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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향 음악 감상실, 낭송과 클래식의 만남

등록일 2025-09-28 15:30 게재일 2025-09-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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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관 ‘문학 유유하게’ 행사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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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녹향감상실서 열린 ‘문학 유유하게’ 행사 후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과 도심재생문화재단(대표 안상호)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문학 유유(悠悠)하게’가 녹향 음악 감상실에서 지난 25일 오후 3시에 열렸다.

프리마베라 낭송회와 클래식이 만나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시민에게 ‘심미적 위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행사였다. 낭송회와 클래식이 결합한 연회는 가을의 문턱에서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향연이었고, 예술이 삶을 재생시키는 힘을 지녔음을 증명했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자리에서, 박영선 글로벌 시낭송회장은 송수권 시인의 ‘여승’을, 이은정은 카루소 가사의 ‘번역 시’를, 정선영은 김남조 시인의 ‘태양의 각문’을, 이연희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이경숙은 ‘네루다의 시’를, 이은희는 나태주의 ‘내 안의 사람’을 각각 낭송했다. 각 시인은 저마다의 호흡으로 생명과 언어의 떨림을 시민 앞에 펼쳐 보였다.

낭송은 청중의 귀에만 머물지 않고, 가을 하늘을 닮은 정취와 함께 시민들의 가슴속에 스몄다. 고전과 현재를 잇는 녹향이 이날의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녹향 음악 감상실의 역사적 맥락이다. 1946년 향촌동 자택 지하에서 시작된 작은 공간이 오늘날까지 80여 년에 이르는 뿌리 깊은 문화적 흔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구가 음악과 문학의 숨결을 오롯이 품은 도시임을 증명한다. 파바로티의 생애와 음악적 공헌을 설명하며, 이해와 공감을 동시에 열어 준 이정춘 실장의 해설 또한 녹향의 예술 정신을 대변하는 순간이었다. 클래식 ‘네순도르마’, 여자의 마음을 낭송 사이사이에 감상하는 고요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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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과 클래식의 만남 행사를  구경하는 관람객 모습.

시민이 원하는 음악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는 녹향의 운영 방식은, 음악을 단순히 ‘전시되는 예술’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점은 문화 향유의 민주성과 참여성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대하다.

예술은 삶을 치유한다는 말. “역사 깊은 장소에서 시와 클래식을 함께 들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는 방청객의 소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 소음에 갇힌 현대인에게 낭송과 음악은 내면에 심호흡을 가능케 하는 시간이었다. 또 다른 중년 신사가 느낀 매력 역시, 삶이 지칠수록 사람들은 ‘나만을 위한 음악’, ‘나만을 위한 언어’를 찾게 된다는 사실이다. 녹향은 바로 그런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다가올 가을의 길목에서 다음 달 29일 오후 3시 베토벤에 이어 11월 27일 오후 3시는 바흐가 시민을 기다린다.

단순히 세계적 거장의 음악을 듣는 자리를 넘어, 시와 함께 어우러지며 새로운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연회의 성취가 이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예술은 삶을 꾸며주는 사치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낭송과 클래식이 함께한 녹향의 가을은 시민에게 ‘예술적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다. 바쁜 도심 속에서도 문화가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시민의 영혼을 정화 시킨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술의 장을 더욱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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