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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시간’ 돌이켜 보여주는 전시회

등록일 2025-05-29 20:11 게재일 2025-05-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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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앞에 선 박미희 작가.

달빛이 만들어 내는 시간, 개구리 소리로 옮겨진 시간의 이야기. 한 편의 함축적인 시와 같은 그림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색면화처럼 단색의 강렬한 색채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나하나 뚜렷한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낮과 밤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하나의 몸을 유지하듯 작품들도 그러한 모습이다. 시간은 거대한 유기체가 되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인 시간이지만 언어로, 이미지로 나타내라면 막연한 느낌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는 온전히 작가의 감정과 신체 반응을 통해서 표현이 가능하다. 

 

박미희 작가는 단순화된 색채와 겹겹이 쌓아올린 마티에르를 통해 그녀가 지나온 시간을 시각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물감이 서로 높낮이를 달리해 놓여있다. 박 작가는 요철의 무게감을 달리해 시간의 다양성을 표현했다고 한다. 선명한 기억은 좀 더 높게 뚜렷하게, 흐릿한 시간들은 먼 풍경처럼 녹아있다. 

 

전시장 한가운데 바다가 떠 있다. ‘시간의 바다’란 작품이다. 바다가 품은 무수한 시간이 들어있다. 심해는 깊고 어두운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해는 뜨고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크기의 작품이 시리즈로 함께 한다. ‘시간-자취’에서는 ‘시간과 바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사용되었던 색상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시간이 기록되었다. 

 

‘시간-공존’이란 작품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간극이 필요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내는 큰 목소리들이 자신의 영역을 넘어 다른 이의 공간마저 강요한다. 자연과 인간의 거리, 사람과 사람의 거리. 그 거리가 적정선에서 유지되지 않으면 평화는 파괴된다.  

 

다정한 느낌마저 드는 ‘그날’은 늘 있던 보통의 날이 특별하게 와닿았던 순간을 담았다고 한다. 무엇하나 특별한 일 없이 조용한 하루였지만 유달리 기억에 남는 하루가 화폭 속에 담겨있다.

 

붉게 타오르는 느낌마저 들었던 ‘시간-정열’은 작가가 힘들었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에너지를 얻고 싶었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시간-기회’는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19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슬픔과 고통만이 아닌 다음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들어있다. 

 

박 작가는 작품에서 시간을 이야기하며 그 다음 단계로 희망을 말한다. 끝으로 작가노트에서 발췌한 내용을 기록한다. 

 

“···. 해가 뜨고 달이 뜨고 하루가 흐르고 한 달이 흐르고 일년, 이년···. 아무리 막막했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면 좋든 나쁘든 해결이 된다. 그 막막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절대 잃지 않는 것이다 있다. 희망이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141 갤러리 2전시실 (141미니호텔 지하1층)에서 진행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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