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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아이들에게 APEC은 어떻게 기억될까?

등록일 2025-11-18 15:57 게재일 2025-11-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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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회의 현장을 지켜보는 아이들.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관광도시였던 경주는 한동안 축제로 들썩였다. APEC이란 중요 행사를 앞두고 이곳저곳 수선도 해야 했으며 사람들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잦은 축제성 행사도 이뤄졌다. 조용함과는 거리가 먼 날들이었다. 

 

특히 교통통제로 인한 피해가 컸다. 경주시는 넓은 행정구역 덕분에 해양도시, 산업도시 역할을 모두 품고 있지만 외부엔 관광도시란 이미지로 주로 알려져 있다.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및 이동의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규모가 규모다 보니 시간도 길어졌다.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시민들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과 열정으로 이뤄진 행사였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제 여유로운 뒤풀이를 즐기고 있다.

 

특히 APEC으로 준비된 몇몇 행사들은 아직도 엄청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은 평일 이른 아침부터 6개의 금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란 주제로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경주국립박물관 내 신라역사관에서 진행된다. 주말엔 엄두도 못 낼 정도다. 

 

어떤 이는 역사적 현장을 기억에 담기 위해 어르신들 중 일부는 황금의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찾는다 했다. 금관 관련 굿즈상품도 인기다. 거기에 새롭게 재단장한 월지관도 열기에 한몫 하고 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및 한중 정상회담의 현장 또한 관람 가능하다. 공개 기간은 11월 6일부터 12월 28일까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정상회담 당시 실제 사용된 집기들을 직접 둘러보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저마다 의미 있는 이유들로 당분간 박물관 주자창은 만차 예약이다. 

 

그리고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는 APEC 본회의장 및 라운지 및 기타 회의장을 11월 7일에서 9일까지 공개했다. 회차별 150명, 하루 12회로 11월 5일 자정부터 관람 예약이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기념이 될 만한 추억을 남기고자 낮 12시 정각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공연 예약에 비해 인원수가 넉넉하다고는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긴장감을 안고 대기했다. 그리고 낮 12시가 되자마자 바로 신청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원하는 시간대 예매가 가능했다. 

 

당일 오후 아이 친구와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공간이 넓기도 했거니와 정체될 만한 요소가 없다 보니 원래 예약 시간인 오후 4시가 되기 10분 전에 입장이 가능했다. 유달리 폭신한 레드카펫을 밟고 안으로 들어서자 회의장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나 트인 공간 덕에 서로 불편함 없이 관람이 가능했다. 

 

인터넷 예매자 외에 현장 신청자들도 대기 없이 관람 가능해보였다. 회의장 입구에 들어서니 Republic of Korea란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포토존에서는 봉사자와 행사 담당자가 사진을 찍어줬다. 보통 다음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가족 중 한 명이 촬영을 해야 했는데 편하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친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문득 벌써 오래전 88올림픽이 기억났다. 학교와는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큰 도로에 성화 봉송자가 지나간다고 했다. 많지 않은 시골학교 전교생들은 손을 흔들기 위해 수업도 빠진 채 그곳을 찾았다. 생각지 못한 나들이에 신났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88올림픽이 그랬듯 이 아이들에겐 2025년 APEC이 유년의 추억이 될 것이다. 모두의 고생 덕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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