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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향기가 묻어난 방송대 포항총동문회 역사•문화탐방

등록일 2025-05-29 20:11 게재일 2025-05-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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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원자력발전소 직원이 원자력 에너지 생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울진으로 역사·문화 탐방을 다녀왔다. 관광 명소가 많은 지역이라 욕심을 부려 보지만 한울원자력발전소, 봉평리 신라비, 성류굴,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둘러보고 나니 하루해가 저문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직원이 나와 친절히 설명을 해주고 신라비에 얽힌 이야기는 해설사의 유머 섞인 설명으로 재미를 더한다. 사생대회가 열린 듯 원자력 발전소 정원 곳곳에 자리 깔고 앉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풍경에서 오월의 향기가 묻어난다. 시끄러운 세상이 무색해진다.

주말 아침 포항종합운동장 호돌이 탑 앞은 늘 부산스럽다. 산악회, 결혼식 참석 및 각종 모임의 행사 참여를 위한 대형버스들이 차창 앞 유리에 해당 단체 이름을 붙여두고 비좁도록 얼기설기 주차해 있다. 들뜬 마음으로 새벽을 설친 사람들은 타야 할 버스를 찾아 분주히 오간다. 6·3 선거를 앞두고 띠 두른 사람들까지 부산스레 오가니 그야말로 새벽 죽도시장만큼이나 생기 넘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같은 버스에 오른다. 나이, 직업, 사는 곳이 다른 사람들. 서먹서먹하다. 공통분모는 관광버스 차창에 붙어 있는 ‘방송대’라는 세 글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공식 줄임말이다. 동문회 임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꿀 같은 아침을 삼사해상공원에서 함께 나눈 후 달리는 버스에서 통성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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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포항시총동문회 회원들이 울진 역사·문화 탐방 행사 중 성류굴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가장 오랜 동문은 81학번이다. 우연히 동문 행사 소식을 접하고 전주에서 여행하듯 부인과 함께 전날 포항 와서 하룻밤 묵었다는 그는 추억을 찾아 먼 거리 마다하지 않고 왔노라 인사말 끝에 눈시울을 붉힌다. 포항에 있다는 같은 학번의 두 분까지, 그 시절 포항제철을 다니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노라 이구동성으로 말하던 세 분이 총 동문 행사에서 오랜만에 뭉친 듯하다. 마이크가 넘겨지며 저마다의 추억으로 인사말이 이어진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삶의 여유를 즐기고자 방송대를 찾지만 80년대 당시는 ‘인생을 바꾼 대학’이었다. 출석 수업도 많아 휴가를 모두 사용하고도 모자랐다 하니 졸업을 위해서는 특별한 각오와 뚝심이 필요했을 터이다. 00학번 선배는 또 말한다. 당시 포항시 학습관은 포항종합제철 협력회관 지하였고 지금 흥해 학습관을 얻기 위해 학우들이 학교와 무던히도 싸웠노라고. 시차를 둔 40여 년의 추억담이 오가니 격동기를 함께한 방송대의 변천사가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친다. 술을 하든 못하든, 선배든 후배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건배 제의를 받아들이며 저마다의 건배사에 힘을 싣는다. 어느새 격이 없어진 망년지우(忘年之友)들의 수다는 짧은 하루해가 그저 아쉽다.

등기산 스카이워크의 아찔한 경험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며 후포 바다를 마주한 쉼터에 둘러앉는다. 힘들었지만 희망을 꿈꿨던 그때가 그리운 오월의 향기를 품은 사람들과 바닷바람 마시며 지난 세월을 함께 추억한다. 열심히 살아온 그들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40여 년의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총동문회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활기를 되찾기까지 많은 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현재 방송대 포항총동문회를 이끄는 오낙률 회장은 ‘포항 12경’외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고 국악인으로도 활동하며 선후배 간의 원활한 소통과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인생길에서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든든함이 아닐까?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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