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22일까지 하루 2550명 관람 온라인 예약 등 개관 이래 폭발적 반응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국립경주박물관. 이미 시작된 ‘오픈런’ 행렬과 마주한다. 관람 열기가 뜨거운 ‘신라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은 APEC 2025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전시다. 개관 이래 처음 경험하는 폭발적 반응 속에서 당초 12월 14일로 예정됐던 전시기간을 2026년 2월 22일까지 연장한다. 1945년 10월 7일, 광복과 함께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을 인수하며 출발한 국립경주박물관. 80년 역사 속에서 오픈런 풍경은 유례없는 일이다.
특별전은 무료 관람이지만 박물관 입구에서 배부하는 당일 입장권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11월 17일부터 온라인 예약도 가능해졌다. 관람은 30분 단위 회차제로 운영되며 회차당 150명, 하루 2550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전시 종료 후 일부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전시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 신라 왕실의 권력과 위엄을 상징하는 금관이다. 여섯 점의 금관은 각각 머리띠, 세움장식, 드리개가 만들어 내는 조형미가 다르다. 가장 오래된 ‘교동금관’은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사슴뿔 장식도 곱은옥(曲玉)도 드리개도 없다. ‘서봉총 금관’은 유일하게 나뭇가지 끝 새 모양 장식과 굵은 고리 귀고리에 다양한 드리개를 길게 늘어뜨려 화려함을 더했고,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세 쌍의 드리개가 특징이며 ‘금관총 금관’은 가장 간결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금령총 금관’은 곱은옥이 달리지 않은 어린왕자의 관이며 ‘천마총 금관’은 이들 중 가장 화려한 금관으로 많은 달개와 곱은옥을 가졌다.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 모형 역시 천마총 금관을 본뜬 것이다.
금관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세움 장식으로 나뭇가지 모양과 사슴뿔을 모티브로 한다. 이는 신성한 나무와 영물(靈物)을 상징하며 피장자를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존재로 격상시킨다. 금관과 함께 전시된 금 허리띠 여섯 점 또한 왕실 권위의 상징으로서 당시 최고의 권력층이 착용하던 장신구다. 관람 포인트는 금관의 세움 장식·머리띠·드리개를 비교 감상하는 것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디지털 돋보기를 활용하여 금세공의 탁월함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다시 실물을 보면 감상이 한층 깊어진다.
당시 금은 오직 왕족만이 가질 수 있었으며 이승에서 누리던 부와 권력이 저승에서도 이어진다고 믿어 생전 사용하던 금 장신구를 함께 묻었다. 그러나 6세기 중반 이후 신라는 불교를 ‘국교’로 삼으며 불교적 의식과 장엄미가 왕권의 새로운 상징체계로 자리 잡는다. 이에 장례문화 역시 크게 변화하며 금관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라 금관은 시차를 두고 발굴되어, 104년 동안 여러 기관에 분산 보존되어 왔다. 이들은 전시 일정이 달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유물들이다.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김대환 씨는 특별전시 설명회에서 “이 전시는 내 생애 마지막 유일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가까이서 보면, 당시 뛰어난 세공술의 정교함에 경탄이 절로 인다. 그 아름다움에 황홀함을 더하는 금관 앞에서는 세월이 무색하다. 새벽잠을 설친 대가로 주어진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턱없이 아쉽다. 전시장을 나서며, 금관이 발굴된 도시 경주에서 찬란했던 신라 천년의 역사를 언제든 상설전시로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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