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 부계면에 자리한 군위댐(군위호)은 낙동강 지류인 위천을 막아 만든 다목적댐이다. 홍수 조절과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되었지만, 이 댐으로 인해 여러 마을이 수몰되고 그 속에 주민들의 삶과 추억도 같이 물속에 잠겼다. 그 속에는 시민기자의 외갓집도 있었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늘 찾던 외갓집 마당과 여름날 친구들과 물장구치던 시냇가. 이제는 모두 호수 아래 잠들었지만, 기억 속 풍경만은 여전히 선명하다. 사라진 옛 마을의 흔적을 더듬어 엄마와 함께 군위호를 찾았다.
가는 길에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좁은 골목에서 차를 돌리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벽화가 우리 마음을 환하게 했다. 길가에 피어 있는 하얀 들꽃에도 눈이 갔다. “저건 무슨 꽃일까?” 기자의 물음에 엄마는 차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꽃 이름을 찾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은 마치 순박한 소녀 같아, 그 모습을 몰래 한 컷 남겼다.
군위호는 잔잔한 수면 위로 산자락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호수는 고요했고, 바람은 우리 뺨을 살짝 스쳐갔다. 물결을 따라 찬찬히 걸으며 추억에 잠겼다. 중간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탁 트인 경치를 즐기며 추억 속 이야기를 나눴다.
전망대로 가면 군위호의 과거와 역사를 소개하는 설명판이 있다 하여 기대를 안고 찾았지만, 공사 중이라 자취를 감춰 아쉬움이 남았다. 그 대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을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친척들과 음식을 나누고 웃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망대 주변은 사진을 찍기 좋게 꾸며져 있어,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억을 남기기 좋은 장소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 외갓집 마당이 다시 떠올랐다. 사촌들과 뛰놀던 모습, 친척들과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웃던 여름밤,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던 외할머니의 미소까지. 비록 마을은 물속에 잠겼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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