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 헌터스 포항 ‘강원식당’ 돼지국밥 그날그날 싱싱한 재료 푹 고아서 준비 “시어머니가 하시던 방식 그대로 할 뿐” 면역력·간 기능 높여 해독작용이 좋아 기력 저하 땐 원기회복 보양식으로 ‘딱’
더운 여름을 지나며 기력이 떨어졌다. 이럴 때 보양식으로 돼지국밥이 좋다고 한다. 면역력을 올리고, 간 기능을 높여 해독작용에 좋다. 피로회복이 빨라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에 즐기는 음식이다.
산악회 회원들의 오랜 단골집이라며 추천받아 찾아간 국밥집이다. 양학시장 안에 자리한 강원식당은 점심시간마다 줄이 길다고 해서 점심이 지나 찾아 갔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고 해서 오후 4시에 가도 되겠냐고 미리 전화하니, 재료가 끝나면 오후 3시에 문을 닫으려 하니 오후 2시 30분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주변을 한 바퀴 돌다 겨우 주차했다. 입구 문부터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맞는다. 테이블 다섯 개의 아담한 실내에 마침 아무도 없어서 앉고 싶은 곳에 앉으라고 했다. 낮은 천장, 메뉴판을 훑었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따로국밥, 술국, 수육, 두부김치 중에 순대국밥과 돼지국밥,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상이 내왔다.
공깃밥은 어디 있나 찾으니 함께 간 일행이 국물을 한 숟가락 푹 떠서 보여준다. 밥알이 가득하다. 국밥이라 밥이 미리 말아져 나온다. 식당을 처음 시작할 그때부터 국밥이었지만 손님 중에 밥과 국 따로 먹고 싶다고 해서 메뉴에 따로국밥이 생겼다고 한다. 수육도 주문하려고 하니, 토요일엔 수육이 없다며 평일 오후 3시 이후에 오면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주인장에게 이런 질문하는 사이 테이블이 꽉 찬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밖에서 기다릴 뻔했다.
일단 국물부터 한 술 맛보았다. 잡내가 전혀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돼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게 하려고 어떤 특별한 방법을 쓰냐고 여쭈니, 그냥 별거 없다고 했다. 수능 만점 맞은 학생 인터뷰에 과외 학원 없이 기본인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대답을 듣는 것 같았다. 돼지 도가니가 국물이 잘 우러나 그날그날 싱싱한 재료 가져와서 푹 고아서 준비할 뿐이란 대답이었다. 한약재는 어떤 것을 넣냐고 하니, 아무것도 안 넣는단다. 40년 전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잡냄새가 하나도 없다니 신기하다고 하니 생강을 넣어서 그런가 하셨다. 국물은 일단 합격!
순대와 고기가 가득한 탕에 상에 같이 내온 부추 겉절이를 올리고 간은 새우젓으로 맞췄다. 양념장과 후추도 입맛에 맞춰 넣으라고 탁자에 미리 세팅해 놨다. 양념장 없이 그대로 맑게 먹는 걸 좋아해 넣지 않았다. 마지막 국물까지 맑았다.
양학시장 안에 가게 이름은 대부분 자식의 이름이 아니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이름을 달고 평생을 그곳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다. 강원식당도 고향이 강원도라서 붙였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 며느리가 함께 참여해 도왔다. 곁에서 제대로 배웠고 어르신이 은퇴하며 며느님이 물려받았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가게를 넓히고 싶어도 옆 가게와 딱 붙어있어 마음뿐이라고. 40년 전 그대로인 모습이라 맛도 그대로인가 싶었다.
돼지국밥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는 설, 고려시대 왕이 백성에게 돼지고기를 나눠준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6·25 전쟁 당시 부산 등지로 피난 온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 돼지 뼈와 부속물을 활용해 설렁탕과 유사한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 돼지국밥의 시작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다. 강원식당은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하지만,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으니 전화 문의 후 찾아가는 게 좋다. 일요일에는 쉰다.
/김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