자 하는 꿈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경찰이 된다면 어떻게 이 사회를 위해 봉사할지 고민도 간혹 혼자서 해봅니다. 즐거운 고민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요즘 저는 근무 시간 외에는 영어 공부와 한국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독도에 와서 저는 특히 한국사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독도에 무지했던 저가 지금은 적어도 독도 역사 등은 꿰뚫고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독도로 오기 전에 강력한 체력훈련 및 전술 훈련도 받아 몸도 튼튼해졌습니다. 이곳 독도에서 강건한 사나이가 돼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 곁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남들이 흔히 하는 ,`군에 갔다 와야 인간된다`는 말을 요즘 실감합니다. 이제 군 생활은 1년 조금 더 남았습니다. 인생의 전환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 사랑합니다.

-독도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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