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날 휴일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투표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구미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동물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먼저 찾은 곳은 동물원 ‘쥬쥬동산’이다. 이후 엄마가 가고 싶어 하시던 금오산 올레길을 둘러보기로 했다.
쥬쥬동산은 양, 염소, 말, 기니피그, 토끼, 사막여우, 원숭이, 앵무새, 호랑이, 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먹이를 직접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우리에는 들어가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몇몇 동물은 우리 밖에 풀어 놓아 사람과 동물 사이의 장벽 없이 교감할 수 있다. 특히 사자와 호랑이는 철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큰 소리와 함께 볼 수 있어 짜릿한 긴장감을 준다.
쥬쥬동산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도 덩달아 어린아이처럼 동물들과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물원 안에서 판매하는 당근을 사서 토끼, 기니피그, 염소, 말에게 먹이다가 손끝을 살짝 물리기도 하고,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너무 빨리 낚아채는 바람에 손이 꼬집히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꼬리깃을 펼쳐 달라고 애원하듯 부탁하는 우리가 포기하고 돌아서자 아름다운 꼬리깃을 펼쳐 보여주는 얄미운 공작새도 만났다. 특히 강아지 우리에 들어가 안아보고 쓰다듬으며 보낸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준 순간이었다.
동물들과의 교감을 마친 우리는 금오산으로 향했다. 금오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풍경을 즐기거나 금오랜드, 맛집 등을 들를 수 있지만, 이날은 자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입구부터 초록빛 나무들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흙길의 촉감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길 옆에는 금오저수지가 펼쳐져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저수지에서는 금붕어와 거북이, 오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오리배가 눈에 들어왔다. 시민기자의 제안으로 오리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무릎이 불편한 엄마는 뒷자리에 동생과 시민기자가 앞자리에 앉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오리들에게 가까이 가보려 했지만, 오리배가 다가갈수록 오리들은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오리 분장까지 하고 찾아가는데 왜 피하지?”라는 농담에 “괴물 오리가 가니까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지.”라는 엄마의 익살스러운 말이 더해져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약 30분 동안 오리배를 타고 나와 다시 올레길을 걸었다.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걷던 중, 엄마는 뽕나무에 열린 오디와 ‘뱀딸기’라고 불리는 야생 딸기를 보며 어린 시절 친구들과 따먹던 추억을 들려주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을 따라 함께 걷다가 노란 금계국이 물결치듯 피어 있는 곳에 멈춰섰다. 황금물결에 우리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몇 장 남겼다.
짧지만 알찼던 하루.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특별한 계획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순간마다 웃음과 추억이 쌓였다. 투표로 의미 있게 시작된 하루가 사랑하는 가족과 잊지 못할 여행으로 마무리되었다.
누구에게나 가족과 함께하는 이런 당일치기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가까운 곳에서 여유와 자연, 따뜻한 마음을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