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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

등록일 2025-08-05 19:40 게재일 2025-08-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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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움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다. 사진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잔다사랑방에서 밴드 공연 모습.

여행은 설렘을 동반하는 말이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떠남’이 주는 여유를 즐기다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꽤 새롭다.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이고 여행이 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장소는 상관없다.

정여울 작가는 ‘여행의 쓸모’에서 여행을 ‘일상의 뒤치다꺼리에 잠식되지 않는 시간,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며 상처받지 않는 시간, 그런 시간의 발자국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라고 썼다.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아이들과 여행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방학이어도 매일 학원과 학교로 향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찾아 지난 주말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건축투어를 하기로 하고 자세한 건 아이들에게 맡겼다.

주말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방학과 휴가가 있는 때여서 박물관이 개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몇 겹이나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인파에 놀랐는데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여러 지역에서 자녀들과 함께 중앙박물관으로 온 부모들이었다.

오전 10시 개장과 동시에 입장이 시작되고 우리는 특별전이 열리는 ‘마나 모아나’로 향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같았지만 영화 ‘모아나’를 재미있게 본 터라 오세아니아의 전통 예술과 철학을 상상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카누 영상이 나와 우리들을 태우고 전시실 안으로 데려간다. 전시실 안은 카누와 장신구들이 여러 컨셉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권에도 독특한 글자와 가면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조각상들이 어디서 본 듯한 이국적인 향기를 풍겼다. 전시실에는 그들의 삶을 이어주던 카누가 실제 모습 그대로 놓여 있다. 그들에겐 항해의 기술이 중요했던 것처럼 파도와 뜻밖의 재난을 피하기 위한 날씨도 중요했다. ‘호스’는 그들이 항해 시에 가지고 다닌 날씨 부적이었는데 작은 조각 하나에도 바다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장례 의식을 치를 때 쓰이는 장신구들 가면, 돼지 뼈로 만든 남성의 장신구가 남성의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카누와 장신구들은 그들의 손끝에서 바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출구로 나오니 앉을 수 있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점심 후에도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 재입장을 해야 했는데 여전히 입장하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다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건축투어를 하러 갔다.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건축 투어는 두 자리가 남아 아이들만 투어를 하기로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도착하니 어울림광장에서는 여름 축제로 스케이트보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후끈한 열기가 무대를 에워싼 사람들 사이로 전해졌다. 어울림마당에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에는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를 홍보하기도 하고 건물이 연결되는 그늘진 곳에서는 서울거리공연이 열려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기둥 없이 만들어진 건물이 독특한데 입구인 B2부터 4충까지 이어진다. 4층의 잔디사랑방에는 저녁 어스름에 밴드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건축에 관심을 둔 아이는 건축에 관한 용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남은 시간 광화문 교보문고와 해리포터 팝업스토어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소비를 즐기고 포항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2층의 계단참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종일 걸었지만 불평이 없으니 아이들이 주도하는 여행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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