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한 그릇 앞에다 두고 수다 삼매경 “풍족한 복지”와 “미래 걱정” 갑론을박 격양된 분위기에도 서로 비난은 자제 나라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 같기 때문
받는 것이 좋을까? 받지 않는 것이 좋을까? 갑론을박을 벌이는 60대 전후 아줌마들. 오랜 지기들이다. 더위도 식힐 겸 냉면집에 모여 나누는 가벼운 수다지만 그 속엔 시대를 살아 온 경험과 현실을 바라보는 민감한 시선이 배어 있다. 차등 지급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달 21일부터 신청 가능한 민생지원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지원금을 11월 30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환수된다. 받는다는 기대의 긍정과 포퓰리즘 정치의 일환이라는 부정이 부딪힌다. 그래도 풍족한 복지가 좋다는 이에게 포퓰리즘 정치는 결국 미래를 힘들게 할 거라는 핀잔으로 냄비 속 개구리처럼 자신도 모르게 점점 힘들어질 2030 세대가 걱정이란다.
포퓰리즘(populism). 정녕 나쁜 것일까?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익숙한 단어지만 품고 있는 의미는 의외로 복잡하다. 대중의 뜻을 따르는 긍정적인 정치방식이 될 수도 있고, 인기만 추구하는 부정적인 선동 정치일 수도 있다.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퓰러스(populus)에서 파생된 만큼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는다는 의미가 중심이다. 하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비유되기도 하듯 ‘보여주기식 복지’로 전락할 수 있다. 달콤한 복지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되고 그 세금은 오롯이 국민 몫이다. 공자는 세금을 두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사납다(苛政猛於虎)’라고 했다.
공자가 이민 가듯 노나라를 떠난 이유는 과도한 세금 징수로 엄청난 부를 누리며 횡포가 날로 심해지는 계손씨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험한 태산을 넘으며 인적 드문 곳을 지나다 세 무덤 앞에서 실신하듯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난다. 사연을 물으니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단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하니 ‘여기는 세금을 걷는 관리가 오지 않는다’고 답한다. 동서고금,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아줌마들의 수다는 계속된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과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온다는 부정이 부딪히며 살짝 격양되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서로의 비난은 자제한다. 나라가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이 냉면 한 그릇 앞에 두고 나라 걱정으로 수다를 떤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누군가 무거운 정치 이야기 싫다며 2021년 6월 착공한 포항 동빈대교(가칭)가 완공을 앞두고 명칭 공모를 진행 중이라며 화제를 돌린다. 송도동과 항구동을 잇는 대교의 명칭을 두고 최종 후보에 오른 ‘포항대교’ ‘상생대교’ ‘일월대교’ ‘해오름대교’ ‘해맞이대교’ 중 시민들의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참여하잔다. 대교 이름 하나에도 의견이 갈린다. 백 사람 모이면 생각이 백 가지라는 말이 정말 맞는 듯하다.
종교가 달라도, 정치성향이 달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무탈하게 나눌 수 있는 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정말 위험한 정치인지 당장 민생회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다 속 갑론을박의 시시비비는 후손들의 역사 속에서 명쾌한 답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도 한 자리에 앉아 수다로 풀 수 있는 이 ‘자유’가 바로 대한민국이 지켜 온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로서 민생지원금인 경제회복과 사회 안정에 진정으로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시민들의 한결같은 희망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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