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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독립운동가 넋 서린 봉화 바래미 마을

봉화군청에서 영주시로 나가는 도로변 우측엔 기와지붕을 눌러쓴 고택들이 준엄하면서도 어진 선비의 모습으로 앉아있다. 마을 앞 내성천 물보다 낮은 곳에 마을이 있다고 ‘바다 밑’이라는 뜻의 바래미라 부르는 의성 김씨 집성촌이다.시간이 멈춰버린 기와집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찾는 이의 몸가짐을 경건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헌납하고 목숨 바쳐 독립을 외쳤던 마을. 우국지사들이 살았던 이곳 바래미마을 전체가 독립운동가들의 고택으로 묵묵히 역사의 무게를 깔고 앉았다.대를 이어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3대에 걸쳐 36년 옥살이를 한 사람들.‘파리장서’ 초안을 작성한 영남 유림의 요람이 바로 바래미마을이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바래미마을 100여 가구 주민들이 만회고택 명월루에 모여 항일운동을 시작한다.3·1운동이 일어나던 해인 1919년 이 마을 출신 심산 김창숙 선생이 바래미마을을 찾아오고 파리만국평화회의에 보낼 독립청원서(파리장서) 초안이 만회고택 명월루와 혜관구택 사랑채에서 작성됐다. 독립청원서 서명에 앞장선 사실이 발각돼 바래미마을 김건영, 김순영 등 원로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은 게 ‘제1차 유림단 사건’이다. 이 사건은 3·1운동과 쌍벽을 이룬 중요한 독립운동으로 평가받는다.제1차 유림단 사건 이후 상해로 갔던 김창숙이 6년 뒤 귀국, 바래미마을에 들어와 독립운동 자금을 거둬 전달한 것도 발각돼 모금에 앞장선 김홍기, 김창근 등 8명이 옥살이를 했다. 이것이 ‘2차 유림단 사건’. 이후에도 항일단체인 독서회를 조직해 김중문, 김덕기 등 5명은 구속돼 3대째 수난을 겪었다.이런 사실을 증명하듯 바래미마을에서는 12명이 독립운동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바래미마을은 300년 전통의 선비 마을답게 옛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개암종택, 팔오헌종택, 학록서당, 추원사, 단사정, 명월루 등이 그 옛날 반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 이중 대표적인 마을 안쪽 만회고택은 순조 30년(1830) 과거에 급제해 승정원 우부승지를 지낸 만회 김건수의 고택이다.1910년 한일 강제병합으로 나라를 잃은 민족은 좌절감에 빠졌지만, 곧 다시 일어나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한국의 독립을 호소하는 파리장서를 숙의하고 초안을 작성한 바래미마을은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독립청원서에 서명한 봉화 출신 9명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세웠고, 국가 보훈처는 봉화군에 있는 한국유림파리장서비를 현충 시설로 지정했다.가족과 가문의 안위를 뒤로 하고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몸과 재산을 바쳐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호국정신을 계승해야 하는 게 우리의 책무일 것이다. 옛이야기들이 들릴 듯 시간이 멈춰버린 고택 너머로 흐르는 내성천 물줄기엔 바래미마을의 독립정신이 녹아 흐르고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4-02-20

웃지기를 굽던 시절을 추억하며

시댁으로 시집와 첫 제삿날, 떡을 사지 않고 만들어서 제사 지내는 경험을 했다. 그것도 한 가지 떡이 아니라 찰떡, 절편, 추석이면 송편까지 빚었다. 찰떡도 고물을 색색으로 만들어야 했다. 검은깨와 흰깨는 거져먹기였고 흰 팥이나 카스텔라를 체 쳐서 만드는 게 손이 많이 갔다. 상에 올릴 때는 절편을 맨 아래 두 켜 포갠다. 그 위에 검은깨찰떡, 흰깨찰떡 순서로 올리고 카스텔라 고물을 묻힌 찰떡을 올린다. 찰떡 속에는 붉은팥을 으깨 넣어 완성했다.높게 쌓은 떡 위에 웃지기를 올려 완성한다. 떡을 보기 좋게 높이 쌓는 일은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머님이 척척 해내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설 추석 기제사 합쳐 여덟아홉 번씩 하시며 몸에, 손에 밴 덕분일 것이다. 갓 시집온 새색시가 쌓다가 제사가 끝나기도 전 상에 올리다 무너뜨리는 실수를 하고 말 일이다.첫 제사에 전을 한나절 내내 굽고 나니 어머님이 하얀 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체에 내려 익반죽한 덩어리를 주시며 웃지기를 구우라고 했다. 웃지기라구요? 그게, 뭐에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당최 모를 일이었다. 부엌에서 생선을 손질해 볏짚을 깔고 찜솥에 찌려던 어머님이 손을 깨끗이 씻어 생선 냄새를 없앤 후 나오셔서 시범을 보였다.반죽을 떼서 둥글려서 직경 5cm, 두께 1~2cm 정도로 둥글납작하게 빚는다. 전기 프라이팬 불을 약하게 한 후에 동그란 반죽을 올려 손으로 살살 눌러 동그랗게 편다. 반죽이 마르기 전에 미리 돌려 깎아 놓은 대추를 눌러 꽃잎을, 잔 파로 줄기와 잎을 완성한다. 그러고 뒤집어서 앞면을 구워 완성한다. 다 익은 것은 넓은 쟁반에 펴서 서서히 식힌다. 식히는 사이사이 한 번씩 떡을 떼었다 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찰기로 인해 떡이 쟁반에 척 달라붙어 떼어내려다 둥근 모양이 늘어나거나 찢어지고 만다. 여러 번 손이 가야 완성되는 음식이다. 더 고운 웃지기를 만들려면 가루를 4등분하고 분홍, 노랑, 초록 각각의 색을 넣고 쑥갓잎과 대추를 붙이고, 설탕 시럽이나 꿀을 바르기도 한다.포항 장기에서는 웃지기라고 하는 것을 떡 사전에는 웃기라고 나온다. 웃기떡은 그릇에 떡을 담거나 괴고 그 위에 모양을 내려고 얹어 장식하는 떡으로 주악, 화전, 부꾸미, 우찌지, 단자, 산병, 색절편 등 여러 가지가 쓰인다고 한다. 웃기떡 용도로 별도로 만드는 같은 이름의 떡도 있다. 흰 떡에 물을 들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떡으로, 다른 말로 색떡이라고도 한다. 주로 장식용으로 쓰인다. 색떡이라는 이름답게 여러 가지 색을 내는 재료로 물을 들인다. 깨, 꿀, 계피가루를 섞어 깨소를 만들고, 대추는 돌려깎기하여 다진 다음 꿀과 계피가루를 넣어 대추소를 만들고, 반죽에 소를 넣고 조약돌 크기 정도로 빚어 100℃의 기름에 지져낸 다음 설탕 시럽이나 꿀을 바른다.우찌지는 만드는 방법이 좀 다르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빚은 반죽을 넣어 한 면이 다 익으면 뒤집어서 준비한 소를 중앙에 놓고, 반을 접어 고명을 얹고 꿀이나 설탕 시럽을 바른다. 모양과 색이 화려하고 고우므로 주로 편의 웃기떡으로 많이 쓰였다. 또한 혼례 때나 사돈댁에 이바지 음식으로 보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풍속은 특히 집안 여인네들의 입막음용으로 시댁 식구들과 친척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잘 유지되길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찌지, 우찍이라고도 불리며 우찍은 별[성진(星辰)]을 나타낸다고 한다.명절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줄이느라 웃지기도 없앴다. 이대로 사라질까 두려워 기록으로라도 남긴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2-20

아이와 함께 스케이트 타볼까요

겨울이 되면 울진 왕피천 공원 내에 있는 빙상장 ‘아름관’이 개장한다. 올해는 지난달 13일을 시작으로 3월 11일까지 운영된다. 평일에는 정빙시간 30분을 포함해 2시간 간격으로 4회 운영이 되고, 주말에는 5회 운영이 된다. 스케이트와 썰매의 입장료가 2000원, 대여료가 1000원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군민인 경우는 입장료가 50% 할인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작년에는 아이가 어려 썰매를 이용했다. 아이가 썰매를 직접 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끈을 잡고 끌어줘야 하는 것이라 30분 이내에 체력이 바닥났던 기억이 있다.올해는 썰매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아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도구도 준비돼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스케이트의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무작정 스케이트화를 신겼다. 스케이트화는 170mm부터 300mm까지 있고, 8세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나도 스케이트를 타본 지 12년이 지나서 설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신어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보조기구를 대여하고 있었다.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생전 처음 얼음판에 설 아이를 어떻게 잡아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보조기구가 유용하게 쓰였다. 대여료는 2000원으로 사용 후 반납하면 1000원 환불해준다.처음에는 보조기구를 밀지 못해 제자리에서 발걸음을 동동거렸지만, 스스로 미는 방법을 터득한 탓인지 조금씩 나아간다. 미끄러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스케이트를 타고 앞으로 나가고자 도전하는 마음이 아이의 얼굴에 비쳐지니 대견했다. 아름관을 여러 번 방문하였지만, 점심 먹고 오후 2시에 시작하는 3회차에 사람이 가장 많은 듯 했다. 겨울 방학이라 친구들과 같이 방문한 학생들이 많이 보였고, 자녀와 함께한 부모님, 연인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신나하고 있었다.부모님 중 아버지가 대부분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고, 어머니는 밖에서 사진을 찍으며 스케이트를 즐기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중심을 잃어 뒤로 넘어질 때면 엉덩이가 깨질 듯 아프다. 오히려 안 넘어지려고 휘청거리다가 앞쪽으로 넘어졌다. 무릎을 얼음 바닥에 찧었는데 고통이 머리까지 전해졌다. 부끄러운 것보다 아픈 것이 먼저일 정도였다. 다음 날 보니 멍이 시퍼렇게 들어 며칠을 고생했다. 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가 쉬어가는 시간도 줄어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졌다. 보조기구를 빼고 탈 수 있는 그날을 상상하며 폐장 때까지 남은 기간에도 부지런히 이용해보려 한다./사공은 시민기자

2024-02-20

새로운 경찰 조직 개편 현장 대응력 문제 없나

올해부터 경찰청에서 범죄예방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이에 조직 개편과 함께 늘어나는 112신고와 범죄에 대해서 시민 안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현장 대응력에서도 문제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운영으로 치안 강화에 나서는 새로운 조직 개편에 대구와 경북은 중요범죄에 대해 전문 수사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먼저 대구경찰청은 시민 중심의 치안력을 강화하기 위해 광역수사대를 반부패경제법죄수사대와 형사기동대로 분리하고 사이버범죄수사대와 안보수사대의 인력도 충원하기로 했다. 경북경찰청은 기동순찰대, 광역정보계 운영 또 형사기동대와 중요경제범죄 전문수사팀을 신설해 수사와 범죄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포항에서 제4기동대 창설로 다중밀집 안전관리와 교통, 범죄예방을 포함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치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의 112신고 건수는 100만6천199건으로 2022년 87만5천788건보다 14.9%(13만411건)가 증가했다. 교제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범죄는 물론 교통사고 등 전체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재해재난 신고와 이상동기 범죄, 보이스 피싱, 늘어나는 1인 가구는 물론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마약류도 200%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갈수록 증가하는 흉악 범죄로 인해 당연히 치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직 개편으로 인해 동네 가까이서 주민들을 지키며 범죄예방 역할을 한 ‘치안센터’는 대부분 없어져 주민들의 치안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대구 시민 전 모(36) 씨는 “예산과 경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작년 12월에 200여 곳 넘게 치안센터가 없어졌다. 대구도 앞으로 얼마나 더 없어질지 모르겠다. 그동안 내 가까운 곳에 치안센터가 있어 안심되었는데 이제는 늦은 밤길이 아니라도 괜히 불안해질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치안 불안감을 높이는 조직 개편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경북에서도 치안센터가 농촌 지역에 몰려 있는 가운데 폐지 소식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여기에 대해 포항의 한 농촌 주민(56)은 “농촌은 안 그래도 고령인구가 많다. 대부분 연세가 높아 수확철 농작물 피해라던가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도 취약하다. 치안 공백이 생기는 건 불을 보듯 당연해 보이는데 이런 곳에 치안센터가 폐지된다면 말이 안 된다. 보류가 아니라 폐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시행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자치경찰제도도 경북도민이 전체적으로 만족도를 보이고 있지만 자치경찰 도민체감 인지도 조사(2023년)에 따르면 39.1%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인지도가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 치안 문제 발굴과 맞춤형 시책 개발, 예산 확보도 아직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운 조직 개편에는 현장에서의 주민들의 의견 청취는 물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문제로 맞춤형 치안 수요가 필요하다.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하지만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에서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 부담에 불만이 나오는데 이번 조직 개편도 신규 인력이 아닌 인력 재배치로 치안 수요가 얼마나 충족될지 의문이다. 분명한 건 늘어나고 있는 112신고나 현장에서 범죄 대응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2-20

정부 보조로 시골 경로당 넉넉한 건 좋은데…

공기청정기 옆에 앉은 포동댁 모습이 정겹다. 거친 손마디가 만만찮은 삶을 대변한다. 잘 사니 못 사니 해도 풍요로운 세월임이 분명하다. 경로회관 운용 품새를 봐도 체감할 수 있다. 청소 당번을 지정하여 나라에서 봉급을 준다. 당번제가 시행되기 전에도 자율적으로 청소하며 멀쩡하게 살았다. 경상도 말마따나 포시랍기도 하지 그래, 우리 마을 경로회관 청소일진대 돈 받고 하는 법이 어디 있나. 흔전만전 나라 정책을 성토하는 어르신도 있다.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온 촌노들 정서엔 맞지 않은 처사다. 무슨 명목을 달든지 주고 싶어 안달 난 듯싶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러긴 하지만 우리 마을 입장으로선 고마운 제도이기도 하다.혜택을 보는 포동댁이 있어서다. 이웃 마을 포동(의성군 안평면 창길리 산144)에서 시집온 분으로 외가 쪽 인척이라 사형 간이다. 바지런한 천성이라 팔십 연세에 읍내 병원 청소부로 특채된 전력을 가졌다. 그 병원 부도나서 문 닫고 보니 수입이 똑 끊겼다. 성치 않은 몸을 추스르면서까지 신명을 다한 직장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홀로된 포동댁에게 눈에 밟히는 건 역시 자식뿐이다. 대구 사는 아들이 목욕탕을 차려 먹고 사는데 근근이 지탱한단다. 코로나 여파로 단골들이 목욕비조차 아끼는 터라 채산이 맞지 않는가 보다. 목욕 좀 자주 하고 사시라 시민들 등 떠밀 수도 없는 노릇이니 딱하다.때는 한겨울 농한기라 들일마저 없으니 땡전 한 푼 도와주지 못하여 가슴 쓰린 모습이 역력하다. 이러한 때 한 달 27만 원은 적으나마 요긴한 돈이다. 창문틀 묵은 먼지 싹싹 훑어 깔끔하고 현관 깔판 제때 털어 말끔하다. 그뿐이랴, 경로회관 밥과 반찬도 도맡다시피 한다. 약방에 감초 같은 포동댁이 아닐 수 없다. 돌아가며 당번을 맡아야 마땅하지만, 포동댁에게 우선권을 주는 까닭이다.나랏돈이 썩 좋기만 할까, 예산 집행이 헤픈 측면도 있다. 콧구멍만 한 경로회관 방에 공기청정기 두 대는 지나치다. 코웨이 듀얼 파워 AP-1515D와 웰리스 WADU-02가 그것이다. 코웨이는 멀쩡한데 웰리스가 치고 들어온 거다. 코웨이는 초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웰리스는 유해세균을 제거한다고 하는데 그게 그거다. 경로회관을 순회하며 웰리스 돌보는 직원 말로는 장비별로 맡은 바 임무가 다르다는데 빈말 같다. 코웨이나 웰리스는"고가" 다.경로회관 살림살이는 어지간한 가정집보다 그들먹하다. CCTV를 달아야 안심이 될 정도다. 시골 노인네 옹색한 살림에 비하면 호텔급인데, 나라에서 무상으로 갖춰주니 고맙긴 하다. 그러함에도 보는 이마다 혀를 끌끌 차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공기청정기다. 눈먼 나랏돈이라 잡아채는 게 임자라지만 더블 집행이자 과소비만 같아서다. 가정집이라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백 곳 경로회관에 일괄 보급되었을 테니 쓰인 돈도 가당찮을 거다. 포동댁 청소비야 감사하나, 공기청정기는 아무래도 헛돈 썼지 싶다. /김상영 시민기자

2024-02-15

인터넷에 게시된 시 오류 많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거의 모든 자료를 인터넷에서 얻는다.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누구나 터치 한 번으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가속되었다.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일반인도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런 편리함 뒤에는 간과 못할 문제점이 있다. 특히 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시집을 사지 않는다. 대형서점의 시집 코너는 거의 사라졌다. 시집은 이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시인들이 사서 읽는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검색에 의존한다. 그렇지만 한 편의 시를 검색했을 때 제대로 올려진 원본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각종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시들을 보면 게시한 사람 마음대로 연을 나누고 행도 나눠져 있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란 연과 행이 굉장히 중요한 장르이다. 시인은 연과 행을 나눌 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다. 압축된 언어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시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중요하다. 행갈이도 고도의 의도를 가지고 한다. 문장에 어울리는 한 글자를 찾기 위해 몇 달을 고민하기도 한다. 문장부호 하나에까지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려진 시들은 이런 시인의 노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읽기 편한 대로 보기 좋은 대로 시를 올린다. 그것이 얼마나 시인에게 결례가 되는 일인지 인식조차 못한다.시낭송을 하기 위해 시 원본을 찾을 때면 더욱 심란하다. 시낭송이란 시인이 문자로 쓴 시를 소리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와 감정으로 낭송을 했다고 해도 원본 자체가 틀린 것이라면 그 시낭송은 제대로 된 시낭송이 아니다. 시를 쓴 시인의 이름마저 잘못 전파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 시낭송이 대중에게 크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은 더욱 인터넷 정보가 올바른 것인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번 잘못 전달되면 다른 사람이 그걸 그대로 습득하여 일파만파로 잘못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시를 게시하는 사람은 자신이 올리는 원본이 정확한 것인지 반드시 점검하고 올려야 한다.모든 것을 쉽게 검색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시대이지만 시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읽기를 바라본다. 시집 구입이 용이하지 않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리 시가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고 해도 그건 감상의 영역이지 시 원본을 훼손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독자들이 누군가가 마음대로 바꾸어버린 불구의 시가 아닌 시집 안에 살아있는 진짜 시를 만나기를 바라본다./엄다경 시민기자

2024-02-15

한민족 고유 설날, 얼마나 아시나요?

갑진년 새해가 밝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은 지 한 달 열흘이 지나 또 다른 새해 ‘설날’을 맞이했다. 설날은 시헌력(時憲歷)에 따라 음력 1월 1일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친척과 이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답례로 세뱃돈과 덕담을 듣는 한민족 고유의 풍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명절 문화가 많이 바뀌어 가족들과 간소하게 설 명절을 보내며 연휴동안 여행을 계획하는가 하면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설날은 역사 속에서도 적잖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한민족 고유명절로 자리매김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설날’은 해(年)의 한 간지가 끝나고 새 간지가 시작되는 날로 ‘설다’ ‘낯설다’ ‘익숙하지 못하다’‘삼가다’등의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하는데, 서라벌이 ‘서울’로 바뀌었듯 새로운 날이라는 의미로 ‘새라날’‘새로 날’‘서라날’이라고 불리다가 ‘설날’이 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설음식을 ‘세찬(歲饌)’, 술은 세주(歲酒)라고 하며 대표적인 음식은 떡국이다. 차례 상과 손님 대접에 반드시 차린다는 떡국은 흰쌀을 빻아 만든 흰떡으로 새해 첫날의 밝음을 뜻하고 떡국 떡을 둥글게 하는 것은 둥근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태양 숭배 사상에서 유래된 것이라 보고 있다.농경국가에서 세시풍속(歲時風俗)은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의례가 주를 이루며 만월은 풍요를 상징한다. 그래서 설 명절은 음력 1월 1일 하루에 그치지 않고 15일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농한기인 정월 대보름은 한해가 시작되는 신성한 기간으로 인간의 기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고, 8월 보름은 한해 농사 결실의 수확을 앞둔 추석 명절로서 두 만월은 농경국가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연중 가장 큰 명절이 된다.근대국가에 들어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 두 번의 설을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 풍습이 생겨난다. 명성왕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이 일어나던 해 고종까지 감금된 상태에서 백성의 편의보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막강한 제국주의의 영향력 속에서 1895년 11월 17일에 태양력이 수용되어 1896년 1월 1일부터 양력이 시행된다. 일제강점기에는 양력설을 신정(新正)으로 지정하며 음력설은 구습이란 의미로 구정(舊正)이라 칭한다. 구정은 설날을 폄하해 지칭한 것으로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설날과 같은 세시명절을 억압해 설날이 다가오면 떡 방앗간을 폐쇄하고 때때옷 입고 나오는 어린이들 옷에 먹칠을 하는 등 구차스럽게 괴롭히며 일인의 방식대로 양력과세를 강요했다.그렇게 시작된 양력과세는 광복 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우리 전통 명절인 설날까지 되살아나면서 이중과세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국가에서는 산업화시대에 무역통상관계를 들어 세계화에 발맞춰 양력과세를 권장했으며 이중과세의 낭비성을 들어 음력설을 금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음력설을 버릴 수 없었고,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되며 1일간 국가적인 공휴일이 되었다가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마침내 ‘설날’이 공식적으로 복원되며 3일간 공휴일로 지정된다. 3일 연휴였던 신정은 2일로 했다가 1999년 1월 1일부터 하루 휴일로 축소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새해를 두 번 맞는 나라가 되었다.7~80년 만에 힘겹게 되살아난 설날이지만 외려 명절 증후군과 함께 다양한 세시풍속은 사라지고 있다. “과세 안녕히 하셨습니까?”“과세 편안히 하셨습니까?”라는 설날의 전통 인사말도 잊혀졌다. 500년 전 퇴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제례 문화도 시류(時流)를 따르라”./박귀상 시민기자

2024-02-15

설 연휴 고생한 아내 스트레스 풀어준 ‘전화 두통’

민족 최대 명절 설을 보내느라 고생한 아내가 전화로 좀 솔직해지라는 잔소리를 한다. 전화기로 잔소리 잘하는 선수가 아내이다. 설 명절 오랜만에 모이는 일가친척들 앞에서 부리는 나의 허세 때문이다. 그런 나를 용서 받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경주로 소풍을 나선다. 보문호 근방에서 식사 후 호수 물결이 바로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하고 호수 둘레길을 함께 걸었다. 둘레길을 걷는 데 전화가 온다. 확인하니 경주에 사시는 지인의 전화다. 내가 경주에 온 것을 아는듯해서 고맙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라는 주제로 미술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표가 있으니 같이 가자는 전화다. 대면할 수 없는 사람과의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한 휴대전화가 고맙다. 아내나 나 나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서양 미술사 대강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이른바 여자들의 명절 증후군 해소와 다소 틀어진 아내 심사를 원만케 해주는 기회여서 좋았다.요즘 들어 걸려 오는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관람 중인데도 진동으로 둔 전화기가 주머니 속에서 혼자 드르륵드르륵 울고 있다. 짜증이 일어나지만, 모른 체 한다. 주인의 짜증을 알 턱이 없는 전화기는 끝까지 울다가 제풀에 지쳐 만다. 모르는 번호이지만 받아보면 거짓말 잘하는 사람처럼 자기 할 말만 빠르게 하고 끊는 뒤끝을 허심하게 만드는 전화다. 관람 중에도 3통이나 들어와 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의 문자이거나 전화다.그래도 제때 못 받은 것을 미안해해 본 적도 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선량(選良)을 자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개가 녹음된 음성의 일방적 발언이거나 문자들이기는 하나 그런 일방 소통을 그렇게 나쁘게만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의 그런 일방적인 소통이라도 들어야 하는 현실이니까 말이다.그래도 생각해 보면 선량이라 함은 모름지기 자신이 내세우는 정책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적인 면과 도덕적인 소양이 검증되고 주위로부터 인정받았느냐가 더 중요해야 한다고 보는데 일면식도 없이 느닷없는 전화는 앞서 생각한 것을 무색게 하여 슬프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국민 편익을 위한 입법과 살림을 맡아야 하므로 지지를 부탁하는 몰염치는 또 무엇인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공동선을 위한 금전의 유혹에 당당하고 결백할 것인지, 자기보다 센 권력 앞에 비굴해지지 않을 용기는 있는지, 사욕에 변질하지 않을 의지가 있는 선량인지, 그런 분을 기다리며 찾아야 하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 곧 있을 선거에 앞서 멀리 로마 시대의 얘기를 좀 해보자. 그들은 선출직 공직 입후보자들을 라틴어로 칸디다투스(candidatus)라 불렀다고 한다. 그 어원을 따라 요즘도 선출할 입후보자를 캔디디트(candidate)라 부르고 있다. 이 말의 근원은 고대 로마 시대의 공직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의 복장이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의 겉옷(toga)을 입었기 때문이란다. 그 흰색의 의미가 깨끗함과 솔직함과의 궤를 같이하기에 오늘의 우리 선거에도 그런 깨끗하고 솔직한 후보가 나오기를 바라며 선거 홍보 내지 지지 부탁 전화에 대해 유감이 있다.선거철이 되면 홍수처럼 걸려 오는 문자나 전화는 일상생활에서 이미 공해 수준이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아 나에게 연락이 올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견뎌 받아낸다. 왜, 우리는 선량을 뽑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선량이 되겠다고 자처하시는 분들께 바란다. 우리 유권자의 전화번호를 이러 이러한 경로로 얻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일언반구의 예의라도 갖추고 난 후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뜻을 전하는 솔직한 후보를 기다린다. 그런 그에게 나의 한 표를 보내고 싶다./박효조 시민기자

2024-02-15

영덕 ‘창포말 등대’ 역사와 기원을 찾아서

창포말 등대로 향했다. 포항에서 출발해 7번 국도를 달리다 화진해수욕장을 지나자 블루로드 표지판이 보였다. 대게공원을 시작으로 포항시가 아니라 영덕군에 접어들었다는 표시다. 시내버스 색깔부터 다르다. 버스 뒤에 우리가 가려는 창포말 등대가 크게 그려져 있다. 강구에서 7번 국도에서 내린다. 그래야 대게 형상을 크게 걸어둔 다리를 건너 블루로드를 따라 달릴 수 있다. 그곳부터 대게를 파는 가게가 줄을 이었다. 대게 삶는 수증기가 하얗게 길까지 마중 나온 거리를 벗어나자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바로 옆에 따라붙는다. 오늘따라 일렁이는 높은 파도에 마음까지 쓸려갔다 밀려와서 달리는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저 멀리 창포리의 해안절벽 위에 등대가 나타났다. 영덕의 특산품인 대게의 집게발이 하얀 등대를 감싸 안고 지켜주는 모습이다. 항로표지 기능과 전망대의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등탑 자체는 흰색인데 대게 조형물은 청동빛이며, 등롱은 동해의 일출을 따라 해 붉은색이다. 밤이면 붉은 조명을 등대 쪽으로 비추어 낮에는 푸르스름하게 보이던 집게발이 붉게 빛난다. 참으로 멋진 발상이다.등대 이름 창포말의 유래는 위치한 마을에서 따왔다. 풍력 발전단지 헬기장을 벗어나면 오른쪽 낮은 곳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타나는데 바로 창포리다. 갯가에 유난히 붓꽃이 많이 피어 ‘붓개’ 혹은 ‘창포’라고 했다고 한다. 창포말 등대는 1984년 6월에 영덕읍 창포리 끝단인 ‘창포말(菖蒲末)’에 세워진 등대로, 42km 떨어진 바다에 6초에 한 번씩 불빛을 비추며 동해안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지킨다.처음에는 보통 등대와 같이 원통형의 흰색 콘크리트 등대였으나, 2006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조형 등대 현상 공모전’에서 통영 도남항의 연필등대,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고래 입표와 함께 당선되어 독특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이한 등대로 기장의 젖병 등대, 야구등대도 있어 등대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도 늘었다.등대가 선 곳이 해맞이공원이다. 전국 제일의 청정해역과 울창한 해송림으로 둘러싸여 있던 창포리 동해안 일대가 1997년 2월 대형 산불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다 4년간의 노력으로 수려한 해안 절경과 무인 등대를 활용한 공원을 조성하였다. 산불 피해목으로 침목 계단을 만들어 산책로를 조성하였으며, 사진 촬영과 시원한 조망을 위한 전망 데크와 휴식 공간을 위해 파고라를 만들었고, 어류조각품 18종을 실시간 방송되는 음악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야생화와 향토수종으로 자연학습장을 조성하였는데, 수선화·해국·벌개미취 등 야생화 15종 30만 본, 해당화·동백·모감주나무 등 향토수종 8종 7만 본을 심었다.64km 청정해역이 펼쳐지는 도로변에 자리해 주차가 편하며 푸른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1월 1일에는 물론 평일에도 여유로운 휴식을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가에 대게 루미나리에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을 일러 빛의 거리라고 한다. 일출 명소인 이곳이 노을 또한 아름답다. 저물녘 찾아가 밤이 찾아오면, 등대의 색깔이 수시로 바뀌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만드는 풍경이 눈부시다.블루로드 A 코스 ‘빛과 바람의 길’이 여기서 끝나고 B 코스 ‘푸른 대게의 길’이 시작된다. 부산에서 울산, 포항을 거쳐 영덕을 지나 울진, 강릉으로 향하는 ‘해파랑길’ 중 영덕 구간인 블루로드 반을 지나온 것이다. 영덕을 찾는 이라면 반드시 들러 명소가 된 창포말 등대, 동해 여행을 이곳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2-13

주민들이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

지방의회의원들의 의정 활동비 인상으로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이유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지방의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전문성은 물론 부패와 도덕성 부족 등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의정 활동비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북은 물론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마다 세수도 줄어들고 있어 의정비 인상에 부정적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는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었으나 법 개정으로 인해 현재는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과 의정 자료 수집과 연구를 보조하는 의정 활동비 2개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의정 활동비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광역의회 의원은 기존 15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 기초의회 의원은 11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경북지역의 경우는 상주와 성주, 울진의 기초의원이 이미 150만 원 인상을 확정했다. 나머지 지역은 공청회와 여론조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본 여러 시민단체에서도 “인구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지자체마다 세수 부족을 겪으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정 활동비 인상이 가능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방의회들마다 앞다퉈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며 비난했다.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던 지방자치는 지방의원들의 시·도민 봉사가 그 원점이었다. 지방의원들이 하는 일을 보면 생활밀착형으로 ‘우리 지역’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들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정책으로 수립하며 반영하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하지만 현재는 인사권 독립 등 슬금슬금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급여를 보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평균 광역의회 의원은 5천700여만 원, 기초의회 의원은 3천900여만 원 가량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자영업이나 전문직 등의 겸직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일탈과 자질 논란은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경북 포항의 경우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92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북 안동과 함께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이는 경북도의회가 청렴도 1등급을 받은 것과도 비교가 된다. 포항시의원들은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채용하는 등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질적으로 변화하지는 못했다는 의미이다. 공무원들 또한 사적 이익이나 부당 개입,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등 의원들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이에 대해 시민 이 모씨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시의원들의 비위행위는 늘 있었다. 시의원은 선거 운동 때나 얼굴 보이지 당선되고 나면 대부분 나 몰라라 한다. 어느 때는 시의원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많다. 포항이 청렴도 꼴찌라니 창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 활동비를 인상한다면 시민 누구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 박 모 씨는 “의원들이 자신에게 관대하고 행정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 의정 활동비 인상보다 더 우선이고 중요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4-02-13

어릴적 설날 가래떡 뽑으러 다녔던 기억, 이젠 추억으로

청명한 날씨의 설 명절이 지났다. 설날 아침 대부분의 가정에는 떡국이 밥상에 오른다. 떡국은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요즘은 간편하게 마트에서 떡국을 구입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전날 물에 불린 쌀을 소쿠리에 걸러 대야에 담아 방앗간에 가는 수고로움을 더해 직접 가래떡을 뽑곤 했다. 어머니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일명 ‘다라이’라 불렸던 무거운 대야를 들고 방앗간으로 향했다.지금도 방앗간에서 직접 가래떡을 뽑기도 하는데 쌀을 무게에 맞춰 들고 가면 된다. 우리 안동 지역은 쌀 한 되에 1.6kg이고 시공비는 7천 원을 받는다. 쌀을 맡기고 하루 뒤쯤 찾으러 가면 떡집 로고가 찍힌 종이상자에 가래떡이 완성돼 나온다. 완성된 가래떡은 굳기 전에 떼어내 소분해 냉동실에 넣거나 알맞게 굳혀 어슷썰기해 떡국으로 만든다.가래떡은 경상도 말로 ‘떡골비’라고도 부른다. 방앗간 문을 열고 “떡골비 뽑으러 왔다”고 하면 주인장은 저울에 무게를 달고 시공비를 알려주고 언제쯤 오라고 한다. 매년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라고 하는데 그날이 농업인의 날인 만큼 우리 고유의 농산물인 쌀로 만든 기다란 가래떡을 소비하는 ‘가래떡데이’로 부르자는 붐이 일기도 했다.길게 뽑은 가래떡이 긴 수명과 번영을 의미해 새해 아침 떡국을 먹는 것은 무병장수의 한 해를 기원하는 것이다. 또 엽전과 동전 모양으로 썬 떡국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희망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떡국을 먹으며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흰자와 노른자를 부친 계란지단과 김가루, 소고기 고명을 올려 완성된 떡국 한 그릇으로 떡국 제사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하고 한 해의 시작을 열었던 우리의 새해 첫날 풍경도 이제 점차 간소해질 것이다.냉동실에 넣어두고 한번씩 꺼내 구워 먹었던 가래떡처럼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도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새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4-02-13

옛 명절 극장 나들이 하던 추억 ‘새록’

명절 즈음 신문이 도착하면 텔레비전 편성표부터 찾았다. 그즈음엔 설이나 추석 특선영화들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게 꽤 설레는 일이었다. 그 중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으면 기쁨이 배가 되었다. 가위를 찾아 시간표를 조심스레 오려두고 텔레비전 옆에 보관했다. 텔레비전으로 개봉이 지난 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더 큰 즐거움은 친척들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극장에 가는 것이었다. 어린이 대상 영화 중에선 영화 포스터가 그려진 책받침을 나눠주는 행사도 있어서 다음날 학교에 자랑삼아 가져가기도 했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부터 어린이들의 마음을 벅차게 만들던 히어로물 등 대목을 맞은 극장가는 늘 붐볐다. 영화사들도 앞다퉈 개봉 전쟁을 치렀다.1980~90년대 경주엔 세 개의 영화관이 있었다. 규모가 비슷비슷했던 대왕극장과 아카데미극장, 그리고 앞선 두 영화관에 비해 작은 규모의 명보극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달라진 풍경처럼 극장들도 운명이 바뀌었다. 대왕극장은 대왕 시네마로 운영되다 현재 메가박스를 위탁 운영 중이다.노동동 원효로 110번지 2층에 위치한 건물 위쪽엔 대왕시네마 로고가 붙어있다. 2020년에 잠시 영업을 종료했다 2022년 12월 10일에 재개점했다. 1관 183석, 2관은 50석으로 컴포트관이다. 그리고 3관은 126석으로 총 3개관으로 운영 중이다. 경주 중심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보니 아이와 종종 들르는 곳이다. 아이는 품에 가득 안기는 팝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듯 하지만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조용히 영화 감상하기에 그만인 곳이다.세기말이라 세상이 꽤나 사색적이었던 시기에 그 앞은 많은 이들에게 약속장소로 이용되었다. 2000년 초중반까지 극장 1층에 자리하던 피자집과 오락실은 또 하나의 단골 장소였다. 영화 시간이 조금 남거나 하면 시내를 한두 바퀴 돌다 왔는데 같은 얼굴 두 번쯤 마주치고 나면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었다. 음악 소리로 떠들썩하던 오락실 자리는 점포 임대 현수막이 꽤 오래 붙어있다.대왕극장과 더불어 인기였던 아카데미극장 자리엔 프리머스 경주점을 거쳐 현재 롯데시네마가 운영되고 있다. 노동동 계림로 83에 위치해 있으며 총 2개관으로 1관 136석, 2관은 143석이다. 아파트 단지가 많이 위치한 황성동에도 롯데시네마가 있다 보니 예매시 주의를 요한다.가장 작은 규모였던 명보극장은 전시장으로 잠시 운영되다 현재 건물마저 사라져버렸다. 좁은 계단을 올라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바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영화상영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곳이었다. 88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인 9살 때였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간 그곳은 내가 방문한 생애 첫 영화관이었다. ‘은하에서 온 별똥왕자’라는 영화였는데 당시 아역으로 인기였던 이건주씨가 주인공이었다. 또래 아이들로 영화관은 꽉 차 있었고 겨우 빈자리 한 곳을 찾아 앉을 수 있었다. 좌석과 계단의 구분이 모호했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아직도 극장을 찾을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 꽤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한참 시간이 지나 두 차례 더 명보극장을 찾았었다. 더 이상 영화를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지 않았을 무렵 극장은 문을 닫았고 기억으로만 떠올릴 뿐이다. 세상은 빨라지고 따라 경험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생산되고 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선 좋지만 그만큼 ‘특별함’을 느끼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별한 일 몇 개쯤은 따로 빼두었다 마음이 지친 날 보약으로 써도 좋지 않을까. 아직은 성급한 마음이나 겨울은 이제 떠날 차비를 하는 눈치다. 다가올 봄엔 도심 상권도 살리고 추억의 극장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선유 시민기자

2024-02-13

아사달·아사녀 전설 서린 경주 영지석불좌상 탐방

오랫동안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은 절 안에 불탑을 세우기 위해 백제의 석공을 불렀다. 당시 백제는 돌탑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솜씨가 좋은 아사달을 신라로 데려와 석탑을 만들었다.그런데 아사달이 불탑을 만든다며 신라로 간 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인 아사녀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신라로 향했다. 어렵사리 불국사에 도착한 아사녀는 남편을 찾았지만, 아직 불탑이 완성되지 않아 만날 수 없다며 사람들이 막아섰다. 당시 사람들은 불탑을 만들 때 여자를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아사녀는 날마다 불국사 앞을 서성거리며 기다렸다.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아사녀를 가엾게 여긴 한 스님이 그녀에게 귀띔했다. 불국사 가까이에 있는 연못에서 정성껏 기도를 드리면 탑이 완성되었을 때 탑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칠 것이라고. 이후 아사녀는 매일매일 연못을 들여다보며 탑의 그림자가 비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기다림에 지쳐 상심한 아사녀는 결국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연못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녀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사달이 석가탑을 완성했다. 아내가 그리웠던 그는 서둘러 아사녀를 만나기 위해 나섰지만, 아무리 헤매도 아내를 찾을 수 없었다.결국 그는 홀로 백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훗날 사람들은 아사녀가 빠져 죽은 연못을 ‘영지’, 석가탑을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무영탑’이라고 불렀다. 아사달은 신라를 떠나기 전 바위에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그녀의 모습을 새겼다고 한다. 그런데 완성한 뒤의 모습을 보니 마치 부처와 같았다고 전한다.경주로 영지석불좌상을 만나러 갔다. 영지로를 따라가니 영지초등학교를 지나자 물 위를 오리가 가르며 노니는 영지가 나타났다. 바람 한 점 없어서 물에 산 그림자가 가득 들어앉았다. 둘레에 벚나무 가로수와 산책로가 놓였고, 연못 가까이에는 공원이 조성돼 방문객들이 앉아 쉬기에 좋았다. 길 건너에 영지암 이정표가 우리를 부른다.이곳엔 모든 이름 앞에 영지라는 갓머리를 달았다. 오랜 전설이 살아서 우리 곁에 있다. 이야기의 증거를 만나러 걸어 들어가니 석불 좌상의 옆모습이 보였다. 얼굴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불상이다. 빗물에 씻겨나간 것인지 바람결에 쓸린 것인지 마모가 심하다. 하지만 어떤 이는 원래 미완성의 불상이라고 주장했다.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건장한 신체와 허리, 양감 있는 무릎 표현 등이 통일신라 석불 양식이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것이며, 손 모양과 자세는 석굴암 본존불을 충실히 따랐지만, 광배 일부도 상했다. 같은 자리에서 천 년 넘는 세월을 견디었다는 것만으로도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약간 이지러진 광배 뒤로 불국사가 놓인 토함산이 어디쯤인가 살폈다.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하니 차를 타고 8분 거리이다. 석가탑이 얼마나 높이 올라야 이곳까지 그림자를 드리울까. 산 그림자라도 길게 늘이면 닿을까, 발돋움해보아도 불국사의 산신각조차 보이지 않는다. 길에 오가는 자동차 소리에 저녁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조차 삼켜버렸다. 아사녀의 모습을 닮았다던 석불의 표정이 없어진 것은 가까이 두고도 다가가지 못한 아사녀의 마음이 다 녹아내린 것이 아닐까 싶어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절마다 불국사를 찾았지만, 영지석불좌상은 처음 찾았다.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곳도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본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2-06

딸과 컬링경기 ‘직관’… 멋진 겨울 추억으로

지난 달 19일부터 시작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가 1일에 막을 내렸다. 78개국 7개 스포츠, 15개 종목이 치러진 이 대회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에게서 컬링 시합을 보러가자는 권유를 받았을 때,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가 강원도에서 열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후 컬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컬링 경기를 직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컬링은 직사각형 얼음판 위에서 스톤을 브룸이라는 막대를 이용하여 하우스에 밀어 넣는 경기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강릉컬링센터를 찾아가는 길에 주차장을 잘못 들어서서 1km를 넘는 거리를 걸어서 가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주광장에서는 공연도 하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BBQ관에서는 치킨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였다.전날 많은 눈으로 인해 바닥이 질퍽하거나 얼어있는 곳도 있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컬링센터 입구에서는 보안을 위해 반입 금지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아이가 있어 간식을 항상 들고 다니는데 뜯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에 안심을 했다.공항검색대처럼 소지품 검사도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난생 처음 와보는 탓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우리나라 경기는 오후 2시였으나 조금 늦게 도착해서 좋은 자리는 앉을 수 없었지만, 더 높은 층에서 4경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기존에 보던 경기랑 달라서 의아해했는데 관람한 경기는 믹스 더블이란다.믹스 더블은 한 앤드당 5개의 스톤을 투구하는데, 한 명이 1,5번째 스톤을 투구하면 다른 선수는 2,3,4번째 스톤을 투구해야 한다. 경기 내내 서로의 수 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게임에 져도 얼굴이 굳지 않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에 브룸으로 응답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상대방 팀이 잘했을 때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다. 이날 경기는 아쉽게 우리나라 선수들이 지긴 했지만, 이 경험이 몇 년 후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믿어본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4-02-06

“봉화 문화콘텐츠 융복합, 관광상품 개발”

최근 경북 봉화군 드림가든에서 문화계, 학계, 관광산업 대표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미래문화관광콘텐츠포럼 영남본부 위원회 발족식과 토론회를 열었다. 다양한 분야의 자산들을 융복합해 양질의 문화콘텐츠와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사회기반 조성을 위해서였다.이날 이정환 위원장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화군은 체류형 관광을 통해 소비인구와 생활인구 증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 확대를 위한 콘텐츠 개발로 체류형 관광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진영(영주시 전 부시장)씨는 “지역 관광자원의 전략적 개발로 지역 소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윤희중(울릉크루즈 부사장)씨는 포항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크루즈 운영에 관해 설명했다. 김종문(동해시 전 부시장)씨는 동해권의 미래 지향적인 문화관광과 정책 방향에 대해 부연했다. 참석자 모두는 문화관광 발전 방향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고, 특히 봉화권 지역문화 예술과 지역자원, 문화 특성을 소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홍성영 추진위원장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 관광여행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고, 미래 콘텐츠 발전을 위한 비전과 단체의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가진 문화예술과 유무형의 자산을 양질의 문화콘텐츠 관광 상품화해 국가 경쟁력 함양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자”고 강조했다.미래문화관광 콘텐츠포럼은 지난 2023년 10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최영호(연세대 교수), 홍성영, 조경호(한국미디어서비스 대표이사), 권영우(법무법인 전운 고문), 허종미(국회 보좌관), 김재범(한국증권신문 대표이사), 안동범(세무법인 로고스 회장), 윤영용(작가)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고, 최재혁(연세대 교수) 박태창(영화감독), 정완식(한성대 교수) 등 100여 명이 발기인이 됐다. 이어 지난 1월 26일 영남지역 위원회가 봉화군 물야면 드림가든에서 발족했다. 영남지역 위원회 발족식엔 미래문화관광 콘텐츠포럼 회원들이 다수 참여했고, 봉화에서는 미래포럼 영남본부 위원장을 맡은 이정환 회장과 류중천(봉화보부상보존연구회 회장), 안병주(봉화신협 이사장), 이동희(봄빛부동산 대표) 등 10여 명이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4-02-06

‘車山車海(차산차해)…’ 포항시 주차난 해결 특단 대책 내놔야

포항시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지난해 전통시장이나 중앙상가 등에 공영주차장이 새로 들어섰지만 아직 주요 시가지나 시민들과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2023년 3월 기준 포항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8만여 대로 시민들 대부분이 일상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며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차시설 부족은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뿔난 시민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요구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현재 포항은 노상 5개와 노 외 15개의 공영주차장을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주차면 수는 2천134면이다. 또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주차난을 해결하고자 공영주차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시가지나 시민들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는 아직 불편함이 많다.2021년 11월에 개장한 스페이스 워크 가는 길은 그 인기만큼이나 심각한 주차난을 겪었다. 개장 초기에는 이를 체험하고자 밀려드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인근의 아파트 도로변에까지 주차를 해야만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환호 공원에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일에 주차 공간 부족으로 혼잡을 빚고 있다. 미술관과 스페이스 워크 체험, 현재 공사 중인 해상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주차난은 더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새해 첫날 흐린 날임에도 스페이스 워크를 찾은 시민 A씨는 “오후 시간 때였는데도 사람들이 많았고 주차는 몇 바퀴 돌다가 나가는 차를 보고 겨우 주차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꾸준히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포항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말이면 더 포항역으로 향하는 도로 진입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고 주차를 하기 위해 몇 바퀴 도는 건 기본이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도 주차난으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느낄 것 같다. 텅 비어 있는 직원주차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평소에 시민들이 가까이서 이용하는 상가 밀집 지역은 더 심각하다. 물건 상하차를 위한 공간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주변의 주거 공간의 이면도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아파트 앞에 시장이 있는 장성동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차와 이용객들이 차들이 뒤엉키고 있다. 시장 이용이 많이 이루어지는 오후 시간 때는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어 상가를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조 모(41) 씨는 “아이와 함께 상가를 자주 방문하는데 이용객이 많은 오후 시간 때는 오고 가는 차량은 물론 상가 앞의 주차된 차량이랑 뒤엉킨 느낌인데 학원가도 많이 있어 아이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구 많은 장성동에도 큰 공영주차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현재 전반적으로 주차시설이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한 상황에 대해서 포항시 교통지원과 주차시설 관계자는 “스페이스 워크가 있는 환호공원은 미술관 방향에 있는 주차장에 내년 7월 준공 목표로 주차타워를 건립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또 구룡포나 오천에도 마찬가지로 주차타워를 건립할 예정이다. 또 고속도로에서 포항 진입할 때부터 공영주차장의 주차장 상황을 알 수 있게 전광판 설치를 검토 중”이라며 “실시간 주차장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통합주차정보시스템도 다른 지자체 상황을 보고 있다. 앞으로 예산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설머리 물회지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주말이나 휴일에는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 가게 앞에서 보면 많이 혼잡한데 주차난 해결을 위한 포항시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2-06

노후는 길고 퇴직자들은 갈 곳이 없다

많은 이들이 안정된 노후를 위해 재취업의 길로 나서지만 나이 든 퇴직자가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현시대의 가장 큰 위기는 경제 위기도 아니고 기후 위기도 아닌 바로 100세 위기라는 말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위기가 되었다.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그 이후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자식에게 기댈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언제까지 건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요즘 퇴직자 대부분은 재취업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청년들도 어려운 취업의 문이 재취업자들에게 쉽게 열릴 리가 없다.주변의 60세 넘은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재취업에 분주하다. 만나면 나누는 대화 주제가 모두 무슨 일하느냐는 질문들이다. 대부분 퇴직 전에는 자녀교육에 몰두하느라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는 사람들은 가장 접하기 쉬운 농사일을 한다. 사과나 오미자 등의 과수 농사를 짓기도 하고 작목반을 만들어 특수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택시 운전에 뛰어든다.아파트 경비나 공공기관 경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던 기관에 퇴직 다음 달 경비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중장비 자격증이나 용접 자격증을 따러 다닌다는 이들도 있다.이만큼 이제는 퇴직 후에도 일이 꼭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처럼 예순이라는 나이가 뒷방으로 물러앉을 노인이 아니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내야 할 날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재취업이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고, 무료히 시간만 보내기에는 사회인으로서 존재감이 없어서라고도 한다. 그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이제는 퇴직 후에도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사회는 이런 퇴직자들을 받아줄 마땅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자영업은 더욱 쉽지 않고 재취업 자리를 찾는 퇴직자들은 가슴이 답답하다.많은 퇴직자가 이리저리 떠밀리며 방황한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이건 우리에게 닥친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100세 위기를 잘 대처하려면 퇴직 이후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낼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퇴직자들을 위한 사회적인 재취업 프로그램이 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퇴직을 맞은 사람이든 언젠가 퇴직을 맞이할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노년은 찾아오니 말이다./엄다경 시민기자

2024-02-01

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도로주행까지

운전면허 기능시험장에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교육 때 배운 내용을 잊지 않으려 기능시험 동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 재생하는 응시생, 친구와 함께 각 코스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서로 점검해주는 응시생, 초조한 마음에 계속 물을 마시는 응시생 등 모두가 시험 전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니터에는 시험 중인 응시생의 점수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학원에서 배운 대로 했던 응시생은 기쁜 마음으로 합격도장을 받았다.기능시험에서 합격도장을 받은 응시생은 도로주행만 합격하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많은 응시생들이 처음으로 도로주행을 나갈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운전하는 ‘나’를 기준으로 상하좌우를 달리는 자동차들이다. 혹시 내가 다른 차를 박거나 다른 차가 나를 위협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생의 마음가짐이다. 차는 내가 운전하는 대로 간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기능시험에서 배운 대로 액셀, 브레이크, 핸들, 기어 등의 기능에 대해 상기하며 차분히 운전해 나가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액셀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추고 핸들과 기어를 조정하는 대로 차가 나아간다는 간단한 원리만 기억하고 긴장을 푼다. 그리고 교육 시에는 강사와 함께 탑승하기 때문에 위급사항에서 같이 컨트롤 해주시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진다.긴장을 푸는 행위는 집중력과 연관된다. 너무 긴장하게 되면 실수가 잦아지고 실수는 집중력을 흩트리기 때문이다. 또, 충분한 휴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도 집중력을 흩트리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도로주행 전 날의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피로를 최소화해야한다.준비가 끝나면 도로주행을 하게 되는데, 주행 시에는 속도 표지판을 잘 확인하여 도로에 맞는 속도로 운전하여 과속을 방지하고, 신호를 주시하여 급정거하지 않도록 한다. 또, 다른 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자가용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모두가 안전하게 운전하여 올 한 해는 모두가 안전하게 보내기를 희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4-02-01

갈뫼루의 밤풍경에 젖다

요즘 SNS에서 구미의 야경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있다. 구미시 신평동에 위치한 ‘갈뫼루’가 바로 그곳이다. SNS에 올라와 있는 야경 사진들은 정말 멋있었고, 구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안 가볼 수가 있겠는가. 무작정 밤에 갈뫼루로 향했다. 집에서 겨우 15분 남짓한 거리였다. 내비게이션이 주택이 늘어져있는 골목길로 안내를 했기에 이런 곳에 정자가 있을까, 그것도 문화유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정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앞에 주차를 하고 올려다 본 갈뫼루는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갈뫼루는 신라시대부터 물물 교역의 요충지 역할을 해온 비산나루터를 계승하고 기념하기 위해 건립이 되었다고 한다. 비산나루는 신라 비산부곡 때부터 근세까지 선산부의 남부지역 관문 역할을 했기에, 물자교역과 각 지역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의 상거래 중심지로 통하였다. 부산 등의 하도에서 올라온 상선은 소금과 해산물 등을 하역하고, 내륙 지방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수공업, 도자기류 등을 교역하며 자연스레 ‘갈뫼시장’이 형성되었다. 이 시장은 20세기 전반까지 번성하였다. 이곳은 현재 비산동생활체육회의 주관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통해 소통·화합·이해의 한마당이 되고 있다고 한다.다른 볼거리가 하나 없이 뜬금없는 장소에 세워져 있다고 생각한 갈뫼루는 관리가 굉장히 잘 되고 있었다. 잔디와 돌바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올라가는 길 역시 조명이 빛나고 있어 어둡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갈뫼루까지의 길은 높지 않았기에 정말 간단히 밤 산책 하는 느낌으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정자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그 유명한 야경을 보기 위해 정자 위에 올라섰다. 막힘없이 탁 트여진 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낙동강과 금오산, 체육공원까지…. 구미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높은 금오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야경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현판은 한글로 쓰여 있어 읽기도 좋았다.갈뫼루를 한 바퀴 둘러보고 야경을 충분히 즐겼지만, 주변에 뭔가 다른 것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벽화마을이 조성되어 있다고는 하나 밤에 가면 그마저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산책 겸 다니기 좋을 수 있지만, 갈뫼루를 볼 목적 하나로 가기엔 그 이후가 조금 아쉬운 환경이었다. 주변에 다른 다양한 볼거리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위치였기에 그저 좋은 야경을 봤다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비록 SNS를 통해 접하게 된 장소였지만, 구미시에 사는 사람들은 많이들 알고 있는 야경 명소였나 보다.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 나와 있었고, 밤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다들 어찌 이런 곳을 알고 있나 싶기도 했다. 동시에 구미의 좀 더 많은 명소들을 찾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왕이면 의미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그 시대의 비산나루터는 어땠을지, 그리고 자연스레 형성된 갈뫼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혼자 머릿속에 잠시 그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시끌벅적했겠지…. 이제 집에 들어가라는 듯 뺨을 스치는 찬바람에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아주 천천히, 한걸음씩…./김현숙 시민기자

2024-02-01

옛길을 가다

어제는 일이 있어 영천을 다녀왔다. 도로 위 터널을 통하니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도착한 느낌이었다. 친구와 여행겸 부산 기장을 다녀온 지난주에는 더 길고 더 많은 터널을 통과했다. 나는 바다뷰를 즐기며 갈 수 있는 해안도로를 좋아하지만, 일단 빠르고 쉬운 길로 목적지에 도착하자는 운전자 친구의 의견에 따랐다.여행을 좋아하고, 특히 옛길 드라이브를 즐기는 나로서는 사실 터널을 통해서 빠르게 이동하는게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예전처럼 산길을 돌아서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옛길의 운치를 즐기고 싶은 까닭이다. 산허리를 끼고 몇 구비를 돌다보면 어느새 펼쳐지는 숨은 비경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그야말로 옛길 여행의 백미다.그 길에서 우리는 엄청난 위용의 바위산도 만날 수 있고 강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경도 만날 수 있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소개된 경주의 감포가도는 오래 전부터 내가 즐겨 다녔던 옛길이다. 경주 덕동댐을 지나서 계곡을 따라 산길 정취를 만끽하며 추령에 오른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산길을 휘돌아 내려와 바다를 향해서 강변길을 달린다. 감은사로 이어지는 너른 들을 지나서 동해바다에 이르면 세찬 파도에도 끄떡없는 문무대왕 암을 마주할 수 있다.내비게이션은 더 이상 그 때의 옛길로 안내하지 않는다. 산을 허물어 터널을 만들고 고가다리를 놓아 생긴 빠른 길로 날 안내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감포가도를 달려서 동해에 간다. 지도를 더듬어 애써 옛길을 찾아다닌다.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가슴 떨리는 서정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지금의 한반도는 도시의 높은 스카이 라인을 뽐내며 우후죽순처럼 지어놓은 아파트와 빌딩으로 인해 콘크리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다져온 도로 개발산업의 영향으로 사통팔달 쭉쭉 뻗은 고속도로가 이젠 반나절이면 전국 어디든 가 닿게 한다. 그럼에도 시골 구석까지 자연을 훼손 해서 터널을 만들어야 하는지 우리 모두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다행히 이제는 생태 축 복원사업으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옛 흙길을 드러내는 옛길 복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충주에서 문경으로 이어지는 옛 하늘재 고갯길은 작년에 일부 구간 사업을 마쳤다고 한다. 하늘재는 문헌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고갯길이다. 그 복원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고 하지만, 늦게나마 역사와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맥락에서 바람직한 사업인 것 같다. 오랫동안 산업화가 진행 되면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산을 뚫고 다리를 놓으며 숨가쁘게 달려왔으니, 이제는 개발보다는 보존에 좀 더 무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이번 주말에는 속도와 성과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옛길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그 길에서 당신은 당신이 만난 겨울 강과 겨울나무로부터 삶의 지혜와 여유로움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서영희 시민기자

2024-02-01

눈물 가득했던 ‘어머니의 시간’과 만나 볼까요

“글 모를 때는 허리 아플 때 가는 곳/글 배우고 나니 삼성병원//글 모를 때는 그냥 큰 건물/글 배우고 나니 롯데호텔//글 모를 때는 떡 하는 집/글 배우고 나니 대동방앗간//글 배우고 나니/모두 이름이 있네.” 이 시는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글아름상(국회교육위원장상)을 수상한 안동시 임동면에 사는 김남출 어르신의 ‘모두 이름이 있네’이다.글을 모르던 어머니들의 시간은 이제 글을 아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버스 노선을 읽고 간판을 읽고 이름을 쓸 줄 알게 된 것이다. 계모임으로 갔던 식당집의 메뉴를 읽고 미스터 트롯 임영웅의 이름 석 자도 쓰고 은행 창구에서 사인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자식 많은 집 몇째로 태어나 촌살림에 일찍 보탬이 되어야 하는 운명으로 살아왔던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은, 글을 깨치고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식들 다 키우고 나서야 마을회관에 찾아오는 한글배달교실에서 ‘가나다라’를 배우게 됐다.‘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은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가 협약을 통해 15개 읍면 지역의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치는 평생학습사업으로,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그간 1천995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였다.이들의 시는 진솔한 경험에서 나온 현대판 ‘내방가사’이다. 고된 시집살이와 공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던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들의 일기이자 삶의 기록이다. 중학생 때 수학여행비 삼천 원이 없어 못 준다 하니 콩밭에서 울던 큰딸에게 미안했던 기억, 아픈 아들 병간호로 밤 기차로 서울에 다녀왔다 갈 데가 없어 안동병원 의자에서 밤을 새웠던 기억, 스물에 시집왔더니 군대 간 남편, 밤낮으로 길쌈하여 자식 키운 그리운 엄마를 한 시간 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애절한 사연엔 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쪽두리 쓰고 나니/새댁이//아기 낳고 나니/숙이 엄마//손자 태어나니/할머니//한글교실에서/김복연.”(김복연 ‘내 이름’)무학(無學)으로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불리지 못했던 이름을 비로소 불리게 된 7학년 8학년 어르신들의 기쁨과 가슴 절절한 글이 가득하다. 이들이 정성껏 쓴 글을 모은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문해시화전 ‘어머니의 시간’은 2월 12일까지 안동역에서 열린다. 정성껏 눌러쓴 손글씨와 알록달록 색칠한 시화 앞에서 시민들은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짓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4-01-30

선비들이 누린 호사, 누정을 따라 거닐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정자가 있다. 선비들은 자신의 집 근처에 누정을 짓고 경치를 즐겼다. 누정은 누와 정자를 일컫는다. 학문에 열중하다 휴식하는 공간이자 친우들을 불러 시를 짓고 논어와 맹자의 사상을 논하며 향유하는 곳이 정자였다. 주로 개인적인 공간이다. 반면에 누는 궁궐이나 공적인 건물, 예를 들면 경복궁의 경회루, 남원 광한루처럼 향연이나 접대하는 일에 주로 쓰인 건물이다. 공적인 성격이 강한 누각과 달리 정자는 3칸을 넘지 않는 작은 규모이며 바닥엔 마루를 깔았다. 중앙에 1칸 규모의 온돌방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개 사각형이지만 드물게 육각 혹은 팔각형도 있다. 가까운 곳에 이름난 누정을 찾아가 보면 수많은 나무판이 걸렸다. 한자 가득한 글귀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누정의 이름이 적힌 현판과 편액이 세월의 흔적까지 품고 그 자리에서 건립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편은 글을 쓴다는 뜻이고 액은 이마를 뜻하니, 건물 정면에 이름을 써 놓은 액자를 말한다. 문패와 같은 의미다.안동의 고산정처럼 건물이 들어선 곳의 지명을 딴 것, 건립한 이의 호를 딴 김천의 방초정, 조선을 침략한 청나라를 멀리한다는 뜻의 건립의 목적을 제시한 안동 청원루, 형제간의 우애를 담은 안동 체화정처럼 이름의 의미를 풀이하면 건립자의 생각이 드러난다. 저명한 학자나 명필이 써 주어 누정의 격을 더 높이기도 했다.유명한 서원은 유명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수없이 오가지만, 지역의 누정은 몰라서도 찾는 이가 드물다. 2024년은 고향에 내려와 은거하는 선비를 찾아뵙듯 하나씩 찾아가 볼까 한다. 첫 장소로 영천으로 향했다. 두 곳을 알아보았다.첫 번째 완귀정은 금호강의 지류인 호계천 기슭에 개울을 등지고 높직하게 자리 잡은 남향집이다. 완귀란 장륙처럼 처신하여 을사년의 사화를 피한 뜻에서 지었다. 장륙은 거북의 다른 이름이다. 거북이 머리, 꼬리, 네발까지 여섯 부분을 갑피 속에 감추는 데서 온 말이며, 선비가 본모습을 숨기고 시골에 은거하는 것을 의미한다.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대문에 자물쇠가 굳게 잠겼다. 도남교를 지나 반대편으로 가서 건너다 보기로 했다. 호계천은 겨울답게 하얗게 얼었다. 얼음장 밑으로 봄을 알리는 물소리가 완귀정을 휘감아 돌아나간다. 명종 원년에 안증이 건립하면서 이름 지은 완귀정의 의미대로 우리에게 속을 보여주지 않았다.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신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보이는 정자이다. 환벽정은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 우리 일행을 한참 헤매게 만들었다. 영천 성환공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언덕으로 올랐다. 조용한 산책로 따라 오르니 기념탑이 먼저 우리를 반겼다. 비의 설명을 읽다가 익숙한 지명을 발견했다. 영일 입암 전투, 흥해군 읍내 우편취급소 습격하는 등의 의병 활동하다 순국한 이들을 기념하는 비석들이다. 여러 개의 기념탑을 먼저 만나고도 환벽정을 찾지 못하다가 반대편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나타났다. 그 아래 조용히 숨어 있었다. 마치 신녕초등학교의 부속 건물인 듯.1516년에 현감 이고가 관아의 객관 서편에 처음 짓고 그 이름을 비벽정이라 했다. 이고의 아들 이세남은 회재 이언적 선생과 더불어 비벽정에서 노닐고 시로써 화답하였다고 전한다. 이곳이 아름다워서인지 많은 선비가 찾아와 시를 남겨서 환벽정 정자 안으로는 30편이 넘는 시판들이 빼곡하게 걸렸다. 영천을 다녀갔던 이름난 유학자들의 발자취를 많은 이들도 함께 느껴보았으면 한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1-30

한라봉 익어가는 경주의 주황빛 겨울 이야기

낮아진 기온으로 들판은 온통 은빛이다. 논에 차 있던 물들이 얼어붙은 걸 보니 어릴 적 썰매 타던 생각도 드는 날이다. 외곽으로 십여 분 달리자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지구 환경변화는 경주의 과수 작물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북을 대표하던 사과는 기후 영향으로 작년 한 해 수확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비싼 몸값이 되었다. 경주에서 체리, 블루베리, 멜론 농장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그날은 제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만감류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곳을 찾았다. 대형 하우스 다섯 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농장 간판처럼 보이는 표지판이 붙은 하우스의 문을 열자 대표 내외가 주황빛이 도는 과일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강소농 부회장인 권숙향씨와 귀농귀촌협회 사무국장인 최규학씨 부부다. 두 사람은 성공한 귀농인이다. 수확된 한라봉과 레드향이 상자별로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인사를 마치고 함께 동행한 아이를 보시더니 농장 내부 구경을 권하셨다.또 하나의 문을 더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바깥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늦봄과 초여름 어느 즈음의 온기에다 초록이 무성한 나무들마다 샛노란 전구들을 한가득 매달아 놓은 형세였다.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내부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아이와 새로운 구경에 빠져들었다.부모님이 계신 내남면으로 20년 전 귀촌한 최규학 대표는 처음부터 농사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카센터를 운영하던 중 투잡으로 시작한 일이 그를 지금의 성공으로 이끌었다. 농기계 수리 관련으로 경북도 농민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을 때였다. 우연히 한라봉이라는 작물을 재배하는 분을 만나 농사에 눈을 뜨게 되었다. 재배를 위해 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작목반에도 가입을 했다.한라봉은 1990년 일본에서 도입돼 감귤과 교배해 육성한 교잡종 감귤의 품종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1984년부터 생산되었으며 품종명은 부지화다. 청견과 폰캉의 교잡종이다. 그중 품질이 우수한 상품은 데코포라는 상표로 유통된다. 한라봉은 제주도에서 재배되면서 새로이 지어진 명칭. 당도가 높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과즙이 풍부하다. 열매꼭지 높이가 높은 것에서 낮은 것까지 모양은 조금씩 달라 고르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 녹색으로 시작되어 10월 중순부터 익어가며 12월 초에 이르면 주황빛을 드러낸다. 출하 시기는 12월 말에서 1월까지다.시기가 설 명절과 맞물리는데다 고급 과일이라는 인식이 있어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한라봉은 병해충에도 강하고 손이 덜 가는 장점이 있지만 묘목에서 수확까지 3~4년이라는 위험부담이 있다. 카센터 일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2016년에 두 동의 하우스로 시작된 한라봉은 다섯 동으로 확장돼 2020년부터 수확으로 이어졌다. 높은 당도의 한라봉을 한번 맛본 지인들과 구매자들의 입소문으로 판로까지 충분히 확보되었다. 그렇다 보니 이젠 본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함을 강조했다.상큼한 과일 향과 초록의 기운 덕일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대표 내외의 얼굴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의 일터 개념으로 연결 짓자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그 미소가 다시금 그곳을 찾게 할 것이다./박선유 시민기자

2024-01-30

이른 아침 시장 구경하는 맛

흥해 장날을 맞아 이른 아침 먼 길을 달려왔을 두 할머니가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내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간다. 흐릿해져 가고 있는 새해 다짐들을 다시 또렷해지게 만들까 싶어 이른 아침 게으른 잠을 뒤로하고 장날을 맞은 포항 흥해전통시장을 찾았다.얼굴에 닿는 겨울 아침의 공기는 늘 그렇듯 차갑지만 시원하다. 거기다 힘차게 아침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장사 준비를 보고 있노라니 잠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설 명절을 열흘 남짓 남겨둔 시장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보다 조금 더 많은 물건들을 내어놓기도 하고 못 보던 상인들도 자리를 잡은 걸 보니 초입부터 풍성해진다.지난해 지어진 흥해시장 공영주차장도 거의 비어 있는 이른 아침 일찍 시장을 보러온 몇몇 사람들과 5일 만에 보는 옆자리 상인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아침 식사 얘기를 건넨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야채를 파는 아주머니는 일찌감치 장사 준비를 끝내고 여기 대파가 직접 농사지은 거라며 ‘맛있어요’라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세운다. 과일 장수 아저씨는 부지런한 아주머니와는 달리 여유를 부리며 이제야 천막 설치가 겨우 끝나간다. 꽈배기와 핫도그, 찹쌀 도넛을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는 오늘 팔 반죽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조금 더 일찍 장사 준비를 끝낸 상인들은 벌써 마수를 하며 즐거운 표정을 보이고 이른 시간 시장에 나와 물건을 산 사람들은 벌써 바구니가 가득 찬다. 감자를 파는 아저씨는 살까 말까 머뭇거리는 첫 손님에게 하나 더 얹어주며 기분 좋게 장사를 시작한다. 가게 안 칼국수 집도 이른 아침부터 많은 양의 육수를 내어야 하기에 바쁜 모양이다. 골목 안의 횟집도 손님맞이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대로변에 자리를 잡은 뻥튀기 장수는 좌판에 뻥튀기를 종류대로 가득 쌓아 놓고 마지막 물건을 정리하는 중이다. 두부 아주머니 또한 국산 두부라고 적힌 종이를 다시 바르게 꽂는다. 건너 맞은편의 모자 파는 아주머니는 이제야 물건을 잔뜩 내리고 있다. 떡집의 가지런히 진열된 여러 종류의 떡을 보니 주인장의 깔끔함이 느껴지고 시민기자의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하니 그 덕에 송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떡을 샀다. 또 시장에서는 길가에 좌판을 편 할머니들을 빠뜨릴 수 없다, 전날부터 장날 시장에 오려고 푸성귀들을 정성스레 장만하며 이른 아침에 먼 길을 마다하고 달려왔을 할머니들의 부지런함도 품어주고 있다. 요즘 한창인 시금치와 부추, 배추 그리고 파와 시래기는 할머니들의 쌈짓돈을 만들 단골 품목이다.이른 아침을 활기차게 열어가고 있는 시장 사람들을 보면 알게 모르게 에너지가 생긴다. 일찍부터 하루를 준비함에도 힘들어 하는 기색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그들의 표정을 읽은 까닭이다.아침을 힘차게 열어가는 사람들이 여럿이지만 특히 시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며 또 다른 힘을 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무엇보다 하루를 꽉 채우니 두 배로 사는 느낌이다. 이런 게 이른 아침 시장 구경하는 맛이 아닌가 한다. 2024년, 청룡의 해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다시 한번 새해 계획들을 떠올리며 이른 아침 시장에서의 활기찬 에너지를 느껴봄이 어떨까. /허명화 시민기자

2024-01-30

문경 돌리네습지,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로 거듭난다

문경시는 최근 세계적으로 희소성을 인정받은 ‘문경 돌리네습지’를 세계적인 명품 생태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2024년 문경시 10대 중점과제에 포함했다.문경 돌리네습지는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굴봉산 정상에 있다. 돌리네란 땅속의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깔때기 모양의 우묵한 지형을 말한다. 석회암지대는 특성상 물이 잘 빠져나가 습지가 형성되기 어렵지만 문경 돌리네습지는 바닥에 풍화토량인 테라로사가 깔려 있어 물이 빠지지 않는 특수한 형태의 지형이다. 수심이 2m에서 깊은 곳은 8~9m로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사례로 학술 가치가 아주 높다.습지에는 수달, 담비, 삵 등 멸종위기종 9종을 비롯한 꼬리진달래, 낙지다리, 들통발, 쥐방울덩굴 등 산림청 지정 희귀 식물들을 포함 932종의 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으로 생태학습에도 훌륭한 장소이다.문경 돌리네습지는 그 희귀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7년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세계 람사르습지 인증’, ‘세계 람사르습지 도시 후보지 선정’,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지정’, ‘국가지질공원 후보지 선정’ 등 국내·외 인증사업 5관왕을 달성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증사업을 준비하여 세계 유네스코 지질공원에도 등재할 계획이다.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장에서 탐방로까지 전동차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으며 잘 조성된 데크길과 황톳길을 걸으며 천혜의 돌리네 지형과 동식물을 탐방할 수 있다. 자연환경 해설사의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도 있으며, 숨겨진 일곱 개의 스탬프를 찾아 리플렛에 찍어 완성된 글자 퍼즐을 보여주면 선물을 주는 ‘스탬프 투어’, 습지에 있는 나만의 포토존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SNS 계정에 올려 포스팅을 완료하면 선물을 주는 ‘포스팅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매년 문경 돌리네습지 축제, 숲속 콘서트, 다양한 주제 중심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문경시에서는 주차장과 숙박시설, 음식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해 단순한 습지 관광이 아닌 체류형 관광을 위한 에코 촌 조성, 생태관광 코스, 특색있는 먹거리 개발을 통해 탐방객들에게 습지 탐구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2024-01-25

나도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 당사자 될 수 있다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고 그 정보를 범죄에 악용하는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나 그 피해가 꾸준히 늘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흔히 피해자가 정보통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층 순위에서도 피해가 빈번해졌다. 이는 주로 금융기관, 정부 기관, 가족과 지인 등으로 속여서 범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수법을 잘 알고 있다가도 막상 자신이 피해 당사자가 되면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범죄자들은 음성 합성, 가상 번호 사용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속이는데 더 능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업무가 디지털화되면서 개인이나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온라인상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우리는 더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기자도 법원으로 속여 말한 전화를 받고 내가 사기 사건 범죄와 연루되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당황하여 정신을 빼앗겼던 경험이 있다.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방법도 다양해져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 된다.그렇다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의심스러운 전화나 문자에 조심해야 한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나 의심스러운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받으면 절대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야 하며, 해당 기관에 직접 연락하여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관련 기관과 전화번호까지 비슷하게 생성하여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객센터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재차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의심스러운 전화에는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직접 확인해보아야 한다. 긴급한 상황을 조장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한 번 더 의심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스마트폰에 피싱 시도를 탐지하는 보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지속해 업데이트하여 악성 문자 메시지나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가장 좋은 예방 방법은 받지 않고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전화금융사기는 날로 교묘해지는 사이버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주의와 경각심이 필요하다.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방 수단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4-01-25

“치매 10년 째… 엄마와 함께 한 하루”

“엄마, 보일러 끄지 말고 따뜻하게 주무셔.”이불을 당겨 엄마의 무릎을 덮어준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나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고 가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 하고 차의 시동을 건다. 엄마는 또 담벼락에 기대어 섰다. 30분이나 두 손 잡고 잘 있으라고 인사도 했는데 딸을 보내는 엄마의 인사가 길다. 마을을 벗어나자 가방이 놓인 조수석에 귤 한 개가 보인다.엄마는 치매 10년째. 서너 살 먹은 아기 같은 모습과 행동을 한다. 치매는 인지능력 저하와 기억력 상실을 넘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했다. 주중에는 도우미의 보살핌으로 생활하고, 주말에는 4남매가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해서 보살피고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도 많은 양을 사 드릴 수가 없는 것이 슬프다.한꺼번에 다 드시는 것이 문제다. 당뇨가 있는 엄마는 혈당의 수치가 올라가면 합병증이 오고, 고혈압으로 늘 걱정이 많다. 거실 벽에 숫자가 크게 적힌 달력이 있다. 약봉지를 붙여 놓고 날마다 떼어 드시도록 한다. 그렇게 약의 효능과 기억력 되찾는 가족의 사랑으로 세월을 이기고 있다.나는 헤어디자이너다. 내가 당번이면 염색약, 파마 약, 가위 등을 챙긴다. 햇살 좋은 마당에 앉아 엄마와 미용실 놀이를 한다. 일부러 빨강, 노랑, 초록 등 형형색색의 여러 가지 롯드를 준비한다. 엄마에게 내가 부르는 색깔을 집어 달라고 하면 엄마는 놀이하듯이 찾아준다. 파지와 고무줄을 받아 롯드를 번갈아 파마를 하며, 먼 옛날 엄마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목욕탕에도 갔다. 엄마의 옷을 넣어 둔 로커 번호는 86번. 엄마의 나이를 기억하라고 그 번호를 골라 옷을 넣고 문을 잠궜다. 목욕을 마친 후 그 번호가 있는 통로를 가리켜 주며 엄마에게 86번을 찾아 옷을 입으라고 했다.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이거 어째 하는교?”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엄마가 치매라고 했다. 그녀는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엄마는 로커에 숫자와 열쇠에 적힌 숫자가 같은 것을 찾아냈다는 것에 웃는다. 열쇠를 꽂아 문을 열어야 하는데, 구멍 맞추는 것이 어렵다. 한참을 맞추시더니 어찌 문이 열렸다. 기운이 없다며 통로에 퍼질러 앉았다. 옷가지들을 하나씩 입으라고 했다. 온천욕에 땀이나 옷 입기가 쉽지는 않다. 엄마가 옷 입은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모습이다. 속내복이 겉 바지 보다 빠지듯이 입고는 다 입었다고 속이 답답하다고 나가자고 재촉한다. 보리차 물부터 한입 마시게 했다. 외투를 걸치고 단추를 채워 목욕탕을 나섰다. 엄마가 좋아하는 들깨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집으로 왔다. 엄마의 모습보다 내 마음이 더 개운하다. 엄마랑 함께 했던 오늘 하루가 저물어간다.길가에 차를 세워서 한참을 울었다. “올 때는 좋은데, 갈 때는….” 엄마의 말이 귀를 울린다. 떠나는 길모퉁이 담벼락에 서서 지켜보던 엄마를 다시 보기 위해 차를 돌렸다. 한 개 남은 귤을 엄마에게 주고 와야지. 골목을 들어서자 엄마는 이제야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문을 열고 “엄마 귤!” 하며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다시 귤을 내게 떠밀었다. 몇 번이나 오간 귤은 손톱에 스쳐 껍질이 다 까지고, 엄마가 활짝 웃고 있다./김영주 시민기자

2024-01-25

‘개고기 식용금지법’ 통과, 보신탕 문화 이제 역사 속으로

반려 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고 있다. 펫 산업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편의에 대한 초점을 넘어서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제 펫 푸드도 가축용 사료와 구분되기 시작했다. 반려 동물 문화 확산으로 개 식용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는 점점 더 부정적이 되었고 여러 문화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에서조차 개 식용 문화만큼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지난 1월 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에서 찬성 99%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통과했다. 2027년부터 시행될 ‘개고기 식용 금지법’이 통과된 것이다. 한국의 보신탕 문화는 2026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알맞은 변화’라는 찬성과 ‘다른 동물과 달리 개를 먹으면 안 된다고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 침해’라는 반대로 찬반 여론이 뜨겁다.개를 식용하는 문화는 고대에도 있었다. 고대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된 식재료 중 하나가 개고기였다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제사상에 개고기를 올리기도 했고 1870년에 발발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파리 정육점에서는 개고기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쥐 고기까지 유통했다. 남극탐험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아문센은 지치고 약해진 썰매 개들을 잡아먹으며 탐험대 식량을 보충했고 중국도 한나라 말기 반려동물로 개를 키우는 문화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개고기를 흔히 먹었으며 일반 연회와 제사에 오르는 제물에 쓰이기도 했다.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 당시에는 유럽인들도 개를 먹었다.한국 역시 고대사회부터 개고기를 먹었으며 불교 문화권이었던 고려시대에는 살생을 금하는 교리 영향으로 개고기뿐만 아니라 육식 문화 자체가 쇠퇴했다가 유교 문화권이었던 조선시대가 되면서 개고기는 푸줏간에서 거리낌 없이 유통된다.공자 맹자 시대에도 개 식용 문화였으므로 조선시대 개고기 식문화는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광복이후 경제발전으로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면서 개를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개고기 문화가 쇠퇴하며 금지하자는 목소기가 커지기 시작했다.개는 축산법에서 가축에 해당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 규제대상은 아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적용 대상 가축은 식품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개 식용 금지 반대론자는 이 법을 적용해서 체계적인 위생관리 규제를 받게 하려하고 개고기 섭취 자체를 근절해야한다는 금지론 자는 이 법 적용 자체를 반대한다.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밀집 사육이 힘든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개를 도살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방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그 과정을 연구 개발하여 공인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식용가축 동물복지 수준의 축사에서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지켜가며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육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그러다보니 대다수 개 농장은 축산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미신고 상태로 운영되고 있고 도축 과정은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이다. 두들겨 패야 고기가 연해진다는 잘못된 미신으로 도축 시 살아있는 개를 죽어라 패는 것은 동물 학대일 뿐 아니라 사실 육질도 최악이 된다.영천의 한 사찰에는 축생법당이 따로 있어 사람과 같은 절차로 49제를 지낸다. 반려동물의 제사가 늘어나는 반면 조상에 대한 제사는 갈수록 줄어드는 요즘 문화가 자못 염려스럽다. 자식 같은 대우를 받으며 고가의 코스요리까지 누리는 반려견이 있는가하면 불행히도 주인에 의해 버려지는 애완견도 적지 않다. 2022년 기준 연간 200만 마리가 식용개로 사육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식용금지는 이들에 대한 동물복지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들이 모두 애완견이 된다는 보장이 어렵고 또한 사육 당하지 않아서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보장할 수 있는 것은 2027년이면 보신탕 문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1-25

다시 달리는 ‘아기 백호’ 백두대간 협곡열차

지난해 7월 호우에 따른 철길 유실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던 영동선 전 구간이 1월 8일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낙동강 최상류 계곡이며 오로지 기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협곡 구간을 천천히 쉬어가며 달리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도 하얀 겨울을 달리기 시작했다.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영동선 봉화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27.7㎞를 운행하는 관광열차로 V-Train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V는 협곡(valley)의 약자이며, V자 협곡 모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름은 ‘아기 백호’라는 애칭.분천역에서 승부역 구간은 시속 30㎞로 천천히 운행하면서 강줄기 따라 이어진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돼있다. 특히 겨울에는 온통 하얗게 뒤덮인 협곡 설원을 누비며 그야말로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분천역(산타마을)에서 출발해 양원역(영화 ‘기적’ 실제 배경), 승부역, 철암역까지 역마다 쉬어가며 자연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운행한다.분천역에서는 산타마을 축제가 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추억 속의 역이다. 주민들 손으로 직접 지은 우리나라 최초 민자역사인 초미니 3평짜리 양원역은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오지다. 협곡 속에 자리 잡은 양원역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봉화군 원곡마을과 울진군 원곡마을이 양쪽에 있다고 하여 양원역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승부역은 “하늘도 3평이요, 꽃밭도 3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글귀로 잘 알려진 오지 역으로 순백의 설경을 연출한다. 겨울의 삭막함에 부드러움이 있어 포근함을 주고 순백의 비경을 펼쳐내는 풍광과 계곡을 끼고 이어진 철로와 다소곳이 자리 잡은 승부역은 길손의 넋을 빼앗는다.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협곡에 눈이 내리고 깎아지른 듯한 암봉과 협곡 사이를 달리는 환상의 눈꽃열차로 유명한 겨울 여행지 봉화. 오묘한 조화를 이룬 풍경으로 들어가는 열차는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눈여겨볼 12선경이 펼쳐진다.제 1선경은 승부역의 용관 바위를 시작으로 제2선경 은병대, 제3선경 관람담, 제4선경 구암, 제5선경 연인봉과 선약고, 제7선경 양원, 제8선경, 암징대, 제9선경 비동, 제10선경 월원, 제11선경 와유곡, 제12선경 융화동천은 아름다운 비경을 품은 자연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하얀 겨울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하루 2회 왕복 운행되고 있으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기차는 아름다운 자연을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도록 통유리로 돼있고, 복고풍의 소품으로 실내를 장식한 3량의 객차로 이루어져 있다.복잡한 마음을 굽이굽이 협곡의 대자연 속에 묻어버리고, 두메산골 속에 섬처럼 고이 숨겨진 사람과 풍경을 찾아 봉화로 겨울 기차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2024-01-23

새해 선물을 받았다

새해 선물을 받았다. 경주예술의전당이 준비한 한수원과 함께 준비한 2024년 첫 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근현대 세계미술사를 망라한 최대 규모의 전시로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고전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시다.경주예술의전당의 행사 참여시 연락처를 남긴 덕분에 문자를 받고 첫날에 방문했다. 블로그에서 친구로 등록하면 미리 전시나 공연 정보를 공유해주니 여러 방법 중에 자신이 편한 방법으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1월 16일 시작일이어서인지 관람객이 소수여서 그림 감상하기가 더 좋았다.입구에 들어서자 벽면 가득 모네의 작품 ‘봄’을 크게 프린트해 놓았다. 전체적으로 한 톤 다운된 흐릿한 풍경이 몇 해 전 유럽 여행에서 비 오는 풍경을 찍은 산과 들의 벚꽃과 너무 닮았다. 그렇게 첫 방에 들어갔다.‘서재의 젊은 남자와 소박한 식사’라는 제목의 그림을 지나자 블리엣의 ‘성 바보 교회의 실내’라는 큰 그림은 우리가 마치 교회 안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반 뒤어스의 ‘노인이 노래하면 젊은이는 피리를 불어라’ 속의 가장은 아기를 안고 세 명의 아이는 피리를 분다. 할머니는 대나무로 엮은 독특한 의자에 앉아서 잘 보이지 않는 노랫말을 읽느라 돋보기로 애를 쓴다. 특히 할아버지의 시선이 관람객인 우리를 향했다. 무슨 노래일까 상상하며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다.빅토리아시대 영국 낭만주의 라파엘 전파 방이다. 윌리엄 터너의 에칭과 수채화로 그린 풍경화다. 로렌스 알마타데마의 장남의 죽음은 성경에 모세가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나올 때 열 번째 재앙을 떠오르게 했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땀! 한땀!’의 구도는 진주 귀고리 소녀랑 닮았고 ‘뻐꾹!’이란 제목의 그림 속 소녀의 손가락이 새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림에 새는 없지만 뻐꾹뻐꾹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인상주의 이전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 혁명까지 19세기 객관적 사실주의 리얼리즘 방의 페나의 ‘숲속의 그리스인 가족’은 십자수 놓은 듯 색이 선명했고 탬버린을 들고 있어서 집시 같기도 했다. 네 번째 방은 인상주의 그림으로 폴시낙의 점으로 표현한 핑크 분위기의 항구가 보이고 그 유명한 로댕의 작품 이브가 까맣게 섰다. 그 앞에 인상주의 이후의 폴 세잔의 판화와 고흐가 그린 늙은 남자의 초상 목탄 그림이 보인다. 뭉크, 로트렉, 드가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된다.아방가르드한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사실주의 리얼리즘 팝아트의 보태르, 데이비드 호크니의 ‘프랑스풍의 역광’을 지나 앤디 워홀의 세 가지 색깔의 똑같은 그림이 나란하다. 이제 그림은 막바지로 달려 남아프리카 예술작품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그림은 필립스라는 이름의 키 큰 남자가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 방의 그림들이 조명에 반사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흠이었다. 그러함에도 이번 전시 작품은 미술 관련 책에서도 본 적 없던 작품이라 신선함 그 자체였다.이 전시를 가능하게 한 필립스 부인은 런던에서 거주할 때 자주 방문했던 미술관과 유사한 것을 고국에 만들 결심을 하고 갤러리를 설립했다. 남아공과 영국 금융계 거물들을 설득해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하게 하고, 소장품 기증도 받았다. 또 직접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1910년에 미술관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 작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립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으로서 145점의 세계 명화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명작들로 이루어졌다. 주말은 혼잡하니 평일에 관람을 권한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