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움이 있고 그리움이 있는 곳, 설렘이 있고 쓸쓸함이 공존하는 간이역,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가사가 떠오르는 곳.
아련한 추억 하나 있을 것 같아 애틋하게 다가오는 간이역이 봉화 산골 임기역이다. 춘양역에서 녹동역과 터널을 지나면 산줄기 따라 휘어진 아름다운 철길에 작고 아담한 임기역이 있다.
역무원도 승차권 단말기도 없는 임기역은 연평균 하루 1명이 이용하는 외로운 산골 간이역이다. 그런데, 조용하던 첩첩산골 간이역이 새로운 핫 플레이스 카페 임기역이 생겼다.
임기역은 1956년 문을 열어 1957년 현 역사를 준공해 보통역이 되었고 2013년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하루에 왕복 3번 무궁화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임기역이 있는 마을은 농사지을 땅도 별로 보이지 않는 산골 마을. 춘양목과 석탄, 돌을 생산하는 광산 지역이었다.
병풍처럼 산이 둘러쳐진 독산, 작은 산언저리에 자리 잡은 마을은 소나무와 광산업체의 화물 운송량이 많던 30년 전에는 기차를 타려고 100미터씩 줄을 섰을 정도로 풍성했던 산골 마을이었다.
지금은 그 흔하던 구멍가게조차도 사라지고 사거리슈퍼, 휘어진 담뱃가게 간판, 천일약방 등 아직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만 번성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임기 숲터 마을 삶의 이야기들이 배어 있고 한적한 풍경 속, 추억이 머무는 임기역은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기억을 돌려주는 공간이다.
산골짜기의 낡은 집 여러 채와 언덕배기의 텃밭이 배경이 되고, 고즈넉한 풍경을 따라 오르면 가장 높은 자리에 임기역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민 참여형 카페가 문을 열었다.
작은 역사 안에는 열차 시간표와 카페 메뉴가 함께 걸려 있고 승차권을 팔던 창구는 주방으로 탈바꿈돼 길게 누운 철길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감성카페로 다시 꿈을 꾼다. 임기역 작은 광장에도 테이블을 놓아 마을이 내려다보는 운치 속에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역무원은 없지만 기차가 서고 사람이 타고 내리는 간이역. 이제 카페가 생기면서 지금도 임기역은 진행형의 역사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여유, 쉼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을 맘껏 누리면서 산골 간이역의 감성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카페 임기역’을 찾아보길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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