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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이야기

등록일 2025-11-25 16:39 게재일 2025-11-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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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사거리 한 켠에 우현동과 창포동의 지명에 관한 설명이 돌에 새겨져 있다.

지명(地名)은 말 그대로 땅의 이름이다. 지역마다 그 지역이 품고 있는 지명들이 여럿 있다. 포항을 예로 들면 호미곶이나 구룡포, 영일, 죽도 등. 동네마다 숨은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열릴 것 같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기자가 지명에 대해 처음 관심이 생겼던 건 중학교 1학년 때 한문 시간이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한자 쓰기 숙제를 많이 내주셨다. 한자 뜻풀이로 배우는 게 재미있기도 했는데 자신의 이름이나 학교 이름을 한자로 써오는 숙제도 있었다. 시민기자가 다닌 학교는 감포중학교였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우리 지역인 감포가 달 감(甘)자에 바닷가 포(浦)자가 합쳐진 말인데 물고기가 잘 잡혀서 일제강점기 때는 구룡포와 함께 일본인들이 많았다고 하셨다. 순간, 남겨진 적산가옥과 감포의 역사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즐겨 먹는 가자미가 생각났다.

스무 해전, 포항으로 이사를 와서도 새로운 지명에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였다. 처음 하수구 뚜껑에 새겨진 포항시라는 글자도 어색했었는데 그보다 조금 더 낯설었던 건 ‘나루끝’이라는 이름이었다. 이사 온 동네가 궁금해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그때 안내방송을 통해 마주한 지명인 ‘나루끝’이 포항과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들렸다. ‘나루라면 강이 있고 나룻배가 다니던 곳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아스팔트로 덮여진 모습에선 예전의 나루터를 연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변의 고층 아파트보다 술집이나 실비집 같은 조그만 가게들이 아직도 있는 것 보면 예전 나룻배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거라 어렴풋이 느껴본다. 두무치 마을도 그랬다. 두호동의 옛 이름인데 마을 모양이 사람의 머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런 지명에 흥미가 느껴졌다. 포항이라면 흔히 떠올려지는 포스코나 죽도시장 이야기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포항의 역사도 경주만큼이나 이야기보따리가 열릴 것 같았다.

포항의 역사가 궁금해 들었던 문화원의 ‘인문학 산책’에서 마주한 구룡포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신라 시대 장기 현감이 마을 순찰 중 천둥과 폭풍우가 몰아쳐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다가 한 마리가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승천한 포구여서 구룡포라 한다고 전해진다. 그 길에는 구룡포가 된 이야기와 함께 그곳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이야기도 있다. 가슴 아픈 수탈의 현장이기도 했던 곳,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만난 옛 지도가 그때의 구룡포를 이야기하고 있다. 구룡포에서 조금 떨어진 호미곶이라는 지명도 재미있다. 호랑이 꼬리라는 지명인데 조선시대 풍수지리학자가 붙인 이름이다. 예전에는 토끼 꼬리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포항에서는 영일이라는 지명도 자주 접하고 있다. 해맞이의 고장인 포항은 연오랑 세오녀 의 이야기를 품고 영일만, 영일대 해수욕장, 영일중·고등학교의 지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기자가 살고 있는 우현동도 마찬가지다. 우현(牛峴)은 누운 소다. 우현동의 지형이 누운 소의 모습인데 옛날 영덕으로 가던 소 장수가 날이 저물어 이곳에서 자던 중 소뼈가 가득한 꿈을 꾸고 소티골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지금 소티재로라는 도로명으로도 쓰고 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지명을 보고 정겨움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지명을 가게의 간판에서 발견하면 그 지역의 지나간 이야기를 짐작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 지명들이 사라지지 않게 앞으로도 잘 보존되고 기록되길 바란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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