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가 도입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저상버스는 계단을 없애고 교통약자(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계된 버스다. 또 2023년 1월부터는 노선버스를 대체나 폐차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시내·농어촌 마을버스를 그 대상이다.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 저상버스 주 이용 대상자인 교통약자들의 실제 이용률이 거의 없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20여 년간 뇌병변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포항의 한 장애인(57)은 “한 번도 저상버스를 타본 적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상버스를 타기까지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다. 버스를 탄다고 해도 여러 사람의 시선이 아직 불편해서 가까운 거리는 전동휠체어로 다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승객들도 저상버스를 타는 장애인을 본 적이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을 넘어 교육, 취업, 사회적 서비스 접근을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2022년에 비해 18만 명이 증가했고 저상버스의 보급률은 전국적으로 39.7%로 2022년보다 4.1%로 증가했다.
대구도 서울 다음으로 저상버스 도입률이 높지만 이용률이 저조하다. 경북은 2024년 기준으로 도입률이 29.4%로 인천(24.4%), 전남(24.9%), 충남(27%)과 함께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은 전체 버스 184대 중 118대가 저상버스로 운행 중이다. 경북의 타 시·군보다 높다. 마찬가지로 이용률은 거의 없다.
저상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가지고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유모차를 가지고 타려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발생한다.
대구에 사는 조은정(40)씨는 “유모차를 가지고 택시가 아니라 버스를 타야 할 때가 있다. 아직은 탑승 시 유모차를 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기 띠에 아이를 메야 하고 유모차를 접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큰맘 먹고 타야 하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라고 토로했다.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버스, 택시, 지하철을 이용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교통약자들의 일상에서는 버스, 택시, 지하철 타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휠체어나 유모차의 경우는 5분 만에 갈 길을 20여 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집을 나서자마자 울퉁불퉁한 인도를 경험하는 것부터 힘들다. 버스에 타기까지의 순서도 어렵다. 버스가 인도 가까이 정차를 해야 하고 리트프 설치, 탑승 후 휠체어 고정, 단말기 승차 태그, 순서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운전기사의 불친절과 승차 거부 등이 존재한다.
지난 2023년 포항에서는 버스 기사의 협조 부족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인도 대신 도로에 하차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 장애인 단체의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저상버스 보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이 낮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교통약자(장애인과 노인 등)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저상버스 확충뿐만 아니라 이용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을 통한 실질적 이용률 향상이 시급한 과제다.
포항시 대중교통 관계자는 “저상버스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것이 맞다. 불편한 사항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차량번호나 시간 등을 기록하셔서 신고를 주시면 된다. 불편한 점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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