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낙엽수들이 앞다퉈 단풍으로 물들이고 있다.
단풍 하면 은행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은행은 동아시아 원산의 나무로 암수 딴그루로, 단풍이 들기 전에 열매가 먼저 떨어진다. 은행나무 열매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고약한 냄새의 원인은 부탄산이다.
행정기관에서는 열매가 익기도 전에 강제로 열매를 따 버리기도 하고 꼬깔을 뒤집어 놓은 수거망에 열매가 모이게 하여 버리고도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은행을 털어 가지말라고 방송을 한 일이 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도로 주변의 은행나무 열매가 중금속, 자동차 분진 등으로 먹을 수 없다는 소문이 나면서 모두 버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악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암그루 은행나무 가로수를 베어 버리기도 한다.
은행나무 열매는 견과류로 분류하는데 겉껍질의 물렁물렁한 걸 맨손으로 만지면 가려움증과 수포가 생기기도 하고 수포가 터져 진물이 흐르니 주의해야 한다.
겉껍질 속에는 목질부의 속 껍질이 있다. 이 목질부를 제거하고 전자레인지에 익히거나 볶아서 먹으면 쫄깃쫄깃하면서 쌉쌀하며 고소한 맛이 난다. 맛이 좋다고 많이 먹으면 코피, 뇌전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부르니민 등의 독소 때문인데, 체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른은 하루에 10알 정도 어린이는 5알 정도가 좋다고 한다.
이렇게 독소가 있는 은행의 열매를 왜 먹을까? 은행의 열매는 맛도 좋지만 레시틴과 아스파라긴산이 신경쇠약에 도움을 주고, 징코플라톤, 기넥신 같은 성분도 있어 혈액순환개선, 뇌혈류와 기억력 개선, 말초혈관의 혈액 순환개선, 우울증, 수족냉증, 치매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
은행의 열매를 먹는 건 인간뿐이다. 새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람쥐 청설모도 건드리지 않는다. 이들은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은행나무의 잎과 열매를 이용하여 진해, 거담, 활혈작용을 하는 생약을 개발하기도 하고, 말초순환기 장애 치료, 기억력 회복, 고혈압 예방 등에 이용하기도 한다. 잎은 삶아서 살충제로 이용한다.
단 은행의 열매를 장만할 때는 고무장갑이나 비닐장갑을 끼고 만져야 한다.
은행나무는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정도로 오래 사는 나무다. 본 줄기가 죽거나 베어도 맹아가 돋아나 다시 살아나는데, 대구에도 범어네거리에 600년 은행나무가 아직도 살아있고, 용문사 은행나무는 10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돼 천년유산 기념물 30호로 지정돼 있다.
중국의 구이저우성 푸취안시에는 5000년 됐다는 나무도 있다. 이렇게 오래 사는 나무기에 향교나 사당. 사랑채, 사찰 등에 많이 심는다. 또 나무의 결이 고와 고급 목제로도 이용되며, 은행나무의 바둑판은 벌레가 침범하지 않아 천년을 가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영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