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서 보내온 편지5<br>매일 강도높은 훈련으로 굵은 땀방울<br>철부지 막내서 어엿한 애국청년으로
훈련소 면회 날 난데없이 독도에서 근무하면 무척 멋있을 것 같다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막무가내로 독도경비대에 지원한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데 시간이 어느덧 이렇게 흘렀습니다.
동해 외로운 섬에서 촛불 꽂은 케이크 없이 생일을 두 번 맞이하는 동안 철부지 막내아들도 이제는 어엿한 대한민국의 애국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아직도 몸만 커졌을 뿐 어린아이나 다름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계시는 부모님께는 바다 한가운데서 근무하고 있는 제가 글자 그대로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걱정되시겠지요. 갖은 응석을 부리며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던 막내아들의 부재로 적잖이 허전하기도 하실 것 같습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 못난 아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무슨 변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노심초사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을 위해, 이 못난 아들이 걱정을 달래들이기에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이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렇게 편지 한 장 올립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이 곳 독도. 독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낮에는 하얀 괭이갈매기들이, 밤에는 밝게 빛나는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바다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맑은 빛을 내고 그 위에 물드는 석양은 바다의 낭만을 그대로 담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독도수호라는 사명을 받고 왔기에 감상에만 빠져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저희 독도경비대원들은 365일 24시간의 철통 같은 관측경계, 레이더감시근무를 유지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파도가 치나 매서운 바닷바람 아래 독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매일 강도 높은 훈련 속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말입니다. 때때로 몸이 힘든 것보다 외부와 단절된 외로운 섬에 있다는 답답함과 보고 싶은 이들에 그리움이 대원들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며 하루하루를 힘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다 문득 어릴 적 부모님께 했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독도는 누가 지켜요?` 질문에 대한 답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명확한 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만약 훗날 누군가가 제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도는 믿음직스러운 내 전우들과 후임들이 있는 독도경비대가 잘 지키고 있다고, 독도를 자신들의 심장이라고 생각하며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은 멋지고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이라고 말입니다.
독도를 지키는 막내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