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김정실·작가상-손태균
문학은 한 지역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며, 동시에 문화적 자존의 근원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대구시 중구 서성로20 매일신문사 11층에서 열린 대구펜문학(회장 정삼일)의 제25집 출판기념회와 제24회 대구펜 문학상, 제5회 대구펜 작가상 시상식은 바로 그 지역 문학의 뿌리와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후원 아래 열린 이날 행사는 낭송가 이현정 시인의 박인환 ‘목마와 숙녀’ 낭송으로 문을 열었고, 정삼일 회장의 인사말을 비롯해 국제펜한국본부 김유조 부이사장과 대구문인협회 안윤하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대구펜문학은 그간 국제문학공동체 속에서 대구 문학의 독자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대구지역위원회가 추구하는 바는 단지 작품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향토의 정서와 풍물을 세계 공동체 속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지역 문학의 품격을 국제적 감수성과 연결하려는 꾸준한 노력에 있다. 문학을 통한 인권옹호와 자유정신의 실현, 그리고 대구만의 문화적 독창성을 세계에 전하는 일은 곧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이 날 시상식에서 대구펜 문학상의 영예는 김정실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수필집 ‘어디로 갈까’ 중 ‘독거노인'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평단은 “진솔한 자아 고백 속에 정교한 구성과 자신만의 체험을 은밀한 언어로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김정실 작가는 “혼자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독거노인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는 담백한 소회와 함께 상이 주는 책임을 무겁게 새기며 “독자의 마음에 더 깊이 다가가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문학의 진정성은 화려한 문장이 아닌, 삶을 직시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수상이었다.
대구펜 작가상은 시집 ‘꽃 울어서 핀다’ 의 손태균 시인에게 수여됐다. 심사위원단은 그의 시 세계를 “사물에 대한 투명한 감응과 경험의 결벽을 은유로 승화한 언어의 미학”이라 평했다. 대표작 ‘못 잊을 은사’와 ‘수석’은 시인의 내면과 생애가 맞닿은 결정체로, 세월의 고통을 시적 언어로 승화시킨 서정적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손 시인은 “뒤늦게 시를 통해 서러움과 한을 풀어낼 수 있었던 시간들이 오늘의 영광으로 이어졌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는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치유하는 힘임을 웅변하는 대목이었다.
행사의 말미에는 박치명 낭송가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한선향 낭송가의 ‘내 살아가는 길’의 축시, 황인동 시인의 아코디언 연주가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 선율 속에서 문학은 단순한 언어의 예술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생명력으로 다시 피어났다. 지역 문학은 각자의 삶과 문화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힘을 지닌다. 대구펜문학의 이번 출판기념회와 시상식은 그러한 가능성을 실천으로 보여준 뜻깊은 자리였다.
문학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살아 있음’의 감동을 다시 일깨우는 순간, 대구펜 문학은 이미 세계 문학의 한 좌표 위에 서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