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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10억 ‘영덕웰니스 페스타’, 불법·무책임이 빚은 ‘행정 참사’

박윤식 기자
등록일 2025-11-09 12:23 게재일 2025-1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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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료진 불법 시술 방치, 국민 안전 외면한 ‘무법 영덕’ 형식적 신고·검증 생략… 예견된 위법 사태에 행정당국 ‘책임 회피’ 급급
지난 2일, 강풍으로 안내판 등 시설물이 쓰러져 행사 관계자와 방문객 4명이 다친 2025 영덕 웰니스 페스타 현장.

국민 혈세 10억 투입 ‘2025 영덕 국제 웰니스 페스타’, 법·안전은 실종됐다.

국민 혈세 10억 원이 투입된 ‘2025 영덕 국제 웰니스 페스타’는 ‘치유’라는 이름 뒤에 법과 안전을 사라지게 한 행정의 총체적 무책임만 남겼다. 외국 의료진의 무허가 침·뜸 시술이 버젓이 진행된 현장은 국민 건강을 방치한 ‘무법의 장’이었다.

경상북도와 영덕군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영덕 대진 해변에서 열렸다. 행사장 곳곳에는 ‘국제 의료 체험존’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외국 의료진이 참가자들의 등에 침을 꽂고 뜸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초음파, 견인 치료, 추나 시술까지 동시에 진행됐지만, 모두 보건복지부 승인 없이 이뤄진 행위였다.

현행 의료법 제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다. 외국 의료진의 국내 진료는 복지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지만, 영덕군보건소와 복지부 모두 “승인이나 신고 접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이를 방치하고 기본 검증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의료진도 의료봉사활동 7일 전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군은 행사 직전에 형식적인 신고서만 제출했으며, 의사 면허 검증 등 안전 관리 절차는 사실상 생략됐다. 지역 의사단체는 “체험 명목이라도 침·뜸 등 시술은 명백한 의료 행위”라며 불법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행사는 강행됐다. 일부 참가자는 돌풍에 넘어져 부상을 입었고, 행사장 내 임시 시설물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덕군은 공식 사과 대신 ‘1만여 명 방문’이라는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웰니스 도시’를 표방하며 외형적 성과에만 집착한 행정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영덕군 주민 A씨는 국제 의료 체험존 부스에서 처방받은 파스를 몸에 붙인 뒤 피부에 진물과 상처가 생겼다.

한 참가자는 “국제 의료 체험존 부스에서 처방받은 파스를 몸에 붙인 뒤 피부에 진물과 상처가 생겼다. 제대로 된 안내나 안전장치도 없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역 의사단체 관계자는 “이런 행사에서는 참가자 안전과 면허 확인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지자체가 법을 무시하고 방치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부 ‘체험 공간’에서 진행되는 시술 행위가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 주민들은 “누가, 왜 법적 검증을 무시하고 방치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강력한 행정 책임 추궁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 혈세로 진행된 대형 행사에서 법과 안전이 무시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실수나 홍보 실패를 넘어 지자체의 무책임이 만든 구조적 문제로 평가된다.

글·사진/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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