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계절, 따뜻한 햇살 아래 책 한 권을 펼치기 좋은 시기다.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잔잔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 토토의 엉뚱하고 순수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 주인공 토토의 행동은 낯설게 다가왔다. 수업 시간에 창밖만 바라보거나 길가 아저씨를 불러 세우는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어린이라면 그럴 수 있지”, “그 나이에는 당연한 호기심일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며,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토토가 ‘문제아’로 낙인찍혀 쫓겨난 뒤 들어간 도모에 학원은 독자에게도 놀라움을 준다. 입학 첫날 네 시간 동안 토토의 이야기를 들어준 교장선생님,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수업,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토토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 대목은 교육 현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 ‘공부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싶다’는 교사의 마음과 겹쳐지기도 한다. 물론 제도적 한계 속에서 모든 것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한 아이의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여 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을 덮은 뒤에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원망하거나 감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아이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더 귀 기울이고 싶다는 다짐 또한 남았다.
‘창가의 토토’는 단순한 성장담 그 이상으로서, 우리 모두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시선과 마음을 되살려낸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마음은 어른이 된 지금의 삶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깨달음을 준다.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태도가 작은 일상의 순간들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스스로 마음속 ‘토토’를 만나고, 세상과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