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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고속도로를 타고 참게추어탕을 먹으러 가다

등록일 2025-11-11 15:58 게재일 2025-1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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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밥 헌터스 영덕 ‘참게추어탕’

오십천 흐르는 산장 같은 가게
걸쭉한 추어탕 잡내 없이 깔끔
바삭·고소한 미꾸라지 튀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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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추어탕 전경. 

포항에서 영덕까지 새 길이 뚫렸다. 19분이면 영덕에 도착한다. 2025년 11월 8일부터 달릴 수 있다 해서 우리도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밤새 가을비가 내린 뒤라 하늘은 가을가을 했다. 주말이라 우리처럼 새로 난 길을 경험하려고 나선 행렬이 가득했다. 동해를 끼고 달리는 아름다운 7번 국도, 신호가 많아서 속도를 내기 힘들었는데 고속도로는 단숨에 청하를 거쳐 포항, 영덕 경계를 지났다. 휴게소에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톨게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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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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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튀김. 

우리의 목표는 ‘참게추어탕’이다. 고속도로에서 내리자마자 나오는 신호에서 우회전하면 오십천을 건너는 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동네가 나온다. 그 앞을 지나는 길이 오래전 영덕으로 가는 시외버스 길이다. 지금은 논밭 뷰의 시골길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여기에 과수원에 둘러싸인 ‘참게추어탕’ 집이 있다. 메뉴 이름이 가게 이름이다.

오래된 산장 같은 모양의 가게다. 실내는 단체 손님도 거뜬히 맞아도 될 정도로 넓은데 주말이라 조용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두 개 드려요?” 메뉴가 간단하니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참게추어탕 하나와 미꾸라지 튀김 소(小)자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탕이 먼저 나왔다. 참게는 어디서 오냐고 하니, 앞에 흐르는 오십천에서 잡는다고 했다.

국물이 걸쭉하다. 함께 나온 반찬도 정갈하다. 마늘과 땡초 다진 것을 넣고 산초가루도 뿌렸다. 국물이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다. 생선 비린내에 민감한 내 입맛에도 딱이다. 호록호록 먹다 보니 미꾸라지 튀김이 뒤이어 나왔다. 바삭하고 고소하다. 튀김도 비린 맛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생선튀김에 손이 안 가는 편인데, 순식간에 몇 마리를 해치웠다.

소주 한 잔이 들어가자 남편은 어릴 적 참게 많이 잡고 놀았냐고 내게 물었다. 집 앞에 강물이 낙동강으로 바로 들어가던 동네에 살던 나는 은어, 골부리는 잡아도 참게는 기억에 없었다. 포항 장기에서 나고 자란 옆지기(남편)는 여름이면 늘 냇가에서 동네 친구들과 고기를 잡고, 그러다 가끔은 모포 가까이 까지 가서 참게를 잡았다고 했다.

동네를 멀리 돌아가던 냇물이 어느 해 태풍에 큰 물이 지나고 논밭과 냇가가 물진자리로 경계가 무너졌다. 불도저가 와서 새로 물길을 낼 때 휘돌던 물길을 짧게 새로 만들었다. 며칠 전까지 논이던 곳이 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니 참게가 살기 좋은 환경이 완성되었다. 근처에 시댁에서 농사짓던 논이 있었는데 논 가운데 큰 너럭바위가 떡 버티고 있었다고 했다. 사람의 힘으로 옮기기엔 힘든 크기였고, 일하다 잠시 새참을 먹으며 쉬기도 했다. 때마침 태풍이 지나 불도저가 들어와 물길도 사람길도 새로 낼 때 너럭바위도 논에서 치워달라고 했더니 밀어서 재방 속에 묻었다고 한다.

그 바위를 들어내니 밑에서 세숫대야만 한 참게가 나와 절구에 콩콩 찧어 국을 끓여 온 식구가 나눠 먹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참게를 먹고 잘 자란 남편이 포항 시사를 쓰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포항 향토 연구를 오래 하신 분이 시댁 논 그 언저리에 고인돌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해서, 그 너럭바위가 고인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너럭바위 밑에서 오래 살았던 참게는 동해안 유입 하천에 사는 동남참게일지도. 경상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는 2017년, 2018년 영덕군 오십천과 울진군 왕피천에 어린 동남참게 25만 마리를 방류했다. 그해 6월 울진군 왕피천 하구에서 포획한 어미로부터 부화해 전갑폭 0.7㎝ 이상 성장한 치게다. 동남참게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회유종으로, 바다에서 부화한 알은 총 6번의 유생 성장과정을 거쳐 어린 게의 형태를 보이는데, 강 하구의 기수지역을 따라 하천 중·상류로 이동해 어미까지 성장한다. 과거에는 큰 강 하구나 하천에서 쉽게 포획할 수 있었지만, 서식 환경오염, 하천 둑과 보 설치에 따른 이동 경로 차단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새 길이 나니 금방 달려가 맛난 참게추어탕을 먹을 수 있었고, 어린 시절로 훌쩍 달려갈 수도 있었다. (054)733-5621,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영로 290 1층, 오전 8시~저녁 7시, 월요일은 휴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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