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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기랑 바위처럼 합장한 가족···군위 아미산에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1-13 16:18 게재일 2025-11-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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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군위군 아미산 등산 길에서 만난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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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소망을 담은 돌탑.

주말 아침, 부드럽게 쏟아지던 가을 햇살이 창문을 두드렸다. “어디 좋은 곳으로 바람 쐬러 가자”는 엄마의 말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대구시 군위군의 아미산(峨嵋山). 아미산은 해발 737.9m로 그리 높지 않아 산책하듯 가볍게 등산하기 좋은 산이다.

군위의 들판을 지나 산 입구에 닿자 공기가 달라졌다. 도심의 묵직한 냄새 대신 흙과 나무의 향이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산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았다. 누구라도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 좋은 등산로였다. 햇살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바닥에 부서졌다. 그 빛 위로 낙엽이 천천히 내려앉아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했다.

길가에 이름 모를 버섯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동생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거 독버섯인가?” 하고 물었다. 동생의 말에 궁금해진 엄마가 버섯 사진을 찍어 검색해보니 매우 강력한 독버섯이란 정보가 나와 함께 웃음 지었다. 어쩐지, 이름 모를 채로 예쁜 버섯으로 남겨두는 편이 더 좋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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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한 애기동자를 닮은 앵기랑바위.

조금 더 오르니 시야가 넓고 마을이 한 눈에 보였다. 건너편 풍력발전소도 눈에 잘 보였다. 그곳에서 아미산의 명물이라 불리는 앵기랑 바위의 모습이 잘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합장하는 애기 동자승 같아 앵기랑바위라고 불린다. 오래전 누군가의 소망이 그 바위에 스며든 듯, 차가운 바람에도 경건한 기운이 돌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그 앞에 그와 같은 모습으로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아름다웠다. 바위와 함께 합장한 엄마의 모습을 보니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과 걱정들이 다 날아가고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미산은 크지 않아 짧은 산행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마음은 길게 머물렀다. 화려하지 않고,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지만, 마음을 편안히 품어주는 곳이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비춘다. 엄마는 아미산을 올라가며 어린 시절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아미산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주었다. “아미산 동굴에 빠지면 압곡사 화장실로 나온다는 전설이 있었어.” 우리는 엄마의 말에 웃음 지으며 아미산을 올라갔다.

지금도 문득 그날의 햇살이 떠오른다. 합장의 바위 앞에서 셋이 나란히 웃던 모습이 아직도 그려진다. 아미산은 우리 가족의 사진 속에 머물러 있지만 동시에 내 마음 한구석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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