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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로드킬’, 동물과 함께 잘 사는 길은···

등록일 2025-11-11 15:55 게재일 2025-1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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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늘어나는 도로. 동물과 함께 잘 사는 길의 고민도 필요하다.

해마다 로드킬(roadkill·동물 찻길 사고) 이 늘어나고 있다. 로드킬은 야생동물이 도로 가까이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에 부딪쳐 죽음을 맞이하는 사고다. 지금도 수없이 늘어나는 도로로 인해 로드킬이 일어나는 건 어쩌면 그다음 순서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운전을 크게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운전대를 잡고 산다. 아이가 있으니 반은 강제로 차를 몰고 있다. 늦은 밤 운전할 일이 생기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새로 도로가 생겨 조금이라도 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때면 종종 차 바퀴에 물컹하고 뭔가 밟히는 일도 생기곤 한다. 바퀴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이 좋지 않은데 알고 보니 이미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어느 동물의 사체였다. 로드킬이었다. 동물들이 말하는 길 위의 하소연이기도 했다. 로드킬 당한 동물이 안타깝지만,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 지내는 길은 없을까.

환경부의 로드킬 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21만7032마리의 동물이 도로 위에서 죽은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2020년엔 1만5000마리 대였던 로드킬이 2023년엔 7만9278건으로 4배를 훌쩍 넘겼다.

최근에는 차가 다니는 도시는 물론이고 농촌에서도 어렵지 않게 로드킬을 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도 천만 시대라고 하니 길거리 어디에서도 동물을 마주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만큼 로드킬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로드킬을 많이 당하고 있는 동물은 대부분이 고라니지만 이제는 국도나 산지로 이어진 길에서도 동물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개구리나 두꺼비 같은 작은 동물부터 수달, 노루, 사슴, 개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도시 생활의 편리를 위해 늘어나는 도로는 원래 동물들의 길이었다. 야생동물들은 먹이를 찾고 짝을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길을 나선다. 자신들이 다니던 길에 도로가 생긴 줄 모르고 검은 아스팔트 위에서 희생당한다. 낮보다 운전자의 시야가 멀리까지 확보하기 어려운 야간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봄과 가을철을 포함해 차량 이동이 많은 휴가철인 7~8월에도 그 수가 상당하다. 과속운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포항 시민 이은정(42·북구 양덕동)씨는 “토요일 오후에 구룡포 가는 길에 로드킬 당한 동물을 봤다. 이 길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속도를 많이 내는 구간이라 평소에도 위험하다 느끼는 곳이다. 수거하러 오신 분들이 길을 건너는 것도 위험해 보였고 동물들도 가여웠다”라고 전했다.

로드킬이 과속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운전속도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차량 속도를 줄이면 도로에 갑자기 나타나는 동물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차량으로 오거나 차량 불빛에 도로로 뛰어와도 쉽게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로드킬 예방 대책으로 생태통로나 야생동물주의표지판을 설치하고 있지만 일반국도나 지방도로에서는 잘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인식이 로드킬과 같은 끔찍한 죽음을 겪지 않도록 하게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로드킬에는 신속한 뒤처리도 필요하다. 그래야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이 결국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 사는 길이 될 거라 여겨진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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