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솔져 6·25전쟁 75주년 특별전 전 세계 22개국 2500여명 용사들 만나 그들의 얼굴·이야기 등 사진으로 전시
잊히기 전에 기록하고,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전해야 할 이야기. 생존해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다니며 ‘자유’를 위해 목숨 걸었던 그들의 자부심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프로젝트 솔져 사진작가 라미(현효제). 그는 사라져가는 증언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FREEDOM IS NOT FREE’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J쿤스트할레. 이곳에서 ‘프로젝트 솔져: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서 특별전 6·25전쟁 75주년 회고전’이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 개막하여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까지 이어졌다. 전쟁 75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12년간 대한민국 군인 외 22개국에 흩어진 한국전쟁 참전용사 2500여 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담아낸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자유의 가치를 기록하는 ‘project soldier‘는 단순 사진 기록이 아닌 총성과 침묵 사이 전쟁의 한가운데 살았던 사람들의 물건들로 전시 공간을 채운다. 입장료 1만원은 참전용사를 찾아가는 여정에 쓰인다며 ’프로젝트 솔져 여정에 함께 해주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티켓을 받고 보니 전시 관람만으로도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동참하는 기분이 든다.
사진전 관람은 3층에서 시작되어 계단을 이용해 2층, 1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캄캄한 어둠 속 포탄소리와 포화 속 다급한 비명소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순간 놀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전시실 안쪽으로 향한다. 전시를 보기 전 전쟁의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하게 하려는 의도란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자유’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권리다. 이 당연함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세대는 권리가 아닌 의무로 감당해 낸다. 신분제 사회에서 상층민은 권리만, 하층민은 의무만 가졌던 것처럼 그 의무가 권리가 되기까지 75년 전의 전쟁은 지금도 그들에겐 살아있는 역사요 직접적인 증언이다.
작가가 찾아다닌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한국전쟁에 참전해 자유를 위해 목숨 걸었던 많은 미군의 나이가 16~18세였단다. 학도병의 나이가 또한 그랬듯 아직은 어렸던 그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이 전시를 통해 ‘잊힌 승리’라 불리는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살린다.
작가는 말한다. “사진은 보이는 순간을 담지만, 그 속에는 사람의 내면과 시간, 고요한 진심까지 함께 담깁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솔져는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자유의 무게와 그 자유를 ‘의무’로 살아낸 세대의 가치를 사진과 영상의 언어로 기록하고 이 모든 의미가 사라지기 전에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 합니다”
어린 나이에 인권을 챙길 겨를도 없이 나라 위해 학도병으로 참전한 이들 중에는 후손을 남기지 못한 이도 많다. 그러나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어렵게 세워진 추모비마저 방치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생존자도 보훈의 달 각종 행사에 ‘초청’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동원’이 되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리다. 이들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잊히고 있는 것이다. 현충일 아침 10시 정각,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 그 소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한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