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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퍼펙트 데이즈

긴 설 연휴 끝에 자리한 주말을 경주에서 보냈다. 촉촉하게 비가 내려 아침이지만 어둑하다. 덕분에 늦잠을 자고 설을 보내느라 바빴던 몸을 잠시 쉬었다. 아침이라 하기엔 늦은, 남이 해주는 돌솥 정식을 점심으로 먹었다. 그러고 찾아간 경주문화예술회관은 주차장부터 조용해서 좋았다. 주말은 늘 복잡해서 힘들었는데 초현실주의 전시가 생소해서인지 관람객이 적어 그림 감상하기에 참 좋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1920년대 파리에서 시작된 예술 및 문화 운동으로, 다다이즘에서 나아가 현실을 초월하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다다는 아기가 옹알이할 때 내는 소리이고 아무 뜻이 없다. 비행기 전화기 같은 물건들이 생겨난 격변의 시대에 그 모든 발명품이 전쟁에 쓰이며 1천만 명 이상 살해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예술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꿈과 상상 무의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해서 반쯤 잠든 상태 같은 식으로 표현하고, 보는 이는 예상하지 못한 그림을 통해 각자 다양한 해석을 하게 만든다. 초현실주의를 이끈 막스 에른스트의 직업은 다양하다. 화가이자 시인이며 보석디자이너였고 사진가였다. 기록에 15가지 직업을 가졌다고 한다. 부인이 4명이었고 동거인이 넷이다. 아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현실에서 삶이 초현실적인 듯 말이다. 이번 전시는 막스 에른스트로 시작해 막스 에른스트로 끝을 냈다.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었는데 처음도 막스 에른스트, 마지막 방은 그의 부인의 그림들로 채웠다. 첫 섹션의 손에 든 모자, 머리에 쓴 모자라는 작품은 피식 웃음이 났다. 마지막 방의 그의 마지막 부인 도로시아 태닝이 만든 의자에는 꼬리가 달렸다. 왜 꼬리를 달았냐는 질문에 그냥 천이 남아서였다니,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부부다. 초현실주의에서 말하는 초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을 초월한 세계를 말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영향을 받은 무의식의 세계, 혹은 꿈의 세계를 말한다. 미술가들은 주로 콜라주, 프로타주, 데칼코마니 등의 방식을 사용해 의식의 검열 없이 이미지를 창출하려 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마법의 거울이란 제목의 그림을 그려놓고 거울 속에는 사람의 모습도 방안의 풍경도 아닌 ‘인간의 몸이다’라는 글을 적었다. 처음 그림을 볼 때 변기인가 했다가 제목을 보니 거울인가 했는데, 작가는 인간의 몸이라고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물을 배치해서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의도였다면 적중했다. 전시회 포스터의 그림이 르네 마그리트의 ‘불길한 날씨’이다. 이 그림이 초현실주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라서 뽑았다고 한다. 살바도르 달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또 어떤 재미난 일을 벌일까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전시장에 한쪽 벽을 채운 사진에서 달리를 찾아보라고 도슨트가 문제를 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달리는 없었다. 멋진 차림의 신사 숙녀 사이, 화면 중앙에 우주인 복장인지, 잠수복인지 애매한 모습의 한 사람, 심지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 달리가 있다. 그가 그린 그림만큼 독특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초현실 세계에서 빠져나와 경주의 오래된 골목 끝에 자리한 카페에서 진저라떼를 마셨다. 은은한 생강향과 위에 뿌려진 시나몬을 함께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졌다.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고 월정교의 야경을 보러 갔다. 비가 하루 종일 서성거렸지만 바람이 없어서 걷기에 좋은 밤이었다. 월정교의 불빛이 들어오고, 아래로 흐르는 물에 비친 월정교가 더 멋진 풍경이었다. 그 풍경 속에 오리들이 저녁을 먹고 있다. 잔잔하고 완벽한 하루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5-02-04

일상에서 시작하는 환경보호 실천

다 마신 우유갑으로 환경보호도 하면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방법이 있다. 이런 게 바로 사람들이 하는 말로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아닐까 싶다. 먼저 빈 우유갑을 잘라서 물에 씻어 말린 후 차곡차곡 모은다. 모은 우유갑을 들고 거주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가면 무게당 그에 상응하는 생필품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휴지가 많은데 롤휴지를 받을 수도 있고 갑티슈를 받을 수도 있다.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으면 그만이었던 우유갑으로 자원 재활용도 하고 생필품도 생기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안동시 용상동 주민 김순자 씨는 몇 달간 가족들이 마신 우유갑 5㎏을 용상동 행정복지센터에 들고 왔다. 행정민원팀 최민석 씨의 안내로 저울에 무게를 달아본 후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입하고 1㎏당 1개씩 계산해 총 5개의 갑티슈를 받았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김 씨는 “매일 우유팩을 씻어 말리기 솔직히 번거로웠는데, 이렇게 휴지로 바꿔 가니 기분이 좋고 자원 재활용도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최민석 씨는 “알음알음 알려져 우유갑을 들고 오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자원 재활용에 관심이 높은 분위기를 전했다. 지자체에서 각 행정복지센터로 예산이 배분되는 만큼 예산이 소진되는 경우도 있으니 거주지 복지센터에 방문 전 전화 문의를 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또 교환 물품과 양도 센터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보호와 자원순환경제 활성화는 일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안 쓰는 전기 플러그는 뽑아두기, 텀블러를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가 있다. 그리고 다 마신 우유갑은 잘 씻어 말리고 모아서 행정복지센터에서 휴지와 교환하기. 생활 속 작은 실천이 환경보호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02-04

나만의 프라이빗한 영화관, 인디플러스 포항

비 오는 주말 오후, 포항 인디플러스 포항을 찾았다. 새해가 시작되고 아이들 방학을 맞아 정신없이 한 달을 보냈다. 며칠 전에는 설 명절의 소란함도 물러갔다. 그사이 새로운 달, 2월이 찾아왔다. 다시 조급해지는 마음을 조금 느린 호흡으로 여유 있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었다. 이런 내게 힐링할 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지나는 길에 프라이빗한 영화관인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상영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서 모임에서 먼저 만났던 클레어 키건의 책을 동명의 영화로 만든 거다. 영화에서는 또 어떤 느낌일지 상상했다. 영화 주인공이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이었던 킬리언 머피라니 더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한참 만에 찾은 인디플러스 포항은 1층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뿐 아니라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과 전시 공간도 갖추고 있다. 영화 상영에만 그치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실은 사진과 그림 등 각종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발권도 함께 하고 있는데 영화 관람료가 3,500원으로 예전 그대로였다. 회원은 3,000원이다. 일반 멀티플랙스에서는 요즘 영화 관람료가 올라서 한 편 보기도 부담스러운 것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기도 하다. 거기다 10회를 관람하면 한 번은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일반 상영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화 전단도 볼 수 있다. 각종 카탈로그와 포항 출신 작가들의 책도 전시하고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는 한 개의 상영관과 휴게실이 나온다. 휴게실에 서니 육거리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여기서 가끔 영화 특전 포스트를 만날 수도 있다. 표를 확인하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상영관은 한 개였지만 260석 규모는 꽤 커 보였다. 한 시간 반의 영화는 제목처럼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비리와 부조리를 마주하는 내용이어서 눈은 주인공의 번뇌하는 모습과 그의 작은 용기를 따라갔다. 독서 모임에서 얘기하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관람하는 동안 일반 멀티플렉스에 적응된 몸이라 의자는 조금 불편했지만 조용한 영화관이라 음료와 팝콘 먹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오롯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관람 후에 다른 상영작들을 살펴보니 포항 출신 영화 감독인 허장의 ‘한 채’도 상영하고 있었다. 새해를 맞은 지난달 초에는 모교 학생들로 객석을 가득 채웠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잘 만날 수 없는 이런 영화들을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만나다니 더 기분이 좋았다. 독립영화는 인디영화라고도 불리는데 우리가 만나는 일반적인 상업영화가 아닌 투자와 지원을 받지 않고 작가정신에 충실한 작품을 추구한다. 이런 영화들은 독립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디플러스 포항은 지역의 유일한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8년째 그 이름을 달고 지역의 유일한 독립영화관으로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년 250일가량 독립영화가 상영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디플러스에서는 다양한 활동들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너지’라는 영화 동아리다. 시민들이 단편영화를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영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향상 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인디플러스 포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 인디플러스 포항 관계자는 “영화관에서는 어린이 등 참여 대상도 늘리려고 한다. 이를 잘 이용하는 방법은 회원가입을 하는 거다. 각종 정보도 알려드린다. 이 혜택을 받으면 좀 더 프라이빗하게 인디플러스 포항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02-04

바다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

동해선 열차길이 열렸다. 바다를 바라보며 강릉까지 달려가보자.기차여행을 떠났다. 포항에서 강릉까지 새로운 길이 놓였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표를 예매했다. 동해를 친구삼아 달리는 새로운 선로다. 이른 아침 7시 48분에 포항에서 출발해 아침 11시 넘어 강릉에 도착하는 표를 샀다. 아주 작은 역까지 모두 서는 마치 어릴 적 타 보았던 비둘기호 느낌이다. 월포, 장사, 강구를 지나 일행 중 한 명은 영덕역에서 만났다. 영덕에 사는 언니는 살림꾼이라 손이 무겁게 가방을 들고 기차에 올랐다. 이른 아침 나섰을 우리를 위해 따뜻한 커피와 삶을 달걀을 내민다. 얼마나 손이 야무진지 두 개씩 따로 포장해 떨어진 자리에 앉은 지인들까지 쉽게 나눠 먹도록 배려했다. 들고 온 가방은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백설기, 사탕, 초콜릿, 따뜻한 차에 손 닦으라고 물휴지까지 없는 게 없다. 수십 년 전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완행열차를 타고 온종일 서울로 가며 돌봄을 받던 시절이 떠올라 뭉클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생소한 이름의 역도 보였다. 고래불, 기성, 매화, 심지어 흥부역도 있었다. 놀부역도 있으려나. 웃으며 창밖을 보니 강원도에 가까워질수록 기차는 바다 옆으로 다가섰다. 7번 국도가 드라이브하기 좋은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이유는 바다를 보며 달리기 때문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다. 그런 풍경이 포항에서 삼척까지는 저 멀리 보여 조금 안타까웠다. 정동진역이 역시 최고였다. 모래사장으로 바로 내려설 수 있는 역이어서 사람들로 가득했다. 레일바이크에 탄 사람들도 신나게 바닷길을 달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래시계 소나무까지 기차 안에서 다 보인다. 역사는 작은데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은 넘쳐나는 역이다. 대설주의보가 내려 강릉에서 눈싸움도 해야지 하며 강릉역을 빠져나왔지만, 눈은 먼 산에 하얗게 쌓였을 뿐 온화하다. 도착시간이 점심때라 맛집을 찾아갔다. 감자옹심이와 막국수를 시켰다. 늘 줄을 서는 집이 역에서 걸어 5분 거리여서 찾기 쉬웠다. 따뜻한 옹심이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차를 빌리지 않고 되도록 뚜벅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설 연휴라서인가 기찻길이 뚫려서인가 중앙시장은 사람들로 붐벼서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였다. 구경을 10분 만에 포기하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근처 전집에서 감자전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시계를 보니 서둘러 다시 강릉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약에서 출발하는 AI버스를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예약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만 3년 운행한다는 무료 셔틀버스다. A코스, B코스, C코스까지 있어 강릉역에서 안목해변 등을 돌아오는 코스다. 인터넷 예약 필수다. 강릉역에서 나올 때 잘 살펴야 한다. 입구가 여러 곳이라 초행길인 우리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몰라 한참 헤맸다. 결국 오후 2시 승차 시간을 지나버렸다. 할 수 없이 허난설헌 생가터까지 택시를 탔다. 가면서 택시 기사님께 여쭈니, 택시 승강장 맞은편에 보라색으로 표시한 곳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자동차 혼자 자율주행이라 급정거 급출발할 때도 있어서 6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탑승이 어렵다고 한다. 곧 운행 코스도 변경된다고 하니 잘 알아보고 경험해보면 좋겠다. 강릉에서 여러 계획이 있었지만, 뚜벅이 여행이 쉽지만은 않아서 다음 일정은 취소하고 따뜻한 카페에서 저녁 먹을 때까지 ‘멍 때리기’로 했다. 다들 이런 시간도 좋다며 두런거리며 쉬었다. 부산에서 강원도를 가려면 자동차로 7번 국도를 달려가는 방법뿐이었는데 이젠 눈길 걱정 없이 기차로 데려다준다. 여행하기에 좋은 코스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5-01-30

이제는 사람 대신 키오스크의 시대

사람 대신 키오스크의 시대가 되고 있다. 키오스크(Kiosk)는 매장결제 무인 시스템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기다. 마트와 음식점에서의 식사 주문과 계산은 물론이고 영화관, 공항, 병원, 은행, 등의 공공시설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고 점점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은 경기도에 있는 친척 결혼식에 갔다가 ‘축의금 키오스크’라는 기계와 마주했다. 축의금을 받는 접수대가 아닌 기계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조금 낯설고 당황스러운 마음이었다고 한다. 기계에 축의금을 내려니 어색함이 가득해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평소에 키오스크를 접해온 터라 축의금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는 많이 어렵지 않았다. 기계에서 신부 쪽을 터치해 축의금을 넣으니 식권이 나왔다. 편하기는 했다. 하지만 사람을 보고 인사를 하고 얼굴을 봐야 하는 곳에서 기계라니. 한껏 차려입은 마음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었을 거다. 키오스크는 사람이 사라진 버스터미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매표는 당연히 키오스크로 대체되었다. 환불과 취소도 기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종종 포항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갈 일이 있는 이모(53)씨는 “순천에서는 키오스크 4대만으로 매표를 하고 있다. 이제는 얼마 전까지 계시던 도우미도 없어진 것 같다. 아직 키오스크를 불편해하며 예매를 부탁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이분들은 취소와 환불은 더 어려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을 키오스크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빠르게 늘어났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대면이 아닌 비대면의 대표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이 때문에 무인 점포, 무인 계산대 등 무인화를 한 발 더 일찍 당기는 매개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동네 골목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 편의점, 스터디 카페, 무인 카페, 문구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무인 스포츠시설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 시설에서는 스마트 기기와 AI로 혼자서도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키오스크를 반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한다는 큰 이점이 있다. 또 한가지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고객은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도 편리한 시간에 이용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점주 입장에서는 매출을 높일 수 있어 좋다. 이토록 편리하기도 한 키오스크는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뿐 아니라 디지털이 익숙한 젊은 사람들에게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조금은 불편하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다. 그건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아닐까. 결혼식에 갔던 지인도 축의금은 하객의 마음이 담긴 성의인데 사람이 있던 자리에 기계가 대신하니 ‘축하의 의미’가 조금 퇴색되는 것 같다. 내 가족 결혼식이라면 반대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바쁜 일상에 키오스크가 대신하니 좋긴 하지만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친척들이나 이웃과 함께 웃고 우는 곳에선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게 더 크기 때문일 거다. 붓펜으로 경조사 봉투에 마음을 담아 적어 내려가는 글을 쓰던 때가 떠올라서다. 곱창집을 자주 가는 한 직장인은 “요즘 기계가 대세이긴 하지만 즐겨 가는 곱창집이 이모님을 대신해 기계로 만들어져 손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키오스크도 로봇서빙도 그렇고 단골집인데 진정한 맛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01-30

달라진 설날 풍경

설 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88올림픽 이전만 해도 해외여행 자체가 생소했다. 올해 설 연휴동안 보인 국제공항들의 북새통 모습만으로도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여실히 보인다. 설 연휴는 주말과 연휴 사이에 끼어있던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 끝 금요일까지 연차를 쓰면 명절 연휴가 9일이었다. 넉넉해진 연휴기간동안 약 134만 여명이 차례 상을 접어두고 해외여행을 떠났다. 설 명절의 변화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라를 잃었던 당시,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도 예외 없이 고초를 겪는다. 그들은 음력설을 ‘구정(舊正)’이라 비하하며 태양력에 따라 신정(新正)을 강요한다. 이렇게 시작된 양력 과세는 해방 후 전통명절인 설날이 되살아나면서 이중과세가 된다. 산업화시대가 열리며 이중과세의 낭비성을 들어 세계화에 발맞춰 양력 과세를 살리고 음력설을 금한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버릴 수 없는 국민의 뜻에 따라 1989년 설날이 다시 되살아나며 양력 과세는 하루 휴일로 축소된다. 동요 작곡가 윤극영 선생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노래가 더없이 정겹던 시절, 설날이 다가오면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뻥튀기 아저씨가 내지르는 ‘뻥’소리에 쌀, 깨, 옥수수 등을 챙긴 아이들이 몰려든다. 튀겨 온 튀밥에 집에서 고운 조청 버무려 만든 강정은 그야말로 환상의 맛. 떡 방앗간에서 갓 빼 온 가래떡을 엄마 몰래 훔쳐 먹을 땐 너무 맛있어 눈물까지 난다. 설날은 그렇게 아이들을 설레게 했다.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밤을 잘 보내야 한해가 순조롭다며 어른들은 아이들을 앉혀놓고 구전처럼 일러준다. 그믐밤 잠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도 하고 도깨비가 훔쳐 갈까봐 신발을 방안에 들여놓게도 했다. 정말 눈썹이 하얗게 셀까봐 잠들지 않으려고 꾸덕꾸덕 마른 가래떡을 썰고 있는 바쁜 엄마를 거들며 버티다 버티다 잠이 들기도 했다. 얼른 입어보고 싶은 설빔을 안고 잤던 그 밤은 그렇게 내내 환하게 등불을 밝혀두었다. 설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설빔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는다. 공식적으로 한 살 더 먹었다는 의젓해진 마음으로 집안 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세뱃돈도 받고 덕담도 듣는다. 아이들은 들녘이나 얼음판 논 위에 모여 팽이치기, 자치기, 앉은뱅이 스케이트 타기 등의 놀이에 정월 초하루가 그저 신난다. 설빔과 맛있는 음식이 일상이 된 지금은 설 준비 내려놓고 해외로 국내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설 민속전통놀이도 체험놀이로 변모했다. 지역마다 설날의 전통 민속놀이인 투호, 공기놀이, 팽이치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윷놀이 등을 지역민과 여행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행사장을 마련한다. 포항시도 송도 해수욕장,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영일대해수욕장,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등에서 다양한 K-민속전통놀이 행사가 있었다. 포항 흥해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명절 대목이 실종되었다”고 했다. 해외여행만큼이나 차례상차림 대행 서비스 이용이 당연시될 만큼, 변해가는 설날의 풍습이 익숙해지고 있다. 전통은 곧 뿌리다.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과 같다. 시류에 따라 고향에서든 여행지에서든 K-전통놀이 체험과 함께 우리 고유명절 설날을 되새기며 ‘명절증후군’이 사라진 행복한 설날을 보내는 것도 좋은 듯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01-30

조선 대표 화가들 작품을 한 자리에서…

경주문화관 1918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 ‘조선 명화전 · 경주에서 만나는 조선’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12월 17일부터 진행 중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전시는 복제품을 뜻하는 ‘레플리카’로 진행된다. 특이점은 포스코의 PosART기술로 강판 위에 겹겹이 쌓여 출력된 작품들은 촉각으로도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명화를 손으로 만진다는 것은 기존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동행한 아이는 눈보다 손이 더 바삐 움직였다. 전시장은 총 4개의 섹션과 특별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8미터라는 엄청난 크기의 ‘강산무진도’다. 기존엔 보존 상태 문제로 부분전시만 이뤄지다 이번에 레플리카로 전폭 모두 완벽히 재현해 감상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작품들은 모두 실제 사이즈로 구현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의경, 산수화가 전시되고 있다. 사실적 표현에 중점을 두는 서양의 풍경화와 달리 예술가의 마음에서 나온 시선이 함께 동반되어 있다. 삶과 이상이 조화롭게 살아있는 풍경 사이 눈송이처럼 새하얀 매화가 가득 핀 서재에서 유유자적 책을 읽는 선비가 눈에 들어왔다. 온통 알람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는 입장에서 ‘매화초옥도’ 속 선비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외에도 인왕제색도, 금강산도, 안타깝게도 아직 원본이 일본에 있는 몽유도원도도 레플리카로 제작되어 전시 중이다. 다음은 초상화와 인물 풍속도들이 전시 중이다. 사실적이면서도 내면까지 잡아낸 인물화. 대중에게 익숙한 윤두서의 자화상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도의 익숙한 풍속화와 선이 고운 미인도를 지나자 미술시간에 외웠던 매, 난, 국, 죽으로 상징되는 사군자가 나타났다. 매서운 찬기운 속 꼿꼿이 서있는 나무 속에서 김정희의 마음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5만원권 지폐 속 그림으로도 잘 알려진 ‘월매도’가 보인다. 두 작품 모두 계절도 시절도 요즘과 어울리는 그림이다. 네 번째 섹션에 이르자 더없이 사랑스러운 강아지, 고양이와 털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호랑이가 나타났다. 아이는 예상대로 고양이 그림 앞에 놓인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섬세한 털 표현이 살아있는 동물들과 마주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작은 나비, 풀 한 포기 자연과 인간 구분 없이 소중히 생각하는 선조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작품 감상이 끝나자 체험존이 기다리고 있다. 나만의 한국화 부채 만들기, 매난국죽 병풍만들기, 자개그림 만들기로 총 3가지 중 하나를 골라 체험할 수 있다. 아들은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가 등장하는 화조구자도를 골랐다. 강아지들의 귀여운 외형 덕분에 가장 인기라고 한다. 전시는 2024년 12월 17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열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단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그리고 설 당일인 1월 29일은 휴관이다. 주말의 경우 1월, 2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4시엔 도슨트와 함께하는 감상도 가능하니 시간을 맞춰 노려볼만 하다.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설 명절을 맞아 경주를 방문하는 귀향객 및 관광객 모두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전시로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5-01-23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온 이경희 시인 시집 발행된다

불편한 몸으로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온 이경희 시인의 시집이 발행된다. 문경시 흥덕동에 거주하는 이경희 시인의 시집 발행이 준비 중이다. 문경이 고향인 이경희 시인은 선천성 1급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휠체어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많은 봉사 활동을 하며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되어 왔다. 불편한 몸으로 23명의 부모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돌보고 키워냈다. 그 사연이 알려져 KBS1 TV ‘사랑의 가족’에 출연하였고, 2022년에는 자랑스런 경북도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휠체어를 타고 내려온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경희 시인은 그동안 아이들을 돌볼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이란 부업은 안 해본 것이 없다. 2000년 이후에는 컴퓨터를 배워 인터넷 판매에 도전하였다. 실내를 앉아서 밀고 다녀야 하는 몸으로 물건을 포장하고 택배를 보내는 일들을 매일 해냈다. 또한 장애인 단체를 찾아다니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남에게 의지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 자립을 강조하는 강연을 하기도 했다. 문학 동인이 그녀를 모델로 쓴 시를 읽어 본다. “사십 수 년을 앉아서 걸어온 / 쑥 한줌 뜯고 싶어 들판까지 택시를 대절했다는 / 선천성 하체 불구자인 /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 앉아서 음식 만들고 앉아서 가계부 쓰고 / 앉아서 시를 쓰고 앉아서 기도하는 그녀 / 하나님이 와도 앉아서 인사할 /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 얼마 전 구강암에 걸려 이빨이 다 물러앉고 / 광대뼈까지 함몰된 그녀 / 급기야 좌측 볼에 구멍이 난 그녀 / 얼굴에 구멍이 나도 참붕어처럼 동그랗고 검은 눈을 가진 그녀 / 목소리가 풍경처럼 뎅그렁거리는 /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 그런 그녀가 오늘 외출을 한다 / 휠체어를 타고 분홍연립을 나와 구급차에 오른다 // 이제 가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그녀가 / 밤새 어머니가 그리웠다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 골목을 빠져 나가도 // 분홍연립은 분홍이고 / 분홍연립은 분홍 밖에 없다”- 박영석 시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이경희 시인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억척같이 살아왔다. 그러나 잦은 병마가 그녀를 괴롭혔고, 병원에서는 가망 없다며 포기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경희 시인은 기적적으로 회복하여 다시 일어서곤 했다.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골반뼈와 오른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체형의 특성상 뼈가 약해 수술을 할 수도 없었고, 어긋난 뼈가 그대로 아물면서 신경을 건드려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체력이 떨어져 사경을 헤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소식을 들은 동인들이 나서서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시집을 내주기로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꾸준히 써온 시를 아직 시집으로 묶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시를 모으고 교정을 하고 디자인을 정하고 시집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발행이 준비되는 동안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병세가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 이경희 시인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자신의 시가 담긴 시집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엄다경 시민기자

2025-01-23

추억으로 즐기는 붕어빵도 K-베이커리

포항 철길숲 공원을 걷다보면 살짝 언덕진 곳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다. 할머니 두 분이 공원길에 서서 ‘붕어~’라고 외치니 포장마차 주인이 하던 일 멈추고 얼른 붕어빵을 봉지에 담아 배달을 한다. 봉지를 받아들며, 먹고 싶은데 무릎이 아파 언덕을 오르내리기가 힘들다며 미안해하신다. 따끈따끈 갓 구운 붕어빵을 꺼내들고 추억을 먹는 것이라며 소담소담 이야기 나누시는 그 모습이 참 정겹다. 붕어빵도 오르는 물가에 동참하듯 어느새 3마리에 2000원이다. 1000원이면 하얀 봉투에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다섯 마리 담아주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에 붕어빵인들 견뎌내랴. 먹을거리가 흔치않던 시절, 붕어빵은 그야말로 최고의 국민 간식이었다. 붕어 모양 쇠틀에 밀가루 반죽과 달달한 단팥소를 넣어 구운 달콤바삭한 붕어빵은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길거리 간식으로 1930년대 일본의 도미빵이 한국으로 건너오며 도미보다 우리 문화에 더 익숙한 붕어로 변신한다. 1960년대 전후(戰後) 원조로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밀가루가 수입되면서 대중화 된다. 복고열풍이 일던 1990년대 들어 국화빵·문화빵·붕어빵 등 새로운 스타일의 풀빵들이 생겨나며 간편식으로 급성장한다. 최근엔 팥 외에도 슈크림 등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우며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킨다. 찾는 이에 비해 예전만큼 붕어빵 노점이 많지 않아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도 말도 생겨났다. 한때는 붕어빵 장사로 자식들 공부도 시켰다는데 요즘은 노점 가게가 잘 보이지 않는다. 노점 가게 대부분이 불법이다 보니 신고가 잦아 자주 장소를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끊임없이 오르는 물가로 인해 이익 창출 또한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온라인이나 마트에 냉동 붕어빵까지 출현하고 보니 장사가 더 어렵다. 무엇보다 붕어빵 장사를 오래하면 건강이 좋아지지 않는다. 늘 가스불과 함께하다보니 안구건조증, 화상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 방아쇠수지증후군, 손목·주관절 터널증후군, 하지정맥류 그리고 폐까지 안 좋아진다. 그러나 지금 붕어빵은 K-베이커리로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에펠탑 앞에서도 영국 레스토랑에서도 미국 뉴욕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국민 간식 붕어빵이 K-베이커리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로 나갈 때는 그 나라 문화에 맞게 변모한다. 프랑스에서는 디저트 카페에서, 영국은 레스토랑 후식으로, 미국 뉴욕은 자유여신상을 본 떠 여신 빵으로 변신해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유럽까지 날아가 K-베이커리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 것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K-패션, K-푸드, K-뷰티, K-베이커리 등등으로 지금은 세계인의 트렌드를 따라 가기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다.‘오징어 게임’의 공기놀이가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듯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도 세계인의 간식거리가 되어 있다. 붕어 틀을 끊임없이 뒤집고 돌리며 붕어빵을 구워내는 포장마차에는 추위를 녹여 줄 뜨끈뜨끈한 어묵 국물도 있다. 붕어빵과 어묵 국물을 마시며 포장마차 주인과 얘기 나누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임이 없다. 희한하게도 날씨가 추울수록 매출이 높단다. 맞아, 붕어빵은 추워야 제 맛이지. 따끈따끈한 봉지를 안고 가는 그들은 붕어빵이 아니라 추억을 안고 간다. 포항의 붕세권 철길숲 공원. 그 곳에 가면 붕어빵이 주는 아련한 추억을 만날 수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01-23

도서관에서 만나는 경북의 작가들

경북 예천군 호명읍 도청대로에 자리한 경북도서관은 2018년 준공해 2019년에 개관한 경북의 지역 대표 도서관이다. 도민들의 독서 향유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양질의 자료를 확충해 제공하고 문화행사와 기획전시 등 각종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생활 속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연말에는 송년 특별 재즈공연이 개최됐고, 현재는 겨울방학을 맞아 독서교실이 열리고 있으며, 독서동아리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1층에는 열람실과 그림책나라, 동화나라, 어린이자료실 등이, 2층에는 디지털자료실과 문화교실, 기획전시실 등이, 3층에는 일반자료실과 스터디룸, 정기간행물실 등이, 4층에는 자유열람실과 북카페 등이 마련돼 있어 지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특히 3층 정기간행물실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는데,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인 만큼 경북 문인들의 작품을 전시한 코너 ‘도서관에서 만나는 경북의 작가들’이 마련되어 있다. 벽면에는 ‘당신 덕분에 지성으로 반짝이는 도시 경북을 만듭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경북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얼굴 그림과 대표작을 함께 전시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인 이육사, 조지훈, 박목월, 이호우, 김종길, 김혜순, 안도현 등과 소설가 김동리, 백신애, 김주영, 이문열, 권여선, 성석제 등과 아동문학가 권정생까지 총 46명 작가의 작품 380여 권이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만났던 한국의 대표 문인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문인들까지 경북의 문학적 서사를 담아낸 공간을 도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열람하고 읽는 공간이 아닌 지역민의 평생학습관이자 휴식처,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문화공간이다. 도청 신도시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경북도서관에 들러 경북 작가들의 문학세계를 엿보는 좋은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01-21

알바 구하기 힘들어요

“방학 동안만 일하려는데 알바 구하기 힘들어요” 대학생들이 쏟아낸 말이다. 최근 고환율과 고물가 등으로 사람을 구하지 않거나 그 수를 줄이는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대학생 이 모(23)씨는 “방학 동안 주위의 친구들도 대부분 알바 할 계획이었다. 면접을 보고도 연락이 오지 않아 이번 방학은 알바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몇 군데 면접을 보고 겨우 설 명절 알바를 구했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려고 했지만 알바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대학생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대생은 남학생에 비해 택배 일처럼 힘쓰는 일을 하기도 힘들어 알바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보통 카페나 음식점에서 알바를 구하는데 최근 채용인원이 줄었고 이동 거리도 멀지 않아야 하다 보니 알바 구하기가 한정적인 것 같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방학에 알바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올해가 알바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생뿐 아니라 아이가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을 시간만이라도 일자리를 구하려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주말에 일하던 곳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쉬고 있다. 여러 곳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한 달째 못 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주부 장모(51)씨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최근에 10년 넘게 일하던 곳을 그만두게 되었다. 며칠 전 집 가까이 있는 편의점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연락이 없다. 다른 곳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알바 구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항 양덕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54)은 “작년보다 매출이 많이 줄었다. 점심시간에 손님보다 알바생이 더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알바생을 줄이기로 했다. 바쁠 때만 포항시에서 운영하는 자투리시간거래소에서 사람을 구해 쓸 생각이다. 올해는 최저 시급도 올라서 내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바나 단기 일자리는 1년 사이 반으로 줄었다. 통계청의 ‘온라인 채용모집 인원수’에 따르면 지난달은 1년 전과 비교해 51.5%로 나타나 반 이상이나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알바생들이 많이 찾는 한 구직 포털 사이트에서는 알바생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평균 2주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0명 중 7명은 일자리 구하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알바를 하는 이유는 학비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은 여행경비나 취업 준비 자금으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또 한곳에서 계속 일하기가 쉽지 않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N잡러’ 알바생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기존에 일을 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알바를 더 구했다. 일자리 구하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일자리는 있어도 나에게 맞는 알바를 찾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원하는 시간대와 이동 거리, 원하는 지역 등이 나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중 알바생들은 오전 시간대를 가장 선호했고 선호 지역은 ‘집 근처나 학교 근처’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나 직장인이나 대학가를 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01-21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

고향, 이라고 입술로 소리 내면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낙동강에 합류하기 바로 전에 자리한 내 고향은 강물 냄새가 늘 묻어났다. 천천히 흐르는 물 옆에 가면 고향같다. 어스름하게 해질 무렵에 아궁이에 불을 넣느라 산밑으로 깔리던 밥안개와 나무 타는 냄새, 그 또한 고향의 향이다. 고, 향. 그 말속에 향기가 들었다. 국립대구박물관 ‘향의 문화사’ 전시에 금동대향로 실물이 와있다기에 가 봤다. 포항은 박물관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가까운 경주와 대구에 박물관이 좋은 전시를 열어놓고 사람들을 기다려주니 반갑기만 하다. 박물관 한쪽에 커피 향 가득한 카페가 있어서 먼저 들렀다. 연세 많으신 친정엄마 모시고 갔더니, 계피향 가득한 카푸치노를 사주셨다. 입안에 은근한 향을 품고 향의 이야기를 들으러 전시관으로 향했다. 1부 향의 기원을 찾아서, 2부 격식에서 취향으로, 3부 향으로 이어진 마음, 4부 향 문화의 정수, 백제 금동대향로까지 고대부터 현재까지 향의 모든 것을 부려놓았다. 특히 1992년 부여 왕릉에서 발견한 백제의 금동대향로가 제일 관심사였다. 동으로 만들고 금을 입힌 향로인데 발굴한 지 31년이 되었다. 보전이 잘 되었고,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섬세함이 깃들었다. 가장 위에는 봉황이 나르고, 그 아래에는 능선과 봉우리 위에 동물과 사람들을 세공했다. 아래쪽도 엄청난데, 용이 향로의 몸체를 받치고 날아오르려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1월 9일까지 실물 전시하다가 지금은 복제본이다. 복제본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세계의 3대 향은 침향, 사향, 용연향이다. 이 향수의 원재료인 침향나무, 사향노루, 향유고래는 멸종위기다. 사람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시품 중에 제사상 옆에 ‘교의’와 ‘육각탁자’를 보고 친정엄마가 젊은 시절 보던 물건이라 하셨다. 박물관에 함께 오면 엄마의 살아온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와 고향으로 공간이동 하는 기분이다. 복주머니와 노리개에 비상약을 담거나, 향을 넣었다고 한다. 향수를 뿌리는 것과 비슷한 역할이다. 갖고 싶은 어여쁜 노리개를 뒤로하고 두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자, 향기가 훅 끼쳤다. 전시 주제에 맞게 공간 가득 향을 채웠다. 기획자가 누구인지 아주 기발한 생각이라 칭찬하며 걸었다. 사람 몸집만 한 매향목과 완성도 높은 향완들을 보다가 통도사 청동 은입사 향완까지 감상했다. 대구 박물관은 이 전시 외에도 구경할 게 넘쳐난다. 본관에 들어서면 큰 화면이 있는데 전시 관련 영상을 틀어준다. 발 모양이 그려진 곳에 사람이 서면 동작을 따라 하는 모션캡쳐 영상도 나왔다. 아이들이 줄을 서서 직접 체험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대구 경북에서 발견된 유물을 전시한 관, 도산서원의 사계와 결혼 60주년 기념 잔치 ‘회혼례’를 재미난 미디어아트로 30분 간격으로 상영하니 다리도 쉴겸 보면 좋다. 그 옆 전시관엔 화려한 한복의 변천사가 펼쳐진다. 부모님이 결혼하실 그즈음의 한복도 있어서 어르신들이 보면 더 좋을 전시였다. 또한 국립대구박물관은 ‘2025 설맞이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27~28일, 30일에는 박물관 실내 문화사랑방 및 해솔관 로비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이 펼쳐진다.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지닌 복주머니 무드등 만들기와 나만의 팽이를 꾸미고 야외 마당에서 겨울철 전통놀이인 팽이치기를 해볼 수 있다. 1일 선착순 500명, 준비된 재료가 부족할 시 다른 체험으로 대체되거나 조기 종료될 수 있다. 행사는 무료이며 별도의 사전 예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입구에 개관 30주년 사진전도 열린다. 볼거리가 풍성한 박물관이 우리 곁에 있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5-01-21

역사 속 을사년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천간 중 甲·乙이 배치된 방위는 동쪽이다. 동쪽의 색상이 청(靑)이라 지난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였고 다가온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가 된다. 재미로 알아보면, ‘푸른 뱀’은 캐나다 펠리섬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몸길이가 2m로 ‘블루레이서(Blue Racer)’라고 불릴 만큼 시속 약 7km까지 움직인다. 1960년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그들의 보금자리에 불을 질러 지금은 100여 마리 정도만 남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올해는 유독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덕담이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에 놀라 쓸어내린 가슴에 무안국제공항의 여객기 사고까지 엎친 데 덮치며 너나없이 혼미한 정신으로 갑진년을 보낸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정쟁에 가슴 졸이며 새해를 맞이한다. 역사를 더듬어 보니 지난 을사년들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누구라도 ‘을사’라고 말하면 바늘귀에 실이 딸려 나오듯 ‘늑약(勒約)’을 생각한다.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절, 일본은 대국의 힘을 입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는다. 을사오적으로 불리는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 이완용, 권중현이 나라를 넘기며 을사조약을 체결한다. 이 조약은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맺어진 치욕스런 사건으로 우리는 이를 늑약이라 말한다. 나라의 주권이 빼앗기며 사실상 식민지로 전락한 1905년, 이 해도 을사년이었다. 식민지의 고통은 오롯이 백성들 몫이다. 육십갑자에 의해 다시 돌아온 을사년인 1965년. 한국은 일본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자도입의 일환으로 이 협정에서 온전치 않은 배상과 차관 등으로 5억 달러를 받아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며 경제개발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을사년 2025년 지금 우리는, 애써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나온 을사년들을 돌아보니 그래도 우리는 그 아픔 속에서도 많은 것을 이루어왔다. 1845년 을사년, 조선중기 당시는 칠거지악이 존재하던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자신의 노력이나 자질과는 아무 상관없이 숙명적으로 지워진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천민, 노비, 상민, 양반의 굴레는 대대손손 세습 되어 부모가 천민이면 자식도 천민인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1905년 을사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계급사회는 자연적으로 무너졌지만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비참한 삶이 이어진다. 해방과 대한민국 건국도 무색하게 다시 6·25 전쟁을 겪으며 모진 세월은 계속된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1965년 을사년, 피해자들의 반발을 뒤로 한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되고 백성들의 한 서린 가슴 아픈 돈을 밑천삼아 ‘잘살아보자’는 이념 하나로 산업화 근대화 민주화 선진화를 숨 가쁘게 이루며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한 오늘에 이르렀다. 이루기도 어려웠지만 지켜나가는 건 더 어렵다.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할 때 쓰는 형용사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을사년스럽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쉽게 타협되지 않을 것 같은 정쟁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지금 마음은 그야말로 을씨년스럽다. 60년 뒤 2085년 을사년을 살아 갈 후손들이 역사를 짚어볼 때, 2025년 을사년을 사는 우리들이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갔노라 기록되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01-16

아이와 함께 찾아간 경주 황룡사역사문화관

얼마 전부터 아이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지난번 내린 반가운 눈은 잠깐의 기쁨과 추운 날씨를 남겨뒀다. 날씨를 핑계 삼아 집 안에만 있자니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잠시 차를 달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며가며 늘 보던 건물인데 방문은 처음이다. 주차장과 건물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있었다. 차가운 바람 탓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아이는 산책도 할 수 있어 약간 거리가 있는 게 좋다 했다. 가는 길 왼쪽엔 발굴된 유적들이 철망 같은 구조물 속에 넣어져 시대별로 놓여있다. 안내데스크에서 경주시민임을 인증하고 관람이 시작되었다. 안내데스크에서 왼편으로 틀자 거대한 탑이 보였다. 황룡사 9층목탑 모형이 건물 2층까지 닿아있다. 실제 탑의 1/10크기의 모형으로 약 8m에 총 4만2000개의 목부재와 8만5000장의 동기와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이는 건물 안에 이렇게 멋진 탑이 있다는 게 신기한 듯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며 살폈다. 황룡사 역사실은 황룡사 창건 설화, 신라 천년의 역사 기록, 황룡사 칠백년의 역사 기록, 황룡사 발굴 역사스페셜 코너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니터 속 영상과 함께 관람 가능하다. 고건축실엔 황룡사 9층목탑 찰주본기 모형이 놓여있다. 본래 5장의 금동판과 뚜껑으로 구성되었으나, 현재는 뚜껑 없이 경첩으로 이어진 금동판을 펼쳐 놓은 모습이다. 황룡사 9층 목탑의 건립부터 중수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여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 외에 출토유물들도 함께 전시 중인데 실물은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소장중이며 이곳에는 레플리카(모조품)를 놓아두었다. 작고 귀여운 금강역사상을 뒤로 하는 사이 아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터치화면을 열심히 누르고 있었다. 모니터를 터치하면 황룡사를 지을 당시 건축 자재를 하나하나 알아볼 수 있게 되어있다. 와당, 수막새, 암막새, 연목와, 부연와, 귀면와 등 평소 ‘기와’란 단어 하나로 치부하던 존재가 제 이름을 찾는 순간이었다. 자재에 이어 고구려, 백제, 신라의 고건축사, 동아시아의 고건축사도 간단히 살펴볼 수 있다. 한편엔 황룡사 9층 목탑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난간에서 영상을 통해 신라 왕경을 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벽 너머엔 황룡사 관련 배경을 골라 인물 사진을 찍으면 메일로 보내지는 장치가 놓여있었다. 관람 중 아이의 반응이 가장 좋은 곳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얼마 되지 않아 영상 상영이 시작되었다고 안내를 해줬다. 1층에 위치한 3D영상관에선 정해진 시간에 따라 화랑 월랑의 꿈과 호국의 염원 황룡사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은 4월부터 10월까지는 평일 기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주말은 한 시간 연장된 오후 7시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5-01-16

푸른 뱀의 해에 맞은 첫눈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물론 설을 지나야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온전히 열리는 것이지만.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소한이 지났고 마지막 절기인 대한을 앞두고 있다.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언저리에 이르며 추위는 절정에 달했다. 12·3 비상계엄사태와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지난달엔 역사의 페이지에 길게 기록될 엄청난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으로도 설명할 길 없이 추운 날씨만큼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많은 이들이 놀랐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걸 목도하기도 했다. 그래도 해는 바뀌었고 시민들은 고요히 해돋이를 맞이했으며 달력의 첫째 장을 펼쳤다. 새해를 맞아 안동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미래도시 안동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바이오 백신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헴프 규제자유특구 기간 연장으로 천연물 소재 산업 기반 구축사업에 전력을 다해 투자와 일자리가 넘치는 친환경 기업도시로의 도약을 꿈꾼다. 새해 설계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사계절 축제의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 주요 관광지와 안동호 권역에 체류형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세계인이 모여드는 문화·관광·스포츠 도시 조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안동은 한 단계 성장하는 도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외 24시간 돌봄서비스 지원, 안동형일자리사업 추진 등 저출생 극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고령자 및 교통약자, 교통 소외지역에 대한 지원 확대와 지역 농민이 우대받는 미래 지향 농업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 조성에 힘쓸 예정이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사회의 형성은 향후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다. 소한 다음 날. 안동에 새해 첫눈이 내렸다. 많은 양이 내렸지만 거짓말처럼 녹아 사라졌다. 지난해의 힘들고 고된 여정이 새하얀 눈처럼 녹아 없어지길 기원해 본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01-16

그래도 아이들이 희망이다

2025년은 푸른 뱀의 해다. 뱀은 갱생과 치유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뱀의 해에 우리 사회도 지난 시간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로워져야 할 이유는 다분하다. 그 새로운 시작을 말하자면 방금 세상에 나온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만큼 희망을 안겨주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새해 인사를 전하는 TV 속에서도 세 명의 아기가 어둠을 뚫으며 굵고 시원한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어디에서나 아이의 출생은 기쁘고 반가운 일이 되었다. 동시에 우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출생률의 위기가 고령화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는 거다. 이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가의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지금. 한 줄기 빛처럼 오르고 있는 출생아 수는 모두에게 희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연속으로 출생아 수가 2만명이 넘었다. 10월의 출생아 수는 2만1398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이후, 내려가기만 하던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오른 것이라 하니 2024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경북에서도 저출생 극복이 도정의 화두 중 하나다. 인구감소 위기가 다른 지자체보다 심한 지역이다 보니 저출산 전쟁이라는 강력한 말로 그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올해는 만남 주선,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과 생활의 균형, 양성평등의 6개 정책을 제시하며 임신 전 건강부터 출산 후의 산모와 신생아 지원까지 모든 과정을 ‘ALL CARE’하는 지역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난임부부 지원 정책 등 건강한 출산 환경 조성과 도민 행복을 돕는다. 경북의 합계출산율을 보면 지난해 1/4분기 0.93명, 2/4분기 0.85명, 3/4분기 0.91명으로 2023년 0.86명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다둥이 가족은 그야말로 타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경북은 다둥이 가족이 440가구가 있다. 지난해 여름,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서는 한 다둥이 가정에 2024년도 첫 출생아이기도 하면서 다섯째 아이가 태어나 지역 사회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축하와 함께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5남매 가족은 포항시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이를 통해 포항시에서는 다둥이 가족을 홍보대사로 정한 것에 대해 자녀 양육의 경험과 다자녀 가구의 행복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와 관련된 잘못된 사회 문화를 개선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또 결혼(임신·출산·육아)에 대한 편향적이고 왜곡된 가치관이 있는데 미혼인들에게도 잘 전달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된다고도 했다. 5남매 부모는 “출산을 통한 새로운 생명과의 만남의 기쁨, 육아를 통한 보람, 자녀의 성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남들은 모르는 양육의 기쁨을 전했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또 다른 다둥이 가정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자라서도 육아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으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아이들이 서로 보고 배우기도 하고 자라면서 부모의 말을 알아듣고 같이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어서 많이 기쁘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01-14

목욕탕의 추억

백희나 작가는 나무꾼과 선녀의 그 선녀님이 동네마다 한 개 정도 있을법한 장수탕에서 아직 살고 있다는 설정의 그림책을 그렸다. 탕 속에서 장난치기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명절 앞두고 묵은 때를 밀어 본 기억을 가진 어른들의 사랑을 받아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그림책에 나오는 장수탕같이 정겨운 목욕탕이 경주시 감포읍에도 있다. 무려 100년 된 목욕탕이다. 목욕탕은 골목 안쪽에 있어서 주차장이 없어서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조금 걸어야 나온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해국길이다. 담벼락에, 계단에 환하게 해국이 피었다. 최근 전국에 벽화마을이 곳곳에 생겨났다. 마을 특징을 잘 살려 그림으로 표현해 관광객을 부른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비바람에 흐려지고 탈색돼 처음의 뜻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찾는 발길이 끊긴다. 오늘 찾아간 감포 해국길의 꽃은 한 달 전에 새 꽃이 피었다. 적산가옥이 구룡포처럼 아직도 남아있는 골목길마다 새로운 벽화가 가득하다. 오래되고 낡은 것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살려 보존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뜻이 고귀하다. 해국 계단은 그림이 예뻐서 이미 유명한 곳이다. 얼마 전 드라마 ‘조립식 가족’의 촬영지였다. 계단 중간에 작은 카페가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 가족이 운영하는 칼국수 집이었다. 해국꽃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던 곳이 드라마에 나오니 더 반가웠다. 감포항과 골목길 곳곳이 장면마다 등장했었다. 해국 계단 옆으로 난 꽃길을 따라가다 뻥튀기 가게가 보였다. 주인아저씨가 기계를 돌리다 말고 길을 묻는 우리에게 ‘카페 1925’가 바로 저기라고 알려주었다. 큰 화분에 꽃이 가득한 그림이 사진을 찍게 만드는 골목 안쪽에 자리한 카페다. 정문 유리에 목욕탕을 알리는 온천 표시가 보인다. 이곳은 실제로 1925년부터 70년간 목욕탕이었다가 30년은 문을 닫은 채 허물어져 가던 건물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고 천장만 고쳤다. 마을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힘을 합쳐 동네를 되살렸다. 조용하던 골목에 주말마다 관광객의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서면 중간에 작은 방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으로 다 들어갈 수 있다. 아마 예전에는 남탕 여탕으로 들어가던 모습 그대로이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대표메뉴들이 싱크대 상부장에 붙어있다. 감포 바다에 동동 뜬 부표 같은 느낌을 살린 ‘부표라떼’, 경주 산내의 미숫가루로 만든 ‘18곡 쉐이크’, 솔향이 솔솔 나는 청량함 가득한 스파클링 음료 ‘송대말의 오후’, 경주 동해안의 일출을 닮은 ‘고아라의 아침’ 같은 특별한 메뉴가 돋보인다. 경주의 예쁜 풍경을 담은 사진들, 1925감포 카페와 관련된 굿즈들도 팔고 있어 구경할 맛이 난다. 옛날 목욕탕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채 최소한의 개조만 진행한 카페여서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이다. 인위적으로 레트로 감성을 재현한 게 아닌, 진짜 레트로. 대중목욕탕의 온탕과 냉탕이 떠오르는 ‘탕’과 벽, 타일부터 바닥까지, 그리고 목욕탕 사물함까지, 옛날 목욕탕에 와있는 느낌이다. 때밀이 쿠션에 주문하면 홈이 파여진 락커 키를 손에 쥐여준다. ‘즐겁고 상쾌한 목욕 시간을! 아모레, 은방울’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카페다. 사물함 한 칸에 놓인 로션 브랜딩 네임 ‘QueNam’, 한쪽 구석에는 방명록을 남길 수 있다. 이 공간 또한 옛날 수동타자기가 놓여있어서 아늑한 분위기다. 500원을 넣으면 옛날 오락기로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오락기 두 개가 놓였고,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주변 콘센트와 머리 건조기, 물 절약을 호소하는 안내문까지 오래된 추억을 소환한다. 목욕탕 카페는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5-01-14

봉화 산골마을의 ‘60대 소녀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게 아니라, ‘여자 셋이 모이니 즐거운 산골살이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세 여자는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18세 소녀들처럼 맥락 없는 대화가 웃음을 빵빵 터뜨리고, 함께 하는 일마다 즐겁게 노년의 삶을 연습하고 있다. 60대 세 친구가 오지 산골에 들어온 지 10년이다. 경기도 안산시 한동네에서 살면서 친구가 되고, 10여 년 전 “우리 시골 가서 함께 살까?” 말이 나오기 무섭게 세 여자는 봉화 산골 감동골에 땅을 공동구매해 각자 집을 짓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내의 의견에 동의해 함께 들어온 부부도 있고, 도시에서 몇 년을 떨어져 지내다 은퇴 후 함께 한 부부도 있다. 지금은 남편들도 모두 합류해 여섯 명이 모여 전원생활 중이다. 도시의 삶은 빠르게 흘러간다. 바쁜 일상에서 ‘인생 2막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산시에서부터 함께 지낸 친구들. 윗집은 박향자(62)씨, 중간집은 이해수(61)씨, 아랫집은 이은빈(60)씨 집이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아 살고 싶은 욕구는 많은 사람에게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내들이 앞장서고 남편들이 따라주었다. 보통은 남편이 가고자 해도 아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골로 가지 않으려 한다. 면 소재지에서 산골 풍경 속으로 15km를 들어가 또랑또랑 물소리 청명한 개천을 지나면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거슬러 올라간다. 드문드문 외딴 산골집이 보이고 과수원을 지나면 푸른 숲이 드리워진 양지바른 문수산 자락 500고지 산골에 세 부부가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 여자의 카톡이 울린다. “커피 마시러 우리 집으로 와”,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서 칼국수나 먹자”. 내 집 네 집 없이 정답게 살아온지도 10년이 되었다. 방에 누우면 밤하늘에 달과 별이 보이는 이곳에서 친구끼리 마음껏 웃고 떠들며 놀이처럼 고추를 따고, 사과 과수원을 경작해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간다. 농사일이 힘들지만 함께이기에 신나고, 가끔은 여행도 한다. 여가생활로 지역 전통문화 마당놀이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온전한 자유와 여유를 즐기는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세 친구 중 해수씨와 은빈씨는 몇 년 전 사돈이 되었다. 자녀들이 방문하면 풋고추에 상추 뜯고 장작불에 고기 구워 세 가족이 함께 어울린다. 격의 없는 부모들이 친구이니 자녀들끼리도 남매처럼 어울리다 인연을 맺었다. 해수씨 따님과 은빈씨 아들이 결혼해 벌써 손주까지 본 할머니들이 되었다. 향자씨 남편 학근씨는 자연에서 마음을 비우는 방법을 배웠고, 자연을 보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니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졌다고 한다. 도시의 소음과 혼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평화로움을 갖게 해준 아내 향자씨가 고맙다고 했다. ‘60대 소녀’라고 자처하는 산골 세 친구는 고요한 산자락이 흰 눈으로 뒤덮인 요즘 같은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까먹는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늘 웃음을 달고 살아간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5-01-14

지구환경 지킴이 ‘이끼’

이끼. 가장 단순하고 미세한 이 작은 식물이 만들어 내는 놀라운 환경적 기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 최초의 육상 식물이다. 지구의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구상의 산소의 약 30% 이상을 생성하며 인간과 같은 고등 동물의 존재를 가능케 한다. 자기 몸무게의 5~20배 정도의 물을 저장해 식물들이 뿌리 내릴 수 있게 도와주고 지렁이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습도, 보온,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등 엄마의 품처럼 숲을 지켜주는 생태계의 터전을 만들어 준다. 이끼(Moss)의 꽃말은 ‘어머니 사랑’이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이끼는 헛뿌리로 물관이 없으며 꽃과 열매, 씨도 없어 포자로 번식한다. 필요한 영양분은 잎과 줄기를 통해 흡수하며 빨아들인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인다. 공기 중의 질소를 다른 식물과 유기체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주변 식물의 성장을 촉진 시킨다. 서늘하거나 그늘지고 습한 곳을 좋아하며 어떠한 생태계에서도 미세한 틈새를 찾아 생존할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몸속 수분 중 98%까지 잃더라도 물이 공급되면 다시 깨어난다. 뛰어난 정화능력은 공기청정효과를 지닌다. 대기 중의 수증기와 영양분을 힘껏 빨아들일 때 대기 중의 오염물질도 함께 걸러준다. 이끼가 포획한 공기오염 물질은 양이온 교환에 의해 이끼의 영양분이 된다. 실내 정원에 이끼를 사용하거나 화분 위에 얹으면 실내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되며, 공원 산책길 양 옆으로 이끼를 깔면 땅에서 올라오는 열과 공기 중의 열을 낮추어 준다. 이끼는 그 지역 환경의 구성요소나 상태를 나타내는 환경지표식물이다. 대기오염과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 조금 늦게 자라거나 성장을 멈추며 서서히 말라죽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린다. 챗GPT는 이끼를 환경정화에 최적, 공기정화, 수질정화, 이산화탄소 흡수, 의학적 효능으로 항균 및 향염 효과, 약용활용, 토양보호, 서식지 제공, 생태계 유지 및 복원, 산업적 활용, 건축 및 인테리어 정원 및 조경, 교육 및 연구, 초·중학교 등에서 생태계의 중요성을 가르칠 때 활용, 자연과 인간의 삶에 큰 기여, 연구와 보전이 중요한 분야라고 답한다. 이끼의 뛰어난 정화 능력을 알게 되면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목표로 한 기후 위기 대응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끼산업의 성장과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23년 6월 8일에 한국이끼산업협회가 창립되었다. 포항시 탄소중립지원센터에서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탄소중립 리빙랩(Living Lab)활동에서 ‘이끼를 활용한 탄소흡수 테라리움 제작’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센터와 활동을 함께하는 이끼농장을 찾았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 반곡리에 위치한 이끼농장의 이상열 대표는 재선충으로 인해 소나무가 사라진 산야에 이끼포자를 뿌려 관리한다면 대체 나무가 자라는 동안 이끼가 나무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포항시에 잘 조성된 40여 개의 공원에 이끼타워, 이끼터널, 이끼정원 같은 시민의 건강을 위한 조경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이끼가 많은 서늘하고 습한 계곡에 들어서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 진다. 그들이 뿜어 낸 풍부한 산소는 피부도 맑아지게 한다. 새해에는 이끼 테라리움으로 집안의 습도 조절과 함께 공기를 맑게 정화해보면 어떨까? /박귀상 시민기자

2025-01-09

내 몸이 악기가 되는 시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2024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대구 공연이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되었다. 평일은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와 6시에 공연이 펼쳐졌다. ‘난타’는 사물놀이 리듬과 코미디, 재미있는 스토리를 결합하여 대사 없이 진행되는 공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의 1100석의 큰 규모를 관객들로 가득 메워 ‘난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자막에는 관객들에게 마음껏 웃고 떠들고 박수를 치며 함께 즐겨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공연은 맛있는 냄새와 함께 결혼식에 필요한 요리를 신나는 리듬으로 만들어내는 요리사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공연 중 결혼하는 신랑감과 신붓감을 얻기 위해 직접 객석으로 내려와 신랑, 신부를 초청해서 결혼식을 진행했다. 주인공 신랑, 신부가 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때마다 객석의 관객들은 응원과 웃음을 보내주었다. 또, 관객들의 손과 발이 악기가 되어 함께 무대를 채울 수 있도록 박자를 알려주고 따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이 시간 잘 따라 하지 못하는 관객을 재미있게 질책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공연 중 가장 힘든 작업으로 보이는 만두를 빚어 찜틀에 넣고 쌓는 작업에는 도움을 줄 4명의 관객을 무대로 불렀다. 이때 객석에 있는 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객석은 좌우로 무대의 4명의 관객은 둘둘로 나누어 이들을 청팀과 백팀으로 구분해 주었다. 그리고 출연진들은 모두 퇴장하고 관객들이 서로 응원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관객들이 창작하는 공연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이 시간에는 무대에 올라 자신이 맡은 역할을 빠르게 해내서 이겨보려는 꼬마 신사의 노력 덕분에 객석에는 유쾌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처럼‘20 24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공연은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함께 공연의 일원이 되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모든 관객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진심을 담은 박수와 환호로 출연진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난타’가 전 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이어갈 것을 기대하게 하였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5-01-09

마음의 허기를 사랑으로 채우는 한 해가 되자

사람 몸의 한계 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허기 아닐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숙명지어진 생명은 일생의 업이 먹는 것을 해결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먹기 위해서 살고 먹기 위해서 일한다. 뭔가 그럴듯하고 고차원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사는 이유가 먹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먹지 못하면 죽고 마는 이 진리는 어떤 생명체도 피해갈 수 없는 법이다. 우리는 허기를 면하기 위해 세상을 누빈다. “요즘에 흔치 않은 조우였다 / 골목의 쓰레기장 더미를 뒤적이던 쥐가 인기척에 / 얼른 몸을 숨긴다 // 서러운 게 허기만이 아닐 게다 // 꽃처럼 피어있는 가로등 그늘에 / 그는 자신의 몸집만큼 어둠을 파고 그 속에 웅크리고 / 삶이란 슬프고 헛된 것이라며 / 꼼짝 않고 있다 // 먼 곳에서 누군가 허기에 울고 있다 // 벗어날 수 없는 허기가 / 자꾸 눈에 밟힌다”- 채만희 시 ‘허기’ 전문 골목길에서 쓰레기를 뒤적이는 쥐,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달아나는 쥐. 그가 숨어있을 깊은 어둠을 생각한다. 환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늘 숨어있다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몸. 그 작은 생명의 서러움을 가늠해본다. 먹을 것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서러움 이상으로 어둡고 차가운 곳에 숨어 살아야 하는 서러움이 클 것이다. 더럽다고 푸대접 받고 죽임을 당하는 존재의 서러움이야 어찌 허기만의 문제일 것인가. 현대인도 허기에 허덕인다. 먹을 것이 풍요로워진 지금은 몸의 허기는 면한 지 오래되었지만 문제는 마음의 허기이다. 몸의 허기가 해결되어도 끊임없이 먹을 것에 집착한다. 마음의 허기가 몸의 허기인 줄 착각해서 먹으면 해결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만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먹을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난다.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허기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달고 화려한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허기는 다른 허기를 낳고 마음이 공허해서 모두가 마음병을 앓는다. 우리는 다시 마음의 양식을 찾아야 하리라. 적게 먹어도 적게 가져도 풍요로웠던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먼 곳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를 달래주어야 한다. 새해에는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갖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삶은 감사할 일로 가득하다. 따뜻한 집과 풍성한 먹거리로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거기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2025년이 되자. 앞만 보고 달리느라 허기져 헤매이지 말고 차분히 내가 누리는 것들에서 감사와 사랑을 느끼는 한 해가 되자. /엄다경 시민기자

2025-01-09

장생포항의 문화창고

어린왕자는 우울하거나, 쓸쓸하거나, 어쨌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석양을 본다고 했다. 어느 날엔 의자를 44번이나 옮기며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노을은 사람을 위로하기에 좋은 소재다. 그래서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을 자주 찾는다. 오늘 찾아간 곳은 고래가 넘실대던 장생포항이다. 울산 장생포초등학교 맞은편, 외벽에 거대한 고래가 헤엄친다. 1층 로비에는 어린왕자를 등에 태운 고래가 엎드려서 손님들이 인증샷을 찍도록 마련했다. 뒤로 태화강의 수로가 고래처럼 구불거리며 흐른다. 곧 바다와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강물이 속도를 조절한다. 도착한 시간이 4시쯤이라 일몰까지는 한 시간여 남았다. 1층에 푸드코트인 ‘어울림마당’이 자리 잡았다. 창가에 앉으면 정박한 선박들과 눈높이가 나란해 크루즈를 탄 것처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김밥과 돈가스뿐 아니라 숙성 카레, 해산물 덮밥, 코다리 밀면 등 특별식도 있다. 입점한 업체 3곳 모두 점심 식사 시간인 오후 2~3시까지만 영업하니 참고하는 게 좋겠다. 2층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1962년 우리나라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울산공업센터 특정공업지구 기공식’이 장생포문화창고 인근에서 열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꾸민 기념관이다. 로비에 놓인 ‘한국공업입국출발지 기념비’는 1992년 기공식 30주년을 기념해 현장에 세운 것을 장생포문화창고 개관 후 옮겨왔다. 3층 미디어아트 전시관에선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상시로 볼 수 있다. 3월까지는 고갱의 작품이 살아서 움직인다. 좋은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적어 전시가 한 바퀴 돌아 다시 처음으로 올 때까지 우리뿐이었다. 그래서 그림이 바뀔 때마다 그림 속 소녀들과 손을 잡아보고, 그림 속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전시장이 온통 우리 것이다. 4층엔 인근의 5개 대학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빛의 마당에서는 작은 불빛이 모여 개나리가 핀 듯, 바다 위에 반영된 별빛인 듯 황홀했다. 물론 여기도 오롯이 우리만 즐겼다. 장생포문화창고는 수산물 가공 및 냉동 창고로 쓰이던 ‘세창냉동’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렸다. ‘제19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문화관광분야 최우수상 수상’했고 로컬100에도 선정되었다. 2022년 개관 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상설공연을 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음악 아카데미 등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장생포문화창고라는 이름도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선택된 것이며 “장생포의 지역명에 새로운 문화의 보물창고라는 뜻을 더했다”고 한다. 공유 작업실과 공연 연습실로 쓰는 5층을 지나 6층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바다가 펼쳐진다. ‘사유의 바다’로 불리는 북카페 ‘지관서가(止觀書架) 장생포’다. 지관서가라는 이름엔 ‘내 안의 소리를 멈추는 곳, 나와 세상을 깊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인문과 예술과 산업의 이질적인 사상과 관점들이 서로 만나고 대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탄생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소개 글처럼 책을 통해 지혜를 더하고 독서와 낭독 모임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매달 수준 높은 인문학 강연을 이어오며 복합문화공간으로 뿌리를 내렸다. 카페라떼 한 잔을 받아 들고 공장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붉은 기운을 남기려 애쓰며 하루를 마감하는 햇살의 그림자가 태화강 위에 드러눕는다. 물결과 함께 일렁이는 새들은 저녁을 준비하느라 잠수하기를 반복한다. 그 태화강을 천천히 배 한 척이 거슬러 오른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5-01-07

2025년 올해 당신의 독서계획은 어떤가요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놀라고 혼란스러웠던 지난 연말을 뒤로하고 새해를 맞은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고 신년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 중에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독서’가 아닌가 한다. 지난해 포항에서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통해 독서가 한층 더 시민들에게 가깝게 자리 잡았다. 물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인가. 새해를 맞는 지인들의 독서계획에는 ‘올해는 고전 책을 다시 읽겠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병렬독서를 하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독서 시간을 갖겠다’, ‘독서 모임에 꾸준히 나가겠다’ 등 조금 더 독서와 깊어지기를 바라며 각자가 가진 계획들을 전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계획에는 그만큼의 실천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를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면 좋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동안, 점심시간에 잠깐,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을 듣는 등으로 실천할 수 있다. 이렇게 독서를 생활 속에서 시나브로 이어지게 하면 그 효과가 크고 꾸준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독서 실천을 이어 나가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읽고 나서 적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중요하게 느껴지는 내용을 기록해 두면 기억뿐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고 생활 속에서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떠오르게 된다. 책을 읽은 후 글로 적는 건 내가 배운 내용을 나의 말로 표현해 봄으로써 더 깊은 이해가 생기게 된다.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자신만의 독서 노트를 만들고 다시 읽음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되새기고 있다. 이런 습관들은 실천에 옮기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독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독서할 때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책방 수북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 단편소설 100편 읽기 챌린지’처럼 2주에 10권 읽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단편 한 권씩 읽고 독서기록장으로 남기는 일정을 만든다. 목표가 세워지면 독서가 더 체계화될 뿐 아니라 효과는 커지게 되고 눈에도 선명하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거다. 문학책과 더불어 경제학, 철학, 심리학, 역사 등의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면서 생각의 폭도 넓어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덤이다. 이렇게 하려면 혼자 읽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게 좋다. 책 읽기가 좋아 주말이면 근처 작은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는 시민 A씨(51)는 “그냥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는 큰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보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생각을 적었다. 다 읽은 후는 짧게라도 독서 후기를 기록으로 남겨 능동적인 책 읽기를 하니 다시 보는 문장들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강 작가와 함께 교보문고 출판 어워즈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개그맨 출신 작가이자 고명환은 교통사고 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그 해답을 찾으려 닥치는 대로 20년간 30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거듭 말했다. 2025년 당신의 독서, 실천할 수 있는 독서계획 어떤가요. /허명화 시민기자

2025-01-07

그림 그리는 의사들 만나러 가볼까요?

‘화가가 된 의사 3인전’. 세 가지 색을 가진 화가 3인의 전시가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치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숙 작가는 경북대학교 의과대 및 대학원 의학박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명예교수다. 최근에 있었던 네 번째 개인전을 포함해 열정적으로 작업 중이며 경북창작미술협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았던 그녀는 자유로움을 좋아하며 규격을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한다. 놀듯이 즐겁게 작업하기를 원한다. 작품에서도 자유롭고 구애받지 않는 표현방식이 눈에 띈다. 평소 습지 산책을 즐기는데 그곳에서 느끼는 바람이 좋다는 이 작가. 바람, 소리,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생명들. 앞으로 습지를 주제로 한 비구상 작품을 계획 중이다. 먼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선배 화가이자 동료인 아들은 그림엔 등수가 없다며 계속 그리라 응원해주고 있다. 멋진 아들과의 미술관 데이트는 이 작가의 즐거움이다. 박정선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해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보건안전학과 석좌교수다. 또한 한국의사미술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다양한 단체전 참여와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최근엔 박정선 과슈 그림 전시회로 개인전도 가졌다. 디지털 프린트로 출력된 작품들로 자연 풍경들 위로 힘있게 그어진 선들의 특징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이 좋았고 미술시간이 기다려졌다 박 작가. 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고궁으로 야외 스케치를 나가면 언니와 함께 따라나서 같이 그렸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반대로 취미로만 그렸는데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미술반으로도 활동했고 선생님께서도 미대를 권유하셨지만 딸에게도 그림은 취미로 하길 원하셨고 의과대로 진학하게 되었다. 2014년 60살 이후부터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미술아카데미와 아틀리에를 통해 다양한 기법들을 익혔다. 과슈 전문 아틀리에가 문을 닫고 나서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했다. 이렇듯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박 작가의 소망이다. 끝으로 두 사람의 연결고리이자 이번 전시를 준비한 김정란 작가. 이화여대 의과대 졸업 후 동국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임하다 정년을 마치고 명예교수 신분이다. 다른 두 작가와 마찬가지로 어릴 적부터 그림이 좋았다. 아버지께서 정해준 진로 계획에 따라 의과대를 진학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접을 수 없었다. 학교 앞 미술학원에서 틈틈이 미술을 즐겼고 교수로 재직 중이던 시절에도 틈틈이 그림을 익혔다. 그리고 열정은 퇴직 후 더욱 뜨겁게 발산되어 지금은 개인전 10회에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경북미술협회, 경주수채화협회에 소속되어 중견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세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는 갤러리 란의 대표이기도 하다. 갤러리를 열고 지금껏 무료관람으로 전시장을 운영 중인 김 작가는 언제나 밝은 미소로 관람객을 맞는다. 뜨거운 삼원색 매력으로 가득 찬 세 작가의 전시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경주 황리단길 내 갤러리 란에서 진행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5-01-07

연탄이 있는 겨울풍경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겨울이면 언제나 생각나는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한 구절이다.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골목길, 월동준비를 한 어느 집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지만 부담스런 난방비에 혹은 널찍한 아궁이가 있는 시골 마을에는 아직도 연탄을 때는 곳이 있다. 목탄빛 온몸을 불살라 하얀 재가 되어 우리네 안방을 덥혀주던 연탄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난방용품이었다. 도시가스와 기름보일러가 들어서기 전까지 석탄산업이 활발한 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연탄보일러를 이용했다. 그 시절 서민들의 생활용품이었던 셈이다. 개량한옥에 살았던 어린 시절, 마당 한켠 광은 연탄 창고였다. 늦은 밤 내복에 카디건 하나 걸치고 연탄을 갈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난다. 위아래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면 간밤 아버지가 마셨던 금복주 소주병에 얻어맞거나 연탄집게나 식칼 등허리로 갈라서 떼어졌던 연탄. 불을 꺼트린 옆집 아주머니가 빌리러 오기도 하고 여의치 않을 때면 동네 슈퍼에서 연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번개탄을 사오기도 했다. 돈이 없는 자취방 학생들이 더러 몇 장 훔쳐가도 모른 척 해주었던 그 시절, 없이 살아도 인심만은 넉넉했었다. 골목길 전봇대 아래에는 연탄재 쓰레기가 한가득 있었고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연탄재에 위에 쌓였던 새하얀 눈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긴 겨울을 날 연탄을 광 가득 재워둘 때면 그렇게 뿌듯해할 수 없었다. 김장독에 가득 채워둔 김장김치처럼 한겨울 내내 야금야금 써도 될 정도로 넉넉하게 채워두곤 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겨울은 괴로운 계절이 아닐 수 없다. 매년 봉사단체에서 사랑의 연탄나눔을 하는 것도 대도시 쪽방촌이며 후미진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연탄을 소비하고 여전히 도시가스요금과 기름 가격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연탄 갈러 나갔던 어머니가 마당 김칫독에서 꺼내온 동치미의 알싸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긴 겨울 아랫목을 덥혀주던 연탄은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 추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1-02

새해를 맞아 배움의 의미를 새겨보다

그래도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어지러운 정쟁(政爭) 속에서 무안 항공기 참사까지 더하니 마음은 더 시리다. 걱정꺼리 넘쳐나는 민초들 삶에 불쑥 끼어든 나라 걱정. 밤잠 설치며 속수무책 당하는 것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어수선함 속에서도 수시 합격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새해와 함께 시작된 정시모집이 본격적인 대학 입시 시즌임을 알린다. 인생의 한 문턱이 되는 입시전쟁 앞에 선 수험생들은 내일을 희망하며 가슴을 졸인다. 배움에 뜻이 있다면 수능 성적 없이도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34만~37만원대의 저렴한 등록금으로 고등학교 졸업 자격만 있으면 누구라도 차별 없이 학문적 기회를 제공받는다. 2024년 11월부터 시작한 신·편입 모집은 1월 3일까지다. ‘내 인생을 바꾼 대학’이라고도 불린다. 1972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국립 4년제 원격대학으로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83만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현 재학생 9만명의 분포도는 2~30대 45%, 4~50대 45%, 50대 이후가 10%이다. 16년간 동결된 저렴한 등록금만큼이나 장학제도도 잘 되어있다. 국가장학금 외에도 방송대만의 별도 장학혜택으로 70세 넘은 고령자 장학금, 24세 이하 젊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학생회 임원에게 주는 장학금 등으로 작년기준 200억을 지출하며 교육복지,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대학이다. 방송대를 알고 삶이 바뀌었다는 78세 최말자씨. 그녀가 18세였던 1964년 성폭행에 저항하다 ‘혀 절단 사건’이 일어난다. 아직 여성 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기, 정당방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외려 중상해죄로 가해자가 되어 중형을 선고 받는다. 이후 순탄치 않은 삶을 힘겹게 이어가던 그녀가 63세 되던 해 방송대를 알게 된다.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하면서 ‘여성의 삶과 역사’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성·사랑·사회’ 강의를 들으며 묻어둔 과거가 떠올라 그 한(恨)을 글로 썼더니 ‘이걸 어떻게 여태까지 참고 살았냐?’며 학우들이 그녀를 안고 통곡을 한다. 위안과 용기를 얻은 그녀는 부당한 판결에 대한 확신으로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한다. 사건이 있고 60년만이다. 앞으로 있을 재심 과정에서 무죄를 입증 받아 전과자로 살았던 억울함을 풀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방송대에서 공부를 하며 그녀는 평생 한을 풀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배움은 그래서 중요하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의 교육철학은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는 교육’이다. 교육 시스템은 개개인의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꿈을 위해 도전하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 배움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방송대는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졸업은 결코 쉽지 않다. 시공간(時空間)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지만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 13개의 지역대학과 26개의 시·군 학습관을 두고 있으며 포항시학습관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학에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줘야 할 어른들은 수험생들만큼이나 가슴 졸이며 국회를 쳐다본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자주 거론되는 ‘탄핵’‘만장일치’에 대한 의미를 깊이 곱씹어보면서 배움의 의미도 함께 새겨본다. 무안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1-02

소소하고 소중한

국립경주박물관은 언제 찾아가도 볼거리가 많다. 특히 특별전시관은 이름 그대로 특별한 무언가를 마련해서 관람객에게 선물처럼 안겨준다. 2024년 12월 10일부터 오는 3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여느 전시와는 전시 방법부터 다르다. 국립경주박물관 열두 명의 큐레이터가 수장고에서 찾아낸 문화유산을 각자의 색다른 시선으로 접근했다. 자칫하면 잃어버릴 이야기를 할머니가 벽장에서 꺼내 들려주듯 전시한 프로젝트이다. 기존의 박물관 전시는 대부분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지만 이번 전시는 기획하고 준비하는 큐레이터의 생각에 초점을 맞췄다. 수많은 문화유산 중 하나에 시선이 머물고, 이를 연구하고 관찰하는 사이에 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큐레이터의 마음이 갔던 과정을 ‘선정 이유, 작품해설, 관람 포인트’로 구성한 글에 담았다. 관람객은 1번부터 12번까지 동선을 따라 전시품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열두 가지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으면 된다. 박물관 경력 34년의 관장부터 박물관 입사 3년 막내 학예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수장고에서 찾아낸 문화유산을 각자의 시각으로 소개한다. 하나의 전시지만 열두 개의 전시를 관람하는 좋은 기회다.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문화유산 44건 144점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신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동물 모양 벼루는 늘 보던 우리네 벼루와는 색깔부터 거칠한 느낌까지 달랐다. 경주 황용동 절터에서 새롭게 조사된 사자상과 짐승 얼굴 무늬 꾸미개, 고대 국제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 금관총 중층 유리구슬은 아직도 그 빛이 영롱했다. 1,500년 전 신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토우 장식 항아리 사이사이 조그만 사람의 형상은 귀여웠다. 신라 귀족의 바둑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바둑돌은 깎았다기보다 냇돌이나 강돌 중에 손톱만 한 것들로 흰색과 검은색이 뚜렷한 돌을 골라 모은 듯했다. 기계로 다듬은 현재의 바둑돌보다 작고 앙증맞았다. 바둑을 둘 때마다 돌 사이로 물이 지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실물로는 접하기 어려운 금관총·천마총 직물도 영상까지 더해 짜임새를 알려준다. 가장 인상 깊은 유물은 경주박물관에서는 보기 드문 조선시대 목조관음보살상이었다. 경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조선 전기에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CT 촬영을 통해 각각의 부분을 나무로 만들어 못으로 고정했다는 것을 밝혔다. 옷고름의 선이나 팔에 낀 장식의 선명한 색이 아주 힙하다. 머리에 쓴 관은 삼산관이라 하기에는 너무 화려해 자꾸만 눈길이 갔다. 월지에서 나온 불상의 오른손은 작지만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상석으로 알려졌던 통일신라시대의 향로석, 경주 소현리에서 새로 조사된 십이지상, 경주 지역의 나무 빗을 보며 달력 뒷면에 참빗으로 이를 잡던 이야기로 한바탕 웃었다. 영천 해선리 유적 청동기시대 석기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전시는 ‘자세히 보니, 놀랍다’, ‘처음 보니, 설레다’, ‘다르게 보니, 새롭다’ 총 3부로 구성했다. 관람객은 순서에 따라 큐레이터의 설명을 읽고, 전시 유물을 들여다보고, 전시장에 커다란 화면에서 열두 명의 큐레이터의 조곤조곤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도 좋다. 나오는 길에 후기를 남기도록 따로 마련한 벽에 가장 마음에 들어온 전시를 추천해 보자. 돌아 나오는 길에 굿즈를 모아둔 코너에 들어가 문화재 그림이 가득한 보드게임이 있어 기념품으로 샀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날씨에 박물관 관람은 경주를 더 자세히 보는 방법이다. 소소하다고 하나 소소하지 않고 소중한 유물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1-02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동지’

지난 21일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였다. 태양력을 따르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로 ‘겨울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의미를 지닌다. 24절기 중 춘분·하지·추분·동지 네 절기는 다른 절기와 달리 천문학적 의미를 함께 가진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아지는, 태양이 지구의 적도에서 남반구 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지는 시점을 동지점(冬至點)이라 한다. 태양이 이 동지점에 이르는 시간이 2024년은 12월 21일 18시 20분 33초였다. 해마다 다소의 차이를 보이는 이 시간에 당하는 날이 ‘동짓날’이다. 보통 동지는 12월 22일 또는 23일에 발생하지만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으로 올 2월이 하루가 추가되어 29일이었으므로 천문학적으로 태양이 동지점에 이르는 시간도 평년보다 하루 앞당겨진 21일이 된다. 애동지가 보통 윤달 든 해에 들듯이 윤년 든 해의 동지는 21일이 된다. 동지는 반드시 음력 11월에 들므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도 한다. 초순에 들면 애동지(애冬至, 아기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 한다. 올해 동지는 음력 11월 21일에 들므로 노동지다. 태양이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은 낮아지고 낮은 짧고 밤이 길어진다. 그러나 정점에 이른 동지를 기점으로 짧아지던 낮이 점차 길어지며 음(陰)의 기운이 가라앉고 양(陽)의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새로운 기운이 시작되는 동지를 작은설이라 부르며 서당의 시작을 동짓날부터 하기도 했다. 동지는 우리 선조들이 중히 여겨 온 절기 중 하나다. 이 날은 집집마다 새알심을 빚어 팥죽을 쑨다. 팥죽의 붉은색은 태양과 양기를 상징하며 어둠을 물리친다. 새알심은 달을, 흰 쌀은 별을 나타내어 우주의 조화를 팥죽에 담는다. 동지 팥죽은 단순 음식이 아니다. 팥은 예부터 악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태양이 동지점에 이르는 시간이 되면 팥죽을 집안 구석구석에 뿌려 액운을 쫓고 팥죽을 먹으며 가족의 건강과 복을 빌었다. 음의 기운이 사그라지고 양의 기운이 스멀거리는 동지를 기점으로 농사를 준비하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는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놓아 나쁜 기운을 쫓는 벽사(8F9F邪)의 풍습은 선조들의 지혜와 소망이 담긴 우리 문화이다. 달라진 세상, 동짓날 팥죽이 생각나 포항시 남구 대송면 장동2리에 위치한 아담하고 소박한 장화사를 찾는다. 공양주들이 공양 간에서 분주히 팥죽을 쑤고 있다. 법당 들러 동지기도를 올리고 절을 찾은 신도들과 함께 새알심 듬뿍 든 팥죽을 나눠 먹으며 연세 지긋하신 어른께 옛날 동지 때는 어떻게 하셨냐고 물으니 “그때는 집집이 팥죽 쒀가 집안 구석구석 뿌리며 액운도 쫓고 가족들 무사태평을 빌고 그랬제. 요즘이사 누가 집에서 쑤나?” 하시더니 뜬금없이 나라 걱정을 하신다. 동지기도 올릴 때, 가족들 건강을 빌면서 모진 세월 보내고 맞이한 이 좋은 세상을 자식도 손자도 아무 탈 없이 세세토록 누리게 해 달라고도 빌었다고 하신다. 맛있는 팥죽을 드시면서도 뒤숭숭한 나라 걱정으로 우리는 살만큼 살았다는 어르신의 걱정 섞인 한숨이 맘을 짠하게 한다. 지구에서 멀어진 태양은 열기 없는 겨울 햇살을 거실 깊숙이까지 밀어 넣는다. 이제 동지가 지났으니 열기 더해가는 밝은 햇살로 가족 평안과 더불어 나라 구석구석의 어둠을 몰아내고 상서로운 기운이 온 나라에 감돌기를 그 어르신과 한 마음으로 염원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2-26

일상 파고드는 ‘AI’ 그 활용에 대한 고민

생성형 AI가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2년 전 출시된 챗 GPT를 보면 기술에 친숙한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대학생들까지 이젠 “챗 GPT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라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과제와 시험, 논문 작성에서 챗 GPT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이제는 회사의 업무나 면접에서도 AI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10대 청소년들도 친구랑 다툼이 생겼을 때 그 해결 방안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니라 당연하다는 듯이 AI를 통해 상담한다. 또 레스토랑이나 기차표를 예매하는 등의 개인 비서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처럼 점점 범위를 넓혀 의료, 교육, 문화 예술 등 우리 일상에서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인 AI. 올해 새로 출시된 GPT는 스스로 결정해 수행하면서 인간의 감정까지 파악하고 이전의 대화 내용도 기억해 개인 맞춤 조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10대 소년이 챗봇과 감정적 교류를 한 후 목숨을 끊는 일과 영국에서 AI의 부추김에 암살 공격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인간 생활의 모든 걸 장악할 거라고 여겨지기도 했던 인공지능이지만 인간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잘못된 정보에도 AI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건 지양해야 하고 앞으로 어디까지 활용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한 대학교에서는 이 생성형 AI 활용에 대해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기,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에 책임감 갖기,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힌다는 등의 내용의 윤리 강령을 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AI의 활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지는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배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AI와 함께하는 일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잘 받아들이고 활용하기 위한 방향이 필요하다. 우선, AI가 사람에 대해 완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복잡한 일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 활용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일에 있어서 완전 자동화에 대한 기대를 벗어나 사람이 개입해서 감독을 하고 사람과 AI가 실용적인 파트너십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AI 알고리즘의 활용으로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면 회사는 맥락에 맞는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게 되고 단순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AI 리터러시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최근 2025년에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뜨거운 감자였다. 대구 경북에서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직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상황에서 아이들과의 휴대폰 전쟁을 떠올리며 반대했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처럼 아이들의 AI에 대한 역량 강화가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이때 부모가 함께 AI에 대한 흥미와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도록 도와야 한다. AI는 성장과 함께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AI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 센터의 의존도가 커졌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동안 인공지능으로 인한 공정성이나 윤리성에 대한 문제보다 더 고려 되고 있다. 2025년에도 계속되는 AI. 우리는 환경과 윤리, 철학 등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생각하며 이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한 때라 여겨진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2-26

한국업사이클센터서 열린 ‘어울림페스티벌’

지난 11월 9일과 10일, 주말 이틀 동안 대구시 서구 국채보상로 243에 위치한 한국업사이클센터에서 ‘어울림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센터의 설립 취지에 맞춰 업사이클 제품을 직접 보고 만들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행사장은 업사이클센터 앞 주차장을 활용하였고, 버려지는 폐자월으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탄생시키는 6가지 체험존이 마련되었다. 싸개단추 머리끈 만들기, 폐한복으로 보자기 그립톡 만들기, 폐조화 키링 만들기, 버려지는 생화 왁스타블렛(캔들 방향제) 만들기, 종이비누 민들기, 병뚜껑으로 소이왁스캔들 만들기를 각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폐자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업사이클링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고 환경문제와 환경보호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환경교육의 장이 되기에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모든 체험은 체험료 없이 무료로 진행되어 오가는 시민들이 망설임 없이 접근하고 부담 없이 체험 할 수 있었다. 행사는 주차장 외에도 한국업 사이클센터 건물 안에서도 진행되었다. 1층에는 업사이클 제품들을 전시, 판매하였고, 행사 기간에 맞춰 바자회도 함께 진행되어, 옷, 신발, 가방, 인형, 학용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주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2층 전시실에는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찾아주는 퍼스널컬러 진단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맞춤 컬러 진단 뿐만아니라 업사이클 제품을 색깔별로 전시 판매하여 참여자들에게 맞는 스타일을 제공해주었다. 이처럼 많은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문자나 카카오톡, 홍보지 등으로 홍보되지 않아 행사를 미리 알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드물었고, 체험에 필요한 재료들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않아 재료 소진 이후 방문한 참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체험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한국업사이클센터는 가정법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16년에 완공하였다. 센터에는 다양한 업사이클 업체들이 입주해 업사이클 제품들과 체험 프로그램을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한다. 한국업사이클센터에서는 이번 행사 외에도 시기별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있다. 한국업사이클센터 인스타그램(kup__official)을 통해 행사 정보를 확인하고 참여할 수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