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인협회 주관의 제16회 청소년 문화경연대회 백일장이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경주예술의전당 분수대 옆 잔디밭에서 열렸다. 전국 초·중·고 학생이 참여해 운문과 산문 분야로 나눠 글짓기 솜씨를 뽐냈다. 화창한 날씨에 봄바람도 솔솔 분위기를 보태 백일장 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운문 부문 - 초등부(비눗방울, 어버이날), 중등부(줄, 낙화), 고등부(초원, 심장), 산문 부문 초등부(우리 집, 벚꽃길), 중등부(축제, 화마), 고등부(나의 꿈, 고목). 시제가 발표되고 원고지를 받아 든 참가자들이 벤치와 나무 그늘로 찾아 들어갔다. 낮 12시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각자의 이야기를 가득 채운 원고지를 들고 학생들이 본부석으로 모여들었다. 글씨를 너무 흘려 쓴 남학생에게 이러면 심사하는 분들이 보기가 힘들어 감점될지 모른다니, 새 원고지를 달라고 하더니 좀 더 정성들여 고쳐 적어서 가져왔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마무리가 덜 되었는지 5분만 더 달라며 바로 코앞에서 의자에 놓고 적기도 했다. 얼마나 긴장되고 떨렸으면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고 이마에 땀이 흘렀다. 이게 백일장의 현장감이다.
참가자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출한 뒤 받은 간식을 가족과 두런두런 나누고, 이제 심사자의 시간이다. 2시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아껴 읽으며, 심사위원들이 원고지를 돌아가며 읽고 점수를 매겼다. 원고지 위에는 심사위원 수만큼의 점수가 쓰였다. 그중에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장원, 우수, 가작 순으로 가려냈다. 대상은 고등부에서 나왔다. 뽑힌 작품이 표절인지 검색하고 2시 30분까지 시상식에 참여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백일장은 현장에 와서 시제를 받고 짧은 시간에 솜씨를 겨루는 대회이다. 그런데 대상 받을 학생이 경주에서 서너 시간 거리의 도시에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 오지 않고 전화로 세제를 받아 적어서 대필로 냈거나, 본인이 쓴 것이 아닐 수 있는 상황이다. 한참의 의논 끝에 다른 참가자에게 대상이 돌아갔다.
대상은 경주고 학생이 받았다. 상을 받고 자신이 쓴 작품을 많은 사람 앞에서 낭독했다. ‘심장’. “아버지가 그토록 믿던/일자리를 잃던 날/아버지의 심장에/작은 금이 갔다//아버지는 금을 웃음으로 가리고/우리 앞에선 듬직한 가장의 /강인한 심장을 보이셨다//분명 난 괜찮으면서/슬퍼도 멈추는 눈물과 달리/항상 흐르는 붉은 눈물처럼/아버지는 웃으셨다//그러던 어느 날 새벽/나는 곤히 잠들고/심장마저 편안하게 잤다/아버지의 심장에 난 금도/모르고 그렇게 편하게// 문틈 사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 나는 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눈물보다 맑은 술/들며 울고 계셨다// 아버지의 심장이/ 그 작던 금에 술을 붓자/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그 강인하고 멀쩡했던/그 심장이 한 순간에//내 심장에도 금이 가는 소리/적날하게 울려 퍼졌다//모른 체 했던 심장이/그 심장이 한 순간에. ”시를 들은 관객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이 시와 유사한 작품이 있는지 창의적인지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이 시 구절은 인터넷이나 기존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검색 결과로는 이 시와 정확히 일치하거나 유사한 작품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이 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거나, 개인적으로 창작된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이 시는 아버지의 감정과 가족 간의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특히 아버지의 내면의 아픔과 그로 인한 가족의 감정 변화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독창적이며 감동적이라는 답을 얻었다.
대상에게는 상장과 상패가, 부상으로 문화상품권 30만 원도 함께 주어졌다. 상을 받은 학생들과 학부모와 심사위원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행사는 끝을 맺었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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