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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익금은 소외이웃에게” 한여름밤의 흐뭇한 호프데이

지난 8월 17일 저녁 포항시 남구 이동 마이웨이 호프에서 일일 호프데이 행사가 있었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포항시학습관 48대 학생회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방송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직장인이 많아 종강을 하고 방학을 맞아도 여전히 바쁜 일상이지만 선배들의 맥을 이어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 학우들은 흔쾌히 마음을 모았다. 홍경식 학생회장은 “행사로 얻어진 수익금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웃을 찾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삶의 긴 여정에는 많은 인연이 있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 시절인연, 평생을 함께하는 인연이 있다. 방송대 인연의 매개는 공부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다. 직업도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이십대에서 팔십대까지 같은 학번이 될 수 있는 그야말로 나이를 잊고 친구하는 망년지우(忘年之友)들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1972년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 기관으로 설립된 서울대학교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이 전신이다. 원격교육을 최초로 출범시킨 4년제 국립대학으로 전국의 13개 시·도 지역에 지역 대학을 두고 있다. 설립 목적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교육의 확대와 발전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별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었다. 1982년 서울대학교로부터 분리되어 1991년 5년제 학사과정이 4년제로 개편되며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교명을 개칭하였다. 수업은 시간이 정해진 출석수업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첨단 교육 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인터넷 강의, 방송대학 TV, LOD(Learning On Demand) 시스템, 쌍방향 원격영상강의 등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방송대 한 학기 등록금은 16년째 30만 원대이다. 처음 설립 목적과 달리 지금은 학위보다 학문을 즐기기 위해 등록하는 사람이 많다. 논어 헌문 편에서 공자는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신을 위하였는데 지금에 배우는 자들은 남을 위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하며 제자들에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라’고 충고한다. 공자 말에 부응하듯 ‘온전히 나를 찾아가는 학문’을 위해 방송대를 찾는 이들이 많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보다 자신의 성찰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는 것이다. 공자 말을 빌리면 예나 지금이나 ‘남을 의식하는 것’은 본능인 듯하다. 지난 24일 흥해읍 마산리에 있는 포항시학습관에서 2024년 2학기 신·편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이들을 위해 포항시학생회에서는 오낙률 총동문회장과 현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포항 학우들이 소외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끈끈한 화합을 주도하고 있다. 방송대는 넘치는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도 스스로 해야 하는 공부라 결코 녹록치 않다. 공부의 목적이 어디에 있든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 가는 건 자명하다. 바쁜 일정에도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일일호프에 열정을 쏟은 그들은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행사로 얻어진 수익금이 이들의 따뜻한 손길에 담겨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작은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9

총 125점 작품엔 고 조희수 화백 생전 예술혼 생생히 펼쳐져

조희수 선생을 실제로 만난 건 시내 한 일식당에서였다. 그날 함께 한 식사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아흔이 넘은 작가는 이미 원로 작가가 된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약속 장소에 나타나셨다.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밥 한끼 사주려 한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풍문에 들려온 날카로움은 조금도 없이 식사 내내 웃기만 하셨다. 즐겨 드신다는 맥주도 한잔 하셨다. 가끔 근처를 지나거나 식당에 가게 되면 그날이 떠오른다. 다른 이들과도 종종 함께 했던 곳인데 어느 순간 그곳은 대선배의 단골식당으로 기억에 박혀버렸다. 어느덧 작고 1주년이 되었다. ‘빛으로 만드는 풍정- 나의 살던 고향’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산증인 조희수 화백의 작고 1주년을 기념하는 기획 전시다. 경주문화재단 주최, 아트앤지미술경영연소가 주관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전시로 지역 예술인 상생 프로젝트 ‘쌍쌍경주’에서 출발했다. 8월 6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9월 22일까지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1927년 출생한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주 출신 화가인 황술조, 손일봉, 김준식, 박봉수의 뒤를 이어 20세기 한국화단의 중심에서 영남 구상의 맥을 이어왔다. 또한 남한 최초의 예술전문교육기관인 ‘경주예술학교’의 1회 졸업생으로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그의 인생이 수많은 캔버스 위에 펼쳐져 있다. 총 125점의 작품들에선 그가 다녔던 장소, 보았던 풍경들이 풍부한 붓 터치로 남아있다. 현장 작업을 즐겨 했던 덕에 화가의 그림 앞에 서면 풍경은 더 이상 2차원 캔버스 안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1979년 작 설경에선 눈발이 내리치는 찬기가 피부로 느껴지며 1971년 작 양지에선 햇볕의 온기로 가득 찬 마당 위에 선 채 단발머리 소녀를 마주하게 된다. 화가는 현장감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누구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현장 작업에 능한 화가답게 포착된 빛들은 조금의 들뜸 없이 작품 안에 온전히 녹아내려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도 그는 경주를 잊지 않고 자주 찾았다. 경주의 학생미술대회, 신라미술대전 등에 당대 내놓으라 하는 작가들을 심사 위원으로 모시고 내려왔다. 그 중엔 화가 박수근도 포함되어 있다 회고했다. 또한 사생을 위해 경주를 찾는 일이 잦았는데 지역 후배, 제자들에게 중앙 화단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 등 지역 화단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가 밟았을 논두렁, 눈 쌓인 흙길을 뒤따르며 온기 혹은 차가움, 때론 간이역에서 마주한 타인의 삶, 평화롭게 내려앉은 오후 햇살을 온전히 느끼고 나니 생전에 남긴 수업 노트를 마주했다. 꼼꼼하다 못해 치밀할 정도로 잘 정돈된 정갈한 노트들에서 그의 성품이 느껴졌다. 그리고 당시 예술학교의 수업이 얼마나 훌륭하고 깊이 있게 진행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끝으로 노트에서 인상적이었던 문구를 옮겨본다.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는 것은 신비롭게도 사람의 마음을 맑게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만물에 대해서 사랑을 깊게 만든다. ‘미’라는 것은 신비로운 것이다. 미를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의 깊이에 비례한다. (중략) 화가는 온갖 재료를 통해서 신을 보는 것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9

‘오리장림’ 맥문동의 보랏빛

거목 사이로 아침햇살이 내리면 보라색 맥문동이 더 빛난다. 새벽에 찾아갔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와 더위가 끝난다는 처서가 며칠 전 지났는데도 여전히 더운 여름이다. 사는 동안 지금이 제일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한다. 가을이 여름을 꺾지 못해 아직은 낮에 걷기 힘든 온도이다. 그래서 새벽에 그것도 시원한 나무 그늘인 숲으로 갔다.초록 그늘에 보랏빛 맥문동이 환상이다. 울퉁불퉁한 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좋게 다듬어진 길, 그 양옆으로 보라색 꽃밭이 펼쳐져 눈이 황홀할 지경이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이 우리만 이 숲을 독차지할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맥문동 보랏빛이 절정이란 소식이 이미 사진작가들에게 소문이 난듯하다. 심도 깊은 커다란 렌즈를 달고 삼각대를 세우고, 꽃과 어울리는 옷을 입힌 모델까지 데려와 숲에 내리는 아침 햇살과 어우러진 모습을 찍으려고 낮게 엎드렸다.400여 년 전부터 자란 숲의 길이가 5리(2km)에 달해 예부터 오리장림이라 불렀다고 한다. 제방 보호와 마을의 수호 및 풍치 조성을 위해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주민들이 1500년대에 조성한 유서가 깊은 곳이다. 오랜 역사를 입증하듯이 450년이 넘는 노거목들이 다양한 자태를 자랑한다. 아름드리 거목 숲으로 지름 2m, 높이 10여m 이상의 나무 3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굴참나무와 은행나무를 비롯한 10여 종이 넘는 나무들이 우거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층 혼유림이다. 특이하게도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함께 자라는 연리목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나무 주위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니 둘러보아도 재밌을 것이다.이 숲은 1982년에 영천시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되었으며, 1999년에 다시 ‘천연기념물 제404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래된 마을 숲들이 전쟁, 태풍, 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훼손되었듯이 오리장림도 원형을 많이 잃었다. 영천시와 청송군을 잇는 35번 국도가 가운데를 관통하면서 숲을 동서로 갈라놓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고목이 그때 잘려 나갔다.1959년 사라호 태풍 때에는 숲의 일부가 사라지는 피해를 겪었다. 1972년에는 이 숲의 바로 옆에 자천중학교가 설립되면서 일부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국도가 확장되면서 숲의 규모가 많이 훼손되었다. 인구가 줄어 중학교는 없어지고 그곳에 체험센터와 카페가 들어왔다. 여기에 주차장을 마련했다. 현재 오리장림의 면적은 6600 여㎡이고, 길이는 5리의 반인 1km 남짓하다.자천 1, 2리 마을에서는 오랫동안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이 숲에서 동제를 지내왔는데 봄에 잎이 무성하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방편으로 ‘미신타파’라는 이름으로 중단되기까지 매년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가 행해진 신성한 숲이었다.신성한 숲의 전통은 ‘삼국유사(三國遺事)’‘기이’ 1편에 실려 있는 신라의 ‘시림(始林)’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림은 신라 개국 당시 국가 차원의 제사가 이루어진 신성한 숲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박혁거세와 김알지가 이러한 곳에서 신성한 존재로 출현하였다.삼국시대부터 신성한 숲의 전통은 영남지방에서 흔히 보는 동구(洞口)의 ‘비보숲(裨補藪)’들로 이어져 왔다. 가까운 곳에 우로지 생태공원에도 맥문동이 만발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산책로에 피어나서 더 많은 사람이 즐긴다. 맨발 걷기 하기에 좋은 길이다. 황톳길도 따로 있어 걸은 후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야간에 조명을 켜놔서 뜨거운 여름에 우로지 분수쇼와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다. 맥문동의 보라색이 스러지기 전 영천을 꼭 한번 찾으면 한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7

자판기에서 뽑는 ‘문학’과 만나볼까요?

자판기.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아니하고 상품을 자동적으로 파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원하는 물품을 선택하면 사려는 물품이 나오게 되어 있으며 주로 승차권, 음료, 담배 따위의 판매에 쓰인다’고 되어 있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는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면 편하게 물품을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자판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돈을 따로 넣지 않아도 무언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다. 그것도 무려 문학 작품과 명언이 출력된다. 안동시 당북동에 있는 경상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에 가면 행복을 출력하는 문학 자판기가 놓여 있다. 그걸 이용하는 건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다.일단 그 자판기 앞에 서면 ‘내 삶을 채우고 하루 일상을 위로 받는 아름다운 책 속 구절이 출력됩니다’는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글 조각을 선물 받게 되는 것이다.용지는 영수증 같기도 하고 은행 대기 번호표 같기도 하다. ‘잠깐 쉬었다 가지 않을래요?’라는 문구가 나오고 ‘문학작품’과 ‘오늘의 명언’ 중 선택해 출력할 수 있다. 문학작품을 누르자 짧은 글과 긴 글로 나뉜다. 긴 글을 선택하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도입부가 출력됐다. 오늘의 명언을 선택하자 괴테가 등장했다.“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커피나 음료를 뽑아 마시듯 문학 자판기에 내장된 여러 문학작품이나 명언을 뽑아 잠깐의 힐링을 가질 수 있다. 학생, 학부모, 수험생, 공시생, 잠깐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른 주민들까지도 이 문장 하나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문학 자판기는 매번 1층 로비를 스치듯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옛날 커피 자판기 앞에서 종이컵을 들고 머리를 식히며 휴식을 취했던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문학 자판기는 또 다른 자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하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7

늘어나는 1인 가구,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우리 사회는 갈수록 저출생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편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1인 가구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혼자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1인 가구의 증가를 보면 언젠가부터 결혼이 2030 세대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지기도 했고 이로 인한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이에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중장년층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독거노인도 증가해 1인 가구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난 게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1인 가구는 소비에서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다양하고도 변화된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전체의 34.5%를 차지했다. 그 중 청년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컸다. 대구와 경북도 1인 가구의 비중이 계속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경북 청년층 1인 가구 특성 분석에 따르면 경북의 청년 1인 가구는 3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는 2050년에는 1인 가구 전망치가 41.9%까지 증가할 것이고 2인 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렇게 늘어난 1인 가구는 식생활 면에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1인분을 위한 소분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식재료와 생필품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어서다.직장인 이 모(29·포항시 남구 대잠동) 씨는 “김치찌개용 채소가 한 끼로 먹기 좋게 포장되어 있어 골랐다. 1인 가구의 입장에서 대용량이 부담스러운데 요즘에는 이런 소포장으로 된 걸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버리는 게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최근 신선식품의 판매를 늘려가는 편의점에서도 계란과 마늘, 호박 등의 채소류는 물론 딱 먹을 만큼의 과일도 구입할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지난해부터 1인 가구에 맞춘 닭강정이나 샌드위치, 김밥, 샐러드 등 젊은 직장인이 좋아하는 메뉴를 채운 델리 코너를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소용량 수산물과 축산물, 밀키트도 판매한다. 가전제품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TV와 여러 조리 기구 기능을 합친 전기레인지 등속의 크기를 줄인 가전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1인 가구는 소비 그 자체가 자신을 위한 가치 소비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도 가치소비의 일환이다. 1인 가구의 시장을 기존 시장과는 다르다.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을 선호하고 직접 요리보다는 간편요리를 즐긴다. 주거환경도 그리 넓지 않다. 또 계속되는 고물가에 외식보다는 집밥을 많이 찾고 있어 1인 가구의 소용량, 소포장 소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는 “앞으로 편의점, 마트, 백화점의 유통업계는 1인 가구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핵심이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청년층의 소비 경향이 상품과 서비스에 적극 반영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를 선점하는 기업이 기성세대로 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먼저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7

해방 후 79년…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이 지혜로워야 한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며 오랜 세월 우리의 목줄을 조이던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가슴 쓸어내릴 틈도 없이 발발한 6·25 전쟁은 나라를 더는 처참할 수 없는 만큼 폐허로 만들었다. 잘 살아보자는 슬로건으로 13명의 대통령이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대한민국을 이끌어 오늘에 이르렀다. 해방이 되고 7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1인당 국민총소득인 GNI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시대를 고스란히 겪어 온 나이든 세대는 복지혜택이 날로 좋아지는 지금이 태평성대라 입을 모으지만 SNS 활용에 능숙한 MZ세대들에게는 지금이 결코 태평성대가 아니다. 또 다른 모습의 힘든 세상이다. 세상이 달라지며 고유문화에서도 많은 세대차가 생겼다.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일본은 오랜 세월동안 끊임없이 우리의 심중을 건드린다.그들의 지배하에 있었던 36년 세월은 나라 잃은 설움으로 말과 글로서 표현하기 힘들만큼의 강제노동과 혹독한 굶주림에 정신문화까지 피폐했었다. 약육강식을 즐겼던 제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듯 그들은 여전히 초등교육부터 ‘독도는 일본 땅이며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고 가르친다. 지리적으로도 자원적으로도 탐나는 독도를 어떻게든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알리는 광고가 방법일까? 독도의 영유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있고 실효 지배자가 우리인데 굳이 ‘우리 땅’이라고 들먹여 분쟁지역으로 이미지를 굳히면 일본을 외려 도우는 꼴이 된다.센카쿠를 향한 중국의 물리적 공세에도 일본은‘무반응’으로 대응한다. 그들은 실효 지배자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해찬 전 교육부장관 시절 아이들이 역사를 버렸다.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천대받은 역사는 외워야할 것들이 많아 시간이 금인 수능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를 포기했던 그 세대가 지금 사회 일꾼이 되어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이들은 독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천황의 ‘종전조서’ 어디에도 이웃나라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없었다는 걸 알고 있는가? 같은 일본 세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세뇌당하며 자라났다.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군주의 권력을 어디에 쓰는가에 달려있다. 전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며 남미 최고의 부유한 산유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지금 거짓말처럼 세계 최빈국으로 몰락했다. 경제가 무너지는 데는 10년으로 족했다. 원인은 우고 차베스와 그를 이은 니컬러스 마두로가 집권하며 정권 유지를 위해 국영기업의 재원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복지 정책에 퍼부으며 경제파탄이 일어났고 결국 국영기업은 생산 장비와 시설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령기업이 돼버렸다. 급기야는 마약 밀매국이 되었다.순국선열을 기리는 행사에도 광복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권력은 참석 당과 불참 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권력에 따라 한글이 없어지기도, 한자가 없어지기도, 역사가 없어지기도 한다. 소시민의 눈으로 지켜보는 정치는 불안하다. 복지정책이 난무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지혜로워야 할 때이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2

경주시티투어로 보낸 1박 2일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신라 천 년의 역사, 경주를 방문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자란 시민기자에게 경주는 그리 멀지 않은 도시였고,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도 가족들과도 친구들과도 자주 갔던 도시였다. 그때마다 경주의 문화재를 접했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그곳에 배치된 소책자 말고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번에는 경주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느끼고자 시티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시티투어는 동해안투어, 세계유산투어, 신라역사투어, 양동마을·남산투어, 경주야경투어까지 5가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각 투어는 요일별로 특색에 맞게 짜여 있어 관광객들에게 한 번에 다양한 곳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이용료는 입장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2만5000원이다. 세부 일정과 코스는 홈페이지 cmtour.co.kr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시민기자는 여행 일정에 맞춰 세계유산투어와 동해안투어를 택했다.처음에는 홀로 경주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일정에 따라 알아서 움직여주니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 나 홀로 여행에 딱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민기자의 여행계획을 들은 친구와 가족이 함께 가기를 바랐다. 결국 엄마 차를 타고 다 같이 여행길을 나섰다.1박 2일의 여행 중 첫째 날 오전 경주에 도착하니 대구보다 날씨가 시원하고 하늘이 맑아서 날짜를 잘 잡았구나 싶었다. 버스가 와서 탑승하자 이동 중에도 해설사가 경주의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옆에 앉아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 은혜는 문화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안다며 입을 열었다.“언니, 세계적인 빨래판 이야기 알아? 우리나라에서 빨래판으로 쓰던 돌이 있는데, 그 돌이 알고 보니 세계적인 빨래판이었대”조금 지나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듯 해설사는 가정집에서 빨래판으로 쓰다가 발견된 문무대왕릉비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은혜가 잘못 아는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었던 우리 두 사람은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세계유산투어는 무령왕릉, 대릉원(천마총), 분황사, 석굴암, 불국사를 돌아보며 해설과 함께 다양한 지식을 얻고 끝났다. 오전에는 시원해서 둘러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찌는 더위에 체력은 다해가고 짜증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투어가 끝나고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고 쉬는 동안 따로 시간 내서 하루 만에 이만큼 돌아보기도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잘 왔다 싶었다.둘째날, 동해안투어를 떠났다. 출발 전 버스에서 해설사가 오늘은 힐링코스니 어제보다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괘릉, 감은사지, 문무대왕릉, 양남주상절리(파도소리길), 골굴사까지 배우며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바다를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양남주상절리에서는 해설사가 추천해주는 물회 맛집에서 산지에서 직접 잡아 만든 시원한 물회 한 그릇에 부른 배를 둥둥치며 긴 거리를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을 보며 즐기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어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여름에는 더위로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었지만 가을에는 시티투어를 하기에 아주 제격이라하니 지금부터 경주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하면 직접 문화재를 보고 듣고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여행할 시간이 생길 때, 해외여행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명소를 찾아 떠나는 것도 뜻깊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2

경주 ‘황촌정지간’을 아시나요?

옛 경주역 뒤로 나지막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마을이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지하도 아래를 지나야 만나지던 마을은 철길이 걷히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되었다. 몇 년 전부터 도시 재생 뉴딜사업 대상이 되면서 원래 지명인 황오동보다 ‘황촌’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이름하여 ‘행복황촌’. 행복이란 두 글자가 더해지니 이름만 들어도 고향 집 같은 푸근함, 따스함이 느껴진다. 황촌은 조선 시대 말기 신라 왕실 부근에 있어 그리 불리었다 한다.몇 년 사이 외적인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보인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물론 이미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과 찻집에는 이른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이 자리잡고 있다.골목길을 조금 걸어 들어가자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황촌 정지간이 보인다.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는 마을의 거점시설을 활용해 2023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정지간이란 단어에선 부엌보다 좀 더 예스러우면서 따뜻한 아궁이에 데워지는 가마솥이 그려진다. 금방이라도 구수한 된장찌개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흰쌀밥이 차려질 것 같다.황촌 정지간은 황오동의 마을기업인 행복황촌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공유주방 브랜드로 마을 어머니들의 정성과 손맛으로 만든 도시락과 반찬 등을 판매하고 있다.구성원은 행복황촌 마을기업 협동조합 이사장의 전체적인 운영 관리 아래 조리 담당 네 분과 다과 한 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기본적인 활동으로는 반찬 판매, 단체 도시락, 다과, 샌드위치 주문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보여지는 작은 규모와 달리 한 번에 650명분의 도시락 주문도 문제없이 소화해 낼 정도로 능숙한 솜씨와 책임감을 자랑한다. 방학엔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김밥도 납품한다.그 외에 황촌 투숙객들 대상으로 조식도 제공하는데 평이 좋다. 정기적인 일정으로는 화요일마다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반찬가게를 열고 있다.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며 만들어낸 반찬은 인기가 많다. 참고로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용기를 갖고 방문하면 20% 더 추가된 반찬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요일엔 취약계층 50가구를 위해 다섯 가지 반찬을 가져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최근엔 요리에 자신 없는 ‘요리 똥손들’을 위한 요리 교실도 열었는데 참여 열기가 뜨겁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에 걸맞은 프로그램이다. 계란말이, 카레 등 간단하면서 평소에 즐겨 먹는 메뉴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일수록 맛내기가 쉽지 않은 법이라 꽤 유용한 수업이다.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가장 큰 의미는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희망을 물었다. 정수경 이사장은 “이곳이 황촌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라며 사람들이 황촌정지간을 생각하면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했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2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힌디기

먹바우에서 선바우까지 걸었다. 뜨거운 해가 살짝 기울어 햇발이 약해진 늦은 오후가 좋을 것 같았다. 호미곶반도둘레길은 경사가 평탄해 걷기에 편하고, 파도 소리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 좋다. 특히 해 질 무렵에 가면 영일만 저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질 때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검은 빛 먹바우 앞에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먹바우는 검은 바위로 연오랑세오녀를 태워준 배라고 한다. 데크로 가는 길은 모래보다 발밑에 뽀지락 소리가 들리는 몽돌이 가득해 걷는 맛이 남달랐다. 바로 하선대가 보였다. 동해면 입암리와 마산리 경계 지점인 황옥포에 있는 작은 바위에 선녀가 내려와서 놀았다 하여 하선대 또는 하잇돌이라고도 한다.옛날 동해의 용왕이 매년 칠석에 선녀들을 이곳으로 초청하여 춤과 노래를 즐기곤 하였는데, 용왕은 그 선녀 중에서 얼굴이 빼어나고 마음씨 착한 한 선녀에게 마음이 끌리어 왕비로 삼고 싶었으나 옥황상제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용왕은 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다를 고요하게 하고 태풍을 없애는 등 인간을 위하는 일을 하자 황제가 감복하여 선녀와의 혼인을 허락하게 되었다고 하며 용왕과 선녀는 자주 이곳으로 내려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제일 궁금한 장소가 힌디기였다. 옛날 노씨가 처음 정착하여 살 때 좀 더 흥하게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흥덕이라 하였는데, 음이 변하여 힌덕, 힌디기로 불렀다고 알려져 있으나, 흰 바위가 많아 흰 언덕, 흰덕으로 불렀고 힌디기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이 외국에서 찍었냐고 묻는다. 하얀색의 바위가 파도에 깎인 모양이 터키의 카파도키아 같기도 하다.바위에 납작하게 향나무가 엎드렸다. 눈향나무 군락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생지라고 한다. 눈향나무는 원래 높은 산의 바위틈이나 해안 벼랑에서 자란다. 호미 반도의 척박한 퇴적층 벼랑에서 나무의 높이가 최저치에 해당할 만큼 나지막한 높이로 밀집돼 자라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북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상이다. 원대가 하늘로 향하지 않고 지표면을 따라 누워서 자라는 특징이 있어 누운향나무라고 불린다. 세계자연보존연맹 멸종위기식물 명단에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법적으로 보호하는 식물이다.걸어가다 보면 왕관을 쓴 모양이라 여왕 바위도 만나고, 안중근 의사 손바위라는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왜일까 하고 바위를 자세히 보니 손가락 하나가 잘린 게 특징이었다. 단지로 독립 의지를 다진 손을 닮아 가슴이 아렸다. 바로 근처에 소원바위가 있다. 먹바위 앞에서 작은 돌 하나를 들고 와 던져 볼 걸. 폭포 바위는 비가 오면 물길이 쏟아질 거 같아 비가 온 후에 다시 와 보고 싶었다. 곳곳에 안내판이 붙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 했다.남근 바위와 선바우가 마을 앞에 섰다. 높이가 6m나 되고, 평택임씨가 처음 이 마을을 개척하였다 한다. 입암이란 지명은 ‘선바우’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전형적인 화산활동에 의한 지형으로 백토가 들어나 있는 바위다. 벼락을 맞아 형태가 변형되어 규모가 작아졌다.화장실 앞에 여기는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힌디기’라고 팻말에 크게 써놨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갔던 길을 되짚어 왔다. 서서히 반대편으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건너편 포항시 너머로 해가 기운다. 발을 물에 담그고 오래 서서 낚시하는 사람을 화면에 담았다. 남미의 우유니 사막 분위기가 풍겨 한참 더 바라보았다.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무덥던 8월의 더위가 바다로 흘러가길 바라며 오래 노을을 바라봤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0

봉화 황터마을 세시풍속 ‘풋구 먹는 날’ 재현

조용하던 마을이 새벽부터 요란하다. 예초기 소리와 함께 풀베기 작업에 온 동네가 들썩인다.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자기 집 주변을 시작으로 차가 다니는 마을 도로, 서낭당 주변 등 오전 10시경이 돼서야 풀베기가 끝난다. 마을이 관리하는 상수도 청소까지 마치면 풋굿날 작업이 완료된다. 1970~80년대와 내용상으로 별반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이날은 풋굿(풋구), 초연, 호미씻이, 농부의 날이라고도 하며, 1년 농사 중 가장 힘든 농번기가 끝나고 한숨 돌리는 시기인 음력 7월 중순 무렵이다. 농사일을 잠시 쉬고 머슴에게 하루를 즐기게 했으므로 ‘머슴 날’이라고도 했다.호미씻이는 논밭에 김을 다 매어 호미를 씻어두고 놀기 때문에 생긴 단어다. 땅 지주는 세벌 김매기가 끝날 때 날을 잡아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마련해 위로잔치를 하는 데에서 시작됐다.주인은 머슴에게 새 옷과 술, 음식을 내어주고, 씨름이나 팔씨름 등 힘자랑을 하고, 징·꽹과리·날라리·북·장구 등 농악기를 울리면서 질탕하게 하루를 즐긴다.봄부터 일한 농부들에게 7월과 8월은 힘을 충전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때다. 예전 풋굿날에는 술을 빚고, 떡을 하고 각자 집에서 음식을 가지고 나와 함께 먹었다. 풍물패는 집집마다 방문해 지신밟기를 했다. 이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농촌은 풋굿날 행사도 힘겹다.봉화는 아직도 양력 8월 15경이면 어김없이 풋굿날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게 이어지고 있으나, 음식을 장만하고 풍물놀이 하는 건 찾기 보기 힘들다. 어느 마을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을은 생선회를 마련하는 것으로 풍습이 바뀌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을 구성원들이 대부분 노인들이고, 젊은 부녀회원도 없어 힘들게 음식 장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봉화의 모든 마을이 풋굿날을 맞아 행사를 치렀으나, 농촌사회의 변화와 인구 노령화로 요즈음은 경로당에서 한 끼 식사로 대신하거나, 윷놀이와 마을 노래자랑 정도로 바뀌었다.‘풋굿’이란 풀밭에서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굿을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며, 초연은 풀밭에서 잔치를 벌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 풋굿은 한자로 초연(草宴)이라고 하지만 봉화에서는 풋굿, 푸꾸, 풋구 먹는 날이라 부르는 게 보편적이다.고문헌에는 세서연(洗鋤宴), 즉 호미를 씻는 연회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봄부터 사용한 호미를 잘 씻어 걸어 놓는 날이라는 의미다. 옛날부터 음력 7월 보름께에 각 농가에서 제각기 음식을 내어 함께 하거나, 돼지를 잡아 마을잔치를 하던 풍습은 사라지고 생활방식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최근 찾은 봉화군 춘양면 황터마을에서는 뷔페식사에 노래방 기계를 느티나무 그늘에 설치하고 흥 좋은 몇 사람이 즐기는 모습이다. 전국의 풋굿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봉화에서는 8월 중순이면 예전 같지는 않아도, 풀 베고 점심을 함께 먹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두레가 사라진 농촌은 이웃간 소통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한마을에 살아도 다니는 길이 다르면 풋굿 같은 행사 때나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귀농·귀촌과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농촌 지역의 주민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이웃간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조상과 가족·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고향을 사랑하던 미풍양속까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풋굿날 같은 세시풍속과 전통이 이어져야 마을공동체의 삶이 회복되고, 마음 넉넉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농촌마을로 이어질 것이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0

‘영일만 관광특구’ 포항 바다, 해양 쓰레기 줄이기 나설때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포항 영일대 바다는 즐거운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 곳곳에는 단순히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부터 서핑과 요트, 제트스키 등의 꼬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지켜보는 이에게도 시원한 여름의 낭만을 선물한다. 이렇게 여름이면 조금 더 우리와 가까워지는 바다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가 더럽고 냄새나고 쓰레기로 가득한 곳이라면 더 이상 가까이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한국해양대의 해양쓰레기 통계 분석에 따르면 포항은 강화도와 함께 전국에서 해양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해양쓰레기가 100m당 30개 이상씩 나왔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이 1만528t인데 지난 3년간(2021~2023년) 수거한 포항지역 해양쓰레기는 1626t이었으며 이는 2018년~2020년에 수거한 해양쓰레기 양의 2배가 넘는 양으로 매년 발생하는 쓰레기가 큰 폭으로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해양쓰레기는 육지의 쓰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살면서 생긴 부산물이 바다로 떠내려가면, 그것이 곧 해양쓰레기, 해양 폐기물이 된다. 우리의 바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해양쓰레기는 재질, 종류, 용도를 불문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거나 혹은 사람이 바다에서 사용하다 버렸던 모든 물건과 도구, 구조물들이 해양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해양쓰레기들을 살펴보면 밧줄과 비닐, 그물, 통발 등의 폐어구들과 낚시용품, 포장지, 플라스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쓰레기들은 분해되는 데도 플라스틱 100년, 낚싯줄 600년, 스티로폼 500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그 심각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식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모든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갈수록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해양쓰레기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포항시민 A(43·포항시 북구 창포동) 씨는 “제일 쉬운 것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사더라도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컵과 빨대 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쓰레기 발생도 줄어들 것이다.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겼다면 본인이 쓰레기는 당연히 가져와야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최근 해양수산부는 포항의 호미반도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2021년 12월에 지정된 구역 0.25㎢에서 새로운 보호구역 확대 지정으로 총 71.77㎢로 늘어났다. 호미반도는 다양한 해양보호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해양 생물들과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불법적인 해양쓰레기 투기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또 영일만 관광특구로 지정된 포항의 바다에는 앞으로 해양 레저활동을 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바다에서 낚시나 서핑, 요트 등을 즐기기 위해 바다를 찾는 사람들. 이때 만나는 바다가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해양쓰레기 줄이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0

친구와 함께 나선 부산 여행

“현주야, 우리 부산 여행 갈까?”오랜만에 보낸 연락 한 통에 현주는 김천에서부터 무더위를 뚫고 부산까지 내려왔다. 1년이란 긴 공백 기간이 있었음에도 우리에게선 어색함을 찾을 수 없었다.부산역에서 만나 반가워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다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그제야 정했다. ‘서면이 부산의 핫플레이스야’라는 현주 말만 믿고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향했다. 우리가 잘못된 출구로 나온 탓인지 도착한 서면은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서면으로 오자 했던 현주를 원망하며 때양볕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바다나 보자며 해운대와 광안리를 두고 고민했다.밤까지 있을 것이니 야경이 좋은 광안리로 가자는 시민기자의 제안에 광안리로 이동했다. 현주는 광안리에 도착하자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주린 배를 붙잡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뭐라도 먹자고 했다. 시민기자의 추천으로 우리는 부산의 별미 밀면을 먹었다. 밀면 맛집을 찾아 밀면을 먹고 있는데, 더운 날 게다가 휴가철의 주말에 부산까지 떠나온 시민기자를 걱정하는 걱정스러운 엄마의 전화도 덤으로 먹었다.밀면이 만족스러웠는지 배가 채워져서 그런지 텐션이 업된 우리는 버스킹이라도 하는 마냥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바다로 향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듣고 발도 담가보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촉촉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바다를 보고 지난날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보냈다. 물놀이하는 많은 인파를 보자니 부럽고 우리 텐션에 뛰어들지 않자니 아쉬워 수영복이라도 사자며 돌아다녔지만, 작당한 것을 찾지 못해 물놀이를 다음으로 미뤘다. 바닷가의 뜨거운 햇살에 견디지 못해 더위나 날리자며 팥빙수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팥빙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간 카페에는 팥빙수가 없었고 대신 음료와 케이크를 사고 시원하고 탁 트인 창가로 갔다. 바다와 시원한 음료는 환상의 조합이었고 덕분에 프로필 사진을 바꿀만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조용한 카페에 앉으니 미혼 여성이 무슨 이야기를 하랴. 남자친구와 썸남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언니, 우리 타로나 보러 갈까?” 답이 없는 관계가 답답했는지 재미 삼아 고민을 날려버릴 수 있는 타로 점괘를 보러 갔다. 타로와 사주까지, 2곳에서 2번이나 점괘를 확인하고 어찌 더 싱숭생숭해진 우리는 어차피 맥주 한잔할 생각이었는데 지금부터 달려보자는 심정으로 현주 친구가 추천한 술집으로 향했다.아, 이게 웬일. 여긴 카페보다 분위기가 더 좋네. 찍는 사진마다 친구들에게 사진작가 소리를 듣는다. 분위기 좋고 배경 좋고 맥주도 시원하게 맛있는데 우리의 흥을 돋우기에도 기분을 풀기에도 부족함을 느꼈다. “우리 노래방 갈까?” 우리는 언제나 기승전 노래방으로 끝났기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낭만고양이’, ‘마리아’, ‘8282’ 등 고음을 모은 곡까지 완곡하며 우리의 흥은 최대치로 올라갔다. “현주야, 대구에서 장기자랑 같은 걸 하는데, 우리 거기 나가서 노래 부르자!” 술기운인지 올라간 흥 때문인지 자신감까지 충만해진 우리는 대구 이태원길에서 열리는 주민예술경연대회 ‘펼쳐락(樂)’에 지원했다.즉흥적인 두 여자의 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올라가는 편 기차는 예약도 하지 않아 액션 영화 추격전을 방불케하는 헤어짐도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우리 생각과 마음엔 완벽한 여행이었다.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경연대회까지 지원했으니 헤어짐도 두말 할 것 없이 좋았다. 모든 것이 하룻만에 일어난 일임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죽어도 노는 것에 여한 없다 싶게 놀았으니, 이쯤이면 여름휴가를 제대로 장식한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경연대회가 기다린다. 현주야, 파이팅하자!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5

“독설이라는 야수를 키우지 말자” 상대가 무심코 뱉은 말에 상처

얼마전 사소한 다툼을 하다 상대가 뱉은 말에 마음에 금이 갔다. 마음이 아프니 곧이어 몸이 따라 아프다. 무더위에 병원을 전전하며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다시 느낀다. ‘들은 귀는 천년이요 말한 입은 사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원한과 고통은 대부분 말에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독설은 치명적이다. 말 그대로 ‘독설’이다. 말에 독이 있어 듣는 이의 몸, 마음, 영혼까지 상하게 한다. ‘산산이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야수’는 아이러니 하게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출현하기 마련이다. 친밀하게 지내며 정을 나누던 사람이 뜻이 맞지 않으면 불현듯 칼을 들이대 가슴을 저미는 독설을 퍼붓는다.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으련만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법이란 오묘한 것이어서 아둔한 인간의 머리로는 다 알 수 없는 법이다. 기대감이 있었기에 독설은 더욱 상처가 되어 도무지 삼켜지지 않는 바늘로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를 않는다.“수십 년 낮과 밤이 쌓은 단단한 철벽 단숨에 뚫고 나타났다 산산한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날렵한 야수// 놈이 어디에 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몸통도 얼굴도 색깔도 정년도 없는 유령, 날이 갈수록 혈기왕성 기세 등등 단언컨데 놈의 가슴에 불로초 이파리 무성한 게 틀림없어// 예고 없이 들이닥쳐 순식간에 번쩍이는 면도날 가슴팍에 들이대 한 점 한 점 포 떠 접시에 담아 놓고 유유히 사라졌다 핏기 가실 만하면 다시 나타나 칼날 들이대// 덧난 상처 딛고 올라가는 가풀막 그 끝이 어딘지 나는 몰라// 남몰래 소리 죽여 울던 시간이 만든 꼬부랑길 돌고 돌아가다 한숨 돌리려 들면 또다시 코앞 가로막는// 거듭거듭 곱씹어 봐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뼈아픈 바늘들// 삼키지 못한 말에는 불생불멸의 날개가 있어// 시공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날아다니다 오늘도 내 등뼈에 불시착해 도끼눈 부릅뜨고 작업 시작하려 식칼 빼 들어”(조옥엽 시 ‘독설’)어느 선지자는 이런 주장을 한다. 암도 어쩌면 말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독설을 많이 한 사람은 결국 그 영향으로 자신이 암에 걸린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지는 여러 실험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소통 수단이다. 말을 통해서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고 마음을 주고받는다. 독설이란 남도 죽이고 나도 죽이는 법이다. 시인이 간파한 ‘불생불멸의 날개’를 단 이 야수를 우리 더는 뱉어내지 말자. 여름이 절정을 지나 이제 밤이면 조금씩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금만 견디면 더위는 물러가고 시원한 가을이 올 것이다. 못된 야수 같은 말로 서로를 괴롭히지 말고 긍정적인 말, 사랑이 담긴 말로 이 팍팍한 삶을 윤택하게 해보자.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5

휴(休)를 찾아 떠난 템플스테이…

어느 구순을 넘긴 어르신이 먼 길 떠나시며 말했다. “딱 하루 반나절 놀다 가는 거 같다”고. 그 하루 반나절의 삶에 녹아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로애락도 함께 품고 가셨으리라. 남편이 정년퇴직을 했다. 정신없이 살다 문득 돌아본 지난 세월이 그야말로 딱 하루 반나절이다. 어느새 거울 앞에서도 통장 앞에서도 세월을 받아들일 용기가 절실한 나이와 마주했다. 밤낮을 그치지 않고 흐르는 물은 발원지를 떠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 구덩이를 만나면 채운 뒤 가고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가고, 서두르지 않아 흘러감에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고요히 큰 바다에 이른다. 세상에 순응하는 물을 맹자는 학문에 비유했지만 나는 인생에 비유해 본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바위 앞에서 웅크리고만 있기보다 순리를 따르는 물처럼 그렇게 고요히 돌아서 가자. 그래서 떠났다. 남편과 함께. 템플스테이의 테마는 ‘휴(休)’였다.경북 의성군 등운산에 위치한 고운사로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 또한 즐겨보자. 고운사 도착 전 ‘최치원 문학관’이 먼저 눈에 들어선다. 마침 시간이 여유로워 잠시 들렀더니 최치원의 일대기가 순차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신라 말기 골품제의 신분제도에 한계를 느낀 그는 12세에 당나라로 유학하여 18세에 장원급제를 한다. 그 유명한 ‘격황소서(檄黃巢書)’로 칼 보다 강한 붓의 힘을 보여주며 문장가로 이름도 떨친다. 그러나 신라로 돌아와 골품제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시무책을 올렸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련 없이 관직을 버리고 전국을 방랑한다. 천재로 태어났던 그는 골품제도의 희생양이 되어 자연과 더불어 신선처럼 살다가 떠났다.고운사에 도착해 사찰복을 받아들고 방을 배정 받으며 템플스테이는 시작되었다. 고운사(孤雲寺)는 통일신라 신문왕 원년에 승려 의상이 창건한 사찰로 이후 최치원이 머물면서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하며 더욱 아름다운 사찰이 되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누각이라는 뜻을 지닌 가운루는 올해 7월 17일 유형문화유산에서 국가유산 보물로 승격되었다. 우화루의 유명한 호랑이 벽화는 용맹과 사나움을 상징하기보다 자신을 잘 다스려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의 영위를 위해 그려졌다고 한다. 창건 당시 ‘高雲寺’였으나 두 아름다운 누각의 건립을 기념하며 최치원의 호를 따 ‘孤雲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조선 고종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어첩이 보관된 연수전과 궁궐 형태의 솟을삼문 만세문이 격식과 권위로 연수전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유일하게 고운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경내 왕실 건물들이다.새벽 4시에 종각이 울리며 템플스테이의 하루가 시작된다. 4시 30분 새벽 예불, 6시 아침 공양, 6시 30분 등운 스님과 차담, 낮 12시 점심공양, 저녁 6시 저녁예불로 짜인 일과표에 참여 여부는 자유였다. 도반끼리 체험 왔다는 광주에서 오신 네 분과 함께 고요히 일정을 소화했다. 아름드리 천년숲길에 맨발걷기를 위해 잘 다져놓은 황톳길도 걸으며 사찰에 머무는 동안 고운과 함께 호흡하듯 했다.천재였던 최치원도, 우둔한 나에게도 인생의 여로에 크고 작은 희로애락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주어진다. 어떻게 다스리는가는 본인 몫이다. 종교의 힘을 빌리든 여행을 떠나든 책을 읽든 친구와 수다를 떨든 침묵수행을 하든 나름의 방식으로 평온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고운사 들어설 때 저울추만큼 무거웠던 침묵이 고운사를 나설 때 침묵은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5

청소년 무면허 전동 킥보드 사고 급증 ‘대책 시급’

최근 공유형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인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도로와 인도를 가리지 않아 대형 사고로도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전동 킥보드이지만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무면허에다 안전모를 쓰지 않는 등 안전을 의식하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편리성을 앞세워 대중화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는 바쁜 아침 제 시간 안의 등교를 위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회원가입하면 누구나 거리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ID카드를 주고 사용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다가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포항시민 A(28)씨는 “얼마 전 주행 중에 한 남학생이 타고 오던 전동 킥보드가 끼어들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사이드미러로 미리 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는 없었지만 어린아이까지 있어서 그 당시에 너무 놀랐다. 평소에도 아이들이 무면허에다 안전모도 안 쓰고 둘씩 타고 있는 걸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이런 상황을 아시고 단속 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2017~2022년) 교통안전연구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의 무면허 교통사고는 34.9%였고. 이중 무면허 청소년이 낸 사고는 67.6%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만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5년간 724건의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있었고 대부분이 10대 청소년들로 나타났다. 계절별로는 여름철(6~8월)이 전체 대비 31%나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전동 킥보드는 자전거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선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서 통행할 수 있다. 현재 시속 25㎞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데 4㎞ 정도로 걷는 보행자들에겐 상당히 위협적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걸을 때는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 차체에 비해 바퀴가 작아 도로 파임, 높낮이 차이 등 작은 충격에도 넘어지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줄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어 사망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게다가 도로나 인도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해서 보행을 방해하고 도시미관은 물론 2차 사고의 우려도 낳고 있다.전동 킥보드는 이용할 때 면허가 없으면 이용을 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한다든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서 면허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철저한 규제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편리와 저렴한 이유로 10대 청소년들의 전동 킥보드 이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를 완벽하게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이에 대해 김모(43·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전동 킥보드는 실제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전동 킥보드가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운전면허가 없으면 처음부터 운전을 할 수 없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모든 운전자가 전동 킥보드를 ‘차’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탑승자의 안전 수칙 준수는 물론 운전자 관리와 안전교육 등을 제도권 내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3

‘바람의 언덕’ 경주풍력발전단지

입추가 지나도 가을은 아직이다. 여름에 한창인 배롱나무와 해바라기 꽃구경을 하려 해도 폭염이라 낮에는 걷기조차 힘들다. 지인들과 해뜨기 전에 만나서 움직이기로 했다. 새벽, 경주로 향하는 길이 안개로 자욱하다. 천북의 논밭으로 스멀스멀 안개가 서성였다.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서니 이런 멋진 풍경이 덤으로 주어졌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종오정도 뿌옇게 잠에서 깨기 전이다. 그런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작가 몇이 우리보다 먼저 당도해 삼각대를 세워놓았다. 배롱나무는 꽃을 피워 한창 붉고, 연못에 연꽃은 반쯤 진 상태다. 황소개구리 한 마리가 소울음을 울어 골짜기의 아침을 깨운다. 고요한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종오정 지붕의 기와 뒤로 안개가 산을 기어오른다.고개 너머 보문단지로 들어서니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뤘다. 터널 끝에 한 점 남은 안개가 햇살에 밀려난다. 햇발이 뜨거워지기 전에 해바라기밭을 거닐었다. 사진 몇 장 찍었을 뿐, 오전 8시인데 벌써 정수리가 뜨겁다. 시원한 카페를 찾아 브런치로 아침을 먹었다. 이제는 뜨거우니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의논하다가 시원한 바람의 언덕이 떠올랐다.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 불국로 1056-185라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치고 달렸다. 문무대왕면이라 해서 감포 바닷가 쪽인가싶지만, 불국사 방향으로 길 안내를 한다. 따라가다 보면 석굴암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이다. 한참 구불거리다가 석굴암 방향과 감포 방향의 갈래길이 나온다. 감포 쪽으로 우회전하면 내내 가파르던 길이 조금 쉬어가듯 편안해진다. 드라이브 길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쯤이면 경주 시내 온도보다 5도 정도 내려가 창을 열고 달려도 된다. 녹색의 나무 그늘과 매미 소리, 산새 소리가 묻은 자연 바람을 느끼니 살 것 같다.5분쯤 달리니 경주 풍력발전단지 부근인지 거인 같은 바람개비가 휭휭 날개를 돌린다. 토함산의 이웃 산인 조항산 정상부에 커다란 바람개비 여러 개가 돌아간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해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건설한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로 총 7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1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인 평균 4만mwh 정도의 전력을 연간 생산한다.산 능선을 따라 띄엄띄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바람의 언덕’으로 부르는 이 일대를 365일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풍력발전소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 ‘경풍루’ 전망대와 함께 바람길 산책로, 피크닉 테이블존 등이 갖추어져 있다. 경풍루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치가 그저 그만이다. 산책로 곁에 여름꽃인 목수국이 하얗게 절정이었다.‘바람의 언덕’이라는 별명에 맞게 시원한 바람이 쉼 없이 불었다. 폭염에 밤새 에어컨을 끄지 못하고 지내느라 냉방병이 생겼던 터라 능선을 타고 달려오는 바람에 다들 마음과 몸을 다 내려놓았다. 어떤 이는 정자 밑에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버렸다. 다들 산을 내려가기 싫은 눈치다.경주풍력발전단지는 일몰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해질녘에 찾아와 언덕 아래를 향해 차 트렁크를 열어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데크에 캠핑 의자를 놓거나 전망대, 바람길 산책로 등 곳곳에서 석양을 감상하기도 한다. 더러는 일몰 후 조금 더 기다려 별빛 쏟아지는 낭만적인 밤까지 즐기고 가는 이들도 많다. 차박하려면 아직 시설이 완벽하지 않아 좀 불편하다. 시설에서 운영하는 화장실을 빌려 쓰는데 가끔 생각 없이 쓰는 사람들로 인해 폐쇄할지도 모른다고 경고문이 붙었다. 애견도 동반 가능하다는 이곳, 시원한 여름 피서지로 오래 아름답게 사용하면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3

시원한 안동 길안천에서 더위 피하세요

전국 어디랄 것도 없이 8월 내내 지루하게 이어지는 폭염이다. 비라도 좀 내리면 좋으련만 그런 소식은 한참을 들려오지 않는다. 입추, 칠석도 지났으니 이제 여름 더위는 막바지게 다다랐다고 한다. 더위는 원래 학생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복날 기간에 맞춰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기세등등한 더위를 한풀 꺾을 방법으로는 누가 뭐라 해도 물놀이가 최고다. 녹음이 가득한 곳, 그늘진 다리 아래 돌덩이를 들춰내면 골부리가 가득한 곳, 천혜의 자연이 만들어낸 피서지가 안동에선 멀리 있지 않다.안동 사람이라면 길안천 다리 아래에서 탁족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으리라. 길안면은 안동시 남동쪽에 있으며 면의 북부산지에는 반변천이 곡류를 이루고 흘러 그 지류인 길안천이 면의 대부분을 경유하면서 흐른다.여름날 돗자리에 파라솔에 그늘막을 치고 길안천 다리 아래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은 안동 사람들에겐 그만큼 흔한 일이다. 추억 속 사진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옛날에는 솥단지 걸고 가져온 음식을 끓여 먹거나 평평한 돌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다. 또 낚시한 고기를 요리하거나 물속 돌 아래 옹기종기 붙어있는 골부리를 잡기도 했다. 골부리는 흔히 다슬기라고 부르는데 맑고 깨끗한 길안천 골부리가 유명한 만큼 길안장터에는 성업 중인 골부리 식당이 여러 곳이다. 맛도 있으니 별미를 원한다면 먹어도 후회 없을 듯하다.할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온 길안 다리 밑 피서는 실내 수영장과 풀빌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곳이다.아이들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작은 돌로 이끼며 풀을 찧기도 하고 풀벌레의 행방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통째로 들고 온 수박을 담가놓고 잘라먹는 대신 이제는 집에서 예쁘게 도시락에 담아와 먹는 것이 달라졌을 뿐, 세대불문 여름 피서는 역시 시골 다리 아래 탁족이 최고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13

지혜롭게 ‘삼복더위’ 나기

산청 수선사 계곡.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이 있다. 삼복지간(三伏之間)이란 초복에서 말복까지를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름철 가마솥더위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예보에 시원한 계곡과 바다가 간절하다. 에어컨 바람이 숨통을 틔우나 싶지만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외려 더 숨통을 조이고 또 다른 고통으로 냉방병이 생겨났다.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은 논이 비좁도록 벼 포기를 빽빽이 늘이며 거침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한다. 그러나 부지런한 농부는 그 햇살이 버티기가 힘들다. 예로부터 여름철의 습하고 무더운 날씨로 인해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고자 영양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높은 보양식을 삼복기간에 챙겨 먹었다. 나고 자라고 거두고 감추는 순리에 따라 모든 생물이 무섭도록 자라는 무더운 여름철에 농부가 힘을 내어 부지런을 떨어야 거두어들이는 가을 추수가 풍성해진다.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은 풍습으로 내려오는 속절(俗節)로서 15일 간격으로 태양력을 따르는 24절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초복은 낮이 가장 길다는 절기인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 말복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 된다. 옛사람들은 날짜를 육십갑자로 꼽았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기간은 30일이다. 올해 초, 중, 말복이 7월 15일(庚辰), 7월 25일(庚寅), 8월 14일(庚戌)로 초복과 중복은 10일, 중복과 말복은 20일 간격이다. 기간이 길어진 말복을 월복(越伏)’이라고도 한다.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복은 대개 절기상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사이로 7월 중순경이다. 중복은 장마가 마무리 되는 7월 말로 습하고 무더운 기운이 한층 더 해 여름휴가와 맞물려 산과 바다로 피서객이 몰리기도 한다. 절기상 입추가 지나 맞이하는 말복도 8월 중순경이지만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삼복 기간이 여름철 중 가장 덥다.삼복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하는데 삼복이 굳이 경(庚)일인 이유는 무엇일까?동아시아 전통 역학 원리 중 하나인 천간(天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십간으로 구성된다. 이때 일곱 번째 천간인 ‘庚’은 ‘성숙해진 만물이 그 모습을 바꾼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木, 火, 水, 金, 土 오행 중 ‘금(金)’을 나타낸다. 金은 가을을 뜻하며 만물의 기운이 팽창에서 수축으로 바뀌어 견고하게 열매가 여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의 쌀쌀한 金 기운은 찬 서리를 내려 여름내 자란 초목을 엄숙히 죽이며 천지의 숙살지권(肅殺之權)을 장악한다. 庚金은 양(陽)의 기운이다. 이렇듯 경일로 정해진 복날은 뜨거운 여름의 기운과 서늘한 가을의 金 기운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삼복(三伏)의 복(伏)은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세 번 엎드려(伏) 굴복했다는 설도 있고, 사람이 여름철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해 개처럼 엎드려(伏) 있는 날이라는 설도 있다.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기원전 676년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내며 개를 잡아 충재(蟲災·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고 개고기를 먹으며 열독을 다스렸다고 한다. 개고기 먹는 풍습은 이때부터 생겨났다. 그러나 2027년부터 시행될 ‘개식용 금지법’으로 보신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삼계탕, 장어, 염소탕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다가오는 말복에도 조상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이열치열의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며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강건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해야겠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8-08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손님맞이

“고디 주스러 가자.”한마디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연차를 쓰고 누군가는 여름휴가 중 하루를 써서 이제는 대구가 된 군위에 모여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외갓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과 삼겹살을 구워 둘러앉아 네가 많이 먹었네, 내가 많이 먹었네 하하호호 웃으며 먹었다. 부른 배를 퉁퉁 치며 영천까지 장을 보러 가서 더운 땡볕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에 모두들 웃음을 되찾았다.고등학교 이후 십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보지 못했던 터라 기대도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대로 였다. 변한게 있다면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것. 사촌 조카와 소, 강아지, 고양이 식구가 생겼다. 사촌 조카는 이모라 부르며 따라다니고, 새로운 식구를 알아보았는지 다가가니 얼굴을 들이미는 소와 손을 내미니 악수하는 것마냥 자신의 앞발을 올려주는 강아지와 쓰다듬어 달라며 애교부리는 고양이까지 모두가 정겨웠다.수박으로 무더운 여름을 물리치고 저녁식사론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씩 후, 집안 대청소를 했다. 혼자서는 귀찮았을 대청소도 모두 함께 힘을 합치니 금방 끝났다.저녁에 오신 작은 외삼촌이 사촌 조카가 쓰던 장난감과 어린이용 자동차를 가져오셨다. 이모네 사촌 조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먼 거리에도 가득 가지고 오셨다. 조카들은 장난감이 쏟아지자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시민기자에게도 놀아달라며 떼를 쓰기도 했다. 조카들은 밖으로 나와 어린이용 자동차를 보자 더 신이 났다. 깜깜한 밤이 무섭다며 나오지 않으려다가도 한 번 타보자 다시 들어가기 싫어했다. 본래 우리의 목표였던 다슬기 줍기는 냇가에 물이 없어 아쉽게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자동차 놀이로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다시 집으로 오는 길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이용하여 천천히 추억을 함께 되뇌었다. 사촌오빠는 ‘누구보다 가족이 제일’이라는 말이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서른이 넘어가며 마음 깊이 느껴진다고 얘기하며 그날 하루의 행복을 전했다. 그리고 일 때문에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사촌 동생은 통화로 어린 시절, 매주 주말마다 만나 같이 놀고 같이 일하며 함께 보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리운 시절을 추억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도 따스하게 채워졌지만 깻잎, 물김치, 복숭아 등 서로 나눈 맛있는 음식까지 눈에 보이는 사랑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4-08-08

솔숲 거닐며 한 줄기 바람 느끼기 봉화 금강송 숲길 체험 어때요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피부에 닿는 청량한 감촉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봉화 금강송 숲길은 더위에 지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한다.복잡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청량한 솔숲의 공기, 시원한 계곡 바람과 함께 산책하듯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이다.봉화 춘양면 서벽리 금강송 소나무 숲길은 3㎞ 정도의 완만한 경사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다.30m가 훌쩍 넘는 아름드리 금강송은 장관을 이룬다. 잘 정리된 탐방로 곳곳에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청량감을 더하고, 높게 뻗은 소나무들은 허공에서 부딪히거나 뒤엉키지 않고 섬세하게 공간을 유지한다.숲의 숨결이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고, 편안한 자연의 품처럼 다가온다. 산림청의 ‘산림레포츠 숲’으로 지정된 이곳은 금강송 군락지로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다.얼마 전 개통된 동서트레일 47구간이 이곳을 지난다. 완만한 경사에 탐방안내소와 숲 해설가가 있어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한 정자, 숲과 잘 어울리는 통나무로 만든 벤치가 곳곳에 자리해 여유로운 송림욕을 할 수 있다.금강소나무는 곧고 마디가 길며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다. 최고의 목재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고 왕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됐기에 일반인은 벌채가 금지되기도 했다.일제강점기에는 수탈 때문에 무참히 베어졌고, 벌목한 금강소나무는 영주역으로 운반돼 기차를 통해 부산으로 이동, 일본으로 실려갔다. 금강송은 붉은빛이 돌아 적송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봉화 지역의 금강송은 재질이 뛰어나 지역 명칭을 사용한 춘양목이라 불리게 되었다.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로 집을 지어 살았고, 소나무로 밥을 짓고, 양식이 부족한 시절엔 송기를 내어 양식 대용으로 삼다가, 생을 마감할 때는 소나무 관에 담겨 잠들었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나무였다.금강소나무는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가구 등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보호됐다.소나무의 단면이 붉고 바깥쪽이 누런 것이 사람의 내장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황장’이라 불렀고, 현재 목조문화재 대부분은 금강송으로 만들어져 있어, 이들을 보수·관리용 목재 생산을 위해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1500여 주의 금강송소나무는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다.솔숲의 맑은 공기와 음이온, 피톤치드를 마시며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얻는 곳. 사시사철 푸른 싱그러움과 위엄으로 소나무의 위상을 말해주는 공간으로 가보면 어떨까. 걷다가 쉬어가고 싶다면 정자에 앉아 심호흡 한 번 크게 하며, 신선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바람 소리에 화음을 맞추듯 계곡 물소리 또랑또랑한 아름다운 길이라 혼자 걷기에 아까울 정도다.어제 같은 오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함과 삶의 고단함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일상의 멍에를 잠시 벗어놓고 봉화 서벽 금강송 소나무 숲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자. /류중천 시민기자

2024-08-08

교육발전특구, 포항만의 모델을 가져야

지난달 30일, 정부의 교육발전특구 2차 시범지역 지정이 있었다. 경북은 5개의 시·군(김천시, 영주시, 경산시, 영천시, 울릉군)이 지정되었다. 이로써 포항과 구미가 포함된 1차 시범지역 지정 8곳과 함께 경북은 13개의 시·군이 교육발전특구가 되었다. 대구는 1차에서 광역지자체형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이들 지역은 교육부에서 매년 30억 원 등 총 60억 원의 재정지원과 함께 학교 복합 시설 사업, 협약형 특성화고 등 교육부 공모 사업 선정 때 가점과 각종 교육 관련 특례를 지원받게 된다.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다시 관리지역과 선도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관리지역은 1년 단위로 평가해 보다 더 강화된 지원을 받게 되고 선도지역은 3년간 시범 운영하게 된다.교육발전특구란 교육의 힘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유아기부터 고등교육까지 유능한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이다. 여기에다 교육청과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대학, 기업 등의 기관들이 협력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 맞춤형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의 기회로도 이어진다.정부가 올해부터 지방시대를 맞아 시행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정책인 교육발전특구 지정의 배경에는 수도권으로 집중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것에 비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고, 지역 청년들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와 교육, 문화 등이 없는 지역을 떠나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잘 닦여진 수도권으로 너도나도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교육과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지역의 청년들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높은 생계비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일하고자 하는 의욕은 잃어버리고 불확실한 미래에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반대로 지역의 상황은 믿기지 않는 0명 대의 출산율과 초고령화 사회가 맞물려 지역 소멸 시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교육발전특구에서 시범지정된 지역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한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1차에 시범지정된 포항은 첨단과학과 신산업을 견인할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진모델로 정하고 있다. 또 공교육 강화와 지역정주 여건 개선, 유아교육부터 초·중등 교육에서 자리를 잡고 대학교육이 활성화 되게 하는 계획이다. 고등교육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연계한 ‘포항형 3+2+2 교육과정을 내세워 대학의 기초과정, 학사학위 취득 등 대학, 참여기관 간 협업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하는데 올해는 이차전지융합과가 대표적이다.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인재를 구하는 것이라 한다. 이를 위해 기회발전특구와 함께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포항은 이차전지산업을 통한 투자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경북에서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시·군에서는 지역의 여건에 맞는 모델들을 내세우고 있는데 포항에서도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좀 더 새로운 포항만의 모델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8-06

경주 어린이박물관 학교를 아시나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힘들던 시절. 1954년 10월 10일,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학교가 열렸다. 누구든 올 수 있으며 수업료는 절대 받지 않는다. 그리고 수업은 존댓말로 한다. 보상화 꽃잎처럼 맑고 깨끗하게 꽃피워 향토의 문화유산을 가꾸는데 앞장서는 마음을 지니길 바라는 뜻을 담은 학교. 경주 어린이박물관 학교가 개교한지 벌써 70년이 되었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가족과 함께 나섰다. 박물관 학교 출신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남편은 자신이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윤경렬 선생님을 따라 남산을 자주 오른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다고 했다.모든 관람객은 71기 특별반 학생이 된다. 전시가 시작된 16일부터 종료되는 9월 22일까지 특별전에 참석하는 모두가 71기 특별반 학생이 될 수 있다. 특별전엔 개교역사, 교가, 수업 과정, 교과서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간단한 체험과정을 통해 수료증 발급이 가능하다.전시장에 들어서자 영상물이 상영 중이다. 당시 국립박물관 경주분관 관장 진홍섭, 공예작가 윤경렬, 문화고등학교 교감 이승을, 경주분관 학예연구사 박일훈이 만든 목요회, 어린이 박물관 학교의 씨앗이 싹트던 그해 여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맞은편엔 환등기가 전시되어 있다. 환등기는 1955년 국립박물관이 지원해 1980년대까지 수업이 사용되었다고 한다.곧이어 전시장 내 비치된 프린터를 이용해 학생증부터 발급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학생증이 출력되자 아이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그 관심을 모아 입구에서 가져온 리플릿에 도장을 찍으며 5교시 수업에 참여했다. 도장은 석가탑, 금관, 신라인의 미소 등 저마다 다른 다섯 가지 모양으로 준비 되어 있다.1교시는 교육과정을 살펴보기다. 그리고 2교시 교재, 교본 공부. 터치 화면을 통해 교과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다기엔 난이도가 상당하다. 3교시 쓰고 그리고 만든 문화유산들을 전시, 4교시 버스를 타고 고적 순회하며 답사하기, 5교시 배우고 익힌 내용 들로 시험 보기까지 완료하면 보상화 꽃 도장이 찍힌 수료증이 완성된다.그중 어린 관람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수업은 4교시였다. 두 가지 색의 장난감 버스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도장 찍기에 바빴던 어린이는 5교시에 이르러 고전을 면치 못했다.그 외 전시장 중간중간 비치된 헤드셋과 화면을 통해 당시의 목소리들과 졸업생의 소감 등을 들을 수 있는데 아이는 무척 신기해하며 모두 찾아들었다. 스피커 너머에 들려오는 오래전 목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시간을 초월한 느낌마저 들었다.전시장 마지막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자신이 몇 기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과 71기 특별반 학생 아들은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전시장을 나와 수묵당과 고청지를 둘러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4-08-06

냇돌을 채워 만든 영혼의 집 금관총

뜨거운 여름이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한참 더 높아 활동하기에 힘겨우니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경고 문자가 매일 당도한다. 열대야의 연속이지만 휴가 기간이라 가만히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이런 날씨에 즐기기 좋은 곳으로 찾아갔다. 경주는 폭염 속에서도 붐볐다. 신라고분정보센터에 주차장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니 꽉 찼다. 다행히 직원이 나와서 금관총 보러 왔느냐고 물어보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밖은 용암이 끓어 넘칠 것 같지만 금관총에 입장하니 서늘하다. 해설사가 설명해주던 것을 요즘엔 터치스크린을 통해 영상과 설명이 함께 흘러나와 앉아서 즐기기에 좋았다. 금관총의 발견과 발굴에 얽힌 사연을 찬찬히 들려준다.1921년 9월 어느 날 경주의 중심가였던 노서동에서 집을 짓고 있었다. 집주인은 집터의 낮은 곳을 고르기 위해 주변 언덕에서 흙을 파내어 썼다. 그런데 이 흙 속에서 아이들이 구슬을 발견해 갖고 놀았다. 일경이 이를 우연히 보았고 흙을 파냈던 언덕에서 유물들이 드러난 것을 확인했다. 그 언덕은 바로 무덤이었다. 조사한 결과, 뜻밖에도 신라 금관이 처음으로 출토되어 ‘금관총’이라 이름 붙였다. 묻힌 이는 머리에 금관을 쓰고, 금귀걸이, 목걸이, 금제허리띠, 금팔찌, 금반지 등을 차고 있었다. 머리 위쪽의 부장궤 속에는 여러 그릇, 장식품, 무기 등 많은 보물을 넣었다.금관총 출토품은 연구를 위해 서울의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졌으나, 1923년 경주에 금관 등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금관고’라는 건물을 짓게 됨에 따라 경주박물관으로 돌아왔다. 금관총의 축조 연도는 500년 전후로 추정한다. 2013년 발견된 검에서 이사지왕이라는 글이 확인되었고, 또 2년 후인 2015년에는 금관총 재발굴에서 ‘이사지왕도’라고 새겨진 칼집 부속구가 추가로 더 확인되었다. 이 발견으로 금관총의 주인은 이사지왕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사지왕이 신라 56대 왕 중의 한 분인지는 여러 주장이 있어 분명하지 않다.보물에만 욕심이었던 일제는 3일 만에 발굴을 끝내버려 여러 정보를 놓치고 말았다. 최초 발굴 이후 2015년 3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재발굴조사를 했고, 일제 강점기 당시의 졸속한 발굴의 한계 및 오류를 바로잡고, 돌무지덧널무덤의 원형을 복원했다. 여기서 무덤의 주인에 대한 단서인 이사지왕 명문,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 과정에서 목조가구를 세우고 냇돌을 채웠다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 이후 천마총처럼 무덤 내부를 관람할 수 있게 보존전시공간을 건립했다. 금관총 너른 창으로 봉황대에 솟은 나무와 파란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져 금관총을 들여다본다. 밤이 되면 조명을 밝혀둬서 이 창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왕릉에서 즐기는 밤산책의 낭만이다.맞은편에는 몇 걸음만 가면 신라고분정보센터다. 금관총 입장권으로 입장 가능하다. 실감영상을 보러 커튼 안으로 들어섰다. 쏴아아~, 문무대왕릉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발이 젖는 느낌이다. 감은사지 위를 휘돌아 천마총을 슬쩍 뛰어넘고 대릉원을 높은 하늘에서 조감한다. 고분 사이로 금관총을 쌓는 신라인들의 노고가 보인다. 커다란 달 속에 능의 주인이 눕는다. 능, 묘, 총, 분의 차이를 눈에 쏙 들어오게 만든다. 정보센터 옥상에 오르면 금관총 부근의 고분군이 다 내려다보인다. 경주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는 것도 볼 수 있다.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고분모형놀이방과 인터렉티브체험방에서 유물을 터치하며 참여하는 느낌으로 신라 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알 수 있다. 무더운 여름방학과 휴가 기간에 딱 맞는 장소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8-06

푸른 슬픔과 맑은 눈물로 짜여진 어머니 사랑

아침 카톡 단체방에 친정 엄마가 오셔서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문득 ‘엄마’하고 소리내어 부를 엄마가 있는 그분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면 엄마 생각이 더욱 난다. 유래없는 더위로 한반도가 절절 끓었던 1994년이 생각나서이다. 엄마는 지독한 그해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일하는 도중 쓰러져서 돌아가셨다. 오십 대 중반의 아까운 나이였다. 엄마란 존재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그리운 대상이리라. 어머니를 안타까이 그리는 시 한 편에 빠져본다. ‘새벽이면 베 한 필이 완성되었습니다/ 밤을 새워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 청상(靑孀)이 된 자신의 슬픔을 베로 짰습니다/ 그녀가 짠 베는 언제나 결이 곱고 부드럽다며/ 시장에 내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갔습니다/ 한 올 한 올 베가 짜질 때마다/ 그녀의 눈물도 베와 함께 짜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팔려나간 베는/ 자식들의 밥이 되고 옷이 되고 환한 웃음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가진 재주는 오직 베를 짜는 것/ 그리고 밤을 새우며 일을 하는 것/ 그녀가 짠 베가 몇 필이나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아침 나는 어머니께서 짠 베가/ 담장 안 앵두나무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슬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부드럽고 윤기가 나는 아름다운 베 한 필/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 고운 베 위에 앉았습니다/ 또 한 필의 베가 팔려나갈 모양입니다’ - 황봉학 ‘어머니의 베틀’ 전문베틀은 이젠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희귀한 물건이 되었다. 지금 학생들에게 베틀을 아냐고 물으면 고시대의 유물쯤으로 치부하리라. 하지만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베틀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살림 도구였다. 청상이 된 고단한 몸의 어머니에겐 어린 자식들 먹이고 입힐 방법은 오직 베를 짜는 일 밖에 없었을 것이다. 긴긴 밤 어둠이 삭고 삭아 부옇게 흐려지는 새벽녘까지 어머니는 베를 짜고 또 짰다. 끊임없이 교차되는 씨실 날실마다 푸른 슬픔과 맑은 눈물이 함께 짜져 결 고운 한 필의 베가 되었다. 베를 팔아 자식들 밥을 먹이고 옷을 사고 공부를 시키며 어머니의 젊은 날은 철컥철컥 멈추지 않는 베틀 앞에서 다 흘러갔다. 그래도 자식의 환한 웃음만이 삶의 낙이었던 어머니. 그 숱한 밤 어머니가 짠 눈물의 베는 몇 필이나 될 것이며 슬픔의 베는 또 몇 필이나 될 것인가.그렇게 어머니의 베를 팔아 어른이 되었고 또 시인이 되었으리라. 그 또한 어머니를 닮아 긴 밤 잠들지 못하고 씨실 날실의 언어를 촘촘히 엮어 시를 짜느라 새벽을 맞이했을 것이다. 무형의 베틀에 앉아 그가 짜는 시에는 어떤 간절함이 함께 짜진 것일까. 삶은 이렇듯 보이지 않게 대물림 된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짜맞추어 넘겨준다. 우리는 그 힘으로 새로운 삶을 짜 나간다. 철컥철컥 베틀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아도 끊임 없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어준다./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01

자랑스런 문화유산 ‘수원화성’ 답사기

지난 7월 20일 수원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어린시절부터 매일 일기를 쓰고 그것을 간직하는 친구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짧더라도 매일 기록하는 그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그 다음날인 7월 21일은 수원화성사진을 감상했다.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세계에서 인정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우리기 지금 볼 수 있는 수원화성의 모습은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지나오면셔 심각하게 파괴되어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재건되었기 때문이다. 재건된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화성 계획 설계도가 아주 구체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전 모습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수원화성은 정조 18년인 1794년 2월에 착공하여 정조 20년에 축성을 완료하여 2년 8개월 만에 완공하였다. 수원화성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조의 효심으로 축성되었다. 정조의 아버지는 영조의 둘째아들로 세자에 책봉되었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이다. 정조는 이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를 후대가 기억했으면 했으리라. 정조는 아버지의 능침을 양주 배봉산에서 풍수리지상 조선 최고의 명당으로 알려진 수원 화산으로 옮겼다.화성하면 정약용의 이야기도 뺄 수 없다. 규장각 문신이었던 정약용은 정조와 함께 화성 건설을 계획했다. 화성 건설 이전, 1789년 정약용은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행차할 때 건널 배다리를 설계하여 그 공을 인정받았다. 이에 정조는 정약용에게 화성 설계를 맡긴 것이다. 정약용은 기존 성곽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의 건축술과 서양의 과학기술을 모두 동원하여 돌과 벽돌을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성곽을 생각했다. 그리고 1792년 화성 축성 계획안을 완성했다. 뿐만아니라 2만5000근을 들어올리는 새로운 장비 거중기를 만들어 공사를 진행하였다. ‘화성성역의궤’는 화성을 짓는 방법과 짓는데 사용된 모든 기계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01

탄소중립 위한 작은 실천, 온난화 늦춘다

재활용 플라스틱 분리수거함 모습. 국지성 호우가 여름 장마를 대신해 발작적으로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실감한다. 장마 끝 역대급 폭염도 연일 예보 중이다.태양열이 지표면에서 반사된 열을 우주로 탈출하지 못하게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온실가스다. 이를 ‘온실효과’라고 하는데 이 덕분에 지구는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환경을 유지한다. 만약, 지구의 비닐하우스 역할을 해주는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영하 19도까지 떨어져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행성이 된다. 온실가스 덕분에 지구는 평균 기온이 약 14도로 인류가 살기에 적당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온실 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이 있으며 그 외도 산업 과정에서 생겨나는 육불화황,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염화불화탄소 등이 있다.18세기 이후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자본시장은 시장경제와 생활양식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활발한 산업 활동은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며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했다. 이는 지구의 온도를 과도하게 올리는 역할을 하며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충 번식으로 인한 질병과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한다.‘성형하기 알맞다’라는 뜻을 지닌 플라스틱은 인공적인 합성물질로 상아(象牙)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을 대신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구했다. 1909년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 발명으로 플라스틱이 개발된 이후 지구인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짧은 기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의 99%는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며 세계 총 석유 생산량의 8~10%가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된다.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생겨난다는 미세플라스틱 알갱이인 마이크로비드는 하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그를 먹은 물고기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리 없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자본가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산업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5차 플라스틱 오염문제 국제회의(국제 플라스틱 협약)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줄여 과도하게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자는 취지로 170개국이 참여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ESG운동은 기업의 친환경 정책,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 또한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줄기, 가지, 잎 및 뿌리 등에 많은 탄소를 저장하여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변환시켜 배출한다. 그러나 산불로 인해 타거나 벌목을 당할 때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대량 배출하므로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재해 발생 지역에 어린나무를 심어 자라는 동안 탄소를 잘 흡수하는 건강한 숲으로 가꾸어 탄소 순환을 지속시킨다.‘탄소발자국’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말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하기, LED전구 사용하기,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 선택하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 사용하기, 종이타월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물티슈 사용 자제하기 등이 있다. 탄소발자국을 염려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에 큰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01

배롱나무꽃 유혹하는 안동 병산서원으로 오세요

매일 조금씩 백일을 이어 피는 꽃, 백일홍. 백일홍의 다른 이름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배롱나무는 뜨거운 여름에 꽃을 피운다. 오월의 장미만큼 강렬한 색상으로 초록의 계절에 존재감을 뽐낸다. 안동에서 배롱나무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안동사람들은 단연 병산서원을 꼽는다.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조선 중기의 서원인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중 하나이다. 본래 풍산 상리에 고려 중기부터 풍산류씨의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이 있었는데 200년이 지나고 서당 주위로 가호가 늘고 길이 들어서면서 서애 류성룡의 권유로 현 위치로 옮기고 ‘병산서원’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병산서원 앞으로는 아름다운 낙동강이 흐르고 병풍을 둘러친 듯한 병산이 펼쳐져 있다. 한국 최고의 고건축물답게 입구를 지키고 선 복례문,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강학공간 만대루, 서원의 중심인 입교당, 서애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고 위판을 봉행한 존덕사 등과 서원 속의 정원인 광영지까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공간이다.외삼문인 복례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배롱나무가 마주하고 늘어서 있고 서원의 내삼문인 신문(神門)앞에는 수령 400년을 앞둔 보호수 배롱나무가 만개해 있다. 긴 장마도, 한여름의 무더위도 배롱나무꽃을 시들게 하지 못한다.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배롱나무가 만개하는 시기이니 서둘러 병산서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보기를 권한다. 병산의 산수를 마주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학문을 닦아 마음을 깨끗이 하고 세상의 바른 이치를 깨달으라는 서애 선생의 정신이 깃든 곳으로 말이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폭염 대비, 건강한 여름나기의 자세

연일 폭염 소식이다. 장마가 끝나고 30도가 훌쩍 넘는 기온은 당연하다는 듯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부르고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외출하고 돌아오면 에어컨부터 찾게 되는 요즘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지난달 대구지방기상청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22.8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도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확률이 50%가 넘어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무더위와 함께 체온이 상승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특히 슬기롭고 건강한 여름나기가 필요해 보인다.먼저 폭염은 폭서, 불볕더위와 같이 매우 심각한 더위를 말한다. 기온과 습도를 고려하는 체감온도 기준으로 최고기온이 33도나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 폭염특보(폭염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또 열사병, 열탈진, 땀띠, 두통, 무기력 등과 심각한 탈수 증상 등 건강에 여러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듯 폭염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재난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폭염 사망자 수는 총 59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태풍과 호우에 의한 사망자 수 211명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숫자이다.폭염에는 특히 온열질환으로 대표되는 열사병과 열탈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방치하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은 열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에 발생하게 되는데 특히 열사병은 열탈진보다 더 위험하고 증상이 심각하다. 과도한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는 작업공간, 운동 공간 등에서 열 발산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으면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 신경계 이상, 경련 등이 나타난다. 특히 만성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나 고령자와 독거노인, 어린이, 야외 근로자 등 취약 계층에게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하지만 이런 온열질환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예방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이 수분 섭취다. 여름철 체온상승으로 인해 우리 몸은 수분을 빠르게 소모하게 되는데 이때 충분한 수분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수 현상이 발생한다. 단순한 갈증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물은 최소 8잔 이상을 마시는 것이 좋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마시기 어려운 경우는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분 섭취는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도와주고 체온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게 한다. 또 뜨거운 음식과 과식을 피한다. 샤워를 자주 하고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어 시원하게 지낸다. 낮에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삼가고 만약 낮에 활동할 경우는 창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꼭 착용한다. 운동 시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활동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온과 폭염특보 등의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고위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주·정차된 차에 어린이나 노인 등을 혼자 두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포항시민 이 모(43·포항시 남구 오천읍) 씨는 “대단한 폭염이다. 에어컨 찬바람이 싫어도 열흘 전부터 쉴새없이 가동하고 있다. 물 자주 마시기 등 알고 있지만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예방수칙들을 잘 지켜 폭염을 대비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복숭아야, 영덕의 여름을 부탁해

7번 국도를 따라 여름휴가를 떠났다. 어느 순간, 길이 붉은 꽃으로 덮였다. 영덕군으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영덕은 여름이면 배롱나무가 길가를 붉게 물들인다. 또 붉은 것 한 가지는 복숭아다. 분홍빛 복사꽃이 영덕의 봄을 장식하더니, 여름이 한창인 7월 말에 향긋하게 익었다. 7번 국도변에 농장 이름표를 붙인 천막이 곳곳에 나 앉았다. 잘 익은 복숭아가 붉은 꽃처럼 상자에 담겨 달리는 차를 불러세운다.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터라 영해휴게소에서 아침밥을 먹기로 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건물 오른쪽에 복숭아 장터가 열렸다. 2024년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판매를 한다고 한다. 각 농장에서 한 부스씩 자리 잡고 자신들의 농산물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 산지에서 바로 따온 싱싱하고 질 좋은 복숭아를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남산리 마을회관 앞에도 장터가 열리니 내려갈 때 이용하면 좋겠다.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갓길에 차를 멈췄다. 지인에게 줄 선물로 복숭아가 좋을 것 같아서다. 상인은 일단 칼로 한 조각 오려내 입에 넣어주며 그냥 돌아서지 못하게 입을 막았다. 우리를 보고 여러 대의 차가 더 멈췄다.복숭아 종류를 물었더니 황도와 오도로끼 두 종류라고 했다. 발음이 어려워 다시 묻자 경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단단한 복숭아다. 옆에 황도는 말랑하니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오도로끼는 10일에서 20일 정도, 딱 이 시기에만 수확하고 판매되는 복숭아라니 먹고 싶어도 이때 아니면 지나칠 수 있다고 한다. 얼른 한 상자 샀다.복숭아의 종류는 껍질에 나는 털의 유무에 따라 크게 털복숭아와 천도복숭아로 구분한다. 털복숭아는 다시 과육 색에 따라 보통 백도와 황도로 나뉘는데 블러드 복숭아라고 해서 살이 아주 진한 붉은색에 향기가 매우 진한 종도 있다.어릴 적 몸살을 크게 앓으면 열에 들떠 입맛이 없어진 손녀를 위해 할아버지는 동네 유일한 점빵에서 통조림을 사 오셨다. 둥근 캔을 꾹꾹 눌러 따서 달콤한 국물과 함께 말갛게 껍질이 사라진 황도를 먹여 주셨다. 숟가락으로 자르면 쓰윽 온순하게 조각이 나는 통조림 복숭아를 먹고 다음 날 순순히 털고 일어났었다. 가끔 달콤한 그 맛에 이끌려 조금 아픈 날에도 더 아픈 시늉으로 할머니 애를 끓게 했었더랬다.과육의 단단한 정도로 경육종(딱딱한 복숭아)과 용질성(말랑한 복숭아)으로 나누기도 한다. 말랑한 것이 당도가 높아서 인기는 말랑한 것이 훨씬 좋은 편이나,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은 당도와 수분이 적은 단단한 것도 좋아한다. 이것을 물복, 딱복이라 부르며, 이렇게 복숭아가 제철일 때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물복 vs 딱복으로 탕수육의 부먹 vs 찍먹 급의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복숭아 잘 고르는 팁을 물으니 별거 없다고 했다. 딱딱한가 만져 보고 색이 선명한 것을 고르라고 했다. 하루 이틀 후숙하면 더 맛있다.또한 조선시대 농서인 ‘증보산림경제’를 보면 “우물가에는 꽃 심는 것을 꺼리고 더욱이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을 꺼린다”라고 적혀 있다. 사실 복숭아와 같은 과실나무를 우물가에 심지 않은 것은 매우 지혜로운 일이다. 복숭아심식나방과 같은 벌레들이 많이 꼬여 식수로 사용하는 우물이 오염될 수도 있으니까.복숭아는 밤에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벌레 먹은 복숭아를 불을 끄고 먹게 한 선조들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복숭아의 폴리페놀 성분이 야맹증에 좋단다. 복숭아를 먹으면 밤눈이 밝아진다니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 과일이다. 물복이든 딱복이든 이 시절에 많이 먹어두길 당부한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장맛비 지나간 뒤의 소고

밤 사이 억센 장맛비가 쏟아진 후 세상이 청명하다. 비에 푹 젖었던 나뭇잎은 좀 더 짙어지고 멀리 기찻길 옆으로 개망초꽃이 흐드러졌다. 푹푹 찌던 기온도 잠시 누그러졌고 창을 넘어 온 바람이 시원함을 주고 간다. 아파트 뒤쪽으로 보이는 주택에 사시던 할아버지 어느날부터보이지 않아도 그 집 마당의 노란 꽃은 올해도 여전히 피었다. 들판에는 초록물감을 쏟아놓은 듯 벼들이 자랐다. 밭둑에서 흔들리는 옥수숫대, 보랏빛 꽃들이 펑펑 터진 도라지밭, 그 위를 목 쉬는 줄도 모르고 울어대는 매미들. 이제 여름은 익을만큼 익었다.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 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먼지 1%/ 돌 15%, 노을 1.99%, 낮잠 11%, 달 2%/ (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 (아차, 지렁이도 있음)//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새인데 그들에게 저는 한 번도 출연료를 지불한 적이 없습니다 마땅히 공동저자라고 해야 할 구름과 바람과 노을의 동의를 한 번도 구한 적 없이 매번 제 이름으로 뻔뻔스럽게 책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작자미상인 풀과 수많은 무명씨인 풀벌레들의 노래들을 받아쓰면서 초청 강의도 다니고 시 낭송 같은 데도 빠지지 않고 다닙니다”- 손택수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부분나도 산과 구름과 달과 논과 나무와 놀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자란 산골 동네는 그런 것 외에는 친구가 없었으니까. 눈만 뜨면 산과 놀고 구름과 매미소리와 나무 그늘과 놀았다. 풀과 꽃과 친구하면서 시인을 꿈꾸었고 붉게 노을이 하늘을 덮으면 주체할 수 없이 설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나를 버리고 손택수 시인과 동업을 했는지 내 시는 아직도 길을 못 찾고 오리무중 헤매고만 있다. 시인은 출연료도 저작권료도 지불하지 않았다는데 그럼 이제 내게도 좀 와줄 만 하건만. 누가 들으면 실력 없는 감독이 배우 탓만 하고 있다고 타박할지 몰라도 어째 내 연출 실력은 영 신통찮다.그런들 어떠랴. 창을 넘어오는 뭉게구름의 푹신함에 빠져보다가 마음을 홀딱 뒤집어 놓고 가는 팬플룻의 소리에도 취해보다가 활자 중독자들의 대열에 끼여 열심히 또 시를 읽는 오늘이 이만하면 행복한 거 아니겠는가. 짐승도 내 편한 자리는 안다는데 열심히 하다보면 저 산도 들도 바람도 당나귀도 간절히 기다리는 내 마음을 알고 내 시에 고개를 들이밀고 찾아올지 모를 일이니. 괜찮은 시 한 편 얻는다면 다소간의 출연료를 지불할 의향도 있으니 말이다.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