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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녀의 첫 교장 발령지

세월이 흐른다. 아무리 긴 세월도 돌아보는 세월은 ‘하루반나절’ 느낌이다. 그 흐름 속에서 시절인연이 이어져 희로애락을 함께 쟁이며 힘들 때 마음 놓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오랜 인연도 생겨난다. 그녀가 그렇다. 졸졸 흐르는 냇가에 놓여 진 정겨운 징검다리 건너 듯, 한발 한발 인생길 다독이며 함께 걸어온 30년 지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특유의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진 “언니, 나 교장으로 발령 났어요….” 라는 말에 순간 뭉클함이 인다.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면서도 “축하한다” 말하려니 목이 잠긴다. 장학사가 되었다며, 교감으로 발령이 났다며 전화가 왔을 때 까지도 담담한 마음으로 기쁜 마음 담뿍 담아 싱싱한 목소리로 축하 인사를 했더랬다. 열심히 살아 온 대가이리라. 있는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그녀가 발령지 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며 한번 다니러 오라 말했지만 흔쾌히 그러겠다고 해놓고도 무엇이 그리 바빴던지 가지 못 할 일들이 번번히 생기며 ‘다음에’라고 미루었다. 그러나 이번엔 열일 제쳐놓고 가 본다. 더없이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고파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로 향했다. 면 소재지를 둘러싼 앞산 자락에 아담하게 터 잡은 학교가 너무 정겨워 보인다. 교장실에 들어서다 그녀의 이름이 새겨진 책상에 가로놓인 명패를 보는 순간 괜스레 울컥한다. 교육자로서 살아 온 그동안의 삶을 고스란히 품고는 묵묵히 잘 살아왔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출산율 감소와 도시 인구 집중화 등 다양한 이유로 학생 수가 많이 줄어 전교생 숫자와 선생님 숫자가 엇비슷한 소담스런 분위기는 외려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첫 교장 발령지가 너무나 마음에 든단다. 점심시간 수돗가에서 나이 든 어르신이 양치하다말고 지나가는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70을 넘기신 어르신은 올해 입학한 1학년 학생이란다. 예고 없이 또 가슴이 뭉클 한다. 졸업생은 누구나 3년 동안 쓴 시를 모아 한권의 시집을 갖게 한다는 국어선생님의 열정이 만학도 어르신에게도 예외 없어 ‘학교’를 제목으로 시를 쓴다. ‘학교 가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요/어렵기는 하여도 배움이 너무/행복하고/우리 반 친구들 너무 예뻐서/기분이 좋아.’ 노년에 찾아오는 외로움은 무섭다.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널리 알려지고도 이렇게 외롭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라고 말한 그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내재한다. 나이 잊고 중학생이 되신 어르신은 그 외로움을 너무 멋지게 다스리며 사시는 듯하다. 아니 외로움이 뭔지 모르실 듯하다. 오래된 교정과 달리 실내는 오밀조밀 새롭게 잘 꾸며져 있다. 복도를 지나며 인사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맑고 활기차다. 그녀만큼이나 학교에 있는 시간이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시민기자도 그냥 행복하다. 그녀와의 인연으로 작지만 내실 있는 그 학교에 잠시 머물며, 사랑으로 다가가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느낀다. 교육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학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체감한다. 단풍 곱게 물든 가야산 자락에 숙소를 예약해 둔 그녀 덕분에 깊어가는 가을을 양껏 탐닉하며 잠시 소박한 행복을 누려본다. 부임하면서 심었다는 옅은 주황색 메리골드의 남실거리던 모습처럼 은은하게 스며들 교장선생님의 사랑이 소담스런 학교에 오래토록 충만하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14

푸른 파도 넘실·시원한 바닷바람… 가을 감포해변 산책 어때요?

경주의 매력 중 하나를 꼽자면 1시간 내로 산이든 바다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을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은 옛길이 좋다. 가을볕을 온통 쏟아 부은 듯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이 창 위로 비쳤다. 좀 더디게 걸려도 굳이 돌아가는 이유다. 예년보다 늦은 느낌이지만 가을을 느끼기엔 충분하리만치 보기 좋게 물들었다. 바다가 모습을 드러낼 쯤 말린 가자미들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부는대로 이쪽저쪽 흔들리며 얇은 몸이 더 얇아져 가고 있다. 빨간 양념에 물엿이 더해져 윤기가 반지르르한 가자미 한 점을 갓지은 밥에 올리면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매콤짭짤한 맛에 고소함이 배어나온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때면 꼭 사들고 가는 것이 말린 가자미다. 이 근방에서만 잡힌다는 참가자미회는 경주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가자미에 정신이 팔린 사이 달 ‘감(甘)’자를 쓰는 감포항에 도착했다. 감포항은 경주 최대 어항으로 내년이면 개항 100주년을 맞는다.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음각화한 등대 쪽엔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항 근처엔 많은 강태공들이 자릴 잡고 있었다. 몇몇은 조금 위험해 보이는 위치에서도 개의치 않은 듯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점심을 먹지 않고 넘어온 터라 어묵과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어슬렁어슬렁 낚시꾼들의 바구니들을 기웃거려보았다. 자잘한 고등어 정도는 제법 잡히는 모양이다. 예년엔 7월부터 숭어가 잡혔는데 올해는 구경도 못하고 있단다. 기후 탓일까? 한 무리의 비둘기떼가 방파제에 가득 올라앉아 있다. 바닷가에 갈매기가 아닌 비둘기라니. 회색 장화의 밀착력이 생각보다 좋은지 둥근 테트라포드 위에서 꽤 안정적으로 위치해 있었다. 예전부터 유난히 비둘기를 귀여워하던 아이는 비둘기들이 균형을 못잡고 바다에 빠지면 어쩌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숭어도 비둘기도 뒤로 한 채 바닷가로 쭉 이어진 데크를 걸었다. 날이 좋아 그런지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윤슬에 눈이 아플 정도다. 바닷바람을 한참 맞은 후 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민기자는 10여 년 전쯤 해국길 벽화 사업에 참여했었다. 야외 작업이라 차가운 바닷바람과 따가운 볕을 생으로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한 달 남짓 골목을 해국으로 채워나가는 동안 주민들은 많은 관심과 정을 내어주셨다. 오래된 가옥들, 좁은 골목길,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판자로 가려져 있던 목욕탕은 카페가 되어있다. 지금은 덧칠과 수정으로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예전 그 기억이 좋아 감포에 가게 되면 해국길을 꼭 들르게 된다. 꼬맹이는 요즘은 보기 힘든 좁은 골목길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간간이 그대로 살아남은 엄마의 꽃 그림을 발견하게 되면 굉장히 뿌듯해했다. 자랑스런 엄마의 흔적들 앞에서 몇 차례 기념촬영을 마치고 가을 바다 산책은 마무리 되었다. 가을은 산도 바다도 모두 좋은 계절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14

신라 아름다움 담은 뮤지컬 ‘더 쇼! 신라하다’

지난 11월 2일 토요일, 신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경주에서 뮤지컬 ‘더 쇼! 신라하다’를 감상했다. ‘더 쇼! 신라하다’는 경주시에서 직접 제작한 창작 뮤지컬로 신라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처영이 신라시대로 시간 여행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담고 있다. 신라 시대로 가기 전 처영은 댄스팀 ‘홀드’의 리더로 세계대회를 앞두고 멤버들과 함께 연습 중에 있었다. 그러나 한 멤버의 실수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자 속상한 마음에 실수한 멤버와 다투게 된다. 이럴 바엔 혼자 춤을 추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낙담하고 있을 때, 거울 속에서 중년의 남성이 처영 앞에 나타난다. 남성은 처영을 데리고 거울 속 타임머신을 통해 함께 신라시대로 간다. 그곳에서 처영은 승만 공주를 만나 화랑도의 모습과 신라인들의 생활을 직접 보게 된다. 승만 공주는 처영에게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육신도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는 화랑의 가르침을 전해주었고, 처영은 이를 통해 팀과 하나 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신라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팀워크의 소중함을 깨달은 처영은 현실로 돌아와 홀드 팀과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각 멤버의 재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모두가 하나 되어 춤을 추며 ‘홀드’는 최고의 팀이 되었다. 처영의 이야기는 역사를 단순한 지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닌, 그것을 거울삼아 현재의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또한 처영과 팀원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은 뮤지컬을 관람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탄탄한 스토리뿐만아니라 화려한 무대 의상과 현실감 있는 무대장치도 자랑할 만한 공연이었다.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여러 역할을 소화했는데, 이때 의상에 변화를 주어 시대와 역할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여 관객에게 극을 몰입하도록 도왔다. 현대 의상과 신라 시대 의상을 분명히 구분해 시공간적 이동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신라 시대의 신분에 따른 의상의 차이를 보여주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살렸다. 한복은 춤사위를 통해 그 우아함이 한층 돋보여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무대를 빛냈던 또 다른 요소는 무대 뒤편의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처영이 신라시대로 넘어가는 장면에서는 영상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여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실감 나게 살려주었고, 신라 궁궐과 벽화 등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하여 관객들이 신라 시대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작품 말미에는 배우들이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담아냈다. 음악에 맞추어 관객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었고, 흥을 돋우기 위해 무대로 올라와 함께 공연을 즐기는 2명의 관객에게 다음 공연 표를 각각 2장씩 선물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신라시대와 현대를 잇고, 관객과 함께 즐기는 뮤지컬 ‘더 쇼! 신라하다’는 지난 해에 이어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공연되었다. 뮤지컬 말미에 배우들은 이 공연이 내년에도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홍보해달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티켓은 전석 5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파크 및 티켓링크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내년에 공연이 다시 열리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공연을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내보기를 추천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14

평화의 상징 ‘안동 평화의 소녀상’

안동 시내 중심가에는 웅부공원이 있다. 웅부공원은 조선시대 안동대도호부 자리에 조성한 안동 도심의 대표적인 근린공원이다. 2017년 경북에서 네 번째로 안동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던 때, 안동 시내 어느 곳에 건립이 되면 좋겠냐는 설문 조사가 있었다. 신한은행 앞 문화의 거리, 탈춤공원 등의 장소가 논의됐지만 역사와 전통이 깃든 웅부공원에 그해 8월 15일 안동 평화의 소녀상은 세워졌다. 2017년 5월 안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가 창립돼 건립비용 모금에 들어갔고 1800명 이상의 개인과 단체가 모금에 참여했다.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은 소녀상 기단부 동판에 새겼다. 제막 당일 많은 시민이 참석해 일제강점기의 아픈 과거를 되새기고 오래도록 후손들이 잊지 말자는 건립 취지에 뜻을 같이했다. 안동 평화의 소녀상은 높이 155cm의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좌상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소녀가 막 일어나기 위해 한쪽 발뒤꿈치를 떼는 형상이다. 단발머리 소녀는 야무지고 강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한 손은 보퉁이를, 또 한 손은 치맛자락 꼭 쥐고 있다. 이는 다짐과 결단을 표현한 것이며, 보퉁이에는 과거의 기억과 아픔, 한(恨)을 묶어 봉인해 미래의 희망과 돌아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것이라 한다. 지역 작가들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돼 그 의미를 더한다. 안동 평화의 소녀상에는 계절마다 변화가 있다. 봄이면 화분이, 여름이면 부채가 놓여있고 가을이면 태극기가 걸려있고 겨울이면 털모자에 양말, 패딩까지 입혀진다. 아이들의 응원과 염원 담긴 종이학이 놓이기도 한다. 안동시민들의 쉼터에서 사계절 조용히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평화의 상징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지금도 지구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피 흘리며 스러져가고 있다. 어린 소녀들이 참혹하게 죽어갔고 생존한 소녀들은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가야만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는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두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도 일본의 사과와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지금, 할머니들의 인권과 존엄이 회복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12

청년들의 육아에 대한 인식은

유례없는 저출산 시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명 미만이라는 상황을 두고 어느 학자는 몇 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라며 그 심각성을 말한다. 또 미디어 속에서는 혼자 사는 청년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비추고 있어 결혼 시기를 점점 더 늦추고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2024년 2분기 인구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올랐지만 계속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 사이에서 청년들이 생각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먼저 청년들의 혼인율을 보면 혼인율이 떨어지는 주원인은 고용불안정과 주거 불안정을 들 수 있다. 특히 청년의 경제적 부담과 일자리 문제는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직장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책의 첫 번째는 ‘육아 휴직’임을 말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육아 휴직은 아직 어려운 단계이고 육아를 위한 환경이 대기업에 비해 출산부터 부담되는 열악한 상황임을 청년들은 말한다. 배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북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A(38)씨는 “결혼한 지 9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남편이 배우자 육아 휴직서를 회사에 신청하니 출산 10일을 남겨두고 해고를 당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회사에서 육아 휴직을 당당하게 쓸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임신으로 인한 차별 문화도 일과 양립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를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기도 하는데 출산 후나 육아 휴직 후에도 단기적인 일자리가 아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일자리에서 다시 정규직으로의 복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이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것과 함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청년들의 일과 생활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직장에서의 육아 휴직을 고민하지 않고 쓸 수 있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청년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일자리와 함께 경제적 부담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에 대한 부분도 해결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청년들은 지적했다. 일자리 문제는 주거와도 연결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함께 키운다’라는 육아 환경의 조성이다. 가족 간의 소통이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하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가족 간에도 서로의 몰랐던 감정을 파악하고 화목한 가정이 육아에 있어서도 또 다른 행복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산모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고 아이와 가족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동네로 어디에 가든 아이와 가족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지역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임에도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비롯한 의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 상황도 육아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새마을 운동을 한 것처럼 지역 사회에서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육아로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육아와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인데 현장에서의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12

포항 바다를 그린 시(詩)

내게 포항 바다는 늘 수필이었다. 해안선이 어느 도시보다 길어서 구불구불할 이야기도 많은 곳, 영일만이 있어서 바다에서 해가 뜨는 것, 바다에 해넘이가 비치는 것도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포항 바다를 소재로 시를 쓰는 작가가 있다. 김은수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포항을 소재로 추상화를 그렸다. 추상화는 사물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자연적,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 선, 형, 면, 색 등 순수 조형 요소만으로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 개념은 구상화이다. 보통 부드러운/회화적 필치로 이루어진 것은 뜨거운 추상, 직선/기하학적으로 간단명료하게 구성된 것은 차가운 추상이라고 부른다. 앞의 예로는 칸딘스키가 있고, 뒤의 예로는 몬드리안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민화가 그 역할을 자처했다. 19~20세기 조선에 침략했던 일본, 프랑스에선 “조선의 추상미”라며 싼값에 대량으로 민화를 방출해갔다. 일본에는 야나기 무네요시란 사람이 그 가치를 보고 잔뜩 사 갔으며 민화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이후 교토 일본 문예관을 세워서 전시 중이다.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추상화가 문학에서 시와 같다고 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서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수필이라면 자연을 선과 면 색으로 압축해서 표현했으니 시에 비유한 것은 적절하다. 대표작 ‘Starry Starry Night’을 보았을 때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가 떠올랐다. 소용돌이치는 푸른색의 일렁거림에서 고흐가 그린 밤하늘이 느껴졌다. 작가는 포항이 고향이 아니지만 리스트 연구소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를 옮겨왔다. 이젠 고향이나 다름없다는 포항의 바다가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포항은 바다가 늘 가까이 있다. 출근길에는 아침 햇살에 비친 바다의 윤슬을 마주하고, 불꽃축제 또한 바다를 배경으로 쏘아 올린다. 김은수 작가에게도 많은 영감을 던지게 되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작가를 가장 사랑한 한 사람을 말하라면 단연코 아버지라 말할 거라며 흐믓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서 세상 살면서 헛헛함 없이 안정감을 가지고 살 수 있었고, 처음 미대를 준비했을 때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대학 합격하니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분이 아버지셨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항상 작가의 보호자이며 작품활동에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김은수 작가는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한다. 특히 나무가 많은 숲과 산을 좋아한다. 그림의 모티브가 되는 부분 또한 자연이 주는 감성과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데, 예를 들면 사랑, 진리, 현상, 감성, 시절의 느낌 등 말하고 싶은 것을 선과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포항은 바다뿐만 아니라 산과 숲까지 있어서 김은수 작가에게 안성맞춤인 도시이다. 작가는 삶을, 그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요소로 여행을 꼽았다. 매년 시간을 따로 내어 긴 여행을 떠나 작품의 영감을 받으려고 했다. 프랑스 파리의 모네의 정원을 거닐고는 집으로 돌아와 그 느낌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한다. 이렇게 ‘물빛 편지’, ‘불꽃 자수 놓은 도시’, ‘NODE’ 등의 추상화가 그려졌다. 오는 11월 15일부터 28일까지 ‘LINE ART’라는 제목으로 상생갤러리에서 그림 전시회를 연다. 포항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전시가 네 번째이다. 전시를 찾는 관람객을 생각하며 오래 밤을 새우며 김은수 작가가 붓으로 그려낸 시가 포항의 가을을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12

10만 명 찾아온 김천 김밥축제

지난 10월 26일 토요일 ‘김밥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천 사명대사공원 일원에서 김밥축제가 열렸다. 김밥축제는 10월 26일, 27일 주말 양일간 열렸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회와 행사, 공연이 진행됐다. 26일 개막식에는 ‘김밥’ 노래의 주인공 자두가 오화평과 함께 공연해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민기자는 지난 김천 포도축제에서 김밥축제를 홍보하는 꼬달이(김밥축제 캐릭터)를 만나 김밥축제에 대해 알게 되어 김천을 방문했다. 김천에 도착해서 축제 셔틀버스가 오는 김천 종합스포츠타운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섰다. 길게 늘어선 줄은 김밥축제의 인기를 실감 나게 했다. 1시간 넘는 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도 행사장까지 끝없이 줄지어 있는 차들로 인해 이동 시간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걷는 속도보다 느린 버스를 타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들어 버스에서 내려 행사장까지 걸어 들어갔다.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었고 전국에서 온 방문객들로 축제장이 가득했다. 중간중간에 외국인 관광객도 보였다. 축제장에 도착했으니, 김밥을 먹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주린 배를 붙잡고 김밥이 파는 부스로 이동했다. 하지만 어디에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김밥축제에서 김밥은 구경도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셔틀버스의 줄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꼬불꼬불 줄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방문객들은 길거리에 앉아 쉬기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은 울상을 지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기다림 끝에 탑승한 버스에서 “이래서 이런 축제는 오면 안 되는 거야.”하는 불만 섞인 시민의 말소리도 들렸다. 이번 김밥축제는 김천시의 효과적인 홍보로 10만 명의 방문객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주변 식당도 함께 손님들로 바쁜 시간을 보냈고 외국인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이끌어내어 지역축제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많은 방문객과 이를 대처하는 손길의 부족으로 인해 축제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방문객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컸다. 지난달 안동에서 열린 선유줄불놀이 축제에서는 셔틀버스가 통행하기 쉽도록 도로에 교통경찰 등 차량을 통제하는 많은 인원을 배치하여 효과적으로 교통을 통제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김밥축제도 많은 인원이 방문할 것을 대비해 교통을 통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축제의 주인공 김밥을 넉넉히 준비하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첫 김밥축제의 문제점을 보완해 다음 김밥축제는 더 즐거운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07

세월은 물처럼 흐르지만 추억은 여전히 빛난다

쉰은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의 나이이다. 어릴 때는 쉰이 되면 세상의 이치쯤은 가볍게 알게 되고 신이 주는 심오한 뜻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으려니 했다. 하지만 쉰에 당도하고 보니 왠걸 갈수록 세상살이는 막막하고 알게 된다는 하늘의 뜻도 아리송할 뿐이다. 쉰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게 됐다.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어린 날을 떠올려본다. 우리 때는 국민학교였던 그 시절에서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훌쩍 갔다. 천진난만했던 아이들은 이제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되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아직 세상 때가 묻지 않았던 맑았던 시절. 그때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니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특히 시골 학교 아이들은 인원 수가 적다보니 초등 6년을 계속해서 한 반으로만 올라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억의 페이지에는 아이들의 특성과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때의 학교 정경도 마찬가지다. 교정의 나무에서 까맣게 익어가던 버찌 열매와 둥글었던 분수대, 오종종 화단에 모여 피던 채송화의 빨강색도 선명하다. 남자애들이 척척 잘도 건너가던 구름다리 철봉과 높았던 미끄럼틀은 이미 다 사라졌을 것이지만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아련한 감상에 젖어 윤제림 시인의 쉰이라는 시를 꺼내 읽어본다. “하루는 꽃그늘 아래서/ 함께 울었지// 하루는 그늘도 없는 벚나무 밑에서/ 혼자 울었지// 며칠 울다 고개를 드니/ 내 나이 쉰이네// 어디 계신가…. 당신도/ 반백일 테지?”- 윤제림 시 ‘쉰’ 전문 이제 반백이 되었을 동창들을 떠올려 본다. 시간의 강물이 우리들 사이를 빠르게 흘러갔다. 반백의 나이에 조우할 모습이 사뭇 기대가 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물결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몇몇은 서둘러 멀리로 돌아가버린 친구도 있다고 들었다. 모두 단풍 곱게 물든 가을날처럼 원숙한 중년이 되었으리라 가만히 그려본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다는 예보도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도 곧 우수수 떨어져 내릴 것이다. 친구들도 저물어가는 가을을 안타까워하며 나들이를 나갈지도 모르겠다. 꽃그늘 아래서 함께 울던 그대는 이 가을 어디에 계신가? 샛노란 은행잎이 바닥을 구르는 모습에 눈빛이 쓸쓸해지고 있는가? 꽃피던 시절이야 차마 잊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대들도 이제 반백일 테지?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07

스마트 폰 세상 살아가기

지금 우리는, 한 손에 쥐어지는 작은 스마트 폰 하나에 지구의 온갖 소식이 담겨있는 글로벌 세상을 살아간다. 손가락 터치 한번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빨래방에서 세탁을 하면서 어디서든 세상을 공유한다. 스마트 폰 세상에서는 어떤 궁금증도 답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 AI는 원하는 그림도 그려주고 논문도 써 주며 어려운 한시도 척척 해석해 준다. 이제는 스마트 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다만, 잘못된 정보도 많아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또 다른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기도 하다. 소셜미디어 ‘틱톡’ 개발사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미밍이 재산 493억 달러(47조)로 중국부자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세상 속 영상콘텐츠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틱톡, 릴스, 숏폼, 숏츠 같은 소셜미디어의 짧고 자극적인 재미있는 영상은 한번 보기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스마트 폰의 중독 정도는 마약만큼이나 우려스럽다. 라떼를 들먹이는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을 소환해보면, 1교시 수업마침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뛰쳐나간다.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술래잡기 놀이기구 타기 등등으로 제한된 시간에 운동장이 좁다고 뛰어다니는 그 시간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운동장에 있는 흙조차 모든 것이 놀이기구다. 딸랑딸랑 수업시작 종이 울리면 아쉬움 가득 찬 눈망울로 와아~교실로 뛰어가던 아이들. 그리 오래지 않은 세월동안 세상은 완벽하게 바뀌어 이제는 운동장이 아닌 스마트 폰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더 달콤하고 더 재미있다. 꼰대로 취급되는 기성세대가 살았던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세상을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태어나면서 기기와 함께 자란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만의 독특한 행동 양식을 형성한다. 그러나 글로벌 세상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고 그 곳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VDT증후군을 보인다. VDT증후군이란 ‘영상 디스플레이 터미널 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으로 장시간 동안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며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많이 나타난다. 안구건조, 거북목, 목 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등의 증상을 보이는 스마트 폰 중독은 집중력을 흩트려 학생은 학업에 방해를 받는다. 신체적 활동도 줄어 성장기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며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는 올해 9월부터 중학교 약 200곳에서 ‘교내 스마트 폰 사용금지’를 시행하며 내년 9월부터 모든 초·중학교에서 금지한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영국도 교내 사용금지령을 내렸고 잉글랜드 대부분의 학교도 이를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0월, 일부 국회의원에 의해 초·중·고등학생의 교내 스마트 폰 사용을 금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연예·스포츠 기사에 댓글 난이 없어진다. 익명성을 앞세운 악성 댓글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젊은 부모들의 염려에 중독 방지 및 감시 기능을 탑재한 어린이 전용 키즈폰도 등장했다. 스마트 폰은 이제 공기와 같다. 마약처럼 무조건 없애고 못하게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현명하게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 부모는 물론 손자를 돌보는 기성세대의 몫인 듯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07

1950년대 시작된 봉화 애전 보부상 위령제

봉화 물야면 애전 보부상 임방이 있던 애전마을은 물야저수지로 인해 수몰되었고, 부모형제, 처자식도 없이 살다간 애전 보부상들을 위한 위령제가 8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매년 음력 9월 30일 지내오던 위령제를 보다 의미 있는 행사로 발전시키고, 보부상 문화를 보존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2023년부터 10월 셋째 주 토요일로 변경해 올해 4회째 행사를 진행하였다. 조선시대부터 봉화 보부상 임방이 있었고 강원도 영월, 태백, 충북 단양과 인접 지역으로 박달령과 주실령을 넘나들었다. 경상도 울진과 봉화 내성장, 춘양장, 후평장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애전 보부상의 본부인 임방 옆에는 마방이 달린 제법 큰 규모의 주막과 후평장이 있었으며, 인근 지역으로 통하는 중심지역이었고, 사기를 만드는 사기점이 있었던 곳이다. 사기와 옹기는 원래 부상의 전관 상품인 관계로 제조부터 판매까지 애전 보부상들이 깊게 관여하였을 것이다. 애전 보부상들은 장가를 못간 홀아비들이 많았으며 기억자로 지어진 임방에서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였던 보부상들로 많은 애환을 간직한 채 살다간 사람들이다. 사고무친으로 부모·형제 처자식이 없이 살다가 토지를 마을에 남기고 사망했으니,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은공을 잊지 않고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기존에 비를 세워 제를 올렸으나 저수지가 생기고, 보부상 임방이 있던 마을은 수몰돼 새로 합동위령비를 세워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위령비에는 열한 사람의 이름이 있고 이름 대부분은 성과 지역명을 합친 이름을 사용하였다. 합동위령비를 세울 때 마을에 살았던 주민들의 기억에 의존해 밝혀진 이름이 열한 명이었고, 이름마저 올리지 못한 보부상들이 있지만 자료가 없어 11명만 합동위령비에 새겨져 있다. 소설가 김주영의 작품 ‘객주’에서 주인공 천봉삼이 마지막 정착한 곳으로 묘사하고 있는 곳이 바로 봉화 애전 보부상촌이다. 봉화 보부상의 흔적인 조령 성황사와 내성행상불망비가 울진 지역에 남아 전하고 있다. 이번 네 번째 맞는 보부상 한마당에는 군민과 관광객 500여 명이 함께했다. 민요가수 공연과 보부상 마당놀이, 보부상 퀴즈 경연대회가 열려 성황리에 마무리하였다. 봉화 보부상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보존 전승하고자 특화 마당놀이라는 전통문화예술로 발전해 가고 있다. 봉화 보부상을 잘 이해하고 알리기 위해 마련된 보부상 퀴즈경연은 0X 퀴즈와 순위 결정전 퀴즈로 봉화 보부상을 알리기에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내륙 깊숙한 봉화 예전 보부상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 산길을 수없이 넘으며 삶을 살았고 끝내 사고무친으로 생을 마감한 보부상들의 애환이 깃든 봉화 오전 약수탕 일원에서 ‘위령제 및 봉화 보부상 한마당’을 봉화군 오전2리 주민회와 봉화 보부상 보존연구회가 매년 10월 셋째 주 토요일 열고 있으니 한 번쯤 찾아보길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05

지방자치 30년, 지역민과 소통 부재가 아쉽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25년이면 30년이 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로 본격적인 문을 열었다. 지방자치제도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가와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풀뿌리민주주의 원리로부터 나온 제도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느낀다. 한국리서치에서 지역혁신연구소와 전북대학교의 공공갈등팀과 함께 지난 9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에 대한 자부심, 애착이나 소속감, 정주의식은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더 높았다. 전반적으로 60% 이상으로 나와 지방자치의 운영이 중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지역사회의 뉴스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과 지역의 이슈를 이야기한다고 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자체장이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나의 생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71%를 차지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자체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에서는 70% 가까이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주민들이 지역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과 동시에 단체장, 지방의원 등 주민대표들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결과를 보였다. 주민 참여 기회와 참여역량이 모두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서비스 만족도 역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의 문제 발생 시 지역 공무원들이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하며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태도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절반(64%)이 넘는다.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지방자치는 지역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30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그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의 부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의 성공 조건은 주민과 소통이 우선이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는 현장에 있고 절차와 과정이며 결과보다는 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가 풀뿌리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거라서다.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는 원탁 토론회로 주민 스스로 시정과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평가를 하고 있어 다른 시·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으로 가기 위한 진통을 하고 있다. 시·도민의 동의 없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인 행정통합은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경북의 주민들은 “통합이 되면 모든 행정 기능이 대구로 흡수될 것이며 이에 대한 예산확보도 어려워진다. 무분별한 통합이 오히려 지역 균형발전을 방해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의 심화로 경제성장의 정체와 일자리, 인구의 감소로 심각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하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의 필수 생존전략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하는 지금, 주민들의 지역 소속감과 정주의식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여덟 번의 선거를 거친 지방자치의 중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개선되어야 할 여러 과제들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에 관심 많지만 주민 참여의 기회와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의 주민과 소통의 기회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05

그림을 빚다

플레이스 씨에 들어섰다. 너른 정원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사내아이 둘이 기다렸다는 듯 뿌연 안개를 휘젓고 다닌다. 함께 그 속에 뒹굴고 싶어 우리도 그 속으로 들어가 그림이 된다. 전시실로 발길을 옮기니 입구의 차규선 작가의 귀향 전시 포스터가 벽면 가득한 크기로 붙었다. GOING BACK HOME, 경주가 고향인 작가가 고향의 언덕을 그려 펼쳐놓은 화려한 귀향이다. 2001년, 서른셋의 차규선은 호암미술관에서 본 분청사기에 반해 그 제작기법과 이미지를 반영하여 흙을 고착 안료와 섞어 캔버스 표면에 바르고 백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전면을 칠한 후 물감이 굳기 전에 나무 주걱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풍경의 형상을 그리거나 긁어냈다. 분청 회화의 시작이었다. 그림 앞에 서니 자꾸만 그릇처럼 질감을 만져보고 싶게 만든다. 가까이 가서 눈으로라도 만져보려 자세히 살폈다. 초코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올려놓은 듯하다. 손으로 쓰윽 찍어 맛보고 싶다. 소나무 가득한 그림 속에서 작가의 고향 집이 있나 살핀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경주 남산 근처에서 살았다. 태어나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굽고 휘어진 소나무 숲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거나 누워있기도 했다. 솔숲을 가로질러 학교로 걸어가기도 했다. 그림의 소재가 경주의 소나무가 되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 하면 소나무를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그의 이런 생각이 작업실의 수백 장 삼릉의 소나무 사진을 보면 짐작이 간다. 전시회장 창가에 커다란 백자 항아리가 앉았다. 차규선 작가의 그림 속의 푹하게 내린 하얀 눈 색을 닮아 잘 어울렸다. 이번 전시에 차규선 작가의 아버지, 경주 가는 길 등 작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그림도 있다. 이 길은 어디쯤일까 상상하며 길 속으로 걸어가 본다. 길 그림 맞은편에는 불빛 아래에서 수런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곳에 특별히 환한 조명을 비춘 풍경은 프란시스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방어군의 처형을 떠올리게 한다. 2019년부터 차규선의 풍경 작업은 꽃밭이다. 모퉁이를 돌아 또 다른 방에 들어서자 분홍빛이 지천이다. 돌산인 남산을 이른 봄에 올라 본 사람은 보았을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무리를. 작가의 마음속 오솔길을 오르던 관람객이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진달래색에 취해 본다. 그 옆에 산수유, 또 고개를 돌리면 매화 정원이다. 그 향에 취해 어린아이처럼 사뿐거리며 그림 속을 뛰어다녔다. 검은 바탕에 수선화가 그득한 그림 앞에서는 작가의 마음을 느끼려 다소곳해진다. 마지막 방은 꽃이 별처럼 박혔다. 작가의 과잉과 절제를 동시에 품은 그의 최신작이다. 꽃과 나무의 형상 대신 우주의 팽창 같다. 작가의 그림의 영역이 어디까지 퍼져갈지 기대된다. 방을 나오며 작가의 그림을 보는 관람객을 그린 그림을 본다. 작은 액자 속에 작은 사람이 내가 되는 순간이다. 경주 플레이스 씨는 지난 문봉선의 먹 바람 전시도 그렇고 이번 차규선 작가까지 경주를 그린 작가들을 찾아낸다. 하지만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는 이가 적다. 황리단길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커피값이나 비슷한 입장료가 아깝다는 이도 있다. 경주가 문화로 풍성하길 바라며 플레이스 씨를 공개한 주인장의 뜻을 경주 사람들조차 모른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차규선 작가의 작품 변천사를 담았고 고향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보고회 성격도 띠는 이번 전시회는 오는 12월 15일까지 열리니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주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1-05

이달의 독립운동가, 최세윤을 아시나요?

국가보훈부가 2024년 1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세 분(최세윤·정원집·김영백)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한 분이 흥해 출신 최세윤 의병대장이다. 최세윤은 1867년 포항 흥해에서 태어났다. 20대 후반까지 여러 경서를 익히고 통달했으며 특히 병서 읽기를 좋아하여 문무를 겸비하였다. 명성왕후가 시해되고 단발령이 강요되자 책만 읽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의기가 일어나 의병 수백 명을 모집하여 안동의진으로 달려가 김도화 의병장이 이끄는 의병에 합세해서 아장의 임무를 맡았다. 예안의진의 향산 이만도 의병장과 더불어 군무를 의논하여 능력과 신임을 받았으나, 고종이 아관파천을 하고 일제가 무력으로 의병을 강제해산 시키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지으며 학림학당에서 인근 고을의 자제를 모아 글을 가르치며 농수 최천익 선생의 유고를 수집하여 ‘농수선생문집’속집을 간행하여 때를 기다렸다. 일본이 강제적으로 을사늑약을 체결하자, 고종의 밀지를 받은 정환직이 아들 정용기와 함께 영천에서 산남의진(山南義陣)을 결성하였다. 의병전쟁은 전기·중기·후기로 나누는데 산남의진은 중기에 일어난 의병이다. 1907년 제1대 정용기 대장이 죽장 입암전투에서 전사하고, 제2대 정환직 대장도 체포되어 처형당한 후, 최세윤이 제3대 의병대장으로 추대되었다. 최세윤 의병대장이 활동할 당시, 일제는 헌병 6600명, 경찰 5000명으로 늘려 야만적인 살육 작전으로 의병을 초토화시켰다. 이에 맞서 최세윤은 결사적으로 항전했으나 1911년, 포항시 장기면 용동에서 피체되어 대구로 압송되었다. 대구지방재판소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경성형무소(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되어 옥고를 치르던 중 나라의 희망이 없음을 한탄하여 아내가 넣어주는 사식마저 거절하고 단식투쟁 끝에 1916년 49세 일기로 순국하였다. 최세윤 의병대장 가족은 당대 최고의 가치관인 충(忠)·효(孝)·열(烈)을 이루었다. 최세윤은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다 순국하셨으니 ‘충’을 이루어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으며, 아들 산두(1888~1912)는 일경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과 형벌에도 아버지의 행방을 함구하다가 24세에 옥사하였다. 이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지 않은 ‘효’를 실현한 것이다. 2017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윤영덕(1868~1917) 여사는 최세윤 의병대장의 부인인데, 남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어린아이를 업은 채 대구와 서대문형무소 주변에서 품팔이를 하여 사식을 올렸으나, 들여보낸 음식이 그대로 되돌아 나오자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뜻이 있음을 짐작하고, 명주옷을 미리 준비하여 남편이 순국하자 손수 염습한 주검을 포항 흥해까지 정성껏 모셔 와서 장례를 한 후,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위해 혼신을 다 하였으니 ‘열(烈)’을 이루었다고 회자 되고 있다. 최세윤은 부인 윤영덕 여사와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사단법인 최세윤의병대장 기념사업회에서 2013년 의병대장의 일대기와 의병 활동을 중심으로 한 ‘산남의진 제3대 의병대장 최세윤’, 2021년 김일광 작가의 청소년 소설 ‘산남의진 의병장 최세윤’이 발행되었다. 매년 흥해읍에서 의병의 날을 기념하지만 포항시민과 흥해읍민들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라 안타깝다. 수많은 의병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을까. 2024년 1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최세윤, 그 정신은 길이 길이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이순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31

딸아, 너는 꽃길만 걸어라

딸의 결혼 얘기가 오가자 기쁘기 보다는 걱정이 많아지는 건 무슨 연유일까. 곧 결혼이라는 세계에 들어서야 할 딸의 걸음이 어쩐지 나는 측은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 일은 가장 큰 축복이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 길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딸이 앞으로 살아내야 할 고단함이 걱정되고 걱정되는 모양이다. “사춘기 육남매들 말썽 피울 적이면 엄마는 말했다// 열 살까지는 부모 책임/ 스무 살까지는 반반 책임/ 스무 살 넘어서는 다 니들 책임이라고// 책임을 다해 살았다// 고 믿는 나도 그때의 엄마가 되어 사춘기 딸에게 말했다// 열 살까지는 내 책임/ 스무 살까지는 반반 책임/ 스무 살 넘으면 네 책임이라고// 스무 살 스무 살까지만 하고 엄마처럼 살았다// 보청기를 달고 전화로도 기차화통이신/ 여든다섯의 엄마는 여태껏 책임을 초과해/ 쉰셋의 늙은 딸 아침을 알람 중이시다 일어났냐/ 목소리가 왜 그러냐 아프냐 고단하냐 귀찮다고/ 끼니 거르지 말고 따순 아침밥 먹고 나간 자식들/ 안 삐뚤어진다 파김치 시어진다 다녀가라//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아야 한다// 두 딸이 스무 살 스무 살만 되면/ 희망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조차도”- 정끝별 시 ‘삼대 2’ 우리 때만 해도 모든 여자들의 목표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 였다. 엄마들은 자신의 이름도 잊고 나이도 잊고 그저 애들 뒷바라지와 남편 치다꺼리로 평생을 살았다. 그게 전부인 줄 알았고 그래야 하는 줄만 알았다. 자식 잘되는게 삶의 기쁨과 보람이었던 엄마들. 그 엄마의 고단한 삶만은 물려받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의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그런 엄마가 되어 있다. 첫 아이를 낳을 때 양수가 먼저 터져 입원해서 진통이 오길 밤새 기다렸었다. 전화를 받은 엄마는 버스 끊긴 시골이라 달려오지는 못 하고 밤새 얼마나 애를 태웠던지 다음날 병원에 왔을 때는 입술이 퉁퉁 부르터 있었다. 난 맏딸도 아닌 넷째딸이고 엄마에겐 다섯 번째 손주였는데도 말이다. 그리 애면글면 하는 성격이니 일곱 자식 걱정에 애간장이 다 녹아 쉰 일곱 그 한창 나이에 그리도 급히 훌쩍 가버리셨나 보다. 시인의 팔순 어머니도 아직 책임을 초과해 전화기에 대고 저리 기차화통이라시는데. 시인은 두 딸이 스무 살만 되면 누구도 희망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그러지 못할걸 알기에 저리도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처럼 살지 않아야 된다고 계율처럼 되뇌이지만 숙명처럼 엄마들은 또 책임을 초과하고 있다. 딸이 스무 살의 곱절이 지나도 엄마들의 질긴 자식 걱정은 아무래도 끊이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31

아트포항, 말라티아에서 K-문화 민화를 알리다

민화(民畵)는 말 그대로 ‘민초의 그림’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민화는 신석기시대 암벽화의 동물그림, 고구려 벽화의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장생도(長生圖), 백제 산수문전의 산수도 등등이 한국 민화의 연원을 밝히고 있다. ‘서민들의 정감이 표현된 대중적인 그림’으로 정의되는 민화는 일상생활과 직결된다. 복을 빌며 나쁜 기운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밝고 화려한 색감으로 고된 민초의 삶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아트포항운영위원회(위원장 장미화)가 주관하는 한국-튀르키예 국제미술교류전이 올해로 3년째다. 지난 2년은 이스탄불에서 화려하게 전시를 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2월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말라티아(Malatya)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대중들의 꿈과 희망, 안위를 바라는 ‘한국 민화’를 주된 작품으로 전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포항국제아트페어 2024’는 지난 8월 ‘조화의 즐거움’을 주제로 서울을 시작하여 9월은 포항, 10월은 11일~16일 말라티아 문화예술센터에서 한국 정서가 담뿍 담긴 포항 작가들의 현대·전통 민화 작품과 다수의 서양화를 전시하며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튀르키예에는 지진 피해가 심했던 말라티아와 이스켄데룬 두 지역에 지진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한 520여동의 임시 컨테이너 주택이 한국인들에 의해 ‘한국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되어 있다. 아트포항은 전시장에서 가까운 말라티아 한국마을 문화센터에서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들의 트라우마에 도움이 되는 미술심리치료 수업도 하며 현지 이재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정옥 작가의 현대 민화 ‘약속의 땅’이 신념이 강한 현지 젊은이의 종교적 오해로 인해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화의 속성이 종교와 무관하며 현세적인 염원을 주제로 한 한국 선조들의 추상화라고 할 수 있고 대중미술로서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안위를 바라는 데 있다는 통역으로 오히려 더 좋은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또한 아트포항운영위는 전시 개막식 때 참석하기로 예정 했으나 갑자기 악화된 건강으로 참석하지 못한 한국전쟁 참전용사(96세)를 한-튀 교류협회와 함께 찾아뵙고 진심을 담아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말라티야 Sami Er 시장은 한국 최초의 민간교류 전시라고 반가워하며 고맙고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K-문화를 알리는 데 자신감을 얻은 장미화 위원장은 다음 전시 작품으로 한국의 정겨운 모습을 담은 어반스케치를 계획하고 있다. 포항의 아름다운 모습과 한국 정서가 담뿍 담긴 우리 지역 작가의 어반스케치 작품으로 한류의 흐름에 동행할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2012년 ‘강남스타일’의 대히트를 기점으로, 외부 문화에 관심이 적은 영미·서구문화권에서도 한류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방탄소년단 등 많은 K-POP 그룹이 그 열풍에 불을 지폈다. 지금은, K-문화는 물론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중국이 한국을 통째 자기네 문화로 엮고 싶어 하는 것을 역으로 보면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10월 16일, 말라티아에 규모 5.9의 지진이 또다시 일어났다. 더는 이재민이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아트포항이 준비했던 포항작가들의 민화 작품과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31

식물주민등록증을 낭독하다

'문화 소통과 공감'에서 낭독회가 열렸다. 10월에 사진에세이를 출간한 김주영 작가의 출판기념회다. 낭독 사랑방을 운영하는 권양우 낭송가는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김주영 작가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학인으로 소개했다. 수필에 입문한 후 사진에 빠져 공부하며 이젠 사진작가로의 입지를 굳혔다. 다음 달 11월 6일부터 열리는 ‘2024 국제여성사진페스티벌: 상상임신_테크니아(Pseudocyesis Technia)’에 식물의 꿈을 주제로 한 ‘Leaf Flowers’의 작품으로 사진전에도 참여한다. 김 작가는 그동안 여러 장소에서 사진전에 참여해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다. 그러다 사진으로 다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책으로 내게 되었다. 작은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식물을 바라보는 마음, 자연을 대하는 마음, 그 비인간 생명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의 변화가 자연도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첫 마음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책은 그런 작은 소망을 담아서 준비했다고 낭독회에 참석한 지인들에게 소감을 전했다. 그간 작가의 작업이 인정받아 이번 책은 포항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책을 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 또한 전했다. 함께 자리한 이들이 김주영 작가의 에세이를 나누어 낭독했다. 낭독하니 책 안에 잠자던 작가의 이야기가 밤기운을 덧입고 살아서 공간을 채웠다. 낭독의 힘이다. 묵독이 주가 되는 디지털 시대에 소리 내어 읽는 행위는 몸이 읽는 행위다. 낭독이란 목소리를 통과해온 문자가 살아서 형체를 갖추는 일이다. 그 옛날, 처음은 소리 내어 읽었다. 띄어쓰기 없이 쓰인 고대 그리스 문장은 소리 내 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어는 묵독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린 왕자 포항 사투리 버전인 애린 왕자를 경상도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오래 산 친구들이 묵독했을 때 이해하지 못 해 어렵다고 해서, 녹음해서 들려주니 그제야 웃으며 재미있다고 했다. 소리 내어 읽어야 그 뜻이 전달되었다. 낭독의 효과다. 김주영 작가는 사진에세이 ‘식물주민등록증’을 쓰기 위해 기청산식물원을 자주 찾아갔다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기온 차가 심해 예전에 기청산 식물원에서 찍었던 꽃들이 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서식지를 옮겨온 식물들은 급격히 변하는 날씨에 잘 있을까 궁금해서 식물원을 찾아가서 봄부터 여름까지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 식물에서 받은 느낌이 식기 전에 글을 쓰고, 또 찾아가 보기를 반복하다 계절이 지났다. 1부 식물의 안부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가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것이 작업의 원천이 되어 식물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는 생각하면서 계속 사진 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다. 2부 식물에게 배우는 시간, 작가는 이팝꽃이 군락으로 핀 흥해 향교산 발치에서 자랐다. 이팝꽃을 떠올리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함께 떠올라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작가다. 3부 나무의 안부는 사람이 떠난 재개발 지역에 주인을 잃고도 삶을 멈추지 않은 식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손길이 보인다. 햇살을 향해 덩굴손을 뻗고, 낡은 대문을 감싸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 나도 살고 너도 살았던 그곳에 여전히 삶을 지속하는 나무, 그들은 떠날 이유가 없다고 작가는 셔터를 누른다. 낭독으로 사진을 읽는다. 작가의 따뜻한 기운이 읽는 이에게로 듣는 이에게로 옮아간다. 낭독에 빠진다. 묵독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힘을 준다. 권양우의 낭독 사랑방이 한 달에 한 번 저녁에 문화와 소통 공감에서 열린다. 낭독으로 문학을 공유하는 모임이니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해 공감하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9

피재현 시인과 가을밤에 만나는 시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그리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이 지났다. 올해는 유독 추운 겨울이 될 거라고 한다. 어쩌면 제대로 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올지도 모르니 이 가을을 마음껏 즐겨두는 것이 좋겠다. 가을의 정취를 노란 은행, 붉은 단풍으로만 즐기란 법이 없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들려서인지 올가을은 더욱 문학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안동시 원도심 동문동에 자리한 안동시립웅부도서관에는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가만가만히 모여 시(詩)를 노래하고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안동시립웅부도서관 2024년 하반기 문화교실 ‘피재현 시인의 시 창작 교실’의 수강생들이다. 지난 9월 12명의 수강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10월 11일 첫 강의를 시작해 총 10강으로 진행된다. 강사 피재현 시인은 1999년 등단해 시집으로 ‘우는 시간’(2016), ‘원더우먼 윤채선’(2020)이 있다. ‘원더우먼 윤채선’으로 제10회 백신애창작기금에 선정됐으며 현재 시집작은도서관 포엠을 운영하고 있다. 강의 내용은, 한국 현대시의 이해와 함께 어떻게 쓰고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한 서술 방식과 표현 방법을 통해 시 창작의 실제에 이르는 알찬 구성으로 준비되어 있다. 시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쓰기에 도전한 수강생들은 각기 저마다의 내력이 있다. 2년 연이어 수강신청을 했다는 권해숙 씨는 피재현 시인의 시 창작 교실이 개강되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작년 강의를 듣고 정말 반했어요. 평소 제가 궁금했던 것을 해소하게 돼서 기뻤거든요. 표현력이나 시적 감성이 풍부해져서 뿌듯합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자기만의 알을 깨고 못 나왔는데 수업을 거듭 들으면서 평소 알고 싶은 분야를 배우게 돼서 행복해요. 학창시절에 대부분 문학소녀의 감수성은 가지고 있잖아요. 직장생활이며 일상에 치여 바쁘게 지내다가 요즘 평생학습 시대에 이런 강의가 있어서 참 좋아요.” 시 창작교실 수강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좀 거창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감이 생겼고 자기 성찰을 통해 성장을 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내 자신이 참 많이 밝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 김희준 씨는 소설 작품을 드라마로 제작했던 KBS의 ‘TV문학관’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을 정도로 문학에 진심이다. 시와 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관심이 크다. 직장을 다니다 크게 다쳐 몸과 마음이 아팠던 시기에 시를 만났다. 작년에 수강 후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고 올해 역시 강의를 기다렸다고 한다. “시와의 만남이 숙명이에요.” 깊어가는 가을밤, 한때는 안동의 제일 번화가였지만 이제는 구도심이 되어버린 오래된 도서관에 불빛이 어룽거린다. 그곳에 일상의 기쁨과 슬픔, 인생을 이야기하고 시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9

평생직장은 옛말, 요즘 ‘2030 세대’의 삶을 대하는 달라진 태도

요즘 2030 세대들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의 기성세대가 평생직장이라는 확실한 개념을 가지고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해왔다면 이들은 아주 달라진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간다. 즉,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이 실현되는 장소로써의 직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스트레스와 개인 생활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까닭이다. 이런 2030들의 가치관은 덩달아 회사의 조기 퇴사율을 높이고 있다. 회사에서는 이들의 퇴사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조직 내부의 업무 흐름에 방해되고 팀의 안정성과 협업에 있어서 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며 2024년 5월, 2030 세대의 첫 직장 재직 기간은 평균 1년 7개월, 65.7%로 나타났다. 어렵게 취업한 직장을 2년도 채 다니지 않고 그만둔 셈이다. 이들도 당연히 장기근속을 하고 싶어 하지만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맞는 조직문화와 일을 찾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이들을 안정적인 직장만을 원하지 않는다. 경력을 쌓기보다는 자신과 맞는 곳으로 떠나는 게 합리적이고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시간을 지불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게 이들의 가치관이다. 워라밸과 함께 이들에게 나타나는 또 하나는 ‘1인 기업’이다. 젊은 세대에서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러다 번 아웃을 겪기도 하는데 요가로 심신의 안정을 위해 요가와 명상, 취미 활동이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자신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알기에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필수전략이 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과감히 퇴사를 결정하는 2030 세대들을 위해 젊은 인재가 필요한 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업은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회사 문화와 조직 내 환경을 개선하여 워라밸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업무 외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유연한 근무, 재택근무 옵션, 휴가 및 휴식을 지원하여 소통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음은 직업에 대한 다양한 경로와 선택을 제공한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직업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경력 개발과 이직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의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고 적절한 역량 개발을 지원한다. 기업에서는 채용 단계부터 신중한 면접과 적합성 평가를 통해 실제 업무와 지원자의 적성을 정확하게 연결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심층 인터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조기 퇴사는 무엇보다 기업이 이들의 변화된 요구에 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예를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부서나 동료와 어려움을 겪으면 상사를 직접 고를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를 떠나는 2030 세대에게는 직장생활이 자신의 꿈과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들의 새로운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 소통하며 더 나은 회사 문화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9

군중심리(群衆心理)

가을이 깊어가는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은 고요히 내리는 가을비를 즐기고 있다. ‘군중심리’의 사전적 정의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이 명백히 틀린 답마저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선택한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되고, 정치적 토론에서는 비슷한 의견을 가지면 동조를 넘어 집단 극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필자가 정확한 검증 없이 이규보의 ‘와이로’를 우리말이라고 믿었던 것도 결국 군중심리의 일원이다. 이규보 문집에 실렸다는 구성 탄탄한 우화가 있다. 까마귀와 꾀꼬리의 노래 대결에 심판은 백로. 꾀꼬리가 더 아름다운 소리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까마귀는 열심히 개구리를 잡아서 백로에게 바친다. 당연히 승리는 까마귀 몫이고 여기에서 ‘뇌물’을 뜻하는 와이로(蛙利鷺)가 생겨난다. 개구리 와(蛙), 이로울 리(利), 백로 로(鷺)로 이루어진 ‘와이로’는 단순 우화에 실존인물인 고려의 문신 이규보가 등장하며 사실적인 이야기로 바뀌어 사람들의 믿음에 확신을 준다. 급기야 뇌물을 뜻하는 일본말 와이로(わいろ)의 어원이 우리말 와이로(蛙利鷺)였나? 하는 의심을 넘어 우리말이라 단정 짓는다. 신분차별과 매관매직이 극심했던 고려시대. 어릴 때부터 신동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이규보(李奎報)는 번번이 과거에 낙방을 하자 세상을 등지고 초야에 묻혀 책만 읽는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라는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을 써서 대문에 붙여 둔다. 당시 임금이었던 명종이 미복을 하고 민심을 살피던 중, 깊은 산중 민가 대문에 적힌 이 글이 너무 궁금하여 주인을 만나 ‘와이로(蛙利鷺)’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에 임금은 임시과거 정보를 흘리고는 궁궐로 돌아와 임시과거를 열 것을 명한다. 임시과거 시제는 ‘유아무와 인생지한’이었고 장원급제한 이규보는 고려의 유명한 학자가 된다. 이야기 구성이 우화와 더불어 많은 사람이 믿을 만큼 탄탄하다. 필자도 일본어 와이로(わいろ)가 우리 옛글 구결(口訣)과 닮았다는 생각에 와이로(蛙利鷺)가 우리말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우리말 사전 어디에도 ‘와이로(蛙利鷺)’는 검색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일본어인 ‘와이로’ 대신 우리말 ‘뇌물’을 쓰도록 권장한다. 알고 보면, 사전만 찾아봐도 허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16년 10월 24일로 돌아가 보자. 한 언론사에서 태블릿PC를 운운하며 최순실에 대한 단독 뉴스를 띄운다. 뇌물에 분노하며 순식간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다. 누구도 정확한 정황 보도를 기다릴 생각을 않은 채 뒤따르는 온갖 루머까지 집어삼키며 군중의 몸집은 커져간다. 촛불집회와 중학생까지 동참한 시국선언은 거침없이 탄핵으로 이어지고, 몸집 키운 군중은 원하는 걸 얻은 뒤에야 흩어진다. 군중심리로 뭉쳐진 군중은 무서울 게 없다. 권력다툼은 동서고금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함께한다. 인간광우병, 사드 사태, 태극기부대 등등도 군중심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맹자는 인간이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했다. 나라가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가을, 꽃망울 터트리고 싶어 아우성인 국화를 보며 부디 군중의 심리가 나라의 평안함에 힘이 실리기를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4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10월 연휴를 맞아 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처음 함께하는 해외여행이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출발 전부터 공항 주차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인솔하시는 분과 소통이 잘 안 된 면이 있었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잠깐 헤매었지만 금방 주차하여 출발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까지 호통을 치며 혼을 낼 때는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조금 야단을 맞았다고 해서 고대하던 여행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치솟는 섭섭한 마음을 누르면서 창밖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둥실거리는 맑은 가을날이었다. 이런 아름다움을 눈 앞에 두고 마음을 괴로움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평소에 즐겨 듣던 명상의 말을 떠올렸다. 말이란 사실 소리의 울림일 뿐인데 상대방의 말에 내가 분별을 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마음이 훨씬 차분해졌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과 견해라는 것이 있으니 상대방이 못 마땅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상대의 입장과 마음도 헤아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를 읽는다.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조용미 시 ‘가을밤’) 매운 생마늘이 꿀에 잠겨 두 해가 지나니 형과 질이 바뀐 마늘꿀절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부대낌이면 외골수 같이 톡 쏘아대는 성질도 한풀 죽어 유순해지는 모양이다. 그러는 동안 동그란 유리병 안에서 참아내야 하는 인내 또한 만만치 않았으리라. 아무리 뾰족하게 들이대어도 같이 쏘아대지 않고 그저 묵묵히 품어주는 꿀의 시간이 그렇게 마늘꿀절임을 만들었으리.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토록 무던한 절임이 되는 건 참으로 어렵지 않을까. 서로 섞여 살다보면 마늘도 꿀도 아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마늘과 꿀이 아닌 것도 아니다. 서로 인연한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형과 질마저 버릴 만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을 연하고 오래 묵어가다보면 어느 날 묘한 맛으로 변해버린 서로를 보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서로를 따뜻하게 데워줄 한 숟가락 꿀절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부디 잊지 말기를. 누구나 나는 달콤한 꿀인줄 알고 살지만 돌아보면 매운 내 톡톡 쏘아대는 마늘이 바로 나였음을.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4

밤하늘 빛내는 하회선유줄불놀이

“10월에 줄불놀이 보러 안동에 가자!” 유튜브를 통해 안동하회마을의 아름다운 축제 하회선유줄불놀이를 접한 남자친구는 몇 달 전부터 10월에 열릴 선유줄불놀이 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줄불놀이? 쥐불놀이가 아니고?” 처음 듣는 줄불놀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고 낯설었다. 선유줄불놀이는 조선시대에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서 음력 7월 16일에 양반들이 즐기던 놀이로 하회마을의 독창적인 문화이다. 당시 양반들이 시를 짓고 음주와 불꽃까지 즐기던 놀이로 나룻배에 주안상을 준비하여 선비들과 기녀들이 시흥을 돋우는 것에서 선유(船遊)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기녀들이 흥을 돋우며 술 시중을 드는 동안 선비들은 글제를 두고 서로 시를 지었고, 완성된 시를 기녀가 읊조렸다. 이때 시를 짓지 못한 선비는 벌주를 마셨다. 줄불놀이에는 ‘줄불’, ‘낙화’, ‘달걀불’ 세 가지의 불꽃놀이가 있다. 줄불은 부용대 정상까지 강물을 가로지르도록 새끼줄을 이어 숯가루 봉지에 불을 붙여 불꽃이 아름답게 타들어 가도록 하는 놀이다. 타들어 가는 새끼줄을 잡아당기면 강물 위로 차르르 불꽃이 흩날리는데, 이것이 마치 꽃가루가 휘날리는 것처럼 화려한 모습을 보인다. 낙화는 솟갑단에 불을 붙여 부용대 정상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놀이다. 조선시대 줄불놀이를 즐기던 선비들은 자신의 시가 완성되면 “낙화야!”하고 부용대를 향해 소리 지르고, 부용대 정상에서 솟갑단에 불을 붙이며 기다기던 사람이 그것을 절벽 아래로 던졌다. 솟갑단은 커다란 불덩이가 되어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몇 차례 바위에 부딪히며 불꽃을 튀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마저 밝아져 천천히 불꽃을 피우는 줄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달걀불은 달걀껍데기에 들기름을 붓고 심지를 말아 넣어 불을 붙여 짚으로 만든 따뱅이 위에 올려 강물에 띄워 보내는 놀이로 잔잔한 강물 위에 비치는 모습이 선비들이 짓는 아름다운 시 한 수를 떠올리게 한다. 시민기자가 방문했던 10월 5일 하회선유줄불축제는 1만여 명이 방문하여 축제를 즐겼고, 안동탈춤페스티벌과 같은 날 열려 탈춤페스티벌을 즐기고 건너와 줄불놀이까지 즐기러 온 방문객들이 많았다. 선유줄불놀이를 감상하기 위해 안동에 도착한 우리는 안동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간고등어를 먹고 차를 타고 이동했다. 주차장이 만차라 다른 곳에 차를 세워두고 셔틀버스를 이용해 매표소까지 안전하게 갔다. 입장료는 1인당 5000원이지만 대구 시민은 80% 할인을 적용받아 1000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할인되는 지역이 많으니 주소가 확인되는 신분증을 챙겨가서 할인 혜택을 챙겨 받으면 좋겠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셔틀버스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셔틀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간식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혹여나 아픈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의료 부스와 안동의 주요 행사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기록된 안내책도 무료로 배포하였다. 행사 시작 약 4시간 전에 입장하였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강가가 가득 찼었다.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식전 공연에는 아름다운 우리 노래와 악기 연주, 탈놀이 등으로 방문객들이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줄불놀이가 시작되자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어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고, 간절한 염원을 담아 “낙화야!” 큰 소리로 외치는 낙화 퍼포먼스도 몇 차례 진행되었다. 강물을 둥둥 떠다니는 달걀불은 복잡한 일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졌다. 다가오는 11월 2일에는 올해의 마지막 하회선유줄불놀이 행사가 열리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함께 앉을 돗자리와 추위를 대비한 따뜻한 옷과 담요를 준비하여 아름다운 줄불을 감상하며 몸과 마음이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4

그림을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 ‘낙관’

긴 그림을 보았다. 벽의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 끝까지 길게 두루마리를 펼쳐 놓아 마치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을 보는 듯하다. 그림을 자세히 보려고 몸을 기울였다. 동영상으로 남기려 빠르게 걸으며 찍어도 끝까지 가니 30초가 넘었다. 심사정의 촉잔도권은 길이부터 사람을 압도한다. 중국 장안에서 촉(지금의 쓰촨)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담았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사이사이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 산꼭대기 마을과 아랫마을을 도드래로 연결해 물자를 실어 나르는 모습을 세필(細筆)로 그렸다. 이인문은 스승 심사정의 ‘촉잔도권’에서 영향받아 ‘강산무진도’를 그렸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광활한 산수와 계곡, 기암절벽은 묘사가 닮았지만, 차이도 뚜렷하다. 인적이 드문 ‘촉잔도권’과 달리 ‘강산무진도’ 곳곳엔 농경·수산·해운 등에서 바쁘게 일하는 인물 360여 명을 그렸다. 그림을 자세히 보려고 걷던 걸음을 되돌려 다시 걷길 반복했다. 처음 볼 때와 달리 특이한 모양의 낙관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섬의 지도 같다가 다시 보니 꿈틀거리는 애벌레 같기도 했다. 그 옆에 동그란 도장이 또 찍혔다. 두루마리 처음에서 그림이 시작하는 곳까지에 찍은 것이 여덟 개였다. 이렇게 시작하는 첫머리에 찍는 것을 머리 두(頭) 자를 써서 두인이라 부른단다. 동행한 지인이 불경을 공부하는 분이라 서예에 관심이 많아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낙관은 알고 있었지만, 종류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다. 두인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시작을 알리는 방법으로 사용한다는데 주로 작품의 위쪽에 넣어 주고 아호인과 성명인은 작품을 끝낸다는 의미로 주로 아래쪽에 넣어 준다. 두인은 반달형, 타원형 종모양, 호리병 모양 등 매우 다양하다. 내용도 다양하여 서재명이나 연호 성 등을 넣기도 한다. 두인을 찍을 시에는 공간의 넓이나 내용을 고려하여 사용한다. 낙관은 낙성관지(落成款識)를 줄인 것이다. 서화에 서명·압인하고 완성의 뜻을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상세하게는 시구(詩句), 연월(年月), 간지(干支), 쓴 장소, 서사(書寫)의 이유, 증여할 상대방의 성호(性號)를 써넣어 서명·압인할 경우도 있다. 현재는 다만 호만 쓰는 일이 많고, 도장 하나를 눌러서 대신한다. 중국회화에서는 원 이전은 거의 낙관하지 않았으며, 이따금 낙관할 때는 화면을 손상하지 않도록 돌 틈새 등에 숨겨 썼다. 이것을 은낙관이라고 한다. 얼마 전 다녀온 문봉선의 경주 그림 전시에서도 낙관을 그림 속에 숨겨두어 흘려보면 보이지 않기도 했었다. 나무, 돌, 금속, 동물의 이빨 같은 재료에 그린이가 직접 새겼지만, 전문가에게 따로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고무인이나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낙관을 한다는 것은 작가 스스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후세에 이 낙관을 통해 이 작품이 진품이었는지, 위작이었는지를 밝히는 귀중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인장을 찍을 때는 보통 두 개를 찍는데, 같은 형태를 피하여 하나는 주문(朱文), 하나는 백문(白文)으로 하는 것이 좋다. 낙관 글씨는 작품 글씨보다 작아야 하며, 낙관 글씨의 위치는 보통 왼쪽 윗부분이 기준이 된다. 한문 작품의 경우 한글 낙관은 격에 맞지 않는다. 신윤복은 ‘가슴속은 언제나 사시사철 봄이구나’라는 글귀를 타원형으로 새겨 미인도의 트레머리 가까이 찍었다. 모델을 향한 화가의 진심을 전하는 연서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 도장을 새기듯 옛 선비들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후 낙관을 찍었나 보다. 낙관을 자세히 보는 것은 그림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2

“호기심 있으면 늙은 게 아니다”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시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노년의 삶이란 은퇴하면 대부분 집에서 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휴식하는 여가를 보낼 거라는 인식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예전의 그들에 비해 여가는 물론이고 높은 학력을 가졌으며 미래 지향적이고 계획적인 노후 설계, 자아실현의 기회, 여유와 여러 취미,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 참여 등 소비에 있어서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55세에서 69세의 시니어가 여가 활동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자녀 양육을 마치고 여행, 운동, 문화생활을 위해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나이답게 살아가기보다는 ‘나답게’사는 삶을 추구한다. 여가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취미 생활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새로운 취미를 갖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이를 즐기는 편이다. 은퇴 후, 시니어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사회적 고립 문제도 취미 생활로 인해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또 젊은 세대와의 어울림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만들어 주고 있다. 포항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평생교육원 글쓰기 과정에 입문한 정 모(68)씨는 “나이가 들었어도 호기심이 있으면 늙은 게 아니다. 늦은 나이에 독서와 글쓰기에 눈을 떴다. 나이들수록 사회적 만남이 줄어드는데 이런 배움과 어울림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도 시니어들의 여가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임 커뮤니케이션 앱인 시놀(시니어 놀이터)과 만남 주선 앱인 시럽(시니어 러브)이 생겨나고 시놀에서는 이들을 위한 여행상품까지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 액티브 시니어의 여행 수요는 다양화와 고급화를 통해 만족도가 높으면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자식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이제는 당당한 소비 주체가 됨으로써 시장에서도 액티브 시니어와 관련한 서비스나 다양한 상품들이 쏙쏙 나오고 있다. 특히 패션과 외식, 문화, 식품, 운동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패션은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다는 캐주얼과 개성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이 높은데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운동에도 자신을 위한 거침없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운동이란 젊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에서 시니어들이 당당히 운동하는 모습을 많이 비추어진 영향도 있지만 한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50대 이상 시니어들의 운동에 관련한 지출이 빠르게 증가했고 지금은 25~39세에 비해 전체 금액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 자식에게 의지하던 실버세대와는 다르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노인’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하고 있다. 앞으로 증가하는 액티브 시니어들. 과거에 비해 젊은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는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분명 다채롭고 분화되고 있다. 건강, 시간, 재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들의 자아실현을 위한 더 많은 배움의 장소와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2

‘충신·열녀 고장’ 봉화 유록마을로 초대합니다

봉화군엔 문화유산과 전통문화를 지켜가는 유록마을이 있다. 유록마을 입구엔 청렴의 길, 마을 길 중앙에는 충열의 길이 있고, 마을 안길로는 천문의 길이 있다. 여길 걸으며 천문과학기기와 조선시대 자료를 체험하고, 나만의 별자리 그리기 등을 해볼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는 유록마을. 특히 ‘별별 이야기 투어’ 등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천문학 강의와 별 관측 행사, 절기 음식 만들기 체험, 절기별 유래 알아보기, 풍속행사 등도 인기다. 24절기 교육 및 절기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는 유록마을에서는 지난 10일 한과 종류를 손쉽게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지역민과 관광객이 10~30명 단위로 진행하는 행사인데, 이날은 30여 명이 모여 절기에 대한 강의와 절기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였다. 유록마을의 유록은 아기사슴이라는 뜻이고 조선 시대 유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괴담 배상열(1760~1789)이 천문기구 혼천외 천문기구를 제작하고 전체현상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에 직방당 이라는 연못을 만들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마을이다. 잘 정비된 마을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다. 조선시대 문신 배삼익(1534~1588)의 행적을 기록한 신도비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참여해 전사한 배인길(1571~1592)의 충렬과 부인 월성 이씨를 기리는 정려문이 이 마을에 있다. 배인길은 노부모와 부인을 둔 몸이었지만 “전장에 나가서 용맹이 없으면 효가 아니다. 사나이가 나라를 위해 마땅히 죽을 것이니 이별함을 부인은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의병을 일으켜 예천 용궁전투에서 전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부인 월성 이씨는 손가락을 깨물어 명주에다 “군신의 의가 중하니 부부의 은혜는 가볍다”는 혈서를 남기고 순절했다. 마을 초입 우측에는 천문학자 배상열을 기리기 위해 세운 ‘녹동리사’라는 서원과 천문을 관찰하던 연못 직방당이 있고, 천문 관측기구인 해시계와 선기옥형, 천문자료인 서계쇄록, 기삼백해, 기해제도 등 천문과학 자료가 남아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535호인 ‘혼천의’는 조선시대 천문관측 기구로 일명 선거옥형이라고도 하고, 혼천의와 함께 사용한 해시계도 전하고 있다. 540년의 역사를 품은 유록마을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충신과 열녀가 대대로 이어지고, 학문과 전통을 이어받아 천문과학을 연구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마을을 가꾸기 위해 ‘아기사슴 별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된 ‘아기사슴 별별 이야기’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유록마을 배기면 추진위원장(010-7277-8789)에게 하면 된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22

우리의 영웅, 안중근을 만나다

지난 9월 28일 토요일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영웅’을 보았다. 결말을 알고 보는 뮤지컬은 어떨까?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보았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라 해서 기대가 없거나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안중근 의사, 그가 걸어온 고난과 역경의 길을 2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담아내기엔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웃고 우는 그의 발자취들을 쉴 틈 없이 담아냈다. 주인공 안중근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했던 많은 동료의 이야기도 그저 지나치지 않고 소중하게 담아냈다. 그 때문에 뮤지컬을 보고 나서 안중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했던 발걸음들을 기억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눈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 인물 한 명 한 명의 행동에 집중해서 보게 되어 더 생동감 있고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때문에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그 시대 현장에 함께 있는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뮤지컬이 비극이라 안중근 의사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도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극 중에서라도 조금 덜 고통스럽고 덜 힘들기를 바랄 뿐이었다. 교수형을 앞두고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가 보낸 수의와 ‘당당히 죽으라,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는 그녀의 말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조차 헤아리기 힘든데, 그런 아들에게 수의를 지어 보내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러나 그녀는 의연한 태도로 아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과 자기 뜻을 전했다. 뮤지컬 ‘영웅’에서는 조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도 독립운동을 위해 애쓴 인물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국채보상 의연금을 기부하였고 아들의 죽음 이후에도 임시정부경제후원회의 활동도 함께 하였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만주 뤼순 감옥에 갇히고 재판을 받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1910년 3월 25일 오전 10시 그는 교수형을 받았다.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죽은 뒤 그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다시 고국으로 옮겨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안중근 의사의 정확한 매장 위치를 알 수 없어 그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도 조국의 땅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뮤지컬 마지막 장면인 안중근 의사의 교수형 이후에 화면으로 관객들에게 알리며 막을 내렸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뮤지컬을 즐긴 관객들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지켜낸 나라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기념촬영을 하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귀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중근 의사, 그는 아직까지 고국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영원히 고국에 있는 우리 마음 속에 그의 모든 것이 남아있을 것이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17

새 앨범 ‘왔다’ 낸 경주 활동 가수 정훈

‘하늘호’는 경주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이름이다. 통기타 어쿠스틱 팀으로 ‘어떤 말도 노래도’, ‘경주로망스’ 등 디지털 싱글앨범을 발표하며 다양한 무대에서 팬들과 만나고 있다. 경주 내 다양한 행사는 물론 좋은 일도 꾸준히 하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 그 중 이번에 새 앨범을 발표 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훈을 만나보았다. 그의 작업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큰 대로변 2층 큰 글자로 적힌 간판이 보였다. 심한 길치인 시민기자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연장에서 만난 능숙한 무대 매너의 정훈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날이기도 했다. 첫 질문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관광경영학도였던 그는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공연을 하다 직업이 되었다고 했다.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2006년부터 황성공원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어려운 이웃돕기 자선공연을 시작했다. 모금함에 담긴 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어려운 학생들 교복지원사업에 사용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레 하늘호란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팀도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공연을 자주하다 보니 대부분의 희로애락이 공연에서 발생된다.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의 반응과 스스로의 만족도가 높은 날은 기쁘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날은 힘이 빠진다. 그는 공연뿐 아니라 곡 작업도 열심인데 경주에 관한 곡도 제법 된다. 경주의 유명 관광지들이 ‘낭만경주’ 등 여러 곡에서 등장한다. 다음으로 새 앨범 ‘왔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왔다’는 긴 여정 끝에 도달한 사랑과 행복을 노래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듣자마자 세미 트로트 형태의 멜로디가 귀에 안착되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매력이 있다. 작사·작곡에는 ‘레몬트리’가 참여하였으며, 편곡은 ‘레몬트리’와 ‘박제민’이 협업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정훈은 이번 앨범에서 어쿠스틱과 포크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이전과 달리, 세미 트로트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음악적 변신을 시도했다. ‘왔다’란 제목엔 그러한 변화 및 결심이 담겨있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계속 다양한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기존의 곡들이 버스킹에 잘 어울렸다면 이번 곡은 행사에 잘 어울릴만한 흥이 나는 곡이다. 대중가수로 활동하다 보니 최근 트로트의 유행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정훈은 이번 앨범에 대해 짧은 인생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더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 또한 밝혔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17

‘아름다운 한글’을 쓰고 있는 우리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들

한글날이 있는 시월이 오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어김없이 들먹여지고 소장자인 배익기씨가 여전히 1000억 원을 요구하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뉴스를 올해도 접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다행히 귀히 보존된 간송본이 있어 국보 제70호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현재 안동본(간송본), 상주본 두 판본만이 유일하다. 1940년 기적적으로 안동본이 발견되면서 어떠한 소리도 표기가 가능한 ‘한글’의 창제 원리를 알게 되고 훈민정음 해례본에 표기된 반포일을 근거로 설왕설래하던 한글날이 이견 없이 10월 9일로 지정된다. 세종대왕 탄신일 1397년 4월 10일과 훈민정음 반포일 1446년 9월 상순(1~10일)은 당시 사용하던 음력일로 이를 세계 표준 역법인 그레고리력(양력)으로 환산하면 5월 15일과 10월 9일이 된다. 지금껏 ‘스승의 날’이었던 탄신일에 2025년부터는‘국가기념일’로 새롭게 지정된 ‘세종대왕 나신 날’이 대신한다. 겨레의 스승으로서 한글창제와 과학기술, 문화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그 업적을 기리고자하는 의미가 더해진다.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한국어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해 온 우리의 고유 언어이고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약 500년 전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이다. 우리글이 창제되기 전에는 우리말 표기 수단으로 중국어 표기 수단인 한자를 차용해 썼다. 어려운 한자를 차용해 우리말을 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한글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다. 애민사상이 바탕이 된 한글 창제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큰애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게 아니라 집현전 학자들이 다 만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칭찬은 세종대왕이 다 받고 있다고 잘못됐다고 그랬어요.” 당시 큰애 담임은 젊고 패기 넘치던 전교조 선생이었다. 그날, 잘못된 정보를 들고 온 초등학생 아들과 마주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글’은 일부 신하의 극심한 반대도 아랑곳 않고 세종대왕이 혼자서 집요하게 만드신 글이다. 젊고 천재적이었던 집현전 학자들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데 그저 많은 도움이 됐을 뿐이다. 그들은 세종대왕이 만들어 놓은 언문을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쉽게 익힐 수 있는지를 연구하며 언문 참고서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 입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로서 어떠한 말과 소리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은 이제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 지난 한글날 경축식을 중계하던 KBS 공영방송에서 노래가사 자막으로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기억 니은 디읃 리을’로 잘못 표기한 채 송출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글날 홍보물 포스터에 ‘훈민정음’을 ‘ㅎ·ㄴ민정음’이라 표기했다. 공공연히 우리글이 홀대당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외국어와 외래어, 신조어, 축약어가 너무 난무하다보니 소통에도 장애가 있어 ‘세종대왕 나신 날’을 기리며 우리글 한글을 더 아끼고 사랑하여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해 노벨문학상이 대한민국 문학작품으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문학사의 영광이자 한국어와 한글까지도 전 세계에 위상을 더 높이게 되었다. 아름다운 한글을 쓰고 있는 우리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17

안동 중앙신시장 오일장으로 오이소

안동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안동 중앙신시장은 안동시 중앙에 자리한 경북북부지역 최대의 전통시장이다. 1946년 7월 상설시장 허가를 받아 개설된 이래 안동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장이다. 안동시민들에겐 ‘신시장’으로 더 많이 불리기도 한다. 매달 끝자리 2일, 7일에 열리는 오일장과 상설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떡, 건어물, 채소, 과일, 반찬 등을 취급하며 안동특산품인 안동간고등어와 안동문어를 판매한다. 명절이면 장보기와 제수용품 구입에 북적이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으며 장날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지난달 추석 연휴에도 장터 가득 퍼지는 부침개 냄새와 흥정 소리, 온누리상품권 환급 이벤트 행사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몰리게 했다. 언제나 북적이는 공간이라 사람살이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런 신시장에 지난 3월 27일부터 매번 장날, 푸른약국에서 안동민속한우 앞 도로까지 농산물 직거래장터가 개설됐다. 기존 중앙사거리에서 안동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다 좌회전해 박무영내과에서 중앙시장길 태평양약국까지 갈 수 있던 길을 오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차량 통행 제한을 한 것이다. 인도 앞 도로에 전을 펴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데, 제철을 맞은 채소부터 각종 과일과 수산물, 당일 아침에 만든 빵과 도너츠, 꽈배기, 비닝봉지에 팽팽하게 담은 다슬기 그리고 양말과 마스크, 소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즐비하다. 농산물을 거래하는 노상 매대 앞에는 품명과 원산지, 가격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이른 아침부터 거래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좀 더 신선하고 좋은 농산물 구입을 위해서는 이른 시간에 발품을 파는 것이 좋다. 차량 통행을 제한한 널찍한 도로에서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굴리며 여유 있게 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먹을거리로 발걸음을 붙잡고 특유의 활기로 시선을 잡는 안동 중앙신시장 직거래장터. 전통시장의 흥겨움을 느껴볼 수 있는 곳으로 “많이들 오이소.” /백소애 시민기자

2024-10-15

‘5도 2촌’을 즐기는 사람들

5도(都) 2촌(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칠 때 가끔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꿈꾸며 힐링을 하고 싶어진다. ‘빨리빨리’에 치인 도시인들에게 일상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시골 생활은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다. 중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귀농과 귀촌이 아니어도 도시와 시골 생활을 함께하는 5도 2촌은 주중 5일은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주말에는 한적한 농어촌 생활을 즐기고자 함이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들에게도 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시를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 자연에서의 여유와 편안함을 느끼는 생활이 매력적인 까닭이다. TV 방송에서도 자연의 삶을 동경하는 프로그램은 장수할 만큼 도시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또 내 주위를 살펴보면 5도 2촌을 하는 지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 모(42)씨는 금요일 저녁이면 가까운 영천의 시골집으로 향한다. 2019년부터 아이들과 함께한 시골 생활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처음에 집을 구하고 고칠 때 많은 정성을 쏟았기에 아파트보다 더 애정이 간다고 한다. 유아였던 두 아이가 지금은 초등학생이 될 동안 꽤 오랜 시간의 시골 생활을 가족들이 만족해한다는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대부분 시골집에 와서는 밭에서 일을 하고 농작물들을 수확한다. 아이들은 지난여름 자신의 키 보다 높이 자란 옥수수 옆에 서 보기도 하고 블루베리와 자기 팔뚝만한 굵은 오이도 따며 그 싱싱한 맛도 느꼈다. 시골이라 도시보다 벌레도 많고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얻을 것도 많다. 아이들은 밭에서 나는 농작물들을 보며 식물에 대해 자연스레 배우게 되고 농사를 지으면서 흙과 친해지고 채소와 친해지고 자연과 친구가 되는 걸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베란다에서 몇 개의 화분을 가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면서 “도시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고 노래하고 흙 만지는 시골 감성을 오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도시의 생활을 이어가면서 시골 생활을 하는 5도 2촌은 다양해지는 라이프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명 ‘러스틱 라이프’다. 시골과 생활이라는 뜻인데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 특유의 매력과 편안함을 즐기는 시골형 라이프 스타일이다. 삶의 질을 위해 도시 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러스틱 라이프는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청년층에게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최근 한 데이터 컨설팅 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3000명 중 응답자의 30%가 “연휴나 휴가 때 해외여행보다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시골의 빈집을 찾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30대 직장인 A씨도 자신의 5도 2촌 생활에 대해 “금요일마다 시골집에 도착하면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을 하면 몸이 바쁘고 피곤함과 불편함이 있지만 도시를 잠시 잊게 해주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제일 좋은 건 자연의 소리가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오래 이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4-10-15

‘2024 사진의숲 트리엔날레’

가을은 수확의 계절, 문화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을밤 수필 낭독회가 열리고 독서 대전이 포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렸고 열리는 중이다.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도 이 가을을 풍성하게 전시회를 준비했다. 포항 양덕에 자리한 갤러리 상생에서 초대전으로 ‘2024 사진의숲 트리엔날레’를 준비했다. ‘사진의숲’은 2017년부터 포항, 경주, 안강, 영덕, 울진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들이 모여서 사진예술에 대해 고민하며 트리엔날레 전시로 관객과 소통하는 모임이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전시는 갤러리 상생 1층과 2층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참여작가로는 강철행 권기철 권영섭 김배근 김시태 김숙경 김주영 박영희 박성두 박태희 양순남 오연미 이한구이다. 1층 전시장은 사진예술의 대중적 접근성 확대를 위한 사진 마켓으로 꾸몄다. 작품의 구매 장벽을 허물고 사진예술에 대한 깊이와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인지 전시회 시작하고 며칠 만에 방문객들이 전시를 보고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현장에서 구매해 갔다. 빈자리에는 구매자가 사진에 대한 느낌과 사연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놓아 그 또한 전시의 일부분이 되었다. 김주영 작가의 사진을 사려고 했다가 완판이라는 소식에 축하의 말만 전했다. 1층 전시장이 허전해질수록 사진이 도착한 곳에서 더 빛날 것이다. 이번 사진 마켓이 사진예술을 소유하고, 가정에서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층 전시장은 ‘사진의숲’ 기획전시 ‘현현하는 존재’로 꾸려졌다. 입구에서부터 돌에 새겨진 불상이 발밑에서 시작해 기둥까지 이어졌다. 벽에 액자로만 전시되었던 사진이 이렇게 자유로운 형식을 입고 있어서 사진을 더 자세히 보게 만든다. 동서남북에서 부처님을 지키는 형상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오래된 탁본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여러 작가가 모여 ‘근원, 심연, 현상’의 원형질이 사유와 통찰을 통해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사진을 보며 관찰할 수 있다. 고정된 실체는 없다. 모든 것은 변해간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생성과 소멸, 반복의 순환을 거듭하는 지금을 규정한다는 것, 그 자체가 모순이다. ‘사진의 숲’ 사진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을 ‘현현하는 존재’로 표상화했다. 입구 오른편은 바다를 찍은 사진들이다. 이한구 작가의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그 어떤 것’은 카메라 셔터가 ‘찰’하고 ‘칵’하는 그사이를 표현했다. 반대편 창가에서 바라보면 창에 비친 관람자 또한 작품이 된다. 박영희 작가의 ‘일마레’는 이탈리아어로 바다란 뜻이다. 영화 ‘시월애’가 떠올라 작가가 우리에게 과거에서 보낸 편지처럼 느껴졌다. 박태희 작가의 ‘흔적의 소멸’은 나무 액자가 아닌 인화지 상자에 사진을 넣어 바닥에 전시했다. 언젠가 시골 폐교에 갔을 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교실 바닥에 놓인 초점이 흔들린 운동회 사진이 생각났다. 인화지 상자에 동료 사진작가들의 이름이 써 있어 그 또한 전시회의 주제인가 싶어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했다. 식물의 안부를 묻는 김주영 작가의 사진을 보니, 전시장에 가며 들고 간 쑥부쟁이꽃 사진이 환하게 피어있어 더 반가웠다. 강철행 작가의 ‘진주의 상평상단’은 쓸쓸했고, 김숙경 작가의 ‘비나리’는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했다. 작가 각자의 시선이 달라, 보는 맛이 있었다. 전시 기간은 10월 5∼17일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고,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다. 입장료 무료이니 풍성하게 시월을 보내려면 가까운 곳으로 전시장을 방문하면 좋은 날씨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