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20대 여성이 경주로 1박2일 미술관 투어 영상을 올렸다. 능뷰 오아르 미술관을 시작으로 플레이스 C를 들러 경주박물관 특별전과 상설 전시까지 자세히 본다. 많은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왜 무료냐, 입장료를 좀 받아야 한다는 코멘트까지 달았다. 그리고 엑스포공원 언덕 위 솔거미술관을 오르다 더위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 작품이 더위를 날려버리게 해서 감동이었다고.
그중에 경주예술의전당이 준비한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전시도 빼놓지 않았다. 경주문화재단은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이 7월 1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 1세대 거장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예술 세계를 깊게 조망하는 특별 전시로, 그들의 대표작과 드로잉 등 90여 점의 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5개 미술관과 기업이 소장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기회로,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다.
네 거장의 예술적 여정을 통해 한국 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조명한다. 각 작가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격동의 시대를 거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입구에서 표를 받아 입장하려니 미술관 매너에 대해 고양이가 안내한다. 딱딱한 명조체보다 애교스러워 찬찬히 읽게 만든다. 좁은 통로를 지나 너른 방에 도착하면 편안히 누워 거장들이 살아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걸 보고 듣는다. 처음 시작을 이렇게 배치한 것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 남아있던 작가들을 살아 움직이도록 구현해 그들이 그림 그리던 시대로 들어가 감상하게 하니 이 또한 선물이다.
이중섭의 은지화를 코앞에서 보다니, 일본에 떨어져 살던 아이들에게 쓴 편지가 뭉클하다. 보라색 벽에 태성에게 잘 있었어? 태안은 감기에 걸렸다던데 감기 조심하고 복숭아를 갖고 노는 그림을 그려 보낸다는 다정한 아빠의 마음을 써 보냈다. 아빠라는 일본어가 고개 숙인 이중섭 같아서 아련하다.
이중섭을 지나면 박수근의 세계가 나타난다. 돌 위에 그린 듯한 그림들, 멀리서 보다가 바싹 다가가 그 질감까지 보려 했다. 다른 전시에는 줄이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그림을 이렇게 가까이 보아도 되니 참 좋다. 박수근의 나무를 크게 확대해 실물 크기의 나무만큼 커서 그 아래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든 작품을 찍어도 되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김환기 작품은 사진 촬영 금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은 주요 작품은 아니지만 색연필 점화가 있어서 대리만족했다. 마지막 방에 장욱진의 아이 같은 그림에 빠진다. 깊은 녹색 바탕에 그의 새, 나무, 사람이 천진스러워 보는 사람도 맑아져야 할 것 같다.
전시장 중간에 벤치가 있어 앉아서 그림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미가 나면 이만치 떨어져서 잠시 생각하며 쉬라는 의미다. 그러고는 다른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배려다. 4인의 거장을 만나고 나면 그들의 작품을 따라 해보는 자리도 있다. 함께 간 일행은 은지화를 나는 박수근의 그림 느낌이 나도록 오돌토돌한 바탕에 대고 그림을 그렸다. 글도 남겨 액자에 걸었다. 또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박수근의 은지화가 있다는 것. 꼭 찾아보시길.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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