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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역경제 살리는 안동사랑상품권

지난 9월 11일, 오전 10시에 교내행사를 시작한 안동의 한 학교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모두 휴대폰만 쳐다보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유인즉, 안동시의 지역화폐 모바일 구매 창이 열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흡사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을 진행하는 것처럼 치열한 경쟁이 치러졌다. 지역상품권 ‘착(chak)’앱에는 동시에 접속자들이 몰려 발행 시작 30분 만에 모바일 안동사랑상품권은 재고가 소진되고 말았다. 안동시가 추석을 앞두고 40억 원 규모를 증액해 90억 원 어치를 발행하면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배 이상 커졌으나 9월부터 연말까지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20%로 상향함에 따라 시민들의 구매가 대폭 상승했다. 지역화폐 할인율이 상향된 이유는 7월 집중호우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동시가 국비 지원을 받아 연말까지 할인지원 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일 발행된 지류형 안동사랑상품권도 평소보다 3배 이상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판매처인 농·축협, 새마을금고 등에는 이른 아침부터 바깥까지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인당 월 구매 한도는 지류는 20만 원, 모바일은 50만 원까지 가능하고 보유한도는 150만 원, 10만 원까지 착(chak)에 가입한 회원에게 선물하기도 가능하다. 안동시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와 지역 소비 진작으로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는데 기대에 걸맞게 추석을 앞두고 장보기, 각종 제수용품 구입에 많이 쓰였다. 특히 명절에 소비가 급증하는 육류와 생선 등의 거래에도 활발히 이용되고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해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연매출 30억 이상의 대규모점포, 유흥주점, 사행성업소 등의 사업체는 가맹점에서 제외되며 9월 21일 현재 안동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5311곳이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10월 모바일 안동사랑상품권은 10월 1일 오전 10시에, 지류형은 44개소 농·축협, 새마을금고 등의 개점시간에 맞춰 발행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4

아빠 육아를 힘들게 하는 것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란 인식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공원이나 관광지 같은 곳에서 아빠들이 아기띠를 메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아빠들의 공동육아가 과거보다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다르게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아빠들이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거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15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김 모(37·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평소에 아이를 데리고 자주 외출한다. 그런데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나 이유식을 먹여야 할 상황이 오면 힘들다. 기저귀 교환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차에서 갈기는 하지만 육아하는 아빠들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일반적으로 아빠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인데 반복되다 보면 아이와의 외출은 줄어들게 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4월 기혼남녀 480명 (남 212명, 여 2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0%가 아빠 육아 시 생활 속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수유실 출입’을 꼽았다. 주요 의견으로는 ‘남자 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대 설치’, ‘남성의 수유실 출입 불가에 따른 불편함’ 등을 말했다. 이런 상황이 개선이 없이 계속된다면 힘들어지는 쪽은 아빠보다는 엄마다. 아빠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수유실은 공공장소 및 다중이용 시설의 ‘이용하기 편한 곳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곳은 엄마와 아기, 수유부만 이용 가능한 수유실인 모유 수유·착유실과 아빠를 포함한 육아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수유실이 있다. 대형 마트와 쇼핑몰 같은 곳에서는 아빠들이 방문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수유실과 영유아 휴게실이 넓게 잘 갖추어져 있어 아이와 휴식하기에 좋다. 기저귀 교환도 유모차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모습의 공공시설이 아니라서 아빠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경북에는 174개의 수유 시설이 있고 그중 포항이 18개로 가장 많은 수유실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와 외출 시 수유 정보 알리미를 통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개선할 곳도 많다. 현행법은 남·여 화장실에 각각 1개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법 적용이 장소마다 다르고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포항시 환경정책과 공중화장실 관계자는 “남·여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규정에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것 맞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를 위한 육아 휴직이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제도 지원 확대는 아빠들의 육아 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육아 방식을 바꾸지는 못한다. 육아 방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저출산이 국가비상사태라 불릴 만큼 위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아빠의 육아 참여가 중요한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이런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육아하는 아빠들이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4

가을의 길목, 기청산식물원의 ‘상사화 음악회’

황금들녘을 앞에 두고도 여름이 고집을 부린다. 추석명절을 앞둔 지난 14일도 오전 내내 뙤약볕의 찜통더위라 오후 3시 야외에서 펼쳐지는 음악회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래도 나섰다. 포항시 청하면 기청산식물원으로 가는 길, 따가운 볕이 사라지나 싶더니 하늘이 요술을 부린 듯 구름이 짙어지며 거짓말처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자연을 벗 삼은 시와 노래 소리 울려 퍼지는 대왕나무(King Tree) 아래서 내빈소개가 전혀 없는 소박하면서도 알찬 음악회는 그렇게 선물처럼 다가와 준 소소한 가을바람과 함께했다. 상사화는 땅에서 쏘아올린 화살촉 마냥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외려 더 예쁘다. 기청산식물원의 상사화 음악회는 정혜숙(필명 정혜) 공감놀이터 어링불 단장의 기획으로 시작되었으며 올해로 4년째다. 많은 이에게 생소하게 들릴 ‘어링불’은 포항의 옛 이름으로 ‘바닷가 모래사장’을 뜻한다. 옛 사람들은 지금의 포항제철소 일대를 어룡사, 어릿불 또는 어링불이라고 불렀다. 옛 어룡사의 모습은 20여리나 되는 모래벌판으로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였다. 조선의 유명한 지리학자 이성지가 이 지역을 둘러보고는 범상한 곳이 아니니 언젠가는 이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될 것이라며 “어룡사에 대나무가 나면 가히 수만 명이 살 곳이니라. 서쪽 문명이 동방에 오면 돌이켜 보니 모래밭이 없어졌더라.”라고 예언했다 한다. 훗날 이 곳에 대나무처럼 굴뚝이 세워지며 포스코가 들어섰다. 정혜숙 어링불 단장은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기청산식물원을 찾았고 20여 년을 다니며 식물원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인해 식물원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2020년 6월 화재로 수십 년 간 연구해 온 중요 자료의 반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일이 겹쳤다. 이런 힘든 시기에 식물원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7만 송이 상사화의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고자 지역 예술가들의 야외공연을 기획하여 경북문화재단 지역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상사화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경상북도 관광진흥기금 보조사업 ‘자연이 주는 선물-기청산식물원’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시낭송, 소프라노, 테너, 보컬, 색소폰, 건반, 첼로 등 다양한 예술인들의 공연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하고, 박수갈채에 가을바람도 신이 난 듯 소소히 불어줘 즐거움을 더했다. 더불어 포항시인 김만수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그의 시상을 듣는 호사도 누렸다. 60여 년 동안 육아일기를 쓰듯 애정을 쏟으며 식물원을 관리해 온 이삼우 기청산 식물원 원장은 자연을 아끼고 우리 것을 사랑하는 것이 후손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시며 아직 피지 않은 중국의 붉은 상사화보다 조금은 덜 붉고 덜 화려한 그래서 외려 더 청아하고 고운 한국의 백양상사화가 마침 음악회 일정에 맞추어 곱게 피어 무대 위에 정성스레 두었노라 하셨다. 포항의 지역문화를 아끼는 어링불의 예술인들은 가을이 깊어지는 시월에 택전 ‘언약의 숲’에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노거수 회화나무 아래서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하게 열리는 우리지역의 예술문화를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즐기기를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9

‘고비용’ ‘고탄소’ 발생 가을철 해외여행 보다 ‘저탄소 휴가’ 어떨까?

올해도 어김없이 TV 뉴스에서는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의 모습을 비추었다. 코로나 이후 최대인원인 120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함께였다. 포항시민 최모(37)씨는 “올해부터 집에서 추석 명절을 지내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일본으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 연휴뿐 아니라 휴가철이면 떠나는 국내외여행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언젠가부터 흔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연휴와 휴가에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여행은 사실 ‘고비용’이자 ‘고탄소’활동을 의미한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이동거리 1km당 승객 한 명의 탄소 배출량이 비행기는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여행에서 교통이 탄소 배출의 49%를 차지하고 있는데 교통수단의 선택이 저탄소 여행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일상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로의 여행이 탄소중립으로 가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행에서도 탄소발자국 줄이기는 당면한 과제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해외여행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 ‘항공편 탄소 배출량’을 설정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항공편에도 탄소 배출을 설정해 놓고 같은 노선을 다니는 일반적인 항공편보다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18% 더 적게 나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그리고 동남아 등의 단거리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 것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다음은 여행지에서의 탄소 줄이기다. 여행지 내에서는 되도록 기차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사와 숙박도 호텔보다는 민박이나 호스텔을 이용하고 레스토랑보다는 현지인이 경영하는 동네 음식점을 찾는다. 식사로 인한 탄소발자국은 약 10%이고, 숙박은 약 6%이다. 그 밖에도 친환경 여행 상품을 이용해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실천한다. 자전거로 이동하기, 플로깅 투어,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 등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즐겁자고 한 여행에 이런 탄소발자국 줄이는 느린 여행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텀블러, 수저통을 챙겨 ‘레스(less) 웨이스트’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저자인 신혜정 작가는 여행할 때 일회용품을 안 쓰기 위해 텀블러, 반찬통, 수저통 등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로’(Zero)웨이스트 에 압박을 받기보다 ‘레스(less)’, 덜 써보자는 정도로 마음을 먹으면 더 오래,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녹색전환연구소 ‘1.5도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북’에 따르면 여가는 집에서 책 한 권 읽는 것과 비교할 때, 하루 골프로 인한 숙박은 22배, 하루 스키는 24배, 국내 여행에서의 숙박은 43배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여행의 계절 가을 그리고 다가오는 10월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기후를 생각해 밀린 드라마나 독서 휴가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9

“입도 마음도 즐겁네” 김천포도축제서 즐거운 하루

“언니, 김천포도축제 보러 와!” 김천 친구 현주의 한마디에 남자친구, 엄마, 동생까지 다 같이 김천으로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부터 한끼도 먹지 않아 배고팠던 우리는 남자친구가 찾은 맛집으로 갔다. 포도축제가 있어질 김천종합스포츠타운에서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맛집이라는 말에 지례까지 차를 타고 달렸다. 흑돼지가 유명한 지례는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로 가득했고 고기 굽는 냄새가 맛있게 우리를 유혹했다. 우리는 흑돼지 불고기를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섰지만, 늦은 점심시간에도 식당 테이블은 가득했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줄지어 선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대기번호 9번을 적어두고 주변 산책을 했다. 대도시 대구에서는 보기 힘든 농작물들이 자라는 모습과 작은 구멍가게, 마을회관까지 거리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었다. 신선한 공기와 자연을 만나고 불고기를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 안을 들어섰다. 초벌구이가 되어 나오는 불고기라 식당에 앉아서도 30분 이상의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기다린 만큼 맛있는 불고기는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했다. 식후에는 차로 6분 거리의 부항댐으로 갔다. 부항댐에는 출렁다리와 짚라인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출렁이는 긴 다리에 서있으니 아찔하고 어질어질했다. 중간 중간 다리 밑이 훤히 보이는 유리 바닥은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시민기자에게도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 멋진 출렁다리에 주말인데도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아 출렁다리가 쓸쓸해보였다. 출렁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유치원생 수준이라 놀리는 짚라인이 있다. 올려다 보기도 힘든 94m 높이의 짚라인은 국내 인공구조물 최대 높이로 최고의 스릴감을 주는 시설이다. 아쉽지만 포도축제를 즐기기 위해 짚라인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로 남겨두었다. 김천에 온 진짜 목적, 김천포도축제를 즐기러 김천종합스포츠타운으로 향했다. 평소 배구경기 관람를 위해 찾던 김천종합스포츠타운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으니 어떻게 그 공간을 사용할지 기대감이 더해졌다. 포도축제는 9월 6일부터 시작하여 8일까지 사흘간 열렸고, 우리는 7일 방문했다. 콘서트와 대회, 버스킹 등 행사가 열리는 무대를 두 곳에 나누어 두어 방문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시민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박지현, 왁스 등 인기 가수가 공연하는 날이라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티셔츠를 맞춰 입은 팬들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지역 예술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버스킹 무대는 방문객들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하고 그만큼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어 방문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한켠에는 마치 모형 포도를 전시해놓은 듯 싱싱한 포도를 전시한 ‘포도왕 명예의 전당’ 전시장이 있어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포도 시식 및 판매처에는 질좋고 값싼 포도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축제를 즐기다 만난 꼬달이는 10월에 열릴 김밥축제를 홍보하고 있었다. 김밥 꼬투리 모양의 이 캐릭터는 꼬투리의 사투리 꼬다리에서 딴 이름으로 꼬달이라 지어졌다고 한다. 꼬달이를 보고 있자니, ‘포도축제에도 캐릭터와 조형물들이 많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포도축제에 초대했던 현주는 보지 못했지만, 포도와 김천의 지역특산물들을 사들고 몸도 마음도 가득 채워 대구로 돌아왔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9

경주 남산 칠불암으로 ‘5감 힐링체험’ 떠나볼까요

경주시 남산동 104-5.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후 목적지로 향했다. 평소 등산과는 거리를 두고 지낸지라 그 유명한 칠불암 등산로 입구를 찾는 것조차 기계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서출지를 지나고 골목을 지나다 산길이 나왔다. 마지막 주차장일 듯한 곳에 주차를 했다. 마침 등산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앞서 걷는다. 앞서가던 둘마저 안보이자 이곳이 맞는 것일까. 의문과 걱정을 교대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사막의 오아시스 그림자처럼 음악 소리가 바람 소리처럼 들려왔다. 곧이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커다란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작은 요새를 떠올리게 한 그곳은 ‘칠불암 5감 힐링체험’이 시작되는 곳이다. 경주시와 국가유산청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화재청 국가유산활용 10대 브랜드에 선정되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되어 오후 2시까지 이어지는 ‘7행운을 잡아라’ 행사부터 참여하는 게 정석 같지만 얼마 전 수술한 다리를 핑계로 오후 1~2시쯤 이루어지는 공연 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다. 칠불암을 오르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7행운을 잡아라’는 경주 남산 칠불암의 국보와 보물을 찾아 떠나는 문화유산 힐링여행으로 숲과 명상, 예술이 결합된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간식비와 기념품을 포함해 참가비 만원으로 예약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마음 비우기, 수인의 의미, 숲의 소리, 숲의 향기, 발우체험, 에코 트레킹, 일체유심조로 이루어진다. 공감 프로젝트 마애는 체험과 공연 그리고 이야기로 풀어보는 칠불암 5감 힐링체험 중 하나다. 1인 5000원의 참가비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장애인과 65세 이상 어르신은 참가비가 무료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상품과 작품 전시 및 여러 체험들이 준비되어 있다. 칠불암으로 올라갔던 체험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자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그 사이 대금연주를 들으며 간단히 체험활동을 했다.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 최경남 원장과 손수협 문화해설사의 사회 및 해설로 막이 열렸다. 원효대사의 일대기를 주축으로 신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이루어져 있다. 화쟁사상을 이렇게 쉽게 접했더라면 국사 수업이 좀 더 친근하지 않았을까 한참 지난 과거를 아쉬워해본다. 공연자들이 등장하자 그때부터 웃음의 연속이다. 이토록 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 내내 혼을 쏙 빼놓았다. 극 초반 살짝 뿌려진 정안수의 힘인지 흥이 넘치는 공연 덕인지 왠지 모르게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 기분이다. 1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공연 동안 참가자들은 무애행 중인 원효를 만나고 왜 남산을 중심으로 불상이 조성되었는지, 호국불교로 불리는 까닭이 무엇인지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공연이 막바지에 닿자 행사 측에서 나눠준 알에 저마다 사연을 넣어 깨트린 후 출연자들과 관람객은 하나가 되어 무대를 마무리했다. 소나무 숲과 사람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시간이었다. 행사 날짜는 10월 11일·12일·18일·19일, 11월 8일·9일로 (사)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으로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2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풍성한 한가위

옛 어른들은 은행에 대한 개념이 적었다. 돈이란 자신이 알아서 어딘가 은밀한 곳에 꽁꽁 숨겨두어야만 안전하다고 여겼다. 궁색한 시골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베갯 속 아니면 이불 속 그도 아니면 장판 밑에 넣어 두고 가끔씩 들여다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겼다. 그 용도야 말할 것도 자식을 위해서였다. 자신 잘 먹고 잘 입자고 돈을 꽁꽁 숨겨둔 분은 별로 본 적이 없다. 평생을 자식들 잘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살아오신 분들. 결혼 전 시골 농협에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장판 밑에 오래 넣어 두어 누릇누릇 눌어버린 지폐를 한 무더기 가져오셨다. 지폐계수기도 없이 손으로 돈을 세던 시절이라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오랜 열기에 삭아서 세어지지조차 않던 지폐들. 찌든 냄새에다 곰팡이마저 슬어 있었다. 햇병아리 직원이었던 내가 아무리 “할머니 장판 밑에 돈 넣어 두시면 안 돼요 이렇게 망가지면 교환 못 해드려요”말해 보았자 소용없었다. 할머니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대학 등록금도 속곳에 꿰매고/ 시골에서 올라왔지/ 수명이 다한 형광등 불빛이 깜박거리는 자취방에서/ 어머니는 꿰맨 속곳의 실을 풀면서/ 제대로 된 자식이 없다고 우셨지/ 어머니 기일에/ 이제 내가 이불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얘기를/ 식구들에게 하며 운다네/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이불 속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내 사십 줄의 마지막에/ 장가 밑천으로 어머니가 숨겨놓은 내 칠백만원/ 시골집 장롱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불 속에서 슬프게 칙칙해져갈 만원짜리 칠백 장” 우리의 부모님들은 이렇게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 돈을 모았다. 그 돈이 쌓여 자식들의 방값이 되고 등록금이 되고 결혼자금이 되었을 것이다. 칙칙하고 냄새 날 때까지 소중하게 아무도 몰래 숨겨 두던 귀한 돈. 자신은 안 입고 안 먹고 안 쓰면서 모은 그 한 푼 두 푼 덕으로 우리는 지금 이만큼 풍족하게 산다. 하지만 제 생활에 바빠 자주 그 고마움을 잊고 살고는 한다. 폭염으로 몸살을 앓던 세상도 이젠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로 모습을 바꾼다. 들판이 매일매일 색을 바꾼다. 곧 추석이다. 장판 밑에 이불 속에 자식들을 위해 쌈짓돈을 모으며 그 돈이 다 삭는 줄도 모르고 기도를 멈추지 않던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금 떠올려 본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2

‘조화의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포항국제아트페어 2024’

아트페어는 예술 작품의 판매가 목적인 미술품의 장터다. 예전에는 작품 판매에만 집중했지만 지금은 점점 비엔날레처럼 전시 연출이나 기획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일 포항 라한호텔에서 ‘포항국제아트페어 2024’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2017년을 시작으로 올해 8년 차에 접어들었고, 10월 전시 예정인 튀르키예와의 국제 교류전도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식전 행사로 해설을 곁들인 영상음악 감상과 이어진 축하공연으로 포항 어린이 치어리딩의 앙증맞고 귀여웠던 군무는 또 다른 조화의 즐거움이었다. 식전 행사로 분위기가 한껏 올랐을 때 많은 인사들의 축사가 있은 후 이재연 도슨트와 함께 행사 참여자 모두 9층 객실 전시실로 이동했다. 9층에 오르자 먼저 눈에 들어 온 그림은 배우 최민수의 작품이었다. 최민수와 그림이 일치되는 느낌이다. 작가의 개성이 신기할 정도로 그림에 그대로 담길 걸 보며 작가의 감성이 예술로 표출된다는 걸 실감한다. 첫 객실 전시실은 이율배 작가 그림. 푸른 바탕에 무수히 많은 선과 점. 자세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어종이 다양한 표정으로 어우러진 바다 속 풍경은 아득히 보이는 수평선과 하얀 파도만이 생각나는 바다 이미지와 또 다른 바다 모습이다. 푸른색에 가려 보이지 않는 바다 속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서 사람 마음속이 연상된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 평안을 찾아가듯 어지러이 얽히고설킨 바다 속 풍경에서 까닭모를 질서와 평안이 느껴진다. 다른 객실 전시실로 이동해 자연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임지영 작가가 비단에 색깔 있는 돌가루로 그린 그림이라며 다가온다. 그림을 통해서 소통을 하고 마음도 치유한다는 임지영 작가는 “예술 앞에서 쫄지 마세요. 그냥 즐기세요. 예술은 배우는 게 아니라 향유하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작가와의 감성소통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 외에도 다른 시각에서 본 유관순과 이건희의 모습을 그린 연예인 초대작품, 수준 높은 민화 작품들, 류영재 작가의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탕에 그려진 황금나무 그리고 컬렉터(수집가)의 소장 작품까지 도슨트 설명과 함께 관람 후 다시 5층으로 내려와 정성스레 차려진 다과와 함께 에드워드 호퍼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니 마음은 물론 눈과 입이 그저 즐겁다. 라한호텔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 제2전시실인 동해갤러리(포항시 연일읍 달전리 5번길 4)에서 청동기 100여 점과 명화 11점으로 개인 소장품이 전시된다. 청동기시대 중국 청동기와 중국작가 오관중의 유화그림 등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아끼는 소장품을 9월 말까지 전시할 예정이라 하니 이번 기회에 평소에 보기 힘든 귀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어서 욕망이 채워져도 지루함에서 오는 권태로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된다던 쇼펜하우어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을 고통과 욕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신성한 탈출구이다”라고 했다. 철강도시 포항의 지역문화를 더 알차게 하고 있는 포항국제아트페어가 “포항 시민에게 사랑받고 우리 미술계에 꼭 필요한 축제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장미화 아트포항운영위원장의 바람에 힘입어 2025년에도 더 알차고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와주길 기대해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2

문학으로 소통하는 공간, 책방 수북

주말 오후, 책방수북(포항시 북구 장량로 174번길 6-15 1층)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오늘 초대된 작가의 강연에 대한 기대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떤 이야기들을 음미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건물 사이 작은 공간. 문틈으로 살짝 보이는 책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많은 책들과 서점지기가 어김없이 미소로 반긴다. 잘 차려진 자리에 앉아 작가와 눈을 맞추며 열심히 들을 요량으로 눈과 귀를 반짝인다. 오늘 초대된 시인은 청소년 시집을 낸, 낚시가 인생처럼 되어버린 자칭 낚시인이라 부르는 시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연은 낚시를 하는 모습이 담긴 TV 영상자료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시인의 아버지가 즐겼던 낚시는 그 시작이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시인의 집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낚시를 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들을 다시 보았을 때의 반가움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험한 낚시가 자신의 몸속에 각인되었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아갔으며 그것이 감각으로 남아 책 속에서도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조금 더 바깥세상과의 교감하는 체험이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또 미혼인 시인의 결혼에 대한 생각도 곁들이며 이야기를 펼쳤다. 낭독과 함께 독자들과 교감하며 유창한 말솜씨로 이어가는 시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면서 간간이 들리는 웃음소리는 책방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인 책방수북에서의 즐거운 수다는 언제나처럼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저절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문학전문서점인 책방수북은 2022년 12월 문을 열고 포항 양덕에 자리한 지역의 소설가가 주인장으로 있는 동네책방이다. 시와 소설, 수필, 산문, 평전을 판매하고 지역의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공간이다. 지역의 작가들을 위해서 출판사 득수를 겸하고 있으며 거기다 지난 5월부터는 문학기반시설 지원사업으로 상주작가도 모시고 작가의 충분한 창작활동을 하는 과정을 응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갤러리 수북을 열고 사진 전시회도 열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다. 책방에서는 음악회도 곁들이고 있고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지역민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책 속의 한 문장이 삶 속에서 확장되고 펴져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책방수북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월 여러 유명 작가들의 강연이 이어졌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한 여름밤의 책 읽기, 평전 읽기, 상주작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으로 소통의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도 공동체 문화가 싹트는 곳으로써 머물고 싶은 곳이다. 포항시민 A씨(58)는 “예전에는 이곳에 살면서 문화가 없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지금은 갤러리도 생기고 조금씩 문화가 있는 골목이 되어가는 것 같다. 책방수북으로 인해 문학의 향기를 뿜어내는 골목이 되고 있어 자주 들르고 싶어졌다. 시민커뮤니티와 문화활동 공간답게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0

대구간송미술관, 문을 열다

간송미술관. 1년에 딱 한 달 문을 열던 곳이다. 대구에 간송미술관 분점이 2024년 9월 3일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상설전시관이다. 국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시간별로 예약받는다. 우리는 오후에 방문했다. 여세동보,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영원히 보존하자란 우리나 최초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의 머릿돌에 새긴 글 중에 앞 문구를 따와서 이번 전시 주제로 삼았다. 간송미술관은 4600건, 3만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했다. 문화보국이라는 오세창의 생각을 제자였던 전형필 선생이 이어받아 가진 재산을 대부분 문화재를 모으는 데 사용했었다. 4개 전시실에 나누어서 관람객을 맞았다. 훈민정음해례본과 미인도는 독립된 전시실에 따로 두었다. 해례본은 서울 이외 지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 시기에 안동에서 발견돼 기와집 한 채 값을 달라할 때 한 채 값은 거간꾼에게 주고 오히려 열 배를 주고 사들였다. 전형필 선생은 한글 연구하는 학자들을 불러 필사하게 하고 한글에 관한 내용을 신문에 연재하게 했다. 그로인해 신문은 폐간되었다. 광복 후 조선어학회에 다시 보여주며 한글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미인도는 한 사람씩 들어가 독대하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안쪽에 얌전히 선 신윤복의 그림, 관람객이 자세히 보도록 근처에서 직원이 설명을 보탰다. 여인의 나이가 몇 살로 보이나, 볼살이 오동통하니 15~16세 정도로 보이고 발에 비해 상체를 살짝 틀어서 자세를 잡고 섰다. 잔머리 한올 한올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낙관에 찍힌 뜻은 그림 뒤로 돌아가면 더 확대해서 우리말로 풀어놓았다. 신윤복이 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 그 계절로 우리를 데려갔다. 김홍도, 신윤복, 정선 같은 보기만 해도 누구의 그림인지 알만한 작품, 미술책에서나 보았던 그림이 우리 눈앞에 있다. 도자기는 고려청자 하면 사람들 머리에 떠오르는 모양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바로 그 작품이, 백자 하면 떠오르는 그 작품이었다. 불교 미술품과 더불어 탑은 가져올 수 없어서인지 실제 크기 정도의 모형에 빛을 쏘아 별이 쏟아지다가 꽃나무가 어른거리기도 한다. 책에서 못 보던 심사정의 촉잔도권은 워낙 길어서 한참 걸어가며 보아야 한다. 파노라마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더욱 감동이다. 마지막 방은 미디어아트를 보는 곳이다. 간송의 작품이 살아 움직인다. 관람객은 편안히 누워서 보도록 의자가 바닥에 섬처럼 깔렸다. 한 번은 아쉬워 한 번 더 보고 일어났다. 마지막 전시실을 나오니 통창으로 바깥 경치가 보인다. 정원에 물이 담겨서 하늘과 나무도 물에 반영된다. 멀리 산의 능선과 더불어 한 폭의 그림이다. 전시실에서 나오니 노을이 미술관 건물을 물들였다. 11개의 기둥이 높게 솟아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건축가는 안동 도산서원에서 따와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었다. 옛 건축이 주변 풍경을 그대로 차경으로 받아들였듯 미술관 앞마당이 팔공산까지 뻗어나갔다. 라이온즈파크에 환하게 조명이 켜져 경기가 한창이었다. 전시가 없어도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말에 딱 맞다.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된 이유는 관장 전인건에게 대구시가 특혜를 주고, 전인건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는 등의 잡음 때문이었다. 대구시민들이 간송미술관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함께 참여해서 살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 먼저 일어섰던 대구의 민족정신과 근대미술의 발상지였던 대구, 문화가 힘이다. 이번 전시는 12월 1일까지니 가을을 문화재로 가득 채우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0

안동서 만나는 중국의 안동

송강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해외특별전 ‘아시아 그곳-문명과 노마드’를 선보이고 있다. 송강미술관은 1969년 개교해 1995년 폐교한 안동시 서후면 송강초등학교 자리에 지난해 봄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속 한국, 안동’에서 중국의 안동인 휘주, 네팔의 고산지대와 티벳의 광활한 평원, 내몽골의 초원을 통해 소수문화와 전통유산 속에 깃든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냈다. 총 3개관에서 진행되며 1전시관에는 한국작가 임세권, 2전시관에는 일본작가 나카무라 카츠토, 3전시관에는 내몽골 중국작가 히식바트 오이도브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1전시관의 임세권 작가는 ‘전통 그 무거움’을 주제로 중국의 전통마을 황산시(후이저우, 휘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주희의 고향이고 주자학적 이념이 주민들 의식의 바탕에 있고 수많은 동성마을이 아직도 전통적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어 임세권 작가는 휘주를 ‘중국의 안동’이라 일컬었다. 그는 2004년 이후 20년 세월 동안 거의 매년 황산시를 찾아 전통마을의 변화와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전통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냈는데, “무거운 짐이기도 한 전통을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조화”를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일상의 모습을 덤덤하게 전해주고 있다. 신축건물에 밀려나는 구옥, 자질구레한 물건을 내놓고 관광객의 발길을 기다리는 청년, 동네 이발관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 등 사각 프레임 속 인물과 풍경이 주는 ‘고요한 문명’이 인상적이다. 임세권 작가는 국립안동대 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 후 현재 안동 원도심 태사길에서 ‘포토 갤러리 유안사랑’을 운영하고 있다. 2전시관에는 일본의 나카무라 카츠토 작가가 ‘실크로드의 비경(秘境)과 동경(憧景)’을 주제로 히말라야 해발 3800m 고지대에서 저산소증으로 휘청거리면서 스케치로 남긴 로만탄 왕국의 풍경과 티벳 문화 속 비경을 서양화로 담아냈다. 3전시관 히식바트 오이도브 작가는 ‘Melody of Native Land’를 주제로 ‘안장’이라는 오브제를 통해서 유목 문화의 급격한 사고의 변화와 사라져가는 유목민의 모습 그리고 정신을 유화의 강렬한 터치로 표현했다. 자연과의 깊은 교감과 삶의 역사를 통해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발전시켜 온 아시아 변방의 사람과 문화를 3개국 작가의 밀도 있는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당초 9월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으로 9월 28일까지 연장 전시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0

‘재선충의 습격’ 속절없이 죽어가는 소나무

언제부턴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붉게 고사된 소나무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느낌이 들어 포항 산야를 가까이서 둘러보다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2024년 3월 25일 기준 포항도 이미 심각 단계를 넘어 극심 단계로 전환 되었다는 녹색연합의 보고를 현장에서 절감했다. 소나무 재선충(材線蟲). 1㎜ 내외의 아주 작은 실 같은 여린 벌레들이 기개 넘치는 소나무의 천년 삶을 위협한다.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 충에 기생하는 선충은 이들과 함께 옮겨 다니며 소나무에 침입해 나무의 수관을 막아 속절없이 말라 죽게 한다. 산림청에서 재선충을 예방하고자 주입한 살충제 아버멕틴(Averme ctin)마저 나무의 물관과 체관을 막아 서서히 고사시킨다하니 이래저래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을 그냥 그렇게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멸종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려 몸을 좌우로 세게 비틀어 본다. 소나무의 꽃말은 ‘불로장생’이다. 장수, 정절, 불멸의 의미를 담고 있어 장수를 기원할 때도 ‘천년을 사는 소나무’ ‘늙지 않는 소나무 잣나무’라는 송수천년(松樹千年), 송백불로(松柏不老)를 즐겨 쓴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의 기상을 귀히 여겨 철갑을 두른 듯이 꿋꿋이 서서 바람서리에도 변함없는 ‘남산위의 저 소나무’를 우리의 기상에 비유했다. 완당은 세한도(歲寒圖)에 그려 넣은 네 그루의 소나무를 두고 발문에 논어 자한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빌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썼다.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권력에서 밀려나 세도(勢道)마저 잃고 유배생활을 하는 자신에게 변함없이 먼 길 제주도까지 건너 와 문안을 하는 역관 이상적에게 고마운 마음 담아 그려 준 것이다. 제자의 변함없는 의리로 표현되었던 네 그루의 푸른 청송이 스산한 겨울풍경 속 외딴집을 둘러싸고 서 있는 세한도는 170여 년 동안 험난한 세월을 거치며 산전수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함께 지금은 국보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렇듯 소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선조들에 이어 지금도 여전하다. 가까이 포항시청 앞마당에도 아름드리 멋스런 소나무가 위풍당당 서 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해 36년이 지난 지금 산림청의 살충제 주입 방식의 방제는 실패했다. 게다가 유독성 농약의 잔류가 실린 송화가루를 무방비 상태로 마셔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어 경주 남산의 국립공원공단은 산림청의 살충제 주입을 따르지 않고 소나무재선충의 천적인 백신 곰팡이를 이용한 미생물제인 G810을 소나무에 주입하고 있다고 한다. 살충제 아버멕틴의 예방제는 대만과 일본에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방제에 실패했다. 화학적 관점이 아니라 천적을 이용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나무재선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백신인 곰팡이 균의 역할은 소나무재선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먹어치우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으로 지금은 유도저항성(induced resistance)과 천적 곰팡이가 대두되고 있다. 잘 가꾸어진 포항 송도 솔숲도 소나무재선충에서 자유롭지 않다. 손을 쓰기에 늦었다지만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마음이 아프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5

엄마, 엄마는 어떤 하늘을 보고 자랐어?

초등학교 때, 매 학기 폐지를 가지고 오는 날, 아나바다 바자회를 하는 날이 있었다. 엄마 친구 아들 딸의 옷을 물려 입고 학용품을 물려받고 물려주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아나바다 운동을 배우고 실천했고 물 부족에 대한 교육을 학생들의 귀가 닳도록 했다. 덕분에 지금 물건을 아껴 쓰지 않고 낭비한다면 미래에 후손들이 우리를 원망하고 심각하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자랐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결과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를…. 매일 매일이 날씨를 예상하기 힘든 날이 되었고, 봄과 가을은 어디로 납치되었는지 알 수 없어졌다. 불시에 내리는 소나기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수준이었고, 우산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아 비 맞은 생쥐 꼴이 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었다. 매년 여름마다 최대치를 갱신하는 무더위는 몸이 약한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대신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만 반짝이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어야 하는 날이 되었다. 여름휴가 때 몸을 담그고 싶은 푸르른 바다와 맑은 계곡은 어디였지 싶을 만큼 줄어들었다. 기후 위기는 이미 닥쳐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이렇게 된 거 더 이상 막을 수도 없는데 나도 막 쓰고 막 버리고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죄를 짓는 것도 법적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나 하나쯤이야’ 생각할 수 있고, 하나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나쁜 효과를 크게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 미인대회인 미스어스 2022에서 마지막 질문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바꿀 것이냐’ 최종까지 남은 4명의 참가자는 모두 자연보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종 1등을 한 대한민국의 최미나수는 대답했다. 우리에게 ‘공감’이 필요하다고. 인간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입장이 되어서 이해해보고 내가 그 사람이면 어땠을지 가정해보는 다소 귀찮고 성가신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공감’이다. 우리가 자연을 공감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먼저 자연이 생명임을 인식하고 자연을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일상에서 가지고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깨닫고 나를 지키듯 자연을 지키자는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 또한 인간관계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귀찮고 성가신 과정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기후 위기’를 주제로 가르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해준다. 아이들은 대체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것이다. 나 또한 믿기 어렵다. 가끔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미래가 될 나의 자녀가 나에게 하늘이 원래 이랬는지 나에게 질문하는 날, 나는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까. 그 어떤 말도 그 질문의 답으로 적절하지 않다. 그저 내 자녀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일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내가 노력한다고 뭐가 변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마디만 전해주고 싶다. ‘당신의 자녀가 엄마 아빠! 엄마 아빠가 어릴 때도 하늘이 이런 색이었어?’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주겠느냐’고.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5

진정한 삶의 가치는 봉사하는 데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경시학생회의 ‘행복한봉사단’이 최근 문경시 흥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급식 및 배식 봉사활동 펼쳤다. 수그러지지 않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대 봉사동아리 ‘행복한봉사단’은 문경시 흥덕동 소재의 ‘흥덕종합사회복지관’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안정희 사무국장을 비롯한 8명의 단원들은 아침 9시부터 집결하여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점심 식사 준비를 했다. 색색의 앞치마와 위생 모자, 위생 마스크,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미리 정해진 메뉴에 따라 각종 채소를 다듬고 씻었다. 준비를 총괄하는 조리사의 진두지휘에 따라 썰고 삶고 볶고 부지런히 손을 보태었다. 오래 다져진 주부 내공을 발휘하여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는 일은 남성 단원이 맡아서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배식 시간에는 몸이 불편하고 힘이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미리 식판에 배식을 받아 나눠드렸다. 집에서 혼자 외롭게 식사하시던 어르신들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가족 같은 정을 느끼며 기뻐하셨다. 그 모습에서 단원들은 뿌듯함과 함께 알버트 슈바이처의 말을 떠올렸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봉사하는 데 있다.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봉사를 통해 받는 이들이 느끼는 기쁨과 감사를 봉사자들도 나누어 받아 모두가 함께 행복을 느끼는 것이 바로 봉사의 가장 큰 보람 아니겠는가. 방송대 행복한봉사단은 문경시의 방송대 동문 및 재학생으로 구성된 봉사 단체로 올해 발대를 하여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과 학업을 겸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생활하는 상황임에도 봉사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복지관 봉사활동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지정된 날짜에 정기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방송통신대 문경시학생회는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는 만학도와 온라인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학습 코칭과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학습센터를 운영한다. 방송대 학생이면 누구나 학습실에서 학습이 가능하고 학생회 임원들에게 시험 관련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동문들이 강사가 되어 후배 재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강좌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배움의 열정을 멈추지 않는 방송대 행복한봉사단은 배움을 머리에만 두지 않고 봉사를 통해 사회로 되돌리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한다. 일, 공부, 봉사라는 삶의 결을 촘촘히 짜나가는 행복한 봉사단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5

포항을 건너가는 그녀들

아침 윤슬이 곱다. 포항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아침 윤슬을 보기 위해 도시 중심에서 바닷가까지 어디나 10분이면 충분하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소유한 도시라 복이 많다고 놀러 온 지인들이 모두 부러워한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걷는 해파랑길 중에서 13~18코스가 포항을 지난다. 다섯 코스를 보유한 도시가 흔치 않다. 해안선이 어느 도시보다 긴 포항이기에 가능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네 명이 한 달에 한 번 해파랑길에서 만나 함께 걷는 분들이 이번에는 흥환보건진료소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16코스)를 지난다고 해서 만나러 갔다.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 매월 토요일 한주 선택해서 해파랑길 한 코스씩 걷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시작한 날은 2022년 3월 19일이니 벌써 2년이 넘도록 걸었다. 이상하게 모임 할 때마다 비가 와 비도 모임의 일원인가 했더니, 첫날에도 여지없이 비가 왔다. 비와 함께 걸으니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래서 우산과 비옷은 항상 챙겨 다닌다. 이들은 20대에 다음카페 산악 동호회에서 만난 사이로 나이도 다르지만 5년 넘게 활동하며 지리산 종주까지 함께한 친구들이다. 결혼 후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며 관계를 이어가다가 그중에 한 친구가 해파랑길을 완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체력상 등산은 부담스럽고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해파랑길을 걷기로 하고 시작해서 포항에 이르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은 굶주림에 허덕였던 6코스. 그전까지는 먹거리가 풍족했었는데 이 코스는 산길이어서 배 속을 달래 줄 먹거리가 없었다. 하필, 다들 간식도 챙겨오지 않은 상황이라서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6시간을 물 한 병으로 버텼다. 이 코스를 계기로 한두 가지씩 먹을 걸 챙겨 다니게 되었으니 이젠 쉬는 시간이 즐겁다.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시작점이던 부산 오륙도가 그렇게 멋진 줄 몰랐다고 한다. 사진 찍느라 멈춰 서는 일이 많았는데 해안을 계속 걸으니 바다 풍경 사진은 덜 찍게 되더란다. 지나는 동네 구석까지 걷게 하는 길 구성이 좋았고, 힌남노 이후 코스가 바뀐 곳도 있더라고 먼저 걸어본 친구가 알려주었다. 가방에 챙겨가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난해 하루 쉬며 제주 여행 가서 뿔소라 축제 진행요원들 비옷이 예뻐 동문시장에서 사 가방에 넣어 다니고, 우산, 비 올 때 운동화를 감싸는 것, 믹스커피, 차가운 물, 뜨거운 물 따로 텀블러 두 개, 사탕 육포 등등 많이도 챙겼다. 가장 특이한 건 안성탕면이었다. 끓여 먹으려는 게 아니라 걸으며 과자처럼 먹는다고 했다. 걸으며 변한 것이 있을까, 생각이나 몸이나 뭐든 궁금했다. 걷다 보면 분명히 아는 장소였는데 걸으며 보니 달라서 가족들 데리고 다시 찾아가 본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 시작하게 되어 걱정스러웠는데 우리나라를 이렇게 천천히 느낄 수 있게 하는 해파랑길이다. 차를 달리며 안 보이던 것이 자전거를 타면 보이고, 그보다 느리게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아주아주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참 든든하다. 대장정을 위해 평소에 따로 하는 게 있냐고 물으니 평소 산악회 다니는 분, 동네 산 오르기, 매달 빠지지 않고 걷기로 해서 수영을 등록하기도 했단다. 물론 평소 생활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기본 강단이 있어 보였다.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제주 올레길(27코스)과 남파랑길, 서해랑길까지 접수하고, 따로 신청해야 걸을 수 있는 DMZ 평화의 길도 걷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3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가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사고 소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안전한가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에 대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버스에서 자동차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언제 어디서든 사고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일상생활 공간에서 늘 도사리고 있는 사고를 보며 우리가 안전한 생활을 위해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잘 알고 있다면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도 생기게 된다. 지난 8월에 발생한 호텔 화재 사고만 보더라도 에어컨이 원인이었는데 일상에서 쓰는 가전제품에서 대형화재로 이어지니 위험 상황은 언제라도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볼 수 있다.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 첫 번째가 예방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안전 수칙 준수는 기본이다.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위험 중 하나인 교통사고는 안전 운전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좌우 확인과 속도 제한준수, 음주 운전과 졸음 운전 금지를 통해 사고 예방을 할 수 있다. 화재의 경우는 담뱃불이나 겨울철 핫팩 같은 걸 조심한다. 전기 사용 시에는 안전 규정을 준수하고 가스 누설을 체크하며 가연성 물질을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도록 한다. 비상구는 물론이고 소화기 등도 확인해 둔다. 물놀이에서의 구명조끼는 필수다. 둘째는 교육과 훈련이다. 교육과 훈련은 실질적인 안전사고를 줄이고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갖고 평소에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화재 사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보통 119 신고 후 15분 내로 화재 진압이 가능한데 이 15분 안에 어떻게 하느냐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연기가 약한 수준이면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최선이고 연기가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는 화장실에서 문틈을 막고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위치도 정확히 알려야 구조가 쉽다. 이번 호텔 화재 사고처럼 완강기는 있어도 보통 사용을 안하고 사용법도 모르고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 완강기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 탈출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는 경량 칸막이를 통해 피난이 가능하다. 화재 발생 시 대부분은 회색 연기를 보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마지막은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처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위험 상황에서 자동차는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비상등을 켠다. 재난 상황에서는 가족과 지역 사회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비상 대피소를 파악해 둔다. 포항 시민 A(42·포항시 북구 양덕동)씨는 “최근 화재 사건을 보며 소방 안전 관련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아파트 13층에서 계단을 내려가 보니 복도에는 사람이 거의 못 지나갈 정도로 자전거와 킥보드, 유모차 등 개인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에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안전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3

도전의 무대, 삶 활력 더하는 ‘펼쳐락(樂)’

지난 8월 24일 대구 북구 이태원길에서 주민예술경연대회 ‘펼쳐락(樂)’이 열렸다. 이날은 보컬편 예선으로 노래에 자신 있는 14팀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무대 뒤쪽으로는 공연 전부터 수공예품 플리마켓이 진행되었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거리 투어 ‘칠곡도호부 옛길 투어’가 진행되었다. 시민기자는 여름휴가를 광안리에서 함께 보낸 지인 현주와 무대에 섰다. 현주는 마야의 ‘진달래꽃’을, 시민기자는 김아중의 ‘마리아’를 무대에서 보여주기로 했다. 오후 2시 50분부터 음향체크와 리허설을 하였고, 본행사가 시작될 오후 5시가 되기 10분 전까지 다시 대기실로 다시 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시원한 카페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100% 마음에 들지 않고 떨렸던 리허설 무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녹화해 준 영상을 보며 본 공연에서는 어떻게 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본무대 전 마지막 연습을 동전노래방에서 하고 노래방 기계 점수 100점을 받고 기쁘고 설렌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갔다. 오후 5시에 행사가 시작되었다. 경연대회 전 축하 행사로 색소폰과 건반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노래하는 가수 그루브어스의 공연을 뒤이어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자신의 공연을 즐겼다. 현주의 무대는 리허설과 연습보다 더 멋지게 잘 해냈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했다. 김천에서 온 현주는 참여자 중 유일하게 대구가 아닌 지역에서 온 참여자였고, 먼 길을 온 만큼 본선 진출을 꿈꾸고 왔지만 무대가 끝나자 본인의 무대가 끝난 것만으로도 후련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기자는 자기소개부터 누구보다 높은 텐션으로 들어가고 참여자 중 유일하게 춤까지 곁들인 무대였지만 가사를 잊는 바람에 중간에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즐겁게 무대를 끝낸 것에 만족했다. 경연자들의 무대가 끝난 후, 심사위원의 점수가 집계되는 동안 퍼포먼스 혼성그룹 비스타의 공연이 이어졌다. 시민기자와 현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겼다. 앙코르 곡이었던 마지막 곡 ‘질풍가도(쾌걸 근육맨2세 여는 노래)’는 우리의 흥을 최대치로 올려주었다. 옆에서 만류하는 시민기자 엄마의 “소라야, 하지 마라”에도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즐겼다. 심사위원은 작곡가 한 분과 주민 대표 한 분이 60대 40의 비율로 심사했다. 14팀 중 본선으로 올라가는 2팀을 뽑아야 하지만 2등이 동점이었기 때문에 총 3팀을 뽑았다. 1등은 ‘발라드왕 루피’라는 가명을 쓰고 무대에 오른 참여자로 ‘복면가왕’에서 본 출연자처럼 가면과 밀짚모자를 쓰고 노래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본선에서 자신이 1등을 하게 되면 가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펼쳐락(樂)’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9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리며, 8월 31일 댄스, 7일 밴드, 9월 14일 악기연주, 21일 본선 및 시상식이 진행된다. 플리마켓과 축하 공연도 계속되니 행사를 즐기러 가볼 것을 추천한다. 셍전 처음으로 올라 본 노래자랑 무대는 신청부터 당일까지 시민기자에게 설렘의 연속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삶의 활력이 되었다. 막상 경연대회가 끝나니 이제 무슨 재미로 하루 하루를 살지 싶을 정도로 그 시간들이 즐거웠다. 같은 기분을 느끼는 현주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해보자며 제안했고, 현주도 동의했다. 두려움과 걱정, 또는 안 될거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것보다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하나씩 해나간다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새로운 도전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모두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9

“수익금은 소외이웃에게” 한여름밤의 흐뭇한 호프데이

지난 8월 17일 저녁 포항시 남구 이동 마이웨이 호프에서 일일 호프데이 행사가 있었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포항시학습관 48대 학생회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방송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직장인이 많아 종강을 하고 방학을 맞아도 여전히 바쁜 일상이지만 선배들의 맥을 이어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 학우들은 흔쾌히 마음을 모았다. 홍경식 학생회장은 “행사로 얻어진 수익금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웃을 찾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삶의 긴 여정에는 많은 인연이 있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 시절인연, 평생을 함께하는 인연이 있다. 방송대 인연의 매개는 공부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다. 직업도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이십대에서 팔십대까지 같은 학번이 될 수 있는 그야말로 나이를 잊고 친구하는 망년지우(忘年之友)들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1972년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 기관으로 설립된 서울대학교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이 전신이다. 원격교육을 최초로 출범시킨 4년제 국립대학으로 전국의 13개 시·도 지역에 지역 대학을 두고 있다. 설립 목적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교육의 확대와 발전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별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었다. 1982년 서울대학교로부터 분리되어 1991년 5년제 학사과정이 4년제로 개편되며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교명을 개칭하였다. 수업은 시간이 정해진 출석수업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첨단 교육 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인터넷 강의, 방송대학 TV, LOD(Learning On Demand) 시스템, 쌍방향 원격영상강의 등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방송대 한 학기 등록금은 16년째 30만 원대이다. 처음 설립 목적과 달리 지금은 학위보다 학문을 즐기기 위해 등록하는 사람이 많다. 논어 헌문 편에서 공자는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신을 위하였는데 지금에 배우는 자들은 남을 위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하며 제자들에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라’고 충고한다. 공자 말에 부응하듯 ‘온전히 나를 찾아가는 학문’을 위해 방송대를 찾는 이들이 많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보다 자신의 성찰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는 것이다. 공자 말을 빌리면 예나 지금이나 ‘남을 의식하는 것’은 본능인 듯하다. 지난 24일 흥해읍 마산리에 있는 포항시학습관에서 2024년 2학기 신·편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이들을 위해 포항시학생회에서는 오낙률 총동문회장과 현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포항 학우들이 소외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끈끈한 화합을 주도하고 있다. 방송대는 넘치는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도 스스로 해야 하는 공부라 결코 녹록치 않다. 공부의 목적이 어디에 있든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 가는 건 자명하다. 바쁜 일정에도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일일호프에 열정을 쏟은 그들은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행사로 얻어진 수익금이 이들의 따뜻한 손길에 담겨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작은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9

총 125점 작품엔 고 조희수 화백 생전 예술혼 생생히 펼쳐져

조희수 선생을 실제로 만난 건 시내 한 일식당에서였다. 그날 함께 한 식사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아흔이 넘은 작가는 이미 원로 작가가 된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약속 장소에 나타나셨다.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밥 한끼 사주려 한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풍문에 들려온 날카로움은 조금도 없이 식사 내내 웃기만 하셨다. 즐겨 드신다는 맥주도 한잔 하셨다. 가끔 근처를 지나거나 식당에 가게 되면 그날이 떠오른다. 다른 이들과도 종종 함께 했던 곳인데 어느 순간 그곳은 대선배의 단골식당으로 기억에 박혀버렸다. 어느덧 작고 1주년이 되었다. ‘빛으로 만드는 풍정- 나의 살던 고향’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산증인 조희수 화백의 작고 1주년을 기념하는 기획 전시다. 경주문화재단 주최, 아트앤지미술경영연소가 주관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전시로 지역 예술인 상생 프로젝트 ‘쌍쌍경주’에서 출발했다. 8월 6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9월 22일까지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1927년 출생한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주 출신 화가인 황술조, 손일봉, 김준식, 박봉수의 뒤를 이어 20세기 한국화단의 중심에서 영남 구상의 맥을 이어왔다. 또한 남한 최초의 예술전문교육기관인 ‘경주예술학교’의 1회 졸업생으로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그의 인생이 수많은 캔버스 위에 펼쳐져 있다. 총 125점의 작품들에선 그가 다녔던 장소, 보았던 풍경들이 풍부한 붓 터치로 남아있다. 현장 작업을 즐겨 했던 덕에 화가의 그림 앞에 서면 풍경은 더 이상 2차원 캔버스 안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1979년 작 설경에선 눈발이 내리치는 찬기가 피부로 느껴지며 1971년 작 양지에선 햇볕의 온기로 가득 찬 마당 위에 선 채 단발머리 소녀를 마주하게 된다. 화가는 현장감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누구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현장 작업에 능한 화가답게 포착된 빛들은 조금의 들뜸 없이 작품 안에 온전히 녹아내려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도 그는 경주를 잊지 않고 자주 찾았다. 경주의 학생미술대회, 신라미술대전 등에 당대 내놓으라 하는 작가들을 심사 위원으로 모시고 내려왔다. 그 중엔 화가 박수근도 포함되어 있다 회고했다. 또한 사생을 위해 경주를 찾는 일이 잦았는데 지역 후배, 제자들에게 중앙 화단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 등 지역 화단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가 밟았을 논두렁, 눈 쌓인 흙길을 뒤따르며 온기 혹은 차가움, 때론 간이역에서 마주한 타인의 삶, 평화롭게 내려앉은 오후 햇살을 온전히 느끼고 나니 생전에 남긴 수업 노트를 마주했다. 꼼꼼하다 못해 치밀할 정도로 잘 정돈된 정갈한 노트들에서 그의 성품이 느껴졌다. 그리고 당시 예술학교의 수업이 얼마나 훌륭하고 깊이 있게 진행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끝으로 노트에서 인상적이었던 문구를 옮겨본다.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는 것은 신비롭게도 사람의 마음을 맑게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만물에 대해서 사랑을 깊게 만든다. ‘미’라는 것은 신비로운 것이다. 미를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의 깊이에 비례한다. (중략) 화가는 온갖 재료를 통해서 신을 보는 것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9

‘오리장림’ 맥문동의 보랏빛

거목 사이로 아침햇살이 내리면 보라색 맥문동이 더 빛난다. 새벽에 찾아갔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와 더위가 끝난다는 처서가 며칠 전 지났는데도 여전히 더운 여름이다. 사는 동안 지금이 제일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한다. 가을이 여름을 꺾지 못해 아직은 낮에 걷기 힘든 온도이다. 그래서 새벽에 그것도 시원한 나무 그늘인 숲으로 갔다.초록 그늘에 보랏빛 맥문동이 환상이다. 울퉁불퉁한 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좋게 다듬어진 길, 그 양옆으로 보라색 꽃밭이 펼쳐져 눈이 황홀할 지경이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이 우리만 이 숲을 독차지할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맥문동 보랏빛이 절정이란 소식이 이미 사진작가들에게 소문이 난듯하다. 심도 깊은 커다란 렌즈를 달고 삼각대를 세우고, 꽃과 어울리는 옷을 입힌 모델까지 데려와 숲에 내리는 아침 햇살과 어우러진 모습을 찍으려고 낮게 엎드렸다.400여 년 전부터 자란 숲의 길이가 5리(2km)에 달해 예부터 오리장림이라 불렀다고 한다. 제방 보호와 마을의 수호 및 풍치 조성을 위해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주민들이 1500년대에 조성한 유서가 깊은 곳이다. 오랜 역사를 입증하듯이 450년이 넘는 노거목들이 다양한 자태를 자랑한다. 아름드리 거목 숲으로 지름 2m, 높이 10여m 이상의 나무 3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굴참나무와 은행나무를 비롯한 10여 종이 넘는 나무들이 우거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층 혼유림이다. 특이하게도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함께 자라는 연리목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나무 주위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니 둘러보아도 재밌을 것이다.이 숲은 1982년에 영천시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되었으며, 1999년에 다시 ‘천연기념물 제404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래된 마을 숲들이 전쟁, 태풍, 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훼손되었듯이 오리장림도 원형을 많이 잃었다. 영천시와 청송군을 잇는 35번 국도가 가운데를 관통하면서 숲을 동서로 갈라놓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고목이 그때 잘려 나갔다.1959년 사라호 태풍 때에는 숲의 일부가 사라지는 피해를 겪었다. 1972년에는 이 숲의 바로 옆에 자천중학교가 설립되면서 일부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국도가 확장되면서 숲의 규모가 많이 훼손되었다. 인구가 줄어 중학교는 없어지고 그곳에 체험센터와 카페가 들어왔다. 여기에 주차장을 마련했다. 현재 오리장림의 면적은 6600 여㎡이고, 길이는 5리의 반인 1km 남짓하다.자천 1, 2리 마을에서는 오랫동안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이 숲에서 동제를 지내왔는데 봄에 잎이 무성하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방편으로 ‘미신타파’라는 이름으로 중단되기까지 매년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가 행해진 신성한 숲이었다.신성한 숲의 전통은 ‘삼국유사(三國遺事)’‘기이’ 1편에 실려 있는 신라의 ‘시림(始林)’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림은 신라 개국 당시 국가 차원의 제사가 이루어진 신성한 숲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박혁거세와 김알지가 이러한 곳에서 신성한 존재로 출현하였다.삼국시대부터 신성한 숲의 전통은 영남지방에서 흔히 보는 동구(洞口)의 ‘비보숲(裨補藪)’들로 이어져 왔다. 가까운 곳에 우로지 생태공원에도 맥문동이 만발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산책로에 피어나서 더 많은 사람이 즐긴다. 맨발 걷기 하기에 좋은 길이다. 황톳길도 따로 있어 걸은 후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야간에 조명을 켜놔서 뜨거운 여름에 우로지 분수쇼와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다. 맥문동의 보라색이 스러지기 전 영천을 꼭 한번 찾으면 한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7

자판기에서 뽑는 ‘문학’과 만나볼까요?

자판기.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아니하고 상품을 자동적으로 파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원하는 물품을 선택하면 사려는 물품이 나오게 되어 있으며 주로 승차권, 음료, 담배 따위의 판매에 쓰인다’고 되어 있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는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면 편하게 물품을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자판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돈을 따로 넣지 않아도 무언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다. 그것도 무려 문학 작품과 명언이 출력된다. 안동시 당북동에 있는 경상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에 가면 행복을 출력하는 문학 자판기가 놓여 있다. 그걸 이용하는 건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다.일단 그 자판기 앞에 서면 ‘내 삶을 채우고 하루 일상을 위로 받는 아름다운 책 속 구절이 출력됩니다’는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글 조각을 선물 받게 되는 것이다.용지는 영수증 같기도 하고 은행 대기 번호표 같기도 하다. ‘잠깐 쉬었다 가지 않을래요?’라는 문구가 나오고 ‘문학작품’과 ‘오늘의 명언’ 중 선택해 출력할 수 있다. 문학작품을 누르자 짧은 글과 긴 글로 나뉜다. 긴 글을 선택하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도입부가 출력됐다. 오늘의 명언을 선택하자 괴테가 등장했다.“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커피나 음료를 뽑아 마시듯 문학 자판기에 내장된 여러 문학작품이나 명언을 뽑아 잠깐의 힐링을 가질 수 있다. 학생, 학부모, 수험생, 공시생, 잠깐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른 주민들까지도 이 문장 하나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문학 자판기는 매번 1층 로비를 스치듯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옛날 커피 자판기 앞에서 종이컵을 들고 머리를 식히며 휴식을 취했던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문학 자판기는 또 다른 자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하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7

늘어나는 1인 가구,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우리 사회는 갈수록 저출생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편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1인 가구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혼자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1인 가구의 증가를 보면 언젠가부터 결혼이 2030 세대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지기도 했고 이로 인한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이에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중장년층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독거노인도 증가해 1인 가구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난 게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1인 가구는 소비에서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다양하고도 변화된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전체의 34.5%를 차지했다. 그 중 청년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컸다. 대구와 경북도 1인 가구의 비중이 계속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경북 청년층 1인 가구 특성 분석에 따르면 경북의 청년 1인 가구는 3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는 2050년에는 1인 가구 전망치가 41.9%까지 증가할 것이고 2인 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렇게 늘어난 1인 가구는 식생활 면에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1인분을 위한 소분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식재료와 생필품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어서다.직장인 이 모(29·포항시 남구 대잠동) 씨는 “김치찌개용 채소가 한 끼로 먹기 좋게 포장되어 있어 골랐다. 1인 가구의 입장에서 대용량이 부담스러운데 요즘에는 이런 소포장으로 된 걸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버리는 게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최근 신선식품의 판매를 늘려가는 편의점에서도 계란과 마늘, 호박 등의 채소류는 물론 딱 먹을 만큼의 과일도 구입할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지난해부터 1인 가구에 맞춘 닭강정이나 샌드위치, 김밥, 샐러드 등 젊은 직장인이 좋아하는 메뉴를 채운 델리 코너를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소용량 수산물과 축산물, 밀키트도 판매한다. 가전제품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TV와 여러 조리 기구 기능을 합친 전기레인지 등속의 크기를 줄인 가전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1인 가구는 소비 그 자체가 자신을 위한 가치 소비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도 가치소비의 일환이다. 1인 가구의 시장을 기존 시장과는 다르다.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을 선호하고 직접 요리보다는 간편요리를 즐긴다. 주거환경도 그리 넓지 않다. 또 계속되는 고물가에 외식보다는 집밥을 많이 찾고 있어 1인 가구의 소용량, 소포장 소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는 “앞으로 편의점, 마트, 백화점의 유통업계는 1인 가구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핵심이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청년층의 소비 경향이 상품과 서비스에 적극 반영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를 선점하는 기업이 기성세대로 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먼저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7

해방 후 79년…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이 지혜로워야 한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며 오랜 세월 우리의 목줄을 조이던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가슴 쓸어내릴 틈도 없이 발발한 6·25 전쟁은 나라를 더는 처참할 수 없는 만큼 폐허로 만들었다. 잘 살아보자는 슬로건으로 13명의 대통령이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대한민국을 이끌어 오늘에 이르렀다. 해방이 되고 7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1인당 국민총소득인 GNI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시대를 고스란히 겪어 온 나이든 세대는 복지혜택이 날로 좋아지는 지금이 태평성대라 입을 모으지만 SNS 활용에 능숙한 MZ세대들에게는 지금이 결코 태평성대가 아니다. 또 다른 모습의 힘든 세상이다. 세상이 달라지며 고유문화에서도 많은 세대차가 생겼다.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일본은 오랜 세월동안 끊임없이 우리의 심중을 건드린다.그들의 지배하에 있었던 36년 세월은 나라 잃은 설움으로 말과 글로서 표현하기 힘들만큼의 강제노동과 혹독한 굶주림에 정신문화까지 피폐했었다. 약육강식을 즐겼던 제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듯 그들은 여전히 초등교육부터 ‘독도는 일본 땅이며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고 가르친다. 지리적으로도 자원적으로도 탐나는 독도를 어떻게든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알리는 광고가 방법일까? 독도의 영유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있고 실효 지배자가 우리인데 굳이 ‘우리 땅’이라고 들먹여 분쟁지역으로 이미지를 굳히면 일본을 외려 도우는 꼴이 된다.센카쿠를 향한 중국의 물리적 공세에도 일본은‘무반응’으로 대응한다. 그들은 실효 지배자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해찬 전 교육부장관 시절 아이들이 역사를 버렸다.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천대받은 역사는 외워야할 것들이 많아 시간이 금인 수능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를 포기했던 그 세대가 지금 사회 일꾼이 되어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이들은 독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천황의 ‘종전조서’ 어디에도 이웃나라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없었다는 걸 알고 있는가? 같은 일본 세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세뇌당하며 자라났다.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군주의 권력을 어디에 쓰는가에 달려있다. 전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며 남미 최고의 부유한 산유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지금 거짓말처럼 세계 최빈국으로 몰락했다. 경제가 무너지는 데는 10년으로 족했다. 원인은 우고 차베스와 그를 이은 니컬러스 마두로가 집권하며 정권 유지를 위해 국영기업의 재원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복지 정책에 퍼부으며 경제파탄이 일어났고 결국 국영기업은 생산 장비와 시설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령기업이 돼버렸다. 급기야는 마약 밀매국이 되었다.순국선열을 기리는 행사에도 광복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권력은 참석 당과 불참 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권력에 따라 한글이 없어지기도, 한자가 없어지기도, 역사가 없어지기도 한다. 소시민의 눈으로 지켜보는 정치는 불안하다. 복지정책이 난무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지혜로워야 할 때이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2

경주시티투어로 보낸 1박 2일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신라 천 년의 역사, 경주를 방문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자란 시민기자에게 경주는 그리 멀지 않은 도시였고,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도 가족들과도 친구들과도 자주 갔던 도시였다. 그때마다 경주의 문화재를 접했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그곳에 배치된 소책자 말고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번에는 경주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느끼고자 시티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시티투어는 동해안투어, 세계유산투어, 신라역사투어, 양동마을·남산투어, 경주야경투어까지 5가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각 투어는 요일별로 특색에 맞게 짜여 있어 관광객들에게 한 번에 다양한 곳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이용료는 입장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2만5000원이다. 세부 일정과 코스는 홈페이지 cmtour.co.kr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시민기자는 여행 일정에 맞춰 세계유산투어와 동해안투어를 택했다.처음에는 홀로 경주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일정에 따라 알아서 움직여주니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 나 홀로 여행에 딱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민기자의 여행계획을 들은 친구와 가족이 함께 가기를 바랐다. 결국 엄마 차를 타고 다 같이 여행길을 나섰다.1박 2일의 여행 중 첫째 날 오전 경주에 도착하니 대구보다 날씨가 시원하고 하늘이 맑아서 날짜를 잘 잡았구나 싶었다. 버스가 와서 탑승하자 이동 중에도 해설사가 경주의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옆에 앉아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 은혜는 문화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안다며 입을 열었다.“언니, 세계적인 빨래판 이야기 알아? 우리나라에서 빨래판으로 쓰던 돌이 있는데, 그 돌이 알고 보니 세계적인 빨래판이었대”조금 지나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듯 해설사는 가정집에서 빨래판으로 쓰다가 발견된 문무대왕릉비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은혜가 잘못 아는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었던 우리 두 사람은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세계유산투어는 무령왕릉, 대릉원(천마총), 분황사, 석굴암, 불국사를 돌아보며 해설과 함께 다양한 지식을 얻고 끝났다. 오전에는 시원해서 둘러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찌는 더위에 체력은 다해가고 짜증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투어가 끝나고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고 쉬는 동안 따로 시간 내서 하루 만에 이만큼 돌아보기도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잘 왔다 싶었다.둘째날, 동해안투어를 떠났다. 출발 전 버스에서 해설사가 오늘은 힐링코스니 어제보다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괘릉, 감은사지, 문무대왕릉, 양남주상절리(파도소리길), 골굴사까지 배우며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바다를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양남주상절리에서는 해설사가 추천해주는 물회 맛집에서 산지에서 직접 잡아 만든 시원한 물회 한 그릇에 부른 배를 둥둥치며 긴 거리를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을 보며 즐기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어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여름에는 더위로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었지만 가을에는 시티투어를 하기에 아주 제격이라하니 지금부터 경주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하면 직접 문화재를 보고 듣고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여행할 시간이 생길 때, 해외여행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명소를 찾아 떠나는 것도 뜻깊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2

경주 ‘황촌정지간’을 아시나요?

옛 경주역 뒤로 나지막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마을이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지하도 아래를 지나야 만나지던 마을은 철길이 걷히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되었다. 몇 년 전부터 도시 재생 뉴딜사업 대상이 되면서 원래 지명인 황오동보다 ‘황촌’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이름하여 ‘행복황촌’. 행복이란 두 글자가 더해지니 이름만 들어도 고향 집 같은 푸근함, 따스함이 느껴진다. 황촌은 조선 시대 말기 신라 왕실 부근에 있어 그리 불리었다 한다.몇 년 사이 외적인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보인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물론 이미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과 찻집에는 이른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이 자리잡고 있다.골목길을 조금 걸어 들어가자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황촌 정지간이 보인다.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는 마을의 거점시설을 활용해 2023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정지간이란 단어에선 부엌보다 좀 더 예스러우면서 따뜻한 아궁이에 데워지는 가마솥이 그려진다. 금방이라도 구수한 된장찌개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흰쌀밥이 차려질 것 같다.황촌 정지간은 황오동의 마을기업인 행복황촌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공유주방 브랜드로 마을 어머니들의 정성과 손맛으로 만든 도시락과 반찬 등을 판매하고 있다.구성원은 행복황촌 마을기업 협동조합 이사장의 전체적인 운영 관리 아래 조리 담당 네 분과 다과 한 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기본적인 활동으로는 반찬 판매, 단체 도시락, 다과, 샌드위치 주문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보여지는 작은 규모와 달리 한 번에 650명분의 도시락 주문도 문제없이 소화해 낼 정도로 능숙한 솜씨와 책임감을 자랑한다. 방학엔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김밥도 납품한다.그 외에 황촌 투숙객들 대상으로 조식도 제공하는데 평이 좋다. 정기적인 일정으로는 화요일마다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반찬가게를 열고 있다.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며 만들어낸 반찬은 인기가 많다. 참고로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용기를 갖고 방문하면 20% 더 추가된 반찬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요일엔 취약계층 50가구를 위해 다섯 가지 반찬을 가져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최근엔 요리에 자신 없는 ‘요리 똥손들’을 위한 요리 교실도 열었는데 참여 열기가 뜨겁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에 걸맞은 프로그램이다. 계란말이, 카레 등 간단하면서 평소에 즐겨 먹는 메뉴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일수록 맛내기가 쉽지 않은 법이라 꽤 유용한 수업이다.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가장 큰 의미는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희망을 물었다. 정수경 이사장은 “이곳이 황촌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라며 사람들이 황촌정지간을 생각하면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했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2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힌디기

먹바우에서 선바우까지 걸었다. 뜨거운 해가 살짝 기울어 햇발이 약해진 늦은 오후가 좋을 것 같았다. 호미곶반도둘레길은 경사가 평탄해 걷기에 편하고, 파도 소리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 좋다. 특히 해 질 무렵에 가면 영일만 저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질 때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검은 빛 먹바우 앞에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먹바우는 검은 바위로 연오랑세오녀를 태워준 배라고 한다. 데크로 가는 길은 모래보다 발밑에 뽀지락 소리가 들리는 몽돌이 가득해 걷는 맛이 남달랐다. 바로 하선대가 보였다. 동해면 입암리와 마산리 경계 지점인 황옥포에 있는 작은 바위에 선녀가 내려와서 놀았다 하여 하선대 또는 하잇돌이라고도 한다.옛날 동해의 용왕이 매년 칠석에 선녀들을 이곳으로 초청하여 춤과 노래를 즐기곤 하였는데, 용왕은 그 선녀 중에서 얼굴이 빼어나고 마음씨 착한 한 선녀에게 마음이 끌리어 왕비로 삼고 싶었으나 옥황상제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용왕은 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다를 고요하게 하고 태풍을 없애는 등 인간을 위하는 일을 하자 황제가 감복하여 선녀와의 혼인을 허락하게 되었다고 하며 용왕과 선녀는 자주 이곳으로 내려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제일 궁금한 장소가 힌디기였다. 옛날 노씨가 처음 정착하여 살 때 좀 더 흥하게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흥덕이라 하였는데, 음이 변하여 힌덕, 힌디기로 불렀다고 알려져 있으나, 흰 바위가 많아 흰 언덕, 흰덕으로 불렀고 힌디기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이 외국에서 찍었냐고 묻는다. 하얀색의 바위가 파도에 깎인 모양이 터키의 카파도키아 같기도 하다.바위에 납작하게 향나무가 엎드렸다. 눈향나무 군락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생지라고 한다. 눈향나무는 원래 높은 산의 바위틈이나 해안 벼랑에서 자란다. 호미 반도의 척박한 퇴적층 벼랑에서 나무의 높이가 최저치에 해당할 만큼 나지막한 높이로 밀집돼 자라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북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상이다. 원대가 하늘로 향하지 않고 지표면을 따라 누워서 자라는 특징이 있어 누운향나무라고 불린다. 세계자연보존연맹 멸종위기식물 명단에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법적으로 보호하는 식물이다.걸어가다 보면 왕관을 쓴 모양이라 여왕 바위도 만나고, 안중근 의사 손바위라는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왜일까 하고 바위를 자세히 보니 손가락 하나가 잘린 게 특징이었다. 단지로 독립 의지를 다진 손을 닮아 가슴이 아렸다. 바로 근처에 소원바위가 있다. 먹바위 앞에서 작은 돌 하나를 들고 와 던져 볼 걸. 폭포 바위는 비가 오면 물길이 쏟아질 거 같아 비가 온 후에 다시 와 보고 싶었다. 곳곳에 안내판이 붙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 했다.남근 바위와 선바우가 마을 앞에 섰다. 높이가 6m나 되고, 평택임씨가 처음 이 마을을 개척하였다 한다. 입암이란 지명은 ‘선바우’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전형적인 화산활동에 의한 지형으로 백토가 들어나 있는 바위다. 벼락을 맞아 형태가 변형되어 규모가 작아졌다.화장실 앞에 여기는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힌디기’라고 팻말에 크게 써놨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갔던 길을 되짚어 왔다. 서서히 반대편으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건너편 포항시 너머로 해가 기운다. 발을 물에 담그고 오래 서서 낚시하는 사람을 화면에 담았다. 남미의 우유니 사막 분위기가 풍겨 한참 더 바라보았다.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무덥던 8월의 더위가 바다로 흘러가길 바라며 오래 노을을 바라봤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0

봉화 황터마을 세시풍속 ‘풋구 먹는 날’ 재현

조용하던 마을이 새벽부터 요란하다. 예초기 소리와 함께 풀베기 작업에 온 동네가 들썩인다.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자기 집 주변을 시작으로 차가 다니는 마을 도로, 서낭당 주변 등 오전 10시경이 돼서야 풀베기가 끝난다. 마을이 관리하는 상수도 청소까지 마치면 풋굿날 작업이 완료된다. 1970~80년대와 내용상으로 별반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이날은 풋굿(풋구), 초연, 호미씻이, 농부의 날이라고도 하며, 1년 농사 중 가장 힘든 농번기가 끝나고 한숨 돌리는 시기인 음력 7월 중순 무렵이다. 농사일을 잠시 쉬고 머슴에게 하루를 즐기게 했으므로 ‘머슴 날’이라고도 했다.호미씻이는 논밭에 김을 다 매어 호미를 씻어두고 놀기 때문에 생긴 단어다. 땅 지주는 세벌 김매기가 끝날 때 날을 잡아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마련해 위로잔치를 하는 데에서 시작됐다.주인은 머슴에게 새 옷과 술, 음식을 내어주고, 씨름이나 팔씨름 등 힘자랑을 하고, 징·꽹과리·날라리·북·장구 등 농악기를 울리면서 질탕하게 하루를 즐긴다.봄부터 일한 농부들에게 7월과 8월은 힘을 충전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때다. 예전 풋굿날에는 술을 빚고, 떡을 하고 각자 집에서 음식을 가지고 나와 함께 먹었다. 풍물패는 집집마다 방문해 지신밟기를 했다. 이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농촌은 풋굿날 행사도 힘겹다.봉화는 아직도 양력 8월 15경이면 어김없이 풋굿날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게 이어지고 있으나, 음식을 장만하고 풍물놀이 하는 건 찾기 보기 힘들다. 어느 마을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을은 생선회를 마련하는 것으로 풍습이 바뀌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을 구성원들이 대부분 노인들이고, 젊은 부녀회원도 없어 힘들게 음식 장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봉화의 모든 마을이 풋굿날을 맞아 행사를 치렀으나, 농촌사회의 변화와 인구 노령화로 요즈음은 경로당에서 한 끼 식사로 대신하거나, 윷놀이와 마을 노래자랑 정도로 바뀌었다.‘풋굿’이란 풀밭에서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굿을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며, 초연은 풀밭에서 잔치를 벌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 풋굿은 한자로 초연(草宴)이라고 하지만 봉화에서는 풋굿, 푸꾸, 풋구 먹는 날이라 부르는 게 보편적이다.고문헌에는 세서연(洗鋤宴), 즉 호미를 씻는 연회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봄부터 사용한 호미를 잘 씻어 걸어 놓는 날이라는 의미다. 옛날부터 음력 7월 보름께에 각 농가에서 제각기 음식을 내어 함께 하거나, 돼지를 잡아 마을잔치를 하던 풍습은 사라지고 생활방식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최근 찾은 봉화군 춘양면 황터마을에서는 뷔페식사에 노래방 기계를 느티나무 그늘에 설치하고 흥 좋은 몇 사람이 즐기는 모습이다. 전국의 풋굿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봉화에서는 8월 중순이면 예전 같지는 않아도, 풀 베고 점심을 함께 먹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두레가 사라진 농촌은 이웃간 소통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한마을에 살아도 다니는 길이 다르면 풋굿 같은 행사 때나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귀농·귀촌과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농촌 지역의 주민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이웃간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조상과 가족·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고향을 사랑하던 미풍양속까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풋굿날 같은 세시풍속과 전통이 이어져야 마을공동체의 삶이 회복되고, 마음 넉넉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농촌마을로 이어질 것이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0

‘영일만 관광특구’ 포항 바다, 해양 쓰레기 줄이기 나설때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포항 영일대 바다는 즐거운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 곳곳에는 단순히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부터 서핑과 요트, 제트스키 등의 꼬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지켜보는 이에게도 시원한 여름의 낭만을 선물한다. 이렇게 여름이면 조금 더 우리와 가까워지는 바다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가 더럽고 냄새나고 쓰레기로 가득한 곳이라면 더 이상 가까이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한국해양대의 해양쓰레기 통계 분석에 따르면 포항은 강화도와 함께 전국에서 해양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해양쓰레기가 100m당 30개 이상씩 나왔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이 1만528t인데 지난 3년간(2021~2023년) 수거한 포항지역 해양쓰레기는 1626t이었으며 이는 2018년~2020년에 수거한 해양쓰레기 양의 2배가 넘는 양으로 매년 발생하는 쓰레기가 큰 폭으로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해양쓰레기는 육지의 쓰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살면서 생긴 부산물이 바다로 떠내려가면, 그것이 곧 해양쓰레기, 해양 폐기물이 된다. 우리의 바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해양쓰레기는 재질, 종류, 용도를 불문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거나 혹은 사람이 바다에서 사용하다 버렸던 모든 물건과 도구, 구조물들이 해양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해양쓰레기들을 살펴보면 밧줄과 비닐, 그물, 통발 등의 폐어구들과 낚시용품, 포장지, 플라스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쓰레기들은 분해되는 데도 플라스틱 100년, 낚싯줄 600년, 스티로폼 500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그 심각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식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모든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갈수록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해양쓰레기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포항시민 A(43·포항시 북구 창포동) 씨는 “제일 쉬운 것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사더라도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컵과 빨대 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쓰레기 발생도 줄어들 것이다.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겼다면 본인이 쓰레기는 당연히 가져와야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최근 해양수산부는 포항의 호미반도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2021년 12월에 지정된 구역 0.25㎢에서 새로운 보호구역 확대 지정으로 총 71.77㎢로 늘어났다. 호미반도는 다양한 해양보호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해양 생물들과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불법적인 해양쓰레기 투기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또 영일만 관광특구로 지정된 포항의 바다에는 앞으로 해양 레저활동을 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바다에서 낚시나 서핑, 요트 등을 즐기기 위해 바다를 찾는 사람들. 이때 만나는 바다가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해양쓰레기 줄이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0

친구와 함께 나선 부산 여행

“현주야, 우리 부산 여행 갈까?”오랜만에 보낸 연락 한 통에 현주는 김천에서부터 무더위를 뚫고 부산까지 내려왔다. 1년이란 긴 공백 기간이 있었음에도 우리에게선 어색함을 찾을 수 없었다.부산역에서 만나 반가워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다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그제야 정했다. ‘서면이 부산의 핫플레이스야’라는 현주 말만 믿고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향했다. 우리가 잘못된 출구로 나온 탓인지 도착한 서면은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서면으로 오자 했던 현주를 원망하며 때양볕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바다나 보자며 해운대와 광안리를 두고 고민했다.밤까지 있을 것이니 야경이 좋은 광안리로 가자는 시민기자의 제안에 광안리로 이동했다. 현주는 광안리에 도착하자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주린 배를 붙잡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뭐라도 먹자고 했다. 시민기자의 추천으로 우리는 부산의 별미 밀면을 먹었다. 밀면 맛집을 찾아 밀면을 먹고 있는데, 더운 날 게다가 휴가철의 주말에 부산까지 떠나온 시민기자를 걱정하는 걱정스러운 엄마의 전화도 덤으로 먹었다.밀면이 만족스러웠는지 배가 채워져서 그런지 텐션이 업된 우리는 버스킹이라도 하는 마냥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바다로 향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듣고 발도 담가보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촉촉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바다를 보고 지난날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보냈다. 물놀이하는 많은 인파를 보자니 부럽고 우리 텐션에 뛰어들지 않자니 아쉬워 수영복이라도 사자며 돌아다녔지만, 작당한 것을 찾지 못해 물놀이를 다음으로 미뤘다. 바닷가의 뜨거운 햇살에 견디지 못해 더위나 날리자며 팥빙수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팥빙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간 카페에는 팥빙수가 없었고 대신 음료와 케이크를 사고 시원하고 탁 트인 창가로 갔다. 바다와 시원한 음료는 환상의 조합이었고 덕분에 프로필 사진을 바꿀만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조용한 카페에 앉으니 미혼 여성이 무슨 이야기를 하랴. 남자친구와 썸남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언니, 우리 타로나 보러 갈까?” 답이 없는 관계가 답답했는지 재미 삼아 고민을 날려버릴 수 있는 타로 점괘를 보러 갔다. 타로와 사주까지, 2곳에서 2번이나 점괘를 확인하고 어찌 더 싱숭생숭해진 우리는 어차피 맥주 한잔할 생각이었는데 지금부터 달려보자는 심정으로 현주 친구가 추천한 술집으로 향했다.아, 이게 웬일. 여긴 카페보다 분위기가 더 좋네. 찍는 사진마다 친구들에게 사진작가 소리를 듣는다. 분위기 좋고 배경 좋고 맥주도 시원하게 맛있는데 우리의 흥을 돋우기에도 기분을 풀기에도 부족함을 느꼈다. “우리 노래방 갈까?” 우리는 언제나 기승전 노래방으로 끝났기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낭만고양이’, ‘마리아’, ‘8282’ 등 고음을 모은 곡까지 완곡하며 우리의 흥은 최대치로 올라갔다. “현주야, 대구에서 장기자랑 같은 걸 하는데, 우리 거기 나가서 노래 부르자!” 술기운인지 올라간 흥 때문인지 자신감까지 충만해진 우리는 대구 이태원길에서 열리는 주민예술경연대회 ‘펼쳐락(樂)’에 지원했다.즉흥적인 두 여자의 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올라가는 편 기차는 예약도 하지 않아 액션 영화 추격전을 방불케하는 헤어짐도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우리 생각과 마음엔 완벽한 여행이었다.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경연대회까지 지원했으니 헤어짐도 두말 할 것 없이 좋았다. 모든 것이 하룻만에 일어난 일임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죽어도 노는 것에 여한 없다 싶게 놀았으니, 이쯤이면 여름휴가를 제대로 장식한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경연대회가 기다린다. 현주야, 파이팅하자!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5

“독설이라는 야수를 키우지 말자” 상대가 무심코 뱉은 말에 상처

얼마전 사소한 다툼을 하다 상대가 뱉은 말에 마음에 금이 갔다. 마음이 아프니 곧이어 몸이 따라 아프다. 무더위에 병원을 전전하며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다시 느낀다. ‘들은 귀는 천년이요 말한 입은 사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원한과 고통은 대부분 말에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독설은 치명적이다. 말 그대로 ‘독설’이다. 말에 독이 있어 듣는 이의 몸, 마음, 영혼까지 상하게 한다. ‘산산이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야수’는 아이러니 하게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출현하기 마련이다. 친밀하게 지내며 정을 나누던 사람이 뜻이 맞지 않으면 불현듯 칼을 들이대 가슴을 저미는 독설을 퍼붓는다.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으련만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법이란 오묘한 것이어서 아둔한 인간의 머리로는 다 알 수 없는 법이다. 기대감이 있었기에 독설은 더욱 상처가 되어 도무지 삼켜지지 않는 바늘로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를 않는다.“수십 년 낮과 밤이 쌓은 단단한 철벽 단숨에 뚫고 나타났다 산산한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날렵한 야수// 놈이 어디에 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몸통도 얼굴도 색깔도 정년도 없는 유령, 날이 갈수록 혈기왕성 기세 등등 단언컨데 놈의 가슴에 불로초 이파리 무성한 게 틀림없어// 예고 없이 들이닥쳐 순식간에 번쩍이는 면도날 가슴팍에 들이대 한 점 한 점 포 떠 접시에 담아 놓고 유유히 사라졌다 핏기 가실 만하면 다시 나타나 칼날 들이대// 덧난 상처 딛고 올라가는 가풀막 그 끝이 어딘지 나는 몰라// 남몰래 소리 죽여 울던 시간이 만든 꼬부랑길 돌고 돌아가다 한숨 돌리려 들면 또다시 코앞 가로막는// 거듭거듭 곱씹어 봐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뼈아픈 바늘들// 삼키지 못한 말에는 불생불멸의 날개가 있어// 시공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날아다니다 오늘도 내 등뼈에 불시착해 도끼눈 부릅뜨고 작업 시작하려 식칼 빼 들어”(조옥엽 시 ‘독설’)어느 선지자는 이런 주장을 한다. 암도 어쩌면 말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독설을 많이 한 사람은 결국 그 영향으로 자신이 암에 걸린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지는 여러 실험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소통 수단이다. 말을 통해서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고 마음을 주고받는다. 독설이란 남도 죽이고 나도 죽이는 법이다. 시인이 간파한 ‘불생불멸의 날개’를 단 이 야수를 우리 더는 뱉어내지 말자. 여름이 절정을 지나 이제 밤이면 조금씩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금만 견디면 더위는 물러가고 시원한 가을이 올 것이다. 못된 야수 같은 말로 서로를 괴롭히지 말고 긍정적인 말, 사랑이 담긴 말로 이 팍팍한 삶을 윤택하게 해보자.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