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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름밤 달그림자와 만나는 월영교

낮 기온이 연일 30도를 웃도는 요즘 날씨다. 일찍 온 더위, 건강 관리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실내운동이 힘든 경우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가급적 운동을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해진 후 저녁 시간에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안동시내와 접근성이 높은 안동댐 월영교(月映橋)에는 더위를 피해 저녁 산책을 하는 많은 시민들로 붐빈다.월영교는 안동시 상아동 물문화관 쪽과 성곡동 안동민속촌 쪽을 잇는 나무 다리로, 지난 2003년 개통됐다. 길이 387m에 폭 3.6m의 인도교로, 한때 나무가 부식되어 통행이 금지되었다가 2008년 다시 개통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어느덧 안동시내 관광지 랜드마크가 되었다.지금처럼 날씨가 좋은 때에는 하루 4회에 걸쳐 분수를 가동해 더위를 식혀주는데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7~9월에는 낮 12시, 오후 2시·4시·6시·8시 총 5회에 걸쳐 10분간 분수를 가동해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특히 월영교는 원이엄마의 사연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그 의미를 더한다. 조선 중기 분묘에서,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한 원이엄마가 남편 이응태를 그리며 쓴 절절한 편지와 함께 이응태의 미라가 발견된 것이다. 또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지은 원이엄마의 숭고한 사랑을 기리며 월영교는 미투리의 형상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고 한다.월영교 가운데 자리한 월영정에서 시민들은 더위를 식히고 고아한 풍경에 넋을 잃기도 한다. 민속촌의 까마득하고 어두운 풍경과 월영교의 빛이 만나 아름다운 야경을 이루고 다리 아래로는 반달 모양의 문보트가 흐른다. 다리의 시작과 끝을 왕복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에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다.강에 비친 월영교는 형형색색 아롱거려 운치를 더한다. 여름밤, 안동의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하는 달그림자 풍경을 넘치도록 감상할 수 있는 월영교 산책을 권하고 싶다./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20

꿈나무들에게 지구온난화를 인식시키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이 시는 크리족 인디언의 추장이었던 시애틀의 마지막 전언이다. 자연 생태계의 자정 능력은 인간들의 욕심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태풍, 가뭄, 지진, 해일 같은 다양한 재난들이 이상기후로 인한 것이란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이산화탄소인 온실가스이며 온실가스의 발생 원인은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에게 있다.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들면 해양산성화로 인해 해양 생물들이 멸종하고 결국 육상 생물도 멸종 될 수 있다. 인류가 지구온난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지구 환경은 복구되기 힘들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경고이다.서용운(계명대학교 창업대학원 겸임교수) 교수가 운영하는 주)소셜에듀텍코리아는 포항시 탄소중립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초등학교 3~6년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및 ESG 청소년 리더스 클럽’을 발족시켰다. 연간 교육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ESG와 지구온난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포스텍에 있는 관련 회사 견학과 포항시 지역에서 관련 캠페인을 하고 과학 활동도 하며 ESG와 지구온난화에 대해 인식하고 고민하며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더스 클럽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며 인원은 30명으로 한 달에 한 번 토요일마다 미팅을 한다. 이 교육의 핵심 모토는 ‘We care budding scientist’로서 꿈나무과학자들을 배출하는 것이다. ESG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로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의미한다.ESG 청소년 리더스 클럽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환경 변화 교육을 말로 하지 않는다. 서용운 대표가 해외직구로 직접 구매한 지구온난화 돔 키트(Dome-Kit)를 이용해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는 과학적 교육을 제공한다. 올여름부터는 소셜에듀텍코리아의 이름으로 한국적 상황에 맞게끔 OEM 방식으로 제작된 돔 키트로 지구온난화의 상황을 실험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교육을 한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자연생태계의 문제를 인식하여 이를 해결하고자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올해는 경주시에서도 반응이 좋아 경주시청 아동청소년과의 지원을 받아 중학생을 대상으로 ‘경주시 ESG 청소년 리더스 클럽’이 발족 되었다. 인원은 30명이며 온난화의 이해와 돔 키트를 사용한 해수면 상승 교육 등 프로세스는 비슷하나 난이도를 조금 높였다. 학교마다 반응이 좋아 경북지역으로 확장 계획이며 대구광역시 교육청과 울산광역시도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포항대흥초등학교 추은엽 교장은 2년째 학생 회장단을 ESG 청소년 리더스 클럽에 적극적으로 보내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상황을 리더들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용운 대표는 이런 교육자가 포항에 계시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클럽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지구온난화를 인식하고 고민하는 꿈나무들이 크든 작든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는 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 지역에 이렇게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진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20

AI시대 더 중요해진 ‘문해력’ 그리고 ‘독서’

문해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미디어 폴랫폼과 AI시대인 지금은 난독과 오독으로 인해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버스나 대중교통은 물론 음식점 등에서 오로지 스마트폰 만을 손에 쥔 채 집중하는 모습은 흔한 모습이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학생들은 긴 문장을 읽기 힘들어하고 드라마나 영화 한 편보다도 최근에는 숏폼 영상을 선호한다. 학교에서도 아날로그 책 대신 태블릿 PC라는 교과서의 등장과 유튜브로도 책을 읽는 시대인 지금,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독서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도 마찬가지다.2021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수준1’(초등 1~2학년) 인구는 200만1428명(4.5%)이나 됐다.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활용이 미흡한 ‘수준2’(초등3~6학년)도 185만5661명(4.2%)이었다. 전체 성인의 8.7%가 단어의 뜻과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먼저 심심한 사과, 금일, 고지식, 익일, 모집인원 0명 등등의 어휘들은 고급 단위가 아님에도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독의 현상을 보여준다. 심심한 사과라는 말은 뉴스나 언론에서 종종 접하는 말로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루한 사과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금일도 금요일로 이해를 하고 고지식(固知識)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고(高)지식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경북의 한 학교에서 스승의 날 어느 중학생이 선생님께 쓴 편지글에서 “선생님,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지식 하세요”라고 적었다. 순간 선생님이 당황했지만 다시 보니 학생이 고지식을 높은 지식으로 잘못 알고 있음을 알았다.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는 대학생들이 교재나 참고 자료를 제대로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대입 면접에서 짧은 지문을 주고 그 지문이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하게 하고 면접관이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도입한 경우도 있다.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역량을 포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다시 강조되는 게 독서다. 하지만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이 어렵지도 않다. 그러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는 책의 장면을 큰 소리로 읽어주어야 한다. 직접 책 속에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책 속 단어와 소리 사이 교묘하게 얽힌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며 천천히 가는 독서를 하게 한다. 성인이라도 자신의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문장을 소리내어 낭독해 보는 것이다. 또 필사 같은 손 글씨를 써 보는 것도 문해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된다. AI시대, 디지털 폴랫폼과 기기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언어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중요한 것은 복합 문해력를 키워주는 독서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8

조용해서 서러운 죽장 산남의진 무명 3의사 추모제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지난 6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1467-3번지에 있는 ‘산남의진 항일순국 무명삼의사총’에서 ‘산남의진 무명 3의사 추모제’가 숙연하면서도 조용하게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는 (사)최세윤의병대장기념사업회(이사장 이상준)가 주최하고 포항의 민간 단체인 일월충의회(회장 박승대)가 후원하는 행사인데, 2019년부터 매년 6월 6일에 상옥리 주민과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여해 왔다. 올해는 특히 참여하는 숫자가 부쩍 줄어들었다.추모제가 개최된 이곳은 구한말 산남의진 제2대 의병대장 정환직이 체포되던 1907년 12월 12일, 호위무사로 끝까지 대장 곁에서 저항하다가 일본군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된, 이름을 알 수 없는 의병 3인의 합장 무덤이다.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진 듯 방치되어 있던 이 무덤을 윤광열, 박두수, 손용익 등 상옥리 주민들이 젊은 시절부터 돌보아 왔다.이날도 어김없이 윤광열, 박두수 등 어르신들이 참여하였다. 박두수 옹은 “여기 묻힌 사람들은 의병운동을 하다가 순국한 사람들이므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고, 가족들이 누군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가 벌초를 하며 돌봐 왔으나, 이제 전부 나이가 들어 그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분들의 희생이 없었던들 어찌 오늘날 우리가 있을 수 있겠는가. 호국의 달이 되어도 찾는 이도 없고, 점점 사람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애석해 했다.추모제를 주관한 (사)최세윤의병대장기념사업회 이상준 이사장은 “구한말 국운이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 분연히 일어나 일제에 항거하며 고귀한 목숨을 초개같이 던진 최세윤 대장을 비롯한 산남의진 의병들의 그 위대하고 숭고한 의기를 기억해야 한다. 그때 활동한 의병 1000여 명 중 지금까지 이름 석자라도 밝혀진 분들은 517명 정도이고, 여기 있는 이 무덤의 주인공들처럼 아직 이름조차 찾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이 500위 정도 있다. 의병들의 무덤임이 밝혀졌는데도 안내판 하나 설치 못 한 현실이 부끄럽다. 해마다 제수 비용을 마련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일월충의회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동참해 주신 상옥리 주민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조용해서 참으로 서러운 추모제였다.해가 거듭될수록 고인(故人)도 늘어난다. 노약한 모습으로 추모제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연세 90에 들어선 이분들을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순영 시민기자

2024-06-18

여름꽃이 피었습니다

사계절 중에 언제 꽃이 가장 많이 필까? 많은 사람이 벚꽃이나 진달래 피는 봄이라고 생각한다. 식물학자에게 질문했더니 봄이 아닌 여름이라고 했다. 우리 주위에도 많이 피지만 숲에는 여름에 온갖 꽃이 경쟁하다시피 핀다고 한다. 여름이 시작하면 꽃이 피고, 여름이 끝나면 지는 접시꽃이 포문을 열었다. 6월에 시작해 8월 하순까지 길게 동네 어귀를 밝힌다. 산딸나무는 원래 산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 가로수로 많이 쓰여 하얗게 거리를 장식한다. 하늘을 보며 활짝 미소 짓는 얼굴이다.6월 산에 오르면 별 같은 꽃이 달랑거리는 게 때죽나무다. 꽃잎이 다섯 개인 꽃은 아래를 향하고 있어서 나무 아래에서 꽃을 보면 꽃술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지면 발밑이 온통 별밭이다. 도음산에 군락지가 있다. 약용 식물인 치자는 꽃 모양이 약간씩 다르다. 어떤 꽃은 장미와 비슷하고, 어떤 꽃은 재스민과 닮았다. 인동꽃은 처음에는 하얀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는 특이한 꽃이다. 진하지 않지만, 보랏빛을 내는 꽃 비비추, 벽을 타는 주황빛 능소화, 잎을 보면 팔손이처럼 생긴 아주까리의 꽃도 6월에 핀다. 포항에 군락지가 있는 모감주도 피는 중이다.봄에 유채꽃 가득하던 호미곶에 지금은 메밀꽃이 십만 평 가득하다. 평일 오전에 찾아가면 바람도 선선히 불어와 돌아보기 좋은 날씨일 뿐만 아니라, 찾는 이가 적어 너른 들이 온통 내 것인 듯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산책로 사이사이 납작하게 엎드린 갯메꽃이 연분홍 나팔을 힘껏 불며 피어났다. 한 귀퉁이에 해바라기가 키를 높이느라 6월 햇살을 즐긴다.6월은 수국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휴애리 여름 수국 축제, 유구 색동 수국정원 꽃축제, 공주 수국 축제, 울산 장생포 수국 축제, 부산 태종사 수국 축제, 해남, 태안 수국 축제, 신안군의 섬 수국 축제, 통영까지 가장 많은 곳에서 열리며 사랑받는 꽃이다.6월 축제 중에 눈이 제일 황홀한 것은 보랏빛 꽃축제이다. 동해 무릉별유천지에 라벤더 축제가 한창이라 찾아갔다. 6월 8~24일까지 열린다. 입구에 손님을 태우는 버스부터 보라색, 버스가 오가는 아스팔트에도 보라색 차선을 그렸다. 산책로의 담장도, 안내원 유니폼도, 파라솔 밑에 탁자도 온통 보라보라였다. 축제에 걸맞는 컨셉이다.돌을 채광하던 골짜기 5500평 규모에 만 그루 이상의 라벤더를 심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키오스크 앞으로 몰렸다. 손목에 보라색 팔찌를 받아 버스를 기다렸다. 입구에서 꽃밭까지 셔틀버스의 운행 간격이 짧아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 축제의 진행이 매끄러웠다. 버블, 마술 등 지역 동아리 공연과 보라 콘서트도 열리고, 꽃밭에서 보물찾기도 했다. 보라색 꽃밭에서 열리는 요가 시연은 특이한 볼거리라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라벤더 사생대회와 플리마켓은 구경거리였고, 스카이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소리는 바라보는 이도 스릴 만점이었다. 알파인코스터, 루지, 집라인은 보라색 꽃밭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먹을거리와 곳곳에 놓인 쉼터와 파라솔 덕분에 만 보 이상 걷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 운영 시작할 때 방문한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관람을 마치고 나올 무렵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졌다. 운영진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이고, 찾는 이는 지루할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와 따가운 햇살을 대비해 우산을 들고 가면 여름꽃을 조금 더 즐거운 꽃구경을 할 수 있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8

잊히면 안 될 6·25 전쟁

거동이 불편하신 아흔둘의 아버님, 오장근 옹이 울산광역시에서 주관하는 현충일 추념식에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하셨다. 작년까지도 훈장이 달린 제복을 챙겨 입으시고 당신 혼자 당당히 다녀오셨는데 올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드시다. 세월이 더할수록 체중은 줄어 와이셔츠도 작은 사이즈로 새로 장만 해야만 했다. 선짓국을 유달리 싫어하시는 당신은 6·25 참전 학도병이시며 이후 장교로 복무하다 전역하셨다.1950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로 운동장에 모인 까까머리 중학생들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묵념 끝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트럭에 올랐다. 그들은 총 쏘는 연습 한번 제대로 할 여가 없이 그렇게 학도병이 되어 총알이 빗발치는 급박한 전쟁터로 투입되었다. 부모님께 다녀온다는 인사도 할 겨를 없이 떠났던 그들은 귀한 목숨을 조국을 위해 바쳤다.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거행되는 현충일 추념식에 당신은 호국영웅에게 주어지는 제복에 무겁도록 훈장을 손수 달아 입으시곤 매년 참석하셨다. 현충일 추념식이 처음인 나는 호국영웅이신 당신이 추념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맨 앞줄로 모시려니 손사래를 치시며 네 번째 줄에 앉으신다. 포항에서 오셨다는 같은 제복을 입으신 분은 더 뒷줄에 앉으신다. 연세가 아흔둘이시라는 그 분도 학도병이셨다. 앞줄 세 줄에는 국회의원, 시의원, 각종 단체장들이 앉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묵념하고 헌화하고 분향하고 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의 끝없는 추념사가 이어지고 현충일 노래를 제창하고 폐식이 있을 때까지 호국영웅의 제복을 입고 앉아계신 몇 안 되는 분들을 위해 할애되는 시간은 거짓말처럼 없었다. 일부 추념사에는 정쟁의 기운마저 느껴졌다. 내년에는 생존해 계시는 호국영웅이 몇 분이나 참석하실 수 있을는지….추념식을 마친 당신이 힘든 몸 이끄시고 더 가 볼 곳이 있다며 향하신 울주군 두동면 그 곳엔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합동 추모제’가 열리고 있었다. 네 아들이 나라 위해 전사했다는 비보를 들은 그들의 어머니는 목 놓아 울다 식음을 전폐하고 참척의 쓰라린 고통으로 6년을 식물인간으로 헤매다 가셨다고 했다. 누구를 위한 고통이며 누구를 위한 쓰린 아픔이런가. 나는 묵념을 길게 했다. 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당신은 여전히 선짓국과 불꽃놀이를 극도로 싫어하신다. 전쟁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아마도 당신 생전에는 치유가 힘들 듯하다. 전쟁은, 일으킨 사람은 절대 죽지 않는다. 희생은 언제나 그 권력 아래에 있는 백성들 몫이다. 이는 마치 진리 같다. 전쟁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 전쟁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하는지, 6·25 전쟁과 월남전을 겪었던 세대들은 떠나고 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만 남게 되면 역사는 돌고 돌아 또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는 어느 역사가의 말이 생각난다.한 아이가 현수막을 보며 엄마에게 묻는다. “육점이오가 뭐예요?”.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던 6·25 전쟁은 시나브로 잊히고 있다. 온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잘살아 보자’며 힘든 세월을 이겨낸 우리나라는 이제 1인당 국민 총소득인 GNI가 일본보다 앞서는 나라가 되었다. 이 땅에 더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보훈의 마음 담아 빌고 또 빌어본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3

도심 속 자연과 문화의 쉼터,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피크닉 장소이다. 이곳에는 넓게 트인 잔디밭과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어 무더운 여름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야외음악당이란 이름에 걸맞게 무대에서는 음악회, 연극, 무용 등의 다양한 공연이 열려 오랜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머무르도록 도와준다. 때문에 이곳은 친구들과의 놀이터, 가족들과의 나들이 장소,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 반려견과의 산책로 등의 다양햔 역할을 해낸다.도심 속에서 느끼기 힘든 자연과 수준 높은 공연까지 한 곳에서 느낄 수 있으니 대구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방문객들이 모이기도 한다.주말이나 휴일에는 많은 방문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전통 국악부터 현대 팝 음악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도 열리고, 인디 밴드와 지역 신인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야외 영화 상영도 자주 열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모든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여 즐길 수 있다. 좋아하는 공연을 하는 날이면 좀 더 빨리 찾아가 자리를 맡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사랑하는 사람과 피크닉을 즐기러 왔다면 맛있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예쁜 도시락을 가져와 함께 먹는 연인과 가족도 있고, 맛있는 배달음식과 음악을 즐기며 함께 먹는 친구들도 보인다. 혹여나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매점과 식당이 주변에 있어 그곳에서도 마음과 입을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 음식을 즐기고 나온 쓰레기들은 되가져 가는 것을 권하고 있다. 혹여나 가져가지 못하더라도 깨끗한 공원을 위해 공원 곳곳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정리하도록 하자.두류공원은 피크닉 장소뿐만 아니라 산책이나 운동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두류여울길, 성당못두리길, 금봉숲길의 삼색산책로가 있어 색색의 다른 느낌을 받으며 산책 할 수 있다.걷는 것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공원 안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그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도 있다. 때문에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두류공원에서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찾아온다.공연은 야외음악당뿐만 아니라 문화예술회관에서도 다양하게 열린다. 이곳에서는 그림이나 사진 등의 예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공연 일정은 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공연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면 남은 시간 야외음악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공연을 보러 간다면 즐거움이 2배가 될 것이다.한편 야외음악당 이용에 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밤사이 야외음악당을 찾은 방문객들은 음식과 술을 즐기고 사용한 돗자리와 남은 음식물쓰레기 등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음식물쓰레기의 악취와 깨진 술병 등은 공원 경관을 훼손하고 안전상의 문제까제 발생할 수 있다.많은 방문객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문객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에대한 관리와 단속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3

중들사랑 한마음 축제

지난 5월 25일 청송군 파천면 중평 동구 중평솔밭에서 제1회 중들사랑 한마음 축제가 열렸다. 개회식에 이어 대구 총무의 중평 동가 낭독 후 노래비 제막식이 있었다. 중들 찬가와 함께 어릴 때 불렀던 ‘물 맑고 산빛 고운 중들 벌판에’라고 시작되는 중평 동가 노래비는 중평의 강한 기개를 담은 거대하고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모두가 감동하여 우렁차게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행사는 전국 각지에 나가 사는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아서 작년 5월에 모임을 발족하여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었다.중평마을은 고려 충신 신숭겸의 후손인 평산 신 씨 종택이 있는 마을로 주민의 85% 이상이 신 씨가 차지한다. 예전에는 300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으나 모두 외지로 나가고 젊은 사람들이 줄면서 지금은 1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명절이나 휴가철에 옛집을 방문하여도 시간에 쫓겨 돌아가면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어릴 적 뛰어놀던 옛 마을에 대한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사무치고 그리움도 늘어만 갔다. 출향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나왔다. 모임이 구성되면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자꾸만 규모가 줄어드는 마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그 결실로 2023년 7월 첫 발기인 모임을 시작하여 이번 제 1회 행사로 이어졌다.시어머님이신 덕천띠기도 함께했다. 다리가 불편해서 망설이던 어머님을 모시고 왔더니 옛 이웃과 조우해 반가워 손을 놓지 못했다.“아이고 반갑니더, 왔니껴, 옛날 얼굴 그대로 있네, 살아있으니 이렇게 만나게 되네” 서로 손을 잡고, 부둥켜안고 반가워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고향을 떠난 지 70년이 넘었다는 어르신도 보였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청송지회장의 사회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숨어 우는 바람 소리’의 가수 등 여러 가수의 노래에 이어 그룹별 개인별 장기자랑과 노래자랑으로 참석자들은 옛 추억에 흠뻑 빠져들었다.많게는 90대부터 적게는 40대까지 평균 연령이 60세는 넘을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었다. 흥에 겨워 90이 넘은 새마을띠기도, 덕천띠기도 지팡이를 짚고 무대 앞으로 나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모두가 동구에서 물놀이하고 빨래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 지칠 줄 몰랐다.전국 총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모임이 있기까지 애써준 임원진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한 전국의 많은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노래비 제작을 위해 10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한 것이 300여 명이 동참하여 6000만 원이 넘게 모금이 되었을 때는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중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중평의 힘을 느꼈다며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중평의 전통 마을 축제로 만들자고 했다. 또 어렵게 만들어진 이 모임이 오래 지속되도록 당부한 세 가지가 인상 깊었다. 참여와 배려, 사랑이었다. 단체 SNS 공간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 부족함은 격려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웃을 사랑으로 대할 때 모임은 더 견고히 다져지고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모처럼 마을이 떠들썩하게 사람이 모이고 정이 넘치는 풍경이 아름답다. 전통 있는 중평마을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부디 행사를 주관한 중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을 주민 모두가 동참하는 한마음 축제가 매년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3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발

현재 남아 있는 신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견된 산쭉나무 껍질로 1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 인류는 발을 보호하고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그 전부터 신발을 신었을 것이다. 가죽신을 장식한 용도의 단추가 경상북도 영천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신발 중에는 낙랑의 채협총과 창원 다호리에서 발견된 칠기 신발이 오래되었다. 나무에 칠을 해서인지 지금 전시실에서 우리와 대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국시대 짚신과 나막신 가죽신까지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특별전’에서 자세히 알려주어 살펴보느라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신발의 소재가 이리 다양할 줄 몰랐다. 짚, 왕골, 부들과 같은 풀대부터 나무, 종이, 비단, 가죽, 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었다. 현재도 신분에 따라 재료부터 다르지만 오래전 그 시대에는 더 달랐다. 농사를 짓는 평민은 짚과 나무가 구하기 쉬워서 짚신과 나막신을 주로 신었을 것이다. 말을 키우는 곳에서는 말가죽을, 목동들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가죽발레를 함께 착용한 기록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통일신라는 4두품부터 소나 말가죽, 평민은 마로 만든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왕실은 좀 더 다양하게 비단, 고라니, 담비, 곰 같은 동물도 이용했다. 삼을 엮은 미투리부터 사슴가죽신까지 오리고 깁는 그림까지 보태주니 옛 시절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이름도 풀대나 나무줄기를 엮어서 만들면 초혜이다. 짚신이 대표적인데 한 켤레로 4일 남짓 신으면 닳아서 매일 밤마다 자기가 신을 신발을 꼬고 삼아야 했다. 한 사람이 일 년에 약 70켤레를 신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과거시험을 보려고 대구에서 문경새재를 지나 한양까지 가려면 열흘 이상 걸렸다고 한다. 짐을 꾸릴 때 짚신을 주렁주렁 매달고 갔을 것이다. 전시실 바닥에 한양까지 가는 길을 그려놓았다.머리카락까지 함께 삼에 섞어 만든 원이 엄마 미투리는 가슴이 싸하다. 병든 남편을 위해 정성껏 삼은 미투리를 한글로 쓴 편지로 감싸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 무덤에 함께 넣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니 관람 중이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어릴 때 직접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보는 분들의 추억이 전시회의 한 부분이 되는 순간이다.관리들은 목이 긴 화를 신었고, 양반들의 일상용 신발이었던 혜는 남녀에 따라 문양이 달랐다. 조선 후기에 부유해진 평민도 혜를 애용했는데, 한 켤레에 쌀 한 섬일 정도로 비쌌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나무로 만든 나막신이나 기름을 먹인 징신을 신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보온을 위한 둥구니신과 설피를 착용했다. 영상을 따로 보여주는 방에 앉아 사람들의 발만 찍은 영상을 보니 발만으로도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싶었다.전시의 많은 부분이 습신이다. 습신은 죽은 이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신발이다. 노잣돈과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분이 좋은 옷과 신발을 신고 가기를 바라는 후손들의 마음이다. 관 속에 빈 곳을 고인이 좋아하던 옷을 입히고 또 함께 넣었다고 하니 지금의 장례문화보다 좋은 풍습인 것 같다.벽화에 그려진 그림이 영상으로 움직이고, 말표 고무신과 짚신을 치수별로 마련해 두고 관람객이 직접 착용하고 사진도 찍어보게 한 공간은 더 매력적이다. 서장훈 선수의 기록을 만든 커다란 운동화, ‘영화 1987’의 주인공 강동원과 김태리의 운동화도 있고, 성철 스님의 신발이 댓돌 위에 놓인 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흐르는 창을 마련한 건 더 아름답다. 신나는 박물관에서는 종이 신발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고, 볏짚 생활용품 만들기, 꽃신 만들기 등 홈페이지에서 날짜를 확인하고 신청해 시간여행을 해 보길 기대한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1

‘바이바이 플라스틱 챌린지’로 환경보호 실천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과 일회용품들, 그 처리는 결코 쉽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큰 골칫덩어리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을 맞아 찬 음료의 수요가 늘면서 카페나 편의점 등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카페에서는 매장 밖에서의 취식을 위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마찬가지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가정용 소주가 페트병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으며 그 수가 매년 늘어나 현재는 5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최근 무인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더욱 당연해지고 있다.그리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제가 아닌 자발적 실천에 의한 감량에 맡겨지면서 한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이 거리낌없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을 이유로 당장은 경제적 어려움과 맞물려 실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게 그 이유다.포항시 북구 장성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노 모(56) 씨는 “점심 시간에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더운 날씨 탓에 식사하러 오시는 손님 중 절반 정도가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가지고 오신다. 치울 때 보면 플라스틱과 빨대가 쓰레기통에 가득 차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제는 나와 환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여야 할 때. 지난해 8월 16일부터 환경부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바이바이 플라스틱 챌린지’를 전국적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시민들도 적극적인 동참을 할 필요가 있다.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오염 때문이다. 먼저 플라스틱은 오랜 기간 분해되지 않고 다양한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며 독성 물질 방출로 생태계를 파괴한다.둘째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플라스틱 생산에는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로 인한 에너지 소모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쓰레기 처리 시의 연소나 분해 과정에서도 온실가스의 방출로 기후 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셋째는 생태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과 육지로 흩어져 서식지 파괴, 독성 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을 유발하여 물리적 위협이 된다. 이는 결국 생태계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넷째는 자원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생산에는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유한한 자원이 대량으로 사용된다. 이는 자원 고갈의 문제로 이어지고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행위가 된다.마지막으로 인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부 플라스틱 제품은 호르몬 내분비계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생식기관 문제,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환경에 방출되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인체에 흡수될 수 있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이다.이처럼 생활 속에서 나와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줄이기로 제품 구매 시 일회용 포장 자제,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다회용 용기 사용, 친환경 제품 사용, 분리배출,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등은 ‘바이바이 플라스틱’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1

500년을 이어온 봉화 쌍벽당의 금언

“벼슬하지 말라.” 이 한마디에서 500년 역사가 시작되고 이어진 광산 김씨 쌍벽당공파가 있다.조선 초기 김균의 아버지 김용석은 당시 정국이 어지러워지는 걸 보고 안동 풍산 구담으로 내려왔고 “벼슬하지 말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아예 벼슬이 나지 않을 자리 봉화군 봉화읍 거촌으로 들어왔다.그로부터 500년이 흐른 현재 18대손 종손 김두순(92)씨에 이르기까지 이 유훈을 따르며 직접 농사 짓고 후학 양성에 힘쓰는 선비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봉화 거촌에 뿌리내린 김균의 둘째아들 쌍벽당 김언구는 생원시에 합격하고 학문에 조예가 깊었으나 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벼슬길을 접고 살았다.김언구는 선조의 뜻을 이어받아 벼슬에 나가지 않고 산이나 빈터에 나무 심기를 권장했다. 뜰에는 푸른 지조를 바꾸지 않는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고, 날마다 이곳을 거닐며 자신을 의탁해 쌍벽이라 호를 지었고, 수양과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현재 쌍벽당을 지키고 있는 18대 종손 김두순씨는 젊은 날 외교관을 꿈꾸며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했지만, 종손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후학을 가르치는 교직에 종사하며 국가중요민속자료 제170호 쌍벽당 종택과 정자를 지키며 살고 있다.쌍벽당 안채는 1450년 김균이 건립했고, 솟을대문 행랑채, 안채, 사랑채, 중문채로 이뤄졌다.본채와 마당의 좌측에는 2칸 규모의 아래채와 쌍벽당 정자, 사당 등이 있어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모습이다.‘벼슬하지 말라’는 유지를 받들어 관직 출사보다 치산 재가를 위해 넓은 육간대청과 굵고 높은 원주 기둥으로 안채를 강조했고, 원주 기둥은 일반 전통가옥과 다른 쌍벽당만의 특징을 가졌다. 쌍벽당 정자는 1556년 창건, 정면 4칸·측면 2칸의 단층 팔각 기와집으로 전면에 계자난간을 둘렀다.아주 오래된 집 기와에는 검버섯이 피었고 와송이 자라고 있다, 기둥, 서까래, 마루, 창호에는 세월의 먹물이 스며들었다. 오래된 집과 한 몸이 돼 살아가는 김두순씨의 삶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본다.김씨는 나를 주장하기보다 조상의 유훈에 따라 살았고, 주름진 모습이 흡사 쌍벽당 오래된 집과 닮아 보였다. 양반의 고장이자 선비의 고장인 봉화 쌍벽당 정자에서 영남 선비의 꼿꼿한 자존을 보았다. 오래된 집 곳곳에서 곱게 나이 들어가는 묵직한 아름다움도 본다.쌍벽당을 지키고 있는 김두순 종손은 “쌍벽당을 관리하는 게 많이 힘들지만 찾아주는 내방객은 항상 반갑다”고 말한다.“벼슬하지 말라”는 이 한마디에 쌍벽당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500년 역사 동안 이름난 조상은 없지만, 농사짓는 선비로 본분을 지키며 욕심을 멀리하고 절제하며 살아왔기에 쌍벽당의 오늘이 있었다고 김두순씨는 말한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11

양귀비꽃 한송이에도 우주의 비밀이…

생활하면서 우리는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기도 한다. 사물과의 만남 또한 다르지 않다. 누구에겐 별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물건도 다른 누구에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만남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 만나지는 모든 것은 어떤 약속에 의해서 만나지는 것이지 아무 상관 없이 우연히 만나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눈송이 하나가 땅으로 떨어질 때도 다 자신의 자리에 맞추어 떨어진다고 한다. 그저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는 말은 넓은 눈으로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할 진데 어떤 만남이 귀하지 않고 눈물겹지 않겠는가. “덴마크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솔뱅에 갔네/ 이백십여 년 전 세워진 산타 아이네스 성당에 들어가/ 잠시 묵주기도를 드리고 마당에 나오니/ 뜨락 한쪽 양귀비꽃이 나를 환히 반겨주었네/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별빛과 안개를 털어냈을까/ 몇 광년의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냈을까/ 양귀비꽃은 나의 볼에 입을 맞추어주었네/ 은은한 감촉이 촉촉했네/ 나는 눈을 감았네/ 이 눈물겨운 만남의 신비를 어찌할까/ 사랑이여/ 잠시나마 그대와 함께 있기 위하여/ 칠십 평생이 걸렸구나”(허형만 시‘양귀비꽃’)이국땅에서 만난 가녀린 꽃 한 송이에서 시인은 이 우주의 비밀을 눈치챈다.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만남의 감격이 오롯이 문장마다 전해온다. 양귀비꽃을 통해 전해지는 신의 말씀을 시인은 떨면서 받아 적는다. 양귀비 꽃잎의 촉촉한 감촉에서 꽉 짜여진 우주의 질서와 인연의 고리를 절실히 느낀다. 나를 만나는 이 순간을 위해 별빛을 털어내고 바람을 받아내며 기다려온 절실함에 어찌 눈물이 나지 않을까. 한 송이 꽃이 이러할진대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일의 위대함이야말로 말해서 무엇하리. 그대를 만나기 위해 평생이 걸렸다는 시인의 고백에 내 마음도 촉촉해진다. 오늘 여기 살기 위해, 그리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우린 그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기다려온 것이다.꽃향기로 다가왔던 오월도 한참이 지나 어느새 유월이다. 그사이 모란은 뚝뚝 떨어져 내렸고 하얀 아카시아 꽃잎도 빛을 잃었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는 날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짐을 느낀다. 그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이제 봄도 보내야 하리라. 잡는다고 잡히지 않는 것이 계절이지만 짧은 봄이 아쉽다. 곧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꽃 한 송이가 나를 만나기 위해 피어났듯이 봄이 떠나는 것 또한 다시 만나기 위한 이별이리라.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는 것, 꽃이 피고 지는 것,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 이 당연한 듯한 일상이 바로 기적임을 마음에 꼭꼭 적어두는 날들이 되길 바라본다.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6

의자에 밴 수많은 사연들 짧고 간결한 시어로

‘진작 문 닫았지/ 우리 집 양반은 재작년에 돌아가셨어/ 췌장암 진단 받고 3개월을 못 버티고 가버렸어/ 너무 열심히 살지 마/ 몸 상해.’ - 문영숙 디카시 ‘바다식당’ 디지털 시대에 ‘디카시’의 탄생은 필연이었을까. 이 생경한 용어를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서 찾아봤다. ‘디카시’란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이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라 정의하고 있다.문영숙 시인의 디카시집 ‘의자들’(도서출판 애지)이 나왔다. 여기엔 수많은 의자와 사연이 함께한다. 의자는 골목길에, 처마 아래, 다리 아래, 시장 모퉁이에서 홀로 녹슬고 쓸쓸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과 시를 함께 놔두고 보니 의미 전달이 배가 되는 느낌이 든다. 문영숙의 사진에는 채도가 낮은 처연함이 깃들어 있다. 그 느낌은 시를 만나 확장되고 서사가 깊어진다.“평소 사진을 많이 찍어두는 편이에요. 어느 날 보니 의자 사진이 유독 많은 거예요.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사진이 말을 거는 거 같았어요.”시인은 어린 시절 그림을 곧잘 그렸다. 시를 쓰게 되면서 굳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시로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년 6월부터 봉정사 아래 카페 꼬따지에서 시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오래된 탭북 하나 들고 한없이 고요한 풍경을 앞에 두고 ‘의자들’과 마주했다.사진작가 이재는 그의 이번 시집을 두고 “소외받는 대상들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어조로 써내려간 그녀의 잔잔한 언어와 따스한 시선은 저녁을 수긍하고 아침을 받아들이는 깨달음과 담담한 위안이 되어 우리 옆에 자리잡는다”고 평했다.의자에 앉은 이가 연상되는 시어들 사이로 생활밀착형 사진과 시가 합체돼 ‘의자들’의 삶과 세월을 노래한다. 한 가지 소재로 밀어붙이며 점층적으로 확장되다 마지막 시 ‘의자에게 의자를’로 마무리한다. 시인의 야무진 시선이 돋보인다.용어는 다소 어색하지만 ‘디카시’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롭게 향유되는 문화가 될 것 같다. 일본의 하이쿠가 일정한 음절로 구성되어 있다면 디카시는 별다른 형식이 없다. 형식을 뛰어넘을 시인의 다음 시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6

마지막 삶 정리 돕는 곳 ‘호스피스 웰다잉’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모진 세월을 경험한 어른들은 지금 세월이 태평성대라 입을 모은다. 요순시대도 부럽지 않은 이 좋은 세상을 두고 가려니 눈을 감을 수 없다지만 죽음은 그 누구에게도 거부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끼니 걱정이 해결되고 문화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삶의 질도 달라졌다. 그 모진 세월을 버텨 온 어른들이 이제 웰다잉을 꿈꾼다.구순 가까운 지인 어머니가 오랜 시간 혼자 통증을 버티시다 딸에게 병원에 데려가 주길 원하셨다. 결과는 간암 말기였고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연로하신 탓에 수술도 치료도 힘든 암은 어머니의 남은 생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 소견에 딸이 그간 많이 아팠을 텐데 왜 말하지 않았냐 하니 “아프다고 하면 요양병원 보낼 거 아니냐. 코에 호스 꽂고 살기 싫다. 그냥 집에서 죽으련다.” 하신다. 그 통증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딸은 고심 끝에 요양병원이 아닌 호스피스병동을 찾아가 상담했다.웰다잉(well dying)이란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행위를 말한다. 말기 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여야 만 갈 수 있는 호스피스병동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유와 위로를 제공한다. 전문적인 팀이 포괄적인 의료, 정서적, 영적 지원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추고 환우(患友)의 증상관리, 통증완화, 생활의 질 향상으로 고통 없이 존엄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지역에는 포항성모병원과 포항의료원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있다.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봉사자로 있는 임정자님은 봉사 당번인 월요일은 왠지 모를 뭉클함으로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받다가 봉사를 하게 되었다. 봉사를 하기 전에는 호스피스병동은 그저 말기 암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고만 인지했지만 통증완화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시간까지 삶의 질을 높이며, 살면서 맺힌 응어리와 불편했던 가족관계 등등을 풀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란 걸 알았다.환우들은 그녀의 정성스런 발마사지에도 통증이 잦아드는 듯 편안히 잠이 들고, 가톨릭 신자인 그녀가 성가를 조용히 불러주면 믿음에 구애됨 없이 힘없는 팔로 엄지 척을 하며 한 번 더 불러달라고 검지를 펼칠 때 뭉클함이 인다고 했다. 연명치료를 권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스스로 호스피스병동을 찾았던 환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먼저 하늘나라 가서 정말 멋있는 찻집과 맛집을 알아놓고 기다릴게요. 뒤에 오시면 마중 나올 테니 거기서 만나요.”라고 말한 다음날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그 환우를 보며 어떤 봉사보다도 충만한 행복을 주는 호스피스병동 봉사는 이미 그녀에게 중독을 안겼다.6월 20~21일에 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 신규 자원봉사자 모집 및 교육이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심이 있거나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교육비는 교재포함 3만원이다.엄마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차마 전할 수 없다며 지인은 울먹인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며 연명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더 힘들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 웰다잉의 첫 단추인 죽음에 대한 인지부터 수녀님이 함께 도와주신다하니 호스피스병동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6

수도권으로 향하는 대구·경북 청년들

대구·경북 지역의 청년들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몰리고 있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의 감소로 그들의 삶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교육과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청년 1인 가구의 증가와 취업 실패,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그들의 삶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국가통계포털자료(2023)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한 20대 청년은 60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임금, 고용률, 경제성장률에서 격차가 커지면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학 진학, 문화와 의료서비스까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지난해에 1만4000여 명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인구의 순 유출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청년들이 수도권행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문제이다. 대구·경북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 분야, 교육서비스업에 일자리가 몰려 있다. 반면 수도권의 지난해 상반기 청년 취업자를 보면 정보통신과 전문 과학기술 및 기술 서비스 등의 고임금 일자리에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4월,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청년 인구가 점점 감소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 취업자의 임금이 300만 원 이상인 비율과 상용근로자의 비중이 수도권에 비해 각각 13.1%와 3.4% 낮았다.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역의 열악한 상황은 자연히 일자리 만족도도 낮게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은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덩달아 지역의 산업은 인력 부족을 겪으며 경쟁력 또한 약화되고 있다.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부나 각 지자체들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를 위한 글로컬 대학 지정과 대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청년 지원 사업들이 있다. 그중 청년 마을을 들 수 있다.청년 마을은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 탐색, 일거리 실험, 지역사회 관계 맺기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전국의 39개 청년 마을 중 경북에는 8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가 조성되어 있다. 가자미 마을(경주)을 시작으로, 뚜벅이 마을(영덕), 취하리(영천), 생텀 마을(예천), 달빛탐사대(문경), 뮤즈타운(고령), 로컽 러닝랩(의성), 054마을(상주)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경주 감포의 가자미 마을은 서울 사는 청년에게도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 위한 곳으로 인기다.경주가 고향인 청년들도 서울행을 포기하고 고향 근처인 감포의 가자미 마을에 남았는데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어 기쁘다”며 만족해했다. 가자미 마을은 지역살이를 통해 10여 명의 청년들이 창업을 하거나 취직하는 성과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꼽는다.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문제가 화두인데 이처럼 지역과 도시의 협업을 통해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삶의 만족도 또한 올라가지 않을까./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4

공암창벽을 거닐다

풍벽의 경치가 보기 좋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청도 운문면 공암리 복지회관 주차장이 출발점이다. 포항에서 청도로 가는 길을 검색하니, 건천까지 산업도로를 달려 산내를 지나서 가는 길이다. 날씨가 화창하고 다니는 차량이 한적한 곳이라 자전거 동호회가 오르막길을 힘차게 오른다. 달리는 자전거에서 보는 풍경이 사람들을 이 길로 오게 만든다.공암리에 다다르니 운문댐이 만든 호수가 펼쳐진다. 운문호는 1996년 4월 13일 태어났다. 그때 청도군 운문면 일대의 일곱 개 행정 구역이 수몰되었다. 호수는 운문의 많은 마을과 길들을 삼켰지만, 그 물가에는 새로운 길도 생겨났다. 운문호반 에코 트레일이다. 출발은 청도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운문면 공암리다.공암풍벽이라는 멋진 이름의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공암(孔巖)은 구멍 난 바위라는 뜻이다. 청도 구룡산에서부터 흘러온 산자락 끝에 예부터 용의 머리라 불려 온 반월형의 절벽이 있는데 그 용의 정수리에 공암이 있다. 가을날의 절벽을 단풍나무가 벽을 이룬다하여 ‘풍벽(楓碧)’이라 하고 여름날의 절벽을 푸른 벽이라 하여 ‘창벽(蒼壁)’이라 하는데 특히 공암풍벽은 청도 8경 중 하나이자 운문의 승경으로 손꼽힌다.6월 여름에 들어서는 지금은 창벽이 볼거리이다.운문호반 에코트레일은 어느 계절에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공암리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마을회관 앞에 트레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섰다. 약 2㎞ 거리로 유유자적 걸으면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거연정(居然亭)이 첫 여정이다. 물소리 새소리 가득한 정자에 이끌려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건물 앞에 설명을 읽어본다.윤병일은 1898년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 735번지에서 출생하여 1974년 사망하였다. 1924년 1월 중국 북경에서 조직된 다물단(多勿團)에 가입하고, 군자금을 제공하는 등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신 분이 머무른 자리다. 복원한 건물이라 번듯한 모습에 화장실과 해충기피제도 뿌리고 가라고 마련해뒀다. 돌아오는 길에 먼지도 이곳에서 제거하고 가면 된다.길을 따라 걸으니 뽕나무 열매가 바닥에 가득 떨어져 길이 보랏빛이다. 인동초의 달콤한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봄에 왔으면 벚꽃이 환했을 꽃자리에 버찌가 익어간다.인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 운문호의 가장자리를 따라 야자 데크로 이어진다. 군락지라고 해도 될 만큼 박쥐나무가 양옆에 가득하다. 잎 아래 노란 꽃이 잔뜩 폈다. 데크에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이 떨어져서 자세히 보니 고욤나무의 꽃 같다. 참나무까지 보태서 길이 숲속을 걷는 것처럼 그늘이라 여름에도 걷기에 시원하다.첫 번째 전망데크에서 경치를 감상했다. 공암풍벽이 호수에 엎드렸다. 어떤 이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고, 아이들은 KTX의 앞머리 같다고 했다. 호수 건너편에 작은 섬이 있고 나무 한 그루가 호수에 발목을 담그고 섰다.다시 두 번째 전망데크에 다다르면 낙석을 주의하라는 석벽에 ‘풍호대(風乎臺)’ 글씨가 뚜렷하다. 좌측에 시문(詩文)이 있으나 흐리다. 백운거사의 흔적이다.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 보면 세 번째 데크인 직벽전망대가 나온다. 다시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코스 종착지이자 반환점인 공암풍벽 휴게데크에 닿는다. 바닥까지 뚫려 있다는 공암이 까맣게 입을 벌리고 있다.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서 오르는 내내 우리 일행뿐이다. 내려오는 길에 옷을 맞춰 입은 부부, 또 몇 걸음 가니 한 팀이 막 길에 들어선다. 붐비지 않아 좋지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경치를 나눠주고 싶은 맘이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4

날아다니는 고릴라 보러 갈래요?

거대한 고릴라가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아이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아침마다 읽어주던 동화책 속 주인공이라고 했다. 기억의 색은 저마다 개인의 경험이 덧붙여져 달라진다. 어른이 되어서 접한 내겐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가 그려낸 고릴라 그림이지만 아이는 선생님과의 추억이 함께 더해져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3월 26일을 시작으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에너지팜(본사 홍보관)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전’이 열리고 있다. 기존 타 지역 전시와는 다르게 입장료가 무료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피한다면 언제든 관람이 가능하다. 1976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앤서니 브라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1983년 ‘고릴라’와 1992년 ‘동물원’은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비롯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바 있다.입구를 들어서자 거대한 고릴라 한 마리가 공중을 비행하고 있다. 고릴라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벽면 가득 채워진 거대한 그림들 속을 걷고 있자니 마치 동화책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전시장에서는 100여 점의 일러스트와 함께 국내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영상과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다.또한 이번 전시엔 특별히 작가가 한국의 강원도 횡성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낸 ‘숨바꼭질’도 만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사진 촬영이 가능해 중간 중간 대형작품들을 포토존 삼아 촬영하며 감상에 들어갔다. 한번 방문으로는 아쉬울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많다.얼핏 그림 같으나 수많은 작은 사진들로 이루어진 고릴라 이미지부터 유명 명화 속 주인공까지 고릴라의 역할은 변화무쌍하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은 뭉크의 절규와 만나 근엄하기만 하던 약혼식이 귀여운 악몽이 되어버렸다. 명화를 패러디 한 작품들은 ‘미술관에 간 윌리’에 등장하는 이미지들로 어렵게 느껴지는 서양미술사를 아이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도와준다.전시장 끝 즈음엔 아이들에게 잘 맞는 책상과 의자, 종이, 채색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세이프 게임이란 코너로 무료로 체험 가능하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행복해지는 전시였다. 그림 동화책을 기반으로 한 전시다보니 관람 전 책을 읽고 가는 쪽을 추천한다.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6-04

개도 부모를 생각하며 효를 행하는데…

효도, 효성, 효행, 효심…. 모두 효에 대한 말들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부모 없이 자식이란 있을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정성과 희생으로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는 건 자식의 당연한 도리로 가장 사람다운 일이다.봉화군 거촌에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효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과 개의 이야기가 아니고 어미 개와 강아지의 효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며, 효구총이 존재하는 것. 봉화 거촌은 ‘광산 김씨’ ‘원주 변씨’ ‘전주 이씨’ 세 문중이 나란히 집성촌을 이루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원주 변씨 문중에 전하고 있는 효구 이야기는 인간과 개의 교감을 바탕에 둔 이야기가 아니고 어미 개와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다. 어미 개가 변씨 집안에 충직하여 아낌을 받았는데, 새끼가 태어나고 밖에 나가 먹이를 얻으면 반드시 토해 강아지에게 먹였는데 주인이 더러운 것을 물고 온다고 야단을 쳐 말렸지만, 어미 개는 그 일을 그치지 않았다.하루는 개백정이 먹이를 던져주며 잡아가려 하자 새끼강아지가 놀라 괴성을 지르고 날뛰었으나 끝내 어미 개는 잡혀가고 말았다. 새끼강아지는 그날부터 먹이를 먹지 않고 울부짖으며 몸부림을 치다가 12일 만에 죽었다. 그 강아지가 죽은 후에야 ‘효구’란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을 앞산에 묻어 주었다. 이후 강아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숭고한 효에 대한 행동을 기리기 위하여 무덤을 만들어주기로 하고 파보니 6월 무더운 날씨였는데도 상하지 않고 묻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기이하게 여겨 관청에 고하니 비석을 세우도록 명하였고 무덤을 효구총이라 했다.효구총 주변 소나무 그늘은 행인들과 등짐장수들의 쉼터가 있었는데 효구총이라 새겨진 비를 보고 사람도 효자가 없는 세상에 효구가 말이 되느냐고 내리쳐 두 동강이 나고 좌대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금은 좌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무덤 앞 바위에 효구총(孝狗塚)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원주 변씨 백산 변경회(1573~1663)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가산을 모두 팔아 군량을 내주고 사방에 격문을 보내 군사와 군량을 모았고, 영호남의 많은 의병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했다. 봉은 변극태(1654~1717)는 18세 때 모친상을 당하여 밤에 빈소에 있던 중 도적이 들어 칼로 부친을 찌르려 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 몸으로 막으니 부친은 무사하고 큰 상처를 입어 혼절했다. 다행히 소생해 불편한 몸으로 평생 친척과 이웃을 도왔다.효열부 권씨 부인은 부군이 병으로 죽어 후사를 바라볼 수 없게 되자 부군 기일에 제사를 지낸 후 음식을 이웃에 고루 돌리고 날이 밝으려 할 무렵 후미진 곳에서 자진했다. 원주 변씨들은 백산 변경회의 충성심과 봉은 변극태의 효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집을 지을 때는 효의 상징인 소나무와 충의 상징인 대나무를 그려 넣어 기왓장을 쓰고 있다.봉화 거촌 효구총은 당시 경북 북부지방의 관도에 접하여 행인들의 쉼터로 이용하던 곳에 있었다. 이는 그 효행을 기리고 교훈 삼고자 하는 까닭이었다. 개가 인간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는 전국 각지에 많이 퍼져 있다. 의견, 의구, 효구, 충견 등으로 부르는 개의 이야기는 피폐해져 가는 인간사회에 감동과 교훈을 준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30

이제 ‘국가유산(國家遺産)’이라 불러 주세요

지인이 ‘문화재(文化財)’를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보내 왔다. 신문기사를 읽으며 그제야 ‘문화재’가 일본에서 건너온 용어라는 걸 깨닫는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용어 변경을 하며 지난 5월 17일은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 산천의 야생초 대명사가 되어버린 나태주의 시 ‘풀꽃’처럼 앙증맞도록 예쁘고 사랑스런 우리 야생초마저 나라 뺏긴 설움에서 자유롭지 못해 ‘개불알’ ‘며느리밑씻개’ 같은 불미스러운 이름에 시달렸고 근대 우리말에는 해방 후에도 일본식 한자어 들이 스펀지에 물 스며들 듯 유입되어 지금까지도 이질감 없이 활용되고 있는 용어들이 많다.나라 뺏겨 지배당한 36년의 흔적을 지우는 데는 100년도 모자란다는 교훈을 지금 우리는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일본은 19세기 이후 서양으로 세력을 뻗으며 ‘문명개화’를 화두에 두고 기존 한자어에는 없는 서양 개념들을 번역한 용어들을 만들어 내었다.그 속에서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는 당시 독일어 ‘kulturguter’를 번역하며 ‘문화’에 ‘재산’을 더해 생겨났다. 이 용어를 그대로 1961년 문화재관리국 직제를 공포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일본 용어인 ‘문화재’와 같은 의미로 중국은 문물(文物), 대만은 문화자산(文化資産), 북한은 문화유물(文化遺物)이며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국가유산(國家遺産)이다.유네스코(UNESO)가 1972년 제정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현재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산(遺産)’이라는 개념을 써 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지난 60여 년간 법률·행정 용어로 폭넓게 쓰여 왔던 일본 용어인 ‘문화재’를 더는 쓰지 않고 국가기준에 부합하도록 ‘국가유산’으로 용어를 바꾼 것이다.국가유산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안동본(간송본)과 상주본 두 권이 유일하다. 동일한 판본으로 밝혀진 두 권은 누가 어떤 개념으로 소장하고 있느냐에 따라 행보가 달라진다.‘국가유산’의 개념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키기 위해 거금을 주고 소장했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은 1956년 ‘훈민정음 해례본’ 영인본(影印本) 제작을 위해 이 소장본을 흔쾌히 세상에 내놓으며 한글의 위상을 바꿔 놓았다.그러나 ‘문화재’ 개념으로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익기는 고문서 전문가가 감정한 감정가 1조원을 근거로 “1000억 원에 국가에 팔겠다” “박물관에 100억 원에 매매 의사를 타진하겠다” “‘제3의 인물’에게서 1000억 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고 상주본을 넘기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다”라며 아직까지도 책의 행방은 묘연하다.그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당시 공약으로 “해례본을 국보1호로 지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지만 국보의 번호가 국가유산의 중요도나 가치 순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조차 모르는 그의 눈에는 1조원의 가치를 지닌 국보도 그저 재물로만 보이는 것이다.우리 민족의 전통문화 보전에 힘쓰는 것은 온전히 후손을 위한 일이므로 결코 값으로 따질 수 없다. 재화(財貨)의 개념이 강한 ‘문화재’를 이제라도 ‘국가유산’으로 용어를 바꿨으니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달라지길 기대해 본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30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에 다녀오다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는 울산광역시에서 매년 5월경에 개최된다. 울산의 대표적인 자연 관광 명소인 드넓은 태화강 일대를 배경으로 자연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행사와 함께 열리는 대규모 축제이다. 올해는 ‘정원의 봄, 꽃으로 열다’를 주제로 하여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열렸으며, 특별히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뜻깊은 축제였다. 지난해보다 더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방문객들을 반겨주었다. 미니정원 만들기, 감자캐기 체험 등 가족단위로 체험하기 좋은 프로그램과 어린이 창작 인형극, 나는야 꼬마 정원사 등 어린이 프로그램, 그리고 청소년 댄스경연대회 꿈을 펼쳐樂이 함께 진행되어 청소년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뛰어난 춤솜씨로 대상을 차지한 팀은 방황하는 청소년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춤을 창작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 외에 꽃다발 경매, 태화강 국제 재즈 페스티벌 등 방문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되었다. 특히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연장 주위에는 다양한 와인과 울산시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푸드트럭이 마련돼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또, 울산의 특산물과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이 함께하여 지역 경제를 더욱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봄꽃축제의 메인인 예쁜 꽃들은 28000㎡의 초화단지에 꽃양귀비, 수레국화, 금영화, 안개초 등 다양한 초화류가 있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축제 개막식은 17일 오후 7시 왕버들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렸으며, 울산시장의 축사와 개막 공연이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울산 출신 가수 테이가 축하 공연을 진행하고 울산 어린이 연합합창단도 축하 공연에 함께 해주었다. 또 봄꽃 LED로 개막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 개막 이후 3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각각의 다른 다양한 활동이 방문객들과 함께 했다.태화강은 넓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축제 기간이 아닌 날에도 방문해도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 할 수 있다. 특히 자전거 도로도 잘 닦여있어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 나들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좋을 수 없다.울산 태화강축제는 앞으로도 자연과 문화를 조화롭게 접목하여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해에도 태화강의 아름다움과 풍성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기를 바란다./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30

“기차는 멈췄지만…” 옛 경주역 인근 시장 돌아보기

짙은 햇볕이 덧씌워진 도심의 벽들은 오후가 되자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많은 이들을 태우고 오가던 기차가 멈춘 역은 이름이 한 글자 늘어났다. 구 경주역 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예전엔 여행을 하기 위해 주차를 했다면 이젠 길 건너 시장에 가기 위해 이용하는 중이다. 특정 금액 이상을 구입할 경우 상점에서 무료 주차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시장 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횡단보도를 건너자 시장 입구가 보인다. 시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시장 냄새가 난다. 모든 삶이 엉켜진 냄새.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 냄새는 변함이 없다. 긴 세월동안 시장 안 풍경은 계속 달라졌음에도 그것만은 여전하다.휴일이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더러 보였다. 채소 가게 상인은 조용한 시간을 맞아 깊은 잠에 빠져있다. 한산했던 입구 통로와는 달리 먹자골목은 휴일 임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산처럼 쌓인 우엉조림 옆으로 김밥들이 말아져 있다. 꽤 많은 양의 김밥이었지만 이내 소진될 것이란 자신감이 상인의 표정에서 보였다.가게마다 아래로 매달린 노란 등이 음식들을 더 맛깔스럽게 비추고 있다. 중간중간 자리를 잡고 떡볶이와 어묵을 먹고 있는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띈다. SNS와 방송의 영향인지 젊은 관광객들이 늘어난 듯하다.높은 물가 탓에 시장 음식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성비가 좋은 게 이곳이다. 방송 이후 예약이 필수가 된 통닭집, 다양한 반찬을 뷔페식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 문어 도시락 전문점, 맛과 양 모두를 잡은 순대 전문점 등은 늘 인기다.그 중 김밥집과 순대 전문점은 메뉴는 같지만 단골이 갈려 늘 찾는 가게만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성비 식당으로 인기가 높은 한식뷔페 식당은 시장 가운데 합동식당 안에 위치하고 있다. 내부엔 다양한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통 두 종류의 국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 반찬을 알아서 담아먹는 방식이다.복작복작 거리던 골목을 돌아서자 한복집, 메리야스 가게, 뜨개방 등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메리야스라고 크게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그 시절 속옷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S사와 B사가 간판마다 적혀있다. 빛바랜 간판 속 글자 폰트가 옛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중심가에선 보기 힘들었던 속옷 전문점이 시장 안엔 꽤 남아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회 코너가 나타났다. 경주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육지와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간 이내에 바다에 이를 수 있기에 시장에서도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근에서만 잡힌다는 참가자미는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 명절엔 주문이 밀려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포장 주문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육류 코너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외국인들에게 간단한 단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상인이 보였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손님 손에 검은 봉지가 쥐어지는걸 보니 세상을 생존 하는데 있어 그리 많은 단어를 요구하지 않는듯하다.여행지에 가면 시장을 찾게 되는데 시장은 그 도시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성동시장은 큰 메리트가 있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큰 규모, 관광지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 관광코스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찻길은 멈췄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관광지에서 원도심, 시장으로 이어지는 길. 빛나던 그 시절을 다시금 만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8

감포 어디까지 가봤니?

경주 감포에는 볼거리가 많다. 작은 조선소가 있는 감포항, 일출 명소인 전촌용굴, 역사 스토리텔링이 견고한 이견대, 뷰가 멋진 감포정,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포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자주 다니러 가도 돌아볼 곳이 아직 남았다. 흘깃 보기만 해도 등대가 대여섯 개나 보이는 감포항은 등대 수만큼 아름답다. 이달의 등대라는 명찰을 단 감은사 탑을 음각한 등대 사이로 푸른 바다와 갈매기가 넘나든다. 감포항 방파제 끝에 자리한 송대말등대는 한옥 등대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곳에 마련된 빛 체험전시관은 1955년 무인 등대로 설치되어 60여 년 감포 앞바다를 비추던 ‘송대말등대’를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디지털 미디어를 상영하는 곳으로 2025년 감포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관했다. 경주 앞바다와 감포항 등대를 주제로 해양 문화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국내 유일 디지털 미디어 시상식인 2021년 ‘앤 어워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최고의 디지털 콘텐츠로도 인정받은 곳이다.전시관 1층에는 감포항과 송대말등대 빛의 역사와 주변의 주요 어종, 근대 감포 이야기와 개항 이후 현재까지를 소개한다. 파도가 밀려오는 영상이 파도 소리와 더불어 실사처럼 느껴져 아이처럼 파도와 장난을 쳤다. 용이 날아오르는 감은사의 전설은 한참 그 자리에 멈춰있게 만든다.2층에는 바다의 길잡이로서 아름다운 경주 바다를 밝히는 ‘빛으로 여는 바닷길’ 체험이 이어지는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했다. 발자국이 그려진 곳에서 화면에서 설명하는 대로 따라 터치하며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옆 전시실에 내 사진이 반영되어 내 모습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뜻밖의 경험을 맛본다. 터치하거나 걸을 때마다 빛이 바뀌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콘텐츠이다.전시 공간은 5개 존과 13개 콘텐츠로 구성됐으며, ‘천년광체’라는 주제로 경주와 감포의 과거 1000년과 현재, 미래 1000년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여 준다. 굳게 닫혀있던 등대 건물 내부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빛과 조명으로 가득 차 찬란한 경주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향연케 만든다. 전시관을 나와 화장실을 가려고 들어간 건물에는 볼풀 터치스크린 게임이 있어서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쓰레기를 맞추면 점수가 올라간다. 옆 칸의 볼풀장은 작은 공간이지만 서너 명의 아이들이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큰 기대 없이 등대 구경하러 왔다가 환상적인 선물을 받았다.이젠 야외로 발길을 옮겼다. 감포 공설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국이 피어난 골목으로 들어갔다. 콘크리트 벽에 구멍이 난 곳을 꽃의 중심이 되도록 감쪽같이 그렸고, 벽의 꽃을 따라 골목을 걸으면 작은 모퉁이 돌에도 꽃 그림이 피었다. 일제강점기에 어업기지로 수탈의 현장이었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이곳을 해국 그림이 그려지며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언덕을 오르는 계단에 그려진 세상에서 제일 큰 해국은 감포의 상징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사진을 찍다 보면 힘들지 않게 언덕 위에 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감포항도 매력적이다. 해국은 7월에서 11월까지 연보랏빛 꽃이 피는데 계단 주변에 꽃밭을 조성했다.이곳의 정겨움이 알려져서인지, 드라마 촬영팀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지금도 촬영 중이라 미술팀이 골목에 꽃을 장식하고 낡고 빈집에 색을 입히고 세탁소와 떡집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7월 즈음 공개될 드라마에 해국 골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목욕탕이었던 곳이 새롭게 리모델링 해 카페가 되고, 옛 지하창고는 갤러리로 변신할 거라고 한다. 이 골목에는 ‘다물은집’이 있다. 무슨 뜻일까 했더니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을 다시 찾았다는 뜻인 다물은집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골목은 어린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지금 감포에는 기다림을 간직한 채 피어난 해국이 우리를 기다린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8

대구·경북 행정 통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을 통해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합쳐 인구 500만 명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전국 제2의 도시를 만들고자 함이다. 현재 지역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생, 청년 실업률, 인구 소멸의 당면한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행정통합으로 함께 발전하며 위기를 이겨나가고자 하려는 것이다.다시 지역의 화두가 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의 통합은 사실 2019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지 여론 부족 등으로 2021년에 실패로 끝나버렸다. 이처럼 행정통합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시선에서 목소리가 엇갈린다.대구·경북의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경제발전을 두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역총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쪽 지역의 경제인들이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경제 공동체로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면 경제발전으로 더 나은 대구·경북이 될 것이라 강조한다. 또 대구와 경북은 생활권이 가까워 행정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통합하면 지역경쟁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반면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간의 공감대 형성도 부족하고 구체적인 행정통합에 대한 계획과 방향 또한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두 지자체 간의 행정통합은 대구시와 경북도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다. 대구와 경북을 놓고 보면 행정통합은 ‘빨대효과’로 경북보다는 대구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경북의 모든 편의시설이 대구에 있고 인구의 대구 집중화와 신공항과 달빛철도(광주 송정역과 서대구를 잇는 철도)까지 완공되면 대구로의 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행정통합에 대한 다른 사례도 찾기가 쉽지 않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메가시티도 2022년 10월 출범을 앞두고 와해된 상황에서 2010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한 창원시와 2014년 충청북도 청원군과 청주시가 통합한 정도를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사례를 보면 통합 당시 주민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질적인 중앙정부의 지원도 없었다. 이런 문제가 장기간 이어져 마창진 지역 발전을 두고 지역 주민들 갈등이 문제가 됐다. 지자체의 신중하지 못한 통합 추진으로 인해 의회에서 재분리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에도 이 사례를 참고해 충분히 의견 수렴 후 추진해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대구시민 김 모(61) 씨는 “대구와 경북의 장점은 장점대로, 부족한 점은 부족한 대로, 서로 좋은 쪽에서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에 거주하는 시민 A(56)씨는 “굳이 할 이유가 있나 싶다. 그렇다고 안동이 발전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지역의 다양성과 고유성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8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을 다녀오다

“우리 조선은 꼭 독립되네. 동서고금에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고,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지. 그렇기 때문에 일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문화 유적을 자기네 나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일세.” 위창 오세창이 제자 간송 전형필에게 한 말이다. 간송은 한국의 전통 문화 유산을 보는 안목을 키워 준 스승의 이 말을 가슴깊이 새기며 민족의 혼과 얼을 지켜내겠다는 결심을 한다.상속받은 재산으로 24세에 억만장자가 된 간송은 그 재산을 밑천으로 막대한 양의 국보급 문화재를 수집한다. 1900년 초부터 일본으로 흘러들어가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한 우리의 문화재를 보호 차원에서 사들였다.거액을 주며 수집한 국보급 문화재들은 지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1·4후퇴 때는 유물들을 놔둔 채 부산으로 급히 피난을 가야 했고, 당시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많은 소장품이 간송 보다 먼저 도착해 골동품상에 팔리기도 했다. 간송은 ‘훈민정음 해례본’ 등 가장 중요한 문화재 몇 점만 간신히 챙겨 은신하며 지냈고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렇게 지켜질 수 있었다.민족 말살 정책이 극에 달했던 1940년, 일제가 그토록 없애고자 했던 이 책을 먼저 발견하지 못했다면, 전쟁으로 혼란스러웠을 때 이 책을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잘 정도로 목숨 걸고 지켜내지 않았다면, 한글은 인도 고대 문자나 몽골 글자 등을 모방했다느니 창호의 격자무늬를 본떴다느니 하는 논란으로 여전히 평가절하 되고 있을 것이다. 이 책값으로 당시 기와집 열 채 값을 치렀고, 그 값은 현대의 물가로 환산하면 무려 30억 원에 가깝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의 창제목적, 제자원리, 운용법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보화각(8446華閣)은 간송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1938년 서울 성북동에 설립될 당시 오세창이 ‘빛나는 보배를 모아 두는 집’이라는 뜻에서 ‘보화각’이라고 했다가 간송 사후 ‘간송미술관’이 되었다. 2019년 12월 30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이후 보수 필요성이 제기돼 1년 7개월간의 보수·복원 과정을 거쳐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을 개최했다. 보수·복원 과정에서 새로 찾은 자료들과 미공개 서화 유물 36점을 처음 선보이기도 하는 이 전시는 5월 1일 개막하여 6월 16일까지 1시간에 100명만 인터파크 예약을 통해서 입장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후손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자긍심을 심어준 간송 전형필 선생과 동시대를 살았던 대한제국 매국노 윤덕영은 나라 팔아 받은 돈으로 ‘조선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집’ 벽수산장을 지으며 부귀영화로 천수를 누리다 해방이 되기 전에 죽었다. 백성을 사지로 몰았던 그의 권력은 경술국치라는 치욕적인 역사를 후손들에게 남겼다. 그 이름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 애국지사 전형필 선생도 매국노 윤덕영도 같은 우리 선조라는 것이 그저 아이러니컬하다.‘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 위로 바람이 불면 반드시 쓰러지느리라(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논어 안연편에서 계강자가 공포(恐怖)정치로써 백성을 다스리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이다. 정치에 따라 백성은 선하게도, 악하게도 될 수 있다. 권력에 의해 한 나라의 존망(存亡)이 결정되는 예는 지난 세계 역사에서 수없이 접한다. 선조들의 유산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은 오롯이 후손 몫이다 보니 찬란한 문화를 창조한 조상들과 그것을 지키려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후손이라는 것이 무한 자랑스럽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3

면민 한마음 큰잔치의 아쉬움

지난 5월 3일, 청송군 파천면 청송정원에서 ‘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를 했다. 귀농 14년 차 주민이지만, 대구를 오가는 형편이라 매년 해오던 행사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조카가 가수들도 온다고 하기에 요즘 부쩍 우울하신 어머님 기분전환도 해드릴 겸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외출을 망설이는 어머님께 어르신들을 위한 자리라 꼭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대구에 살 때는 노래 교실을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다니셨던 어머님의 마음속 가득한 신명을 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입구에서 행운권 팔찌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사물놀이와 난타 등 식전 행사는 이미 끝나고 있었다. 음식은 출장 뷔페였다. 치아가 부실한 어머님이 드시기 편하고 좋아하시는 요리로 가득 담아 드렸다. 예전이면 거뜬히 드셨을 양인데 많다고 덜어 주셨다.이장님과 부녀회장 등 동네의 젊은 사람들이 진행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주민들을 위해 과일과 물 등 필요한 것을 살피고 가져다주었다. 아직 젊은 축에 속해 가만히 앉아 있기가 미안했지만, 어머님에 집중하기로 했다.‘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는 파천면에서 해마다 5월에 진행하는 행사이다. 주민들의 화합과 어르신을 모시는 자리라 생각했다. 동네별로 팀을 나눠서 줄다리기 시합, 마을별 노래 대결을 펼쳤다. 몇 명의 이름난, 초대 가수 공연도 있었다. 그 틈틈이 행운권 추첨을 하였다. 식전 행사 중 추첨에서 동네 어르신 한 분은 건조기에 당첨되었다고 자랑했다. 우리도 선물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을 예감했다.시작은 네 팀으로 구성된 줄다리기 시합, 우리 마을 중평리와 윗마을 병부리가 한팀이었다. 남녀 각 10명으로 구성된 선수에 건장한 조카도 합류했다. 영차, 영차, 영차 세 번의 구호가 끝나기도 전에 우리 팀이 어이없이 져버렸다.게임 중에도 추첨이 있었다. 기대하며 번호가 적힌 팔찌를 눈이 뚫어지게 보았지만, 우리는 꽝이었다. 선풍기, 밥솥, 제습기 등이 하나둘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다음은 노래자랑, 동네별로 대표 선수 한 명씩 노래했다. 모두가 선수였다. 자기 마을 대표가 노래 부를 때, 해당 마을 사람들이 응원하며 무대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추었다. 우리 동네 차례에선 나도 나가서 응원했다. 초대 가수의 시원한 열창도 있었다. 신나는 노래에 어머님은 계속 손뼉 치며 입으로는 소리 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지쳤지만, 어머님은 끝까지 몸을 흔들며 손뼉을 치셨다. 그 모습이 안되어 손을 끌고 앞으로 나가 춤을 추자고 하였다. 노인은 하나도 없어서 남사스럽다고 손사래를 치셨다.무대 앞에는 끊임없이 많은 사람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그들 중에는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이 많았다. 앉아서 어깨를 들썩이며 손뼉을 치시는 어머님이 안쓰러워 보였다.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손을 끌면 슬그머니 못 이기는 척 나갈 수도 있을 텐데 몸은 노쇠해도 마음만은 청춘일 텐데 싶어 마음이 아팠다. 눈앞에는 몸이 부서져라. 흔들어대는 사람들, 군수님도, 면장님도 신나게 춤추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손뼉만 치시던 어머님과 어르신들의 공허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어머님은 하루 구경 잘했다고 하셨다.시간이 지나도 찜찜한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한 파천면 직원들과 이장님들, 부녀회장님들 이하 진행 요원들 모두가 고맙다. 앞으로도 5월이면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운영에 조금의 변화가 있었으면 싶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마음 씀이 동반되기를 기대해본다. 누군가도 소외되지 않으며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힘들겠지만 어르신들도 함께 덩실덩실 몸을 흔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3

이곡장미공원에서 열린 축제, 장미꽃 Feel무렵

장미의 계절 5월, 거리에는 아름답게 피어나는 장미의 얼굴이 보인다. 연인들이 장미꽃다발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로즈데이도 5월 14일이다. 장미와 함께 매년 5월이 되면 열리는 축제, 아름다운 장미들의 모습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 대구 이곡장미공원의 ‘장미꽃 Feel무렵’ 축제에 다녀왔다.이곡장미공원은 15000㎡ 중 약 5000㎡의 넓이에 120여 종의 장미가 심겨져있어 축제 전후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장미꽃 Feel무렵 축제는 ‘판타지 인 달서’를 주제로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열렸으며, 알록달록 다양한 장미뿐만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체험부스 등으로 즐길거리가 많아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체험존에는 5G 홀로그램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세계 사진관과 직접 장미를 그려서 만드는 장미 미니에코백 만들기, 인테리어 장미 소품 만들기, 장미 타로 체험 등의 활동으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술과 음악, 무용 등의 공연은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온 어른들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공원 곳곳에 예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과 장미터널도 마련되어 있어 마치 동화속 주인공이 된 느낌으로 장미같은 얼굴을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좋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서 낮과는 또다른 장미빛을 감상할 수 있다. 조명속의 장미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연인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이곡장미공원은 단순한 장미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크기와 색 그리고 모양까지 다양한 장미들에 대한 정보를 담은 푯말에는 장미의 이름 뿐만아니라 장미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 장미에 대한 궁금증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원에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어 장미향을 느끼며 운동삼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장미뿐만아니라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있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편안한 쉼터가 된다. 축제에서 무대와 체험존으로 사용했던 공간은 평소에는 넓은 운동장이 되어 배드민턴과 같은 운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축제가 끝나도 장미는 활짝 피어있으니 장미와 함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곡장미공원에 함께 가보기를 추천한다. 이곳에서 장미와 함께한 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3

영천 거조사 국보 ‘영산전’ 을 돌아보고

가까운 영천에 국보가 있다 해서 찾아갔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에 자리 잡은 거조사이다. 예전에는 거조암으로 불렸으나, 2021년 3월 23일 문화재청(2024년 5월 17일부터 국가유산청으로 바뀜)이 명칭을 바꾼 절이다.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단정하게 자리한 영산전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이 국보 제14호이다. 현재 남은 고려시대 건축물은 거조사 영산전, 부석사 무량수전과 조사당, 봉정사 극락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뿐이다. 대부분 절의 대웅전은 문이 많고 그 문에 꽃무늬 문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양옆에 따로 문을 내서 그리로 방문객이 드나든다.이 건물에는 정 중앙에 검소한 가정집의 방문을 닮은 입구 하나뿐이다. 대신 살창을 사방으로 냈다. 그리로 햇살이 서성거렸고 바람이 숭숭 드나들었다. 측면에 고창이 있는 것이, 다른 고려시대 건축과 달리 특별하다. 기둥은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닮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랜 세월 버텨온 흔적이 가득하다. 738년(신라 효성왕 2년) 원참대사가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경덕왕 때라는 설도 있다. 고려시대 혜림법사와 법화화상이 영산전을 건립하고, 오백나한을 모셨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불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우리를 맞는다. 석가모니불과 석조나한상 526위가 모셔져 있다. 오백나한은 각각 표정과 자세가 모두 달랐다. 1805년(순조 5년) 영파성규 스님이 영산전 오백나한상 각각에 모두 이름을 붙였다. 1번부터 차례로 돌며 가만히 살피니 다양한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이름을 한 번 더 보기도 했다.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듯한 존자, 손에 과일 같은 것을 얻으려는지 몸이 그쪽으로 기울어 있는 모습, 무릎 꿇고 다소곳하게 수줍은 미소의 존자님은 유럽 전시회 나들이도 다녀오셨다고 한다. 지붕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가, 고개가 뒤로 젖혀져 있기도 하고, 그 옆에 호랑이인지 동물을 안은 존자, 동물을 타고 있는 상, 추우신지 온몸을 감싸고 얼굴만 내민 모습에는 슬쩍 웃음도 났다. 주황빛 옷을 입은 존자는 이마에 손그늘을 만들어 멀리 보시며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여보았다. 신라, 고려 조선을 건너온 나한상들의 사연이 궁금해 더 발길이 느려졌다. 하나하나 손 모양 발 모양이 모두 달랐다.나한은 산스크리트어 Arhan을 음역한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최고의 깨달음을 이룬 성자(聖者)를 의미한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처음 결집한 제자 500인을 500아라한이라고 하였다. 나한상은 모습에 대한 일정한 도상이 없었기 때문에 불교 미술 가운데 제작자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소재였다.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을 무학대사에게 말하니 무학은 ‘장차 큰 귀인이 될 꿈’이라면서 나한전을 세우고 500 나한을 봉안하여 500일 동안 기도를 드리라고 하였다. 이성계는 석왕사를 세워서 500 나한들을 봉안하고 500일 동안 기도하였다. 마침내 그는 500 나한의 영험 때문인지 조선을 개국하여 태조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불교를 억압하였던 조선시대에도 나한신앙은 매우 성행하게 된다.500 나한은 그 후 불화나 조각으로 많이 표현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속에 반드시 아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는 전설이다. 실제로 나한의 얼굴을 보면 우리 인간의 모습과 닮았고 특히 해학적이다. 수능이나 큰 시험을 앞두고 이 절을 많이 찾는다고 하니 북적거릴 가을 전에 방문해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1

“모든 경계는 내 사진의 화두이자 관통하는 주제”

김복영 작가의 사진전 ‘사유의 벽’이 최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34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꿈꾸는 나무들(2014년)’, ‘길 위에 선 안동(2016년)’, ‘소소한 풍경전(2020년)’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 김복영 작가는 “길 위에서 마주치는 유무형의 경계는 내 사진 행로의 화두이자 내 사진을 관통하는 주제”라며 “불가의 수행법인 면벽참선의 뜻도 보이는 벽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그 속에 갇힌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치열한 구도행의 하나”라고 설명하며 이번 전시도 그러한 뜻이 담겼음을 전했다.그는 작품 전반을 통해 현대사회의 경계와 소통을 다루어 왔다. 벽에 대한 인식이 경계, 단절, 폐쇄, 고립,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연상하게 되지만 벽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연출한 경이로운 장면을 만날 때가 있다며, 벽을 통한 화해와 소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그러한 것을 보여주듯 이번 전시에는 벽화 담장에 핀 넝쿨, 담장 아래 널어놓은 빨래, 낡은 벽에 매달린 우편함, 쓸쓸히 달린 외등, 창에 비친 지는 해 등 벽과 자연의 조화, 경계를 허무는 풍경을 선보였다.김복영 작가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안동사진동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경상북도사진대전 초대작가상, 안동예술인상, 안동시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수상했다. 2022년 ‘기록의 날’에는 현대 안동의 변화과정을 생산하고 기록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또, 1988년 창간해 2014년까지 격월간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의 발행인으로 27년간 향토문화를 기록해왔고 지역 현대사의 변화를 사진으로 담아내 지역 사진계의 든든한 모퉁잇돌 역할을 해오고 있다. 더불어 포토에세이 ‘길은 소통하는가’와 사진집 ‘임하댐에 잠긴 세월’을 통해 변방의 골목과 길, 사람 그리고 물에 잠긴 임하댐의 모습을 담아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밀도 높은 시선과 통찰을 보여줬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1

고령 운전자 급증, 사고 예방 대책은?

해마다 고령 운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낸 교통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가벼운 접촉 사고가 아닌 사망으로 이어지는 대형 사고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된 고령 운전자들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면허 소지자의 11%가 65세 이상이며 현재 도로를 달리는 3대 중 1대는 60세 이상이 운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도 4만 건에 가깝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 운전자는 지난해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 시행하고 있는 고령자 운전 면허 자진 반납과 함께 교통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요구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젊은 운전자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인지 능력과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져 돌발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교차로에서 속도 조절과 야간 운전, 복잡한 도로 환경, 악천후 상황에서 운전을 어려워했다. 특히 시력은 30대 운전자에 비해 최대 80% 수준이고 일반 운전자보다 반응 시간이 20% 길어져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인구 비율(2020년 기준)은 전국 평균 15.84%인데 대구는 16%이고 경북은 21.2%였다. 경북은 전남(23.1%)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한국도로교통 대구경북본부 통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타 시도와 비교해 고령인구 비율이 많은 대구와 경북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 5년(2018~2022)간 1117건으로 어린이 사망자 17건 보다 65배나 많았다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지원금을 주며 운전 면허 자진 반납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증가하는 교통사고에 비해 면허 반납률은 2%대로 낮다. 이유는 면허를 반납할 만큼 지원금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분들이 많아서다. 당장은 자가운전을 못 하는 아쉬움이 크고 대중교통의 인프라도 대도시가 아니면 지방에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은 올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지원금으로 교통카드(20만원)을 502명에게 지원할 수 있는 1억 50만 원이 책정되었다.포항시 교통지원과 관계자는 “예산이 빨리 소진될 만큼 반납률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은 지원금이 교통카드가 전부이고 다양한 대책들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시민 A(61)씨는 “운전할 때 내가 끼어들 때랑 상대방이 끼어들 때, 갑자기 옆에서 안 보이던 큰 차가 보이면 놀란다”며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위해 면허 반납과 함께 실제적인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교육과 적성검사를 자주 받게 하고, 면허를 반납하면 어르신들이 이동이 불편하지 않게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21

잇따른 재시험, 학교 시험의 공정성·신뢰도 우려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재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는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시험의 낮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은 거의 80%(79.9%)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수시 전형의 확대는 학교 내신 성적의 중요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재시험은 학교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교사, 교과협의회를 거쳐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실시된다.학교의 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시험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학교마다 다른 기준으로 재시험을 실시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본 시험에서 복수정답, 정답없음, 문항오류 등의 잘못된 문제의 출제와 기출문제와 유사한 출제, 최근에 문제가 된 시험지 배부 지연 등에 의해 이의 제기가 되면서 재시험을 치르고 있다.재시험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데 국회 교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학기에만 전국적으로 고교 재시험이 2021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경북은 363건으로 경기 다음으로 재시험이 높았다. 경북은 2017년부터 누적 재시험에서도 경기와 부산을 이어 3번째로 나타났다. 이를 보아 재시험은 앞으로도 꾸준히 일어날 것이고 문제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에서 재시험을 치르는 상황이 발생할 때면 학생들은 당연히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재시험에서 전체 시험까지 치르게 되는 경우는 아이들의 등급 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재시험은 대부분 문제가 쉽게 출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원래 그 문제를 맞추었던 학생들은 불만이 생기게 된다.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이후 내신 시험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예민해지고 학생들은 재시험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곽 모(17·포항시 북구 우현동)양은 “최근에 치른 중간고사에서 출제 오류로 인해 수학과 생명과학 과목에서 재시험을 쳤다. 문제 하나에 민감한 상황인데 재시험은 혼란스럽고 힘빠진다”고 말했다.이처럼 학교에서 재시험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한 입시 전문가는 “내신이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할용되고 있는 만큼 내신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 출제와 관리, 진행에서는 오류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재시험이 일어나는 것은 시험 출제 과정이나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인이다. 학생들의 유불리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재시험을 통해 그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