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5시 대구 비원뮤직홀에서 열린 렉처콘서트 ‘당신 곁의 클래식’을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을 보다 친숙하게 전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KBS 대구 클래식 FM ‘아름다운 오후, 네 시입니다’를 진행하는 황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그는 공연 시작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를 위해 살지만,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곳에 오신 분들은 바로 그 ‘나를 위한 시간’을 선택한 분들”이라며 관객들에게 잠시 일상을 멈추고 음악에 집중해 보길 권유했다.
첫 무대는 피아니스트 김명현이 리스트의 ‘사랑의 꿈 3번’으로 열었다. 섬세한 터치로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부드러운 선율은 하루의 피로를 녹이듯 공연장을 감쌌다. 이어 소프라노 정선경은 푸치니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열창했다. 황진 아나운서는 “푸치니는 1924년 세상을 떠났지만 1900년대 초반을 우리와 함께한 작곡가”라며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설명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테너 이지성은 베르디의 ‘여자의 마음’을 불렀다. 광고 음악으로 익숙한 곡이지만, 그의 음색은 새로운 해석으로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
중반부는 첼로와 비브라폰의 다채로운 매력으로 채워졌다. 첫 번째로 연주된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프렐류드’는 반주 없이 첼로만으로 진행되어 연주자 박성근의 활놀림과 호흡까지 생생히 전달되며, 악기의 질감과 온도를 체험케 했다. 이어 등장한 비브라폰은 클래식 무대에서 보기 드문 악기여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상준이 연주한 드뷔시의 ‘달빛’은 원곡의 몽환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비브라폰의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후반부는 김동진의 ‘신아리랑’과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사’(간발의 차이)로 이어졌고, 현대적 편곡으로 재탄생한 익숙한 멜로디가 관객의 박수를 자아냈다. 마지막 무대는 바르셀라타의 ‘마리아 엘레나’와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로 꾸며졌으며, 피아노·첼로·반도네온·비브라폰이 조화를 이뤄 공연의 정점을 찍었다. 각 악기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풍성한 하모니를 선사했다.
공연 막바지에 황진 아나운서는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관객께 전하고 싶다”며 그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반도네오니스트 김종완은 “반도네온은 곡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솔직한 악기”라며 애정을 드러냈고, 첼리스트 박성근은 “첼로는 인간 목소리와 닮은 현악기로, 특히 가을 정서와 어울린다”고 설명해 공감을 자아냈다.
앙코르 곡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로 연주되었다. 전 출연자가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공연장을 훈훈한 분위기로 채웠다. 공연 후 연주자들은 직접 공연장 밖으로 나와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혀주는 특별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대구 서구 원대동에 위치한 비원뮤직홀은 지역민들이 클래식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실내악, 독주회, 독창회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수준 높은 음악을 무료로 제공해 클래식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일상 속 위로와 영감을 얻고 싶다면 온라인 예매로 비원뮤직홀의 공연을 추천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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