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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숲뷰 호수뷰의 북카페 ‘지관서가’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라 해서 울산 송정박상진호수공원을 찾았다. 산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몇 걸음 오르자 푸른 호수가 일행을 맞았다.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한 바퀴 휘돌아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산책로 보수 공사로 12월까지 산책로 많은 부분 출입을 통제 중이다. 뷰 좋은 입구에 북카페가 섰다. ‘지관서가’, 2층에 화장실이 공원 방문객들이 이용 가능하다 해서 올라가니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호수 뒤로 단풍이 유명한 무룡산이 보이고, 아름다운 경치를 읽는지 펼친 책을 보는지 모를 사람들로 창가 자리는 이미 만원이다. 서가는 문서나 책 따위를 얹어 두거나 꽂아 두도록 만든 선반이라는 뜻인데, 그 뜻에 맞게 북카페 벽은 책이 가득하다. 도서관이라 해도 될 분위기다. 커피부터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책만 읽어도 좋다고 했다. 서가 앞 벤치에 동상이 보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공원 이름으로 지었다니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박상진 의사(1884~1921)는 울산 송정동에서 태어나 의병장 허위의 문하와 양정의숙에서 수학하고 1915년 광복회를 조직해 총사령에 추대됐다. 광복회는 국권 회복을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되찾은 나라에서는 공화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독립운동단체였다. 그러나 박 의사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1918년 일경에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고 1921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정부는 박 의사의 공훈을 기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중구 학성공원에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의사 추모비가 세워져 있고 남구 문화공원에 박상진 의사 동상이 있다. 지관서가(止觀書架)는 인문학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기획하고, SK가 재원을 제공하며,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공간을 제공해 탄생한 복합 인문·문화공간이다. 2021년 4월 울산대공원을 시작으로 장생포, 선암호수공원, 유니스트, 울산시립미술관, 박상진호수공원, 여주 여백서원 괴테마을에 지관서가를 열었다. ‘멈추어 바라봄’을 뜻하는 ‘지관止觀’은 지관서가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분주하게 달리던 몸과 마음을 잠시 멈추고 止, 나와 세상의 전체를 깊이 바라보는 觀은 인문학의 성찰을 통해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변화시키려는 플라톤 아카데미의 근본 목표이기도 하다. (재)플라톤 아카데미는 우리가 성찰해야 할 핵심적인 주제들을 ‘인생의 테마’로 설정하고,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지관서가는 ‘인생의 테마’들을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의 주제로 삼는 것은 물론, 만남과 소통을 통해 함께 이를 나누려 한다. 이미 ‘관계’(울산대공원), ‘일’(장생포), ‘나이듦’(선암호수공원), ‘명상’(유니스트), ‘아름다움’(울산시립미술관), ‘영감’(박상진호수공원), ‘극복’(괴테마을)을 공간의 핵심 주제로 구현했고, 향후 가치, 몸, 쉼, 건강, 사랑과 같은 키워드들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미 울산 내에서는 명소로 자리를 제대로 잡은 북카페 지관서가는 공간은 공공단체가 제공하지만 한 곳당 5억 원가량 투입되는 조성 비용은 SK 케미칼이 부담, 운영은 전적으로 공공단체에 맡겼다. 서울대 인문확산센터와 인문360이 도서 큐레이션과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으며, 건축사무소 리옹이 공간을 디자인했다. 휠체어나 유모차 역시 이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평소 인문 정신에 관심이 많았던 SK케미칼이 고향과도 다름없는 울산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전국을 대상으로 100여 곳에 만들 것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안동시와 수원에도 지관서가가 생길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10

우리가 박물관을 가야 하는 이유

며칠 전, 중간고사를 마친 아이와 경주국립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그 인기를 실감하듯 오후 늦은 시간임에도 외국인들과 연휴를 맞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덕대왕신종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가족들 사이로 마침 녹음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종소리는 박물관을 넘어 서라벌 경주를 온전히 감쌌다. 다음은 박물관의 중심인 신라역사관이다. 계단을 통해 올라온 우리에게 역사관은 4개의 전시실로 우리를 맞았다. 함께 간 아이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새로운 느낌이라며 반가워했다. 신라역사관은 신라의 성장과 전성기 그리고 신라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에서 만난 토우 장식 항아리, 황금 보검과 유리잔, 임신서기석, 신라의 미소인 수막새, 금관 등을 보는 동안 우리는 ‘신라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스쳤다. 유물 중 임신서기석은 예상외로 작은 크기에 놀랐다. 비문의 내용은 그 시절 청소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내용의 서약서인데 아이가 역사책에도 나오는 거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라의 미소인 수막새 옆에서 아이는 미소를 따라 사진도 찍었다. 황금 보검과 유리잔은 신라가 교류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인데 아쉽게도 지금은 영국으로 가 있어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이차돈의 순교비가 있는 신라미술관, 목간을 볼 수 있는 월지관, 특별 전시실 등 우리가 모르는 경주를 알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경주국립박물관이다. 이처럼 박물관은 우리들에게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그 시대의 세밀한 역사를 보여주고 현재의 모습에서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과의 경계도 옅어지고 있다. 우리가 박물관을 바라볼 때 박물관은 세 가지의 큰 기능을 하고 있다. 수집과 보존, 전시의 기능, 교육의 기능이 그것이다. 박물관은 각 유물과 사료들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새롭게 알아내고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시간을 내어 우리가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전시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집하고 보존하는 작품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희석되기 쉽다. 박물관에서는 자신들이 모은 각종 자료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 박물관에서의 교육의 기능은 관람객과 참여자들을 체험과 교육을 통해 각각의 박물관이 지켜오는 자료들의 가치를 전파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연구가 이어져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예전과 비교해서 좀 더 폐쇄적이었던 박물관의 이런 기능들이 지금은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전시나 교육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 활동의 시발점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전국을 다니며 한국사 강연을 하는 ‘큰별쌤’ 최태성 강사는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실린 확대된 유물 사진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과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우리가 박물관에 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10

가을은 힐링의 계절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은 높고 풍부한 먹을거리는 말을 살찌운다. 선선한 바람과 황금 들녘은 풍요로움과 여유를 선사한다. 책을 읽기에도 좋은 독서의 계절. 그러나 책을 들고 있기에는 이 가을, 축제가 너무 많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비롯하여 부조장터 문화축제, 포항운하축제, 힐링필링포항철길숲 야행, 포은문화축제에 반려동물 문화축제까지 포항은 물론 전국 각 지역마다 무른 여름날 소나기 쏟아지듯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잠시 책을 내려놓은 사람들은 우리 지역 축제는 물론 타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가을꽃 축제’를 놓칠세라 전국을 분주히 오간다. 포항이 가지는 철강도시라는 차가운 이미지에 용광로를 대신하는 다양한 문화예술이 스며들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시민을 위한 문화콘텐츠가 무료이거나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하물며 쉽게 접할 수 없고 다시 보기 힘든 ‘백남준 특별전’도 2010년 포항시립미술관에 무료로 전시되었다. 효자 호텔영일대 갤러리웰에서도 1년 내내 상시 다양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또한 무료다. 게다가 지금 10월은 축제의 달이다. 많은 가을 축제 틈새, 효자아트홀에서 ‘제24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상연되고 있다. 개막작 ‘배비장전’을 시작으로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 ‘손님(客)’ 그리고 폐막작으로 ‘의자는 잘못 없다’를 10월 2~11일까지 시차를 두고 4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3편의 연극을 꼬박꼬박 충실한 관객이 되어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제 폐막작 1편을 남겨두고 있다. ‘배비장전’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 판소리를 조선 후기에 소설로 정리한 작품으로 원작이 가지는 지배계급의 위선을 현 정치인들의 이중인격적인 모습에 빗대어 해학적으로 풍자한다.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는 중년 부부와 노년 부부의 에피소드.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찰로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로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한다. ‘손님(客)’은 알베르 카뮈의 ‘오해’를 원작으로 한일합방 직전 조선의 인적 뜸한 어느 깊은 산중 강가 주막을 배경으로 각색해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라는 명제를 던진다. 연극 4편 모두 무료다.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무료인데도 관객이 많지 않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홍보 부족인가? 관심 부족인가? 문화를 즐긴다는 것은 곧 마음의 여유다. 가을만큼이나 삶에 풍요와 여유를 준다. 영원히 타오를 것 같던 ‘불의 공원’ 불이 매장된 가스 소진으로 어느 날 맥없이 꺼져버렸다. 자연은 순리를 따르고 인간은 이에 순응한다. 비록 불은 꺼졌지만 사람들 마음에 불의 공원이라는 정체성은 그대로 남아 철길숲 공원은 연일 이어지는 가을 축제로 분주히 아쉬움을 달랜다. 내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은 늘 걱정을 동반하고 그런 마음을 다스리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무대 위 배우들의 역설적인 해학과 웃음을 관객이 되어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질감을 벗어나 공감으로 다가오고 내 삶을 공유하며 ‘사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에 위안과 함께 잠시나마 마음에 평안이 깃든다. 이 가을, 시간이 허락한다면 책을 잠시 내려놓고 가을 힐링 축제를 찾아서 양껏 즐겨보자.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10

봉화서 만난 이몽룡 실존인물 ‘성이성’

춘향이 사수 궐기대회 창극 ‘몽룡전’이 봉화송이축제 특설무대에 오른다. 송이축제와 연계 개최되는 청량문화제에서는 이몽룡의 실존인물인 ‘성이성’을 만날 수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춘향가’와 ‘이몽룡과 변학도의 대결 구도’ 퍼포먼스로 검무, 타악, 전통연희, 태권도, 마술 등을 엮은 공연이다. 성춘향과의 로맨스 주인공인 이몽룡의 실존 인물은 성이성이다. 성이성(1595~1664)은 남원 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 머물면서 같은 또래 기생 춘향과 사랑을 나누었는데 아버지 성안의 발령으로 남원을 떠나면서 춘향과 헤어졌고, 이후 호남 암행어사로 남원을 찾는다.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 ‘춘향전’이다. 당시 성이성은 13세에서 17세까지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서 살았다. 춘향전을 쓴 산서 조경남은 성이성이 남원에 있을 때 공부를 가르치던 스승으로 만나게 된다. 성이성은 22살에 생원이 되었고 33세에 식년시 문과에 급제하고 어사화를 받게 된다. 이후 홍문관, 사헌부. 사간원의 요직을 거쳤다. 1637년에 암행어사로 파견돼 호남 지방을 순찰했으며, 1639년, 1647년에도 암행어사로 등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성이성은 남원에 두 차례 방문한다. 1648년 담양 부사로 재직할 때는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관방제림이라는 숲이 조성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다. 성이성은 위민정치, 민본정치, 민생정치를 펼쳤고, 근검, 검소, 청빈한 공직자로 인정받았다.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는 성이성이 살았던 창녕 성씨 종택 계서당(중요민속자료 제171호)이 있다. 이 고택은 당초 초가집이었는데 이후 후손들이 힘을 합쳐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바꾸었다. 근처엔 90도로 기운 특이한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수령이 500여 년으로 추정되고,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유년 시절부터 성이성이 좋아했던 소나무로 ‘이몽룡 소나무’라고도 부르고 있으며 남원골을 그리듯 서있다. 성이성은 53세 때 두 번째 호남 암행어사로 남원 광한루를 방문해 소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글을 남겼다. “광한루에 찾아가니 늙은 기생 여진과 늙은 서리 강경남이 마중하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기생들을 모두 내보내고 시중드는 소동, 서리와 함께 눈 내리는 광한루 난간에 앉았다. 흰 눈이 들을 덮으니 대숲이 온통 희도다. 소년 시절을 회상하고는 밤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사색의 계절 가을에 조선시대 로맨스를 찾아 추억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봉화송이축제 기간에는 ‘몽룡전’ 창극 퍼포먼스가 4일 오후 4시와 7시 30분 두 차례 무대에 올려진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3

상대를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

언젠가 영혼을 볼 줄 아는 분의 말을 유튜브를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화가 나서 분노에 들끓고 있을 때 그의 머리 위 영혼의 그릇에 담긴 붉은 피가 같이 들끓어 결국 그 사람의 영혼으로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우리야 다른 차원을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니 그 말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화를 내고 분노하면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말에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일이 내 마음 같지 않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어 섭섭한 일들이 숱하게 많다. 하지만 상대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려니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마음에 평화가 오게 된다. 상대를 이해하는 건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되새겨 본다. 상대를 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란 마음으로 가을의 시작에서 시 한 편을 찬찬히 읽어본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이문재 시 ‘오래된 기도’ 살아가면서 행하는 작은 행위들이 모두 기도하는 것이란 말이 참 귀하게 다가온다. 손을 모으고 가지런히 마음을 맑히는 시 한 편을 읽는 것, 그것 또한 하나의 기도이리라. 너무 굉장하게 너무 거창하게 기도하려고 애쓰지 말자. 종교의 여부에도 상관 없이 그저 삶의 순간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시인의 인도대로 물 한 잔을 마셔도 천천히 감사하며 마시고, 공중을 지나는 바람도 부드럽게 만져보며 대자연의 기운과 같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기도로 가득찬 아름다운 가을날이 되기길 소망한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3

사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여름이 한 달 길어지고 겨울은 한 달 짧아질 전망이다. 2024년 현재, 기상청에서는 각계 전문가들과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 전반에 대한 재설정을 검토하며 여름은 1개월가량 늘리고 가을은 1주, 겨울은 최소 2~3주 줄이는 방안 등으로 조정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다. 봄은 3~5월, 여름은 6~8월, 가을은 9~11월, 겨울은 12~2월로 3개월 단위로 분류된다. 계절 분류 기준은 여름 시작 일을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본다. 같은 방식으로 봄은 기온 5도 이상일 때이고, 가을은 20도 미만, 겨울은 5도 미만이다. 이 계절 분류 고안은 이병설 전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명예교수가 1979년 발표 이후 약 45년간 큰 무리 없이 모든 행정과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태양력을 따르는 24절기는 계절에 따른 날씨 변화를 쉽게 체감하기 위해 조선시대 무렵부터 도입되었다. 당시 사용하고 있던 음력은 기후와 차이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4절기가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15일 간격으로 구분되는 절기는 양력 2월 4일을 입춘으로 봄이 시작되어 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여름은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가을은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겨울은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 그리고 대한으로 겨울을 매듭짓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주는 심각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3개월 단위로 구분되었던 계절 길이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산업화로 인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는 인간들의 쓰고 버리는 행동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과하게 배출된 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필요 이상으로 높인다.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지방의 열대 과일이 열리게 한다. 제주나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던 열대과일이 이제는 충남·경기·강원 지역에서도 재배 가능하다. 충남 천안의 한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바나나는 원산지인 동남아시아처럼 올 여름 높은 기온에 강한 햇볕이 더해 오히려 수확이 앞당겨질 정도이다. 우리지역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에서도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다. 지난 9월 23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가을의 네 번째 절기인 추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낮 기온은 20도를 웃돈다. 도시개발 확장으로 열 보존율이 높은 산과 숲이 사라진 자리에 콘크리트 시가지가 넓어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문명의 이기로 에어컨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쫓겨난 실내의 더운 공기도 기온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장마는 전통적인 장마와 전혀 다른 양상인 스콜과 비슷한 형태로 찾아왔다. 이미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기후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단시간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소나기, 한국형 스콜이 말해주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기온이 떨어지나 싶더니 다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지난여름의 폭염처럼 다가올 겨울의 매서운 한파 소식도 들린다. 독일 역사학자 로만 쾨스터(Roman Köster)는 신간 ‘쓰레기의 세계사’에서 “매일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에펠탑 100여 개의 무게”라고 했다. 자본시장이 바꿔놓은 기후는 결국 인간들이 감당해야 할 숙제이다. 이제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3

바람 가슬가슬하여 걷기엔 더 없이 좋아

월송정으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하늘은 한없이 멀어지고, 바람은 가슬가슬하여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였다. 각자 음식 한 가지씩 마련해 소나무 숲 정자에 둘러앉았다. 함께 간 지인 중에 가을에 생일인 주인공을 위해 노래도 불러주며 음식과 함께 정을 나누었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는 정자였다. 명승을 찾는 시인과 묵객들이 하나같이 탄복한 곳이라고 한다. 정자는 고려시대에 이미 월송사 부근에 창건되었던 것을 조선 중기 연산군 때의 관찰사 박원종이 중건(혹은, 그가 창건하였다고도 함)하였다고 하며, 오랜 세월에 퇴락한 것을 향인들이 다시 중건하였으나 한말에 일본군이 철거해버렸다. 1969년에 재일교포들이 정자를 신축하였으나 옛 모습과 같지 않아서 해체하고 1980년 7월에 현재의 정자(정면 5칸, 측면 3칸, 26평)로 복원하였으며, 현판은 최규하의 휘호로 되어 있다. 관동팔경에 속하는 곳으로 경치가 좋은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관동은 현재의 영동 지방의 특히 이름난 여덟 곳의 경승지를 말한다. 영동팔경이라고도 한다. ‘영동’에서 ‘영’(嶺)은 ‘대관령’을, 동은 동쪽에 있는 지방이라는 의미로 주로 강원도를 말한다. 1962년까지 강원도였던 경상북도 울진군이 포함되기도 한다. 북한의 총석정과 삼일포, 강원도에 자리한 곳은 청간정, 낙산사, 경포대, 죽서루이다. 울진에 망양정과 월송정 두 곳이 있어 경북의 자랑거리다. 주차장에서 월송정에 가려면 월송정 무장애 나눔길을 걸어서 들어가야 당도할 수 있는데, 이 길은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와 같은 보행 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한 길이다. 줄여서 ‘월송나눔길’이라고 부른다. 데크로드, 보행매트, 황토포장으로 이루어진 600m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솔향을 맡다 보면 중간쯤에서 월송정을 만나게 된다. 월송정 1층에서도 바다가 보이지만 2층 누마루에 올라서 보는 바다 풍경이 더 좋다. 짙은 옥빛 바다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돗자리를 가져와 마루에 깔고 누워서 쉬는 나들이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1월 말까지 보수 중이라 누마루에 오르는 것은 겨울로 미뤄야 했다. 월송나눔길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소나무 그늘이라 걷기에 그저 그만이다. 파도 소리가 함께해 발걸음이 더 가볍다. 걷다 보니 갈대밭이 보였다. 평해습지였다.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구산해수욕장, 월송정과 더불어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한 생태공원으로 동해안의 훼손되지 않은 해안사구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생태공원이다. 습지와 울창한 송림을 따라 산책로와 벤치가 조성되어 있어 편안하고 즐거운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다. 해안전망대, 기수역관찰대, 생태관찰대, 조류관찰대, 사구전망대, 광장, 쉼터 등의 시설을 갖춰 맨발로 즐기는 사람들이 우리 곁을 자주 지나쳤다. 습지에서 되돌아 월성정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걸었다. 소나무 사이로 울진의 가을 들녘이 누렇게 반짝였다. 동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논에서 거둔 쌀은 특별히 더 찰진 밥맛을 줄 것이다. 오후 한나절을 소나무 숲에서 보낸 우리의 낯빛이 환해졌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이 가을 자주 월송나눔길을 찾아올 것 같다며 함께 간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까운 후포 어시장에 들렀다.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었다. 가을 소풍의 마무리로 안성맞춤 밥상이었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 동해안 파도 소리가 끝까지 따라왔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1

가을이 조금 더 익기 전에 산책 가요

하늘로 길게 치솟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늘어선 길. 계절이 좋을 땐 꽉 막힌 길이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겨우 맘을 내었을 땐 더운 여름이었다. 그러나 비지땀을 흘리며 숲길을 걷기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날이 식으면 가봐야지 하며 가을만 기다렸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 더뎠고 세찬 비를 앞세우고서야 드디어 찾아왔다. 경주 토박이인 필자에겐 경북천년숲정원은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으로 더 익숙하다. 아마 다른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구원으로 쓰이던 정원은 2023년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경상북도 지방정원 1호이자 국가정원으로는 5번째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다. 3월에서 10월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동절기인 11월에서 2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운영 종료 시간 최소 30분 전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함께 동행한 아이와 입구에 서서 안내표지판을 먼저 읽어보았다. 쉬엄쉬엄 코스 40분, 정원 꿰뚫기 3시간. 친절하게 코스 안내가 되어있다. 유심히 읽어보던 아이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다녔다. 숲을 즐기기에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아직 설익은 낙엽과 지난밤 내린 비로 길이 제법 미끄럽다. 핫스팟으로 유명한 곳은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한 방문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산책하는 중간 중간 비로 인해 미끄러워 위험하니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주의 방송이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정원엔 많은 갈림길이 있었고 아이는 매번 고민에 빠졌다. 종보존원을 지나 수변정원에 이르자 커다란 수양버드나무가 보였다. 어릴 땐 꽤 흔했던 나무였는데 내 삶의 터전이 바뀌어 보이지 않는 건지 수양버드나무 자생지가 줄어든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랜만에 덩치 큰 자태를 보자니 반가웠다. 반바퀴를 돌 무렵 무궁화가 하얗게 피어있다. 더도 덜도 말고 교실마다 걸려있던 액자 속 그 모습인데 흰 꽃잎이 빛이라도 품은 듯 유독 환해 보인다. 무궁화 꽃 뒤로 단풍나무엔 조금 이른 단풍 몇 개가 찾아들었다. 몇 안 되는 단풍잎이 이렇게 반가울 일이었나 싶다. 조금 더 걷자 표지판에 징검다리가 적혀있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꽤 걸어가도 징검다리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입구에 거의 다다를 쯤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울 숲. 그곳을 그리 불렀다. 맞은편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너기 시작했다. 가운데쯤 이르자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으로 대칭된 나무들이 물 위에 비쳐보였다. 수초가 조금 적었더라면 더 맑은 거울을 볼 수 있었겠단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무 사이 자리 잡은 구름까지 더해져 충분히 멋진 광경이었다. 가볍게 걸었음에도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기온이 내려갔다고는 하나 너무 이른 긴 옷에 더위가 느껴졌다. 가을이 조금 더 익은 날 다시 찾기를 기약하며 산책을 마쳤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1

요즘 유행은 다 여기에?… 일상으로 스며드는 편의점

편의점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채소, 계란 등의 소포장 식재료와 반찬, 가성비 좋은 도시락, 주류 상품, 금융, 택배, 이제는 의류와 화장품, 소형 전자 제품, 명절 도시락이나 고급 명절 선물 세트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을 매일 들르는 게 일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지 못한 대구에 사는 김 모(38)씨는 “일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명절 음식 생각이 간절한데 그럴 때는 편의점 추석 명절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명절 도시락을 이용해 보니 편하기도 하고 혼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가까이 골목에 점포를 두고 있는 편의점은 말 그대로 단순한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고객의 편의를 위한 24시간 잡화점이다. 편의점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장에 있어서는 올해 상반기 산업자원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별 매출 비중에 따르면 편의점(16.6%)은 대형마트(13.3%)의 매출을 넘어섰고 백화점(17.6%)과도 격차가 좁아서 머지않아 따라잡을 기세다. 이 수치는 백화점과는 다르게 편의점이 현재 600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편의점 트렌드를 살펴보면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쌀국수 같은 글로벌 제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금리와 고물가 시대에 손이 가는 초저가와 초대형 상품을 시의적절하게 내보이면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득템’이나 ‘2천 원의 행복’ 시리즈, 대용량의 ‘점보 라면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인플루언서들의 후기 영상 콘텐츠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편의점을 통한 홈술 문화도 확대되었고 일명 어른 과자로 불리는 먹태깡이나 노가리 칩 등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상품 판매와 생활의 편의를 함께하고 있는 편의점은 동네 주민들이 카페에 가기 애매한 시간대에 저렴하면서도 상품 종류가 많은 편의점을 찾기도 하고, 외출 시나 여행 갈 때도 갑작스레 티셔츠, 속옷, 스타킹, 양말 등이 필요한 순간 반가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편의점은 반값 택배로도 인기를 끌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집 주소를 공개할 필요도 없으며 소용량 택배 위주라 중고 거래에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는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수면양말과 같은 방한용품이 잘 갖춰져 있고 붕어빵과 이제는 길거리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군고구마, 호빵 등을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하나 시민의 안전에도 동행하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은 ‘안심지킴이집’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데 여성과 아동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이들의 긴급 대피와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제 밤에 뭔가 사야 할 것이 있을 때는 자연스레 가깝고 항상 열려 있는 편의점을 이용하게 된다. 먹거리뿐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편의점의 변신이 궁금하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1

대구서 만난 ‘간송 컬렉션’ K-아트의 힘을 보다

‘여세동보(與世同寶)’. ‘세상과 더불어 보물을 함께하다’라는 뜻으로 보화각 머릿돌에 새겨진 글이다. 간송의 스승 오세창이 제자가 수집한 ‘한국의 보배를 국민과 함께 누리자’라는 의지로 썼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기념 전시 슬로건도 ‘與世同寶’다. 지형 그대로를 살리며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대구간송미술관 입구에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간송의 숭고한 신념을 대신하듯 11개의 아름드리 소나무 기둥이 굳건한 모습으로 당당히 서있다. 미술관의 광장에서 바라본 멋스런 소나무와 내려다보이던 대구 시가지의 모습도 더없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설레는 것은 대구에서 간송 컬렉션의 진품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관’의 유일한 상설 전시공간으로 탄생했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우리 것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간송의 문화보국(文化報國) 정신을 기려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점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간송미술관’이 새롭게 출발했다. 개관을 기념하는 ‘여세동보(與世同寶) 국보·보물전’이 지난 9월 3일을 시작으로 12월 1일까지 열린다. 전시품들은 하나같이 귀중한 가치를 지닌, 교과서에서 먼저 만나게 되는 보물들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추사의 ‘대팽고회’, 심사정의 ‘촉잔도권’등 귀한 국보와 보물 97점을 한 자리에 전시해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전례 없던 것으로 이런 행운은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시실은 다섯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많은 관람객으로 전시실마다 길게 늘어선 줄은 짜증보다 진품을 만난다는 설렘이 주는 기다림으로 외려 즐겁다. 추사는 생애 마지막 해인 1856년, 가족과 지내는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닫고 ‘진수성찬은 두부 오이 생강 채소이고 가장 좋은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와 함께하는 것이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라는 작품을 남긴다. 이 작품의 진품을 보게 될 줄이야! 마치 추사를 만난 듯하다. 목숨 걸고 지켰던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 글 한글이 최고 수준의 언어학적, 음성학적, 철학적인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극비리에 해례본을 소장하게 된 1940년 7월은 우리말이 말살되고 한글학자들이 탄압받던 일제강점기로 ‘한글은 한국 고유의 창살 문양에서 창제되었다’는 것이 당시 일반적인 설이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 낸 것은 우리민족의 얼과 혼을 지켜 낸 것이다. 진품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청자삼감운학문매병’은 일본 상인이 소장하고 있던 도자기를 당시 서울의 기와집 20채 값에 해당하는 2만원에 구매했고 이후 그 상인이 산값의 두 배에 되팔기를 권했지만 간송은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가져오면 그것은 제값을 주고 사고 이 매병은 2만원에 다시 드리겠소”라며 정중히 거절한다. 간송에게 있어 보물이나 골동품은 재물의 가치를 따져 소유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것을 지켜야한다는 신념으로 소장한 우리의 ‘문화유산’이었다. 전시 된 작품 하나하나가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들이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은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서 우리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간송의 ‘숭고한 정신’이 아닐까 싶다. 돌아오는 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결코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6

아련한 옛 이야기 길섶마다 도란거리는 봉화 ‘닭실마을’로 가을 산책 어때요?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고 한다. 청명한 하늘은 먼 풍광까지 즐길 수 있게 하고 오곡백과의 풍요로움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사색의 계절. 누렇게 고개 숙인 벼가 익어가는 들판 너머로 멋스러운 청암정과 중후한 자태의 고택과 돌담길이 보인다. 고향마을은 아니어도 호젓한 시골 풍경 속에서 옛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에 더 아름답고 정겨운 여기는 봉화 닭실마을이다. 보물 2182호 청암정이 있고 석천계곡과 함께 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석천계곡에서 닭실마을로 이어지는 길에는 울창한 송림과 아름다운 너럭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가지런하게 익어가는 논 사잇길로 고향 냄새가 유혹한다. 유별나게 덥고 길었던 여름을 보내고 하늘이 높아진 가을 길 따라 ‘선비의 고을 봉화’ 그중에서도 닭실마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닭실마을은 ‘택리지’를 쓴 이중환이 안동 내앞마을과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4대 길지로 꼽았다. 마을 앞뒤를 감싼 나지막한 구릉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닭실’이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조선 전기의 관료이자 사림의 모범이었던 충재 권벌 선생이 1520년 이곳에 이주해온 후 안동 권씨 충정공파 후손들이 500여 년 동안 살아온 마을이다. 충재종택과 청암정, 석천정사, 삼계서원, 사설당, 송암정, 갱장각 등이 있으며 충재유물전시관에는 보물 482여 점을 포함해 고서, 고문서 등 50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다. 닭실마을은 한과로도 유명하다.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만들었던 한과가 상품화되어 명성을 얻고 있다. 48시간 반죽을 늘여 튀기고 조청을 발라 튀밥옷을 입혀 완성하기까진 꼬박 사흘이 걸린다. 영남의 최고 정자라고 평가받고 있는 청암정은 충재 권벌이 기묘사화로 낙향 후 1526년 지은 것이다.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워진 청암정에 오르려면 외돌다리를 건너야 하며 연못 속에 섬처럼 거북바위가 있고 그 등에 정자가 올라앉아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단풍이 들면 정자의 운치를 더해주고 왕버들숲이 청암정을 수놓아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청암정에서 석천정사로 가는 길에는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와 코스모스가 반긴다. 석천정 아래 물속에 책상처럼 돌출한 바위인 사자석, 사자석 오른쪽 암벽에 있는 청하굴은 옛날에 신선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천하동천이라는 글귀가 있는데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석천정 위쪽 비룡폭포는 바위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용트림하듯 흐르고, 폭포 주위에는 수많은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세월의 무게와 이야기를 품은 아름다운 닭실마을의 가을 산책은 멋과 맛이 어우러져 느긋한 여유로움이 있다. 아련한 옛이야기 길섶마다 도란거리고, 역사의 향기가 보이는 고향 같은 닭실마을 길을 여유롭게 걸어보길 바란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6

우리, 사람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되자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유랑을 멈출 수 없는 유목민인지도 모르겠다. 항상 정착을 꿈꾸지만 정착하고 나면 또 떠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이다. 그래서 그대와 나 사이에는 초원이 필요하다. 양떼를 키우는 그대와 야크를 키우는 나는 늘 새로운 풀밭이 필요하고 함께 머무르기 힘든 존재들이다. 아무리 함께 지내는 부부라고 해도 각자의 풀밭이 필요한 법이다. 좀 멀찍히 떨어져 외면할 듯이 살아야 상대의 장점은 더 좋게 보이고 단점은 좀 작게 보이는 법이다. 너무 밀착되어 있으면 상대를 내 것으로 소유하려고 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를 미워하게 된다. 사랑하고 아끼지만 상대를 위하여 풀밭을 마련하여 그리움을 품고 살자는 시를 읽어 본다. “그대와 나 사이 초원이나 하나 펼쳐놓았으면 한다/ 그대는 그대의 양떼를 치고, 나는 나의 야크를 치고 살았으면 한다/ 살아가는 것이 양떼와 야크를 치느라 옮겨다니는 허름한 천막임을 알겠으니/ 그대는 그대의 양떼를 위해 새로운 풀밭을 찾아 천막을 옮기고/ 나는 나의 야크를 위해 새로운 풀밭을 찾아 천막을 옮기자/ 오후 세시 지금 이곳을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나 되어서/ 그대와 나도 구름 그림자 같은 천막이나 옮겨가며 살자/ 그대의 천막은 나의 천막으로부터 지평선 너머에 있고/ 나의 천막은 그대의 천막으로부터 지평선 너머에 두고 살자/ 서로가 초원 양편으로 멀찍멀찍이 물러나 외면할 듯이 살자/ 멀고 먼 그대의 천막에서 아스라이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면/ 나도 그때는 그대의 저녁을 마주 대하고 나의 저녁밥을 지을 것이니/ 그립고 그리운 날에 내가 그대를 부르고 부르더라도/ 막막한 초원에 천둥이 구르고 굴러/ 내가 그대를 길게 호명하는 목소리를 그대는 듣지 못하여도 좋다/ 그대와 나 사이 옮겨가는 초원이나 하나 펼쳐놓았으면 한다” (문태준 시 ‘옮겨가는 초원’) 언젠가 영능력자 분이 쓴 글에 보면 처음 만나서 너무 좋다고 퍽 엎어지는 사람은 후에 자신을 치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을 만났을 때 첫눈에 홀딱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면에 결핍이 있기 때문이고 상대가 그 결핍을 채워주지 못하면 원수로 돌아선다고 한다. 우리 가까이 있는 사람과 각자 초원 하나씩을 두고 살자. 그의 천막이 보이는 지평선에 눈을 주다가 그가 짓는 저녁 연기에 마음 짠해지는 그리움을 잃어버리지 말자. 우리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시공간이 없이 나아가는 것. 내가 길게 호명하는 목소리를 그대가 듣지 못한데도 어떠랴. 나에게서 나간 마음은 분명 그대에게 가닿을 것인데. 옮겨가는 초원 사이에서 우리 오늘도 사람을 그리워하는 날이 되자.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6

풍월주 50찬을 탐하다

연둣빛이던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경주 현곡을 찾았다. 신라 화랑이 먹었다는 풍월주 50찬을 엿보러 가는 여행이다. 경주시는 지난 2022 로컬여행상품 공모전 시상식을 열었고, 라선재 대표가 제안한 풍월주의 50찬을 대상작으로 선정·시상했다. 신라 사람은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았을까? 삼국유사에는 신라 30대 문무왕의 동생 차득공이 재상이 되어 안길이라는 친구가 찾아왔을 때 50가지의 찬을 차려 대접하였다고 내려오고 있다. 이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라선재의 ‘풍월주의 50찬’은 신라 음식 만들기 체험과 시식에 이어 신라시대 화랑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30분 타임의 연극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신라 화랑의 우두머리 풍월주 사다함과 궁중음식 요리사 미소와의 사랑 이야기다. 미소는 전쟁터로 떠난 사다함을 애타게 기다리며 기록 속에 남아 있던 신라 음식 50가지를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사다함이 없는 틈을 타 미소의 처소를 찾은 진흥왕은 미소에게 사랑을 구하고, 그 유혹을 뿌리치다 미소는 칼에 맞아 쓰러진다. 전쟁에서 돌아온 사다함은 쓰러진 미소에게서 평소 본인과 요리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어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진심과 사랑을 담아 마지막 50번째 음식인 상화병을 만들며 풍월주의 50찬을 완성한다는 스토리다. 풍월주의 50찬은 △1부 공연 풍월주 사다함과 궁중음식 요리사 미소와 사랑 이야기 △2부 생명의 꽃, 상화병 만들기 체험 △3부 식사로 구성했다. 식사는 돔배기 조림, 맥적, 대구껍질 요리 등 신라 음식 다이닝 순서로 운영된다. 풍월주의 50찬은 화랑과 신라 음식을 스토리텔링한 국내 최초 신라 음식 다이닝이다. 신라시대는 빨간 음식이 없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이라 신라시대 음식은 굉장히 순했을 것 같다. 그 당시에도 소금은 있었다. 굉장히 비싸서 함부로 쓸 수가 없어서 우금이라고 소‘우’자를 써서 그만큼 비싸단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음식이 짜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추라기구이, 황자계구이, 꿩만두, 흰오리찜, 숭어회 등 50가지 요리를 보니 화랑의 식탁이 푸짐해 보였다. 우리는 마지막 50번째 찬인 상화병 만들기 체험을 했다. 준비된 반죽과 기름, 계란, 팥. 반죽을 저울에 올려 50g씩 소분 팥소를 넣고 오므려 둥글게 완성한 후 꽃 모양으로 만들어 달걀을 입혀 오븐에 구우면 완성이다. 물론 신라시대에는 가마솥에 넣어 쪘겠지만, 지금은 식감과 보관을 위해 오븐에 바싹 구웠다. 발효의 나라 신라, 신라인들은 술, 장, 해, 침채, 발효식품, 시, 포, 차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데 삼국유사 태종 춘추공예에 옹의 식사는 하루에 쌀 서 말과 수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고 기록했다. 이 시대에는 벼농사의 정착이 어느 정도 음식문화에 안정을 가져다주었고, 국가의 형성과 함께 계층화된 신분제도가 식생활 자체를 귀족식과 서민식으로 분리되는 계층화를 이룩하기도 하였다. 한편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서는 삼국의 음식문화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식생활의 계층적 형태를 완성해 갔다. 이때는 또 농경의 발달과 쌀의 생산 및 외국과의 교류가 성행됨에 따라 한국 음식의 체제가 정착된 시대였다. 이렇게 정착된 음식문화는 일본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통일신라시대의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의 글에 “헛되게 밥만 먹으니 국에 맛을 조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는 구절이 보이고 있는데, 우리 문헌에서 국에 관한 기록은 이것이 처음인듯하다. 신라인의 만찬은 주말에 체험할 수 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4

지역경제 살리는 안동사랑상품권

지난 9월 11일, 오전 10시에 교내행사를 시작한 안동의 한 학교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모두 휴대폰만 쳐다보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유인즉, 안동시의 지역화폐 모바일 구매 창이 열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흡사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을 진행하는 것처럼 치열한 경쟁이 치러졌다. 지역상품권 ‘착(chak)’앱에는 동시에 접속자들이 몰려 발행 시작 30분 만에 모바일 안동사랑상품권은 재고가 소진되고 말았다. 안동시가 추석을 앞두고 40억 원 규모를 증액해 90억 원 어치를 발행하면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배 이상 커졌으나 9월부터 연말까지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20%로 상향함에 따라 시민들의 구매가 대폭 상승했다. 지역화폐 할인율이 상향된 이유는 7월 집중호우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동시가 국비 지원을 받아 연말까지 할인지원 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일 발행된 지류형 안동사랑상품권도 평소보다 3배 이상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판매처인 농·축협, 새마을금고 등에는 이른 아침부터 바깥까지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인당 월 구매 한도는 지류는 20만 원, 모바일은 50만 원까지 가능하고 보유한도는 150만 원, 10만 원까지 착(chak)에 가입한 회원에게 선물하기도 가능하다. 안동시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와 지역 소비 진작으로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는데 기대에 걸맞게 추석을 앞두고 장보기, 각종 제수용품 구입에 많이 쓰였다. 특히 명절에 소비가 급증하는 육류와 생선 등의 거래에도 활발히 이용되고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해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연매출 30억 이상의 대규모점포, 유흥주점, 사행성업소 등의 사업체는 가맹점에서 제외되며 9월 21일 현재 안동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5311곳이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10월 모바일 안동사랑상품권은 10월 1일 오전 10시에, 지류형은 44개소 농·축협, 새마을금고 등의 개점시간에 맞춰 발행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4

아빠 육아를 힘들게 하는 것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란 인식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공원이나 관광지 같은 곳에서 아빠들이 아기띠를 메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아빠들의 공동육아가 과거보다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다르게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아빠들이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거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15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김 모(37·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평소에 아이를 데리고 자주 외출한다. 그런데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나 이유식을 먹여야 할 상황이 오면 힘들다. 기저귀 교환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차에서 갈기는 하지만 육아하는 아빠들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일반적으로 아빠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인데 반복되다 보면 아이와의 외출은 줄어들게 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4월 기혼남녀 480명 (남 212명, 여 2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0%가 아빠 육아 시 생활 속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수유실 출입’을 꼽았다. 주요 의견으로는 ‘남자 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대 설치’, ‘남성의 수유실 출입 불가에 따른 불편함’ 등을 말했다. 이런 상황이 개선이 없이 계속된다면 힘들어지는 쪽은 아빠보다는 엄마다. 아빠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수유실은 공공장소 및 다중이용 시설의 ‘이용하기 편한 곳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곳은 엄마와 아기, 수유부만 이용 가능한 수유실인 모유 수유·착유실과 아빠를 포함한 육아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수유실이 있다. 대형 마트와 쇼핑몰 같은 곳에서는 아빠들이 방문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수유실과 영유아 휴게실이 넓게 잘 갖추어져 있어 아이와 휴식하기에 좋다. 기저귀 교환도 유모차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모습의 공공시설이 아니라서 아빠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경북에는 174개의 수유 시설이 있고 그중 포항이 18개로 가장 많은 수유실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와 외출 시 수유 정보 알리미를 통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개선할 곳도 많다. 현행법은 남·여 화장실에 각각 1개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법 적용이 장소마다 다르고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포항시 환경정책과 공중화장실 관계자는 “남·여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규정에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것 맞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를 위한 육아 휴직이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제도 지원 확대는 아빠들의 육아 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육아 방식을 바꾸지는 못한다. 육아 방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저출산이 국가비상사태라 불릴 만큼 위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아빠의 육아 참여가 중요한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이런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육아하는 아빠들이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24

가을의 길목, 기청산식물원의 ‘상사화 음악회’

황금들녘을 앞에 두고도 여름이 고집을 부린다. 추석명절을 앞둔 지난 14일도 오전 내내 뙤약볕의 찜통더위라 오후 3시 야외에서 펼쳐지는 음악회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래도 나섰다. 포항시 청하면 기청산식물원으로 가는 길, 따가운 볕이 사라지나 싶더니 하늘이 요술을 부린 듯 구름이 짙어지며 거짓말처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자연을 벗 삼은 시와 노래 소리 울려 퍼지는 대왕나무(King Tree) 아래서 내빈소개가 전혀 없는 소박하면서도 알찬 음악회는 그렇게 선물처럼 다가와 준 소소한 가을바람과 함께했다. 상사화는 땅에서 쏘아올린 화살촉 마냥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외려 더 예쁘다. 기청산식물원의 상사화 음악회는 정혜숙(필명 정혜) 공감놀이터 어링불 단장의 기획으로 시작되었으며 올해로 4년째다. 많은 이에게 생소하게 들릴 ‘어링불’은 포항의 옛 이름으로 ‘바닷가 모래사장’을 뜻한다. 옛 사람들은 지금의 포항제철소 일대를 어룡사, 어릿불 또는 어링불이라고 불렀다. 옛 어룡사의 모습은 20여리나 되는 모래벌판으로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였다. 조선의 유명한 지리학자 이성지가 이 지역을 둘러보고는 범상한 곳이 아니니 언젠가는 이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될 것이라며 “어룡사에 대나무가 나면 가히 수만 명이 살 곳이니라. 서쪽 문명이 동방에 오면 돌이켜 보니 모래밭이 없어졌더라.”라고 예언했다 한다. 훗날 이 곳에 대나무처럼 굴뚝이 세워지며 포스코가 들어섰다. 정혜숙 어링불 단장은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기청산식물원을 찾았고 20여 년을 다니며 식물원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인해 식물원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2020년 6월 화재로 수십 년 간 연구해 온 중요 자료의 반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일이 겹쳤다. 이런 힘든 시기에 식물원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7만 송이 상사화의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고자 지역 예술가들의 야외공연을 기획하여 경북문화재단 지역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상사화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경상북도 관광진흥기금 보조사업 ‘자연이 주는 선물-기청산식물원’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시낭송, 소프라노, 테너, 보컬, 색소폰, 건반, 첼로 등 다양한 예술인들의 공연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하고, 박수갈채에 가을바람도 신이 난 듯 소소히 불어줘 즐거움을 더했다. 더불어 포항시인 김만수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그의 시상을 듣는 호사도 누렸다. 60여 년 동안 육아일기를 쓰듯 애정을 쏟으며 식물원을 관리해 온 이삼우 기청산 식물원 원장은 자연을 아끼고 우리 것을 사랑하는 것이 후손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시며 아직 피지 않은 중국의 붉은 상사화보다 조금은 덜 붉고 덜 화려한 그래서 외려 더 청아하고 고운 한국의 백양상사화가 마침 음악회 일정에 맞추어 곱게 피어 무대 위에 정성스레 두었노라 하셨다. 포항의 지역문화를 아끼는 어링불의 예술인들은 가을이 깊어지는 시월에 택전 ‘언약의 숲’에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노거수 회화나무 아래서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하게 열리는 우리지역의 예술문화를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즐기기를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9

‘고비용’ ‘고탄소’ 발생 가을철 해외여행 보다 ‘저탄소 휴가’ 어떨까?

올해도 어김없이 TV 뉴스에서는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의 모습을 비추었다. 코로나 이후 최대인원인 120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함께였다. 포항시민 최모(37)씨는 “올해부터 집에서 추석 명절을 지내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일본으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 연휴뿐 아니라 휴가철이면 떠나는 국내외여행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언젠가부터 흔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연휴와 휴가에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여행은 사실 ‘고비용’이자 ‘고탄소’활동을 의미한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이동거리 1km당 승객 한 명의 탄소 배출량이 비행기는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여행에서 교통이 탄소 배출의 49%를 차지하고 있는데 교통수단의 선택이 저탄소 여행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일상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로의 여행이 탄소중립으로 가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행에서도 탄소발자국 줄이기는 당면한 과제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해외여행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 ‘항공편 탄소 배출량’을 설정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항공편에도 탄소 배출을 설정해 놓고 같은 노선을 다니는 일반적인 항공편보다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18% 더 적게 나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그리고 동남아 등의 단거리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 것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다음은 여행지에서의 탄소 줄이기다. 여행지 내에서는 되도록 기차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사와 숙박도 호텔보다는 민박이나 호스텔을 이용하고 레스토랑보다는 현지인이 경영하는 동네 음식점을 찾는다. 식사로 인한 탄소발자국은 약 10%이고, 숙박은 약 6%이다. 그 밖에도 친환경 여행 상품을 이용해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실천한다. 자전거로 이동하기, 플로깅 투어,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 등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즐겁자고 한 여행에 이런 탄소발자국 줄이는 느린 여행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텀블러, 수저통을 챙겨 ‘레스(less) 웨이스트’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저자인 신혜정 작가는 여행할 때 일회용품을 안 쓰기 위해 텀블러, 반찬통, 수저통 등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로’(Zero)웨이스트 에 압박을 받기보다 ‘레스(less)’, 덜 써보자는 정도로 마음을 먹으면 더 오래,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녹색전환연구소 ‘1.5도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북’에 따르면 여가는 집에서 책 한 권 읽는 것과 비교할 때, 하루 골프로 인한 숙박은 22배, 하루 스키는 24배, 국내 여행에서의 숙박은 43배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여행의 계절 가을 그리고 다가오는 10월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기후를 생각해 밀린 드라마나 독서 휴가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9

“입도 마음도 즐겁네” 김천포도축제서 즐거운 하루

“언니, 김천포도축제 보러 와!” 김천 친구 현주의 한마디에 남자친구, 엄마, 동생까지 다 같이 김천으로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부터 한끼도 먹지 않아 배고팠던 우리는 남자친구가 찾은 맛집으로 갔다. 포도축제가 있어질 김천종합스포츠타운에서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맛집이라는 말에 지례까지 차를 타고 달렸다. 흑돼지가 유명한 지례는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로 가득했고 고기 굽는 냄새가 맛있게 우리를 유혹했다. 우리는 흑돼지 불고기를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섰지만, 늦은 점심시간에도 식당 테이블은 가득했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줄지어 선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대기번호 9번을 적어두고 주변 산책을 했다. 대도시 대구에서는 보기 힘든 농작물들이 자라는 모습과 작은 구멍가게, 마을회관까지 거리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었다. 신선한 공기와 자연을 만나고 불고기를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 안을 들어섰다. 초벌구이가 되어 나오는 불고기라 식당에 앉아서도 30분 이상의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기다린 만큼 맛있는 불고기는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했다. 식후에는 차로 6분 거리의 부항댐으로 갔다. 부항댐에는 출렁다리와 짚라인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출렁이는 긴 다리에 서있으니 아찔하고 어질어질했다. 중간 중간 다리 밑이 훤히 보이는 유리 바닥은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시민기자에게도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 멋진 출렁다리에 주말인데도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아 출렁다리가 쓸쓸해보였다. 출렁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유치원생 수준이라 놀리는 짚라인이 있다. 올려다 보기도 힘든 94m 높이의 짚라인은 국내 인공구조물 최대 높이로 최고의 스릴감을 주는 시설이다. 아쉽지만 포도축제를 즐기기 위해 짚라인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로 남겨두었다. 김천에 온 진짜 목적, 김천포도축제를 즐기러 김천종합스포츠타운으로 향했다. 평소 배구경기 관람를 위해 찾던 김천종합스포츠타운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으니 어떻게 그 공간을 사용할지 기대감이 더해졌다. 포도축제는 9월 6일부터 시작하여 8일까지 사흘간 열렸고, 우리는 7일 방문했다. 콘서트와 대회, 버스킹 등 행사가 열리는 무대를 두 곳에 나누어 두어 방문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시민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박지현, 왁스 등 인기 가수가 공연하는 날이라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티셔츠를 맞춰 입은 팬들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지역 예술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버스킹 무대는 방문객들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하고 그만큼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어 방문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한켠에는 마치 모형 포도를 전시해놓은 듯 싱싱한 포도를 전시한 ‘포도왕 명예의 전당’ 전시장이 있어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포도 시식 및 판매처에는 질좋고 값싼 포도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축제를 즐기다 만난 꼬달이는 10월에 열릴 김밥축제를 홍보하고 있었다. 김밥 꼬투리 모양의 이 캐릭터는 꼬투리의 사투리 꼬다리에서 딴 이름으로 꼬달이라 지어졌다고 한다. 꼬달이를 보고 있자니, ‘포도축제에도 캐릭터와 조형물들이 많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포도축제에 초대했던 현주는 보지 못했지만, 포도와 김천의 지역특산물들을 사들고 몸도 마음도 가득 채워 대구로 돌아왔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9

경주 남산 칠불암으로 ‘5감 힐링체험’ 떠나볼까요

경주시 남산동 104-5.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후 목적지로 향했다. 평소 등산과는 거리를 두고 지낸지라 그 유명한 칠불암 등산로 입구를 찾는 것조차 기계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서출지를 지나고 골목을 지나다 산길이 나왔다. 마지막 주차장일 듯한 곳에 주차를 했다. 마침 등산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앞서 걷는다. 앞서가던 둘마저 안보이자 이곳이 맞는 것일까. 의문과 걱정을 교대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사막의 오아시스 그림자처럼 음악 소리가 바람 소리처럼 들려왔다. 곧이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커다란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작은 요새를 떠올리게 한 그곳은 ‘칠불암 5감 힐링체험’이 시작되는 곳이다. 경주시와 국가유산청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화재청 국가유산활용 10대 브랜드에 선정되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되어 오후 2시까지 이어지는 ‘7행운을 잡아라’ 행사부터 참여하는 게 정석 같지만 얼마 전 수술한 다리를 핑계로 오후 1~2시쯤 이루어지는 공연 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다. 칠불암을 오르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7행운을 잡아라’는 경주 남산 칠불암의 국보와 보물을 찾아 떠나는 문화유산 힐링여행으로 숲과 명상, 예술이 결합된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간식비와 기념품을 포함해 참가비 만원으로 예약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마음 비우기, 수인의 의미, 숲의 소리, 숲의 향기, 발우체험, 에코 트레킹, 일체유심조로 이루어진다. 공감 프로젝트 마애는 체험과 공연 그리고 이야기로 풀어보는 칠불암 5감 힐링체험 중 하나다. 1인 5000원의 참가비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장애인과 65세 이상 어르신은 참가비가 무료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상품과 작품 전시 및 여러 체험들이 준비되어 있다. 칠불암으로 올라갔던 체험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자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그 사이 대금연주를 들으며 간단히 체험활동을 했다.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 최경남 원장과 손수협 문화해설사의 사회 및 해설로 막이 열렸다. 원효대사의 일대기를 주축으로 신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이루어져 있다. 화쟁사상을 이렇게 쉽게 접했더라면 국사 수업이 좀 더 친근하지 않았을까 한참 지난 과거를 아쉬워해본다. 공연자들이 등장하자 그때부터 웃음의 연속이다. 이토록 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 내내 혼을 쏙 빼놓았다. 극 초반 살짝 뿌려진 정안수의 힘인지 흥이 넘치는 공연 덕인지 왠지 모르게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 기분이다. 1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공연 동안 참가자들은 무애행 중인 원효를 만나고 왜 남산을 중심으로 불상이 조성되었는지, 호국불교로 불리는 까닭이 무엇인지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공연이 막바지에 닿자 행사 측에서 나눠준 알에 저마다 사연을 넣어 깨트린 후 출연자들과 관람객은 하나가 되어 무대를 마무리했다. 소나무 숲과 사람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시간이었다. 행사 날짜는 10월 11일·12일·18일·19일, 11월 8일·9일로 (사)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으로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2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풍성한 한가위

옛 어른들은 은행에 대한 개념이 적었다. 돈이란 자신이 알아서 어딘가 은밀한 곳에 꽁꽁 숨겨두어야만 안전하다고 여겼다. 궁색한 시골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베갯 속 아니면 이불 속 그도 아니면 장판 밑에 넣어 두고 가끔씩 들여다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겼다. 그 용도야 말할 것도 자식을 위해서였다. 자신 잘 먹고 잘 입자고 돈을 꽁꽁 숨겨둔 분은 별로 본 적이 없다. 평생을 자식들 잘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살아오신 분들. 결혼 전 시골 농협에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장판 밑에 오래 넣어 두어 누릇누릇 눌어버린 지폐를 한 무더기 가져오셨다. 지폐계수기도 없이 손으로 돈을 세던 시절이라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오랜 열기에 삭아서 세어지지조차 않던 지폐들. 찌든 냄새에다 곰팡이마저 슬어 있었다. 햇병아리 직원이었던 내가 아무리 “할머니 장판 밑에 돈 넣어 두시면 안 돼요 이렇게 망가지면 교환 못 해드려요”말해 보았자 소용없었다. 할머니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대학 등록금도 속곳에 꿰매고/ 시골에서 올라왔지/ 수명이 다한 형광등 불빛이 깜박거리는 자취방에서/ 어머니는 꿰맨 속곳의 실을 풀면서/ 제대로 된 자식이 없다고 우셨지/ 어머니 기일에/ 이제 내가 이불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얘기를/ 식구들에게 하며 운다네/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이불 속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내 사십 줄의 마지막에/ 장가 밑천으로 어머니가 숨겨놓은 내 칠백만원/ 시골집 장롱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불 속에서 슬프게 칙칙해져갈 만원짜리 칠백 장” 우리의 부모님들은 이렇게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 돈을 모았다. 그 돈이 쌓여 자식들의 방값이 되고 등록금이 되고 결혼자금이 되었을 것이다. 칙칙하고 냄새 날 때까지 소중하게 아무도 몰래 숨겨 두던 귀한 돈. 자신은 안 입고 안 먹고 안 쓰면서 모은 그 한 푼 두 푼 덕으로 우리는 지금 이만큼 풍족하게 산다. 하지만 제 생활에 바빠 자주 그 고마움을 잊고 살고는 한다. 폭염으로 몸살을 앓던 세상도 이젠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로 모습을 바꾼다. 들판이 매일매일 색을 바꾼다. 곧 추석이다. 장판 밑에 이불 속에 자식들을 위해 쌈짓돈을 모으며 그 돈이 다 삭는 줄도 모르고 기도를 멈추지 않던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금 떠올려 본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2

‘조화의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포항국제아트페어 2024’

아트페어는 예술 작품의 판매가 목적인 미술품의 장터다. 예전에는 작품 판매에만 집중했지만 지금은 점점 비엔날레처럼 전시 연출이나 기획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일 포항 라한호텔에서 ‘포항국제아트페어 2024’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2017년을 시작으로 올해 8년 차에 접어들었고, 10월 전시 예정인 튀르키예와의 국제 교류전도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식전 행사로 해설을 곁들인 영상음악 감상과 이어진 축하공연으로 포항 어린이 치어리딩의 앙증맞고 귀여웠던 군무는 또 다른 조화의 즐거움이었다. 식전 행사로 분위기가 한껏 올랐을 때 많은 인사들의 축사가 있은 후 이재연 도슨트와 함께 행사 참여자 모두 9층 객실 전시실로 이동했다. 9층에 오르자 먼저 눈에 들어 온 그림은 배우 최민수의 작품이었다. 최민수와 그림이 일치되는 느낌이다. 작가의 개성이 신기할 정도로 그림에 그대로 담길 걸 보며 작가의 감성이 예술로 표출된다는 걸 실감한다. 첫 객실 전시실은 이율배 작가 그림. 푸른 바탕에 무수히 많은 선과 점. 자세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어종이 다양한 표정으로 어우러진 바다 속 풍경은 아득히 보이는 수평선과 하얀 파도만이 생각나는 바다 이미지와 또 다른 바다 모습이다. 푸른색에 가려 보이지 않는 바다 속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서 사람 마음속이 연상된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 평안을 찾아가듯 어지러이 얽히고설킨 바다 속 풍경에서 까닭모를 질서와 평안이 느껴진다. 다른 객실 전시실로 이동해 자연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임지영 작가가 비단에 색깔 있는 돌가루로 그린 그림이라며 다가온다. 그림을 통해서 소통을 하고 마음도 치유한다는 임지영 작가는 “예술 앞에서 쫄지 마세요. 그냥 즐기세요. 예술은 배우는 게 아니라 향유하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작가와의 감성소통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 외에도 다른 시각에서 본 유관순과 이건희의 모습을 그린 연예인 초대작품, 수준 높은 민화 작품들, 류영재 작가의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탕에 그려진 황금나무 그리고 컬렉터(수집가)의 소장 작품까지 도슨트 설명과 함께 관람 후 다시 5층으로 내려와 정성스레 차려진 다과와 함께 에드워드 호퍼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니 마음은 물론 눈과 입이 그저 즐겁다. 라한호텔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 제2전시실인 동해갤러리(포항시 연일읍 달전리 5번길 4)에서 청동기 100여 점과 명화 11점으로 개인 소장품이 전시된다. 청동기시대 중국 청동기와 중국작가 오관중의 유화그림 등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아끼는 소장품을 9월 말까지 전시할 예정이라 하니 이번 기회에 평소에 보기 힘든 귀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어서 욕망이 채워져도 지루함에서 오는 권태로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된다던 쇼펜하우어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을 고통과 욕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신성한 탈출구이다”라고 했다. 철강도시 포항의 지역문화를 더 알차게 하고 있는 포항국제아트페어가 “포항 시민에게 사랑받고 우리 미술계에 꼭 필요한 축제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장미화 아트포항운영위원장의 바람에 힘입어 2025년에도 더 알차고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와주길 기대해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2

문학으로 소통하는 공간, 책방 수북

주말 오후, 책방수북(포항시 북구 장량로 174번길 6-15 1층)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오늘 초대된 작가의 강연에 대한 기대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떤 이야기들을 음미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건물 사이 작은 공간. 문틈으로 살짝 보이는 책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많은 책들과 서점지기가 어김없이 미소로 반긴다. 잘 차려진 자리에 앉아 작가와 눈을 맞추며 열심히 들을 요량으로 눈과 귀를 반짝인다. 오늘 초대된 시인은 청소년 시집을 낸, 낚시가 인생처럼 되어버린 자칭 낚시인이라 부르는 시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연은 낚시를 하는 모습이 담긴 TV 영상자료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시인의 아버지가 즐겼던 낚시는 그 시작이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시인의 집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낚시를 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들을 다시 보았을 때의 반가움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험한 낚시가 자신의 몸속에 각인되었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아갔으며 그것이 감각으로 남아 책 속에서도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조금 더 바깥세상과의 교감하는 체험이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또 미혼인 시인의 결혼에 대한 생각도 곁들이며 이야기를 펼쳤다. 낭독과 함께 독자들과 교감하며 유창한 말솜씨로 이어가는 시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면서 간간이 들리는 웃음소리는 책방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인 책방수북에서의 즐거운 수다는 언제나처럼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저절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문학전문서점인 책방수북은 2022년 12월 문을 열고 포항 양덕에 자리한 지역의 소설가가 주인장으로 있는 동네책방이다. 시와 소설, 수필, 산문, 평전을 판매하고 지역의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공간이다. 지역의 작가들을 위해서 출판사 득수를 겸하고 있으며 거기다 지난 5월부터는 문학기반시설 지원사업으로 상주작가도 모시고 작가의 충분한 창작활동을 하는 과정을 응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갤러리 수북을 열고 사진 전시회도 열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다. 책방에서는 음악회도 곁들이고 있고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지역민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책 속의 한 문장이 삶 속에서 확장되고 펴져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책방수북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월 여러 유명 작가들의 강연이 이어졌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한 여름밤의 책 읽기, 평전 읽기, 상주작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으로 소통의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도 공동체 문화가 싹트는 곳으로써 머물고 싶은 곳이다. 포항시민 A씨(58)는 “예전에는 이곳에 살면서 문화가 없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지금은 갤러리도 생기고 조금씩 문화가 있는 골목이 되어가는 것 같다. 책방수북으로 인해 문학의 향기를 뿜어내는 골목이 되고 있어 자주 들르고 싶어졌다. 시민커뮤니티와 문화활동 공간답게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0

대구간송미술관, 문을 열다

간송미술관. 1년에 딱 한 달 문을 열던 곳이다. 대구에 간송미술관 분점이 2024년 9월 3일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상설전시관이다. 국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시간별로 예약받는다. 우리는 오후에 방문했다. 여세동보,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영원히 보존하자란 우리나 최초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의 머릿돌에 새긴 글 중에 앞 문구를 따와서 이번 전시 주제로 삼았다. 간송미술관은 4600건, 3만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했다. 문화보국이라는 오세창의 생각을 제자였던 전형필 선생이 이어받아 가진 재산을 대부분 문화재를 모으는 데 사용했었다. 4개 전시실에 나누어서 관람객을 맞았다. 훈민정음해례본과 미인도는 독립된 전시실에 따로 두었다. 해례본은 서울 이외 지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 시기에 안동에서 발견돼 기와집 한 채 값을 달라할 때 한 채 값은 거간꾼에게 주고 오히려 열 배를 주고 사들였다. 전형필 선생은 한글 연구하는 학자들을 불러 필사하게 하고 한글에 관한 내용을 신문에 연재하게 했다. 그로인해 신문은 폐간되었다. 광복 후 조선어학회에 다시 보여주며 한글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미인도는 한 사람씩 들어가 독대하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안쪽에 얌전히 선 신윤복의 그림, 관람객이 자세히 보도록 근처에서 직원이 설명을 보탰다. 여인의 나이가 몇 살로 보이나, 볼살이 오동통하니 15~16세 정도로 보이고 발에 비해 상체를 살짝 틀어서 자세를 잡고 섰다. 잔머리 한올 한올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낙관에 찍힌 뜻은 그림 뒤로 돌아가면 더 확대해서 우리말로 풀어놓았다. 신윤복이 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 그 계절로 우리를 데려갔다. 김홍도, 신윤복, 정선 같은 보기만 해도 누구의 그림인지 알만한 작품, 미술책에서나 보았던 그림이 우리 눈앞에 있다. 도자기는 고려청자 하면 사람들 머리에 떠오르는 모양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바로 그 작품이, 백자 하면 떠오르는 그 작품이었다. 불교 미술품과 더불어 탑은 가져올 수 없어서인지 실제 크기 정도의 모형에 빛을 쏘아 별이 쏟아지다가 꽃나무가 어른거리기도 한다. 책에서 못 보던 심사정의 촉잔도권은 워낙 길어서 한참 걸어가며 보아야 한다. 파노라마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더욱 감동이다. 마지막 방은 미디어아트를 보는 곳이다. 간송의 작품이 살아 움직인다. 관람객은 편안히 누워서 보도록 의자가 바닥에 섬처럼 깔렸다. 한 번은 아쉬워 한 번 더 보고 일어났다. 마지막 전시실을 나오니 통창으로 바깥 경치가 보인다. 정원에 물이 담겨서 하늘과 나무도 물에 반영된다. 멀리 산의 능선과 더불어 한 폭의 그림이다. 전시실에서 나오니 노을이 미술관 건물을 물들였다. 11개의 기둥이 높게 솟아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건축가는 안동 도산서원에서 따와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었다. 옛 건축이 주변 풍경을 그대로 차경으로 받아들였듯 미술관 앞마당이 팔공산까지 뻗어나갔다. 라이온즈파크에 환하게 조명이 켜져 경기가 한창이었다. 전시가 없어도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말에 딱 맞다.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된 이유는 관장 전인건에게 대구시가 특혜를 주고, 전인건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는 등의 잡음 때문이었다. 대구시민들이 간송미술관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함께 참여해서 살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 먼저 일어섰던 대구의 민족정신과 근대미술의 발상지였던 대구, 문화가 힘이다. 이번 전시는 12월 1일까지니 가을을 문화재로 가득 채우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0

안동서 만나는 중국의 안동

송강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해외특별전 ‘아시아 그곳-문명과 노마드’를 선보이고 있다. 송강미술관은 1969년 개교해 1995년 폐교한 안동시 서후면 송강초등학교 자리에 지난해 봄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속 한국, 안동’에서 중국의 안동인 휘주, 네팔의 고산지대와 티벳의 광활한 평원, 내몽골의 초원을 통해 소수문화와 전통유산 속에 깃든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냈다. 총 3개관에서 진행되며 1전시관에는 한국작가 임세권, 2전시관에는 일본작가 나카무라 카츠토, 3전시관에는 내몽골 중국작가 히식바트 오이도브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1전시관의 임세권 작가는 ‘전통 그 무거움’을 주제로 중국의 전통마을 황산시(후이저우, 휘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주희의 고향이고 주자학적 이념이 주민들 의식의 바탕에 있고 수많은 동성마을이 아직도 전통적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어 임세권 작가는 휘주를 ‘중국의 안동’이라 일컬었다. 그는 2004년 이후 20년 세월 동안 거의 매년 황산시를 찾아 전통마을의 변화와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전통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냈는데, “무거운 짐이기도 한 전통을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조화”를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일상의 모습을 덤덤하게 전해주고 있다. 신축건물에 밀려나는 구옥, 자질구레한 물건을 내놓고 관광객의 발길을 기다리는 청년, 동네 이발관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 등 사각 프레임 속 인물과 풍경이 주는 ‘고요한 문명’이 인상적이다. 임세권 작가는 국립안동대 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 후 현재 안동 원도심 태사길에서 ‘포토 갤러리 유안사랑’을 운영하고 있다. 2전시관에는 일본의 나카무라 카츠토 작가가 ‘실크로드의 비경(秘境)과 동경(憧景)’을 주제로 히말라야 해발 3800m 고지대에서 저산소증으로 휘청거리면서 스케치로 남긴 로만탄 왕국의 풍경과 티벳 문화 속 비경을 서양화로 담아냈다. 3전시관 히식바트 오이도브 작가는 ‘Melody of Native Land’를 주제로 ‘안장’이라는 오브제를 통해서 유목 문화의 급격한 사고의 변화와 사라져가는 유목민의 모습 그리고 정신을 유화의 강렬한 터치로 표현했다. 자연과의 깊은 교감과 삶의 역사를 통해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발전시켜 온 아시아 변방의 사람과 문화를 3개국 작가의 밀도 있는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당초 9월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으로 9월 28일까지 연장 전시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10

‘재선충의 습격’ 속절없이 죽어가는 소나무

언제부턴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붉게 고사된 소나무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느낌이 들어 포항 산야를 가까이서 둘러보다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2024년 3월 25일 기준 포항도 이미 심각 단계를 넘어 극심 단계로 전환 되었다는 녹색연합의 보고를 현장에서 절감했다. 소나무 재선충(材線蟲). 1㎜ 내외의 아주 작은 실 같은 여린 벌레들이 기개 넘치는 소나무의 천년 삶을 위협한다.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 충에 기생하는 선충은 이들과 함께 옮겨 다니며 소나무에 침입해 나무의 수관을 막아 속절없이 말라 죽게 한다. 산림청에서 재선충을 예방하고자 주입한 살충제 아버멕틴(Averme ctin)마저 나무의 물관과 체관을 막아 서서히 고사시킨다하니 이래저래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을 그냥 그렇게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멸종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려 몸을 좌우로 세게 비틀어 본다. 소나무의 꽃말은 ‘불로장생’이다. 장수, 정절, 불멸의 의미를 담고 있어 장수를 기원할 때도 ‘천년을 사는 소나무’ ‘늙지 않는 소나무 잣나무’라는 송수천년(松樹千年), 송백불로(松柏不老)를 즐겨 쓴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의 기상을 귀히 여겨 철갑을 두른 듯이 꿋꿋이 서서 바람서리에도 변함없는 ‘남산위의 저 소나무’를 우리의 기상에 비유했다. 완당은 세한도(歲寒圖)에 그려 넣은 네 그루의 소나무를 두고 발문에 논어 자한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빌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썼다.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권력에서 밀려나 세도(勢道)마저 잃고 유배생활을 하는 자신에게 변함없이 먼 길 제주도까지 건너 와 문안을 하는 역관 이상적에게 고마운 마음 담아 그려 준 것이다. 제자의 변함없는 의리로 표현되었던 네 그루의 푸른 청송이 스산한 겨울풍경 속 외딴집을 둘러싸고 서 있는 세한도는 170여 년 동안 험난한 세월을 거치며 산전수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함께 지금은 국보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렇듯 소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선조들에 이어 지금도 여전하다. 가까이 포항시청 앞마당에도 아름드리 멋스런 소나무가 위풍당당 서 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해 36년이 지난 지금 산림청의 살충제 주입 방식의 방제는 실패했다. 게다가 유독성 농약의 잔류가 실린 송화가루를 무방비 상태로 마셔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어 경주 남산의 국립공원공단은 산림청의 살충제 주입을 따르지 않고 소나무재선충의 천적인 백신 곰팡이를 이용한 미생물제인 G810을 소나무에 주입하고 있다고 한다. 살충제 아버멕틴의 예방제는 대만과 일본에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방제에 실패했다. 화학적 관점이 아니라 천적을 이용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나무재선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백신인 곰팡이 균의 역할은 소나무재선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먹어치우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으로 지금은 유도저항성(induced resistance)과 천적 곰팡이가 대두되고 있다. 잘 가꾸어진 포항 송도 솔숲도 소나무재선충에서 자유롭지 않다. 손을 쓰기에 늦었다지만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마음이 아프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5

엄마, 엄마는 어떤 하늘을 보고 자랐어?

초등학교 때, 매 학기 폐지를 가지고 오는 날, 아나바다 바자회를 하는 날이 있었다. 엄마 친구 아들 딸의 옷을 물려 입고 학용품을 물려받고 물려주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아나바다 운동을 배우고 실천했고 물 부족에 대한 교육을 학생들의 귀가 닳도록 했다. 덕분에 지금 물건을 아껴 쓰지 않고 낭비한다면 미래에 후손들이 우리를 원망하고 심각하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자랐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결과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를…. 매일 매일이 날씨를 예상하기 힘든 날이 되었고, 봄과 가을은 어디로 납치되었는지 알 수 없어졌다. 불시에 내리는 소나기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수준이었고, 우산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아 비 맞은 생쥐 꼴이 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었다. 매년 여름마다 최대치를 갱신하는 무더위는 몸이 약한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대신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만 반짝이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어야 하는 날이 되었다. 여름휴가 때 몸을 담그고 싶은 푸르른 바다와 맑은 계곡은 어디였지 싶을 만큼 줄어들었다. 기후 위기는 이미 닥쳐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이렇게 된 거 더 이상 막을 수도 없는데 나도 막 쓰고 막 버리고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죄를 짓는 것도 법적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나 하나쯤이야’ 생각할 수 있고, 하나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나쁜 효과를 크게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 미인대회인 미스어스 2022에서 마지막 질문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바꿀 것이냐’ 최종까지 남은 4명의 참가자는 모두 자연보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종 1등을 한 대한민국의 최미나수는 대답했다. 우리에게 ‘공감’이 필요하다고. 인간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입장이 되어서 이해해보고 내가 그 사람이면 어땠을지 가정해보는 다소 귀찮고 성가신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공감’이다. 우리가 자연을 공감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먼저 자연이 생명임을 인식하고 자연을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일상에서 가지고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깨닫고 나를 지키듯 자연을 지키자는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 또한 인간관계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귀찮고 성가신 과정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기후 위기’를 주제로 가르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해준다. 아이들은 대체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것이다. 나 또한 믿기 어렵다. 가끔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미래가 될 나의 자녀가 나에게 하늘이 원래 이랬는지 나에게 질문하는 날, 나는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까. 그 어떤 말도 그 질문의 답으로 적절하지 않다. 그저 내 자녀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일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내가 노력한다고 뭐가 변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마디만 전해주고 싶다. ‘당신의 자녀가 엄마 아빠! 엄마 아빠가 어릴 때도 하늘이 이런 색이었어?’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주겠느냐’고.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5

진정한 삶의 가치는 봉사하는 데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경시학생회의 ‘행복한봉사단’이 최근 문경시 흥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급식 및 배식 봉사활동 펼쳤다. 수그러지지 않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대 봉사동아리 ‘행복한봉사단’은 문경시 흥덕동 소재의 ‘흥덕종합사회복지관’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안정희 사무국장을 비롯한 8명의 단원들은 아침 9시부터 집결하여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점심 식사 준비를 했다. 색색의 앞치마와 위생 모자, 위생 마스크,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미리 정해진 메뉴에 따라 각종 채소를 다듬고 씻었다. 준비를 총괄하는 조리사의 진두지휘에 따라 썰고 삶고 볶고 부지런히 손을 보태었다. 오래 다져진 주부 내공을 발휘하여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는 일은 남성 단원이 맡아서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배식 시간에는 몸이 불편하고 힘이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미리 식판에 배식을 받아 나눠드렸다. 집에서 혼자 외롭게 식사하시던 어르신들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가족 같은 정을 느끼며 기뻐하셨다. 그 모습에서 단원들은 뿌듯함과 함께 알버트 슈바이처의 말을 떠올렸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봉사하는 데 있다.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봉사를 통해 받는 이들이 느끼는 기쁨과 감사를 봉사자들도 나누어 받아 모두가 함께 행복을 느끼는 것이 바로 봉사의 가장 큰 보람 아니겠는가. 방송대 행복한봉사단은 문경시의 방송대 동문 및 재학생으로 구성된 봉사 단체로 올해 발대를 하여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과 학업을 겸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생활하는 상황임에도 봉사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복지관 봉사활동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지정된 날짜에 정기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방송통신대 문경시학생회는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는 만학도와 온라인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학습 코칭과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학습센터를 운영한다. 방송대 학생이면 누구나 학습실에서 학습이 가능하고 학생회 임원들에게 시험 관련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동문들이 강사가 되어 후배 재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강좌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배움의 열정을 멈추지 않는 방송대 행복한봉사단은 배움을 머리에만 두지 않고 봉사를 통해 사회로 되돌리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한다. 일, 공부, 봉사라는 삶의 결을 촘촘히 짜나가는 행복한 봉사단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5

포항을 건너가는 그녀들

아침 윤슬이 곱다. 포항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아침 윤슬을 보기 위해 도시 중심에서 바닷가까지 어디나 10분이면 충분하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소유한 도시라 복이 많다고 놀러 온 지인들이 모두 부러워한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걷는 해파랑길 중에서 13~18코스가 포항을 지난다. 다섯 코스를 보유한 도시가 흔치 않다. 해안선이 어느 도시보다 긴 포항이기에 가능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네 명이 한 달에 한 번 해파랑길에서 만나 함께 걷는 분들이 이번에는 흥환보건진료소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16코스)를 지난다고 해서 만나러 갔다.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 매월 토요일 한주 선택해서 해파랑길 한 코스씩 걷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시작한 날은 2022년 3월 19일이니 벌써 2년이 넘도록 걸었다. 이상하게 모임 할 때마다 비가 와 비도 모임의 일원인가 했더니, 첫날에도 여지없이 비가 왔다. 비와 함께 걸으니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래서 우산과 비옷은 항상 챙겨 다닌다. 이들은 20대에 다음카페 산악 동호회에서 만난 사이로 나이도 다르지만 5년 넘게 활동하며 지리산 종주까지 함께한 친구들이다. 결혼 후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며 관계를 이어가다가 그중에 한 친구가 해파랑길을 완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체력상 등산은 부담스럽고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해파랑길을 걷기로 하고 시작해서 포항에 이르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은 굶주림에 허덕였던 6코스. 그전까지는 먹거리가 풍족했었는데 이 코스는 산길이어서 배 속을 달래 줄 먹거리가 없었다. 하필, 다들 간식도 챙겨오지 않은 상황이라서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6시간을 물 한 병으로 버텼다. 이 코스를 계기로 한두 가지씩 먹을 걸 챙겨 다니게 되었으니 이젠 쉬는 시간이 즐겁다.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시작점이던 부산 오륙도가 그렇게 멋진 줄 몰랐다고 한다. 사진 찍느라 멈춰 서는 일이 많았는데 해안을 계속 걸으니 바다 풍경 사진은 덜 찍게 되더란다. 지나는 동네 구석까지 걷게 하는 길 구성이 좋았고, 힌남노 이후 코스가 바뀐 곳도 있더라고 먼저 걸어본 친구가 알려주었다. 가방에 챙겨가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난해 하루 쉬며 제주 여행 가서 뿔소라 축제 진행요원들 비옷이 예뻐 동문시장에서 사 가방에 넣어 다니고, 우산, 비 올 때 운동화를 감싸는 것, 믹스커피, 차가운 물, 뜨거운 물 따로 텀블러 두 개, 사탕 육포 등등 많이도 챙겼다. 가장 특이한 건 안성탕면이었다. 끓여 먹으려는 게 아니라 걸으며 과자처럼 먹는다고 했다. 걸으며 변한 것이 있을까, 생각이나 몸이나 뭐든 궁금했다. 걷다 보면 분명히 아는 장소였는데 걸으며 보니 달라서 가족들 데리고 다시 찾아가 본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 시작하게 되어 걱정스러웠는데 우리나라를 이렇게 천천히 느낄 수 있게 하는 해파랑길이다. 차를 달리며 안 보이던 것이 자전거를 타면 보이고, 그보다 느리게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아주아주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참 든든하다. 대장정을 위해 평소에 따로 하는 게 있냐고 물으니 평소 산악회 다니는 분, 동네 산 오르기, 매달 빠지지 않고 걷기로 해서 수영을 등록하기도 했단다. 물론 평소 생활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기본 강단이 있어 보였다.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제주 올레길(27코스)과 남파랑길, 서해랑길까지 접수하고, 따로 신청해야 걸을 수 있는 DMZ 평화의 길도 걷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3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가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사고 소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안전한가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에 대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버스에서 자동차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언제 어디서든 사고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일상생활 공간에서 늘 도사리고 있는 사고를 보며 우리가 안전한 생활을 위해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잘 알고 있다면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도 생기게 된다. 지난 8월에 발생한 호텔 화재 사고만 보더라도 에어컨이 원인이었는데 일상에서 쓰는 가전제품에서 대형화재로 이어지니 위험 상황은 언제라도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볼 수 있다.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 첫 번째가 예방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안전 수칙 준수는 기본이다.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위험 중 하나인 교통사고는 안전 운전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좌우 확인과 속도 제한준수, 음주 운전과 졸음 운전 금지를 통해 사고 예방을 할 수 있다. 화재의 경우는 담뱃불이나 겨울철 핫팩 같은 걸 조심한다. 전기 사용 시에는 안전 규정을 준수하고 가스 누설을 체크하며 가연성 물질을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도록 한다. 비상구는 물론이고 소화기 등도 확인해 둔다. 물놀이에서의 구명조끼는 필수다. 둘째는 교육과 훈련이다. 교육과 훈련은 실질적인 안전사고를 줄이고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갖고 평소에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화재 사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보통 119 신고 후 15분 내로 화재 진압이 가능한데 이 15분 안에 어떻게 하느냐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연기가 약한 수준이면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최선이고 연기가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는 화장실에서 문틈을 막고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위치도 정확히 알려야 구조가 쉽다. 이번 호텔 화재 사고처럼 완강기는 있어도 보통 사용을 안하고 사용법도 모르고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 완강기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 탈출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는 경량 칸막이를 통해 피난이 가능하다. 화재 발생 시 대부분은 회색 연기를 보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마지막은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처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위험 상황에서 자동차는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비상등을 켠다. 재난 상황에서는 가족과 지역 사회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비상 대피소를 파악해 둔다. 포항 시민 A(42·포항시 북구 양덕동)씨는 “최근 화재 사건을 보며 소방 안전 관련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아파트 13층에서 계단을 내려가 보니 복도에는 사람이 거의 못 지나갈 정도로 자전거와 킥보드, 유모차 등 개인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에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안전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9-03

도전의 무대, 삶 활력 더하는 ‘펼쳐락(樂)’

지난 8월 24일 대구 북구 이태원길에서 주민예술경연대회 ‘펼쳐락(樂)’이 열렸다. 이날은 보컬편 예선으로 노래에 자신 있는 14팀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무대 뒤쪽으로는 공연 전부터 수공예품 플리마켓이 진행되었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거리 투어 ‘칠곡도호부 옛길 투어’가 진행되었다. 시민기자는 여름휴가를 광안리에서 함께 보낸 지인 현주와 무대에 섰다. 현주는 마야의 ‘진달래꽃’을, 시민기자는 김아중의 ‘마리아’를 무대에서 보여주기로 했다. 오후 2시 50분부터 음향체크와 리허설을 하였고, 본행사가 시작될 오후 5시가 되기 10분 전까지 다시 대기실로 다시 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시원한 카페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100% 마음에 들지 않고 떨렸던 리허설 무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녹화해 준 영상을 보며 본 공연에서는 어떻게 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본무대 전 마지막 연습을 동전노래방에서 하고 노래방 기계 점수 100점을 받고 기쁘고 설렌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갔다. 오후 5시에 행사가 시작되었다. 경연대회 전 축하 행사로 색소폰과 건반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노래하는 가수 그루브어스의 공연을 뒤이어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자신의 공연을 즐겼다. 현주의 무대는 리허설과 연습보다 더 멋지게 잘 해냈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했다. 김천에서 온 현주는 참여자 중 유일하게 대구가 아닌 지역에서 온 참여자였고, 먼 길을 온 만큼 본선 진출을 꿈꾸고 왔지만 무대가 끝나자 본인의 무대가 끝난 것만으로도 후련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기자는 자기소개부터 누구보다 높은 텐션으로 들어가고 참여자 중 유일하게 춤까지 곁들인 무대였지만 가사를 잊는 바람에 중간에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즐겁게 무대를 끝낸 것에 만족했다. 경연자들의 무대가 끝난 후, 심사위원의 점수가 집계되는 동안 퍼포먼스 혼성그룹 비스타의 공연이 이어졌다. 시민기자와 현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겼다. 앙코르 곡이었던 마지막 곡 ‘질풍가도(쾌걸 근육맨2세 여는 노래)’는 우리의 흥을 최대치로 올려주었다. 옆에서 만류하는 시민기자 엄마의 “소라야, 하지 마라”에도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즐겼다. 심사위원은 작곡가 한 분과 주민 대표 한 분이 60대 40의 비율로 심사했다. 14팀 중 본선으로 올라가는 2팀을 뽑아야 하지만 2등이 동점이었기 때문에 총 3팀을 뽑았다. 1등은 ‘발라드왕 루피’라는 가명을 쓰고 무대에 오른 참여자로 ‘복면가왕’에서 본 출연자처럼 가면과 밀짚모자를 쓰고 노래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본선에서 자신이 1등을 하게 되면 가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펼쳐락(樂)’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9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리며, 8월 31일 댄스, 7일 밴드, 9월 14일 악기연주, 21일 본선 및 시상식이 진행된다. 플리마켓과 축하 공연도 계속되니 행사를 즐기러 가볼 것을 추천한다. 셍전 처음으로 올라 본 노래자랑 무대는 신청부터 당일까지 시민기자에게 설렘의 연속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삶의 활력이 되었다. 막상 경연대회가 끝나니 이제 무슨 재미로 하루 하루를 살지 싶을 정도로 그 시간들이 즐거웠다. 같은 기분을 느끼는 현주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해보자며 제안했고, 현주도 동의했다. 두려움과 걱정, 또는 안 될거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것보다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하나씩 해나간다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새로운 도전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모두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