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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잘 관리하여 겨울 건강을 지키자

등록일 2025-11-27 16:30 게재일 2025-1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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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놓은 약 봉지.

또 위가 탈이 났다. 신경 쓰는 일만 있으면 재발하는 고질병이다.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되면 위경련이 일어난다. 아픈 속을 싸안고 전전긍긍한다. 식은땀이 쏟아지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머릿속도 휑하니 빈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일상에 빨간불이 켜지고 그저 속수무책으로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린다. 나아지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는 내시경을 권한다. 곧 있을 중요한 일정을 가늠해보며 다음으로 검사를 미룬다. 응급조치로 위장약을 받아 걸어오는데 곳곳에서 먹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통닭집에 떡집에 해물찜 전문점이 눈에 들어온다. 갈비집과 국밥집과 냉면집 앞을 걸어온다. 이 많은 먹거리가 지금 내겐 아무 소용이 없다. 거리를 걸으며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먹기 위해서 사는 걸까? 살기 위해서 먹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생업을 이어가는 것을 먹고 살려고 한다고 말하고, 살려면 먹어야 한다고도 한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 쓰는 말 중에는 은연중에 먹는 것에 대한 말이 많다. 누군가와 약속을 할 때도 그냥 만나자고 하기보다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한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내가 밥 살께라는 말로 기쁨을 나누겠다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먹는 일이란 중요하고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인 일이다.

그래서 만성적으로 위가 안 좋은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괴로움에 처한다. 모임에서도 먹고 싶어도 못 먹어 오해를 받기도 한다. 어쩌다 만성위장병 환자가 되었을까 곰곰 생각해본다. 그리고 시 한 편을 읽어 나간다.

“급하게 먹어치운 부침개가 불량한지 / 반쪼가리 햄버거가 불량한지 / 먹다 남긴 과자부스러기가 불량한지 // 음식을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지친 날에는 // 식은땀이 머리를 적시고 소화되지 않은 / 슬픔이 식도를 타고 흘러 속을 꽉 메운다 // 효과 빠른 소화제를 먹고 통증이 멈추길 기다린다 // 밀가루 음식은 너무 매워 먹지 못하는 청양고추 같아 / 통증이 멈추자 배를 문지르던 나의 손이 멈춘다 / 자꾸만 삐걱거리는 한 여름의 몸 / 반복되는 불량한 것들을 소화하듯 의심을 내려 보낸다” – 김미옥의 ‘오늘의 불량한 식탁’ 부분

무언가를 먹는 일, 참으로 경건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는 일에 너무 바쁘다. 먹기 위해 살지만 어느 순간 살기 위해 먹는 것으로 바뀌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살기 위해 먹는 행위는 늘 허겁지겁이다. 사는 것이 우선이니 먹는 일은 허기를 때우기 위한 행위가 되어 버린다. 결국 먹기 위해 사는데 사는 일에 바빠 먹는 일이 도리어 힘겨워져 버린 것이다. 늘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시간을 쪼개서 하루를 바삐 달려야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느긋하게 식사 시간을 즐길 틈이 없다. 다음 할 일이 기다리고 있고 서둘러 그 일을 해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에 지쳐서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이 불량한 식탁을 위하여 무엇이 불량한지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나날이다.

위통에 시달리며 생각했다. 음식을 못 먹을 만큼 나를 혹사하지는 말자. 특히 스트레스 때문에 내 일상이 무너지게 하지는 말자는 다짐을 한다. 사회생활을 이어가려면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는 즐거움을 잃을 정도로 나를 닦달하지는 말아야겠다. 날씨도 제법 추워졌다.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인 식을 지키기 위해 모두 위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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