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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시작한 순 문예지 ‘죽순’ 창립 80년

등록일 2025-08-03 19:39 게재일 2025-08-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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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창간 전국 최초 詩 전문지 
유치환·박목월 시인 등 작품 게재 
이상화시비 건립·상화시인상 제정
죽순문학상 제정까지 다양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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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 내 이상화 시비 ‘마돈나’ 앞에서 구상, 이호우, 박목월(앞줄) 이응창, 유치환, 김달진 시인(뒷줄)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후 대구에서는 일본 강점기에 빼앗긴 한글과 우리말을 되찾고자 전국 최초로 시 전문지 ‘죽순(竹筍)’이 발간됐다. 전국 최초의 시 전문지 죽순 발간의 주역이 모인 죽순문학회(회장 문성희)가 올해로서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죽순문학회의 80년 자취를 되돌아 보았다.

조국 광복을 맞은 1945년, 석우 이윤수 시인을 중심으로 그해 10월 뜻을 같이하는 문인들이 모여 죽순시인구락부가 창립된다. 이것이 죽순문학회의 출발점이다.

이듬해인 1946년 5월 1일 시 전문 월간지 ‘죽순’(4․6배판 46면)의 창간호가 드디어 발간(1000부)된다. 창간호 때부터 1949년 7월 12집을 발행할 동안 죽순 회원은 모두 23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전국에서 활동하는 시인이 67명 정도였으니 대구를 중심으로 문예활동이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죽순’ 창간호에는 발행인 이윤수를 비롯하여 유치환, 이응창, 오란숙, 박목월, 이호우, 이영도, 김동사 등 17명이 시를 게재했고, 호를 거듭할수록 참여 동인이 늘어나 1949년 12집으로 종간될 때까지 3년 2개월 동안 60여 명의 시인이 235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죽순’은 용지난과 원활치 못한 당시의 전기 사정으로 1949년 제4권 3호(11집)에 임시 증간호를 더하여 열두 권으로 종간을 선언하고 동면에 들어갔다.

1947년 석우 이윤수가 운영하는 명금당에 다시 동인들이 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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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문학회가 6·25전쟁 중 발간한 전선시 참전작가 38인의 시가 실려있다.

다. 김소운이 죽순시인구락부에서 상화시비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이에 회원들이 동의하면서 1948년 3월 8일 대한민국 최초로 달성공원에 상화 시비가 건립된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죽순문학회 회원들은 문학 수도 대구를 중심으로 국군의 활약을 작품화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군인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 문인들 중심의 문충구국대도 만들었다. 상고예술학원 설립에도 참여, 전시문단을 형성하여 종군작가단, 전선시첩 등 각자의 영역에서 전쟁을 기록하고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죽순’ 지 종간에도 죽순문학회 동인들은 매년 3월 14일이면 상화시비를 탐방하며, 시비건립 기념행사를 가지면서 재기를 다졌다. 1979년 마침내 복간을 했다.

1986년 서울 죽(竹)식당에서 황금찬, 이석, 이윤수, 장수철, 김요섭, 조병화가 만나 제1회 상화 시인상을 제정했다.

1986년 제1회는 이설주 시인이 수상을 한데 이어 2008년 제23회 수상자 정호승에 이르기까지 죽순문학회가 혼신의 힘으로 시상을 이어갔다. 이후 이상화 기념사업회가 발족함에 따라 죽순문학회는 현창사업을 더욱 빛내기 위하여 이 상을 기념사업회에 이관했다.

그럼에도 ‘상화’와 ‘죽순’, ‘죽순’과 ‘상화’는 이런 인연으로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지속되었다. 이 상의 운영위원으로 하오명 시인과 장호병 시인이 다년간 참여했고 송영목 시인이 심사를 맡기도 했다.

특히 죽순의 긴 역사와 함께 한 상화시인상을 이상화기념사업회에 이관하는 데는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했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때 죽순시인구락부 동인들이 의기투합해 달성공원에 상화시비를 세웠고, 상화시인상을 제정했으며 또 상화시 전국백일장도 열었다.

1대부터 7대까지 죽순문학회를 이끌어 온 회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죽순을 창립한 이윤수 회장이 1대를 맡았고 윤장근 소설가는 2대 회장을 맡아 ‘죽순문학상’을 제정했다.

3대 손영목 평론가는 ‘죽순시인상’을, 4대 하오명 수필가는 ‘죽순 카페’를 구축하고 ‘한국의 문학비’를 발간하였다. 5대 장호병 수필가와 6·7대 김창제 시인은 ‘석우 이윤수 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죽순 회원 50명은 상화의 나라 사랑과 민족정신 그리고 석우 이윤수 시인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지금도 문학활동에 정진하고 있다. 

/손수여 시민기자 <자료제공=문성희 죽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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