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대하듯 어르신께 대접 뿌듯해진 마음에 즐거움 일어
봉사의 즐거움을 2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짜장면 봉사자 이정희씨(61·포항시 북구 장성동)다. 어느 날, 나이든 어르신도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 이제는 그의 인생 일부가 되었다. 시작은 단순하다. 부모님을 대하듯 어르신께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하고 나면 뿌듯해진 마음에 즐거움이 인다. 그 즐거움에 중독되어 20년 넘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현재 정해진 요양원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짜장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리 약속된 기관이 아니더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응한다. 처음에는 직접 조리 기구를 들고 요양원을 찾아가 즉석에서 만들었지만, 장비가 무겁고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반점에서 면을 뽑고 소스를 준비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의 선행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 알려져 곳곳에서 요청이 온다. 한 번에 적게는 50인분 많게는 2~300인분이다. 한 달에 2~3곳의 요청에 응하며 지나치게 잦은 요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제한다. 좋은 일을 하는 작은 행사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 때도 요청이 있으면 재료비만 받으며 봉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삼배 단장이 이끄는 한봉우리봉사단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국화원장례식장을 비롯해 여러 소상공인들과 꾸준히 협약을 맺고 있는 봉사단과 함께 짜장면 봉사뿐 아니라 다양한 나눔 활동을 병행한다. 이정희 씨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짜장면만이 아니라 어르신들과 웃고 노래하는 봉사까지 하니 기쁨이 배가되고 마음에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한다.
많은 병이 ‘즐겁지 못한 마음’에서 온다. 우리는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그가 봉사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선물은 ‘마음이 절로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시간과 노동 그리고 비용이 들어간다. 그 모든 것을 ‘즐거움의 투자’라고 표현한다.
이정희 씨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바로 아내다. 함께 복성루 반점을 운영하며 봉사 준비를 도맡고,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남편의 선행을 지원한다.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토록 봉사를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만 아내는 봉사의 범위가 너무 커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마음의 즐거움을 위한 봉사이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 기관에서 지나치게 잦은 요청을 할 때 곤혹스럽지만 정중히 자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자원봉사자의 작은 행동 하나가 때로는 지역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이 된다. 개인에게는 마음의 풍요와 성취감을, 사회에는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봉사를 하는 사람일수록 표정이 밝고 온화하다. 그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20여 년 동안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온 복성반점의 이정희 씨와 그의 아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짜장면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행복한 한 그릇’이다. 그들의 꾸준한 나눔이 오늘도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