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서 보내온 편지 ⑵<br> 독도 진객 괭이갈매기는 대원들의 벗<bR> 채송화·제비쑥도 봄마중 채비에 한창
독도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독도의 봄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인사 드립니다. 울릉경비대 소속 독수리 지역대장을 맡은 독도경비대장 윤장수 경감입니다.
근무 교대로 지난 5일 부대원들과 독도에 입도한지 이제 2주일 가까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50일 동안 독도 경비를 책임지는 것이 저희 임무입니다. 저는 이번이 3번째 독도 근무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저는 다른 때처럼 입도 전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독도를 수호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와서 그랬던 듯합니다.
독도 교대 당일, 일어나니 새벽 4시였습니다. 곧바로 밖으로 나가보니 겨울 어느 때보다도 날씨가 맑았습니다. 우선 안심이 됐습니다. 날씨가 좋아야 독도 접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개월여 동안 소비할 부식 등 각종 물품을 부대에서 싣고 울릉도 사동항까지 이동해 독도평화 호에 물품을 선적하고 쾌청한 날씨 속에 드디어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사동항을 떠나 독도에 도착했습니다. 늘 이곳에 오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독도 입도야말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만큼 독도는 쉽사리 입도를 허락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어렵사리 이곳까지 왔지만 우리 국토의 막내 땅에 발을 디디지도 못하고 돌아갑니다. 시시각각 기상 변화가 심하고 접안조차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 탓에 저희들도 독도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이 섬이 새롭고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독도에 도착하니 저희 부대원들을 제일 먼저 반긴 것은 독도의 진객 괭이갈매기였습니다. 괭이갈매기는 매년 3~8월께 독도의 암벽·풀섶에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천연기념물로, `꽈아오` 또는 `꽉 꽉`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이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독도에서 서식하는 슴새나 바다제비보다 개체 수가 많은 독도의 진객인데, 요놈들은 벌써 하늘을 뒤덮어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또 가리지 않고 방문객의 머리 위에 배설물을 실례하는 그릇된 예절도 여전했습니다. 요놈들이 독도경비대 주요 시설물 이곳저곳에 배설물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우리 독도경비대원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벗이 되어 주기도 해 이제는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때론 그 노는 모습들이 귀엽고 어여쁘기도 합니다.
저희는 항상 임무교대 때마다 `독도는 우리의 심장이다`라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고 들어옵니다. 일각에서는 신세대들로 구성된 부대라고 다소 염려하시는 분도 있으실 줄 모르나 어느 부대 못지않게 정신력과 체력도 강하고 전투능력도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비좁은 이곳에서 대원들끼리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서로 외로움을 보듬어주는 것을 보면서, 각자 집에서는 부족함 없이 물을 썼던 대원들이 한번 사용한 물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가 하면 켜져 있는 전기 한 등을 아끼는 모습속에서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아들 중에 진짜 아들, 사나이 중에 진짜 사나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수·경칩이 지나 육지에서의 봄 소식도 전해 오지만 이곳 독도는 아직 땅 채송화·제비쑥 등 겨우내 땅속에서 봄을 준비했던 독도 자생식물들이 더디게 봄 마중 준비를 하고 동해의 겨울 바닷바람이 경계근무를 하는 대원들의 방한복을 여미게 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나 따스한 봄에나 우리의 주권하에 있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이며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 있는 소중한 곳으로서 독도경비대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