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 헌터스 라라코스트 포항양덕점 양식치곤 비교적 저렴한 가격·다양한 메뉴 구성 본사 레시피라도 양덕점만의 솜씨로 양념 첨가 마늘빵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니 더 ‘별미’
진짜 맛있는 떡볶이집을 찾습니다!
내 소울푸드는 떡볶이다. 피곤한 저녁이면 더 땡긴다. 직접 매장에 가서 먹어야 제일 맛있겠지만 맥이 빠진 상태라 아들에게 배달앱으로 시켜달라고 하고 소파에 털썩 기댄다.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린다. 몸도 마음도 잠시 쉰다.
매달 월례고사를 치던 동지여중에 다니던 시절, 학교 앞 가게도 없이 할머니가 앉은 자리에서 팔던 부추전을 먹으며 시험 스트레스를 날렸다. 얇게 부친 전을 플라스틱 접시에 대충 찢어서 떡볶이 국물을 끼얹어 주셨다.
쪼그리고 앉아 금방 구운 뜨거운 전을 호호 불어 먹으며 어려웠던 시험 문제를 씹었었다. 졸업 후 우연히 일로 만난 낯선 선후배에게서 떡볶이 국물에 젖은 할매의 정구지 전으로 동질감을 느끼고는 손을 맞잡고 추억에 젖었다.
그래서 떡볶이가 우리에게 소울푸드인가 보다. 맛집이라는 소문을 들으면 꼭 가보고,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아 실망하고 돌아서기도 하고, 가끔은 만족하기도 한다. 며칠 전 저녁 모임에서 처음 만난 지인이 어색한 인사말을 나누다가 메뉴 중에 떡볶이를 시키니 포항의 떡볶이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떡복이에 진심이란다. 그 말에 기억을 떠올려도 자신 있게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자주 배달시킨 곳을 알려주었다. 옆에 앉은 J가 ‘퐝할매떡볶이’ 가보았냐고 하니 가보았는데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다고 했다. 어묵 핫도그는 먹어보았는지 궁금하다.
학교 앞마다 김떡순이나 떡파순을 파는 분식집이 있었다. 독서 모임 톡방에 떡볶이 맛집 추천하라고 올리니, 감기 기운 있냐고 먼저 물어왔다. 맞다. 으슬으슬 몸에서 신호를 보내면 뇌에서 번쩍 알아듣고 맛집을 찾게 마련이다. 서울 신당동 떢볶이, 반포 애플하우스 떡볶이가 생각난다는 K는 서문여고 앞 정우성이 일했던 떢볶이집까지 떠올렸다. 얼마나 좋으면 떡볶이로 과자를 만들어 대박이 났겠냐며 긴 댓글을 남겼다.
청소년 때는 즉석 떡볶이가 거의 저녁 식사였다고 했다. 학교 수업 마치고 가스레인지 켜서 직접 요리 해 먹는 재미도 있고 김 가루 넣고 밥도 볶아 먹는 재미에 라면 사리도 빠질 수 없다. 쫄면 사리 넣을까, 라면 사리 넣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반반이 생겨서 정말 맛있게 양은 냄비까지 전분 눌어붙은 거 박박 긁어 먹던 때가 있었다.
엄마가 직접 해주는 떡볶이는 휴게소 떡볶이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엄마는 사랑으로 만들고 휴게소는 MSG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고생을 키우는 U는 요즘 MZ 아이들은 ‘두끼떡볶이’라고 뷔페식으로 되어있어서 좋아하는 마라 떡볶이, 로제 떡볶이를 직접 조리해서 만들어 먹는단다. 그녀의 딸들이 크면 뷔페의 추억을 떠올리겠지.
가을이 다 지나도록 바쁘다가 하루 쉬는 날, 남편과 양덕으로 해물떡볶이 맛집을 찾았다. 파스타와 피자도 있는 ‘라라코스트’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가족 모두가 즐기도록 놀이방 시설, 음료와 커피를 셀프로 가져와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양식치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 구성이라 자주 찾는 곳이다. 최근엔 갈 때마다 새로운 메뉴가 추가 되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예전엔 없던 해물떡볶이가 생겨 더 반가웠다. 떡에 구멍이 뚫려 해물의 감칠맛이 속까지 스며들었다. 본사에서 알려준 레시피는 같지만, 양덕점만의 솜씨로 참기름이나 양념을 첨가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샐러드와 리조토까지 주문하고 탄산음료를 입맛대로 가져와 마셨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우리 테이블뿐이라 사장님이 마늘빵을 서비스로 주셔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니 더 별미다.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려와 앉았다. 입맛이 깔끔해진다.
라라코스트 양덕점 주소는 포항시 북구 장량로 158번길 17, 월요일은 휴무, 070-8226-0365, 오후 2시 30분-오후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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