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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어묵 국물이 그리운 계절

등록일 2025-11-11 15:56 게재일 2025-1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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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최고의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어묵.

입동이 지났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더디게 온 가을이 빨리 달아나려고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붕어빵 포장마차가 돌아왔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쉽게 붕어빵 노점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다. 오죽하면 붕어빵 노점이 있는 동네를 ‘붕세권’이라 부를까. 

 

심지어 붕어빵 노점을 공유한 붕어빵 지도 어플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실시간 댓글을 통해 문 열고 닫는 시간, 가격과 맛 평가까지 공유하고 있으니 추억의 붕어빵을 먹기 위한 이들의 열성과 진심이 느껴진다.

 

우리 동네에도 붕어빵 노점이 반년 만에 돌아왔다. 단팥맛과 슈크림맛 두 가지로 승부를 보는데 가격은 3개 이천 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어묵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묵은 붕어빵의 영혼의 단짝이다. 붕어빵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구원 투수로 나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바로 어묵이다. 꼬치에 꽂힌 납작 어묵과 둥근 어묵으로 추위를 녹이다 보면 어느새 빵틀에서 굽혀져 나오는 붕어빵과 만나게 된다. 만약 베테랑 붕어빵 장사꾼이라면 손님이 어묵을 충분히 먹을 시간을 준 다음 붕어빵을 담아줄 것이다.

 

예전에는 어묵 국물을 빨간 플라스틱 미니 바가지로 먹었다면 요즘은 종이컵을 사용한다.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지만 좀 더 위생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간장도 개인용 앞접시에 덜어서 찍어 먹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으며 꼬맹이 손님에게는 먹기 쉽게 꼬지를 나무젓가락으로 교체해 주기까지 한다. 노점인 만큼 카드 결제는 불가하나 현금이 없어도 먹을 수 있다. 주인장의 계좌번호가 친절히 적혀 있으니까.

 

국물 맛은 주인장의 자존심이기도 한데, 무를 기본으로 때론 게, 파, 고추 등을 넣고 취향껏 뭉근하게 끓여 맛을 낸다. 굳이 어묵을 먹지 않아도 붕어빵 손님이 어묵 국물을 먹는 것은 암묵적 합의다. 

 

하굣길의 학생과 퇴근길의 직장인,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와 한잔 걸친 취객의 발걸음을 모두 멈추게 하는 뜨끈한 국민 간식, 어묵의 계절이 도래했다. 이렇듯 세상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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