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에는 고명환 작가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고명환 작가는 2024년 한강 작가와 함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전직 개그맨이 작가가 되어 이룬 성취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고 독서에 대한 노하우를 직접 듣고 싶었다. 요즘 독서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설레며 참석했다.
주말 아침 시간인데 참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층도 보였고 중년여성들도 제법 많았다. 작가는 TV에서 볼 때보다는 조금은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힘찬 외침과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독서 전도사로 알려진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달라지는 자신을 관찰해보라고 했다. 두 달 책을 읽고 주변을 관찰하면 매일 보던 것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그것은 내 안에 담긴 언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언어의 폭을 넓혀야 함을 강조했다. 가장 좋은 방법인 독서는 무조건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틀 집중해서 책을 읽었으면 그 뒤에는 산책을 하라고 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신선했다. 그저 파묻혀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닌 자연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하늘, 나무, 바위, 흙 이런 자연을 몸으로 접하면서 생각하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읽은 내용이 몸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다른 여러 유익한 강의 내용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자신의 한계를 짓고 그 속에서만 살려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할 때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월급 300만 원이면 그 안에서만 자신을 규정하고 그 테두리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0만 원 받는 사람으로만 행동하고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에 많은 수긍을 했다. 작가는 하류지향적인 삶을 살지 말라고 말했다.
시민기자도 나이 오십이 넘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런 말이었다. 이 나이에 무얼 하겠나. 이제 누가 써주기나 할까. 이미 사회에서 물러나 더 이상 역할이 없는 사람으로 자신을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말 못하게 되는 것을 볼 때이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작가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나이 삼십 넘어서 피겨스케이트를 배워서 열심히 연습하면 김연아 선수처럼 할 수 있느냐 물으면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작가가 된 것은 그것과 같다고 했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작가가 된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뜻밖의 일이라 했다. 하지만 자신은 작가가 되었고 여러분들도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고 도전만 하면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작가의 ‘녹슬어 사라지지 않고 닳아서 사라지겠다’고 외치는 확신에 찬 목소리에 많은 힘을 받았다. 아침이면 누가 듣든 말든 큰소리로 긍정 확언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독서를 통해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자신도 성장한 작가가 작은 거인처럼 보였다. 무더위로 들끓는 여름이지만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잠시 이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