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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풍경

등록일 2025-05-13 18:44 게재일 2025-05-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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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이면 자천리 작약밭이 환하게 빛날 것이다. 

풍경은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보느냐에 따라 감동이 다르다. 또 어떤 상황에 누구와 보느냐도 중요하다. 매년 돌아오는 봄인데도 아이처럼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과 함께면 늘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작약 축제가 매해 열려도 올봄의 꽃이 더 아름다울 것이기에 영천으로 향했다.

영천보현산약초식물원은 처음 가 보는 곳이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자천리를 지나자 보현댐이 나타났다. 댐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젤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건너다녔다. 체험해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오늘 우리의 목표는 작약이니 꽃을 향해 나아갔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1도씩 내려갔다. 연두가 사라지고 초록이 자리한 산 아래 동네보다 식물원 주차장에 서니 5도 정도 차이가 났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겉옷을 잘 여미고 입구에 선 조감도를 살폈다. 희귀 약초, 영천 대표 약초 등 군락을 나누어 생각보다 넓은 부지에 온갖 약초를 심어놓았다. 제대로 돌아보려면 몇 시간이나 걸릴 듯했다.

작약은 어디 있을까 하고 산책로를 따라 올랐다. 맨 먼저 민들레가 후 불면 날아갈 준비를 마치고 여기는 내 영토라는 목소리를 냈다. 가까이 할미꽃도 머리를 풀어 해치고 준비 땅 하는 신호만 들리길 기다렸다. 작약은 산책로 주변부터 골짜기마다 제일 넓은 터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 한 송이도 피지 못했다. 산꼭대기라 기온이 낮아 열흘은 기다려야 필 모양이다. 봉오리 모양이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한 막대사탕처럼 동글하게 솟아 한꺼번에 다 피면 온산을 환하게 만들 것이다. 그나마 하얀 모란 몇 그루가 벙긋거리는데 산이 깊어서 그런지 향이 더 진하다.

아쉬운 마음을 약초 이름을 보며 달랬다. 잎 모양이 날카로운 톱날 같은 톱풀, 이건 파 같은데 하고 들여다보니 차이브라는 자색파였다. 비누풀, 뱀무, 덤불쑥, 잔대, 약초를 보며 걷다 보니 전망이 좋은 관리동이다. 약초에 관한 전시물도 있다지만 우리는 산 아래 작약을 보려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영천 한약 축제 홈페이지에 주소가 여럿 있었다. 그중에 식물원 가까운 화북면 자천리 1670으로 주소를 찍었다. 10분이면 닿았다. 동네 골목으로 들어가니 주차장이 있어도 대여섯 대면 끝이었다. 차 한 대가 빠지길 기다렸다 그 자리에 주차하고 꽃밭에 들어갔다. 10% 피어서 축제 시기(5월 14~12일)에 맞추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꽃을 보려고 찾아온 사람들은 몇 송이 앞에서도 사진 찍기에 바쁘다. 함지박처럼 꽃이 커서 함박꽃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작약은 한 송이로도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자천리 작약밭에는 은행나무도 늠름하게 서 있어 가을에 방문해도 좋겠다.

매해 꽃 피는 시기가 날씨에 따라 달라지니, 준비하는 손길도 이럴 때는 참 난감할 따름이다.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며 밭 주인이 아쉬운 인사를 건넸다. 꽃밭에 들어가도 좋지만, 넘어뜨리거나 꺾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화북면 배나무정길 344와 정각리 890에도 꽃이 다 피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번 주부터 기온이 높아진다니 하루가 다르게 꽃 문이 열리길 기대해야겠다. 그때는 꽃밭에 사람이 넘쳐날 것이니 붐비는 시간을 피해 새벽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오자.

며칠 뒤 또 오자며 우리는 포항으로 향했다. 올 때는 고속도로로 왔지만 돌아가는 길은 죽장휴게소를 들러서 가기로 했다. 모고헌을 지나니 오후의 햇살이 옆으로 기울었다. 벚꽃이 찬란할 때도 드라이브하기에 좋았던 길이다. 벚나무 사이로 햇살이 드리우니 그 그림자도 보기에 그저 그만이다. 오후에 길을 나선 선택이 옳았다. 죽장휴게소까지 20여 분, 봄빛에 취했다. 작약 피는 시간이 아직 일러 아쉬운 마음을 봄 햇살이 아는지 우리를 따라오며 어른거렸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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