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서 보내온 편지 ⑹<br> 철없던 아들이 늠름하고 성숙해져<bR>아름다운 독도 보여드릴날 꼭 왔으면
부모님께
평소에도 이렇게 부모님께 편지를 쓰지 않았던 아들이 군 생활 중 독도에서 편지를 올립니다. 입대를 하고 나서 독도경비대로 자대배치를 받았다며 전화로 말씀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휴가 중에도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이렇게 글로써 저의 마음을 대신해 봅니다. 현재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최동단 독도에서 국토를 수호하며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만, 그전에 부모님의 아들로서 부모님이 생각나고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하나뿐인 외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제가 부대에서 잘 적응하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으실 텐데 저는 입대 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성숙해졌습니다.
독도에 오기 전 울릉경비대에서 체력, 각종 대비훈련과 운동을 통해 육체가 몰라볼 정도로 변화됐고 선·후임들과 잘 지내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같이 고민하고 힘들어 할 때는 위로해 주고 서로 도와가며 생활하면서 철없고 이기적인 모습을 버리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아들 걱정하지 마시고 달라진 아들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계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부모님과 떨어져 있으니 제가 더 부모님 걱정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뉴스를 통해서 서울에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춥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실까 감기에 걸리시진 않았을까 추운데 고생하시며 일하시는데 끼니는 챙겨 드셨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항상 몸조심하시고 제대하는 날까지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요즘 독도는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조금씩 풀려서 여객선들이 자주 드나들고 있는데 접안지에 내려가서 독도에 찾아온 관광객들을 볼 때면 부모님께도 독도를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며칠 전에 전화를 드렸을 때 제대하기 전에 한번 면회를 오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꼭 부모님께도 독도를 보여 드리고 소개해 드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독도는 경치가 정말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면 정신이 확 깰 정도로 아름답고 저녁노을도 정말 일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별을 바라볼 때가 가장 좋습니다. 서울에서만 살아서 밤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모습은 처음 보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별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독도에서의 생활에 대한 얘기를 더 드리자면 독도는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기에 항상 안전에 주의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몸이 날아갈 정도의 강풍이 불어올 때면 건물 밖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에 파도가 요동치고 접안 지까지 뒤덮는 것을 볼 때면 자연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 무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안전에 유의하면서 지내고 있고 개인시간에는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있는데 아직 말씀드리기에는 이르지만 새로운 작은 목표가 생겨 공부도 열심히 하고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기에 제대하고 기쁜 소식을 부모님께 전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여름 입대전과는 다른 늠름하고 성숙해진 아들의 모습으로 인사드리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독도수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