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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마지막 삶 정리 돕는 곳 ‘호스피스 웰다잉’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모진 세월을 경험한 어른들은 지금 세월이 태평성대라 입을 모은다. 요순시대도 부럽지 않은 이 좋은 세상을 두고 가려니 눈을 감을 수 없다지만 죽음은 그 누구에게도 거부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끼니 걱정이 해결되고 문화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삶의 질도 달라졌다. 그 모진 세월을 버텨 온 어른들이 이제 웰다잉을 꿈꾼다.구순 가까운 지인 어머니가 오랜 시간 혼자 통증을 버티시다 딸에게 병원에 데려가 주길 원하셨다. 결과는 간암 말기였고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연로하신 탓에 수술도 치료도 힘든 암은 어머니의 남은 생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 소견에 딸이 그간 많이 아팠을 텐데 왜 말하지 않았냐 하니 “아프다고 하면 요양병원 보낼 거 아니냐. 코에 호스 꽂고 살기 싫다. 그냥 집에서 죽으련다.” 하신다. 그 통증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딸은 고심 끝에 요양병원이 아닌 호스피스병동을 찾아가 상담했다.웰다잉(well dying)이란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행위를 말한다. 말기 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여야 만 갈 수 있는 호스피스병동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유와 위로를 제공한다. 전문적인 팀이 포괄적인 의료, 정서적, 영적 지원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추고 환우(患友)의 증상관리, 통증완화, 생활의 질 향상으로 고통 없이 존엄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지역에는 포항성모병원과 포항의료원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있다.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봉사자로 있는 임정자님은 봉사 당번인 월요일은 왠지 모를 뭉클함으로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받다가 봉사를 하게 되었다. 봉사를 하기 전에는 호스피스병동은 그저 말기 암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고만 인지했지만 통증완화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시간까지 삶의 질을 높이며, 살면서 맺힌 응어리와 불편했던 가족관계 등등을 풀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란 걸 알았다.환우들은 그녀의 정성스런 발마사지에도 통증이 잦아드는 듯 편안히 잠이 들고, 가톨릭 신자인 그녀가 성가를 조용히 불러주면 믿음에 구애됨 없이 힘없는 팔로 엄지 척을 하며 한 번 더 불러달라고 검지를 펼칠 때 뭉클함이 인다고 했다. 연명치료를 권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스스로 호스피스병동을 찾았던 환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먼저 하늘나라 가서 정말 멋있는 찻집과 맛집을 알아놓고 기다릴게요. 뒤에 오시면 마중 나올 테니 거기서 만나요.”라고 말한 다음날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그 환우를 보며 어떤 봉사보다도 충만한 행복을 주는 호스피스병동 봉사는 이미 그녀에게 중독을 안겼다.6월 20~21일에 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 신규 자원봉사자 모집 및 교육이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심이 있거나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교육비는 교재포함 3만원이다.엄마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차마 전할 수 없다며 지인은 울먹인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며 연명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더 힘들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 웰다잉의 첫 단추인 죽음에 대한 인지부터 수녀님이 함께 도와주신다하니 호스피스병동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6

수도권으로 향하는 대구·경북 청년들

대구·경북 지역의 청년들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몰리고 있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의 감소로 그들의 삶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교육과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청년 1인 가구의 증가와 취업 실패,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그들의 삶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국가통계포털자료(2023)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한 20대 청년은 60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임금, 고용률, 경제성장률에서 격차가 커지면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학 진학, 문화와 의료서비스까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지난해에 1만4000여 명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인구의 순 유출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청년들이 수도권행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문제이다. 대구·경북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 분야, 교육서비스업에 일자리가 몰려 있다. 반면 수도권의 지난해 상반기 청년 취업자를 보면 정보통신과 전문 과학기술 및 기술 서비스 등의 고임금 일자리에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4월,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청년 인구가 점점 감소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 취업자의 임금이 300만 원 이상인 비율과 상용근로자의 비중이 수도권에 비해 각각 13.1%와 3.4% 낮았다.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역의 열악한 상황은 자연히 일자리 만족도도 낮게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은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덩달아 지역의 산업은 인력 부족을 겪으며 경쟁력 또한 약화되고 있다.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부나 각 지자체들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를 위한 글로컬 대학 지정과 대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청년 지원 사업들이 있다. 그중 청년 마을을 들 수 있다.청년 마을은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 탐색, 일거리 실험, 지역사회 관계 맺기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전국의 39개 청년 마을 중 경북에는 8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가 조성되어 있다. 가자미 마을(경주)을 시작으로, 뚜벅이 마을(영덕), 취하리(영천), 생텀 마을(예천), 달빛탐사대(문경), 뮤즈타운(고령), 로컽 러닝랩(의성), 054마을(상주)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경주 감포의 가자미 마을은 서울 사는 청년에게도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 위한 곳으로 인기다.경주가 고향인 청년들도 서울행을 포기하고 고향 근처인 감포의 가자미 마을에 남았는데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어 기쁘다”며 만족해했다. 가자미 마을은 지역살이를 통해 10여 명의 청년들이 창업을 하거나 취직하는 성과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꼽는다.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문제가 화두인데 이처럼 지역과 도시의 협업을 통해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삶의 만족도 또한 올라가지 않을까./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4

공암창벽을 거닐다

풍벽의 경치가 보기 좋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청도 운문면 공암리 복지회관 주차장이 출발점이다. 포항에서 청도로 가는 길을 검색하니, 건천까지 산업도로를 달려 산내를 지나서 가는 길이다. 날씨가 화창하고 다니는 차량이 한적한 곳이라 자전거 동호회가 오르막길을 힘차게 오른다. 달리는 자전거에서 보는 풍경이 사람들을 이 길로 오게 만든다.공암리에 다다르니 운문댐이 만든 호수가 펼쳐진다. 운문호는 1996년 4월 13일 태어났다. 그때 청도군 운문면 일대의 일곱 개 행정 구역이 수몰되었다. 호수는 운문의 많은 마을과 길들을 삼켰지만, 그 물가에는 새로운 길도 생겨났다. 운문호반 에코 트레일이다. 출발은 청도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운문면 공암리다.공암풍벽이라는 멋진 이름의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공암(孔巖)은 구멍 난 바위라는 뜻이다. 청도 구룡산에서부터 흘러온 산자락 끝에 예부터 용의 머리라 불려 온 반월형의 절벽이 있는데 그 용의 정수리에 공암이 있다. 가을날의 절벽을 단풍나무가 벽을 이룬다하여 ‘풍벽(楓碧)’이라 하고 여름날의 절벽을 푸른 벽이라 하여 ‘창벽(蒼壁)’이라 하는데 특히 공암풍벽은 청도 8경 중 하나이자 운문의 승경으로 손꼽힌다.6월 여름에 들어서는 지금은 창벽이 볼거리이다.운문호반 에코트레일은 어느 계절에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공암리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마을회관 앞에 트레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섰다. 약 2㎞ 거리로 유유자적 걸으면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거연정(居然亭)이 첫 여정이다. 물소리 새소리 가득한 정자에 이끌려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건물 앞에 설명을 읽어본다.윤병일은 1898년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 735번지에서 출생하여 1974년 사망하였다. 1924년 1월 중국 북경에서 조직된 다물단(多勿團)에 가입하고, 군자금을 제공하는 등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신 분이 머무른 자리다. 복원한 건물이라 번듯한 모습에 화장실과 해충기피제도 뿌리고 가라고 마련해뒀다. 돌아오는 길에 먼지도 이곳에서 제거하고 가면 된다.길을 따라 걸으니 뽕나무 열매가 바닥에 가득 떨어져 길이 보랏빛이다. 인동초의 달콤한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봄에 왔으면 벚꽃이 환했을 꽃자리에 버찌가 익어간다.인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 운문호의 가장자리를 따라 야자 데크로 이어진다. 군락지라고 해도 될 만큼 박쥐나무가 양옆에 가득하다. 잎 아래 노란 꽃이 잔뜩 폈다. 데크에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이 떨어져서 자세히 보니 고욤나무의 꽃 같다. 참나무까지 보태서 길이 숲속을 걷는 것처럼 그늘이라 여름에도 걷기에 시원하다.첫 번째 전망데크에서 경치를 감상했다. 공암풍벽이 호수에 엎드렸다. 어떤 이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고, 아이들은 KTX의 앞머리 같다고 했다. 호수 건너편에 작은 섬이 있고 나무 한 그루가 호수에 발목을 담그고 섰다.다시 두 번째 전망데크에 다다르면 낙석을 주의하라는 석벽에 ‘풍호대(風乎臺)’ 글씨가 뚜렷하다. 좌측에 시문(詩文)이 있으나 흐리다. 백운거사의 흔적이다.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 보면 세 번째 데크인 직벽전망대가 나온다. 다시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코스 종착지이자 반환점인 공암풍벽 휴게데크에 닿는다. 바닥까지 뚫려 있다는 공암이 까맣게 입을 벌리고 있다.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서 오르는 내내 우리 일행뿐이다. 내려오는 길에 옷을 맞춰 입은 부부, 또 몇 걸음 가니 한 팀이 막 길에 들어선다. 붐비지 않아 좋지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경치를 나눠주고 싶은 맘이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4

날아다니는 고릴라 보러 갈래요?

거대한 고릴라가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아이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아침마다 읽어주던 동화책 속 주인공이라고 했다. 기억의 색은 저마다 개인의 경험이 덧붙여져 달라진다. 어른이 되어서 접한 내겐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가 그려낸 고릴라 그림이지만 아이는 선생님과의 추억이 함께 더해져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3월 26일을 시작으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에너지팜(본사 홍보관)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전’이 열리고 있다. 기존 타 지역 전시와는 다르게 입장료가 무료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피한다면 언제든 관람이 가능하다. 1976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앤서니 브라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1983년 ‘고릴라’와 1992년 ‘동물원’은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비롯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바 있다.입구를 들어서자 거대한 고릴라 한 마리가 공중을 비행하고 있다. 고릴라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벽면 가득 채워진 거대한 그림들 속을 걷고 있자니 마치 동화책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전시장에서는 100여 점의 일러스트와 함께 국내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영상과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다.또한 이번 전시엔 특별히 작가가 한국의 강원도 횡성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낸 ‘숨바꼭질’도 만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사진 촬영이 가능해 중간 중간 대형작품들을 포토존 삼아 촬영하며 감상에 들어갔다. 한번 방문으로는 아쉬울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많다.얼핏 그림 같으나 수많은 작은 사진들로 이루어진 고릴라 이미지부터 유명 명화 속 주인공까지 고릴라의 역할은 변화무쌍하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은 뭉크의 절규와 만나 근엄하기만 하던 약혼식이 귀여운 악몽이 되어버렸다. 명화를 패러디 한 작품들은 ‘미술관에 간 윌리’에 등장하는 이미지들로 어렵게 느껴지는 서양미술사를 아이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도와준다.전시장 끝 즈음엔 아이들에게 잘 맞는 책상과 의자, 종이, 채색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세이프 게임이란 코너로 무료로 체험 가능하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행복해지는 전시였다. 그림 동화책을 기반으로 한 전시다보니 관람 전 책을 읽고 가는 쪽을 추천한다.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4

개도 부모를 생각하며 효를 행하는데…

효도, 효성, 효행, 효심…. 모두 효에 대한 말들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부모 없이 자식이란 있을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정성과 희생으로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는 건 자식의 당연한 도리로 가장 사람다운 일이다.봉화군 거촌에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효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과 개의 이야기가 아니고 어미 개와 강아지의 효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며, 효구총이 존재하는 것. 봉화 거촌은 ‘광산 김씨’ ‘원주 변씨’ ‘전주 이씨’ 세 문중이 나란히 집성촌을 이루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원주 변씨 문중에 전하고 있는 효구 이야기는 인간과 개의 교감을 바탕에 둔 이야기가 아니고 어미 개와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다. 어미 개가 변씨 집안에 충직하여 아낌을 받았는데, 새끼가 태어나고 밖에 나가 먹이를 얻으면 반드시 토해 강아지에게 먹였는데 주인이 더러운 것을 물고 온다고 야단을 쳐 말렸지만, 어미 개는 그 일을 그치지 않았다.하루는 개백정이 먹이를 던져주며 잡아가려 하자 새끼강아지가 놀라 괴성을 지르고 날뛰었으나 끝내 어미 개는 잡혀가고 말았다. 새끼강아지는 그날부터 먹이를 먹지 않고 울부짖으며 몸부림을 치다가 12일 만에 죽었다. 그 강아지가 죽은 후에야 ‘효구’란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을 앞산에 묻어 주었다. 이후 강아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숭고한 효에 대한 행동을 기리기 위하여 무덤을 만들어주기로 하고 파보니 6월 무더운 날씨였는데도 상하지 않고 묻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기이하게 여겨 관청에 고하니 비석을 세우도록 명하였고 무덤을 효구총이라 했다.효구총 주변 소나무 그늘은 행인들과 등짐장수들의 쉼터가 있었는데 효구총이라 새겨진 비를 보고 사람도 효자가 없는 세상에 효구가 말이 되느냐고 내리쳐 두 동강이 나고 좌대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금은 좌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무덤 앞 바위에 효구총(孝狗塚)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원주 변씨 백산 변경회(1573~1663)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가산을 모두 팔아 군량을 내주고 사방에 격문을 보내 군사와 군량을 모았고, 영호남의 많은 의병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했다. 봉은 변극태(1654~1717)는 18세 때 모친상을 당하여 밤에 빈소에 있던 중 도적이 들어 칼로 부친을 찌르려 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 몸으로 막으니 부친은 무사하고 큰 상처를 입어 혼절했다. 다행히 소생해 불편한 몸으로 평생 친척과 이웃을 도왔다.효열부 권씨 부인은 부군이 병으로 죽어 후사를 바라볼 수 없게 되자 부군 기일에 제사를 지낸 후 음식을 이웃에 고루 돌리고 날이 밝으려 할 무렵 후미진 곳에서 자진했다. 원주 변씨들은 백산 변경회의 충성심과 봉은 변극태의 효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집을 지을 때는 효의 상징인 소나무와 충의 상징인 대나무를 그려 넣어 기왓장을 쓰고 있다.봉화 거촌 효구총은 당시 경북 북부지방의 관도에 접하여 행인들의 쉼터로 이용하던 곳에 있었다. 이는 그 효행을 기리고 교훈 삼고자 하는 까닭이었다. 개가 인간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는 전국 각지에 많이 퍼져 있다. 의견, 의구, 효구, 충견 등으로 부르는 개의 이야기는 피폐해져 가는 인간사회에 감동과 교훈을 준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30

이제 ‘국가유산(國家遺産)’이라 불러 주세요

지인이 ‘문화재(文化財)’를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보내 왔다. 신문기사를 읽으며 그제야 ‘문화재’가 일본에서 건너온 용어라는 걸 깨닫는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용어 변경을 하며 지난 5월 17일은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 산천의 야생초 대명사가 되어버린 나태주의 시 ‘풀꽃’처럼 앙증맞도록 예쁘고 사랑스런 우리 야생초마저 나라 뺏긴 설움에서 자유롭지 못해 ‘개불알’ ‘며느리밑씻개’ 같은 불미스러운 이름에 시달렸고 근대 우리말에는 해방 후에도 일본식 한자어 들이 스펀지에 물 스며들 듯 유입되어 지금까지도 이질감 없이 활용되고 있는 용어들이 많다.나라 뺏겨 지배당한 36년의 흔적을 지우는 데는 100년도 모자란다는 교훈을 지금 우리는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일본은 19세기 이후 서양으로 세력을 뻗으며 ‘문명개화’를 화두에 두고 기존 한자어에는 없는 서양 개념들을 번역한 용어들을 만들어 내었다.그 속에서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는 당시 독일어 ‘kulturguter’를 번역하며 ‘문화’에 ‘재산’을 더해 생겨났다. 이 용어를 그대로 1961년 문화재관리국 직제를 공포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일본 용어인 ‘문화재’와 같은 의미로 중국은 문물(文物), 대만은 문화자산(文化資産), 북한은 문화유물(文化遺物)이며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국가유산(國家遺産)이다.유네스코(UNESO)가 1972년 제정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현재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산(遺産)’이라는 개념을 써 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지난 60여 년간 법률·행정 용어로 폭넓게 쓰여 왔던 일본 용어인 ‘문화재’를 더는 쓰지 않고 국가기준에 부합하도록 ‘국가유산’으로 용어를 바꾼 것이다.국가유산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안동본(간송본)과 상주본 두 권이 유일하다. 동일한 판본으로 밝혀진 두 권은 누가 어떤 개념으로 소장하고 있느냐에 따라 행보가 달라진다.‘국가유산’의 개념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키기 위해 거금을 주고 소장했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은 1956년 ‘훈민정음 해례본’ 영인본(影印本) 제작을 위해 이 소장본을 흔쾌히 세상에 내놓으며 한글의 위상을 바꿔 놓았다.그러나 ‘문화재’ 개념으로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익기는 고문서 전문가가 감정한 감정가 1조원을 근거로 “1000억 원에 국가에 팔겠다” “박물관에 100억 원에 매매 의사를 타진하겠다” “‘제3의 인물’에게서 1000억 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고 상주본을 넘기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다”라며 아직까지도 책의 행방은 묘연하다.그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당시 공약으로 “해례본을 국보1호로 지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지만 국보의 번호가 국가유산의 중요도나 가치 순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조차 모르는 그의 눈에는 1조원의 가치를 지닌 국보도 그저 재물로만 보이는 것이다.우리 민족의 전통문화 보전에 힘쓰는 것은 온전히 후손을 위한 일이므로 결코 값으로 따질 수 없다. 재화(財貨)의 개념이 강한 ‘문화재’를 이제라도 ‘국가유산’으로 용어를 바꿨으니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달라지길 기대해 본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30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에 다녀오다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는 울산광역시에서 매년 5월경에 개최된다. 울산의 대표적인 자연 관광 명소인 드넓은 태화강 일대를 배경으로 자연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행사와 함께 열리는 대규모 축제이다. 올해는 ‘정원의 봄, 꽃으로 열다’를 주제로 하여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열렸으며, 특별히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뜻깊은 축제였다. 지난해보다 더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방문객들을 반겨주었다. 미니정원 만들기, 감자캐기 체험 등 가족단위로 체험하기 좋은 프로그램과 어린이 창작 인형극, 나는야 꼬마 정원사 등 어린이 프로그램, 그리고 청소년 댄스경연대회 꿈을 펼쳐樂이 함께 진행되어 청소년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뛰어난 춤솜씨로 대상을 차지한 팀은 방황하는 청소년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춤을 창작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 외에 꽃다발 경매, 태화강 국제 재즈 페스티벌 등 방문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되었다. 특히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연장 주위에는 다양한 와인과 울산시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푸드트럭이 마련돼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또, 울산의 특산물과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이 함께하여 지역 경제를 더욱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봄꽃축제의 메인인 예쁜 꽃들은 28000㎡의 초화단지에 꽃양귀비, 수레국화, 금영화, 안개초 등 다양한 초화류가 있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축제 개막식은 17일 오후 7시 왕버들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렸으며, 울산시장의 축사와 개막 공연이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울산 출신 가수 테이가 축하 공연을 진행하고 울산 어린이 연합합창단도 축하 공연에 함께 해주었다. 또 봄꽃 LED로 개막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 개막 이후 3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각각의 다른 다양한 활동이 방문객들과 함께 했다.태화강은 넓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축제 기간이 아닌 날에도 방문해도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 할 수 있다. 특히 자전거 도로도 잘 닦여있어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 나들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좋을 수 없다.울산 태화강축제는 앞으로도 자연과 문화를 조화롭게 접목하여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해에도 태화강의 아름다움과 풍성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기를 바란다./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30

“기차는 멈췄지만…” 옛 경주역 인근 시장 돌아보기

짙은 햇볕이 덧씌워진 도심의 벽들은 오후가 되자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많은 이들을 태우고 오가던 기차가 멈춘 역은 이름이 한 글자 늘어났다. 구 경주역 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예전엔 여행을 하기 위해 주차를 했다면 이젠 길 건너 시장에 가기 위해 이용하는 중이다. 특정 금액 이상을 구입할 경우 상점에서 무료 주차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시장 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횡단보도를 건너자 시장 입구가 보인다. 시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시장 냄새가 난다. 모든 삶이 엉켜진 냄새.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 냄새는 변함이 없다. 긴 세월동안 시장 안 풍경은 계속 달라졌음에도 그것만은 여전하다.휴일이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더러 보였다. 채소 가게 상인은 조용한 시간을 맞아 깊은 잠에 빠져있다. 한산했던 입구 통로와는 달리 먹자골목은 휴일 임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산처럼 쌓인 우엉조림 옆으로 김밥들이 말아져 있다. 꽤 많은 양의 김밥이었지만 이내 소진될 것이란 자신감이 상인의 표정에서 보였다.가게마다 아래로 매달린 노란 등이 음식들을 더 맛깔스럽게 비추고 있다. 중간중간 자리를 잡고 떡볶이와 어묵을 먹고 있는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띈다. SNS와 방송의 영향인지 젊은 관광객들이 늘어난 듯하다.높은 물가 탓에 시장 음식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성비가 좋은 게 이곳이다. 방송 이후 예약이 필수가 된 통닭집, 다양한 반찬을 뷔페식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 문어 도시락 전문점, 맛과 양 모두를 잡은 순대 전문점 등은 늘 인기다.그 중 김밥집과 순대 전문점은 메뉴는 같지만 단골이 갈려 늘 찾는 가게만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성비 식당으로 인기가 높은 한식뷔페 식당은 시장 가운데 합동식당 안에 위치하고 있다. 내부엔 다양한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통 두 종류의 국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 반찬을 알아서 담아먹는 방식이다.복작복작 거리던 골목을 돌아서자 한복집, 메리야스 가게, 뜨개방 등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메리야스라고 크게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그 시절 속옷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S사와 B사가 간판마다 적혀있다. 빛바랜 간판 속 글자 폰트가 옛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중심가에선 보기 힘들었던 속옷 전문점이 시장 안엔 꽤 남아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회 코너가 나타났다. 경주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육지와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간 이내에 바다에 이를 수 있기에 시장에서도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근에서만 잡힌다는 참가자미는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 명절엔 주문이 밀려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포장 주문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육류 코너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외국인들에게 간단한 단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상인이 보였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손님 손에 검은 봉지가 쥐어지는걸 보니 세상을 생존 하는데 있어 그리 많은 단어를 요구하지 않는듯하다.여행지에 가면 시장을 찾게 되는데 시장은 그 도시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성동시장은 큰 메리트가 있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큰 규모, 관광지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 관광코스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찻길은 멈췄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관광지에서 원도심, 시장으로 이어지는 길. 빛나던 그 시절을 다시금 만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8

감포 어디까지 가봤니?

경주 감포에는 볼거리가 많다. 작은 조선소가 있는 감포항, 일출 명소인 전촌용굴, 역사 스토리텔링이 견고한 이견대, 뷰가 멋진 감포정,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포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자주 다니러 가도 돌아볼 곳이 아직 남았다. 흘깃 보기만 해도 등대가 대여섯 개나 보이는 감포항은 등대 수만큼 아름답다. 이달의 등대라는 명찰을 단 감은사 탑을 음각한 등대 사이로 푸른 바다와 갈매기가 넘나든다. 감포항 방파제 끝에 자리한 송대말등대는 한옥 등대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곳에 마련된 빛 체험전시관은 1955년 무인 등대로 설치되어 60여 년 감포 앞바다를 비추던 ‘송대말등대’를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디지털 미디어를 상영하는 곳으로 2025년 감포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관했다. 경주 앞바다와 감포항 등대를 주제로 해양 문화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국내 유일 디지털 미디어 시상식인 2021년 ‘앤 어워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최고의 디지털 콘텐츠로도 인정받은 곳이다.전시관 1층에는 감포항과 송대말등대 빛의 역사와 주변의 주요 어종, 근대 감포 이야기와 개항 이후 현재까지를 소개한다. 파도가 밀려오는 영상이 파도 소리와 더불어 실사처럼 느껴져 아이처럼 파도와 장난을 쳤다. 용이 날아오르는 감은사의 전설은 한참 그 자리에 멈춰있게 만든다.2층에는 바다의 길잡이로서 아름다운 경주 바다를 밝히는 ‘빛으로 여는 바닷길’ 체험이 이어지는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했다. 발자국이 그려진 곳에서 화면에서 설명하는 대로 따라 터치하며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옆 전시실에 내 사진이 반영되어 내 모습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뜻밖의 경험을 맛본다. 터치하거나 걸을 때마다 빛이 바뀌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콘텐츠이다.전시 공간은 5개 존과 13개 콘텐츠로 구성됐으며, ‘천년광체’라는 주제로 경주와 감포의 과거 1000년과 현재, 미래 1000년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여 준다. 굳게 닫혀있던 등대 건물 내부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빛과 조명으로 가득 차 찬란한 경주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향연케 만든다. 전시관을 나와 화장실을 가려고 들어간 건물에는 볼풀 터치스크린 게임이 있어서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쓰레기를 맞추면 점수가 올라간다. 옆 칸의 볼풀장은 작은 공간이지만 서너 명의 아이들이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큰 기대 없이 등대 구경하러 왔다가 환상적인 선물을 받았다.이젠 야외로 발길을 옮겼다. 감포 공설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국이 피어난 골목으로 들어갔다. 콘크리트 벽에 구멍이 난 곳을 꽃의 중심이 되도록 감쪽같이 그렸고, 벽의 꽃을 따라 골목을 걸으면 작은 모퉁이 돌에도 꽃 그림이 피었다. 일제강점기에 어업기지로 수탈의 현장이었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이곳을 해국 그림이 그려지며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언덕을 오르는 계단에 그려진 세상에서 제일 큰 해국은 감포의 상징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사진을 찍다 보면 힘들지 않게 언덕 위에 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감포항도 매력적이다. 해국은 7월에서 11월까지 연보랏빛 꽃이 피는데 계단 주변에 꽃밭을 조성했다.이곳의 정겨움이 알려져서인지, 드라마 촬영팀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지금도 촬영 중이라 미술팀이 골목에 꽃을 장식하고 낡고 빈집에 색을 입히고 세탁소와 떡집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7월 즈음 공개될 드라마에 해국 골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목욕탕이었던 곳이 새롭게 리모델링 해 카페가 되고, 옛 지하창고는 갤러리로 변신할 거라고 한다. 이 골목에는 ‘다물은집’이 있다. 무슨 뜻일까 했더니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을 다시 찾았다는 뜻인 다물은집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골목은 어린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지금 감포에는 기다림을 간직한 채 피어난 해국이 우리를 기다린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8

대구·경북 행정 통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을 통해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합쳐 인구 500만 명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전국 제2의 도시를 만들고자 함이다. 현재 지역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생, 청년 실업률, 인구 소멸의 당면한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행정통합으로 함께 발전하며 위기를 이겨나가고자 하려는 것이다.다시 지역의 화두가 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의 통합은 사실 2019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지 여론 부족 등으로 2021년에 실패로 끝나버렸다. 이처럼 행정통합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시선에서 목소리가 엇갈린다.대구·경북의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경제발전을 두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역총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쪽 지역의 경제인들이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경제 공동체로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면 경제발전으로 더 나은 대구·경북이 될 것이라 강조한다. 또 대구와 경북은 생활권이 가까워 행정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통합하면 지역경쟁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반면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간의 공감대 형성도 부족하고 구체적인 행정통합에 대한 계획과 방향 또한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두 지자체 간의 행정통합은 대구시와 경북도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다. 대구와 경북을 놓고 보면 행정통합은 ‘빨대효과’로 경북보다는 대구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경북의 모든 편의시설이 대구에 있고 인구의 대구 집중화와 신공항과 달빛철도(광주 송정역과 서대구를 잇는 철도)까지 완공되면 대구로의 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행정통합에 대한 다른 사례도 찾기가 쉽지 않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메가시티도 2022년 10월 출범을 앞두고 와해된 상황에서 2010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한 창원시와 2014년 충청북도 청원군과 청주시가 통합한 정도를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사례를 보면 통합 당시 주민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질적인 중앙정부의 지원도 없었다. 이런 문제가 장기간 이어져 마창진 지역 발전을 두고 지역 주민들 갈등이 문제가 됐다. 지자체의 신중하지 못한 통합 추진으로 인해 의회에서 재분리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에도 이 사례를 참고해 충분히 의견 수렴 후 추진해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대구시민 김 모(61) 씨는 “대구와 경북의 장점은 장점대로, 부족한 점은 부족한 대로, 서로 좋은 쪽에서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에 거주하는 시민 A(56)씨는 “굳이 할 이유가 있나 싶다. 그렇다고 안동이 발전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지역의 다양성과 고유성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8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을 다녀오다

“우리 조선은 꼭 독립되네. 동서고금에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고,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지. 그렇기 때문에 일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문화 유적을 자기네 나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일세.” 위창 오세창이 제자 간송 전형필에게 한 말이다. 간송은 한국의 전통 문화 유산을 보는 안목을 키워 준 스승의 이 말을 가슴깊이 새기며 민족의 혼과 얼을 지켜내겠다는 결심을 한다.상속받은 재산으로 24세에 억만장자가 된 간송은 그 재산을 밑천으로 막대한 양의 국보급 문화재를 수집한다. 1900년 초부터 일본으로 흘러들어가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한 우리의 문화재를 보호 차원에서 사들였다.거액을 주며 수집한 국보급 문화재들은 지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1·4후퇴 때는 유물들을 놔둔 채 부산으로 급히 피난을 가야 했고, 당시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많은 소장품이 간송 보다 먼저 도착해 골동품상에 팔리기도 했다. 간송은 ‘훈민정음 해례본’ 등 가장 중요한 문화재 몇 점만 간신히 챙겨 은신하며 지냈고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렇게 지켜질 수 있었다.민족 말살 정책이 극에 달했던 1940년, 일제가 그토록 없애고자 했던 이 책을 먼저 발견하지 못했다면, 전쟁으로 혼란스러웠을 때 이 책을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잘 정도로 목숨 걸고 지켜내지 않았다면, 한글은 인도 고대 문자나 몽골 글자 등을 모방했다느니 창호의 격자무늬를 본떴다느니 하는 논란으로 여전히 평가절하 되고 있을 것이다. 이 책값으로 당시 기와집 열 채 값을 치렀고, 그 값은 현대의 물가로 환산하면 무려 30억 원에 가깝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의 창제목적, 제자원리, 운용법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보화각(8446華閣)은 간송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1938년 서울 성북동에 설립될 당시 오세창이 ‘빛나는 보배를 모아 두는 집’이라는 뜻에서 ‘보화각’이라고 했다가 간송 사후 ‘간송미술관’이 되었다. 2019년 12월 30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이후 보수 필요성이 제기돼 1년 7개월간의 보수·복원 과정을 거쳐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을 개최했다. 보수·복원 과정에서 새로 찾은 자료들과 미공개 서화 유물 36점을 처음 선보이기도 하는 이 전시는 5월 1일 개막하여 6월 16일까지 1시간에 100명만 인터파크 예약을 통해서 입장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후손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자긍심을 심어준 간송 전형필 선생과 동시대를 살았던 대한제국 매국노 윤덕영은 나라 팔아 받은 돈으로 ‘조선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집’ 벽수산장을 지으며 부귀영화로 천수를 누리다 해방이 되기 전에 죽었다. 백성을 사지로 몰았던 그의 권력은 경술국치라는 치욕적인 역사를 후손들에게 남겼다. 그 이름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 애국지사 전형필 선생도 매국노 윤덕영도 같은 우리 선조라는 것이 그저 아이러니컬하다.‘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 위로 바람이 불면 반드시 쓰러지느리라(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논어 안연편에서 계강자가 공포(恐怖)정치로써 백성을 다스리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이다. 정치에 따라 백성은 선하게도, 악하게도 될 수 있다. 권력에 의해 한 나라의 존망(存亡)이 결정되는 예는 지난 세계 역사에서 수없이 접한다. 선조들의 유산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은 오롯이 후손 몫이다 보니 찬란한 문화를 창조한 조상들과 그것을 지키려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후손이라는 것이 무한 자랑스럽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3

면민 한마음 큰잔치의 아쉬움

지난 5월 3일, 청송군 파천면 청송정원에서 ‘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를 했다. 귀농 14년 차 주민이지만, 대구를 오가는 형편이라 매년 해오던 행사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조카가 가수들도 온다고 하기에 요즘 부쩍 우울하신 어머님 기분전환도 해드릴 겸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외출을 망설이는 어머님께 어르신들을 위한 자리라 꼭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대구에 살 때는 노래 교실을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다니셨던 어머님의 마음속 가득한 신명을 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입구에서 행운권 팔찌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사물놀이와 난타 등 식전 행사는 이미 끝나고 있었다. 음식은 출장 뷔페였다. 치아가 부실한 어머님이 드시기 편하고 좋아하시는 요리로 가득 담아 드렸다. 예전이면 거뜬히 드셨을 양인데 많다고 덜어 주셨다.이장님과 부녀회장 등 동네의 젊은 사람들이 진행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주민들을 위해 과일과 물 등 필요한 것을 살피고 가져다주었다. 아직 젊은 축에 속해 가만히 앉아 있기가 미안했지만, 어머님에 집중하기로 했다.‘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는 파천면에서 해마다 5월에 진행하는 행사이다. 주민들의 화합과 어르신을 모시는 자리라 생각했다. 동네별로 팀을 나눠서 줄다리기 시합, 마을별 노래 대결을 펼쳤다. 몇 명의 이름난, 초대 가수 공연도 있었다. 그 틈틈이 행운권 추첨을 하였다. 식전 행사 중 추첨에서 동네 어르신 한 분은 건조기에 당첨되었다고 자랑했다. 우리도 선물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을 예감했다.시작은 네 팀으로 구성된 줄다리기 시합, 우리 마을 중평리와 윗마을 병부리가 한팀이었다. 남녀 각 10명으로 구성된 선수에 건장한 조카도 합류했다. 영차, 영차, 영차 세 번의 구호가 끝나기도 전에 우리 팀이 어이없이 져버렸다.게임 중에도 추첨이 있었다. 기대하며 번호가 적힌 팔찌를 눈이 뚫어지게 보았지만, 우리는 꽝이었다. 선풍기, 밥솥, 제습기 등이 하나둘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다음은 노래자랑, 동네별로 대표 선수 한 명씩 노래했다. 모두가 선수였다. 자기 마을 대표가 노래 부를 때, 해당 마을 사람들이 응원하며 무대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추었다. 우리 동네 차례에선 나도 나가서 응원했다. 초대 가수의 시원한 열창도 있었다. 신나는 노래에 어머님은 계속 손뼉 치며 입으로는 소리 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지쳤지만, 어머님은 끝까지 몸을 흔들며 손뼉을 치셨다. 그 모습이 안되어 손을 끌고 앞으로 나가 춤을 추자고 하였다. 노인은 하나도 없어서 남사스럽다고 손사래를 치셨다.무대 앞에는 끊임없이 많은 사람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그들 중에는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이 많았다. 앉아서 어깨를 들썩이며 손뼉을 치시는 어머님이 안쓰러워 보였다.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손을 끌면 슬그머니 못 이기는 척 나갈 수도 있을 텐데 몸은 노쇠해도 마음만은 청춘일 텐데 싶어 마음이 아팠다. 눈앞에는 몸이 부서져라. 흔들어대는 사람들, 군수님도, 면장님도 신나게 춤추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손뼉만 치시던 어머님과 어르신들의 공허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어머님은 하루 구경 잘했다고 하셨다.시간이 지나도 찜찜한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한 파천면 직원들과 이장님들, 부녀회장님들 이하 진행 요원들 모두가 고맙다. 앞으로도 5월이면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운영에 조금의 변화가 있었으면 싶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마음 씀이 동반되기를 기대해본다. 누군가도 소외되지 않으며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힘들겠지만 어르신들도 함께 덩실덩실 몸을 흔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3

이곡장미공원에서 열린 축제, 장미꽃 Feel무렵

장미의 계절 5월, 거리에는 아름답게 피어나는 장미의 얼굴이 보인다. 연인들이 장미꽃다발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로즈데이도 5월 14일이다. 장미와 함께 매년 5월이 되면 열리는 축제, 아름다운 장미들의 모습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 대구 이곡장미공원의 ‘장미꽃 Feel무렵’ 축제에 다녀왔다.이곡장미공원은 15000㎡ 중 약 5000㎡의 넓이에 120여 종의 장미가 심겨져있어 축제 전후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장미꽃 Feel무렵 축제는 ‘판타지 인 달서’를 주제로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열렸으며, 알록달록 다양한 장미뿐만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체험부스 등으로 즐길거리가 많아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체험존에는 5G 홀로그램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세계 사진관과 직접 장미를 그려서 만드는 장미 미니에코백 만들기, 인테리어 장미 소품 만들기, 장미 타로 체험 등의 활동으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술과 음악, 무용 등의 공연은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온 어른들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공원 곳곳에 예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과 장미터널도 마련되어 있어 마치 동화속 주인공이 된 느낌으로 장미같은 얼굴을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좋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서 낮과는 또다른 장미빛을 감상할 수 있다. 조명속의 장미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연인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이곡장미공원은 단순한 장미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크기와 색 그리고 모양까지 다양한 장미들에 대한 정보를 담은 푯말에는 장미의 이름 뿐만아니라 장미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 장미에 대한 궁금증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원에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어 장미향을 느끼며 운동삼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장미뿐만아니라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있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편안한 쉼터가 된다. 축제에서 무대와 체험존으로 사용했던 공간은 평소에는 넓은 운동장이 되어 배드민턴과 같은 운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축제가 끝나도 장미는 활짝 피어있으니 장미와 함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곡장미공원에 함께 가보기를 추천한다. 이곳에서 장미와 함께한 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3

영천 거조사 국보 ‘영산전’ 을 돌아보고

가까운 영천에 국보가 있다 해서 찾아갔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에 자리 잡은 거조사이다. 예전에는 거조암으로 불렸으나, 2021년 3월 23일 문화재청(2024년 5월 17일부터 국가유산청으로 바뀜)이 명칭을 바꾼 절이다.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단정하게 자리한 영산전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이 국보 제14호이다. 현재 남은 고려시대 건축물은 거조사 영산전, 부석사 무량수전과 조사당, 봉정사 극락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뿐이다. 대부분 절의 대웅전은 문이 많고 그 문에 꽃무늬 문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양옆에 따로 문을 내서 그리로 방문객이 드나든다.이 건물에는 정 중앙에 검소한 가정집의 방문을 닮은 입구 하나뿐이다. 대신 살창을 사방으로 냈다. 그리로 햇살이 서성거렸고 바람이 숭숭 드나들었다. 측면에 고창이 있는 것이, 다른 고려시대 건축과 달리 특별하다. 기둥은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닮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랜 세월 버텨온 흔적이 가득하다. 738년(신라 효성왕 2년) 원참대사가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경덕왕 때라는 설도 있다. 고려시대 혜림법사와 법화화상이 영산전을 건립하고, 오백나한을 모셨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불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우리를 맞는다. 석가모니불과 석조나한상 526위가 모셔져 있다. 오백나한은 각각 표정과 자세가 모두 달랐다. 1805년(순조 5년) 영파성규 스님이 영산전 오백나한상 각각에 모두 이름을 붙였다. 1번부터 차례로 돌며 가만히 살피니 다양한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이름을 한 번 더 보기도 했다.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듯한 존자, 손에 과일 같은 것을 얻으려는지 몸이 그쪽으로 기울어 있는 모습, 무릎 꿇고 다소곳하게 수줍은 미소의 존자님은 유럽 전시회 나들이도 다녀오셨다고 한다. 지붕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가, 고개가 뒤로 젖혀져 있기도 하고, 그 옆에 호랑이인지 동물을 안은 존자, 동물을 타고 있는 상, 추우신지 온몸을 감싸고 얼굴만 내민 모습에는 슬쩍 웃음도 났다. 주황빛 옷을 입은 존자는 이마에 손그늘을 만들어 멀리 보시며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여보았다. 신라, 고려 조선을 건너온 나한상들의 사연이 궁금해 더 발길이 느려졌다. 하나하나 손 모양 발 모양이 모두 달랐다.나한은 산스크리트어 Arhan을 음역한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최고의 깨달음을 이룬 성자(聖者)를 의미한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처음 결집한 제자 500인을 500아라한이라고 하였다. 나한상은 모습에 대한 일정한 도상이 없었기 때문에 불교 미술 가운데 제작자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소재였다.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을 무학대사에게 말하니 무학은 ‘장차 큰 귀인이 될 꿈’이라면서 나한전을 세우고 500 나한을 봉안하여 500일 동안 기도를 드리라고 하였다. 이성계는 석왕사를 세워서 500 나한들을 봉안하고 500일 동안 기도하였다. 마침내 그는 500 나한의 영험 때문인지 조선을 개국하여 태조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불교를 억압하였던 조선시대에도 나한신앙은 매우 성행하게 된다.500 나한은 그 후 불화나 조각으로 많이 표현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속에 반드시 아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는 전설이다. 실제로 나한의 얼굴을 보면 우리 인간의 모습과 닮았고 특히 해학적이다. 수능이나 큰 시험을 앞두고 이 절을 많이 찾는다고 하니 북적거릴 가을 전에 방문해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1

“모든 경계는 내 사진의 화두이자 관통하는 주제”

김복영 작가의 사진전 ‘사유의 벽’이 최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34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꿈꾸는 나무들(2014년)’, ‘길 위에 선 안동(2016년)’, ‘소소한 풍경전(2020년)’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 김복영 작가는 “길 위에서 마주치는 유무형의 경계는 내 사진 행로의 화두이자 내 사진을 관통하는 주제”라며 “불가의 수행법인 면벽참선의 뜻도 보이는 벽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그 속에 갇힌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치열한 구도행의 하나”라고 설명하며 이번 전시도 그러한 뜻이 담겼음을 전했다.그는 작품 전반을 통해 현대사회의 경계와 소통을 다루어 왔다. 벽에 대한 인식이 경계, 단절, 폐쇄, 고립,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연상하게 되지만 벽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연출한 경이로운 장면을 만날 때가 있다며, 벽을 통한 화해와 소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그러한 것을 보여주듯 이번 전시에는 벽화 담장에 핀 넝쿨, 담장 아래 널어놓은 빨래, 낡은 벽에 매달린 우편함, 쓸쓸히 달린 외등, 창에 비친 지는 해 등 벽과 자연의 조화, 경계를 허무는 풍경을 선보였다.김복영 작가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안동사진동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경상북도사진대전 초대작가상, 안동예술인상, 안동시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수상했다. 2022년 ‘기록의 날’에는 현대 안동의 변화과정을 생산하고 기록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또, 1988년 창간해 2014년까지 격월간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의 발행인으로 27년간 향토문화를 기록해왔고 지역 현대사의 변화를 사진으로 담아내 지역 사진계의 든든한 모퉁잇돌 역할을 해오고 있다. 더불어 포토에세이 ‘길은 소통하는가’와 사진집 ‘임하댐에 잠긴 세월’을 통해 변방의 골목과 길, 사람 그리고 물에 잠긴 임하댐의 모습을 담아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밀도 높은 시선과 통찰을 보여줬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1

고령 운전자 급증, 사고 예방 대책은?

해마다 고령 운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낸 교통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가벼운 접촉 사고가 아닌 사망으로 이어지는 대형 사고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된 고령 운전자들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면허 소지자의 11%가 65세 이상이며 현재 도로를 달리는 3대 중 1대는 60세 이상이 운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도 4만 건에 가깝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 운전자는 지난해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 시행하고 있는 고령자 운전 면허 자진 반납과 함께 교통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요구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젊은 운전자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인지 능력과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져 돌발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교차로에서 속도 조절과 야간 운전, 복잡한 도로 환경, 악천후 상황에서 운전을 어려워했다. 특히 시력은 30대 운전자에 비해 최대 80% 수준이고 일반 운전자보다 반응 시간이 20% 길어져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인구 비율(2020년 기준)은 전국 평균 15.84%인데 대구는 16%이고 경북은 21.2%였다. 경북은 전남(23.1%)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한국도로교통 대구경북본부 통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타 시도와 비교해 고령인구 비율이 많은 대구와 경북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 5년(2018~2022)간 1117건으로 어린이 사망자 17건 보다 65배나 많았다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지원금을 주며 운전 면허 자진 반납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증가하는 교통사고에 비해 면허 반납률은 2%대로 낮다. 이유는 면허를 반납할 만큼 지원금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분들이 많아서다. 당장은 자가운전을 못 하는 아쉬움이 크고 대중교통의 인프라도 대도시가 아니면 지방에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은 올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지원금으로 교통카드(20만원)을 502명에게 지원할 수 있는 1억 50만 원이 책정되었다.포항시 교통지원과 관계자는 “예산이 빨리 소진될 만큼 반납률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은 지원금이 교통카드가 전부이고 다양한 대책들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시민 A(61)씨는 “운전할 때 내가 끼어들 때랑 상대방이 끼어들 때, 갑자기 옆에서 안 보이던 큰 차가 보이면 놀란다”며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위해 면허 반납과 함께 실제적인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교육과 적성검사를 자주 받게 하고, 면허를 반납하면 어르신들이 이동이 불편하지 않게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1

잇따른 재시험, 학교 시험의 공정성·신뢰도 우려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재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는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시험의 낮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은 거의 80%(79.9%)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수시 전형의 확대는 학교 내신 성적의 중요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재시험은 학교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교사, 교과협의회를 거쳐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실시된다.학교의 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시험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학교마다 다른 기준으로 재시험을 실시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본 시험에서 복수정답, 정답없음, 문항오류 등의 잘못된 문제의 출제와 기출문제와 유사한 출제, 최근에 문제가 된 시험지 배부 지연 등에 의해 이의 제기가 되면서 재시험을 치르고 있다.재시험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데 국회 교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학기에만 전국적으로 고교 재시험이 2021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경북은 363건으로 경기 다음으로 재시험이 높았다. 경북은 2017년부터 누적 재시험에서도 경기와 부산을 이어 3번째로 나타났다. 이를 보아 재시험은 앞으로도 꾸준히 일어날 것이고 문제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에서 재시험을 치르는 상황이 발생할 때면 학생들은 당연히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재시험에서 전체 시험까지 치르게 되는 경우는 아이들의 등급 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재시험은 대부분 문제가 쉽게 출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원래 그 문제를 맞추었던 학생들은 불만이 생기게 된다.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이후 내신 시험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예민해지고 학생들은 재시험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곽 모(17·포항시 북구 우현동)양은 “최근에 치른 중간고사에서 출제 오류로 인해 수학과 생명과학 과목에서 재시험을 쳤다. 문제 하나에 민감한 상황인데 재시험은 혼란스럽고 힘빠진다”고 말했다.이처럼 학교에서 재시험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한 입시 전문가는 “내신이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할용되고 있는 만큼 내신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 출제와 관리, 진행에서는 오류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재시험이 일어나는 것은 시험 출제 과정이나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인이다. 학생들의 유불리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재시험을 통해 그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16

보라색 유채라니

보라색 유채라니, 진짜일까 그런 꽃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확인하러 영천생태지구공원으로 갔다. 산에 오르며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지인으로부터 영천에 보라색 유채가 가득하다고 추천받았다. 한눈에 반할 거라고 장담하기에 인터넷에 검색하니 영천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내비게이션에 ‘영천생태지구공원’이라고 입력하니 다리 밑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차를 세운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자 바로 보라색 꽃밭이 펼쳐졌다. 금호강을 따라 걸으니 강변에 보라색 천을 길게 늘어놓은 것 같다. 잔잔한 강물에 아파트 그림자가 들어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걷다 보니 장미정원과 터널도 있었다. 곧 5월의 여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피어날 것이다. 빈 밭에 이름표만 있는 곳도 계절 따라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자 앞은 그야말로 보라색의 바다였다. 소풍 나온 사람들이 웃음소리를 날리며 사진찍기에 푹 빠졌다. 보라 유채는 소래풀이라는 본명이 있다. 제갈량이 군사용 식량으로 길렀다고 해서 제갈채라고 하고, 제비냉이라고도 부르니, 이름이 여러 개다. 가을에 씨를 뿌리면 월동하고 봄에 꽃이 핀다. 서리를 맞지 않게 돌봐야 봄에 이쁜 꽃을 많이 피운다니 영천시에서 잘 돌본 모양이다.영천은 신라시대에 절야화, 골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757년에 임고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는 영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 1413년에 영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지도서’에 따르면 “영천이 남천과 북천 둘 물줄기가 합류하는 안쪽에 있는데 물줄기가 영(永)자 모양을 이루고 있어 영천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지역의 생김새와 관련해 이름이 붙여졌음을 알 수 있다. 또 여러 산과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금호강 상류를 형성하고, 그 물길이 곳곳에 비옥한 땅을 일구어놓았다. 이런 지리적인 환경 때문에 영천은 예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영천시 구암동에 청못이 있다. 청못은 신라시대 법흥왕 때 논농사를 위한 수리시설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을 통해서도 예부터 영천 지역에서 농업이 성했음을 알 수 있다. 물줄기를 따라 꽃구경을 실컷 했으니 영천의 또 다른 자랑인 소머리국밥으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공원에서 큰길만 건너면 영천공설시장이다. 국밥 골목이 길게 형성되어 북적인다. 일행들과 어울려 가장 유명하다는 곳에 들어가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국물이 진하고 잡내가 나지 않았다. 뚝배기 가득 담겨온 고기로 넉넉한 인심이 느껴졌다.배를 채웠으니 시장 구경을 했다. 없는 것이 없는 큰 시장이었다. 내륙인데도 영천은 돔베기가 유명하다. 경상도 제사상에 꼭 올라 한 자리를 차지하는 명물이다. 주차장도 넓고 아케이드 덕분에 비가 와도 걱정 없는 시장이었다.예로부터 영천은 동해와 대구 사이에 위치하고, 아래쪽에 경주와 인접해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동해안에서 잡은 해산물을 경상북도 군위나 의성, 칠곡, 선산, 달성, 경산 등으로 공급하는 중간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산지도 많아 일제강점기 때까지 벌꿀을 비롯해 인삼, 송이, 대마, 산약 같은 임산물이 특산물로 생산되기도 했다. 영천시장은 수산물과 약재 등의 집산으로 인해 영남 3대 시장의 하나로 성장했다.곧 영천 한약 축제가 열리고(5월 17∼19일), 작약 축제까지 더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한다. 작약 축제 장소는 화남면, 화북면, 대전동, 보현산 약초식물원 등 여러 곳이다. 5월 19일까지 약초축제와 함께 열린다. 영천으로 놀러 오라는 신호이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16

백두대간 수목원 가족나들이 어때요?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심부,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지맥’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있다. 전체 규모 5179㏊로 아시아 최대이며, 세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한탐식물원(6229ha)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백두대간과 아시아 및 고산지역 희귀식물과 산림생물자원을 수집·보전·활용해 생물 다양성을 관리하고, 교육과 체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재난을 대비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종자를 저장, 보존하는 시드 볼트(Seed Vault)도 있다. 단풍정원, 만병초원, 무지개정원, 휴가든, 알파인하우스, 암석원, 백두대간자생식물원, 추억의정원 등 38개 전시원에서는 각종 꽃과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호랑이 숲은 100년 전에 사라진 백두대간의 상징 백두산 호랑이가 축구장 5배 크기의 자유로운 생태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는 ‘금수의 왕’다운 위엄과 용맹한 기운이 느껴지고, 우리 선조들 삶에 따뜻한 이미지로 전해 내려오기에 정겹게 보인다. 신록이 눈부시게 푸르른 날 햇빛을 가득 받으며 오지 산골 경북 봉화의 투명한 하늘과 청량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바로 그런 곳이다. 원래 있던 마을과 농지를 이용해 수목원 부대시설들이 들어서 자연 훼손은 거의 없다. 구룡산과 옥석산, 태백산 등 3개의 산을 경계로 하고 이 산들은 모두 해발 1200m가 넘는다.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고도 500~700m 사이에 위치해 있다. 수목원 방문자센터에 들어서면 운곡천과 두내천이 합쳐진 두물머리 다리를 건너게 되며 우측으로는 어린이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성장시켜 줄 창의적인 공간이다.트랩을 타고 자생숲이나 호랑이숲, 고산습원, 단풍식물원 등으로 갈 수 있으며 트랩은 백두대간 수목원의 마스코트인 호랑이 모양이다. 호랑이 숲은 트랩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며 트랩을 타지 않고 쉬엄쉬엄 걸어가면서 주변 꽃들과 식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나는 바람 한 자락까지도 소홀함 없이 애쓴 풍경, 자연과 인간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 오지 산골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백두대간 수목원이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16

경주 현곡 ‘JJ갤러리’를 찾다

5월의 작약. 해마다 찾아오는 계절이고 꽃이지만 매번 새롭게 반가운 마음이 든다. 400여 평의 밭에선 저마다 피어나기 바쁜 작약들이 나들이객을 맞이하고 있다. 바람이 한 번씩 지날 때마다 붉은 빛 고운 파도가 일어났다 멈추곤 했다.경주시 현곡면에 위치한 JJ갤러리 옆에 위치한 작약밭은 몇 년 전부터 유명세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드는 명소가 되었다. 찾아간 날은 마침 JJ갤러리 관장이자 서양화가인 김정자 화백의 15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이번 전시의 주제는 ‘내 맘의 공간 여행’이다. 작가는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 속에서 초현실주의적 데페이즈망과 ‘공간접기’라는 조형언어를 통해 다면적으로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대상의 단순한 외형을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열린 의식세계 속에서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을 한다는 김 화백.30~40년간 지역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오던 그녀는 현재의 갤러리 공간을 마련해 더욱 더 열정적으로 나아가는 중이다.평면의 캔버스 속엔 종이접기를 하듯 공간들이 접혀있다. 김정자 화백은 면을 접어 공간확장을 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의 작업 스타일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사실적으로 사물과 풍경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던 그녀는 자연에 면을 주면 색을 달리 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현재 작업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에는 핑크뮬리라는 소재로 공간접기에서 공간여행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개인 작업실도 함께 있다. 작업실 내부에는 작가의 짙은 열정들이 가득 쌓여있다. 갤러리를 마련하게 된 계기는 뭘까 질문을 던졌다. 처음엔 작업실을 지으려다 조금 더 욕심을 내 수장고 겸 이웃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면 좋겠다 싶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갤러리가 외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자연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그리고 그런 점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벽면 가운데 놓인 창으로 산과 하늘, 지천으로 흐드러진 초목들이 스스럼없이 들어와 영감을 주는 듯했다. 그 중 드넓고 푸른 하늘은 작품들 속에 크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갤러리를 시작함으로써 얻게 된 것들은 자연 뿐만이 아니었다. 갤러리 이름으로 아트페어에 자유롭게 참여해 넓은 곳에서 작품을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지역 작가뿐 아니라 작품성이 좋은 작가들을 초대해 작품 전시를 열어 전시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인터뷰 중간에도 관람객들이 찾아들었다. 작업에 열중 하다가도 손님이 찾아오면 갤러리로 나가 도슨트(docent) 역할을 자청해 작품 설명을 해준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주변 이웃, 그리고 방문객들의 그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 훗날 이곳이 자신이 남긴 작품의 수장고이자 문화공간으로 계속 남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푸른 5월이 더 없이 아름다운 갤러리로의 소풍을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9

“사랑 충만한 ‘가정의 달’ 오월 되세요”

달리는 차창으로 향그런 아까시 꽃향이 훅 들어서고, 눈이 쌓인 듯 하이얀 이팝나무가 봄날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할 때 은은하고 감미로운 찔레꽃 향기가 더하면 절로, ‘마음을 열어 하늘을 보라 넓고 높은 푸른 하늘 가슴을 펴고 소리쳐 보자 우리들은 새싹들이다’라는 동요가 흥얼거려진다. 이렇듯 온갖 꽃향기에 취하는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2005년 1월 1일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건강한 가정을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말하는 ‘가정(家庭)’의 정의는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혈연공동체’이다. 정(情)으로 대변되던 한국사회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생활환경이 급변해 인정이 메마르고 대화가 줄어들어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성행한다. 핵가족 생활로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예절마저 사라져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인 인륜과 멀어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3년 말 현재 자살률이 OECD 가입국의 38개국 평균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치로 부동의 1위이다. 노인과 아동 학대 신고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의 시선을 심하게 의식하는 문화 속에서 집성촌을 자랑하던 가족제도에 많은 변화를 가지며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알면서도 방관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바바라 부시 여사는 한 대학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미국의 장래가 백악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미국의 장래는 백악관이 아닌 바로 여러분의 가정에 달려 있습니다. 프랑스 속담에도 가정이 국가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듯이 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가정이 많은 나라가 건강하다는 말입니다. 가정은 사람을 만드는 곳입니다. 공장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시장 경제가 살아나고 국가 경제도 튼튼해집니다. 이처럼 가정에서는 부모가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한 사고방식과 건전한 삶의 태도, 세계관을 가진 자녀를 양육을 해서 사회에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 집니다. 잊지 마세요. 한 가정의 의식수준이 그 나라의 의식수준을 결정합니다. 사랑합니다.” 동양고전에서는 나라를 잘 다스리고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도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며 집안을 잘 다스리는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은 종일 비가 내리며 심술을 부렸다. 놀이공원을 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겠지만 부모 사랑 듬뿍 받은 아이들이 행복했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스승의 날, 부부의 날에도 가족 간 사랑을 나누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가까이 지인들과도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랑이 충만한 오월이 되길 바라본다. 가정마다 오월의 라일락 꽃향기가 전해지기를.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9

날뛰는 전세사기, 잘 대비하면 막을 수 있다

부동산 하락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상승장이 영원할 것처럼 투기판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들이 부동산 하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영혼까지 끌어서 산 부동산이니 당연한 일이다. 투자나 투기를 하려면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을 쫓아가는 불나방처럼 돈을 쫓아간 결과다.요즘 3억하던 전세가 2억이 되었다. 역전세가 1억이나 된다. 임대 만기가 된 임대인들은 역전세금을 내주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돌려줄 현금을 통장에 예금해 둘 임대인이라면 처음부터 전세를 3억에 내지 않는다. 보증금 2억에 월세를 받는 반전세가 더 낫기 때문이다.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하는 과정의 사다리 역할을 하던 전세가 역전세 되어 그 차액을 이자계산해서 돌려주는 임대인들도 많다. 부동산 하락으로 인해 그런 임대인들까지 전세사기꾼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전세금이 매매가 보다 높을 때 일반적인 매도인은 그 차액을 매수인에게 주고 명의를 넘긴다. 매수인은 전세기간이 끝나면 그 돈을 합해서 전세입자에게 내 주도록 되어있다. 사기라는 것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남의 것을 취하기 위해 일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갭이라 하는데, 전세가가 치솟아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는 물건들이 그들의 표적이다.그들은 사기를 치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최고 높았을 때의 전세입자가 살고 있는 급매를 찾아다닌다. 취득세만 있으면 명의를 이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집을 산 주인은 최고가의 전세금으로 살고 있는 현 세입자를 내 보내기 위해서라며 새로운 세입자를 받는다. 새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에 1억이나 되는 차액을 합해서 현 세입자에게 내주어야 하지만, 그들은 현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먹고 튀어버린다.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나간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통장은 비어 있다.도망간 집주인은 일명 바지사장이다. 바지사장을 앞세워 한 지역을 싹쓸이 사기 치고 빠지는 수법이 판을 친다.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대항력을 갖춘 현 세입자는 법적으로 하면 전세금의 일부나마 받을 수 있다. 대항력은 전세권등기를 하거나 보증보험을 가입하고, 주소이전과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새로운 세입자다. 전 재산인 전세금이 한 순간에 날아간다. 전세금이 현 세입자에게 건너가야 키를 받을 수 있는데, 이삿짐을 실은 차는 갈 곳이 없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다.임대인이 없으면 임차인도 없다. 전세를 내는 집이 있으니 전세금으로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집을 사는 데 사다리 역할을 해 주던 전셋집이 없어지면 월세를 살 수밖에 없다. 사기꾼에 대한 법이 더 강해져 서민들이 눈물 흘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의심의 눈으로 보아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이 힘이 든다. /김영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9

가정의 달 5월, 치솟는 외식비에 ‘지갑 열기 겁나요’

자연의 싱그러움과 사랑이 넘치는 5월이다. 하지만 가정의 달 5월은 마음 쓸 일도 많아 일년 중 지출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결혼식 등 기념일이 줄을 서듯 순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선물과 외식비, 나들이까지 챙기면 100만 원이 훌쩍 넘어 가계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외식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에겐 밖에서 밥 사 먹기가 고민이 되고 있다.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외식 물가의 상승률(3.4%)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0.3%로 높게 나타났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64.1%인 25개 물가가 평균보다 높았는데 외식 물가가 평균을 넘는 현상이 2021년 6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북에서도 3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3.2%로 나타나 서민 생활과 관련한 물가가 대부분 올랐음을 보여 주고 있다.김밥과 햄버거, 치킨 등 분식류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인데 얇아진 지갑 탓에 편하게 사 먹는 메뉴에서 쉽게 사 먹지 못하는 가격이 되고 있다. 초등학생이 있는 주부들도 아이들에게 “김밥은 쉽게 사주는 외식 메뉴였는데 한 줄에 4000원인 시대가 됐다. 최근에는 햄버거도 불고기버거 세트를 300원이나 더 주고 사 먹었다. 주말이면 피자와 치킨도 자주 시켜 먹었는데 이제는 그 횟수도 줄여야겠다. 외식비 인상에 5월이 반갑지 않다”고 한다.포항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모(35) 씨는 “매년 어버이날 즈음해서 부모님과 가족 식사를 하고 용돈을 30만 원씩 드렸다. 올해는 외식비도 많이 올라서 가성비 좋은 곳으로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 부모님 용돈도 좀 줄일까 생각 중이다. 아이가 있으면 더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돈 쓸 일 많은 가정의 달 5월은 한 취업정보업체(잡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한 명이 5월에 추가로 지출하는 돈은 평균 54만 원으로 집계 되었다. 특히 기혼자는 양가 부모님과 자녀들까지 챙겨야 할 사람도 많아 미혼 직장인보다 지출이 20만 원 더 많았다. 그리고 직장인의 5월에 지출되는 평균 경비는 80만 원으로 나타났다.서민들이 5월이 힘들고 부담이 되고 지출이 줄줄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는 가운데 외식이 많은 5월에 가격 인상을 하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재료비와 인건비, 배달료 상승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한다.가정의 달 5월은 늘 곁에 있어도 소중함을 몰랐던, 그리고 멀리 떨어져 소홀했던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또 가족이라도 바쁜 생활 속에서 일 년 중 함께 즐기며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최근의 경제 상황이 외식비 인상 등 주머니 사정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따뜻하고 정감 있는 가족의 시간만큼은 줄일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7

청량사 봄풍경

청량사는 몇 해 전부터 가고 싶어 벼르던 곳이었다. 다녀온 지인들이 가보라고 입을 모았다. 겨울이면 겨울, 가을은 더더욱 경치가 좋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은 세상이 연둣빛일 때 가보기로 했다. 아침 물안개가 산밑에 머무를 때 가보려고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다.포항에서 영덕까지 7번 국도를 달려 영덕IC에서 고속도로로 갈아탔다. 조금 달리나 싶다가 영양에서 다시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물이 많은 영양은 안개가 하얗게 덮인 채 잠에서 덜 깬 산골 소녀 같다. 점점 영양 더 깊은 곳으로 가자 고추 모종을 실은 트럭이 밭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밭고랑마다 고추가 심기고 우리는 청량산도립공원으로 접어들었다. 구불구불 오르막을 올라 고개를 넘으니 곧 내리막길이다가 금방 주차장이다.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도 차를 세우고 초파일 연등이 내걸린 청량사로 올랐다.시작부터 가파르다. 운동 부족이라 그런지 5분이 지나자 숨이 가쁘다. 그만 갈까 하는데 길옆에 손톱보다 작은 하늘빛 꽃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검색해보니 참꽃마리였다. 무리 지어 까르르 웃는 유치원생 같다. 잠시 들여다보며 숨을 고르고 다시 발길을 옮겼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운 절이라 그런가, 곳곳에 아름드리나무가 길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하루 종일 시원한 그늘이라 나무에 이끼가 자라 마치 초록 옷을 입은 듯하다. 그 뒤로 아침 햇살이 조명처럼 내비쳐 봄빛이 곱다.조금 더 오르니 주세붕의 시가 바위에 걸렸다. 송학이 졸다가 깬다는 구절에 감탄하며 무릎을 다독거렸다. 또 한 구비 오르니 미나리냉이꽃이 하얗게 폈다. 쉴 겸 사진 한 장 찍는다. 가끔 내리막이다가 오르기도 해야 하는데 청량사 가는 길은 점점 더 가파르다. 10분이 지나자 온몸이 땀이다. 나무수국이 이제 막 몇 잎 폈고, 나비가 지쳐 돌아설까 봐 힘내라며 팔랑팔랑 앞서간다. 조금 더 오르니 벌깨덩굴꽃이 꽃잎에 나비를 매단 것처럼 피었다.청량사에 가까워질수록 물소리가 커졌다. 기와를 이어서 물길을 냈다. 그 옆에 종지나물이 작은 잎으로 물을 더 보탰다. 철쭉은 지는 중이고 작약은 이제 막 꽃대를 올렸다. 경치가 그저 그만이라는 찻집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대웅전 앞에 보살님들이 모여 제를 올릴 때 사용할 그릇을 닦고 있었다.절 마당 한가운데 소나무 아래 숨을 고르는 등산객들이 앉았다. 경기도 동탄에서 새벽에 출발했다는 일행들이다. 자신의 몸피만 한 짐을 등에 얹은 등산객은 땀이 식자 하늘다리라는 표지판을 따라 다시 산을 오른다. 오늘 밤은 정상에서 자려고 그렇게 커다란 배낭을 꾸린 것이라 했다. 빈손으로 오르기도 힘든 길이었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무릎이 아프다며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자기 자신도 모를 노릇이라고 웃는다.청량산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청량사 법당은 풍수지리학상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히는데 청량산의 육육봉(12봉우리)이 연꽃잎처럼 절을 둘러싸고 있고 청량사는 연꽃의 수술 자리이다. 이곳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있다.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물고기 모양 풍경이 산 아래 풍경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것 구경하다 해우소에서 근심까지 해결했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오를 때보다 더 조심조심 갈지자로 걸으니 산꽃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쉽게 차를 타고 올랐다면 몰랐을 향이다. 차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면 청량사가 가슴에 남지 않을 것이다. 다녀온 지인들이 모두 이 길을 한 발 한 발 힘겹게 오르며 나무와 꽃과 새소리의 응원을 받아서 청량사를 손에 꼽았을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7

광야를 노래하다 안동댐 ‘육사 시비’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중략)다시 千古(천고)의 뒤에/ 白馬(백마) 타고 오는 超人(초인)이 있어/ 이 曠野(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독립운동가이자 대표적 민족시인 육사 이원록(1904~1944)의 시 ‘광야’의 첫 구절이다. 일제에 항거한 강렬한 민족의식을 노래한 시인은 안동시 도산면 원천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육사(陸史)는 독립운동으로 체포돼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죄수번호 ‘264’에서 따온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안동댐 안동민속박물관 야외에는 시인의 정신을 기리고자 건립된 ‘육사시비(陸史詩碑·사진)’가 있다. ‘이육사 선생 기념비 건립위원회’에 의해 1968년 낙동강 강변에 세워진 이육사 시비는 안동댐 건설과 함께 수몰의 위험으로 1970년대 이건돼 현재까지 안동댐 민속박물관 야외에 자리하고 있다.시비 앞면에는 육사의 시 ‘광야’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동탁 조지훈 시인의 추모 글이 새겨져 있다. 조지훈 시인은 비문의 마지막에 “광야를 달리던 뜨거운 意志(의지)여 돌아와 祖國(조국)의 江山(강산)에 안기라”며 육사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기렸다.‘광야’는 시인이 죽은 뒤 시인의 아우 원조가 수습해 1945년 ‘자유신문’에 처음 발표한 유고 시다. 조국 광복을 노래한 시인은 끝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숨을 거두었지만 일본의 패망을 예견했으리라.안동댐에 와서 민속촌의 예스러움과 월영교의 아름다운 풍광만 보고 갈 일이 아니다. 민속촌 입구의 ‘육사시비’의 글귀를 보며 아름답고 강인했던 영원한 청년 시인 육사의 생을 톺아보는 뜻깊은 시간도 가지길 바라본다.한편, 또 다른 육사시비는 육사의 생가터인 도산면 원천리에 있다. 육사의 생가 자리에 포도 모양의 일곱 개의 화강암 위에 동판으로 만든 육사 선생의 얼굴과 시 ‘청포도’를 새겨두었다. 1992년 건립되었으며 지난 4월 국가보훈부 경북북부보훈지청에 의해 이달의 현충시설로 선정됐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7

세상 사랑 중 가장 크고 높은 어버이의 사랑

어떤 오해로 인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날이 있었다.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세상은 너무나 매몰찼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표현이 이때 필요하구나 싶었다. 밥도 안 먹히고 물도 안 먹히고 그저 멍하니 앉아서 초점 없는 눈으로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은 없는 것 같은 상실감으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키가 훤칠한 소나무 숲 아래쪽에 있는 단풍나무 두어 그루 아래에 섰다. 전날 내린 비로 단풍잎은 더욱 생생한 초록빛이었고 아이 손가락 같은 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단풍나무 가지를 흔들다 가고는 했다.그 풍경 아래에 아득히 서 있다가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십여 년 전에 하늘로 가신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실 때 의사는 가족을 몰라볼 거라 했지만 몸이 굳고 혀가 굳어 말을 잃었어도 아버지는 눈빛으로 분명 나를 알아보셨었다.사람의 눈빛이 얼마나 간절한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때 알았다. 죽음 가까이에서도 그렇게 애절하게 딸을 바라보던 아버지를 잊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괴로워한 내가 갑자기 바보 같이 생각이 됐다. 그러자 말할 수 없는 위로가 찾아왔다. ‘아! 내게도 언제나 지켜봐 주며 걱정해 주는 아버지가 있었지’ 비록 보이지 않는 시공간으로 경계지어 있지만 이어진 인연의 끈을 통해 아파하는 딸을 어루만져 주는 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졌다.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았다.“아버지가 가마솥에 불을 지피셨다/ 잘 마른 나뭇가지에 불이 붙으면/ 아궁이는 뒤뜰 감나무 홍시 빛깔보다 더 환해졌다/ 지난 계절 내내 가지에 묻은 바람들이 깨어나/ 너울너울 불꽃이 되어 흔들렸다// 나는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의 생이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았다/ 비릿한 듯 은근한 듯/ 얻어먹은 술밥에 취한 것처럼 혼곤한 그 냄새가/ 삭정이 같이 구멍 숭숭한 처마를 지나고/ 뒤란 꽁무니에 매달린 굴뚝까지 돌아나가야/ 가마솥의 여물은 질긴 가난처럼 익었다// 여덟 아이들 중 서넛은/ 기슭에 떨어진 도토리처럼 집을 떠났고/ 남은 아이들이 복닥거리는 작은 방에/ 서서히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냄새가 피어올랐다/ 여위어 가던 아버지가 한 줌의 재가 되기 전까지는/ 아직도 아버지는 이승의 아궁이로 불을 지피시고/ 익숙한 나무 타는 냄새와 구들장을 번져가는 온기로/ 나는 오늘도 저물어가는 이 저녁을 살아낸다” (엄다경 시 ‘아버지의 아궁이’)다시 오월이다. 새봄이 오고 새잎은 찬란하지만 한번 떠난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사랑의 끈이 끊어졌다고 여기며 아파하지는 말자. 살아가는 데는 보이지 않는 깊은 사랑이 우리를 받쳐주고 있다. 그 힘이 있어 살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상의 사랑 중 가장 크고 높은 사랑은 어버이의 사랑이리라. 그 사랑 덕에 우리는 오늘을 잘 살아낼 수가 있다. 카네이션 곱게 들고 사랑의 온기를 가슴으로 느끼는 오월이 되자.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2

문화해설사와 함께한 성주 문학기행

황사가 도시를 뒤덮던 날이 계속되던 지난달 21일, 반갑게 봄비가 내렸다. 여행을 앞둔 날, 비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눈앞을 가로막는 최악의 미세먼지에 비가 오히려 고마웠다.온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주던 보슬비가 간간이 뿌리던 일요일, 한국수필문학관 관장님을 포함한 수필 아카데미 회원 27명이 성주로 문학기행을 떠났다. 첫 번째 목적지는 한개마을이었다. 큰 하천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한개마을, 뒤로는 영취산, 앞으로는 백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으로 성산 이씨의 집성촌이다. 마을의 전통 한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토석담이 잘 어우러져 있는 마을 초입의 골목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는데 마을의 기운이 좋아 37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했으며, 선비들이 이 길을 통과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진사댁, 조선 시대 마지막 과거시험에서 진사가 된 이국희의 집이다. 초가를 이었으나 서까래와 기둥은 든든한 사랑채에는 주인장의 ‘검이불루 화이불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해설사는 말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사로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대문 밖에 대성학당이 있는, 집안 곳곳에 이야기가 풍성한 교리댁은 마을 고택 중에서 백미였다. 마당 한쪽에 버티고 선 ‘남귤북지’ 고사가 스민 탱자나무가 있고, 사랑채 뒤쪽에는 사당이 있다. 거대한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에서 자연을 그대로 살린 건축물인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설사의 설명이 없었다면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 마구간 앞 하마비에 새겨진 ‘운서영원대’라는 문구에서 벗이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사도세자의 호위 무관이었던 이성문이 낙향해 은거하며 지냈던 북비고택에도 들었다. 충신의 툇마루에 쭉 앉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응와종택으로도 불리는데 인심 좋은 주인장이 모처럼 안채까지 활짝 열어주었다. 덕분에 잘 정돈된 정원과 당시 상류층 양반 한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호사는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산책로를 따라 최상단 전망대에 올라 마을 전체를 보았다. 드라마 ‘연인’의 촬영지였던 한주정사가 있는 한주종택에도 들렀다. 마을의 혈 자리에 있는 고택의 사랑채에는 대대로 성리학을 받드는 집이라는 뜻의 ‘주리세가’란 편액이 걸려 있었다. 또한 이 댁의 주인인 이석문과 두 아들, 삼부자의 독립운동을 인정받아 국가보훈처에서 세운 안내판이 하나 더 세워져 있다.월항면 인촌리 태봉에 있는 세종대왕자 태실과 성산동 고분군도 담당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며 안내를 해주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한 여행을 통해서 성주의 역사적 위치와 문화적 가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세 곳에 각각 배치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지역의 문화와 그 장소에 담긴 생활상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역사 속의 성주에 대해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2

최태성의 역사서 ‘역사의 쓸모’를 읽고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겐 삶이 되고, 후대에게는 지나간 과거사가 된다. 시민기자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그러나 1960년대를 지내온 어머니에게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존경스러운 인물로 인식되어있다.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사람과 책에서 지나간 역사로 배운 사람의 차이는 크다. ‘역사의 쓸모’의 저자 최태성은 우리가 배운 역사 속 인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 인물이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개별화된 대상이 아닌, 그 시대를 함께 겪어온 대표자로 인식되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라 여긴다고 이야기한다.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의 사건 중 하나는 1994년 김일성의 죽음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대성통곡이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대지에서 시작하여 지도자 김일성과 함께 다시 일구어나간 나라와 그 나라 국민이라는 공통된 경험이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하나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서로에게 나타남으로 인해 세대간 갈등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이처럼 역사를 배우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또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이다. 저자는 결정할 상황에 놓이거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때 자신은 역사를 되돌아보고 답을 찾는다고 전한다. 역사 속 인물로부터 배워야할 점과 그들의 실수를 통해 고쳐야할 점을 사전에 학습하여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저자는 유신 헌법으로 영구 집권까지 노리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큰 획을 그은 훌륭한 업적만을 우리가 기억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잘 내려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고려시대 거란 장군 소손녕이 80만 병사를 이끌고 고려에게 항복할 것을 요구했으나, 서희는 그들의 숨겨진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고 오히려 압록강 동쪽의 강동 6주를 얻어냈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을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속에서 인물 간의 관계와 사건에 대한 인물의 선택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거울과 경계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역사의 쓸모라는 것을 알려준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02

아이를 낳으면 정말 행복할까

초저출생을 겪고 있는 지금, 다둥이 가족의 출생 소식이나 이따금 시골 동네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포항 호미곶면에서도 18개월 만에 아이가 태어나 마을이 들썩였다. 그리고 이들 부모는 아이를 낳은 게 정말 기쁘다고 말한다.그렇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정말 행복할까. 물론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행복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그 첫 번째가 경제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직장인 대부분도 경제 문제를 이유로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인구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비용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평균 3억65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 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태어나는 아이들 열 명 중 아홉 명은 중산층 이상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기 시작한 시대이지만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를 낳는 걸 더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출산지원금 1억 원을 지원해 준다면 아이를 낳는데 동기부여가 되겠는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질문에 대해 분명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을지 고민하는 가정에서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반응을 보였다.두 번째는 육아휴직과 경력 단절이다.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당연히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어쩌면 여성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가능성은 14%나 높고 이를 우려해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데 전체 출산율 감소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여성들에게 출산과 양육의 일이 비대칭적으로 과대하게 쏠려있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노동환경, 남성들의 낮은 가사 참여도 등이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게 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육아휴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주변 눈치를 보느라 지원 정책이 있어도 현실에서는 당당히 쓸 수가 없다. 경북에서는 지난 3월 올 상반기 ‘나의 직장동료 크레딧’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을 보면 14곳 만이 지원했다. 이 사업은 직장동료가 휴직자의 일을 더하고 추가 수당을 받는 것인데 여전히 중소기업에서는 금전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쓰려는 수요가 적으며 이런 정책들이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현재 둘째를 임신 중인 프리랜서 장 모(34) 씨는 “주위 친구들도 결혼과 함께 아이를 낳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이가 있으면 분명 아이가 우선순위가 되고 나의 삶은 거의 포기를 해야 될 때가 많다. 자신의 경력 문제와 도우미를 구하는 것 등 현실에 부딪치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의 존재는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인간으로서 삶을 창조하고 스스로도 성장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30

봉화군, 베트남 리 왕조 건국기념축제 참가

봉화군 우호대표단은 지난달 21일부터 6일간 국제우호교류 도시 베트남 뜨선시를 방문했다. 상호 교류협력 및 유대강화를 도모하고,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교류사업 확대를 위해서다.이번 방문은 베트남 리(李)왕조 건국기념축제(음력 3월 14~16일)에 맞춰 뜨선시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됐다. 박현국 봉화군수, 김상희 봉화군의회 의장과 관계 공무원, 화산 이씨 봉화군 종친회와 봉화 보부상 마당놀이단 등이 참여했다.뜨선시를 방문해 레 쑤언 러이 당서기장, 황바휘 뜨선시장, 뜨선시 관계자들과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베트남 문화관광체육부를 방문해 협조를 부탁했다.그리고 박린성 인민위원회 당서기가 봉화군 우호대표단을 찾아와 환대했다. 베트남 뜨선시에서 열린 리(李)왕조 건국기념 축제에는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였다. 덴도축제 개막식에 초청된 봉화 보부상 마당놀이가 5천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펼쳐졌고, 이는 봉화군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또한, 봉화 우호대표단은 2천여 명이 참여한 수상행렬단과 천도재에 동참해 우호를 다졌다. 수상행렬이 지나는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특히, 곳곳에 많은 유치원생이 나와 수상행렬을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봉화군 우호대표단을 맞아주었고 물과 과일을 나눠주며 환대했다.베트남 뜨선시 딘방방에 있는 덴도사원은 베트남 최초 독립국인 리 왕조 태조의 고향이자 8대 왕의 위패가 모셔진 사원이다. 뜨선시에서는 리 태조의 즉위일인 음력 3월 14일에서 16일까지 매년 덴도축제를 열고 있다.베트남 최초 독립국가인 리 왕조는 9대 216년 동안 통치했고, 리 왕조 개국 이태조는 이공온이며, 우리나라 화산이씨 시조 이용상은 6대왕 이천조의 일곱 번째 아들이다. 1226년 정란으로 왕족들이 살해당하자 이용상이 옹진군 화산면에 피난, 정착해 오늘날 화산 이씨로 불리게 됐다.화산 이씨 13세손인 이장발은 19세의 나이로 임진왜란 의병으로 참전해 문경에서 싸우다 전사했고, 장인이 시신을 거둬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묻었다, 이런 충절을 기리기 위해 1750년 충효당이 건립됐다. 충효당은 베트남 리 왕조와 관련한 국내 유일의 유적지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66호다. 이 일대에는 충효당 외에도 이장발을 기리는 유허비와 산소, 제사를 준비하는 재실이 보존돼 있다.봉화군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추앙의 대상인 리 왕조와의 역사적 인연을 연결고리 삼아 ‘K-베트남밸리 조성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번 봉화군 우호대표단 베트남 뜨선시 초청 방문은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양 도시간 협력을 강화시켰고, 문화, 예술, 교육,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발한 교류 발판이 됐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