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회

휴(休)를 찾아 떠난 템플스테이…

어느 구순을 넘긴 어르신이 먼 길 떠나시며 말했다. “딱 하루 반나절 놀다 가는 거 같다”고. 그 하루 반나절의 삶에 녹아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로애락도 함께 품고 가셨으리라. 남편이 정년퇴직을 했다. 정신없이 살다 문득 돌아본 지난 세월이 그야말로 딱 하루 반나절이다. 어느새 거울 앞에서도 통장 앞에서도 세월을 받아들일 용기가 절실한 나이와 마주했다. 밤낮을 그치지 않고 흐르는 물은 발원지를 떠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 구덩이를 만나면 채운 뒤 가고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가고, 서두르지 않아 흘러감에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고요히 큰 바다에 이른다. 세상에 순응하는 물을 맹자는 학문에 비유했지만 나는 인생에 비유해 본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바위 앞에서 웅크리고만 있기보다 순리를 따르는 물처럼 그렇게 고요히 돌아서 가자. 그래서 떠났다. 남편과 함께. 템플스테이의 테마는 ‘휴(休)’였다.경북 의성군 등운산에 위치한 고운사로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 또한 즐겨보자. 고운사 도착 전 ‘최치원 문학관’이 먼저 눈에 들어선다. 마침 시간이 여유로워 잠시 들렀더니 최치원의 일대기가 순차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신라 말기 골품제의 신분제도에 한계를 느낀 그는 12세에 당나라로 유학하여 18세에 장원급제를 한다. 그 유명한 ‘격황소서(檄黃巢書)’로 칼 보다 강한 붓의 힘을 보여주며 문장가로 이름도 떨친다. 그러나 신라로 돌아와 골품제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시무책을 올렸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련 없이 관직을 버리고 전국을 방랑한다. 천재로 태어났던 그는 골품제도의 희생양이 되어 자연과 더불어 신선처럼 살다가 떠났다.고운사에 도착해 사찰복을 받아들고 방을 배정 받으며 템플스테이는 시작되었다. 고운사(孤雲寺)는 통일신라 신문왕 원년에 승려 의상이 창건한 사찰로 이후 최치원이 머물면서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하며 더욱 아름다운 사찰이 되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누각이라는 뜻을 지닌 가운루는 올해 7월 17일 유형문화유산에서 국가유산 보물로 승격되었다. 우화루의 유명한 호랑이 벽화는 용맹과 사나움을 상징하기보다 자신을 잘 다스려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의 영위를 위해 그려졌다고 한다. 창건 당시 ‘高雲寺’였으나 두 아름다운 누각의 건립을 기념하며 최치원의 호를 따 ‘孤雲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조선 고종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어첩이 보관된 연수전과 궁궐 형태의 솟을삼문 만세문이 격식과 권위로 연수전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유일하게 고운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경내 왕실 건물들이다.새벽 4시에 종각이 울리며 템플스테이의 하루가 시작된다. 4시 30분 새벽 예불, 6시 아침 공양, 6시 30분 등운 스님과 차담, 낮 12시 점심공양, 저녁 6시 저녁예불로 짜인 일과표에 참여 여부는 자유였다. 도반끼리 체험 왔다는 광주에서 오신 네 분과 함께 고요히 일정을 소화했다. 아름드리 천년숲길에 맨발걷기를 위해 잘 다져놓은 황톳길도 걸으며 사찰에 머무는 동안 고운과 함께 호흡하듯 했다.천재였던 최치원도, 우둔한 나에게도 인생의 여로에 크고 작은 희로애락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주어진다. 어떻게 다스리는가는 본인 몫이다. 종교의 힘을 빌리든 여행을 떠나든 책을 읽든 친구와 수다를 떨든 침묵수행을 하든 나름의 방식으로 평온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고운사 들어설 때 저울추만큼 무거웠던 침묵이 고운사를 나설 때 침묵은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5

청소년 무면허 전동 킥보드 사고 급증 ‘대책 시급’

최근 공유형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인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도로와 인도를 가리지 않아 대형 사고로도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전동 킥보드이지만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무면허에다 안전모를 쓰지 않는 등 안전을 의식하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편리성을 앞세워 대중화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는 바쁜 아침 제 시간 안의 등교를 위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회원가입하면 누구나 거리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ID카드를 주고 사용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다가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포항시민 A(28)씨는 “얼마 전 주행 중에 한 남학생이 타고 오던 전동 킥보드가 끼어들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사이드미러로 미리 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는 없었지만 어린아이까지 있어서 그 당시에 너무 놀랐다. 평소에도 아이들이 무면허에다 안전모도 안 쓰고 둘씩 타고 있는 걸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이런 상황을 아시고 단속 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2017~2022년) 교통안전연구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의 무면허 교통사고는 34.9%였고. 이중 무면허 청소년이 낸 사고는 67.6%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만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5년간 724건의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있었고 대부분이 10대 청소년들로 나타났다. 계절별로는 여름철(6~8월)이 전체 대비 31%나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전동 킥보드는 자전거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선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서 통행할 수 있다. 현재 시속 25㎞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데 4㎞ 정도로 걷는 보행자들에겐 상당히 위협적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걸을 때는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 차체에 비해 바퀴가 작아 도로 파임, 높낮이 차이 등 작은 충격에도 넘어지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줄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어 사망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게다가 도로나 인도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해서 보행을 방해하고 도시미관은 물론 2차 사고의 우려도 낳고 있다.전동 킥보드는 이용할 때 면허가 없으면 이용을 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한다든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서 면허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철저한 규제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편리와 저렴한 이유로 10대 청소년들의 전동 킥보드 이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를 완벽하게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이에 대해 김모(43·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전동 킥보드는 실제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전동 킥보드가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운전면허가 없으면 처음부터 운전을 할 수 없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모든 운전자가 전동 킥보드를 ‘차’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탑승자의 안전 수칙 준수는 물론 운전자 관리와 안전교육 등을 제도권 내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3

‘바람의 언덕’ 경주풍력발전단지

입추가 지나도 가을은 아직이다. 여름에 한창인 배롱나무와 해바라기 꽃구경을 하려 해도 폭염이라 낮에는 걷기조차 힘들다. 지인들과 해뜨기 전에 만나서 움직이기로 했다. 새벽, 경주로 향하는 길이 안개로 자욱하다. 천북의 논밭으로 스멀스멀 안개가 서성였다.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서니 이런 멋진 풍경이 덤으로 주어졌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종오정도 뿌옇게 잠에서 깨기 전이다. 그런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작가 몇이 우리보다 먼저 당도해 삼각대를 세워놓았다. 배롱나무는 꽃을 피워 한창 붉고, 연못에 연꽃은 반쯤 진 상태다. 황소개구리 한 마리가 소울음을 울어 골짜기의 아침을 깨운다. 고요한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종오정 지붕의 기와 뒤로 안개가 산을 기어오른다.고개 너머 보문단지로 들어서니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뤘다. 터널 끝에 한 점 남은 안개가 햇살에 밀려난다. 햇발이 뜨거워지기 전에 해바라기밭을 거닐었다. 사진 몇 장 찍었을 뿐, 오전 8시인데 벌써 정수리가 뜨겁다. 시원한 카페를 찾아 브런치로 아침을 먹었다. 이제는 뜨거우니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의논하다가 시원한 바람의 언덕이 떠올랐다.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 불국로 1056-185라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치고 달렸다. 문무대왕면이라 해서 감포 바닷가 쪽인가싶지만, 불국사 방향으로 길 안내를 한다. 따라가다 보면 석굴암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이다. 한참 구불거리다가 석굴암 방향과 감포 방향의 갈래길이 나온다. 감포 쪽으로 우회전하면 내내 가파르던 길이 조금 쉬어가듯 편안해진다. 드라이브 길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쯤이면 경주 시내 온도보다 5도 정도 내려가 창을 열고 달려도 된다. 녹색의 나무 그늘과 매미 소리, 산새 소리가 묻은 자연 바람을 느끼니 살 것 같다.5분쯤 달리니 경주 풍력발전단지 부근인지 거인 같은 바람개비가 휭휭 날개를 돌린다. 토함산의 이웃 산인 조항산 정상부에 커다란 바람개비 여러 개가 돌아간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해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건설한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로 총 7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1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인 평균 4만mwh 정도의 전력을 연간 생산한다.산 능선을 따라 띄엄띄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바람의 언덕’으로 부르는 이 일대를 365일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풍력발전소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 ‘경풍루’ 전망대와 함께 바람길 산책로, 피크닉 테이블존 등이 갖추어져 있다. 경풍루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치가 그저 그만이다. 산책로 곁에 여름꽃인 목수국이 하얗게 절정이었다.‘바람의 언덕’이라는 별명에 맞게 시원한 바람이 쉼 없이 불었다. 폭염에 밤새 에어컨을 끄지 못하고 지내느라 냉방병이 생겼던 터라 능선을 타고 달려오는 바람에 다들 마음과 몸을 다 내려놓았다. 어떤 이는 정자 밑에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버렸다. 다들 산을 내려가기 싫은 눈치다.경주풍력발전단지는 일몰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해질녘에 찾아와 언덕 아래를 향해 차 트렁크를 열어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데크에 캠핑 의자를 놓거나 전망대, 바람길 산책로 등 곳곳에서 석양을 감상하기도 한다. 더러는 일몰 후 조금 더 기다려 별빛 쏟아지는 낭만적인 밤까지 즐기고 가는 이들도 많다. 차박하려면 아직 시설이 완벽하지 않아 좀 불편하다. 시설에서 운영하는 화장실을 빌려 쓰는데 가끔 생각 없이 쓰는 사람들로 인해 폐쇄할지도 모른다고 경고문이 붙었다. 애견도 동반 가능하다는 이곳, 시원한 여름 피서지로 오래 아름답게 사용하면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3

시원한 안동 길안천에서 더위 피하세요

전국 어디랄 것도 없이 8월 내내 지루하게 이어지는 폭염이다. 비라도 좀 내리면 좋으련만 그런 소식은 한참을 들려오지 않는다. 입추, 칠석도 지났으니 이제 여름 더위는 막바지게 다다랐다고 한다. 더위는 원래 학생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복날 기간에 맞춰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기세등등한 더위를 한풀 꺾을 방법으로는 누가 뭐라 해도 물놀이가 최고다. 녹음이 가득한 곳, 그늘진 다리 아래 돌덩이를 들춰내면 골부리가 가득한 곳, 천혜의 자연이 만들어낸 피서지가 안동에선 멀리 있지 않다.안동 사람이라면 길안천 다리 아래에서 탁족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으리라. 길안면은 안동시 남동쪽에 있으며 면의 북부산지에는 반변천이 곡류를 이루고 흘러 그 지류인 길안천이 면의 대부분을 경유하면서 흐른다.여름날 돗자리에 파라솔에 그늘막을 치고 길안천 다리 아래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은 안동 사람들에겐 그만큼 흔한 일이다. 추억 속 사진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옛날에는 솥단지 걸고 가져온 음식을 끓여 먹거나 평평한 돌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다. 또 낚시한 고기를 요리하거나 물속 돌 아래 옹기종기 붙어있는 골부리를 잡기도 했다. 골부리는 흔히 다슬기라고 부르는데 맑고 깨끗한 길안천 골부리가 유명한 만큼 길안장터에는 성업 중인 골부리 식당이 여러 곳이다. 맛도 있으니 별미를 원한다면 먹어도 후회 없을 듯하다.할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온 길안 다리 밑 피서는 실내 수영장과 풀빌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곳이다.아이들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작은 돌로 이끼며 풀을 찧기도 하고 풀벌레의 행방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통째로 들고 온 수박을 담가놓고 잘라먹는 대신 이제는 집에서 예쁘게 도시락에 담아와 먹는 것이 달라졌을 뿐, 세대불문 여름 피서는 역시 시골 다리 아래 탁족이 최고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3

지혜롭게 ‘삼복더위’ 나기

산청 수선사 계곡.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이 있다. 삼복지간(三伏之間)이란 초복에서 말복까지를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름철 가마솥더위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예보에 시원한 계곡과 바다가 간절하다. 에어컨 바람이 숨통을 틔우나 싶지만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외려 더 숨통을 조이고 또 다른 고통으로 냉방병이 생겨났다.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은 논이 비좁도록 벼 포기를 빽빽이 늘이며 거침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한다. 그러나 부지런한 농부는 그 햇살이 버티기가 힘들다. 예로부터 여름철의 습하고 무더운 날씨로 인해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고자 영양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높은 보양식을 삼복기간에 챙겨 먹었다. 나고 자라고 거두고 감추는 순리에 따라 모든 생물이 무섭도록 자라는 무더운 여름철에 농부가 힘을 내어 부지런을 떨어야 거두어들이는 가을 추수가 풍성해진다.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은 풍습으로 내려오는 속절(俗節)로서 15일 간격으로 태양력을 따르는 24절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초복은 낮이 가장 길다는 절기인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 말복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 된다. 옛사람들은 날짜를 육십갑자로 꼽았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기간은 30일이다. 올해 초, 중, 말복이 7월 15일(庚辰), 7월 25일(庚寅), 8월 14일(庚戌)로 초복과 중복은 10일, 중복과 말복은 20일 간격이다. 기간이 길어진 말복을 월복(越伏)’이라고도 한다.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복은 대개 절기상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사이로 7월 중순경이다. 중복은 장마가 마무리 되는 7월 말로 습하고 무더운 기운이 한층 더 해 여름휴가와 맞물려 산과 바다로 피서객이 몰리기도 한다. 절기상 입추가 지나 맞이하는 말복도 8월 중순경이지만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삼복 기간이 여름철 중 가장 덥다.삼복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하는데 삼복이 굳이 경(庚)일인 이유는 무엇일까?동아시아 전통 역학 원리 중 하나인 천간(天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십간으로 구성된다. 이때 일곱 번째 천간인 ‘庚’은 ‘성숙해진 만물이 그 모습을 바꾼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木, 火, 水, 金, 土 오행 중 ‘금(金)’을 나타낸다. 金은 가을을 뜻하며 만물의 기운이 팽창에서 수축으로 바뀌어 견고하게 열매가 여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의 쌀쌀한 金 기운은 찬 서리를 내려 여름내 자란 초목을 엄숙히 죽이며 천지의 숙살지권(肅殺之權)을 장악한다. 庚金은 양(陽)의 기운이다. 이렇듯 경일로 정해진 복날은 뜨거운 여름의 기운과 서늘한 가을의 金 기운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삼복(三伏)의 복(伏)은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세 번 엎드려(伏) 굴복했다는 설도 있고, 사람이 여름철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해 개처럼 엎드려(伏) 있는 날이라는 설도 있다.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기원전 676년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내며 개를 잡아 충재(蟲災·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고 개고기를 먹으며 열독을 다스렸다고 한다. 개고기 먹는 풍습은 이때부터 생겨났다. 그러나 2027년부터 시행될 ‘개식용 금지법’으로 보신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삼계탕, 장어, 염소탕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다가오는 말복에도 조상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이열치열의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며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강건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해야겠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8-08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손님맞이

“고디 주스러 가자.”한마디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연차를 쓰고 누군가는 여름휴가 중 하루를 써서 이제는 대구가 된 군위에 모여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외갓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과 삼겹살을 구워 둘러앉아 네가 많이 먹었네, 내가 많이 먹었네 하하호호 웃으며 먹었다. 부른 배를 퉁퉁 치며 영천까지 장을 보러 가서 더운 땡볕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에 모두들 웃음을 되찾았다.고등학교 이후 십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보지 못했던 터라 기대도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대로 였다. 변한게 있다면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것. 사촌 조카와 소, 강아지, 고양이 식구가 생겼다. 사촌 조카는 이모라 부르며 따라다니고, 새로운 식구를 알아보았는지 다가가니 얼굴을 들이미는 소와 손을 내미니 악수하는 것마냥 자신의 앞발을 올려주는 강아지와 쓰다듬어 달라며 애교부리는 고양이까지 모두가 정겨웠다.수박으로 무더운 여름을 물리치고 저녁식사론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씩 후, 집안 대청소를 했다. 혼자서는 귀찮았을 대청소도 모두 함께 힘을 합치니 금방 끝났다.저녁에 오신 작은 외삼촌이 사촌 조카가 쓰던 장난감과 어린이용 자동차를 가져오셨다. 이모네 사촌 조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먼 거리에도 가득 가지고 오셨다. 조카들은 장난감이 쏟아지자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시민기자에게도 놀아달라며 떼를 쓰기도 했다. 조카들은 밖으로 나와 어린이용 자동차를 보자 더 신이 났다. 깜깜한 밤이 무섭다며 나오지 않으려다가도 한 번 타보자 다시 들어가기 싫어했다. 본래 우리의 목표였던 다슬기 줍기는 냇가에 물이 없어 아쉽게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자동차 놀이로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다시 집으로 오는 길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이용하여 천천히 추억을 함께 되뇌었다. 사촌오빠는 ‘누구보다 가족이 제일’이라는 말이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서른이 넘어가며 마음 깊이 느껴진다고 얘기하며 그날 하루의 행복을 전했다. 그리고 일 때문에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사촌 동생은 통화로 어린 시절, 매주 주말마다 만나 같이 놀고 같이 일하며 함께 보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리운 시절을 추억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도 따스하게 채워졌지만 깻잎, 물김치, 복숭아 등 서로 나눈 맛있는 음식까지 눈에 보이는 사랑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4-08-08

솔숲 거닐며 한 줄기 바람 느끼기 봉화 금강송 숲길 체험 어때요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피부에 닿는 청량한 감촉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봉화 금강송 숲길은 더위에 지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한다.복잡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청량한 솔숲의 공기, 시원한 계곡 바람과 함께 산책하듯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이다.봉화 춘양면 서벽리 금강송 소나무 숲길은 3㎞ 정도의 완만한 경사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다.30m가 훌쩍 넘는 아름드리 금강송은 장관을 이룬다. 잘 정리된 탐방로 곳곳에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청량감을 더하고, 높게 뻗은 소나무들은 허공에서 부딪히거나 뒤엉키지 않고 섬세하게 공간을 유지한다.숲의 숨결이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고, 편안한 자연의 품처럼 다가온다. 산림청의 ‘산림레포츠 숲’으로 지정된 이곳은 금강송 군락지로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다.얼마 전 개통된 동서트레일 47구간이 이곳을 지난다. 완만한 경사에 탐방안내소와 숲 해설가가 있어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한 정자, 숲과 잘 어울리는 통나무로 만든 벤치가 곳곳에 자리해 여유로운 송림욕을 할 수 있다.금강소나무는 곧고 마디가 길며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다. 최고의 목재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고 왕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됐기에 일반인은 벌채가 금지되기도 했다.일제강점기에는 수탈 때문에 무참히 베어졌고, 벌목한 금강소나무는 영주역으로 운반돼 기차를 통해 부산으로 이동, 일본으로 실려갔다. 금강송은 붉은빛이 돌아 적송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봉화 지역의 금강송은 재질이 뛰어나 지역 명칭을 사용한 춘양목이라 불리게 되었다.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로 집을 지어 살았고, 소나무로 밥을 짓고, 양식이 부족한 시절엔 송기를 내어 양식 대용으로 삼다가, 생을 마감할 때는 소나무 관에 담겨 잠들었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나무였다.금강소나무는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가구 등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보호됐다.소나무의 단면이 붉고 바깥쪽이 누런 것이 사람의 내장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황장’이라 불렀고, 현재 목조문화재 대부분은 금강송으로 만들어져 있어, 이들을 보수·관리용 목재 생산을 위해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1500여 주의 금강송소나무는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다.솔숲의 맑은 공기와 음이온, 피톤치드를 마시며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얻는 곳. 사시사철 푸른 싱그러움과 위엄으로 소나무의 위상을 말해주는 공간으로 가보면 어떨까. 걷다가 쉬어가고 싶다면 정자에 앉아 심호흡 한 번 크게 하며, 신선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바람 소리에 화음을 맞추듯 계곡 물소리 또랑또랑한 아름다운 길이라 혼자 걷기에 아까울 정도다.어제 같은 오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함과 삶의 고단함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일상의 멍에를 잠시 벗어놓고 봉화 서벽 금강송 소나무 숲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자. /류중천 시민기자

2024-08-08

교육발전특구, 포항만의 모델을 가져야

지난달 30일, 정부의 교육발전특구 2차 시범지역 지정이 있었다. 경북은 5개의 시·군(김천시, 영주시, 경산시, 영천시, 울릉군)이 지정되었다. 이로써 포항과 구미가 포함된 1차 시범지역 지정 8곳과 함께 경북은 13개의 시·군이 교육발전특구가 되었다. 대구는 1차에서 광역지자체형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이들 지역은 교육부에서 매년 30억 원 등 총 60억 원의 재정지원과 함께 학교 복합 시설 사업, 협약형 특성화고 등 교육부 공모 사업 선정 때 가점과 각종 교육 관련 특례를 지원받게 된다.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다시 관리지역과 선도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관리지역은 1년 단위로 평가해 보다 더 강화된 지원을 받게 되고 선도지역은 3년간 시범 운영하게 된다.교육발전특구란 교육의 힘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유아기부터 고등교육까지 유능한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이다. 여기에다 교육청과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대학, 기업 등의 기관들이 협력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 맞춤형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의 기회로도 이어진다.정부가 올해부터 지방시대를 맞아 시행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정책인 교육발전특구 지정의 배경에는 수도권으로 집중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것에 비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고, 지역 청년들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와 교육, 문화 등이 없는 지역을 떠나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잘 닦여진 수도권으로 너도나도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교육과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지역의 청년들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높은 생계비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일하고자 하는 의욕은 잃어버리고 불확실한 미래에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반대로 지역의 상황은 믿기지 않는 0명 대의 출산율과 초고령화 사회가 맞물려 지역 소멸 시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교육발전특구에서 시범지정된 지역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한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1차에 시범지정된 포항은 첨단과학과 신산업을 견인할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진모델로 정하고 있다. 또 공교육 강화와 지역정주 여건 개선, 유아교육부터 초·중등 교육에서 자리를 잡고 대학교육이 활성화 되게 하는 계획이다. 고등교육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연계한 ‘포항형 3+2+2 교육과정을 내세워 대학의 기초과정, 학사학위 취득 등 대학, 참여기관 간 협업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하는데 올해는 이차전지융합과가 대표적이다.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인재를 구하는 것이라 한다. 이를 위해 기회발전특구와 함께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포항은 이차전지산업을 통한 투자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경북에서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시·군에서는 지역의 여건에 맞는 모델들을 내세우고 있는데 포항에서도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좀 더 새로운 포항만의 모델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8-06

경주 어린이박물관 학교를 아시나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힘들던 시절. 1954년 10월 10일,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학교가 열렸다. 누구든 올 수 있으며 수업료는 절대 받지 않는다. 그리고 수업은 존댓말로 한다. 보상화 꽃잎처럼 맑고 깨끗하게 꽃피워 향토의 문화유산을 가꾸는데 앞장서는 마음을 지니길 바라는 뜻을 담은 학교. 경주 어린이박물관 학교가 개교한지 벌써 70년이 되었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가족과 함께 나섰다. 박물관 학교 출신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남편은 자신이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윤경렬 선생님을 따라 남산을 자주 오른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다고 했다.모든 관람객은 71기 특별반 학생이 된다. 전시가 시작된 16일부터 종료되는 9월 22일까지 특별전에 참석하는 모두가 71기 특별반 학생이 될 수 있다. 특별전엔 개교역사, 교가, 수업 과정, 교과서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간단한 체험과정을 통해 수료증 발급이 가능하다.전시장에 들어서자 영상물이 상영 중이다. 당시 국립박물관 경주분관 관장 진홍섭, 공예작가 윤경렬, 문화고등학교 교감 이승을, 경주분관 학예연구사 박일훈이 만든 목요회, 어린이 박물관 학교의 씨앗이 싹트던 그해 여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맞은편엔 환등기가 전시되어 있다. 환등기는 1955년 국립박물관이 지원해 1980년대까지 수업이 사용되었다고 한다.곧이어 전시장 내 비치된 프린터를 이용해 학생증부터 발급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학생증이 출력되자 아이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그 관심을 모아 입구에서 가져온 리플릿에 도장을 찍으며 5교시 수업에 참여했다. 도장은 석가탑, 금관, 신라인의 미소 등 저마다 다른 다섯 가지 모양으로 준비 되어 있다.1교시는 교육과정을 살펴보기다. 그리고 2교시 교재, 교본 공부. 터치 화면을 통해 교과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다기엔 난이도가 상당하다. 3교시 쓰고 그리고 만든 문화유산들을 전시, 4교시 버스를 타고 고적 순회하며 답사하기, 5교시 배우고 익힌 내용 들로 시험 보기까지 완료하면 보상화 꽃 도장이 찍힌 수료증이 완성된다.그중 어린 관람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수업은 4교시였다. 두 가지 색의 장난감 버스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도장 찍기에 바빴던 어린이는 5교시에 이르러 고전을 면치 못했다.그 외 전시장 중간중간 비치된 헤드셋과 화면을 통해 당시의 목소리들과 졸업생의 소감 등을 들을 수 있는데 아이는 무척 신기해하며 모두 찾아들었다. 스피커 너머에 들려오는 오래전 목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시간을 초월한 느낌마저 들었다.전시장 마지막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자신이 몇 기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과 71기 특별반 학생 아들은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전시장을 나와 수묵당과 고청지를 둘러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4-08-06

냇돌을 채워 만든 영혼의 집 금관총

뜨거운 여름이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한참 더 높아 활동하기에 힘겨우니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경고 문자가 매일 당도한다. 열대야의 연속이지만 휴가 기간이라 가만히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이런 날씨에 즐기기 좋은 곳으로 찾아갔다. 경주는 폭염 속에서도 붐볐다. 신라고분정보센터에 주차장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니 꽉 찼다. 다행히 직원이 나와서 금관총 보러 왔느냐고 물어보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밖은 용암이 끓어 넘칠 것 같지만 금관총에 입장하니 서늘하다. 해설사가 설명해주던 것을 요즘엔 터치스크린을 통해 영상과 설명이 함께 흘러나와 앉아서 즐기기에 좋았다. 금관총의 발견과 발굴에 얽힌 사연을 찬찬히 들려준다.1921년 9월 어느 날 경주의 중심가였던 노서동에서 집을 짓고 있었다. 집주인은 집터의 낮은 곳을 고르기 위해 주변 언덕에서 흙을 파내어 썼다. 그런데 이 흙 속에서 아이들이 구슬을 발견해 갖고 놀았다. 일경이 이를 우연히 보았고 흙을 파냈던 언덕에서 유물들이 드러난 것을 확인했다. 그 언덕은 바로 무덤이었다. 조사한 결과, 뜻밖에도 신라 금관이 처음으로 출토되어 ‘금관총’이라 이름 붙였다. 묻힌 이는 머리에 금관을 쓰고, 금귀걸이, 목걸이, 금제허리띠, 금팔찌, 금반지 등을 차고 있었다. 머리 위쪽의 부장궤 속에는 여러 그릇, 장식품, 무기 등 많은 보물을 넣었다.금관총 출토품은 연구를 위해 서울의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졌으나, 1923년 경주에 금관 등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금관고’라는 건물을 짓게 됨에 따라 경주박물관으로 돌아왔다. 금관총의 축조 연도는 500년 전후로 추정한다. 2013년 발견된 검에서 이사지왕이라는 글이 확인되었고, 또 2년 후인 2015년에는 금관총 재발굴에서 ‘이사지왕도’라고 새겨진 칼집 부속구가 추가로 더 확인되었다. 이 발견으로 금관총의 주인은 이사지왕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사지왕이 신라 56대 왕 중의 한 분인지는 여러 주장이 있어 분명하지 않다.보물에만 욕심이었던 일제는 3일 만에 발굴을 끝내버려 여러 정보를 놓치고 말았다. 최초 발굴 이후 2015년 3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재발굴조사를 했고, 일제 강점기 당시의 졸속한 발굴의 한계 및 오류를 바로잡고, 돌무지덧널무덤의 원형을 복원했다. 여기서 무덤의 주인에 대한 단서인 이사지왕 명문,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 과정에서 목조가구를 세우고 냇돌을 채웠다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 이후 천마총처럼 무덤 내부를 관람할 수 있게 보존전시공간을 건립했다. 금관총 너른 창으로 봉황대에 솟은 나무와 파란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져 금관총을 들여다본다. 밤이 되면 조명을 밝혀둬서 이 창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왕릉에서 즐기는 밤산책의 낭만이다.맞은편에는 몇 걸음만 가면 신라고분정보센터다. 금관총 입장권으로 입장 가능하다. 실감영상을 보러 커튼 안으로 들어섰다. 쏴아아~, 문무대왕릉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발이 젖는 느낌이다. 감은사지 위를 휘돌아 천마총을 슬쩍 뛰어넘고 대릉원을 높은 하늘에서 조감한다. 고분 사이로 금관총을 쌓는 신라인들의 노고가 보인다. 커다란 달 속에 능의 주인이 눕는다. 능, 묘, 총, 분의 차이를 눈에 쏙 들어오게 만든다. 정보센터 옥상에 오르면 금관총 부근의 고분군이 다 내려다보인다. 경주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는 것도 볼 수 있다.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고분모형놀이방과 인터렉티브체험방에서 유물을 터치하며 참여하는 느낌으로 신라 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알 수 있다. 무더운 여름방학과 휴가 기간에 딱 맞는 장소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8-06

푸른 슬픔과 맑은 눈물로 짜여진 어머니 사랑

아침 카톡 단체방에 친정 엄마가 오셔서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문득 ‘엄마’하고 소리내어 부를 엄마가 있는 그분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면 엄마 생각이 더욱 난다. 유래없는 더위로 한반도가 절절 끓었던 1994년이 생각나서이다. 엄마는 지독한 그해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일하는 도중 쓰러져서 돌아가셨다. 오십 대 중반의 아까운 나이였다. 엄마란 존재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그리운 대상이리라. 어머니를 안타까이 그리는 시 한 편에 빠져본다. ‘새벽이면 베 한 필이 완성되었습니다/ 밤을 새워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 청상(靑孀)이 된 자신의 슬픔을 베로 짰습니다/ 그녀가 짠 베는 언제나 결이 곱고 부드럽다며/ 시장에 내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갔습니다/ 한 올 한 올 베가 짜질 때마다/ 그녀의 눈물도 베와 함께 짜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팔려나간 베는/ 자식들의 밥이 되고 옷이 되고 환한 웃음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가진 재주는 오직 베를 짜는 것/ 그리고 밤을 새우며 일을 하는 것/ 그녀가 짠 베가 몇 필이나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아침 나는 어머니께서 짠 베가/ 담장 안 앵두나무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슬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부드럽고 윤기가 나는 아름다운 베 한 필/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 고운 베 위에 앉았습니다/ 또 한 필의 베가 팔려나갈 모양입니다’ - 황봉학 ‘어머니의 베틀’ 전문베틀은 이젠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희귀한 물건이 되었다. 지금 학생들에게 베틀을 아냐고 물으면 고시대의 유물쯤으로 치부하리라. 하지만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베틀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살림 도구였다. 청상이 된 고단한 몸의 어머니에겐 어린 자식들 먹이고 입힐 방법은 오직 베를 짜는 일 밖에 없었을 것이다. 긴긴 밤 어둠이 삭고 삭아 부옇게 흐려지는 새벽녘까지 어머니는 베를 짜고 또 짰다. 끊임없이 교차되는 씨실 날실마다 푸른 슬픔과 맑은 눈물이 함께 짜져 결 고운 한 필의 베가 되었다. 베를 팔아 자식들 밥을 먹이고 옷을 사고 공부를 시키며 어머니의 젊은 날은 철컥철컥 멈추지 않는 베틀 앞에서 다 흘러갔다. 그래도 자식의 환한 웃음만이 삶의 낙이었던 어머니. 그 숱한 밤 어머니가 짠 눈물의 베는 몇 필이나 될 것이며 슬픔의 베는 또 몇 필이나 될 것인가.그렇게 어머니의 베를 팔아 어른이 되었고 또 시인이 되었으리라. 그 또한 어머니를 닮아 긴 밤 잠들지 못하고 씨실 날실의 언어를 촘촘히 엮어 시를 짜느라 새벽을 맞이했을 것이다. 무형의 베틀에 앉아 그가 짜는 시에는 어떤 간절함이 함께 짜진 것일까. 삶은 이렇듯 보이지 않게 대물림 된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짜맞추어 넘겨준다. 우리는 그 힘으로 새로운 삶을 짜 나간다. 철컥철컥 베틀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아도 끊임 없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어준다./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01

자랑스런 문화유산 ‘수원화성’ 답사기

지난 7월 20일 수원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어린시절부터 매일 일기를 쓰고 그것을 간직하는 친구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짧더라도 매일 기록하는 그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그 다음날인 7월 21일은 수원화성사진을 감상했다.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세계에서 인정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우리기 지금 볼 수 있는 수원화성의 모습은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지나오면셔 심각하게 파괴되어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재건되었기 때문이다. 재건된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화성 계획 설계도가 아주 구체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전 모습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수원화성은 정조 18년인 1794년 2월에 착공하여 정조 20년에 축성을 완료하여 2년 8개월 만에 완공하였다. 수원화성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조의 효심으로 축성되었다. 정조의 아버지는 영조의 둘째아들로 세자에 책봉되었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이다. 정조는 이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를 후대가 기억했으면 했으리라. 정조는 아버지의 능침을 양주 배봉산에서 풍수리지상 조선 최고의 명당으로 알려진 수원 화산으로 옮겼다.화성하면 정약용의 이야기도 뺄 수 없다. 규장각 문신이었던 정약용은 정조와 함께 화성 건설을 계획했다. 화성 건설 이전, 1789년 정약용은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행차할 때 건널 배다리를 설계하여 그 공을 인정받았다. 이에 정조는 정약용에게 화성 설계를 맡긴 것이다. 정약용은 기존 성곽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의 건축술과 서양의 과학기술을 모두 동원하여 돌과 벽돌을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성곽을 생각했다. 그리고 1792년 화성 축성 계획안을 완성했다. 뿐만아니라 2만5000근을 들어올리는 새로운 장비 거중기를 만들어 공사를 진행하였다. ‘화성성역의궤’는 화성을 짓는 방법과 짓는데 사용된 모든 기계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01

탄소중립 위한 작은 실천, 온난화 늦춘다

재활용 플라스틱 분리수거함 모습. 국지성 호우가 여름 장마를 대신해 발작적으로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실감한다. 장마 끝 역대급 폭염도 연일 예보 중이다.태양열이 지표면에서 반사된 열을 우주로 탈출하지 못하게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온실가스다. 이를 ‘온실효과’라고 하는데 이 덕분에 지구는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환경을 유지한다. 만약, 지구의 비닐하우스 역할을 해주는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영하 19도까지 떨어져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행성이 된다. 온실가스 덕분에 지구는 평균 기온이 약 14도로 인류가 살기에 적당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온실 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이 있으며 그 외도 산업 과정에서 생겨나는 육불화황,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염화불화탄소 등이 있다.18세기 이후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자본시장은 시장경제와 생활양식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활발한 산업 활동은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며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했다. 이는 지구의 온도를 과도하게 올리는 역할을 하며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충 번식으로 인한 질병과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한다.‘성형하기 알맞다’라는 뜻을 지닌 플라스틱은 인공적인 합성물질로 상아(象牙)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을 대신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구했다. 1909년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 발명으로 플라스틱이 개발된 이후 지구인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짧은 기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의 99%는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며 세계 총 석유 생산량의 8~10%가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된다.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생겨난다는 미세플라스틱 알갱이인 마이크로비드는 하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그를 먹은 물고기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리 없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자본가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산업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5차 플라스틱 오염문제 국제회의(국제 플라스틱 협약)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줄여 과도하게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자는 취지로 170개국이 참여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ESG운동은 기업의 친환경 정책,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 또한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줄기, 가지, 잎 및 뿌리 등에 많은 탄소를 저장하여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변환시켜 배출한다. 그러나 산불로 인해 타거나 벌목을 당할 때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대량 배출하므로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재해 발생 지역에 어린나무를 심어 자라는 동안 탄소를 잘 흡수하는 건강한 숲으로 가꾸어 탄소 순환을 지속시킨다.‘탄소발자국’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말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하기, LED전구 사용하기,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 선택하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 사용하기, 종이타월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물티슈 사용 자제하기 등이 있다. 탄소발자국을 염려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에 큰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01

배롱나무꽃 유혹하는 안동 병산서원으로 오세요

매일 조금씩 백일을 이어 피는 꽃, 백일홍. 백일홍의 다른 이름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배롱나무는 뜨거운 여름에 꽃을 피운다. 오월의 장미만큼 강렬한 색상으로 초록의 계절에 존재감을 뽐낸다. 안동에서 배롱나무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안동사람들은 단연 병산서원을 꼽는다.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조선 중기의 서원인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중 하나이다. 본래 풍산 상리에 고려 중기부터 풍산류씨의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이 있었는데 200년이 지나고 서당 주위로 가호가 늘고 길이 들어서면서 서애 류성룡의 권유로 현 위치로 옮기고 ‘병산서원’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병산서원 앞으로는 아름다운 낙동강이 흐르고 병풍을 둘러친 듯한 병산이 펼쳐져 있다. 한국 최고의 고건축물답게 입구를 지키고 선 복례문,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강학공간 만대루, 서원의 중심인 입교당, 서애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고 위판을 봉행한 존덕사 등과 서원 속의 정원인 광영지까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공간이다.외삼문인 복례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배롱나무가 마주하고 늘어서 있고 서원의 내삼문인 신문(神門)앞에는 수령 400년을 앞둔 보호수 배롱나무가 만개해 있다. 긴 장마도, 한여름의 무더위도 배롱나무꽃을 시들게 하지 못한다.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배롱나무가 만개하는 시기이니 서둘러 병산서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보기를 권한다. 병산의 산수를 마주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학문을 닦아 마음을 깨끗이 하고 세상의 바른 이치를 깨달으라는 서애 선생의 정신이 깃든 곳으로 말이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폭염 대비, 건강한 여름나기의 자세

연일 폭염 소식이다. 장마가 끝나고 30도가 훌쩍 넘는 기온은 당연하다는 듯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부르고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외출하고 돌아오면 에어컨부터 찾게 되는 요즘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지난달 대구지방기상청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22.8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도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확률이 50%가 넘어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무더위와 함께 체온이 상승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특히 슬기롭고 건강한 여름나기가 필요해 보인다.먼저 폭염은 폭서, 불볕더위와 같이 매우 심각한 더위를 말한다. 기온과 습도를 고려하는 체감온도 기준으로 최고기온이 33도나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 폭염특보(폭염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또 열사병, 열탈진, 땀띠, 두통, 무기력 등과 심각한 탈수 증상 등 건강에 여러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듯 폭염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재난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폭염 사망자 수는 총 59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태풍과 호우에 의한 사망자 수 211명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숫자이다.폭염에는 특히 온열질환으로 대표되는 열사병과 열탈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방치하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은 열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에 발생하게 되는데 특히 열사병은 열탈진보다 더 위험하고 증상이 심각하다. 과도한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는 작업공간, 운동 공간 등에서 열 발산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으면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 신경계 이상, 경련 등이 나타난다. 특히 만성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나 고령자와 독거노인, 어린이, 야외 근로자 등 취약 계층에게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하지만 이런 온열질환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예방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이 수분 섭취다. 여름철 체온상승으로 인해 우리 몸은 수분을 빠르게 소모하게 되는데 이때 충분한 수분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수 현상이 발생한다. 단순한 갈증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물은 최소 8잔 이상을 마시는 것이 좋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마시기 어려운 경우는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분 섭취는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도와주고 체온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게 한다. 또 뜨거운 음식과 과식을 피한다. 샤워를 자주 하고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어 시원하게 지낸다. 낮에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삼가고 만약 낮에 활동할 경우는 창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꼭 착용한다. 운동 시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활동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온과 폭염특보 등의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고위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주·정차된 차에 어린이나 노인 등을 혼자 두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포항시민 이 모(43·포항시 남구 오천읍) 씨는 “대단한 폭염이다. 에어컨 찬바람이 싫어도 열흘 전부터 쉴새없이 가동하고 있다. 물 자주 마시기 등 알고 있지만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예방수칙들을 잘 지켜 폭염을 대비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복숭아야, 영덕의 여름을 부탁해

7번 국도를 따라 여름휴가를 떠났다. 어느 순간, 길이 붉은 꽃으로 덮였다. 영덕군으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영덕은 여름이면 배롱나무가 길가를 붉게 물들인다. 또 붉은 것 한 가지는 복숭아다. 분홍빛 복사꽃이 영덕의 봄을 장식하더니, 여름이 한창인 7월 말에 향긋하게 익었다. 7번 국도변에 농장 이름표를 붙인 천막이 곳곳에 나 앉았다. 잘 익은 복숭아가 붉은 꽃처럼 상자에 담겨 달리는 차를 불러세운다.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터라 영해휴게소에서 아침밥을 먹기로 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건물 오른쪽에 복숭아 장터가 열렸다. 2024년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판매를 한다고 한다. 각 농장에서 한 부스씩 자리 잡고 자신들의 농산물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 산지에서 바로 따온 싱싱하고 질 좋은 복숭아를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남산리 마을회관 앞에도 장터가 열리니 내려갈 때 이용하면 좋겠다.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갓길에 차를 멈췄다. 지인에게 줄 선물로 복숭아가 좋을 것 같아서다. 상인은 일단 칼로 한 조각 오려내 입에 넣어주며 그냥 돌아서지 못하게 입을 막았다. 우리를 보고 여러 대의 차가 더 멈췄다.복숭아 종류를 물었더니 황도와 오도로끼 두 종류라고 했다. 발음이 어려워 다시 묻자 경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단단한 복숭아다. 옆에 황도는 말랑하니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오도로끼는 10일에서 20일 정도, 딱 이 시기에만 수확하고 판매되는 복숭아라니 먹고 싶어도 이때 아니면 지나칠 수 있다고 한다. 얼른 한 상자 샀다.복숭아의 종류는 껍질에 나는 털의 유무에 따라 크게 털복숭아와 천도복숭아로 구분한다. 털복숭아는 다시 과육 색에 따라 보통 백도와 황도로 나뉘는데 블러드 복숭아라고 해서 살이 아주 진한 붉은색에 향기가 매우 진한 종도 있다.어릴 적 몸살을 크게 앓으면 열에 들떠 입맛이 없어진 손녀를 위해 할아버지는 동네 유일한 점빵에서 통조림을 사 오셨다. 둥근 캔을 꾹꾹 눌러 따서 달콤한 국물과 함께 말갛게 껍질이 사라진 황도를 먹여 주셨다. 숟가락으로 자르면 쓰윽 온순하게 조각이 나는 통조림 복숭아를 먹고 다음 날 순순히 털고 일어났었다. 가끔 달콤한 그 맛에 이끌려 조금 아픈 날에도 더 아픈 시늉으로 할머니 애를 끓게 했었더랬다.과육의 단단한 정도로 경육종(딱딱한 복숭아)과 용질성(말랑한 복숭아)으로 나누기도 한다. 말랑한 것이 당도가 높아서 인기는 말랑한 것이 훨씬 좋은 편이나,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은 당도와 수분이 적은 단단한 것도 좋아한다. 이것을 물복, 딱복이라 부르며, 이렇게 복숭아가 제철일 때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물복 vs 딱복으로 탕수육의 부먹 vs 찍먹 급의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복숭아 잘 고르는 팁을 물으니 별거 없다고 했다. 딱딱한가 만져 보고 색이 선명한 것을 고르라고 했다. 하루 이틀 후숙하면 더 맛있다.또한 조선시대 농서인 ‘증보산림경제’를 보면 “우물가에는 꽃 심는 것을 꺼리고 더욱이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을 꺼린다”라고 적혀 있다. 사실 복숭아와 같은 과실나무를 우물가에 심지 않은 것은 매우 지혜로운 일이다. 복숭아심식나방과 같은 벌레들이 많이 꼬여 식수로 사용하는 우물이 오염될 수도 있으니까.복숭아는 밤에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벌레 먹은 복숭아를 불을 끄고 먹게 한 선조들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복숭아의 폴리페놀 성분이 야맹증에 좋단다. 복숭아를 먹으면 밤눈이 밝아진다니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 과일이다. 물복이든 딱복이든 이 시절에 많이 먹어두길 당부한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장맛비 지나간 뒤의 소고

밤 사이 억센 장맛비가 쏟아진 후 세상이 청명하다. 비에 푹 젖었던 나뭇잎은 좀 더 짙어지고 멀리 기찻길 옆으로 개망초꽃이 흐드러졌다. 푹푹 찌던 기온도 잠시 누그러졌고 창을 넘어 온 바람이 시원함을 주고 간다. 아파트 뒤쪽으로 보이는 주택에 사시던 할아버지 어느날부터보이지 않아도 그 집 마당의 노란 꽃은 올해도 여전히 피었다. 들판에는 초록물감을 쏟아놓은 듯 벼들이 자랐다. 밭둑에서 흔들리는 옥수숫대, 보랏빛 꽃들이 펑펑 터진 도라지밭, 그 위를 목 쉬는 줄도 모르고 울어대는 매미들. 이제 여름은 익을만큼 익었다.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 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먼지 1%/ 돌 15%, 노을 1.99%, 낮잠 11%, 달 2%/ (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 (아차, 지렁이도 있음)//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새인데 그들에게 저는 한 번도 출연료를 지불한 적이 없습니다 마땅히 공동저자라고 해야 할 구름과 바람과 노을의 동의를 한 번도 구한 적 없이 매번 제 이름으로 뻔뻔스럽게 책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작자미상인 풀과 수많은 무명씨인 풀벌레들의 노래들을 받아쓰면서 초청 강의도 다니고 시 낭송 같은 데도 빠지지 않고 다닙니다”- 손택수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부분나도 산과 구름과 달과 논과 나무와 놀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자란 산골 동네는 그런 것 외에는 친구가 없었으니까. 눈만 뜨면 산과 놀고 구름과 매미소리와 나무 그늘과 놀았다. 풀과 꽃과 친구하면서 시인을 꿈꾸었고 붉게 노을이 하늘을 덮으면 주체할 수 없이 설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나를 버리고 손택수 시인과 동업을 했는지 내 시는 아직도 길을 못 찾고 오리무중 헤매고만 있다. 시인은 출연료도 저작권료도 지불하지 않았다는데 그럼 이제 내게도 좀 와줄 만 하건만. 누가 들으면 실력 없는 감독이 배우 탓만 하고 있다고 타박할지 몰라도 어째 내 연출 실력은 영 신통찮다.그런들 어떠랴. 창을 넘어오는 뭉게구름의 푹신함에 빠져보다가 마음을 홀딱 뒤집어 놓고 가는 팬플룻의 소리에도 취해보다가 활자 중독자들의 대열에 끼여 열심히 또 시를 읽는 오늘이 이만하면 행복한 거 아니겠는가. 짐승도 내 편한 자리는 안다는데 열심히 하다보면 저 산도 들도 바람도 당나귀도 간절히 기다리는 내 마음을 알고 내 시에 고개를 들이밀고 찾아올지 모를 일이니. 괜찮은 시 한 편 얻는다면 다소간의 출연료를 지불할 의향도 있으니 말이다.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5

견주의 버려진 양심

며칠 전 큰 개가 주택 골목 전봇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생리현상에 충실한 모습을 대문을 나서다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개운함으로 온몸을 털어대던 개는 주인이 당기는 목줄에 순응하며 가던 길을 갔다. “저…, 아저씨 이거 치우고 가셔야죠?”라는 나를 힐끔 쳐다보던 개 주인은 유유히 걸어가다 저만치서 뒤돌아보며 호기 넘치게 한마디 던졌다. “거기가 니 땅이가!!” 너무 어이없음에 난, 어깨 추스름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개똥은 다음날 차바퀴에 짓눌려 골목에 한 줄로 나란히 간격을 유지하며 늘어섰다. 개 주인은 정겹게 늘어 선 그것을 보며 희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알 수 없는 천차만별 심리는 수천 년에 걸친 그 많은 철학자의 명언들에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다.철길 숲을 걸으며, 쓰레기를 버리거나 애완견 뒤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가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는 남이 볼 때와 보지 않을 때 달라진다. 가끔 비닐 봉투와 집게를 챙겨들고 플러깅을 하다보면 언제 버렸는지 구석구석이 쓰레기들이다. 테이크아웃의 투명 컵은 곳곳에 놓여있다. 가끔 풀숲에 던져진 검은 비닐봉투를 줍고 보면 애완견 배변봉투가 들어있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버려진 양심은 주울 수가 없다.대학에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그 홀로 있을 때 삼가라(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君子 必614E其獨也)’라는 말이 나온다. 퇴계 이황의 평생 좌우명이기도 하다. 공자와 맹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인간이 아니며 가르칠 수도 없다(無羞惡之心 非人也)’고 했다. 부끄러움을 알고 남이 보지 않을 때도 양심을 챙겨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군자다. 군자 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대한민국 헌법 제19조에 ‘모든 국민은 양심에 자유를 가진다’라고 되어있다. 우리는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양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그 양심의 옳고 그름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양심(良心)’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옳음과 그름, 선함과 악함을 분별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려는 의식’이다. 애완견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애완견을 사랑하는 애완견주들의 선하고 올바른 양심이 절실하다.골목에 개똥이 또 보인다. 견주가 치우지 않고 방치한 그것은 밤길에 사람이 밟기도 하고 차량 바퀴에 눌리기도 하며 많은 이에게 불쾌감을 선물하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2027년부터 시행 될 ‘개고기 금지법’이 통과된 후 이미 개들은 복날로부터도 자유롭다. 지난 복날 많은 사람이 보신탕 대신 삼계탕, 염소탕, 장어 등을 즐겼다는 뉴스가 있었다. 자식처럼 사랑받는 애완견들은 잘 가꿔진 포항 철길 숲 공원을 사람들과 함께 즐긴다.애완견의 뒤처리를 하지 않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견주로 인해 동네 주민들은 힘들다. 전봇대에 뒤처리를 부탁하는 글을 붙여놓기도 하지만 안하무인이다. 동네입구에 ‘애완견 골목 출입 금지’ 플래카드를 걸자는 주민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견주들은 애견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애완견이 많아지는 만큼 견주들의 인식 수준도 높아지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5

침산공원을 거닐다

대구광역시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침산공원에 다녀왔다. 저녁 식사 후 소화를 돕기 위해 찾을 만큼 도심 가까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주변 지역 주민들은 물론 대구에서 이곳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만 온 사람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공원이다.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핑크빛 계단에서 추억을 쌓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대구 북구 명소 8경 중 하나로 매년 아름다운 모습을 펼쳐진다. 특히나 봄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이곳에 내년 봄 벚꽃 개화기에 찾아가기를 추천한다.벚꽃 계단이 가장 유명하지만, 봄이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는 많다. 고도 121m의 비교적 낮은 산이라 산책삼아 오르기 좋고, 정상까지 오르는 산책로가 다양하여 각기 다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폭포와 분수, 놀이터, 체력 단련 시설도 곳곳에 있고, 배드민턴장과 골프 연습장도 있어 취미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맨발 산책로에는 맨발 흙길과 지압길이 있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공원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공원을 즐길 수 있다.정상에는 제사를 지내던 재단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통해 침산공원이 대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재단 대신 침산정이 정상에 있어 그곳에서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은 하루의 근심을 모두 날려 보낼 수 있다. 이 매력에 빠져 다음에 또 찾게 되기도 한다. 해질녘에는 침산정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조명과 노을이 함께하여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때는 누가, 어떤 구도로 사진을 찍어도 엽서 같이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조선시대 시인 서거정이 침산공원의 아름다움을 담은 ‘침산만조’를 지었다고 하니, 이 아름다움은 긴 시간 동안 간직되어 왔으리라.침산정이 위치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에 높이 쌓인 돌탑이 보인다. 방문객들이 하나둘 소원을 빌며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올린 것이 커다란 탑이 된 것을 보면서, 아름다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산정 앞에는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서서 QR 코드를 이용하여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침산정을 배경으로 다양한 구도로 찍은 사진과 함께 동영상을 받을 수 있다. 함께 온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꼭 촬영해 볼 것을 추천한다.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고민이나 걱정으로 마음이 복잡할 때, 맑은 공기가 필요할 때, 멀지 않은 도심의 쉼터인 침산공원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작은 건물과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거리도 함께 작아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5

눈꼽째기창으로 내다보는 체화정의 경치

옛사람들은 보통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정자를 지었다. 드라마가 유명해지며 알려진 안동의 만휴정도 그 옛날엔 시내를 건너고 골짜기를 올라야 보인다. 오늘 찾아간 체화정(안동시 풍산읍 상리리)은 사람들의 발길이 오가는 곳에 지었다. 바로 길가라 주차 공간도 없어서 백여 미터에 풍산 공설시장 주차장에 차를 두면 된다.선비가 깊은 곳에 조용히 공부하려고 짓는 정자이지만, 체화정은 길가에 자리해 손님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1761년(영조 37)에 진사 이민적(1702~1763)이 짓자 형이 너무 좋아하며 늘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형을 따라 손님들도 찾아왔다. 이 정자를 깊은 산 바위틈이나 맑은 샘 근처에 두었다면 주인장이 바라볼 경치야 좋았겠지만 벗들이 찾아오기엔 멀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 좋아하는 형의 마음이 얼마나 서운할까 걱정했다고 전한다.체화정이란 이름은 상체지화(常棣之華)의 줄인 말로 다닥다닥 함께 모여 피는 상체꽃을 형제가 모여 사는 것에 비유하여 형제애를 상징한다. 시경에서 따온 말이다. 이민적은 만년에 큰형 이민정과 함께 이곳에서 지내면서 형제간의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체화정은 1985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가 2019년 보물로 승격했다.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아름답다. 장마가 한창인 7월 말에 찾아가니 입구에 물옥잠화가 연보랏빛으로 가득 피었다. 탄성을 지르며 다가가 꽃구경했다. 주위의 초록과 대비해 단연 돋보였다. 연못이 이어지며 길 안내를 했다. 따라가니 수련이 낮게 엎드렸다. 연꽃은 이제 막 꽃대를 올려 일주일 정도면 연못 가득 연향이 번질 것이다.찬찬히 체화정을 올려다보았다. 온돌방을 중심으로 양옆에 마루방이 있고,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고 난간을 둘렀다. 양쪽 마루방 사이에는 들문을 설치해서 공간을 넓힐 수 있게 하였다. 무엇보다 방문이 독특하다. 창호지 가운데에는 ‘눈꼽째기창’이라는 작은 창을 더 내서 문을 다 열지 않아도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우리의 창호는 한지를 발라 마감해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없다. 따라서 밖을 살피기 위해서는 문을 열어야 하는데, 여름에는 상관없으나 겨울에는 열손실이 크다. 따라서 큰 창을 열지 않고 별도로 설치한 작은 창을 열어서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를 눈꼽째기창이라고 한다. 눈꼽째기창은 창호 바로 옆에 별도로 설치하는 경우와 체화정처럼 창호에 한 몸으로 부착하기도 한다.대청에서 냇물 소리를 들으려 담에 냈던 독락당의 살창만큼 독특하다. 계절마다 방에서 내다보는 연못의 경치가 형제가 보기에도 만족스러워 추운 겨울에도 작게 창을 열었을 것이다. 정자 앞쪽의 연못에는 3개의 작은 섬을 만들었다. 이 세 개의 인공섬은 신선이 사는 ‘삼신산’을 의미한다. 중국 전설에서 유래한 삼신산(三神山)은 봉래산(蓬萊山)·방장산(方丈山)·영주산(瀛洲山)의 세 산으로 불로불사하는 신선들이 산다는 곳이다.앞쪽에 걸린 현판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었던 안동 출신의 학자 유정원이 썼다. 정자 안에는 담락재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는데 조선 최고의 서화가 중 한 명인 김홍도의 글씨다. 김홍도는 1781년 정조 어진 제작에 참여한 공으로 경상북도 안동 안기찰방을 지냈다. 찰방은 지금의 역장이나 우체국장에 해당한다. 1786년 근무를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별의 징표로 써준 글씨다. 담락재라는 말은 형제가 서로 화합해야 화락하고 오래 즐겁다는 뜻이다.정자 양옆으로 오래된 배롱나무가 키를 높였다. 아직 꽃문을 열지 않았지만, 곧 붉은 자태를 뽐낼 것 같아 그때 또 찾아오자 다짐하며 발길을 돌렸다./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3

2학기 전면 시행하는 늘봄학교, 보완할 과제는

늘봄학교가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1학기 늘봄학교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둔 교육 현장에서는 공간과 전담 인력 문제 등 여전히 보완할 과제가 남아 있어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최근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이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늘봄학교에 대해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맡길 수 있어서 좋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47%가 ‘매우 만족’으로 나타났고 전반적으로는 82%가 만족하고 있음을 보였다. 학생들도 ‘재미있다’가 전체적으로 88%였고 2학기에도 89%가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학부모 만족도를 교육청별로 보면 95.8%의 부산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고 뒤를 이어 대구가 93.8%, 경북은 90.5%로 평균보다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늘봄학교는 기존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통합 개선하고 학교 중심의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 협력해 정규 수업 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맞벌이 부부의 초등 자녀 돌봄과 사교육 부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시행되고 내년에는 2학년, 2026년에는 모든 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된다.경북의 늘봄학교는 더 나아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종합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중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교육청은 1학기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180여 곳이 운영되었으며 2학기에는 도내 모든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확대된다.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늘봄교실의 공간 부족과 강사 구인난 해소, 돌봄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 복합다중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유연성 문제, 지역과 학교 간의 격차 등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질적 제고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늘봄학교 운영은 당연해 보인다.경북교육청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경북형 늘봄모델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지역의 도서관과 협력하는 거다. 학교와 도서관을 연결해 주말과 방학을 이용한 프로그램 발굴해 늘봄을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과대 학교의 공간 확보 어려움은 물론 도서벽지 학교의 우수 강사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또 지역아동센터의 활용도 가능하다. 학교의 늘봄학교나 돌봄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조금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취약 계층과 맞벌이, 일반가정에서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2학기 늘봄학교 수요 조사 신청서를 받은 1학년 학부모 박모 씨(38·포항시 북구 우창동)는 “맞벌이라 늘봄학교를 신청하려 하는데 방과 후는 신청이 됐다 안 됐다 해서 신청을 포기했다. 방과 후를 하고 늘봄학교를 참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이것도 학교마다 조금씩 운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대구의 한 늘봄학교에서 일하는 한 교사(46)는 “아직 초등학교 1학년 아이라 저녁에 늘봄교실 책상에 매일 엎드려 졸고 있어서 이불 펴서 재운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가 집이 아닌 학교에 있어서 안쓰럽기도 한데 돌봄 개선이 먼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3

힐링-테마 여행지로 거듭나는 봉화 오전약수 관광지

봉화군 오전약수 관광지가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환경 정비와 새로운 콘텐츠에 나섰다. 오전약수는 혀끝을 톡 쏘는 청량감, 그리고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며 전국 최고의 약수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과거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찾던 지역의 대표 관광지였으나 시설 노후화와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해 점차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봉화군은 오전약수 관광지 콘텐츠를 확충해 물야저수지와 연계한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약수공원 조성과 보부상촌을 테마로 한 조형물 설치, 원두막 및 달과 토끼 조명을 밝혀 공간을 새롭게 꾸미고 있다.또한 한반도 동서를 연결하며 경북 울진에서 서해 태안까지 이어지는 849㎞의 동서트레일 중 47구간 거점마을로 오전약수탕이 주목받고 있다. 오전약수탕과 물야저수지를 연계한 테크길 조성과 1㎞의 산책로 조성, 2㎞의 벚꽃길이란 특색을 살려 둘레길(V 로드) 수변 산책로도 조성 중이다.백두대간의 중심에 있는 마을로 맑고 깨끗한 1급 수질을 담고 있는 물야저수지 산책로는 포토존과 쉼터 등이 설치됐고 주차장 시설공사도 한창이다 외씨버선길과 여행자를 안내하는 봉화객주 건물에 화덕피자와 약수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가 들어서고, 송어횟집과 백숙식당 등도 새롭게 단장하고 관광객을 기다린다.이 지역은 보부상 임방이 있던 지역으로 100여 년 동안 보부상위령제를 지내고 있으며, 위령제와 함께 2020년부터 보부상 한마당축제를 매년 개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독특한 문화를 가진 보부상을 스토리텔링해 특색 있는 문화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인 것.또한, 백두대간수목원과 연계권역으로 영주 부석사, 이몽룡 생가, 계서당이 가깝게 있어 여행자들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힐링의 장소가 된 것이다. 새롭게 조성된 약수공원은 공연장과 주상절리 모양의 암벽과 분수, 폭포를 설치해 지속가능한 관광명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야간에도 은은한 경관 조명이 빛난다.오전약수는 조선 성종 때 발견, 조선 약수대회에서 최고의 약수로 선정되기도 했고,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봉은 오전약수를 가리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고 칭송했다.선달산, 옥석산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계곡물은 내성천 발원지이기에 여름철 피서지로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여기엔 무료 캠핑장이 개설돼 있다. 봉화군은 앞으로도 백두대간수목원, 동서트레일, 외씨버선길, 이몽룡 생가, 계서당, 물야저수지의 연계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3

음악에 온몸을 흠뻑, 2024 대구 싸이 흠뻑쇼

2024 대구 싸이 흠뻑쇼가 지난 7월 13일과 14일, 양일간 대구스타디움에서 진행되었다. 지난해까지 8월에 진행되던 콘서트를 ‘대프리카’의 무더위를 피해 더 좋은 날씨에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 달 앞서 진행하였고, 대구스타디움 주변 시민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싸이(42) 이름에 맞춰 오후 6시 42분에 시작하던 콘서트를 오후 6시로 앞당겨 진행했다.시민기자가 콘서트를 즐긴 14일에는 싸이가 콘서트 역사상 가장 컨디션이 좋은 날이라 언급하며 관객과 함께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관람 시 유의 사항을 싸이가 직접 언급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콘서트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 기록하지 말고 기억하라고 전해 관객들이 온전히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싸이는 커플끼리 참석한 관객을 위해 이별 노래 ‘어땠을까’를 준비했다고 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노래와 함께 카메라로 비춘 커플들의 키스타임이 진행되었다. 커플들을 위해 이별 노래를 준비한 싸이의 센스에 화답하듯 남남 커플을 잡는 카메라맨의 센스가 이어졌다. 당황한 것도 잠시. 카메라에 잡힌 남남커플은 볼 뽀뽀로 화답하는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또, 10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지인을 생각하며 지은 노래라 소개하며 ‘드림(Dream)’을 부르며 신해철의 영상을 공개하여 관객들과 함께 그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콘서트를 위해 애쓴 스태프들을 위해 노래 ‘기댈 곳’을 부르며 스태프들의 무대 설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어 관객들이 이 무대가 더욱 값지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게스트로 초대된 가수는 헤이즈와 에픽하이였다. 대구가 고향인 헤이즈는 고향에 와서 공연할 수 있어 기쁘고, 수성못, 이월드, 동성로 등에서 우리가 서로 과거에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하며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표했다. 공연 중 싸이 콘서트에서 인연이 되어 만난 여자친구와 곧 결혼하게 된다는 관객의 사연을 듣고 헤이즈는 자신이 준비해 온 사인 앨범과 손편지를 선물로 전해주기도 했다. 에픽하이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노래 ‘One’과 비 오는 날씨에 맞는 노래 ‘우산’을 불러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콘서트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부모님과 함께 찾아온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자리를 함께하였다. 젊은 사람들도 몸살을 앓는다는 싸이 콘서트를 70대가 즐기기에 무리가 아닐까하는 걱정이 민망해질 정도로 흥이 나서 춤추며 즐기는 모습을 보며, 진정 즐길 줄 아는 챔피언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했다. 아마 콘서트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10대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오는 것 아닐까?14일 콘서트는 오후 10시가 조금 넘어 막을 내렸다. 일찍 시작한 만큼 끝나는 시간도 빨라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다시 열릴 내년 콘서트를 기대하며 관객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7월 14일이 2024년 올 한 해의 가장 좋은 날로 기억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싸이의 말처럼 이날을 기억하는 웃음들이 관객들이 떠난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8

안동댐 수몰 실향민들 ‘망향정’ 올라 상심 달래

고향이 없어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저 상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라 여길 따름이다. 1976년 건설된 안동댐으로 고향을 잃은 수몰민은 무려 3033가구 1만9657명에 달한다.안동댐 수몰민에게 고향을 잃은 심정을 물었을 때 그들의 대답을 잊지 못한다.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은 언젠가 가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물속에 고향이 잠긴 이들은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것이다. 고향이 있지만 못 가는 이들과 돌아갈 고향이 없어진 이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저 아득한 안동호 아래 고향 집과 뛰어놀던 골목길, 깊었던 우물, 그립고 정겨웠던 고향의 정취가 모두 잠겨버렸다. 그들은 이웃과 이별하고 조상 산소도 옮기고 타지로 뿔뿔이 흩어지거나 혹은 고향 언저리에 남아있었다.지난해 10월 28일, 한국수자원공사는 안동시 와룡면 산야리 언덕에 수많은 실향민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망향정을 세웠다.누각 형태의 망향정 옆에는 2m 높이의 망향비를 세웠다. 망향비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행민들이 이곳에 찾아와서 눈앞에 펼쳐진 푸른 물을 굽어보며 실향의 아픔을 달래고 고향을 회고하였으면 한다’고 적혀있다. 혹자는 “병 주고 약 주나”하며 눈을 흘기기도 하였으나 수몰 전 월곡면에 속했던 망향정에 올라 고향을 그리워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안동댐에서 댐우안 동악골 방향으로 오르다가 오른쪽 호반로로 굽이굽이 가다 보면 망향정(안동시 와룡면 산야리 129-7)이 나온다. 한적한 곳에 망향정과 망향비가 우두커니 서 있다. ‘망향공원’으로 불리기엔 다소 썰렁해 보였다. 수몰의 서사를 알 수 있는, 젊은 세대는 모르는 그 시절의 추억과 역사를 담은 공간이 될 수 있게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더 잘 관리되었으면 한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8

영화·공연 영상 공유하며 인문학 성찰

‘파시즘은 독서를 통해 치유되고 인종차별주의는 여행을 통해 치유된다.’라고 미겔 데 우나무노는 말했다. 독서를 통해 치유된다는 ‘파시즘’에 대한 정의를 온전히 내리기 어렵듯 ‘삶’에 대한 정의 또한 명백히 내리기는 어렵다. 파시즘이 국가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모호하게 나타나듯 삶 또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철학자가 삶에 대한 명언을 수없이 남겼지만 결국 얻고자 한 것은 ‘내 마음의 평안’이 아닐까 싶다.‘세계영상포럼’은 이상빈 불문학 박사가 소장하고 있던 세계 뮤지컬과 음악 공연 등의 귀한 DVD영상을 공유하는 자리로 그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로 재직할 당시 포스텍 학생회관 음악감상실에서 ‘포스텍 영상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행사다. 함께 감상하는 유명한 뮤지컬의 초연작이나 기념공연 영상들은 그가 세계 각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에 걸쳐 수집해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혼자만 보며 즐기기에 너무 귀한 영상들이니 많은 사람과 공유함이 어떻겠냐는 지인들의 권유로 시작된 이 모임은 학생은 물론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다. 2017년 10월 17일 프랑스 연극 ‘제방의 북소리’를 시작으로 지난 6월 ‘엘레니 카라인드루 아테네 공연’ 영상까지 47회째 이어지고 있다.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SF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La Plan00E8te sauvage)’이다. 이는 1973년 프랑스와 체코가 공동으로 제작하여 개봉한 것으로 오늘날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SF소설가 스테판 울의 ‘옴 시리즈(Oms en s00E9rie)’ 소설이 원작이며 개그나 캐리커처가 아닌 주제를 다룬 프랑스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연필로 먼저 각 장면을 그린 후 당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낯설던 파스텔 색조를 입혀 총 1073개 장면을 만들어냈는데, 3년 반 동안 25명이 공동 작업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공연’, ‘오페라 유령 25주년 기념공연’, ‘미스사이공 25주년 기념공연’등을 통해서는 실제 공연만큼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헉! 하는 순간 멈춤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시간을 쇼펜하우어는 무(無), 즉 空(공·해탈)이라 했으니 영상을 보며 뇌가 힐링하는 그 시간만큼은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누린다.이상빈 박사의 포스텍 퇴직과 함께 영상포럼 행사도 막을 내리려 했지만 이를 아끼는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으자 그도 흔쾌히 허락하여 현재 포항 ‘미르아트센터’에서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빈틈없는 자료 준비와 영상이 시작되기 전 작품에 대한 알찬 강의는 영상에 더 몰입해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제45회부터 두 차례에 걸친 ‘홀로코스트 이해하기: 역사, 예술, 그리고 영화’ 강좌를 통해 접한 영상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 반(反)하듯 지금도 세계는 전쟁과 기아에서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이상빈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미학적 접근을 주제로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포항 사람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며 세계영상포럼을 위해 기꺼이 한 달에 한번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와 지역문화를 더 알차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런 고급스러운 행사를 지방에서 즐길 수 있다는 행복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8

고물가에 힘겨운 서민경제

서민경제가 어렵다. 다음 달은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기름값, 교통비, 전기료까지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스 요금은 여름을 지나 사용량이 많아지는 겨울철에는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경제 부담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공공요금의 인상이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경제학 용어에 왝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wage(월급)와 inflation(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월급 대비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아서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처럼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은 왝플레이션이라 할 수 있는데 서민들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지난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 물가 누적 환산 상승률이 12.8%, 연간 기준으로 3.8%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환산율이 1.4%였던 2010년대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소비자 물가가 5.1%나 올랐던 2022년의 상황이 지난해까지 이어지면서 여전히 서민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물가 현상은 당연히 소비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또 가계의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1.6%로 감소했다. 이는 2006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던 여윳돈도 계속 줄고 있다. 처분가능소득이 줄면서 지난해 인기였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가계에서는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고금리에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고 고물가로 실질 소득이 줄자 직장인 16.9%는 본업 외에 부업을 1개 이상 하는 ‘N잡러’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구와 경북의 서민경제도 1년 전과 비교해 더 나빠졌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분기 대구·경북지역 경제 동향’에 따르면 일자리는 줄고 실업자 수도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상승했다. 대구의 소비자 물가는 2.7%, 경북은 3.0%로 상승했고 모든 품목에서 올랐다. 교통이 가장 오름폭이 컸고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음식, 숙박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경제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경북은 도내의 소상공인 사업체가 36만7000개로 경북 전체 기업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종사자는 42만9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55%를 차지하는 등 서민경제의 핵심 주체이지만 전체 소상공인 61.6%가 매출액 1억원 미만으로 고물가가 계속될수록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포항시 북구 양덕에서 10년째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 모(54) 씨는 “요즘 날씨가 덥고 습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만 에어컨을 최대한 사용하고 대신에 선풍기를 많이 돌리고 있다. 계란값도 많이 오르고 장마철 채소가격도 올라 장사하기 점점 힘들어지는데 최근 배달 수수료와 최저 임금까지 올라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대학생 박 모(22·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포항에 내려와 방학 동안 알바를 하는데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바쁜 점심시간 2시간 동안만 사람을 구하는 곳이 많아졌다. 예전과는 다르게 서민경제가 안 좋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포토 포항 아트페어 2024

사진 전시회가 특이한 공간에서 열린다. 포항시 남구 해도동 형산교차로 부근에 자리한 ‘형산장여관’이 그곳이다. 지도에 온천을 표시하는 기호가 붙은 오래된 건물에 노란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포토 포항 아트페어 2024’, 이 전시는 갤러리 포항을 운영하는 사진가 연구모임 ‘공간너머’에서 지역 간의 교류가 예술사진 시장의 확장성을 가진다는 주제로 준비한 전시회다. 7월 6일에 오픈했고, 7월 28일까지 ‘갤러리ART436’과 ‘갤러리포항’ 두 곳에서 함께 전시한다.갤러리ART436은 낡아서 사용하지 않던 여관을 리모델링 해서 2층부터는 여러 작가의 작업공간으로 임대하고, 1층은 전시 공간과 카페로 운영한다. 카페436은 지난 6월에 문을 열어 조용하던 갤러리에 많은 손님이 찾아오게 만들었다. 커피도 마시고 사진과 그림도 보며 문화예술까지 즐겨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커피 한 잔 받아 들고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 옆에 제목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명함 같은 종이에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다. 작가 이름과 제목이 보이고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몇 년 몇 월을 표시했다. 그 밑의 줄에 사진 출력한 방법, 어디에 출력했는지 소재를 알려준다. 그 밑의 줄에 작품의 크기가 적혔고, 사진의 특성상 작품을 몇 장까지 인쇄할 것인지, 그중에 몇 번째 작품인지 밝혔다. 그 옆에 찍은 날짜와 인쇄한 날짜가 함께 적혔고 아트페어라 작품의 가격을 적었다. 마지막으로 소장자의 이름이 보였다. 작은 명함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는 설명을 듣고 보니 작품이 더 눈에 들어왔다.이번 전시는 부산(SPACE.FOFO), 울산(가기갤러리), 진주(숨), 포항(갤러리포항) 네 지역에서 45명의 작가 본인의 작품과 소장품 100여 점을 모았다. 포토아트페어는 동시대 사진 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장소로, 사진 예술가와 컬렉터, 갤러리와 관람객이 만나는 공간을 만든다. 이 기회에 관람객은 착한 가격으로 예술 사진 작품을 소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이번 전시는 공간너머 최흥태 대표의 기획이다. 공간너머는 2022년 2월에 개관전을 했고, ‘다름의 파동’ 등의 제목으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2024년 9월에 ‘화상’이라는 제목으로 울진 문화회관에서 전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글로 참여하는 분들과 공동 작업이다. 울진에 화재가 났던 그해부터 3년 동안 매년 찾아가 현장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했다고 한다.최흥태 대표는 전시기획의 목표가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다른 지역 사진작가들과 교류를 통해 포항지역을 알리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다양한 책 읽기와 서울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전시회를 찾아보았다고 한다. 포항에 살고 있으니 포항지역 특히 죽도시장과 송도해수욕장, 초곡리 나환자촌 세 곳을 많이 찍었다고 한다.이번 전시 기간에 7월 27일 오후 3시에 세미나와 더불어 작품 경매를 한다. 이상일 사진작가의 강의와 지역 사진작가들과 함께하는 포럼 형식으로 열린다니 사진에 대한 여러 방면의 소식을 접할 기회이다. 또 각 지역 리더들에게 부탁해서 10점의 사진을 후원받아 경매를 진행하니 좋은 가격에 좋은 작품을 소장할 기회이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아이와 함께 경주 통일전을 산책하다

차가 통일전 근처로 들어서자 여름비에 초록이 한층 더 힘을 내고 있다.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일 땐 근처에 발도 못 들이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해설사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동행한 아들을 보시며 어린아이 방문은 드물어 더 반갑다 하셨다. 예상치 못한 격한 환영에 아이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길 원했던 터라 해설은 거절하고 천천히 발을 옮겼다. 티끌 하나 없이 잘 관리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측 연못엔 수련이 만개해 있었다. 화랑정을 지나 한 바퀴 돌아보았다. 화려한 꽃들이 많은 계절이나 수련은 더운 여름의 특별한 묘미다.특히 노란색 수련잎은 빛을 품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연 구경에 빠져 본래 목적을 잃고 있을 때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들어섰다. 무명용사비를 지나 중간 중간 기념사진을 찍어가며 높은 계단을 올라갔다. 한참을 뒤처져 그친 비에 접은 우산을 지팡이 삼아 계단을 오르니 영정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문무대왕, 태종무열왕, 흥무대왕으로도 불리는 김유신 장군의 영정들이다. 모두 김기창 화백의 그림이다.‘바보 산수’, ‘세종대왕 어진’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 미술사에 끼친 영향이 크지만 1940년대 친일 행적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다.건물 화랑에는 기록화 17점이 걸려있다. 오승우, 오원배, 박비오, 정창섭, 김태 등 당대 유명화가들이 그린 기록화들이다. 1세대 서양화가 오지호의 아들로도 잘 알려진 호남 대표 원로화가 오승우 작가의 작품이 10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록화는 적게는 100호, 최대 500호짜리 김태 작가의 작품 등 대작이 주를 이룬다. 100호는 물론이거니와 500호 크기의 작품은 여느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 대작 중 대작이다.그리고 기록화는 당시 시대 상황을 표현하기에 그 시대의 의복이나 장신구 등에 대한 고증이 필요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자연광과 비바람을 그대로 견뎌내고 있는 작품들을 보니 건물을 지을 당시 기록화의 보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애초에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 작품이 야외나 마찬가지인 회랑에 전시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의 전시 목적은 달성했을지 모르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달리 보존 관리되어야 한다.박물관에 모셔진 백자나 유물들도 예전엔 일상생활에 즐겨 쓰인 물건 중 하나였을 것이다. 건물 내 왕들의 영정 대비 회랑의 기록화들은 균열이 눈에 띄었다. 참여 작가 중 오원배 작가를 제외하고 모두 작고하신 상태다. 그림은 재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잘 그려진 그림들을 보며 역사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하기엔 좋았다.천관과 김유신 장군 이야기가 그려진 그림 앞에서 여기가 할머니 밭일지도 모른다고 하자 아이는 신기한 듯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먼 옛날이야기로만 느껴지던 역사가 현실로 와닿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림들을 뒤로하고 회랑 양 끝에 마련된 쉼터에 신발을 벗고 올라 내려다본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경치에 반한 건지 먼저 도착한 단체의 사람들도 한참을 머무르고 있었다.오른 만큼 많은 계단을 다시 내려 한 번 더 수련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왔다./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옛 선비의 풍류 가득한 봉화 사미정으로 오세요

백두대간의 태백산, 구룡산, 문수산에서 발원한 운곡천 물줄기는 백두대간수목원을 거치고 춘양 읍내를 지나면서 여러 개의 정자 앞을 통과해 사미정 계곡에 이른다.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정자와 고택이 곳곳에 있다. 수려한 풍경과 여러 정자를 품은 운곡천의 춘양구곡은 정자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은둔해 유유자적하던 선비들이 자연을 즐기던 곳이다. 물길 따라 선비들 발자취를 뒤적이면 최고 경관이 펼쳐진다. 그곳이 바로 사미정 계곡.맑고 깨끗한 산천에 빼어난 풍광으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이곳에는 한수정, 창애정, 옥계정, 창랑정사, 사미정, 연주정 등 많은 정자가 있다.굽이친 계곡 따라 암반과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계곡에 펼쳐진 너럭바위가 푸른 물길을 만들어 내는 운치에 아담한 정자를 하나 품었으니 사미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봉화 5대 계곡 중 하나로 여름이면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계곡 주변으로 선비의 기상을 닮은 품격 있는 자태의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한다.절경과 여울 따라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 아담한 사미정은 도학과 절의로 이름이 높았던 옥천 조덕린(1658∼1737)이 조선 영조 3년(1727년)에 건립했다.그는 사간으로 있을 당시 상소문을 올렸고 이 상소문으로 인해 함경도 종성에 유배되었을 때 정미년(丁未年), 정미월(丁未月), 정미일(丁未日), 정미시(丁未時)에 입주하면 좋다는 음양가의 설과 공자가 말한 군자의 네 가지 도리, 효제충신(孝悌忠信) 중 한 가지도 능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했다고 한다.이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 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온돌방을 두었고, 팔작지붕으로 사면에 퇴를 두고 앞면과 양측 면에는 툇마루를 설치했다. ‘사미정(四未亭)’과 ‘마암(磨巖)’이라는 밖과 안의 현판은 정조 때 재상 채제공의 친필이라 전해진다.사미정 가까이엔 옥처럼 푸른 내의 돌문이라는 뜻의 ‘옥천석문’이란 글이 새겨진 바위가 있다. 옥천은 사미정을 지은 조덕린의 호이며, 안쪽에 옥천마을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는 표지석이기도 하다.사미정 계곡은 울창한 송림과 수천 년 몸을 닦아 빛을 내는 너럭바위가 걸출한 예술품이다. 봉화의 계곡은 꾸밈없이 아름다워 마치 숨겨둔 비밀의 장소 같다. 호젓한 도로는 푸른 들과 운곡천을 따라 샛길로 이어지고 굽이마다 정자와 고택이 있다.고향의 향취를 간직한 이곳은 계곡뿐만 아니라, 역사의 흔적을 담은 유서 깊은 곳이다. 창애정, 옥계정, 옥계종택, 창랑정사 등 문화유적이 많이 있으며 춘양 읍내쪽에 한수정, 만산고택, 권진사댁 등 선인들의 발자취가 즐비하다.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산의 맑고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울창한 송림, 기암괴석으로 여름철 피서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구르던 맑은 물은 소를 이뤄 그 아래로 큼직한 입을 벌리고 청정옥수를 들이켜는 물길의 왕성한 생명력이 보인다.우리 선조들은 청량한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더위를 이겨냈다.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을 조망하는 정자가 들어서 옛 선비들이 누린 운치를 즐길 수 있고, 시원한 물과 멋진 풍광이 드리워진 사미정 계곡을 피서지로 찾아보길 권한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1

불친절한 도로 안내 표지판

지난 주말 안동시 길안면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길안으로 들어서자 길옆의 휴경지에 은행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가로수도 모두 은행나무였다.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려 그립던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반가웠다.‘용계의 은행나무, 지례예술촌’이란 도로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었다. 두 곳으로 유람해 보기로 했다.먼저 용계의 은행나무로 향했다. 길가에는 온통 은행나무였다. 지금은 청록이 마음을 사로잡지만, 가을 단풍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길이었다.초입의 표지판 이후 이정표가 없었다. 혹여 지나칠까, 창밖을 주시하며 달렸다. 저수지가 시작되고 물길을 계속 따라가니 드디어 ‘용계의 은행나무’ 안내판이 보였다. 주차장이 없어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웠다. 호수 속에 우뚝 선 섬 한가운데 엄청난 규모의 은행나무가 보였다. 든든한 석조 다리도 놓여있었다.용계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700년 정도로 추정, 높이 31m, 둘레가 13.67m가 되는 우리나라의 은행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천연기념물 175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원래는 용계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다. 90년대에 임하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치에 있어, 15m의 높이로 흙을 쌓아 올리는 특수 공법으로 성토하고 가산을 만들어 현 위치로 들어 올려 심은 것이다.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 탁순창(卓順昌)이 낙향하여 은행나무 계(契)를 만들어 나무를 보호하고, 매년 7월에 나무 밑에 모여 서로의 친목을 도모했다고 한다. 현재 마을은 사라졌지만, 탁 씨의 후손들이 해마다 이 나무에 제사를 지내며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다리를 건너 떡 버티고 선 은행나무를 본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무의 규모에도 압도 되었지만,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온 것이 위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철 구조물을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남은 것이 감동이었다.은행나무 주변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호수가 보이는 곳곳에 벤치를 만들어 놓아 앉아서 여유롭게 자연에 취해 쉬어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녹음의 은행나무도 아름답지만, 가을에 단풍으로 어우러진 노란 은행잎 주단은 또 얼마나 예쁠까. 올가을 꼭 다시 오리라 기약하면서 다음 행선지 지례예술촌으로 출발했다.사실 지례예술촌은 접근도 하지 못했다. 10km가 넘는 거리를, 그것도 4km가 남은 시점부터는 곡예를 하듯 구불구불한 산길을 조심스레 운전해서 도착하였다. 4km 지점에서 숙박 객에게만 개방된 시설이란 이정표가 있었다. 예술촌의 고즈넉한 풍광이 너무도 궁금하여 먼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막다른 길에서 맞은 차단시설에 돌아서는 위치에서 예술촌은 보이지 않았다.지례예술촌을 검색하면 ‘예술창작마을로 유명한 마을, 예술촌은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마을이다. 안동시 임동면 지례리가 수몰될 처지에 놓이자, 현 지례예술촌의 촌장인 김원길 씨가 1986년부터 수몰지에 있던 의성 김 씨 지촌파의 종택과 서당, 제청 등 건물 10채를 마을 뒷산자락에 옮겨지었다. 이 마을은 1990년에 문화부로부터 예술창작마을로 지정받아 예술인들의 창작과 연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그동안 예술창작마을로서 역할을 했고, 안동을 알리는 일에 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숙박 객에게만 개방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시설인 만큼 도로 안내 표지판에 숙박업체란 표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초입의 표지판과 중간지점의 이정표에는 어디에도 숙박업체란 표시는 없었다.도로 안내 표지판, 지역의 명소를 알리는 관광 안내판의 역할이 크다. 지자체에서는 불친절한 안내판을 좀 더 친절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기회로 여행하는 장소에 대해 사전 검색을 철저히 해야 되겠다는 반성도 하였다./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