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는 두 번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한 번은 자매들과의 여행이었고 한 번은 아들딸과의 여행이었다. 세대가 다른 일행과의 여행은 여러 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친정 자매들은 모두 오십을 넘어선 중년들이다. 어렵게 살아온 부모님 세대 어른들보다야 좀 나은 환경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힘든 유년을 보낸 세대이다. 절약이 배어있고 뭐든 아껴야 잘 산다고 생각한다. 여행에서도 그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출발하기 전부터 가장 알뜰하고 효율적인 여행 방법을 연구한다. 먹거리도 미리 준비해서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려 노력한다. 메뉴를 짜고 장을 보고 미리 준비물을 챙긴다. 생수는 얼려서 준비하고 커피나 간식거리도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짧은 여행에도 짐이 많은 편이다.
숙소를 정할 때도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진다. 좋은 시설이나 뷰보다는 얼마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약보다는 현지에 가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펜션을 직접 찾는 것을 선호한다.
일상을 벗어나 쉼을 위하여 여행을 떠나기는 하지만 되도록 아끼고 경비가 덜 드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날 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은 여행 계획을 짤 때 숙소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고려한다.
예를 들어 바다가 바라보이고 일출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나 외관이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호한다. 또 수영장이 있고 바비큐를 멋지게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먹을 것도 여행지의 가장 큰 마트를 미리 물색해 두고 현지에 가서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 미리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 들고 다니지를 않는다.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과정이라 여긴다. 여행지 선택도 얼마나 사진이 멋지게 나올지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편이다. 단순히 구경만 다니는 것보다 뭔가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유명한 카페를 일부러 찾아간다.
한 세대 차이지만 여행에서도 이런 다름을 보인다. 자매들과의 여행에서는 가정식처럼 싸 온 음식으로 정겹게 식사할 수 있어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 숙소가 썩 훌륭하진 않아도 함께 수다 떨고 같이 자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적은 경비로 부담 없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마음도 가볍다. 아이들과의 여행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곳을 체험하고 아이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함께 여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큰 재미다.
세상은 참 빠르게 변화한다. 아이들 세대와 우리는 한 세대 차이지만 모든 면에서 다르다. 두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려면 서로 존중이 필요할 것 같다. 함께 하려면 어른은 아이들의 방식을 존중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방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자신들의 생각만을 고집하면 애써 떠난 여행이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은 아직 진행형이다. 세상은 연일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럴 때 여행을 다녀오면 기분전환도 되고 활력소가 된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로 이 여름을 슬기롭게 이겨내 보자.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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