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혹독한 겨울 독도, 절전·절수로 이겨내 <br>한 점 흐트러짐 없는 경비만이 우리의 책무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중앙정부 인사가 참여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터무니 없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의 독도를 향한 도발이 거세질수록 우리 땅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영토수호 의지는 더욱 단단해진다.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사계절 독도와 함께 생활하는 경비대원들의 각오와 소회를 경북매일 지면을 통해 정기적으로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독도경비대장 김병헌 경감(울릉경비대 소속)입니다. 3·1절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저를 포함함 독도경비대원들은 3·1절을 맞아 포항 등 뭍에서 열린 기념행사와 전국 곳곳의 만세 소리를 전해 듣고 각오를 더욱 새롭게 했습니다. 그리고 선조들이 지켜 온 국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결의를 굳건히 했습니다. 대원 모두가 어떤 일이 닥친다 해도 열과 성을 다해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내겠다는 각오입니다.
국민여러분, 뭍에서는 지금 봄 기운이 땅을 박차고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이곳 독도는 아직은 겨울입니다.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은 여전하고 2일에는 집 채 만 한 높은 파도가 독도를 마치 삼킬 듯이 하루 종일 다가왔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야생초 등 이곳 독도의 생태계는 봄을 맞이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 이곳도 머잖아 봄이 찾아오리라 여겨집니다.
저는 2008년 독도경비대장으로 부임해 5년간 9회에 걸쳐 근무하고 있습니다. 독도에 머문 기간은 18개월 가량 됩니다. 자화자찬 좀 하자면 독도의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모두를 경험한 유일한 독도대장이기도 합니다. 계절마다 근무에 난관이 있지만, 세찬 바다 바람과 맞서야 하는 겨울 독도 생활은 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독도의 매서운 겨울바람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람이 날아갈 정도이고, 파도는 접안지역을 집어삼킬 만큼 높게 일어 급수시설인 조수기의 가동을 멈추게 하기도 합니다. 독도는 발전기를 자체적으로 가동해 모든 중요 장비와 조수기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혹독한 날씨와 염분으로 인해 발전기 가동이 중단되기 일쑤여서 최대한 물과 전기를 아껴 생활해야 하는 계절이 겨울인 것입니다. 따라서 독도에서는 물 아껴 쓰기 교육은 필수입니다. 그런 탓에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경비대원들 경우 첫 겨울 독도근무 적응에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독도에서의 절수 교육은 앞으로도 여건상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 할 사안입니다.
겨울 독도에서는 외로움도 이겨내야 할 항목입니다. 혹독한 날씨로 인해 울릉도~독도 간의 여객선 운행이 중단되다보니 바깥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혹자는 방문객이 없어 경계근무만 하니까 방문객이 많은 여름보다 편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경험으로 미뤄 사람은 역시 서로가 부대끼며 살아야 외롭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도의 겨울 계절에는 대원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는가 하면 여러 계획을 세워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합니다.
지난주에는 대원들과 함께 섬 주변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파도에 쓸려온 온갖 쓰레기와 몽돌 등을 깔끔하게 치우면서 경건하게 3·1절을 맞았고 봄 맞이 준비도 거의 마무리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독도는 아주 깨끗합니다.
독도경비대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밤낮없이 동해를 바라보며 경계 근무를 하고 있고, 또 레이더와 열영상 장비로 해상관측을 한 점 오차 없이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면서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억지도 이만하면 올림픽 금메달감입니다. 저희 독도경비대원들은 지난달 22일과 3·1절을 맞으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시 떠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차분하게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힘들었던 50일간의 독도근무가 곧 끝이 납니다.
독도 근무는 50일을 주기로 돌아가며 근무합니다. 새로 교대해서 들어올 예정인 예비대의 대원들은 지금도 울릉도에서 독자적 전술훈련에 대비해 서바이벌, 특공무술 등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독도 입도 전 전술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독도로 입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대원들은 오늘도 훈련으로 고생하고 있을 다음 부대 동료들의 원활한 생활을 위해 요즘 시설물, 중요장비, 각종 업무수칙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습니다. 50일 동안, 살을 파고드는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불평의 말 한마디 없이 성실하고 철저하게 경계근무를 이행해준 저희 소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